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론
인간은 사후 세계에 대한 정체와 그 깊이를 알 수 없기 때문에 인생의 마지막 끝이 어디인지 모르는 사람에게 ‘죽음’1)은 두려운 존재로 다가오고 어떻게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지 알 수 없다. 그래서 인간이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하여 향후 사후세계에 대한 세계관에 따라서 각각의 삶의 태도는 차이를 보인다. 고대인들의 마음속에 변함없이 자리 잡았던 한 가지 원칙은 죽음이 삶의 형태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사후 생존이 고위 엘리트 계급인 통치자와 그 가족에게만 허용되었고, 나중에는 사회적 지위나 명예와 관계없이 살아생전에 얼마나 많은 덕을 쌓았느냐가 사후의 생존을 결정하게 되었다. 고대에는 사후 생존이 누구에게나 허용되지 않아서, 사후에 영생으로 살아남기 힘들었다. 그래도 사후에 제대로 된 매장의식을 치르지 않거나 후손이 정기적으로 제사를 올리지 않고 죽은 조상을 돌보지 않으면 지속적인 사자의 사후 영생이 보장되지 않았다. 또한, 한 인간이 내세에서 영생할 수 있는 환경은 주로 후손들이 봉헌하는 공물과 부장품에 의해 결정되었다.2) 그러므로 “삶과 죽음에 대한 생사관은 인간이 삶을 어떻게 영위할 것인가 하는 방향을 설정해 주는 생사관의 가장 중요한 문제가 된다.”3)
유사 이래 모든 사회, 종교, 종파의 주도세력은 자신의 필요에 따라 사후세계를 설정했다.4) 그러므로 모든 종교는 사후세계를 어떻게 정의하고 살아 있을 때 그것을 맞이하는 준비과정의 집단으로 규정할 수 있다. 사후세계에 대한 정의를 통하여 현재의 삶을 규정하여 집단의 규범을 정한 것이 종교이다. 한 종교의 사상적 특징을 살펴보는 데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것은 종교가 지향하는 이상인격과 이상사회의 내용이다.5) 이러한 측면에서 한 사회의 사후세계에 대한 이해는 현재의 삶에 대한 목표를 가름할 수 있고, 그러한 구성원이 모여 있는 집단은 하나의 종교를 이룬다. 이것은 또한 특정 종교집단의 사후관을 통하여 현실의 삶의 목표가 무엇인지 알 수 있는 지표로 삼을 수 있다. 그래서 “한 사회의 생사관을 이해하는 것은 그 사회의 문화와 가치를 이해하는 척도가 될 수 있다.”6)
대순진리회의 도인들은 도조 증산(姜一淳, 1871~1909)을 신앙의 종조로 하고, 증산의 사후에 그 종통을 이어받은 도주 정산(趙哲濟, 1895~ 1958)에 의하여 증산을 ‘구천응원뇌성보화천존강성상제’로 받들었으며, 조정산에 의하여 종통을 물려받은 도전 우당(朴漢慶, 1917~1996)에 의하여 대순진리회의 공동체가 이루어진다.7) 대순사상의 전개는 강증산의 천지공사에 그 기틀을 두고 있으므로 조정산과 박우당의 종교적 활동 연원과 원천은 증산의 천지공사에 따른 도수 안에서 이루어진다.8) 대순진리회는 “정산이 설립한 무극도(1925, 정산)에서 태극도(1948, 정산)를 거쳐서 대순진리회(1969, 우당)로 종단의 명칭이 변하였고, 박우당은 우리 도(道)는 신도(神道)임을 누차 말하였으나 깨닫지 못함은 신도와 인위적(人爲的)인 사도(邪道)를 구별하지 못한 까닭이다9)라고 하였다. 대순진리회는 무극도를 창건한 정산의 유법(遺法)과 유지(遺志)를 이어 창설된 종단으로 증산의 신도가 맥이 된다.”10) 『전경』에서 증산은 내세에 대하여 신들이 모여 사는 신명계와 인간들 모여 인간계를 구분하여 사용하고 있고, 죽은 사람을 영혼, 귀신, 그리고 선령 등의 용어를 사용한다.
대순진리회가 신앙의 대상으로 여기는 증산의 사후 세계관에 관한 연구로는 김탁의 증산교의 인간관에 관한 연구11), 김홍철의 증산교에 나타난 신명계의 질서와 관련한 인간의 사후세계를 연구12), 고남식의 대순사상의 목적인 지상천국과 지상신선이 죽음의 타파라는 면에서 이루어지는 새로운 이상세계관의 생사관 연구13), 차선근의 근대한국의 신선관념 변용에서 중국과 한국의 신선관념의 비교를 대순사상을 중심으로 한 연구가 있다.14) 그러나 이러한 기존의 연구는 대순진리회의 신선사상을 도교와 상관성에서 찾고자 하는 시도가 대부분이었고, 대순진리회가 이루어 놓은 도장이나 의례 등을 통하여 현실적인 대순진리회의 지상신선의 세계관과 관련하는 연구가 단편적으로 이루어졌다. 대순진리회의 도인들이 모이는 도장을 실제 방문하여 풍수적인 답사를 해보면, 이상세계 실현을 위한 천상세계의 별자리 명칭들을 지상에 옮겨 놓은 천장길방에 해당하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대순진리회의 도장은 지상에 이루어 놓은 진리를 탐구하는 세계관이 담겨 있는 공간이다. 도인들은 그곳에서 치성을 드리고, 공부를 하며, 도통진경의 세계관을 구현하고자 한다. 대순진리회에서 영대는 신앙의 대상으로 하는 구천상제를 비롯한 15신위를 모시고 의례와 배례를 하는 성스러운 공간이다. 이러한 공간은 대순사상에서 특별한 의미가 있는 곳에 위치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 착안하여, 특히 본 논문은 대순진리회의 여주본부도장 입지와 영대의 위치 그리고 청계탑에 담겨 있는 대순진리회의 지상신선 세계관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에 본 논문에서는 증산의 신선의 사용 용례를 검토하고, 현재의 대순진리회에서 보여지는 지상신선 세계관을 여주본부도장을 위주로 풍수적 측면과 종교적 측면으로 구분하여 연구하고자 한다.
Ⅱ. 대순진리회의 도조 증산의 신선관
신선사상은 인간의 최대 난제인 죽음의 문제를 푸는 것에서 시작한다. 일반적으로 신선들이 사는 세계는 천상의 세계이고 사후의 내세이다. 그렇다면 지상신선의 세계는 무엇인가? 지상에서의 신선과 같은 삶을 의미한다. 신선세계가 사후의 내세관에서 설정된 사후세계라면, 지상신선세계는 살아 있는 동안에 천상에서의 신선세계와 같은 공간에서 신선처럼 생활하는 것이라 정의해본다. 사후에도 신선의 세계를 희망하지만, 현실의 삶에서도 신선과 같은 세계를 구축할 수 없는지 의문이다.
고대의 신선이란 무엇을 말하는가? 중국고전의 기록에서 찾아보면 다음과 같다. 『한서ㆍ예문지』에는 ‘신선(神僊)’15)이란 성명(性命)의 참됨을 보존하고, 세상 밖에서 그것을 구하고자 유유자적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하며, 죽음과 삶을 동일시 여기었다.16) 여기에서 성명(性命)이란 처음에 타고난 성품의 수명을 의미한다. 즉, 신선사상은 주나라 이전에 이미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신선이란 타고난 수명을 보존하기 위하여 일상적 사람들이 사는 세상 밖 깊은 산중에서 타고난 수명을 해치지 않고 불로장생하는 사람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전통적인 유교의 논리에서는 세상을 벗어나 산중에서 장생불사를 도모하는 것에 대한 시선이 부정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다른 측면에서 보면 모든 사람들은 자신의 수명을 보존하고 무병무우(無病無憂)하게 지상에서 장생불사 하고자 하는 욕구를 가지며, 사후에도 천상에서 신선이 되어 오래도록 평화로운 세상에서 천상신선이 되고자 한다.
