Ⅰ. 여는 글
강증산이 신축(1901)년부터 기유(1909)년까지 행하신 종교 활동은 인류역사에서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일이다. 이러한 유래를 찾아 볼수 없는 증산의 종교 활동을 천지공사라고 하며, 이 천지공사에 담겨있는 핵심사상을 도주 조정산은 을축(1925)년에 ‘음양합덕ㆍ신인조화ㆍ해원상생ㆍ도통진경’을 표명하였다.1)
증산의 천지공사에 내포된 종교사상을 살펴보면 어느 종교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사상이 다양하게 나타난다.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사상이 바로 ‘인존(人尊)’사상이고, 타종교와 차별화되는 대순진리회의 고유사상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 논문은 기존의 ‘인존’에 대한 이해에서 다른 견해를 제시하고자 하는 논문이다.
천지공사의 인존을 이해하고자 할 때 고려되어야 될 점은 ①인존시대가 시작되는 시점은 언제부터인가, ②인존시대에 신명계와 인간계 사이에서 유기적 관계성이 어떻게 되는가, ③지금 시대가 인존시대가 전개되는 시대라면 그 양상은 어떻게 되는가이다. 왜냐하면, 이 세 가지의 관점에 따라 인존의 이해가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논지를 전개하기 전에 기존의 선행된 담론 및 논문 등 43편을 검색하고, 43편의 연구에서 상관관계를 보기 위하여 자료를 시간 순으로 나열 정리하고, 인존에 관한 시작시기와 인존에 대한 논지를 요약 정리해 보았다. 그리고 논지에서 ‘인존’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성을 어떻게 설명하는지를 살펴보았다. ‘인존’이란 용어는 1923년 이성영이 발간한 『보광』 창간호 <답객난(答客難)>에서 처음 발견할 수가 있었다. 경전 상에서는 이상호가 1926년 편집한 『증산천사공사기』에서는 발견되지 않고 1929년 편집한 『대순전경』 초판에 처음으로 등장한다. 인존에 대한 문헌적 첫 담론에서 볼 때, 1923년 이전부터 증산을 신앙하는 신도들 사이에서 인존에 대한 담론이 진행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인존에 대한 선행 연구를 보기 위하여 『보광』 창간호에서의 ‘인존’에 대한 담론으로부터 시작하여 2016년 발간한 『대순사상논총』 26집 게재된 김대현의 논문까지 총 30명, 43편의 논문을 찾아 조사해보았다. 43편의 글은 인존에 대한 담론(1편), 인존을 주제어로 한 논문(13편), 인존을 소 목차의 주제어로 한 논문(29편)들이다. 이들의 글을 면밀히 조사, 분석, 정리하여 보니 몇 가지 특징이 나타난다. ①인존이란 용어가 가지고 있는 뜻에 대한 표현의 다양성은 볼 수 있었지만, 인존의 개념에 대한 설명을 살펴볼 때 인존에 함의되어 있는 의미를 이끌어 낸 것은 발견되지 않았다. ②인존을 ‘음양합덕ㆍ신인조화ㆍ해원상생ㆍ도통진경’ 즉 천지공사와 관련시켜 검토한 논문도 발견되지 않는다. ③인존의 구현되는 시기를 구체적으로 기술하는 논문을 찾아보니 그것도 발견하기가 어렵고, 대다수 논문은 인존의 구현 시기를 후천오만년이 시작되는 시점으로 볼 뿐만 아니라, 선천과 후천을 구분하는 시점에 대한 관점도 다른 것을 발견하였다. ④인존이 구현되어 적용되는 대상에 대한 논문을 살펴보니 그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도 찾기가 어려웠고, 대다수의 논문은 인존을 후천의 도통군자로 보는 견해도 많이 발견되었다. ⑤1923년부터 2016년까지 30여 명의 학자가 담론하였지만, 인존에 대한 연구에 있어서 그 연구 간에 연계성도 잘 발견되지 않고, 인존 연구에 대한 발전이 있었다고 판단하기에도 쉽지가 않았다.
인존의 이해를 돕기 위한 몇 가지 논의를 전개하기 위하여 다음과 같은 과정을 밟고자 한다. 선행 연구에서 발견되는 문제점 중의 하나는 선천과 후천의 시대적 구분을 다르게 이해하고 논지를 전개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①『전경』을 중심으로 선천과 후천에 대한 시대적 구분을 구체적이고 정밀하게 조사하여 인존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시대분류 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왜냐하면, 선행논문의 대다수 논문들은 인존의 구현 시기를 ‘개벽 후 후천오만년이 시작되는 시점’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시대분류가 가지는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지 않지만 만약에 인존의 구현 시작 시점이 다르게 해석된다면 그 시작 시기가 주는 의미는 크게 부각되고, 인존에 대한 이해도 달라질 수가 있기 때문이다. ②논문 43편이 규정한 인존에 대한 개념을 정리하여 그 특징을 찾고 또 그 개념에 대한 문제점을 제시하며 아울러 인존에 대한 논지를 전개하고자 한다. ③논문 43편에서 구체적으로 논의된 적이 없는 인존이 인세에 구현되어 펼쳐지는 인존시대의 양상에 대해 논의를 하고자 한다.
논의의 이유는 ‘인존’의 의미와 ‘인존시대’를 해석하기 위한 구절인 ‘모사재천(謀事在天) 성사재인(成事在人)’ 및 ‘신봉어인(神封於人)’에 대한 이해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인존을 이해하기 위한 세 가지 논의를 통하여 인존에 대한 종합적인 개념을 정리하는 데 이 논문의 목적이 있다.
