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urnal of Daesoon Academy of Sciences
The Daesoon Academy of Sciences
Article

상생의 의미와 자기 내면으로 회귀하는 정신: 헤겔의 생명과 정신개념을 중심으로

최일규1,
Ill-Guy Choi1,
건국대학교 초빙교수1
Visiting Professor, Sang-Huh College in Konkuk University1
Corresponding Author : Choi, Ill-Guy, E-mail : choibiele@daum.net

ⓒ Copyright 2017, The Daesoon Academy of Sciences. This is an Open-Access article distributed under the terms of the Creative Commons Attribution Non-Commercial License (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nc/3.0/) which permits unrestricted non-commercial use, distribution, and reproduction in any medium, provided the original work is properly cited.

Received: Apr 16, 2016 ; Accepted: May 28, 2017

Published Online: Jun 30, 2017

초록

본 논문은 대순사상에서 중요한 상생 개념을 헤겔 철학 체계에서 생명과 정신의 관계를 규명함으로써 그 의미를 학문적 체계의 입장에서 조명해 보는 것이다. 대순사상에서 상생은 천ㆍ지ㆍ인 삼계가 서로 소통하지 못하여 생긴 상극과 원통함이 해소되어 지향해야 할 중요한 원리이다. 상생하기 위해서 우선 원통한 마음을 풀어야 하고, 원통한 마음을 풀기 위해서 우선 척을 풀어야 한다는 삼계의 내적 관계를 규정하는 이러한 범주들을 헤겔 체계 내부의 조밀한 개념들과 비교하는 것은 두 사상이 어느 정도 보편적인지 평가할 수 있는 가치 있는 시도이다.

본 논문은 헤겔의 생명, 자기 내면으로 회귀하는 정신, 인정투쟁을 대순사상의 천지신명, 해원, 상생과 비교하며 두 사상의 유사한 점과 차이를 해명하고 있다. 대순사상에서 천지는 인간 존재의 물질적이고 생태적인 토대이고 신명은 천지만물의 생명성과 인간존재의 정신성의 토대를 이룬다는 점에서 헤겔이 자연철학과 정신철학에서 생명을 다루는 의도와 유사점을 가지고 있다. 헤겔은 자연철학에서 자연을 여러 단계들로 이루어진 체계로 그리고 자연 전체를 생동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헤겔은 자연적 생명을 외적으로 전개된 자연의 최고의 구체적 단계로 간주하며 정신과 관계하는 정신의 생명과 구별하여 다룬다. 하지만 헤겔은 천지자연에 속하는 모든 것이 신명의 세계로 환원되어질 수 있다고 간주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학적으로 논리적 생명을 자연적 생명과 정신의 생명과 구분하여 다룰 수 있다고 주장한다.

두 번째로 본 논문은 헤겔 철학에서 자연의 진리이며 자기 내면으로 회귀하며 자신을 인식하는 정신의 자기 전개 과정을 대순사상에서 인간의 본질인 원을 해소하는 것뿐만 아니라, 천지에 누적된 원 역시 해소하여 새로운 세계를 만든다는 해원사상과 비교하여 그 공통된 기반과 차이점을 제시하고 있다. 공통점은 천지자연과 정신으로서의 혼 또는 신명의 이중적 관계에서 찾을 수 있다. 이 이중적 측면은 동물적 유기체의 주관적 생명을 포함한 천지자연이 한편으로 수단으로 있으면서 정신으로서의 혼과 대립하는 측면과 다른 한편으로 정신과 일체를 이루며 정신의 토대를 형성하는 측면을 의미한다. 이 이원성은 대순사상에서 천ㆍ지ㆍ인의 근원적 실체를 마음으로 간주하는 것과 관련된다. 헤겔도 영혼을 자연의 보편적 비물질성으로 간주하며 자기 내면으로 회귀하는 근거를 정신에서 찾고 있다. 하지만 두 사상의 차이는 헤겔이 자기 내면으로 회귀하는 정신을 서술하는 정신철학에서 인간 개체가 가지고 있는 원의 해소에 전혀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는 데에 있다.