유가에서는 죽으면 기가 흩어져 혼과 백으로 분리되고, 특별히 다른 내세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유체는 좋은 땅에 갈무리하여 신령이 편안해야만 자손이 번창하고 제사가 끊이지 않는다고 죽음에 대하여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죽음에 이르러 죽지 않고 장생불사가 가능하다는 새로운 인식의 전환이 고대의 동이족이 살았던 국내성과 졸본 지역을 중심으로 하여 안시성 넘어 연나라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생겨나서 새로운 동북아시아의 장생불사의 신선사상이 탄생하기 시작하였다.17)
『포박자』의 저자인 갈홍(葛洪, 283~343)이 살았던 3세기 말부터 4세기 전반 위진시대에는 전란이 많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전란을 피하여 산속에 들어가서 어지러운 세상을 피하여 살았던 사람들이 많았다.18) 신선사상은 선진시대에 노자와 장자의 무위자연에서 싹트고, 전국시대말기부터 진한시대 초기에 흥행했던 황노사상과 방선사상을 거쳐서 한대의 상수학이 발전하였고, 황건적의 난으로 사회개혁을 목표로 한 태평도와 천사도에 의하여 신선사상이 완성되고, 위진시대에는 혼란한 시대를 피하여 산속으로 피신하고, 남북조시대에 이르러 본격적인 신선사상을 주제로 한 종교로서 도교가 탄생하였다.19)
포박자도 세상 사람들이 신선의 존재에 대하여 의심하는 것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만약 저 선인이 약물로써 몸을 기르고, 방술로써 생명을 연장하며, 몸 안에 질병이 생기지 않게 하고 밖으로부터 해가 되는 것이 들어오지 않게 하면, 비록 오래도록 죽지 않을 뿐 아니라 옛 몸뚱이 그대로일 것이니, 진실로 그 도를 얻으면 그리 어려운 것만은 아니다. 그러나 천박한 지식을 가진 자들은 속세의 상식에 얽매어, 모두 ‘세간에서 선인을 본 적이 없다’고 하면 곧 ‘천하에 이러한 일이 있을 리 없다’고 단정해 버린다.”20) 이는 그 때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신선의 존재를 믿지 않으려 했기 때문이다.
『포박자』는 신선이 되는 신약이 있어서 선단금액(還丹金液)21)을 복용하는 방법이 있다고 했다. 그래서 신선이 되는 선약을 반만 복용하고 지상에서 신선으로 살다가 하늘로 승천하고자 할 때 나머지 반을 복용하면 죽음도 걱정할 필요 없이 불로장생하면서 잠시 지상에서 쉬거나 명산에 들어가 신선이 되어 유유자적하게 지상에서 살 수 있다고 하였다.22) 선단금액을 만드는 것은 누구나 만들 수 없고 많은 연구와 노력이 필요하지만, 만약 성공하면 자신이 원하는 대로 신선이 되어 하늘로 승천하거나 지상신선으로 머무르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안기선생, 용미선생, 수양공, 음장생 등의 신선들은 모두 다 금액의 절반만 복용하고 지상의 신선이 되었다가 인세에서 천년정도 살다가 후에 나머지 모두 복용하고 서서히 승천하였다는 것이다.23) 포박자는 하늘로 올라가는 천상의 신선과 지상에 머물러 사는 지상신선을 구분하였다. 천상의 신선은 하늘로 올라가서 인간성을 잃어버리고 살지만, 지상신선은 지상에 살면서 인간의 모든 희망을 실현 할 수 있다. 선인들 중에 혹 승천하는 자도 있고 혹 지상에 머무는 자도 있는데 중요한 것은 모두가 장생하는 것이고, 머물거나 떠남은 제각기 그 선호하는 바에 달려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24) 포박자는 지상신선과 천상시선을 구분해서 천상신선이 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포박자는 누구나 신선이 되는 것이 아니라고 하였다. 그것은 선을 쌓아야 가능하고 선을 쌓은 정도에 따라서 신선의 등급도 구분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금단(金丹)을 제조하려면, 우선 도덕적인 실천과 뼈를 깎는 수행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옥금경에서) 이르기를, 사람이 지상신선이 되고 싶으면 당연히 삼백 번의 선(善)을 쌓아야 하고 천상신선이 되려면 천이백 번의 선을 쌓아야 한다. 만일 천백구십구 번의 선행을 하고 갑자기 하나의 악행을 하면 그 이전에 쌓은 선행은 모두 잃어버린다. 그리고 다시 그 이후부터 선을 쌓는 것을 헤아려야 할 뿐이다. 그러므로 선이란 큰 것에만 있지 않고 악이란 작은 것에 있지 않다. 비록 악행을 하지 않아도 말로써 악함에 이르고 책 또한 이르기를 선행을 쌓는 일이 가득 차지 않으면 비록 신선이 되는 선약(仙藥)을 먹어도 또한 유익함이 없다. 만약 선약을 먹지 않는다 하더라도, 항상 선한 일을 하면 비록 신선은 되지 않을지라도 비명횡사의 재앙으로 죽는 일은 없다.”25) 인간의 수명은 생명이 태어날 때 이미 정해져 있어서 악행을 저지르면 수명이 단축되므로 장생불사하기 위한 기본 조건에서도 도덕적인 삶이 요구되며 도를 실천하기 위한 수행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포박자가 신선이 되는 조건에서 적선이란 단서를 정해 놓아서 누구나 다 신선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전제한 것은 유가의 『주역ㆍ곤괘』 「문언전」에서 말하는 “적선지가 필요여경 적불선지가 필유여앙”26)의 논리를 따르고 있다. 다만 집안의 가문이란 주체를 신선이라는 초월적 존재로 대치한 것이 다르다. 그래서 “신선이 되고자 하는 자는 마땅히 유가에서 요구하는 충효(忠孝), 화순(和順), 인신(仁信)에 근본 해야 하고, 만약 덕행(德行)을 닦지 않고 오로지 방술(方術)에만 힘쓰면 장생불사 할 수 없다는 유가의 논리를 따르고 있다.”27)
포박자는 일정한 수련과 선약의 복용을 통하여 신선이 되고 승선의 시기를 조절한다는 것은 증산의 신선관과 큰 차이를 보인다. 그러면, 증산의 신선관을 살펴서 그것이 고대의 신선관과 어떠한 차이점이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신선은 지상에 살면서 불로장생하는 사람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천상에 살면서 천상과 지상을 구분 없이 활동하는 천상신선의 의미도 있다. 때문에 대순진리회의 신선관을 알기 위하여 증산이 사용한 신선의 용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전경』 속에서 증산이 의미한 신선을 개념을 찾아 볼 수 있는 구절은 다음과 같이 여러 곳이다. 그럼, 도조 증산이 의미한 신선의 개념은 무엇인가?
첫째, 증산은 종도들에게 자신이 신선이 되어 돌아올 것을 약속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나의 얼굴을 똑바로 보아두라. 후일 내가 출세할 때에 눈이 부셔 바라보기 어려우리라. 예로부터 신선을 말로만 전하고 본 사람이 없느니라. 오직 너희들은 신선을 보리라. 내가 장차 열석 자의 몸으로 오리라”28)고 하였다. 이것은 도조 증산이 신선으로 다시 현세로 나타난다는 의미이다. 어떠한 형상의 모습으로 나타나는가? 증산은 출세(出世) 즉 세상에 다시 나타날 때 열석 자의 몸으로 눈이 부셔 바라보기 어려울 정도의 환한 광채를 내며 신선으로 나타난다고 하였다. 여기에서 도조 증산이 사용한 신선의 의미는 사후에 때가 되면 지상으로 내려와 출세한다는 천상신선의 의미로 사용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둘째, 증산은 자신이 하시는 일을 탕자가 꿈속에서 하늘로 올라가 신선을 만나서 선학을 전파하기 위한 도장을 차리는 일에 비유하였다. 『전경』에서 “하루는 상제께서 자신이 하시는 일을 탕자의 일에 비유하시니라. 옛날에 어떤 탕자가 있었느니라. 그는 자신이 방탕하여 보낸 허송세월을 회과자책하여 내 일생을 이렇게 헛되게 보내어 후세에 남김이 없으니 어찌 한스럽지 아니하리요, 지금부터라도 신선을 만나서 선학을 배우겠노라고 개심하니라. 그러던 차에 갑자기 심신이 상쾌해지더니 돌연히 하늘에 올라가 신선 한 분을 만나니라. 그 신선이 네가 이제 뉘우쳐 선학을 뜻하니 심히 가상하도다. 내가 너에게 선학을 가르치리니 정결한 곳에 도장을 짓고 여러 동지를 모으라고 이르니라. 방탕자는 그 신선의 말대로 정신을 차리고 동지를 모으기 시작하였으나 만나는 사람마다 그의 방탕을 알고 따르지 않는지라. 겨우 몇 사람만의 응낙을 받고 이들과 함께 도장을 차렸던바 갑자기 천상으로부터 채운이 찬란하고 선악소리가 들리더니 그 신선이 나타나서 선학을 가르쳤도다.”29) 도조 증산은 자신이 살아생전에 하는 일은 지상에서의 선학 즉 신선이 되는 학문을 펼칠 도장을 건립하는 것에 비유한다. 지상에서 하는 일이 신선이 되는 학문[仙學]을 전파하기 위한 의미로 해석되고, 자신이 하는 일은 지상신선세계를 구현하기 위한 도를 펼쳐 도인들이 후천선경에 이르도록 하는 데 있음이다.