Ⅱ. 인존의 이해를 위한 시대 분류
일 년을 춘하추동의 사계절로 구분하여 살펴보는 이유는 일 년에 담겨 있는 변화의 원리를 명확하게 이해하는 데 훨씬 큰 도움을 받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강증산의 종교 활동을 이해하고자 하는 입장에서 볼 때 우리들은 증산의 말씀을 근거로 하여 춘하추동의 사계절과 같이 명확하게 그 시대를 잘 구분할 수만 있다면 증산의 사상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받을 것이다. 이러한 취지에서 증산의 종교 활동에 대한 시대적 구분을 여러 사람이 논설을 하였지만, 대다수 학자들은 선천과 후천으로만 구분할 뿐만 아니라 이러한 선천과 후천의 구분점에 대한 견해도 다른 양상을 보인다. 예를 들면 『보광』 창간호 「답객난」에서 “천지공사의 종결이전을 선천이라하고, 그 이후를 후천이라 함니다. 선천은 천존지존의 세계라 하고, 후천은 인존의 세계라 함니다.”2)라고 하는 말에서 선천과 후천의 구분점을 증산이 천지공사를 종필한 기유(1909)년으로 보고 있다. 이와 비슷한 관점을 가진 이경원은 ‘대순신앙에서 상제의 천지공사 시기(1901~1909)를 기준으로 하여 그 이전은 선천이 되고, 그 이후는 후천이 된다’3)는 견해를 밝혔다.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학자들은 증산의 종교 활동에 대한 시대 분류를 함에 선천과 후천으로 구분하는 2분법을 탈피하려는 시도는 잘 보이지 않는다. 또 다른 담론으로 송하명은 2016년 ‘대순사상적 관점에서는 상제님께서 강세하신 시기를 기점으로 선천시대와 후천시대로 구분하기도 하며 지금은 그 과도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라고 설명하면서 즉 신미(1871)년을 구분점으로 하는 선천과 후천의 또 다른 분류를 제시하기도 한다.4) 하지만 이 분류는 구천대원조화주신이 인세에 강세하였다는 기념사적인 큰 사건으로 분류할 수는 있지만, 우주의 대변화를 설명하기에는 모호한 면이 있고, 증산의 사상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증산을 중심으로 하여 앞에서 제시된 3가지 분류 안은 증산의 종교 활동을 잘 이해할 수 있는 분류법이라면 문제가 없지만 실제로 이러한 분류법은 증산의 선천과 후천에 대한 설명과 상충되는 부분이 많이 나타난다. 그래서 차선근은 이러한 점을 극복하기 위해서 2013년 『신종교연구』 제29집 「대순진리회의 개벽과 지상선경」이란 논문을 통해서 3단계 분류법을 제시하였다. 차선근은 “증산의 시대 구분은 선천과 후천, 두 가지에 그치지 않는다. 선천과 후천 사이에 비교적 짧은 시간대인 과도기를 더 추가하여야 증산의 시대구분을 제대로 설명할 수가 있다. 과도기는 해원시대 해원기(解冤期), 병겁이 닥치는 병겁기(病劫期), 세상의 점진적인 변화 끝에 급작스럽게 펼쳐지는 대변혁기인 개벽기(開闢期)로 이루어진다.”’라고 설명하면서 선천과 후천이라는 이분법적인 시대 구분을 탈피하였다.5) 즉 천지공사의 시작 시기를 선천의 구분점으로 보고 ‘선천→과도기→후천’이라는 3단계 분류법을 제시하였다. 논자도 비슷한 견해로써 1990년 2월 2일 대진고등학교 교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연수 자료집에서 대순진리를 이해시키기 위한 방법론으로 ‘선천(抱冤)시대→해원의 시대→후천(相生)의 시대’라는 3단계 분류법을 제시하며 교직원을 대상으로 강연한 적이 있다. 그러나 이 논문에서는 철저하게 인존에 대한 이해의 깊이를 더하기 위해서 오직 『전경』에 있는 용어만을 사용한 분류법을 제시하고, 그 용어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 『전경』을 근거로 하여 좀 더 구체적인 논의를 하고자 한다.
강증산을 중심으로 한 시대분류에 있어서 선천과 후천은 기본적인 시대분류이기 때문에 그것에 대한 명확한 규정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선행 작업으로 선천과 후천의 개념에 대해서 명확한 규정을 하고자 한다. 『전경』에서 후천이란 용어가 등장하는 총 구절은 27개 구절이 있다. 강증산이 말한 26개 구절이 있고, 조정산이 말한 1개 구절 및 그와 관련된 구절 2개를 포함하여 3개가 있다. 그 중에서 후천에 대한 개념 규정이 가능한 20개 구절을 <표1>로 정리하여 보았다.
<표1>을 근거로 하여 후천에 대한 시대를 규정해보면 현재가 후천을 묘사하는 정황이 일부 보이기는 하지만 지금이 후천이라 하기에는 미비한 점이 많이 보인다. 다시 말하면 『전경』에서 언급하는 후천에 대한 시대 설명에 비추어 볼 때 그 시작 시기는 앞으로 다가오는 미래 세상의 일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 논문은 선천과 후천을 가름하는 구분점을 제시하기 전에 후천이 시작되는 그 시기를 분명히 알 수 없지만 미래의 어느 시기로 규정한다.