세 번째로 헤겔 철학에서 두 주체가 상호 인정 투쟁을 통해 각자가 가지고 있는 개별적이고 주아적인 의지를 지양하고 보편적 자기의식에 도달하는 과정을 대순사상에서 두 주체의 상생으로 해석할 수 있는지 논하였다. 상생이 주체와 타자가 공통적으로 잘 될 수 있는 실천적 원리라는 의미에서 다른 자기 속에서 자기 자신을 긍정적으로 파악하는 보편적 자기의식과 공통점을 볼 수가 있다. 하지만 헤겔이 상호인정과 상호인정을 위한 투쟁과 승인의 과정을 각 주체가 보편적 자기의식에 도달하기 위한 필연적인 계기로 간주한다는 점에서 두 사상의 차이를 조명하였다.

ABSTRACT

It is the aim of this paper to elucidate the meaning of ‘Sangsaeng’ in Daesoon Thought on the basis of its relation to Life and Spirit in the philosophy of Hegel. To achieve this aim, this article compares three important concepts from Daesoon Thought, namely the ‘gods of heaven and earth,’ ‘Haewon’, and ‘Sangsaeng’ with Hegel’s ‘Life,’ ‘Spirit,’ and the ‘struggle for recognition.’ This paper will clarify the commonalities as well as the differences between Daesoon Thought and Hegelian philosophy.

The comparison between Hegel’s concept of ‘life’ and the ‘gods of heaven and earth’ shows a specific relationship between a life and a soul which is characterized by duality. The point of similarity is that the two thoughts regards the soul as the basis of all things in nature including the life itself and spirit. This is the duality of the soul in nature and spirit as the truth of nature. But the difference is that Hegel does not reduce all things in nature including life itself to the soul as the truth of nature.

This paper will argue that Hegel’s idea of spirit returning from nature to itself has a similarity with the essence of Haewon in Haewon-sangsaeng. Hegel insists that spirit submerges initially in nature just as human beings in Daesoon Thought have inherent Won. The realization of the spirit in the Subjective Spirit shows that the spirit sublimates this initial submergence in nature und reveals itself in corporeality. This study will suggest that this realization of spirit including the struggle for recognition may be interpreted as the meaning of Sangsaeng.

Keywords: 해원; 상생; 생명; 정신; 인정투쟁
Keywords: Haewon; Sangsaeng; life; spirit; struggle for recognition

Ⅰ. 서론

본 논문의 목적은 헤겔 철학 체계에서 생명과 정신의 관계를 규명함으로써 해원상생1)에서 상생의 의미를 서양 철학의 관점에서 조명해 보는 것이다. 두 주체가 상생하기 위해서 우선 원통한 마음을 풀어야 하고, 원통한 마음을 풀기 위해서 우선 척을 풀어야 한다는 주체의 상호 내적 관계를 규정하는 이러한 범주들은 헤겔의 철학 체계에서 보면, 즉 18172)년에 출간되고 이 후 두 번 보완 출간된(1827, 1830) 『철학적 학문들의 엔치클로페디 강요』3)에서 보면 『정신철학』의 대상이다. 논의의 범위를 좀 더 정확히 규정하면, 헤겔은 『정신철학』의 첫 부분을 형성하는 <주관정신>4)의 ‘정신 현상학’에서 ‘욕망’과 ‘자기의식’을 다루고, <객관정신>에서 시민사회를 ‘욕구의 체계’로서 다룬다. 하지만 척(慼)을 주체가 처하게 되는 모순 관계로 해석할 수 있고, 척을 푸는 것을 모순의 해소와 연결시킬 수 있다고 한다면, 생명, 충동, 욕구, 감정과 습관 등이 연구의 범위로 확대되어 『자연철학』5)의 마지막 부분을 형성하는 <유기 물리학>6)에서의 생명과 생명을 수단으로 삼는 정신철학에서의 생명과 정신의 관계가 다루어질 수 있다.