셋째, 증산은 이어 말씀하시기를 “나의 일은 여 동빈(呂洞賓)30)의 일과 같으니라. 그가 인간의 인연을 찾아서 장생술을 전하려고 빗장사로 변장하고 거리에서 이 빗으로 머리를 빗으면 흰 머리가 검어지고 굽은 허리가 곧아지고 노구가 청춘이 되나니 이 빗 값은 천냥이로다고 외치니 듣는 사람마다 허황하다 하여 따르는 사람이 없기에 그가 스스로 한 노구에게 시험하여 보이니 과연 말과 같은지라. 그제야 모든 사람이 서로 앞을 다투어 모여오니 승천하였느니라.”31) 여동빈이 장생불사의 신선술을 전파하기 위해 노력하였지만 세상 사람들이 허망하다고 믿으려 하지 않았고, 한 노구의 실험을 통하여 입증되자 사람들이 몰려 왔지만 승천하고 믿음을 가진 사람만이 장생불사 하였듯이, 증산이 의미하는 신선은 장생불사와 천상과 지상을 넘나드는 신선의 의미를 가지고 신선의 대한 믿음을 강조하고 있다.
증산이 의미하는 신선술에 대하여 하늘로 신선이 되어 승선하는 것이라는 조금 구체적인 사례를 통하여 알 수 있다. 『전경』에서는 “보라. 선술을 얻고자 십년 동안 머슴살이를 하다가 마침내 그의 성의로 하늘에 올림을 받은 머슴을. 그는 선술을 배우고자 스승을 찾았으되 그 스승은 선술을 가르치기 전에 너의 성의를 보이라고 요구하니라. 그 머슴이 십년 동안의 진심갈력(盡心竭力)을 다한 농사 끝에야 스승은 머슴을 연못가에 데리고 가서 ‘물 위에 뻗은 버드나무 가지에 올라가서 물 위에 뛰어내리라. 그러면 선술에 통하리라’라고 일러 주었도다. 머슴은 믿고 나뭇가지에 올라 뛰어내리니 뜻밖에도 오색 구름이 모이고 선악이 울리면서 찬란한 보련이 머슴을 태우고 천상으로 올라가니라.”32) 아무리 미천한 머슴이라도 스승의 도를 믿고 따르면 하늘로 승선할 수 있다는 사례를 통해 믿음을 강조한 것이다.
증산이 사용한 신선의 용례는 세 가지의 의미로 정리할 수 있다. ①증산은 자신이 후일 세상에 다시 올 때[出世] 세상 사람들이 여태까지 보지 못했지만 눈이 부시게 나타나서 신선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약속에서 천상에서 내려오는 신선의 의미를 사용하였다. ②증산은 자신이 하는 일은 천상의 신선이 원하는 선학을 전파하기 위한 일로서 인세에 강세한 동안 신선의 일을 하고 있다는 지상신선의 의미이다. ③증산은 여동빈처럼 지상세계에서 장생불사의 도를 전하려고 내려왔다가 하늘로 승천할 수 있는 승선(乘仙)의 의미로 사용하였다. 즉, 증산은 훗날 신선의 모습으로 나타난다는 천상신선과 신선의 일을 하고 있다는 지상신선과 하늘로 승선하는 신선으로 사용하였고, 또한 신선의 술을 전파하기 위한 신선을 믿으라는 의미에서 신선의 사용 용례로 정리된다.
정리하면, 증산의 신선관은 선학을 펼치기 위하여 도장을 건설하고, 도통진경에 이르러 후천선경의 지상신선에 이르며, 때가 되면 신선의 모습으로 다시 임한다는 신선관을 가지고 있다. 증산의 신선관의 수도와 주문을 통하여 이루어지는 반면에 고대의 신선관은 선약의 복용이 필수적으로 동행 되는 점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Ⅲ. 여주본부도장의 종교적 측면의 지상신선세계
도장(道場)33)은 대순진리회의 신앙의 대상인 구천상제 증산을 비롯하여 천지신명을 모신 영대(靈臺)가 있는 신성(神聖)한 성지(聖地)이다. 어느 도장이나 영대가 있고, 그 영대에는 상제님을 비롯한 천지신명들이 모셔져 있어서 도인들은 도장에서 참배를 통해 신앙의 대상에게 배례를 드리고, 수강, 공부를 하며 각종 치성을 올린다. 숭도문을 지나서 들어가면 내정, 영대, 시법원, 청계탑의 건물이 있고, 청계탑에는 12지신, 24절후 신장, 사신, 구천, 구름 등의 양각의 그림과 건물벽화들이 배열되어 있어서 영대는 신성한 천상의 세계를 상징하는 엄숙한 공간이며 하루도 빠짐없이 공부가 이루어지는 성스러운 공간이다.
성소(聖所)로서 영대는 천지신명(天地神明)이 계시는 장소이므로 여기서는 우주의 모든 신명을 대상으로 ‘치성(致誠)’34)을 드린다고 하겠는데, 대순진리회의 “치성의례의 대상은 치성의 장소에 봉안되어 있는 여러 신위(神位)를 전제하는 것이지만 구체적으로는 대순진리회 신앙의 대상에 집약된다.”35) “치성은 정성의 표현으로 특정의 의례절차에 따라 영대에 전수(奠需)를 차려 올리면서 소원성취를 축원하는 동시에 양위 상제님과 천지신명의 덕화(德化)에 감사를 드리고 그 치성일마다 뜻을 기리어 기념하는 의례이다.”36) 즉, 치성은 영대에 봉안되어 있는 15신위에게 정성을 드리는 경축 제례의식으로서 도조 증산 관련2일, 도주 정산관련 4일, 도전 우당 관련 2일, 그리고 음력 정월 초하루와 팔월십오일, 24절후 가운데 입춘, 입하, 입추, 입동 동지, 하지 등이다.37)
대순진리회의 도장에서는 천지의 운행질서에 맞추어 입춘절기, 입하절기, 입추절기, 입동절기, 그리고 동지와 하지의 사립이지(四立二至) 24절기에 맞추어 치성을 드린다. 이것은 치성의 제례를 통하여 천상의 신격을 존숭하면서 하늘의 조화와 이 땅에 덕화에 감사드림을 지상에서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대순진리회는 하늘의 천시(天時)의 변화에 따르는 천상의 시간절기에 맞추어 천상의 신격에 치성이라는 의례를 통하여 숭배하고 감사드린다. 이러한 여주본부도장의 영대, 청계탑, 종각 등의 건물에 내재되어 있는 대순사상을 종교적 측면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여주본부도장의 영대는 구천상제를 비롯하여 15신위가 모셔져 있는 곳이다. “영대는 원래 역사적으로 신들을 봉했던 장소이며, 대순진리회는 후천이 도래하면 신들이 인간에 의해 봉해지는 시대가 열리는데 그것을 신봉어인(神封於人)이라고 설명한다. 따라서 향후에는 신들이 봉해지는 인간의 몸이 영대가 되며 그 시대가 열리기 이전에 증산의 천지공사와 관련된 신들을 불러 모아놓은 곳이 대순진리회의 영대라고 정리해 볼 수 있다.”38) 그러므로 영대에는 증산을 중심으로 하여 후천시대를 기다리는 15신위를 모셔 놓은 곳이다. 여주본부도장의 영대에는 “신앙의 대상인 구천상제의 진영(眞影)을 정중앙에 봉안하고, 좌우에 신앙의 연원으로서 각각 조성옥황상제(趙聖玉皇上帝, 조정산 도주의 신격), 서가여래를 모시며, 이외에 명부시왕(冥府十王), 오악산왕(五嶽山王), 사해용왕(四海龍王), 사시토왕(四時土王) 관성제군(關聖帝君), 칠성대제(七星大帝), 조상신인 직선조(直先祖), 외선조(外先祖), 칠성사자(七星使者), 우직사자(右直使者), 좌직사자(左直使者), 명부사자(冥府使者)의 순으로 15신위가 정렬되어 있다.”39)