선천과 후천이란 2분법에 근거하여 증산의 사상을 이해하고자 한다면, “선천에서는 인간 사물이 모두 상극에 지배되어”라는 말과 “지금은 해원시대니라”는 말이 상충되어서 설명하기가 어렵다.6) 따라서 후천이 시작되는 미래의 시점을 중심으로 한 선천과 후천을 나누는 2분법은 대순사상을 이해하기에는 적절한 분류법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그래서 논자는 2분법적 분류법을 탈피하여 분류의 단계를 확장하고자 한다. 즉 선천 우주 운행의 법이 종결되고 우주의 새로운 운행법이 시행되는 시점을 찾는 것이다. 그러면 당연히 선천 운행법이 종결되는 시점과 후천이 시작하는 시점 사이에는 간격이 존재할 것이다. 이 간격은 선천의 법이 적용되어 운행된 시간과 후천오만년이란 시간과 비교해볼 때 비록 아주 짧다고 할 수 있지만, 그 우주적 변화에 비추어 보면 그 변화의 크기와 중요성은 그 비교 대상을 찾을 수가 없다고 생각된다. 그래서 그 기간이 비록 짧지만, 근거를 가지고 그 시대를 잘 세분할수록 대순사상에 대한 깊이도 더해질 것이다.
선천 우주운행법이 새로운 우주법으로 변환되는 시점을 찾기 위해서 『전경』에서 선천에 대한 용어를 찾아보니 총 17개 구절이 등장한다. 17개 구절 중에서 선천시대의 개념 규정에 도움이 되는 구절 16개를 아래의 <표2>와 같이 정리하여 보았다.
『전경』에서는 선천개벽 이후의 선천과 후천을 가름하는 구분점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되어 있지만 먼저 <표2>를 통한 정황만으로 설명해보고자 한다. 공사 1장 3절에 “선천에서는 인간 사물이 모두 상극에 지배되어 세상은 원한이 쌓이고 맺혀 삼계를 가득 채웠으니 천지가 상도를 잃어 갖가지의 재화가 일어나고 세상은 참혹하게 되었도다.”라고 하는 설명에서 그 구분점을 어느 정도 추론해 낼 수가 있다. 여기서 선천은 상극이 지배하는 우주원리가 운행되고 있기 때문에 지구상에 펼쳐지는 인간의 역사는 당연히 상극의 심화 현상이 자연히 양성화되어 나타날 것이다. 다시 말하면 개인의 싸움이 집안의 싸움으로, 집안의 싸움이 지역의 싸움으로, 지역의 싸움이 국가나 민족의 싸움으로, 더 나아가 과학의 발전에 편승하여 국가나 민족의 싸움이 동서양 대륙 간의 분쟁으로 번져가는 것이다.7) 즉 역사의 추이에 따라 지구의 대세적 흐름을 볼 때, 대립 양상의 규모가 더 커질 것이며 양자 간의 원한의 깊이도 더 깊어질 것이다.
이러한 상극의 심화가 증대되는 현상을 고쳐서 좋은 세상을 맞이하려면, 반드시 상극이 심화되는 천지운행을 멈추는 동시에 상극의 양상이 감소하는 쪽으로 진행시키는 전환의 작용자 즉 권능자가 있어야 된다. 이러한 전환의 작용자가 천지운행법칙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때가 바로 선천의 종결점으로 이해될 수가 있으며 또 천지운행법칙이 변환하는 시점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증산이 전환자로서의 역할과 관련된 『전경』 구절을 찾아 <표3>으로 정리해 보았다.
<표3>의 행록 2장 12절, 교운 2장 21절과 공사 1장 1절의 근거에 따르면 강증산은 신축(1901)년 봄 천지공사를 시작으로 우주운행법칙을 직접적으로 관장하시며 천지대세를 전환시키는 개벽장의 역할을 수행함을 알 수가 있다. 그래서 이 논문에서는 선천개벽 이후부터 천지공사를 시작하는 신축(1901)년까지를 선천으로 규정한다. 그리고 신축(1901)년부터 후천오만년이 시작하는 시기까지의 간격에 대한 성격을 규정하기 위하여 서론에서 언급한 대로 적절한 용어를 『전경』에서 찾아보았다.
<표4>에서 보이는 4종류의 용어는 선천에서 후천으로 전환되어 가는 중간과정의 용어로 모두 사용이 가능하다. 여기서 4가지 시대 종류에 대해서 논의를 하고자 한다.
①‘개벽시대(開闢時代)’라는 용어에서 ‘개벽’이란 용어가 가지고 있는 원래의 뜻은 ‘새로운 시대’ 즉 ‘새 세상’이 열리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신축(1901)년의 천지공사도 ‘대개벽’이고, 후천 오만년이 열리는 미래의 그 날도 ‘대개벽’이다. 그러면 ‘이 두 대개벽은 무슨 차이가 있을까?’, 또 ‘어느 개벽을 상대적으로 더 큰 개벽으로 보아야 되는가?’라는 질문이 생긴다.
『전경』에서 “지금은 신명시대이니라”, “지금은 신명 해원시대이니라”라는 것을 근거로 볼 때 신축(1901)년의 천지공사 시작은 신명계에서 볼 때 천지신명 모두가 천지변화의 도수를 인지하기 때문에 신명계의 대개벽으로 볼 수 있고, 미래에 다가오는 후천오만년은 인간계에서 인간들이 모두 인지하는 세상을 맞이하기 때문에 인간계의 대개벽으로 볼 수 있다. 여기서 ‘개벽시대’는 선천에서 후천으로 전환되는 시기를 표현하는 적절한 용어이기는 하지만 4개 중에서 하나를 선택한다면 개벽시대를 맞이하여 어떤 원리로 변환하여 가는지에 대한 설명과 표현으로써 그 상징성은 약하다. 그리고 어느 개벽을 더 큰 개벽으로 보는가에 대한 질문은 천지신명들 입장에서 보면 신축(1901)년 개벽을 더 큰 개벽으로 볼 것이고, 인간들 입장에서 보면 미래에 오는 그 날을 더 큰 개벽으로 볼 것이다.