본 논문의 문제제기는 헤겔 철학의 자연과 정신의 관계에서 대순 사상의 중요한 원리인 해원상생의 의미를 구체적으로 비교할 수 있는 내용들을 찾을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문제제기를 하며 헤겔과 대순 사상을 비교하는 선행 연구들을 찾기 어려웠다. 여기서 제시할 수 있는 것은 이 문제에 대한 헤겔과 해원상생론에 관한 개별적 국내 연구이다. 헤겔과 관련하여 박종규7), 박병기8), 윤병태9), 연효숙10) 등을 언급할 수 있다. 이 논문들은 생명과 정신을 인간을 중심으로 개별적으로 다루고 있지만, 본 논문에서처럼 자기 내면으로 회귀하는 정신의 관점에서 생명과 정신의 관점을 구체적으로 다루고 있지는 않다.

해원상생론과 관련한 이경원의 연구는 주목할 부분이 있다. 이경원은 상생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 동양사상의 존재론인 오행설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오행설에 따르면 금에서 수, 수에서 목, 목에서 화, 화에서 토, 토에서 금이 나는 것을 상생이라고 하고, 금은 목을, 목은 토를, 토는 수를, 수는 화를, 화는 금을 이기는 것을 상극(相克)이라 한다.”11) 여기에서 이경원이 주목하는 것은 상생과 상극이 서로 맞물려 함께 간다는 것이다. 이것은 우주론을 설명하는 차원뿐만 아니라, 인간의 윤리적이고 실천적인 차원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되어진다는 의미이다. 해원상생은 인간 상호 간의 윤리적이고 실천적인 차원에서 이상사회를 실현하기 위한 원리로 간주된다. “상생이란 내가 잘되기 위해서는 먼저 나와 관계하는 사람에 대해서 진심으로 그 사람을 잘 되게끔 해줌으로써 그에 대한 반대급부로 나 또한, 잘된다는 개념이다.”12) 이러한 관점은 해원상생을 헤겔 철학의 자연철학과 정신철학과 연결할 수 있는 가능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본 논문은 헤겔 철학 체계에서 생명과 정신의 명확한 관계와 해원상생에서 상생의 의미를 구체적으로 비교해 볼 수 있는 조감도를 그려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서 헤겔의 생명, 자기 내면으로 회귀하는 정신, 인정투쟁을 대순사상의 천지신명, 해원, 상생과 교차 비교하며 두 사상의 유사한 점과 차이를 명확하게 밝히고자 한다.

우선, 대순사상에서 인간 존재의 물질적이고 생태적인 토대인 천지와 천지만물의 생명성과 인간존재의 정신성의 토대를 이루는 신명을 헤겔이 자신의 철학체계에서 생명을 해명하는 방식과 비교함으로써 그 공통점과 차이점을 밝히고자 한다. 여기에서 상생의 조건으로서 풀어야 할 원통한 마음과 척을 헤겔 자연철학의 생명 현상 과정에서 적용되는 범주들로 해석되어질 수 있는지 점검하고자 한다. 자연인으로서 인간 또는 자연적 주체의 충동, 욕구와 자신의 보존을 위한 이론적, 실천적, 부정적 관계들을 분석하고자 한다.

둘째, 헤겔 철학에서 자연의 진리이며 자기 내면으로 회귀하며 자신을 인식하는 정신의 자기 전개 과정을 대순사상에서 인간의 본질인 원을 해소하는 것뿐만 아니라, 천지에 누적된 원 역시 해소하여 새로운 세계를 만든다는 해원사상과 비교하여 그 공통된 기반과 차이점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여기서는 천지자연과 정신으로서의 혼 또는 신명의 이중적 관계를 분석하고 평가하며 두 사상의 차이점을 좀 더 분명하게 밝히고자 한다.