대순진리회의 구천상제를 중심으로 15신위는 통일된 체계를 이루고 있는데, 이 가운데 구천상제ㆍ옥황상제ㆍ서가여래를 원위(元位), 명부시왕ㆍ오악산왕ㆍ사해용왕ㆍ사시토왕을 재위(再位), 관성제군ㆍ칠성대제ㆍ직선조ㆍ외선조를 삼위(三位), 칠성사자ㆍ우직사자ㆍ좌직사자ㆍ명부사자를 사위(四位)라고 부른다.40) 15신위의 신격에도 위계가 있어서 원위, 재위, 삼위, 사위로 구분된다. 15신위는 증산이 향후 종통을 이어받을 ‘을미생’41)에게 전해주라고 여동생 선돌부인에게 맡겨둔 진법주를 근거로 하고 있는데, 15신위의 신명들을 모시고 소원성취를 발원함을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으며, 어떠한 신명들을 모시고 소원성취를 발원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것으로서 다음과 같은 일화가 『전경』에 기록되어 전한다. “도주께서 다음 해 정월 보름에 이치복(호:석성)을 앞세우고 정읍 마동(馬洞) 김기부의 집에 이르러 대사모님과 상제의 누이동생 선돌부인과 따님 순임(舜任)을 만나셨도다. 선돌부인은 특히 반겨 맞아들이면서 상제께서 재세 시에 늘 을미생이 정월 보름에 찾을 것이로다 라고 말씀하셨음을 아뢰니라. 부인은 봉서(封書)를 도주께 내어드리면서 이제 내가 맡은 바를 다 하였도다 하며 안심하는도다. 도주께서 그것을 받으시고 이곳에 보름 동안 머무시다가 황새마을로 오셨도다.”42)라고 전한다. 정산은 그에 따라 진법주 신위들을 신단에 위계를 구분하여 완성하였는데, 신단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도주가 생전에 이미 자신을 신격화하여 신단에 배치하여 후에 설위로 인한 내홍을 미리 차단하였다는 점이다.43) 그러한 사상은 15수리를 맞추기 위한 정산의 계산된 의도에 의한 것으로 이해된다. 그렇다면, 대순진리회에서 적용된 15수리에 관한 사상이 어떠한 곳에 어떤 의미를 내재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대순진리회의 모든 의식과 상징은 수에 대한 의미를 담고 있다. 영대에 15신위도 그러한 특별한 의미를 담고 있는데, 구궁도(九宮圖)의 마방진 숫자에서 그 연원을 찾을 수 있다. 대순진리회의 여주본부도장의 영대에 안치된 15신위는 정산에 의하여 정립된 것을 받들어 유지하고 있는데, 15신위의 15는 낙서의 마방진의 숫자에 의미한다.44) 대순진리회의 영대에 배치된 15신위는 수리적인 개념에서 후천팔괘의 낙서 숫자의 합인 15수리에 부합되게 배치되었다. 구궁도의 수는 소강절이 주장하는 선천팔괘에 해당하는 궁에 배치된 후천팔괘의 낙서 수이다.45) 즉, 구궁도의 9개의 궁에는 후천팔괘의 낙서를 각궁에 배치한 것이다. 본체는 선천팔괘에 있지만 적용은 후천팔괘에 있기 때문이다. 구궁도의 숫자는 후천팔괘에 배당된 낙서수이다.
구궁도에서는 중앙에 5의 숫자 거(居)한다. 이는 후천팔괘의 중앙에 위치하는 천자를 의미한다. 5, 15, 25도 역시 끝자리 수가 5로서 같은 의미이고 중앙에 거하는 토이며 천자의 수를 상징한다. 그러나 15수는 구궁도에서 어느 방향으로 세 개궁의 수를 더해도 15수가 나오는 신비한 수이다. 그러나 여기서 의미하는 후천팔괘의 수리는 수리로서 중앙토를 의미하고 천자를 상징한다. 이것은 비록 후천을 의미하지만 대순사상에서 말하는 가을에 해당하는 후천의 서신사명과는 다른 개념이다.
대원종을 타종할 때 종운(鐘韻)의 숫자도 15수리로 타종하여 영대의 성스러운 공간에 울린다. 대원종의 타종하는 “종소리는 몇 번이나 울리는가 15번이 계속된다. 그 이치는 어떠한가 팔괘가 움직여 구궁의 수를 이룬다. 구궁의 수가 종횡으로 운영하여 15의 오묘한 수치를 이룸으로 이것을 일러 진법이라 한다.”46) 도장에서는 기도 시간을 알리는 대원종을 타종한다.47) 영대는 성스러운 공간으로서 후천선경이 도래하기를 기다리는 지상신선의 세계이다. 영대에는 후천팔괘의 신묘한 15수리가 있다. 팔괘가 움직여 구궁수를 이룬다는 것은 소강절의 선천팔괘에 후천팔괘의 숫자를 배치하여 구궁도를 이룬 숫자이다. 이와 같이 영대에는 15수의 근원은 구궁도의 후천팔괘의 숫자로서 후천팔괘가 상징하는 신비한 숫자로서 타종수를 이루고 있다.
대순진리회에서 공부는 대부분 주문을 외우는 것이다. 이 주문은 끊겨서도 안 되고 틀려서도 안 된다고 한다. 그렇게 되면 재앙이 온다고 믿기 때문이다. 공부는 정산 당시에 시작했는데, 대순진리회를 창립한 이후 중곡도장이 건립되고 1971년 영대를 봉안한 후 1974년 4월 5일(음력) 18명으로 처음 시법공부가 진행되었고, 1975년 2월 7일 24명으로 실시되다가 같은 해 11월 20일부터 36명으로 정해졌다. 여주 본부도장이 완공된 후 시학 시법공부가 시작된 1991년 전까지 시법 공부로 봉행되다가 그 이후 현재까지 기도 공부로 진행되고 있다.48) 그리고 현재 여주본부도장에서는 시학ㆍ시법공부와 수강이 진행되고 있다. 분규 이전에는 “여주 본부도장의 ‘시학공부(侍學工夫)’49), ‘시법공부(侍法工夫)’50), ‘수강(授講)’51)과 중곡동 도장에서 시행되는 기도공부, 포천 수도장에서 시행되고 있는 수강 그리고 제주도장과 금강산 도장에서의 연수가 있다.52) 시법공부는 36명의 도인들이 24시간 동안 3명씩 조를 짜서 교대로 진법주를 끊임없이 암송하는 것으로서, 그 목적은 신인합일(神人合一)의 경지인 도통에 들어가는 소원을 성취코자 함에 있다.53)
이러한 공부는 오행으로 후천의 토에 해당하는 시간에 교대가 이루어지고 있다. 10개의 천간의 오행은 갑을(甲乙)이 목, 병정(丙丁)이 화이고, 무기(戊己)는 토, 경신(庚辛)은 금, 임계(壬癸)는 수이다. 10 개의 천간이 가지고 있는 오행을 선천의 오행이라면, 10개의 천간이 합하여 변화하여 새로운 오행을 만든 것은 후천의 오행이라 할 수 있다. 후천의 오행은 천간의 조합으로 이루어진다. 갑기(甲己)가 합하여 토, 을경(乙庚)이 합하여 금, 병신(丙辛)이 합하여 수, 정임(丁壬)이 합하여 목, 무계(戊癸)가 합하여 화로 변한다.54)
정리하면, 대순진리회의 모든 공부가 토의 시간에 변화되고 교대하는 것은 중앙 토 오행에 해당하는 시간이고, 소강절의 후천팔괘에서 5ㆍ10은 중앙에 거하는 오행으로서 토(土)이면서 천제(天帝)를 상징하는 숫자이고 대순사상에서 토 오행의 수리에도 해당한다. 그러므로 대순진리회의 영대에 배향된 15신위는 천상의 신격으로 치성과 배례의 대상이 되고 있으며, 그것은 후천시대가 도래할 때를 위하여 천상의 신위를 후천의 신비한 마방진의 숫자에 부합되도록 배향한 것을 알 수 있다. 즉, 대순진리회의 수리적 사상은 중앙의 토를 사용하였고, 그것은 후천팔괘의 구궁도에서 중앙에 천자를 상징하고 있으며, 마방진의 신비의 숫자는 영대의 신격에 부여되고 있는 신비한 숫자이다.