②‘해원시대(解冤時代)’는 선천에서 후천으로 전환되어 가는 과도기를 표현하는 데 있어서 용어로 선택됨에 많은 학자들은 공감하리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신축(1901)년부터 시작하여 그 이후 시간은 ①신축(1901)년부터 기유(1909)년까지의 천지공사 기간, ②기유(1909)년부터 후천이 시작되는 시점까지의 기간, ③후천이 시작되는 시점부터 그 후 오만년까지로 나눌 수가 있다. 이렇게 세 개의 단계로 나눈 기간에서 세 번째 기간도 해원시대로 볼 수가 있는가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후천오만년도 해원시대, 신명시대, 인존시대의 연장선이라고 보고 있다. 그렇지만 여기에 대한 논의는 차후 논문에서 언급할 문제이고 논지의 초점은 천지공사를 시작하는 시점부터 후천이 시작되는 시점까지 『전경』에 있는 어떤 용어를 사용하면 대순사상을 이해하는 데 가장 적절한가에 있다. 즉 후천오만년 시대가 해원시대의 연장선에 있다하더라도 두 번째 시기를 해원시대라고 규정하고자 하는 이유는 후천오만년은 후천적 삶을 지향하는 사람들이 선천에서 만들어진 후천지향적 원(利他的 冤)을 풀어가는 해원의 시대라면 두 번째 기간은 선천 상극 시대에 그 욕망을 풀지 못하고 원이 맺힌 신명들이 선천지향적 원(利己的 冤)을 풀어가는 해원시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두 시기의 해원에서 그 원의 성질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후천은 이상사회로 특화가 가능하고 논의의 초점에서 제외가 가능하기에 때문에 ‘선천지향적 해원시대’에서 ‘선천지향적’을 생략한 ‘해원시대’로 규정하는 것도 천지공사를 이해하기 위한 목적성 용어 사용에 부합된다.
여기서 두 번째의 시기를 해원의 시대라고 볼 수 있는 근거는 『전경』 예시 74절에 보인 바와 같이 경술(1910)년 한일합방은 일본의 원을 풀어 주는 역사적인 극명한 사실8)이므로 해원시대로 규정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첫 번째 시기인 신축(1901)년부터 기유(1909)년까지의 천지공사 기간을 해원시대로 규정할 수가 있는가이다. 이에 대한 답은 인식 가능한 인간계 사회 현상에서는 찾기 어렵지만 『전경』에서는 그 근거를 볼 수가 있다. 그 근거로 증산이 ‘지금은 신명 해원시대이니라’라고 한 내용과 증산의 ‘명부공사’9)에서 볼 수 있다. 따라서 천지공사 기간을 ‘해원시대’에 포함시켜도 무방함을 알 수 있다. 이어서 이 논문은 신축(1901)년부터 후천이 시작되는 시기까지를 대순사상을 이해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해원시대로 규정한다.
셋째, ‘신명시대(神明時代)’라는 용어의 사용이다. 이 용어도 그 적용 시기는 ‘해원시대’와 동일하다. ‘신명시대’가 의미하는 것은 선천에서 신명들이 소극적10)으로 인간들과 관계를 소원하게 하다가 증산의 천지공사로 인하여 신명들이 능동적으로 인간들과의 관계를 적극적으로 하여 나가는 시대를 맞이하였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신명시대’는 ‘모사재천(謀事在天)’11)을 상징하는 말로 여겨진다. 그렇다면 시대분류에서 이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개벽시대’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에 비해 대순사상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개념이지만, ‘신명’이란 용어는 보편적으로 다양하게 사용되는 용어이기 때문에 ‘신명시대’는 ‘해원시대’에 비해 대순사상을 상징하는 데 그 고유성은 부족한 것으로 여겨진다.
넷째, 마지막으로 ‘인존시대(人尊時代)’라는 용어의 사용이다. 먼저 ‘인존시대’가 적용되는 시기는 많은 학자들의 견해와 달리 『전경』 교법 2장 56절의 “이제는 인존시대라”를 액면 그대로 이해하여 앞의 ‘해원시대’와 ‘신명시대’와 동일하게 시작된다는 논지를 앞으로 전개하고자 한다. 인존시대를 대순사상의 이해를 위한 시대분류 목적성에 비추어 볼 때 그 차별성은 매우 높지만 그 함의되어 있는 뜻이 깊어 변화에 대한 의미 전달력이 약하다. 따라서 분류법의 단순화를 위해 하나의 용어를 선택한다면 ‘해원시대’가 가장 적절하다고 볼 수 있다. 어쨌든 이 ‘인존시대’는 종지와 마찬가지로 대순사상에서만 볼 수 있는 중요한 사상이기 때문에 다음 장에서 깊이 논의하고자 한다.
Ⅲ. 인존시대와 해원시대의 관계
“천존과 지존보다 인존이 크니 이제는 인존시대라”12)라는 말을 연구 주제로 삼아 담론 및 연구한 집필자 30명과 그와 관련된 글 43편을 찾아보았다. 아래 <표5>는 담론 및 연구자 30명이 ‘인존’에 관한 논지를 모아서 시간 순으로 나열 및 요약정리를 하여 보았다.
<표5>13)에서 인존에 대한 견해를 분석 정리를 해 보니 크게 4종류로 나눌 수가 있었다.
①『보광』 창간호 <답객난>에서 “인존(人尊)은 인류의 길흉화복(吉凶禍福)이 모다 자기의 소소(所召)에 잇다하야”라는 말은 ‘인류의 길흉화복은 자기가 불러오는 것이다’라고 설명하는 것이다. 이것은 “천지 종용지사(天地從容之事)도 자아유지(自我由之)하고 천지 분란지사(天地紛亂之事)도 자아유지하나니”14)와 그 의미를 같이하고 있다. 즉 과거ㆍ현재ㆍ미래라는 시간과 관계없이 인간은 본질적으로 천지와의 이러한 유기적 관계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답객난>의 인존에 대한 해석은 증산의 ‘인존시대’에 대한 고유성을 보인다고는 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인존의 시작시기를 기유(1909)년으로 보고 있는 점은 다른 대다수 연구자와 차별성을 보이고 있다.