셋째, 헤겔 철학의 실천철학과 윤리학의 의미에서 상생의 의미를 점검하고 그 타당성과 가능성을 연구하고자 한다. 근본적인 문제의식은 주체와 타자의 관계이며, 이에 필수적으로 동반되는 주체의 자유, 충동, 욕구, 그리고 상호인정과 상호인정을 위한 투쟁과 승인이라는 관계 범주들을 집중적으로 고찰하며 상생의 의미를 점검하고자 한다.

Ⅱ. 헤겔의 생명 개념과 천지신명

헤겔 철학의 자연과 정신의 관계에서 대순사상의 중요한 원리인 해원상생의 의미를 구체적으로 비교하기 위해서 우선 대순사상의 세계관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전경』에서 해원과 상생의 관계를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삼계가 개벽되지 아니함은 선천에서 상극이 인간지사를 지배하였으므로 원한이 세상에 쌓이고 따라서 천ㆍ지ㆍ인(天地人) 삼계가 서로 통하지 못하여 이 세상에 참혹한 재화가 생겼나니라.13)

이 인용문은 해원이 선천에서의 상극과 깊은 연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상생이 상극과 어떤 관계를 가지고 있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대순사상은 세계를 개벽되지 않아서 부정되어야 하는 선천과 개벽 이후의 후천으로 구분한다. 그리고 우주 전체를 천계14), 지계15), 인계라는 세 가지 세계로 구분한다. 인계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를 말한다.

이 장에서는 헤겔의 생명 개념에서의 모순과 부정성을 중심으로 대순사상에서 인간의 자연적 토대와 천지만물의 생명성을 의미하는 천지신명 개념을 고찰하고자 한다. 대순사상에서 천지는 “인간존재의 물적 배경에 해당하는 것”16)일 뿐만 아니라, 인간을 낳고 쓰며 인간과 상호 의존적 관계를 가지고 있는 우주적 실체를 의미한다. 『전경』에서 신명에 관해서 다음과 같이 언급한다.

천지에 신명이 가득 차 있으니 비록 풀잎 하나라도 신이 떠나면 마를 것이며 흙 바른 벽이라도 신이 옮겨가면 무너지나니라.17)

이 구절에 따르면, 천지에 속하는 모든 유형적이고 시ㆍ공간적인 만물들은 신명의 세계로 환원되어질 수 있으며 그것에 의해서 지배된다. 모든 유형적이고 시ㆍ공간적인 만물들 중에서 풀잎과 같이 생명을 가지고 있는 존재들이나 흙 바른 벽과 같이 물질적인 존재들도 신이 옮겨가면 근본적으로 차이가 없이 그 본질적인 존재 방식이 변형된다고 주장한다. 신명과 천지만물 사이에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경원은 이 관계를 신명이 “천지만물의 생명성 그 자체”라고 해석하며, 또한, “신명은 인간에게 있어서 정신적 배경을 이루는 실체”18)로 이해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전경』에서 신명 역시 착란에 빠질 수 있다고 언급한다.

상제께서 삼계가 착란하는 까닭은 명부의 착란에 있으므로 명부에서의 상극 도수를 뜯어고치셨도다. 이로써 비겁에 쌓인 신명과 창생이 서로 상생하게 되었으니 대세가 돌려 잡히리라. 19)