많은 사람들은 여주도장의 영대입구에 세워진 청계탑(靑鷄塔)을 보면서 그곳에 탑이 있다고 외형적인 조성물에 집중하지만 청계탑은 피안(彼岸)의 세계를 다양하게 표현하고 있는 중요한 탑이다. 대순회보에는 청계탑의 시공과 준공연월에 대한 설명은 다음과 같다.55) “청계탑은 여주본부도장 준공(1986년, 丙寅)을 기념하여 이듬해 1987(丁卯)년 3월에 석공작업을 시작, 9월 12일 오시(午時)에 상량식을 거행하고 1988(戊辰)년 5월 10일(陽)에 높이 1,350cm, 45자의 10층 석탑으로 완공한 탑이다. 이 탑은 대순진리회의 중요한 상징물로 참배 시 많은 교화가 행해지고 있다.”56) 이것은 청계탑과 돌병풍은 하나의 목적으로 세워진 것을 알 수 있다.
먼저 청계의 명칭에 대하여 의미를 찾아보자.
청계탑에는 우주와 천상세계를 표현하는 상징으로 가득 차 있다. 청계탑은 1층에서부터 10층으로 구성되며, 불교의 탑과 마찬가지로 크게 상륜부ㆍ탑신부ㆍ기단부(좌대)로 구분된다. 상륜부57)에는 앙화, 9개의 보륜58), 보개(寶蓋)59) 등이 위치하고 있는데, 보륜은 상륜부의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진리의 수레바퀴를 상징하고 있고, 보개는 보륜을 덮고 있는 지붕으로 통치자의 권위와 석탑의 신성함을 상징하며, 청계탑의 보륜은 그 수가 9이며 수레바퀴 모양이라기보다 구름모양을 한 운형(雲形)이다.60) 청계탑의 상륜부는 구천을 의미한다.
그다음 살펴볼 것이 청계탑의 구조에 담겨 있는 다양한 상수학적인 의미의 월령과 12지지(地支) 그리고 28수의 상징이다. 탑신부는 1ㆍ2ㆍ3층이 8각, 4ㆍ5ㆍ6ㆍ7ㆍ8ㆍ9ㆍ10층은 4각으로서 총 10층이며, 청계탑의 3층에는 땅에 사는 동물들인 자ㆍ축ㆍ인ㆍ묘ㆍ진ㆍ사ㆍ오ㆍ미ㆍ신ㆍ유ㆍ술ㆍ해의 12지지의 동물들을 양각화하여서 12월령을 상징하였고, 탑신부는 3층을 8각의 면으로 나누어서 각 층의 8면마다 24절기를 상징하는 신명들이 양각으로 모셔져 있다. 4층부터 10층 까지는 각 면마다 4각으로 구성하여 각각 층에 동방칠수, 서방칠수, 남방칠수, 북방칠수가 있어서 합하면 전체 28수의 신명들이 양각으로 모셔져 있다. 이것은 대순진리회에서 신봉하는 하늘의 상징들을 사신(四神), 12월령, 24절기, 28수의 상수학적인 의미를 반영하는 천상의 세계를 상층부에 두고 있고, 상륜부아래에는 구천을 상징하며 하늘로 오르는 의미를 수직축에 담고 있다.
그러면 왜 청계(靑鷄)인가? 도인들은 청(靑)자를 파자하면 ‘十’+‘二’가 들어가 있어서 ‘靑’자는 청계탑은 1년 열두 달 안에 모든 조화가 다 들어 있는데 이를 이름 하여 도(道)라 한다.61) 그러나, 풍수적으로 접근하면 풍수에서 물형(物形)을 붙일 때 좌향에 따라서 청ㆍ백ㆍ적ㆍ흑(靑ㆍ白ㆍ赤ㆍ黑)을 붙이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탑의 위치가 동쪽에서 서쪽을 바라보고 있으면 자리한 좌가 되는 동방을 기준하면, 동방은 오행으로 목이고 목의 색깔은 청(靑)을 붙인다. 그러한 의미에서 청(靑)자의 의미는 청계탑의 좌를 나타내는 동쪽을 상징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만약 남좌북향의 오좌(午坐)에 있었다면 청계(靑鷄)가 아니고 적계(赤鷄)가 되는 것이다.
청계(靑鷄)라는 글자는 푸른 청(靑), 닭 계(鷄)이다. 닭 계는 양기가 충만하여 동방에서 떠오르는 태양의 상징인 조양(朝陽)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닭은 새벽을 알리는 동물의 상징이다. 그래서 닭은 축시에 운다는 의미의 계명축시(鷄鳴丑時)라고 한다. 첫닭은 축시에 울고 축(丑)은 十二月이고 十二月은 도(道)이다.62) 닭이 새벽을 여는 짐승이듯이 청계탑은 후천의 세상의 도래를 상징하는 탑이 된다.
청계탑에는 또 다른 후천세계를 의미하는 중요한 단서를 내포하고 있다. 청계탑은 모두 10층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5와 10은 소강절의 후천팔괘에서 토의 숫자에 해당한다. 갑(甲)은 양이고, 을(乙)은 음이다. 무(戊)는 양이고 기(己)는 음이다.
하늘은 본체를 기반으로 삼지만 항상 그 기반을 숨기고, 땅은 쓰임을 근본으로 삼지만 항상 그 쓰임을 감추고,…독양(獨陽)은 불생(不生)하고, 과음(寡陰)은 불성(不成)이다.63) 음양이 짝해야 새로운 것을 탄생하게 만든다. 그래서 청계(靑鷄)의 청자(靑字)는 동방의 갑(甲)을 상징한다. 그것은 5,10의 오행 기토(己土)와 짝하면 갑기(甲己)의 천간이 합하여 새로운 오행 토가 생성된다. 이것은 청계탑이 선천의 우주의 사계절와 천상의 별자리 그림들 상징 속에서 또한 후천의 수리를 의미하고 내포하고 있는 것이므로 청계탑에는 천간의 수리가 선후천으로 공존하고 있다. 이것은 Ⅳ장에서 논할 영대의 천연의 입지와 영대의 좌향이 태초에 우주가 만들어 놓은 좌향을 선천좌향이라 하고 영대의 좌향을 서신사명을 바라보는 방향으로 인위적으로 배치한 것을 사람이 뒤에 만들어 놓은 의미로 후천이라고 하면 영대의 좌향은 선후천을 공존하고 있는 것과 동일한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즉, 여기에서 선천은 체이고 후천은 용의 수리적 개념이 된다.
청계탑의 기단부(좌대)는 1층 심우도(尋牛圖), 2층은 현무도(玄武圖), 3층엔 12지신도(支神圖)가 양각되어 있다.64) 1층에는 진리를 찾아 떠나는 심우도가 있어서 인도를 소개하고, 2층에는 현무도라고 하는데, 이것은 사방을 수호하는 청룡ㆍ백호ㆍ주작ㆍ현무의 사신도(四神圖)를 양각하여 사방의 수호신으로 삼았다.65) 또한, 사신도는 춘하추동 사시의 월령을 상징한다.
청계탑에는 사신도가 양각 되어 있는데, 필자가 관심을 끄는 것은 봉황형상의 꼬리와 날개모습에 있는데, 중국의 봉황은 날개를 접고 있는 정형(靜形)이지만 고구려시대 한국인의 전통 봉황은 날개를 활짝 펼치고 있는 활형(活形)이다.66) 중국의 봉황그림은 봉황의 꼬리가 마치 공작새처럼 수북이 많은 모양을 하고 있으며 날개는 접고 있는 정형을 하고 있다. 반면에 대순진리회의 청계탑에 양각된 봉황형상은 봉황꼬리가 고구려고분 벽화의 사신도처럼 물고기의 지느러미 모양을 하고 있으며, 날개는 활짝 펼쳐진 활형을 하고 있다. 그러므로 대순진리회의 봉황은 삼국시대의 전통적인 본래의 봉황모습을 하고 있는 최고의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청계탑의 사신도는 고구려고분 벽화의 사신도가 널방주인을 보호하듯이 대순진리회의 도장과 영대의 15신격을 보호하는 삼국시대의 전통을 이어가는 봉황의 상징으로 수호하고 있다.