②신순갑과 배종호가 ‘인존’을 ‘홍익인간(弘益人間)’의 구현으로 보는 견해는 인존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독특성을 부각하였다고 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홍익인간의 ‘인간을 널리 이롭게 하라’는 그 뜻은 높다고 할 수 있지만, 그 관계성에서 볼 때 군주와 백성 간의 정치철학으로 이해될 수가 있으므로15) 신명계와 인간계에 대한 관계성으로 보기 어렵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홍익인간의 이념은 인간 대 인간의 관계에서 사람이 사람을 귀하게 여겨 사람을 이롭게 하라고 한 것이므로 이러한 사상은 인류 역사에서 많이 대두된 사상이다. 따라서 역사 이래로 세계의 다양한 사상과 차별화되는 대순의 고유한 인존사상과는 부합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③26명의 학자들은 모두 인존이 구현되는 시작 시기와 후천이 시작되는 시작시기를 동일 선상에서 보고 있다. 그리고 인존이란 천지운행도수가 적용되는 대상에 대한 견해도 두 그룹으로 나누어진다. 즉 도통군자와 같은 소수 그룹에만 적용되는 인존과 후천의 삶을 살아가는 창생군자를 포함한 모두에게 적용되는 인존으로 나누어짐도 볼 수가 있었다. 그리고 26명의 논자들 중 거의 대다수가 인존을 ‘도통군자’와 동일하게 보고 있음도 알 수 있었다. 물론 이렇게 보는 견해가 틀렸다는 것은 아니다. 단지 인존에 담겨 있는 깊은 함의를 밝히지 못하고 너무 인존이란 용어의 미학(美學)적인 어휘력만 발휘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 이유는 26명의 논자들이 증산의 “이제는 인존시대라”라는 말에서 ‘이제’를 앞으로 다가오는 ‘미래의 후천이 시작되는 시기’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논자 어느 누구도 ‘이제’에 대한 논의가 없었다는 것이다. 만약 ‘이제’에 대한 시기적 해석이 증산의 천지공사 시기로 소급되어 적용된다면 ‘인존’에 대한 이해를 완전히 달리해야 할 것이다.
④송하명은 인존의 시작 시기에 대한 논지에서 인존의 시대가 지금 시대에 구현되고 있다고 설명하지만, 그 구체적인 소급 시기에 대해서는 언급하고 있지 않다. 그리고 인존이 가지고 있는 우주적인 시스템적 역할에 대한 설명도 보이지 않는다.
<표5>의 분석에 따르면 1923년부터 2016년까지 인존에 대한 여러 편의 논문이 나왔지만, 논문 간에 비교 검토도 없었고 인존의 이해의 깊이에 대한 점진적인 진보를 가져 왔다고 판단하기도 어렵다. 따라서 이 논문에서 인존이 적용되는 시작 시점을 어느 시기까지 소급할 수 있는가와 ‘인존시대’가 ‘개벽시대ㆍ해원시대ㆍ신명시대’와 어떤 유기적 관계성을 가지고 있는가에 초점을 맞추어 보고자 한다.
증산이 “천존과 지존보다 인존이 크니 이제는 인존시대라”라고 한 말에서 ‘천존과 지존보다 인존이 크니’를 해석해보고자 한다. 하늘과 땅은 인격성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천존과 지존을 하늘과 더불어 같이하고 있는 신명의 존귀함과 땅과 더불어 같이하고 있는 신명의 존귀함으로 이해하여 다시 풀어보면 ‘하늘 신명의 존귀함과 땅 신명의 존귀함보다 인간의 존귀함이 더 크다’라고 해석을 할 수 있다. 이것은 적어도 이제까지 인간보다 더 존귀했던 천지신명이 그동안 우주운행 도수를 담당하여 왔다면 이제부터는 천지신명보다 더 존귀해진 인간이 천지운행도수에 관여할 가능성을 보이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강증산의 천지공사는 천지신명보다 인간이 더 존귀함을 보여주는 실제적인 사례이기 때문에 인존의 구현이라고 할 수 있다. ‘구천대원조화주신’인 강증산이 신명계에 있을 때는 당연히 최고신(最高神)이었지만, 인세에 강세하였을 때는 인간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래서 인간 증산이 9년간의 천지공사를 통하여 신명계의 신명들을 개편16)하는 공사를 본 이 종교 활동은 인간이 천지신명보다 더 존귀함을 보이는 실제적인 사례가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구체적으로 보면 신축(1901)년 봄 대원사에서 49일 동안 천지신명을 심판한 일17)은 인존시대의 시작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이다. 이는 인존시대의 첫 주자가 증산 본인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천지운행법칙의 모든 변화가 증산의 말과 행동으로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이치에도 부합된다.18) 당연히 도주 조정산, 도전 박우당도 여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소인은 말이 행동보다 앞서지만, 대인은 말보다 행동이 앞선다. 하물며 인간 상제인 증산은 당연히 말보다 행동이 앞선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인존시대의 구현 시작 시기는 증산이 ‘이제’라고 종도들에게 선포한 시기보다 더 앞선 시기에 천지운행법칙에 적용되어 운행되고 있었으리라고 여기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인존의 실제적인 구현 시작 시기는 신축(1901)년 봄 대원사에서 천지신명을 심판한 공부로부터 시작하였다고 본다. 그리고 상제의 위격을 가진 증산을 제외하고 평범한 사람들에게 인존시대는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그것에 대한 답을 찾아보고자 한다.