헤겔의 생명 개념에서의 모순과 부정성 개념은 대순사상에서 천지, 신명, 상생과 상극과 같은 개념들을 원리적이고 형이상학적 차원에서 비교하며 고찰할 수 있는 틀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20) 헤겔은 생명 개념을 논리학, 자연철학, 정신철학이라는 자신의 철학 체계 안에서 상이하게 서술하며 규정한다. 그는 논리학의 이념 장에서 생명을 “논리적 생명”21)(생명의 이념)으로 다루면서 자연철학에서 고찰하는 “자연적 생명”과 정신철학에서 정신과 관계하는 “정신의 생명”을 구별하여 다룬다. 외면성을 지니지 않는다는 점에서 논리적 생명은 자연적 생명과 정신과 관계하는 생명과 구분된다. 논리적 생명은 생명을 순수한 이념의 측면에서 해명하는 것이다. 헤겔의 용어에 따르면 “직접적 이념이 다름 아닌 생명이다.”22) 생명이 직접적인 이념으로서 논리학의 대상이라는 것은 일반적으로 구체적이며 실재적인 생명이 논리학의 대상일 수 없다는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힘들다. 하지만 헤겔은 생명이 논리학의 대상일 수 있는 두 가지 이유를 제시한다. 첫째는 논리학이 존재, 본질, 그리고 개념의 규정성들과 그 계기들을 규명하며 절대적 진리를 대상으로 삼기에 생명의 개념도 이념의 측면에서 그 내적인 규정들이 고찰될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로 생명을 고찰하는 방식에서 논리적 생명은 자연적 생명과 정신의 생명과 구별된다는 것이다. 이 장에서 논리적 생명을 좀 더 자세히 다루는 이유는 생명의 본질을 밝히는 데 있어서 대순사상과 자연적 생명과 정신의 수단으로서 생명의 유사함보다는 두 사상의 차이점을 부각하기 위해서이다.

생명이 어떤 방식으로 논리학에서 논증되는가를 논리학의 기획 의도와 연관해서 살펴보자. 헤겔은 『엔치클로페디아』에서 논리학이 진리로서의 “객관적 사상(objektiven Gedanken)”23)을 대상으로 삼는다고 하면서, 전통적인 독일 강단 형이상학, 경험론과 칸트의 비판철학, 그리고 야코비의 믿음철학이 사유의 규정들과 사물의 규정들의 관계를 어떻게 파악하는지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헤겔은 형이상학이 사상(Gedanken)으로 파악된 대상들의 본성에 관한 학문인 한에 있어서 논리학의 대상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형이상학의 학문적 방식과 그 내용과 관련해서 헤겔이 주목하는 것은 사유와 존재의 관계와 관련해서이다. 그는 형이상학자들이 대상을 학문적으로 인식할 때, 사유와 존재의 대립에 대한 의식 없이 “사유규정들을 사물의 근본규정들”로 간주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전제하에 형이상학자들은 “존재하는 것이 사유됨으로써 즉자적으로 인식된다.”24)고 여긴다. 서양 전통 사상에서 영혼을 생명의 원리로 간주한다는 의미에서 생명 또는 영혼이 형이상학적으로 고찰될 경우에, 그들은 영혼 또는 생명이 사유에 의하여 파악된 것처럼 그렇게 존재한다고 믿는다는 것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일반 형이상학의 대상들과 영혼, 세계, 신과 같은 특수 형이상학의 대상들을 규정하기 위해서 어떤 범주들(사물의 근본규정들)을 선별하고 분류하며 서로 연관시킬 때, 형이상학자들은 사유규정들(지성의 규정들과 일반 논리학의 형식들과 규칙들)로부터 방향을 잡아간다는 것이다. 헤겔의 비판은 강단 형이상학자들은 이러한 대상 인식에 적용되는 “지성규정들”(Verstandesbestimmungen)의 “고유한 내용과 가치”를 규명하려고 시도하지도 않았고, 또한 “절대자에게 술어들이 첨부되는 방식으로 절대자가 인식이 될 수 있다고”25) 전제하고 이러한 판단 형식 자체가 진리를 드러낼 수 있는 형식인지 탐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헤겔은 비판철학의 칸트가 강단 형이상학의 이러한 한계를 자신의 초월논리 (Transzendentale Logik)에서 어떻게 개념들이 선천적으로 대상들과 관계하는지를, 그리고 지성개념들인 범주들의 기원, 범위, 객관성을 탐구함으로써 극복하고자 한다고 본다. 헤겔은 자신의 객관논리(『존재론』과 『본질론』)가 부분적으로 칸트의 초월논리와 일치한다고 명시한다. 헤겔이 자신의 <객관논리>가 부분적으로 선험논리와 일치한다고 언급할 때, 헤겔은 “선천적으로 대상들과 관계하고, 그러므로 모든 객관적 인식의 내용으로부터 추상되지 않은” 선험 논리적 “개념들”을 그리고 선험 논리에서 다루고 있는 “대상의 순수한 사유의 규칙들”26)을 자신의 <객관논리>에서 ‘즉자대자적으로 고찰한다는 것이다. 오히려 비판철학은 범주들이 자기의식의 통일에 근거하고 있다는 것을 밝히는 데 더 주안점을 뒀다는 것이다. 칸트의 초월논리에서 생명 또는 혼에 관한 논의가 인간 이성이 통일할 수 있는 적당한 범위를 넘어서기에 파악될 수 있는 것으로 간주되지 않는다.