정리하면, 청계탑에서 상층부 9단의 기단은 천상의 구천세계, 탑신부 1ㆍ2ㆍ3층에는 각각 8면을 구성하여 24절기, 4ㆍ5ㆍ6ㆍ7ㆍ8ㆍ9ㆍ10층은 4면이 7단으로 구성되어 28수, 기단부 3층의 12지신은 12월령을 상징하여 천상의 변화 단계와 하늘의 별자리를 상징한다. 이것은 구천상제와 하늘의 별자리를 존숭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러므로 대순진리는 천상의 별자리와 구천상제를 존숭(尊崇)하는 상징을 담고 있으며, 사신도는 사방을 보호하고, 심우도는 진리를 찾아 떠나는 도인들의 의미를 담고 있다. 영대의 15신격과 대원종의 타종수는 15이다. 15는 구궁도에서 마방진의 신묘한 숫자이다. 영대의 15신격과 대원종의 타종수 15번은 후천팔괘에서 만들어진 구궁도의 숫자로서 후천을 상징한다. 구궁도는 선천팔괘도에 배당된 후천팔괘의 낙서수로 만들어진다. 그래서 구궁도는 후천팔괘의 숫자이고, 5와10은 중앙이 거하며 토에 해당한다. 대순진리회에서는 후천의 토의 오행으로 이루어진 수리를 사용하고 있다.
또한, 대순진리회의 공부는 주문을 암송하는 것이 대부분인데, 그 변화의 시간과 치성의 시간 등 모든 주문과 치성의례의 시간은 오행으로 토를 상징하는 진ㆍ술ㆍ축ㆍ미와 갑ㆍ기의 날에 변화되고 시행된다. 갑기(甲己)는 오행이 변화되어 토가 된 것이므로 먼저 갑과 기는 선천의 간지이고 다시 합하여 만들어진 토는 후천의 오행을 상징한다. 대순진리회의 모든 주문과 치성도 오행으로 토를 상징하는 진ㆍ술ㆍ축ㆍ미와 갑ㆍ기의 날에 변화되며, 쓰임은 항상 토를 상징하는 인위적인 후천오행을 사용한다. 그러므로 체와 용이 항상 공존하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여기에서 선천의 체이고, 후천의 용을 상징한다. 용은 쓰임을 의미한다. 이것은 대순사상에서 의미하는 가을에 해당하는 후천시대의 개벽세상을 이루는 서신사명과는 다르지만, 수리적으로는 동일하게 선ㆍ후천이라고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Ⅳ. 여주본부도장의 풍수적 측면의 지상신선 세계관
본 장에서는 여주본부도장의 풍수입지를 통하여 오행으로 토로 이루어진 땅에 후천진경의 도래를 위한 지상신선세계의 공간이 조성되어 있음을 풍수적으로 분석하고자 한다. 자연의 공간에 종교적인 의미를 부여하여 전혀 다른 성스러운 공간을 창조하는데 자연을 이치를 관통하는 천문과 지리에 달통한 도가 필요하다.
성스러운 공간은 인간이 성스러운 것의 깨달음에 이르는 세속적인 차원의 공간과는 전혀 다른 곳을 보여준다. 인간이 거룩한 것을 보여주는 것은 그것이 세속적인 것과는 전적으로 다른 차원 그 무엇으로서 자신을 드러내고 보여주기 때문이다.67) 성스러운 공간은 균질적인 것이 아니고 세속과의 구분되는 단절된 공간으로 구성된다. 이러한 성스런 새로운 공간의 창조에는 일반적인 법술을 익혀서는 할 수 없는 신이 하는 일을 대신하는 풍수적인 의미가 내재되어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산경표에서 여주를 이루는 산맥의 줄기를 찾아서 여주 땅의 형성을 살펴보면, 여주는 남한강을 경계로 하여 여주 시청 쪽과 남한강 건너편 대순진리회를 이루는 용맥의 의 출발하는 산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본래 여주시청이 있는 곳은 속리산(1058)에서 출맥하여 한남금북정맥을 따라서 물길을 이끌고 북쪽으로 흐르는 물들이 모여서 남한강을 이룬다. 그러나 여주시청 강 건너편 맥은 태백산맥에 줄기를 대고 강원도 금물산(791m)을 태조산으로 삼고 있다. 그리고 금물산에서 남쪽에서 내려와서 신륵사와 대순진리회 여주본부도장에 이르러 천장길방을 만든다.
금물산(791)은 시루봉(504)과 성지봉(787)의 봉우리를 이루고 있는데, 성지봉에서 출발한 맥은 삼각산(539)에 이르러 나누어져 하나는 우두산(473)과 봉미산(157)을 거쳐서 남쪽으로 진행하다가 ‘용진처(龍盡處)’68)에 이르러 남한강을 만나 천 년의 고찰 신륵사의 터를 만들었다.
다른 하나의 용맥은 삼각산에서 남쪽으로 행진하다 여주시 도전교차로 부근에서 ‘도전리’69)를 지나 여주시 강천면에 있는 마감산(360.5m)에서 남쪽으로 운행하다가 성주봉(360m)에 이르고, 강천초등학교 뒤쪽의 강천삼거리의 창남이고개를 넘어서 다시 방향을 동쪽으로 진행하여 적금리를 만들고, 다시 북쪽으로 진행하면서 남한강 변에 가야리를 만들어 놓고, 계속하여 북진하다가 용진처에 이르러 천장길방의 대지를 만들었으니 그곳에 대순진리회의 여주도장이 위치하고 있다.70)
여주본부도장은 영대(靈臺), 봉강전(奉降殿), 대순성전(大巡聖殿)이 각각 별도의 건물에 위치한다. 복개한 이차선 도로를 건너 포정문(布正門)이나 일각문(一覺門)을 통해서나 또는 일념교를 건너서, 숭도문(崇道門)을 지나 성스러운 공간인 영대로 향한다. 이것은 속세와 성스러운 공간을 구분하여 차안(此岸)의 세계와 피안(彼岸)의 세계를 구분하는 의미로서 역할을 한다. 일각문에는 사자상이 서 있다.
여주본부도장의 영대로 들어가는 첫 번째 관문이 포정문(布正門)이다. 포정문은 ‘도(道)를 올바르게 펼치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포정문으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호상(虎像)이 양쪽을 지키고 서 있어 도장과 도법을 수호하는 이념을 구상화한 것이다. 포정문을 지나면 지상에 세워진 피안의 세계에 오른다. 영대는 여러 신격과 하늘의 세계를 지상에 세워놓은 천상세계와 같이 엄숙한 공간이다. 대순진리회의 여주본부도장에 있어서 포정문과 일념교는 속세와 성스러운 공간을 진입하는 입구로서 차안과 피안의 세계를 구분하는 시작이고, 속세와 완전히 다른 차원의 성스러운 공간은 숭도문(崇道門)을 진입해서부터이다. 이 공간은 영대가 있는 신의 영역이므로 모든 방문객과 도인들은 숭도문을 들어와서 영대를 향하여 배례를 하고 우측의 내정을 향하여 다시 인사를 드린다.
대순진리회의 여주본부도장의 영대는 땅의 형세가 천연으로 청룡, 백호, 현무, 주작 사신(四神)이 갖추어져 밖으로부터 잡스러운 기운을 막아주고 있다. 그런 곳은 천지가 보호하여 수도를 방해하는 자가 오히려 해를 입는 곳이 된다. 그러므로 도조 증산이 옛날 도가에서 도통을 하지 못하였던 것을 상기시키며 이후에는 도조 증산을 따르면 도통이 나온다고 한 것은 밖으로부터 삿되고 잡스러운 기운을 막아주기 때문이다. 여주본부도장의 영대는 풍수적으로 대지(大地)로서 강력한 지기가 응축되어 솟아나고, 자연적으로 사신이 이루어져 도통 줄이 나오는 천장길방의 천하대지에 위치하고 있는 피안의 세계에 위치하고 있다.
풍수지리에서는 지상에 있는 모든 형상은 하늘의 기운인 천기가 하림하여 형세가 변하여 만들어 놓은 것이고, 하늘의 성진이 땅에 내려와 산봉우리가 되었다는 것이다.71) 그러므로 천기가 하늘에서 지상으로 내려와서 이십팔수 천문이 함께하고 생기가 머무는 곳을 찾는 것이 풍수지리의 핵심이다.72) 이 중에서 자미원에 해당하는 북두칠성의 별자리가 있고 은하수를 갖추고 존귀한 형상의 토성으로 대지를 이룬 땅을 자미원국(紫微垣局)이라고 하는데, 대순진리회의 여주본부 도장의 영대가 이러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자미원은 천하를 다스리는 지극히 존귀한 천자가 거주하는 자리이다. 하늘의 별자리들의 기운이 비추어 땅으로 내려와 임하고 하늘에서 내려온 모든 갈래의 하천이 하나로 모이는 곳은 참된 용이 머무는 곳이니 어느 누가 깊고 그윽한 이치를 분별할 수 있겠는가!73) 여주본부도장은 하늘의 별자리 기운이 내려와 참된 용이 머물고 모든 갈래의 물이 한곳으로 모여 흐르는 이러한 대국의 형세에 부합되는 천장길방에 위치한다.