답을 찾기 전에 선행 논문에서 인존을 도통군자와 동일하게 보는 견해를 먼저 논하고자 한다. 도통은 도즉아(道卽我) 아즉도(我卽道) 즉 천지와 하나가 되어 천지만물을 주관할 수 있는 경지를 말하는 것이다19). 따라서 인존을 도통과 동일 선상에서 보면 인존은 도통에 대한 표현만 달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인존이란 용어의 미학적 어휘력만 부각되지 인존에 담겨 있는 함의는 발견하기 쉽지 않다. 즉 도통을 하면 자연히 천지신명은 그를 받들고 그의 명을 수행하기 때문에 굳이 ‘모사재천(謀事在天) 성사재인(成事在人)’20)이라는 선언이 필요하지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대순사상의 ‘인존시대’가 왜 인류의 역사 이래로 유례가 없는 차별화된 고유한 사상인가를 밝히려면 신명과 인간의 관계에서 다시 재조명을 해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즉 신명과 인간관계에서 인간이 갑의 도덕성과 능력을 갖추어서 갑의 역할을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그렇지만 인간의 도덕성과 능력을 갖추지 않았는데도 갑의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이것은 시대의 대변혁인 것이다. 즉 인간이 도덕성과 초월적인 능력을 가지지 않은 상태에서 성사재인(成事在人) 시대를 열어나가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이것이 우주적 시스템으로 어떻게 가능한가를 보고자 하는 것이다. 일단 증산께서 천지공사를 통하여 후천오만년이란 무궁한 선경세상을 열어 미래를 보장하여 놓았다. 이러한 신명계의 변화를 인간계의 인간들은 소수 몇몇을 제외하고는 알 수가 없지만 신명계에서는 천지신명에게 선포되어 알려질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변화의 사실을 알고 있는 모든 천지신명들은 후천선경에 동참하기 위한 적극적인 움직임이 자연히 발생한다. 이것을 증산께서 ‘이제는 신명시대이다’라고 하신 것으로 여겨진다. 여기서 다음과 같은 조건이 붙는다면 즉 후천을 지향하는 모든 천지신명들이 신명계에서만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고 인간계와 유기적 관계를 가지고 모든 문제를 풀어나가도록 시스템적 법칙으로 정해 둔다면 자연히 천지신명은 그 도수에 따라 움직이게 될 것이다. 즉 인간계의 인간을 도와서 인간의 선천 지향적 원과 후천 지향적 원을 풀어주는 공로로 후천의 복록을 보장해준다면 자연히 신명들은 선천에서 인간들을 향하여 소극적으로 움직이는 갑의 입장에서 구조적으로 변화하여 적극적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는 을의 입장으로 변모하게 되는 것이다.21)
사례를 찾아보면, 선령신들이 신명계에서 쓸 만한 자손을 타 내기 위하여 지극한 공을 들인다는 사실이다.22) 지금까지 동서고금을 통하여 자손을 얻기 위한 노력의 사례는 많았다. 그렇지만 그 모든 것은 인간의 노력이었지 신명의 노력에 의한 것은 아니다. 또 다른 사례로, 선천에서는 후사를 못 둔 중천신은 후손을 두고 있는 황천신으로부터 물과 밥을 얻어먹고 왔는데,23) 증산이 천지공사를 통하여 중천신으로 하여금 후손을 둔 자손들의 도통을 심사하는 심사원으로 정하였다면 중천신은 황천신으로부터 얻어먹는 을에서 대접받는 갑으로 순식간에 바뀐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것도 인존시대라는 우주의 구조 즉 시스템적 변화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이 증산의 대원사 공부를 기점으로 하여 증산은 신명계와 인간계의 유기적인 관계변화를 이렇게 하였다는 선언이 바로 “이제는 인존시대이니라”라고 하신 것이고, 인존시대의 우주운행법칙은 ‘모사재인 성사재천’24)에서 ‘모사재천 성사재인’으로 바뀐다고 구체적으로 밝힌 것으로 이해된다. 이것은 인간의 도덕적 완성과 무관하게 적용되는 우주의 구조적인 변화인 것이다. 즉 신명과 인간의 유기적 관계에서 인존이란 시스템적 변화가 있어야만 천지신명들은 인간을 위한 적극적인 움직임이 있고, 이로 인하여 인간은 해원시대를 맞이하며 진정한 평화의 세계로 갈 수가 있다.25) 따라서 인존시대는 인간계의 해원시대를 열어가는 전제 조건이 되며 해원시대를 열어나가는 우주의 구조적인 운행법칙을 함의하는 것이다.
Ⅳ. 인존시대의 적용 양상에 대한 추이
이 단락에서 논의의 초점은 인존이 적용되는 양상이 첫째, 처음부터 끝까지 특정한 소수 집단에게만 적용되는 법칙인가? 둘째, 처음부터 끝까지 전 인류 모두에게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법칙인가? 셋째, 특정 몇몇 인으로부터 시작하여 특정 소수 집단 혹은 후천 인류 모두에게 적용되는 법칙 즉 점진적으로 확산되어 가는 형태인가에 대한 관심이었다. 결론적으로 앞 단락의 논의에 의하면 인존의 적용 양상은 세 번째에 해당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 부분에 대한 논의를 좀 더 해보고자 한다.