하지만 헤겔은 생명을 생명의 이념으로서 논리학에서 다룬다. <주관논리>인 『개념론』에서 이념은 개념이 주관적 개념과 객관성에로 자기를 실현하고 지양하며 도달한 세 번째 단계이다. 혼으로서 또는 이념으로서 생명은 “살아있는 개체”로서, “생명의 과정”으로서, 그리고 “유의 과정”으로 고찰된다. 생명을 생명의 이념에서 고찰한다는 것은 생명이 자연철학이나 정신철학에서처럼 외면성을 띠는 것이 아니라 생명의 개념과 그 개념의 계기들이 전개되는 관계로서의 판단 또는 자기 전개가 고찰된다는 것이다. 헤겔은 “생명의 개념”, “보편적 생명”, “직접적 이념”을 동일한 의미로 사용한다. 이것은 “자신의 객관성에 일치하는 개념”, 좀 더 정확히 표현하면 생명 개념이 또는 생명 그 자체가 자기 자신과 관계하는 방식은 부정성으로서 자기 규정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즉 생명의 개념은 “자기 자신을 주관적 개별성과 무관심적 보편성으로 자기내적 분열(Diremtion)”27)을 한다는 것이다. “생명의 근원적인 판단(Urteil:분할)은 생명이 자신을 개체적인 주체로서 객관적인 것으로부터 분리시킨다는 데에 그리고, 생명이 스스로 개념의 부정적 통일로 구성됨으로써, 생명이 직접적인 객관성의 전제를 만든다는 데에 존속한다.”28)

헤겔은 생명의 이념이 개별성의 형식으로 드러난 첫 번째 단계가 살아있는 개체(das lebendige Individuum)라고 한다. 논리학에서 헤겔은 살아있는 개체를 다루며 자연철학에서처럼 식물적 유기체와 동물적 유기체를 구체적으로 다루는 것이 아니라, 개념으로서 영혼과 개념에 일치하는 개체성으로서 육체를 개념의 계기들을 중심으로 서술한다. 유기체로서 살아있는 개체는 자기 내적인 부정적 통일과 지체로서의 외적인 것의 관계에 의해서 규정된다. 자기 내적인 통일을 지닌 살아 있는 주체의 개념과 이 주체가 자기의 형태를 만들어 가는 감수성(Sensibilität), 자극반응성(Irritabilität) 그리고 재생산(Reproduktion)이라는 기능 활동이 어떤 개념의 계기들과 연관되는지 고찰된다. 개념의 첫 번째 계기인 보편성이 감수성에서, 두 번째 계기인 특수성은 자극반응성에서 그리고 세 번째 계기인 개별성은 재생산에서 형태화에 기여한다. 개체는 스스로를 재생산함으로써 살아 있을 수 있다. “처음의 두 계기인 감수성과 자극성은 추상적 규정인 데 반해서 재생산 속에서는 생명이 구체적인 것이며 또한 생명력을 지닌 것이 되는바, 즉 생명은 이제 그의 진리를 의미하는 바로 그 재생산 속에서 비로소 감정과 저항력도 지니게 된다는 것이다.”29)