자미원은 북극의 중심에 있으며 천황의 자리이고 천자가 항상 거주하는 곳이며 명운(命運)과 도수(度數)를 주관한다.74) 자미원은 지극히 존귀함을 의미하는 형상의 산수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풍수에서 방형(方形)의 토형은 지극히 존귀한 형상이다. 이러한 토성의 형상의 주산과 안산 그리고 강하가 갖추어져야 한다. 풍수지리에서 토성은 거문성이라고 부르며 지극히 존귀한 형상이다. 거문존성의 성정은 단장(端莊)하고…봉우리의 모양이 스스로 다른 성과 구별되는데, 첨(尖)하지 않고, 원(圓)하지 않고, 그 모양이 방체(方體)이다.…거문존성(巨門尊星)은 그 자체로 존귀한 성진이다.75) 목성은 문성이 되고, 금성은 관성이 되고, 화성은 현성이 되고, 수성은 지혜가 있으나 토성에 견주지 못하니, 토성은 오성 중에 지존이고 천덕을 베풀기 때문에 천하의 누구도 토성의 귀함에 견줄 수 없으므로 모든 복은 토성이 아니면 보전이 가능하지 않다.76)
대순진리회의 여주본부도장은 풍수적으로 주산(主山)이 주혈을 중심으로 자미원국의 형상을 하고 있고 북쪽으로 흐르는 남한강에는 은하교가 설치되어 은하수가 흐르는 자미원국에 자리하고 있다. 여주본부도장은 주산과 안산이 모두 토성으로 이루어져 있고, 주맥의 행룡이 북두칠성의 형상으로 행도를 하고 있으며, 남한강은 대강수로서 은하수를 갖추고 있어서 지극히 존귀한 대지를 이루고 전체를 주관하는 천장길방(天藏吉方)의 자미원에 부합되는 천장지비(天藏地秘)의 땅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속안(俗眼)이 이곳을 보면 천장지비의 대지를 인식하지 못하고 그냥 지나친다. 이곳은 신령이 보호하고 있어서 미물조차도 사람의 접근을 막고 있는 땅이었다. 이러한 땅은 자연히 수천 년을 보존하여 하늘이 주인을 기다리고 때가 되면 진인에게 하늘이 감추어 놓았던 땅을 보여준다. 이러한 땅은 사용할 때가 되면 천지가 감응하여 닫혀있던 문이 열리어 주인이 되는 진인을 맞이한다.
이러한 땅은 풍수지리의 법도를 알아도 찾기 어려운 신안(神眼)의 경지의 이르러 천지가 감응하여 진인(眞人)에 알려준 곳인데, 도조 증산의 천지공사 속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이러한 내용은 대순진리회의 진법주(眞法呪)에 담겨 있다. 진법주 맨 마지막 발원문에서는 “하늘에서 길한 자리를 감추어서 진인에게 주시나니, 부디 숨기지 마시고 보여주시어 소원을 다 이루도록 해 주십시오.”77)라고 기원하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진법주는 1900년 무렵에 증산께서 직접 천지공사의 일환으로 창작하셨던 것으로 보인다.78) 그러므로 대순진리회의 여주본부도장은 진법주의 발원문에 정확하게 부합되는 땅에 해당하고, 진법주에서 염원하듯이 도조 증산의 천지공사에 담겨 있는 하늘이 감추어 놓은 천장길방의 대지(大地)이다.
『전경』에서 어느 날 상제께서 교운을 굳건히 하시고자 도통에 관해 말씀이 “지난날에는 도통이 나지 아니하였으므로 도가에서 도통에 힘을 기울였으나 음해를 이기지 못하여 성사를 이룩하지 못했도다. 금후에는 도통이 나므로 음해하려는 자가 도리어 해를 입으리라고 하셨도다.”79) 대순진리회의 여주도장은 사방에서 사신이 보호하고 있는 땅이므로 이러한 곳에서는 과거에 도통을 방해하는 사악한 기운을 가진 자들이 범접할 수 없는 땅이다.
여주본부도장은 풍수지리적으로, 청룡과 백호 등 사신이 보호하고 산의 용맥은 북쪽으로 진행하는 방향으로 행룡하여 북향의 대지를 만들었다. 천지가 이미 이 땅을 북향으로 만들어 놓았기 때문에 그 속에 선천의 기운이 내재 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80) 여주본부도장은 자미원, 북두, 명당, 청룡, 백호, 현무, 주작, 은하수 등이 배열되어 있는 본래 북향(北向)으로 이루어진 태초에 천지가 만들어 하늘이 지상에 이루어 놓은 자미원의 천장길방의 길지(吉地)이다. 필자는 이것을 선천의 작품이라 하겠다. 대순진리회의 영대를 들어가려면 숭도문을 거쳐야 한다. 숭도문은 영대의 대문인 격이다. 숭도문은 이러한 선천의 뜻에 부합되도록 북향으로 설계되어 있다. 숭도문은 선천의 공간구성이 이루어진 자연그대로의 방향에 대문이다.
그러나 성스러운 영대는 사계절의 가을에 해당하는 서향으로 인위적으로 배치되어 있다.81) 그곳에는 대순진리회의 특별한 후천개벽의 사상이 담겨 있는 것을 발견한다. 영대가 바라보고 있는 가을에 해당하는 서쪽 방향은 후천선경을 위한 구천상제가 도래할 서신사명이 임하는 방향이다. 영대에서 바라보면 그 앞에는 서신사명이 임하실 은하수가 장쾌하고 펼쳐진다. 영대는 진인이 만들어 놓은 후천선경을 위한 서신사명을 기다리는 지상천국을 건설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82)
『전경』에서는 “경석으로 하여금 양지에 전라도 고부군 우덕면 객망리 강일순 호남 서신사명(全羅道古阜郡優德面客望里 姜一淳湖南西神司命)이라 쓰게 하고 그것을 불사르게 하시니라.”83)라고 하였기 때문에 서신사명은 도조 증산을 의미하고 있다. 그러므로 도조 증산이 『전경』에서 “이후로는 천지가 성공하는 때라. 서신(西神)이 사명하여 만유를 재제하므로 모든 이치를 모아 크게 이루나니 이것이 곧 개벽이니라. 만물이 가을바람에 따라 떨어지기도 하고 혹은 성숙도 되는 것과 같이 참된 자는 큰 열매를 얻고 그 수명이 길이 창성할 것이오. 거짓된 자는 말라 떨어져 길이 멸망하리라. 그러므로 신의 위엄을 떨쳐 불의를 숙청하기도 하며 혹은 인애를 베풀어 의로운 사람을 돕나니 복을 구하는 자와 삶을 구하는 자는 힘쓸지어다라고 말씀하셨도다.”84) 즉, 대순진리회의 여주본부도장의 영대는 도조 증산이 후천의 개벽을 위하여 오는 방향으로 영접하고 있는 후천세계의 지상천국을 구성하여 놓은 것에 해당한다. 대순진리회의 여주본부도장은 선천과 후천이 공존하는 후천세계의 새로운 지상선경을 건설하여 후천진경의 개벽을 기다리는 지상신선의 세계이다.
포정문을 들어와서 그대로 서서 바라보면 오른쪽 산능선이 청룡이고 왼쪽이 백호인데, 주밀하게 용호가 교쇄(交鎖)되어 있어서 생기가 빠져나갈 수 없이 물샐 틈이 없는 곳이다. 이런 곳은 재물이 쌓이고 풍요로운 기운이 있는 땅인데, 포정문에 그러한 사실을 말해주는 벽화가 그려져 있는 것을 발견하니 이미 풍요로운 땅의 지기를 읽었던 것이 확실하다. 포정문의 안쪽에서 볼 때 왼쪽 벽면에는 마당을 쓸면 황금이 나온다는 ‘소지황금출(掃地黃金出)’이라는 벽화가 그려져 있고, 오른쪽에는 문을 열고 손님을 맞으니 그 수가 무수하다는 의미의 ‘개문납객 기수기연(開門納客 其數其然)’의 벽화가 그려져 있다. ‘소지황금출 개문백복래(掃地黃金出 開門萬福來)’는 일찍 일어나 마당을 쓸면 황금이 나오고 새벽에 대문을 열면 만복이 들어온다는 『추구집(推句集)』85)에 나오는 구절로서 입춘첩에도 사용하던 시구인데, 대순진리회에서는 특별히 다음과 같은 의미가 있다.