인존시대의 처음은 신축(1901)년부터이고 그 끝은 후천오만년까지 이어갈 것이다. 논의에서 인존시대의 시작은 신축(1901)년 봄부터라고 규정하였고, 인존시대가 구현되는 첫 시작은 증산 본인 한 사람으로부터 비롯된다고 하였다. 이러한 결론에서 다음의 질문은 인존시대의 양상이 증산에서 특정 소수 집단 즉 일만 이천의 도통군자로 귀일할 것인가? 아니면 후천의 도통군자와 창생군자를 모두 포함한 전체로 귀일할 것인가이다. 결론은 전체로 귀일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결론은 앞 단락에서 인존시대를 신명계와 인간계 사이에서 유기적 관계를 갖는 시스템으로 이해하여 이끌어 낸 추론에 근거하기 때문이다. 인존시대를 인간계와 신명계 간의 유기적인 관계를 가진 시스템에서 볼 때 후천은 인간계의 개벽을 통하여 인존시대가 완전히 완성되어 구현되는 시기인 것이다. 다시 말하면 인존은 일만 이천의 도통군자인 소수 집단에만 적용되는 원리가 아니고 창생군자를 포함한 모든 인간들에게 적용되는 원리인 것이다. 즉 인간계의 개벽을 통하여 후천오만년이 시작되면 천지인 삼계는 완전한 상생의 우주법칙이 적용되므로 신명계와 인간계 간에 막혀 있는 모든 길이 열리게 된다. 그러면 인간 모두는 신안이 열려 신명들을 다 볼 수가 있으며 또한 인간 각 개인의 기국에 따라 연고와 부합되는 다수의 신명들과 감응 합일하여 살아가는 세상을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이 시기는 후천을 지향하는 모든 천지신명들이 대기를 하고 있다가 개벽을 통하여 신봉어인(神封於人)26) 하고자 하는 사람을 찾아 그 기국에 따라 신봉어인하는 시대를 맞이한 것이다.27) 물론 이 신봉어인은 단지 도통군자에게만 해당되는 경우는 아니다. 각 유불선 도통신들은 도통군자와 서로 신인합일하여 후천오만년을 함께 하겠지만 후천에 가는 신명은 도통신명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창생군자들도 각자의 특징과 기국에 부합되는 신명들과 합일하여 살아가는 세상이라고 할 수 있다. 종합하면 인존시대의 변화 추이는 증산으로부터 시작하여 도통군자와 창생군자의 전체로 귀일되는 형태이다.
인존시대를 인세의 해원시대를 열어가는 천지운행의 시스템적 법칙으로 이해한 입장에서 볼 때 인존을 연구함에 있어서 ‘신봉어천ㆍ신봉어지ㆍ신봉어인’을 동일 시간상에 두고 같은 의미로 간주하여 논의를 하면 인존시대가 주는 근본적인 의미를 보기가 어렵다고 생각된다. 물론 후천의 도통을 목적으로 삼는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도통을 설명하는 좋은 방편은 될 수 있지만 인존시대가 주는 전체적인 맥락은 놓치기 쉽다고 생각된다. 즉 신봉어인은 후천에 당연히 적용되는 원리이지만 신봉어인이 적용되지 않은 후천이전 해원시대에도 인존시대의 개념은 통용되기 때문이다. 인존시대의 이해는 모사재천의 이해이고, 모사재천의 이해는 신명시대의 이해이고, 신명시대의 이해는 신명들이 인간 세상의 해원을 위하여 인간의 결정에 의존하며 적극적인 자세로 임한다는 것에 대한 이해이다. 이러한 사례를 『전경』에서 보고자 한다.
대략 정미(1907)년부터 기유(1909)년 사이에 증산은 공우에게 마음으로 천문지리를 찾아보라고 지시를 하였지만 공우는 속으로 풍운조화를 생각하였다. 이로 인하여 그날 밤에 눈비가 내렸다28)는 내용에서 인존의 의미를 보고자 한다. 증산이 천지공사를 보시면 증산 주위에 천지신명이 항상 대기를 하며 천지공사를 돕거나 의견을 제시하거나 명을 모시고 일을 하는 등 다양한 일을 한다. 증산이 공우에게 천문지리를 찾아보라 하는 내용은 주변 천지신명이 공우의 생각에 따라 공우를 도와 천문지리에 대한 무엇인가를 밝히라는 것으로 이해되는데, 공우가 풍운조화를 생각하니 주변의 신명들이 증산의 명과 별도로 공우의 생각에 따라 그날 밤에 눈비가 내리는 풍운조화를 역사했으니 이는 바로 인간의 의사에 따라 신명이 ‘성사재인’하는 인존시대의 한 면모를 보여주는 것이다.
무신(1908)년 12월에 “「경석은 성(誠) 경(敬) 신(信)이 지극하여 달리 써 볼까 하였더니 스스로 청하는 일이니 할 수 없도다」고 일러주시고 또 「본래 동학은 보국안민(輔國安民)을 주장하였음은 후천 일을 부르짖었음에 지나지 않았으나 마음은 각기 왕후장상(王侯將相)을 바라다가 소원을 이룩하지 못하고 끌려가서 죽은 자가 수만 명이라. 원한이 창천하였으니 그 신명을 그대로 두면 후천에는 역도(逆度)에 걸려 정사가 어지러워지겠으므로 그 신명들의 해원 두목을 정하려는 중인데 경석이 12제국을 말하니 이는 자청함이니라.”29)라는 증산의 말에서 인존시대의 의미를 찾아보고자 한다. 차경석은 정미(1907)년 5월경 상제를 만나 기유(1909)년까지 대략 2년을 성ㆍ경ㆍ신을 다해서 상제를 수종하였다. 여기서 증산의 말에 의하면, 경석이 증산을 추종하는 것은 그가 신선이 되기 위한 목적보다는 증산의 무한한 권능의 덕을 입어 선천적 부귀영화를 누리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증산은 후천이 아닌 해원시대를 맞이하여 선천적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도록 공사를 본 것이다. 이 공사에서 증산은 동학농민운동 때(1894.4-1895.4) 조선 정부의 국력이 너무나 쇠한 틈을 타 동학농민운동을 계기로 삼아서 선천의 부귀영화에 뜻을 두고 고생하며 전쟁을 치르다 죽은 신명이 수만 명이 넘는다고 하시면서, 차경석과 그 꿈을 같이 한 수만 명의 죽은 신명을 경석 한 사람에게 다 응하게 한 것이다. 여기서 경석은 1916년 고수부(고판례)로부터 교권(敎權)을 장악한 후30) 1936년 죽을 때까지 임금에 못지않은 영화를 누렸다.31) 그러면 이러한 영화는 차경석 혼자만 해원을 한 것인가? 여기에 대해서 증산의 “지금은 신명 해원시대이니라”라는 말과 이 구절에 근거하면 수만 명의 억울한 신들도 차경석과 더불어 부귀영화를 누리며 해원을 하였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수만 명의 신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차경석과 더불어 영화를 누렸는가 아니면 해원두목 차경석을 도와 부귀영화로 해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기 위하여 모두 다 같이 ‘모사재천’하였는가? 답은 분명히 후자일 것이다. 이것은 해원시대에 펼쳐진 또 다른 ‘모사재천 성사재인’의 한 모습이기도 하다.