이와 같이 살아 있는 개체는 논리적으로 우선 자기 자신 안에서 주체로서 자신을 재생산하는 부정적으로 자기와 관계를 맺는 과정을 통해 “직접적 개별성으로서 자기에게 대립해 있는 비유기적 자연을 전제한다.”30) 이러한 생의 과정을 헤겔은 살아 있는 개체에 현존하는 생의 모순으로 묘사한다. 생의 모순은 개체가 자기를 규정하는 과정에서 자기가 부정하는 것과 재생산 속에서 자신을 동일하게 유지하는 것의 분열과 동일성에서 현존한다. 생의 과정은 이러한 모순의 해결이다. 생명을 가지고 있는 존재는 생명을 가지고 있지 않은 존재자들, 즉 비유기적으로 실재하는 것들과 대립하고 동화하며 유적인 것들과 관계를 맺는다. 유적과정에서 살아 있는 개체는 또한 자신의 보편성과 대립하며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헤겔은 이러한 개별적이고 직접적인 생명의 죽음에서 자연의 진리인 정신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이념을 묘사한다.

논리학에서 생명을 다루는 것과 달리 헤겔은 자연철학에서 자연을 여러 단계들로 이루어진 체계로 그리고 자연 전체를 살아있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헤겔은 자연적 생명을 외적으로 전개된 자연의 최고의 구체적 단계로 간주하며 정신과 관계하는 정신의 생명과 구별하여 다룬다. 자연철학에서 생명은 외적으로 전개된 자연의 최고의 구체적 단계이다. 헤겔의 생명에 대한 이러한 서술을 대순사상에서 인간존재의 기원을 천지와 신명에서 해명하는 것과 비교할 때, 다음과 같은 공통점과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두 사상은 혼을 자연과 내적 연관성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간주한다는 점에서 공통적인 기반을 가지고 있다. 헤겔은 혼을 “대자적으로 비물질적인 것이 아니라, 자연의 보편적 비물질성이자, 자연의 단순한 관념적 생명”31)으로 파악한다. 이러한 생명의 원리로서의 혼에 대한 이해는 대순사상에서 천계를 구천 상제가 머무르는 장소나 또는 명부의 장소로서 이해하는 것과는 다르다. 헤겔의 생명에 관한 논의는 대순사상에서 인간이 거주하는 지계에 대한 좀 더 세부적인 학적인 탐구로 간주해야 할 것 같다.

Ⅲ. 자기 내면으로 회귀하는 정신과 해원

위에서 헤겔의 생명 개념과 대순사상에서 천지신명 개념을 비교고찰하며 자연인의 존재론적 배경이론에 관하여 살펴보았다. 이 장에서는 정신적 존재로서의 인간에 초점을 맞춰서 두 사상을 비교하고자 한다. 『전경』에서 인간의 참모습을 마음(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천지의 중앙은 심이다. 그러므로 동서남북과 몸은 심에 의존한다.32)

이 인용문은 자연 세계에 속하는 동서남북과 살아있는 생물과 인간의 몸은 마음에 의존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런 의미에서 이경원은 “마음은 천ㆍ지ㆍ인에 두루 걸쳐 있는 실체이며, 나아가 천ㆍ지ㆍ인이 작용하게끔 하는 추동적인 근거”33)라고 말한다. 천ㆍ지ㆍ인의 근원적 실체가 되는 마음에 대한 해명을 통해서 우주와 인간의 근원적 일원성을 회복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런 맥락에서 해원을 단지 인간의 실천적인 차원에 제한하지 않고 우주론적인 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다. 『전경』에서 다음과 같이 언급하고 있다.