증산상제가 종도 형렬의 집을 방문하자 집에 곡식이 떨어져 사람들이 오는 것을 꺼려하자 이 구절을 예를 들어서 형렬을 깨우쳐 주었던 것이다. “상제께서 김형렬의 집에 이르시니 형렬이 식량이 떨어져서 손님이 오는 것을 괴롭게 여기는 기색이 보이므로 가라사대 개문납객(開門納客)에 기수기연(其數其然)이라 하나니 사람의 집에 손님이 많이 와야 하나니라 하셨도다.”86) 이렇게 포정문의 ‘소지황금출 개문납객기수기연(掃地黃金出 開門納客 其數其然)’은 가을에 추수하여 노적가리가 많이 쌓여 있는 풍요로움과 포정문을 통하여 많은 도인들이 들어올 것을 상징하는 것이다.87) 여주본부도장을 건립 후 대순진리회의 사회적 인식과 위상이 크게 향상되었고 종단의 규모가 더욱 커지고 있는 점은 이곳이 대순진리회의 본부도장으로서 충분한 조건과 역할을 하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라 하겠다.88) 그것은 도인들이 함께 땀 흘려 건설하고 상제를 받들어 모신 결과에 대한 여주본부도장이 가진 천장길방의 복록 터의 발응(發應) 때문이라는 풍수적인 해석을 할 수 있다.
이것은 “증산이 세상에서 수명 복록이라 하여 수명을 복록보다 중히 여기나 복록이 적고 수명만 길면 그것보다 욕된 자가 없나니 그러므로 나는 수명보다 복록을 중히 하노니 녹이 떨어지면 죽나니라.”89)라고 말한 것처럼 대순진리회의 본부는 증산의 유지를 받들어 복록을 중히 여기고 있는 땅임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모든 대순진리인들은 증산상제가 “인간의 복록은 내가 맡았으나 맡겨 줄 곳이 없어 한이로다. 이는 일심을 가진 자가 없는 까닭이라. 일심을 가진 자에게는 지체 없이 베풀어 주리라.”90)라고 약속하였듯이 일심으로 도를 숭상하고 믿고 따르면 복록이 자연히 내려온다는 것을 확신해야 한다. 그것은 “나의 일은 남이 죽을 때 잘 살자는 일이요 남이 잘 살 때에 영화와 복록을 누리자는 일이니라.”91)라고 한 것에서 복록의 중요함을 이미 강설하고 계셨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여주본부도장이 복록의 지기가 서려 있는 땅에 자리한 것은 증산이 이미 물 샐 틈 없이 천지공사를 한 것에 대한 결과로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Ⅴ. 결론
모든 인간은 죽음에 이르므로 죽음을 극복하고 장생불사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켜주는 것이 신선사상을 탄생하게 만드는 모티브가 되었다. 대순진리회에서 지상신선의 개념은 사람들이 사는 사회를 떠나 깊은 산중에서 홀로 유유자적하며 행하는 수행이 아니라, 인간사회 속에서 자신을 수양하고 남을 잘되게 하는 공부이고, 인간관계를 떠나서 생각할 수 없는 인간사회의 신인조화 속에서의 신선인 것이다.92) 이것은 곧 대순진리회의 도인들의 궁극적 목표인 도통을 이룬 지상신선의 모습일 것이다. 대순진리회의 여주본부도장은 살아서 지상에서 신선적인 삶을 누릴 수 있는 도장이라는 공간을 마련하고 후천선경에 동참하기 위한 공부를 한다.
대순진리회의 여주본부도장을 여러 가지 상징들을 종교적ㆍ풍수적으로 분석하면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첫째, 청계탑은 구천상제와 하늘의 별자리를 존숭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둘째, 대순진리회에서는 토의 오행으로 이루어진 후천의 수리를 사용하고 있다. 영대의 15신격과 대원종의 타종수는 15이다. 15는 구궁도에서 마방진의 신묘한 숫자이다. 대순진리회의 모든 주문과 치성도 오행으로 토를 상징하는 진ㆍ술ㆍ축ㆍ미와 갑ㆍ기의 날에 변화되고 시행된다. 갑기는 천간의 오행이 합하여 토가 된 것이다.
셋째, 여주본부도장의 풍수적 입지의 산수는 토성으로 이루어진 대지이다.
대순진리회의 여주본부도장은 주산(主山)과 안산은 모두 토형으로 되어 있다. 역시 토성의미를 가진 형상의 산천(山川)이 만들어 놓은 천장길방에 위치하고 있다.
넷째, 여주본부도장의 영대는 후천진경을 도래하는 서신사명의 방향을 하고 있다.
여주본부도장은 풍수지리적으로 북향의 대지를 만들었다. 이것은 천지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 하늘이 지상에 이루어 놓은 천장길방이다. 즉, 태초에 만들어진 선천의 작품이다. 숭도문은 선천의 공간의 대문으로서 영대의 대문인 것이다. 숭도문은 이러한 선천의 뜻에 부합되도록 천지가 이미 선천에 만들어 놓은 천지의 이치에 부합되도록 북향으로 설계되어 있다. 그러나 성스러운 영대는 진인(眞人)이 인위적으로 후천선경을 위한 구천상제가 도래할 서신사명이 임하는 가을을 상징하는 서쪽 방향으로 향하여 배치되었다. 그래서 영대는 후천의 방향이라고 규정하였다. 그곳에는 증산이 후천개벽을 위하여 다가올 방향을 영접하고 있는 대순진리회의 특별한 개벽사상이 담겨 있다. 영대에서 바라보면 그 앞에는 서신사명이 임하실 은하수가 장쾌하고 펼쳐지고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대순진리회의 여주본부도장은 천지가 처음 만들어 놓은 숭도문의 선천방향과 진인이 서신사명이 도래할 서쪽 방향을 바라보는 후천방향이 공존하도록 되어 있다. 이것은 후천세계의 새로운 지상선경을 건설하여 후천진경의 개벽을 기다리는 선후천이 공존하는 지상신선의 세계이다. 영대는 진인이 후천선경의 서신사명을 기다리는 지상천국을 건설하여 놓은 것에 해당한다.
다섯째, 대순진리회의 여주본부도장은 복록을 주관하는 터이다.
포정문을 들어와서 그대로 서서 바라보면 풍수적으로 용호가 주밀하게 교쇄(交鎖)되어 있어서 생기가 빠져나갈 수 없는 곳이다. 이런 곳은 재물이 쌓이고 풍요로운 기운이 있는 땅임을 포정문의 벽화가 말해주고 있다. 포정문의 안쪽에서 볼 때 왼쪽 벽면에는 마당을 쓸면 황금이 나온다는 ‘소지황금출(掃地黃金出)’이라는 벽화가 그려져 있고, 오른쪽에는 문을 열고 손님을 맞으니 그 수가 무수하다는 의미의 ‘개문납객 기수기연(開門納客 其數其然)’의 벽화가 그려져 있다. ‘소지황금출 개문백복래(掃地黃金出 開門萬福來)’는 일찍 일어나 마당을 쓸면 황금이 나오고 새벽에 대문을 열면 만복이 들어온다는 뜻이다.
대순진리회의 여주본부도장은 하늘의 세계를 상징하고 있으며, 오행으로는 토를 상징하는 수리와 산천의 지세에 자리하고 있는 풍수적 대지이다. 이러한 풍수적으로 천장길방의 여주본부도장은 도통을 통하여 후천진경의 새로운 개벽세계의 도래를 기다리고 있는 지상신선세계이다. 대순진리회의 세계관은 수도를 통하여 도통군자가 되어 지상신선세계에서 불로장생하며 후천시대가 도래하면 새로운 후천선경에 동참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대순진리회의 여주본부도장은 걱정근심이 없는 세계이고, 생로병사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고, 복록을 주관하는 도통군자가 나와서 후천진경에 동참할 수 있는 지상신선 세계를 이루고 있다. 그러므로 대순진리회 여주본부도장은 천지가 태초에 만들어 놓은 선천의 지상신선 땅 위에 도통한 진인이 가을의 서신사명을 기다리는 방향으로 영대의 좌향을 이루어 놓은 후천의 지상신선세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