어쨌든 과학문명의 발전에 따라서 인간들이 신명에 대한 의존도가 약해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학이 계속 지속적으로 발전하는 그 근본 이유32)는 인간들의 노력도 분명히 중요하지만, 후천을 도모하는 과학문명신들이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인간에게 응하여 그 결과가 인세에 펼쳐지게 하려는 모사재천(謀事在天)의 결과로도 볼 수가 있는 것이다. 또 신명의 의존도가 약해진다는 것은 그에 비례하여 인존이 구현되는 영역이 확장된다는 의미를 가지기도 한다. 즉 자연의 눈 비 가뭄 등에 대한 인간의 통제력 증대, 사람들의 병에 대한 치유력 향상, 그리고 사람들의 평균수명 연장 등은 다 인존의 영역이 확장되어 가는 한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도전 박우당은 “지금은 옛날보다 인존시대가 많이 되었다.”33)라고 한 것이다.
Ⅴ. 닫는 글
이 논문에서 연구논지는 ①인존은 언제부터 구체적으로 구현되었는가? ②인존은 신명계와 인간계 사이에서 어떠한 유기적 관계를 가지고 있는가? ③인존시대를 맞이하여 신명계와 인간계 사이에서 ‘모사재천’하고 ‘성사재인’하는 인간계의 구체적인 모습을 통하여 그 형태적 흐름이 어떻게 되는가?’ 등 3가지이다. 이러한 논점에 대하여 선행 연구에서 살펴보니 대두되는 문제점이 몇 가지 있었다. ①인존에 함의되어 있는 개념을 잘 이끌어 낸 것은 발견되지가 않는다. ②인존을 천지공사와 관련시켜 검토한 논문도 발견되지 않는다. ③대다수 논문은 인존의 구현 시기를 후천오만년이 시작되는 시점으로 볼 뿐만 아니라 논자들 사이에서도 선천과 후천을 구분하는 시점이 다르다는 것도 발견된다. ④인존이 구현되는 대상에 대한 심도 있는 논문도 찾기가 쉽지 않다. ⑤인존에 대한 연구 간의 연계성도 잘 발견되지 않고, 연구 간에 발전이 있었다고 판단하기에도 쉽지가 않다. 따라서 이 논문을 통하여 선행 연구에서 발견되는 문제에 대한 답을 제시하고, 다른 논지를 다음과 같이 전개하였다.
논지를 전개하기 전에 『전경』을 중심으로 선천과 후천에 대한 시대적 구분을 구체적이고 정밀하게 조사하여 인존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시대분류 안을 제시하였는데, 그 이유는 선행논문의 대다수 논문들은 인존의 구현 시기를 개벽 후 후천오만년이 시작되는 시점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시대분류가 가지는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지 않지만 만약에 인존의 구현 시작 시점이 다르다면 그 시작 시기가 주는 의미는 크게 부각되고, 인존에 대한 이해도 달라질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장 먼저 이에 대한 연구를 통하여 ‘선천(신축년)→해원시대(개벽시대; 신명시대; 인존시대)→후천(후천오만년이 시작되는 날; 미래의 그 날)’이라는 시대분류 안을 제시하였다. 그리고 ‘인존은 언제부터 구체적으로 구현되었는가?’의 첫 번째 질문에 대해서 인존의 첫 주자는 강증산이고 그 시기는 신축(1901)년으로부터라고 규정하였다. 그리고 ‘인존은 신명계와 인간계 사이에서 어떠한 유기적 관계를 가지고 있는가?’라는 두 번째 질문에 대해서 선행 대다수 연구자들이 인존을 도통군자로 이해하는 데 반하여 신축(1901)년부터 인간계의 해원시대를 열어가는 전제 조건이 되며 인존은 해원시대를 열어나가는 우주의 구조적인 운행법칙을 함의하는 시스템적 법칙으로 규정하였다. 즉 인존시대는 개벽시대, 신명시대, 해원시대와 동일한 시간상에서 진행되는 천지공사의 시스템적 이치로 이해하였던 것이다. 마지막으로 ‘인존시대를 맞이하여 신명계와 인간계 사이에서 모사재천하고 성사재인하는 인간계의 구체적인 모습을 통하여 그 형태적 흐름이 어떻게 되는가?’의 질문에 대해서는 시간은 신축(1901)년부터 후천이 시작되는 시기까지이고, 대상은 인존의 첫 주자인 증산으로부터 시작하여 도통군자와 창생군자들로 귀일되는 흐름으로 규정하였다.
인존시대에서 인존의 구현 변화과정을 연구하는 것은 해원상생을 연구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대순사상을 깊이 이해하는 데 필요한 공부 방법이지만 이 논문에서는 깊이 논하지 않고 개론적으로만 논의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