속담에 「무척 잘 산다」 이르나니 이는 척이 없어야 잘 된다는 말이라. 남에게 억울한 원한을 짓지 말라. 이것이 척이 되어 보복하나니라. 또 남을 미워하지 말라. 사람은 몰라도 신명은 먼저 알고 척이 되어 갚나니라. 34)

머리를 긁으면 몸이 움직이는 것과 같이 인류 기록의 시작이고 원(冤)의 역사의 첫 장인 요(堯)의 아들 단주(丹朱)의 원을 풀면 그로부터 수천 년 쌓인 원의 마디와 고가 풀리리라. 단주가 불초하다 하여 요가 순(舜)에게 두 딸을 주고 천하를 전하니 단주는 원을 품고 마침내 순을 창오(蒼梧)에서 붕(崩)케 하고 두 왕비를 소상강(瀟湘江)에 빠져 죽게 하였도다. 이로부터 원의 뿌리가 세상에 박히고 세대의 추이에 따라 원의 종자가 퍼지고 퍼져서 이제는 천지에 가득 차서 인간이 파멸하게 되었느니라. 그러므로 인간을 파멸에서 건지려면 해원공사를 행하여야 되느니라.35)

위 인용구는 우주론적인 차원에서의 원의 역사뿐만 아니라 실천적인 차원에서 원한 관계가 어떻게 발생하는지 잘 설명하고 있다. 대순사상에서 해원은 인간의 본질인 원을 해소하는 것뿐만 아니라, 천지에 누적된 원 역시 해소하여 새로운 세계를 만든다는 것이다. “모든 인간은 인간으로서 ‘원(冤)’을 지니고 있으며 또한 그 ‘원’을 실현시키고자 한다. 인간이 지닌 ‘원’은 서양철학에서 강조해 온 인간의 이성도 아니며, 동양철학에서 추구해 온 궁극적 실재도 아니다. 인간이 태어나면서부터 생래적으로 지니고 있는 마음의 상태라고 할 수 있다.”36) 이러한 해원사상을 헤겔의 자기 내면으로 회귀하는 정신 개념과 비교할 수 있을까?

자기 내면으로 회귀하는 정신은 헤겔에게 자연과 정신의 관계를 규정하는 표현이다. 자연철학에서 생명의 원리로서 혼은 유기적 총체성과 통일성을 지지하는 주관적이며 내적인 것으로 서술된다. 동물적 유기체에서 헤겔은 생명의 개별적이며 구체적인 주체성을 인정한다. 이념으로서 생명은 이미 이념이 가지고 있는 특징들, 즉 주관성과 객관성의 통일이며, 원인과 결과가 그리고 목적과 수단이 동일한 곳에 존재하는 과정이다. 즉 동물적 유기체는 자기 목적으로서 외면성 속에서 자기 자신과 관계하는 주체성을 가지고 있다. 인간은 이미 유기체로서 자기를 유지하는 목적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헤겔은 “인간학(Anthropologie)”을 자연철학에서 다루는 생명과 구분하여 정신철학에서 다루고 있다. 헤겔이 생물학적 차원과 구분되는 인간 고유의 것으로 간주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이 고유한 것을 헤겔은 『정신철학』에서 “정신의 본질”이 “자유”37)라고 규정한다. 그리고 정신철학의 목적을 자유인 정신에 대한 인식, 즉 정신으로서 자기 자신을 아는 것이라고 서술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자연과 정신의 관계, 즉 자연적 생명과 정신으로서의 혼의 이중적 관계를 해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이중적 측면은 동물적 유기체의 주관적 생명이 한편으로 수단으로 있으면서 정신으로서의 혼과 대립하는 측면과 다른 한편으로 정신과 일체를 이루며 정신의 토대를 형성하는 측면을 의미한다.

대순사상에서도 천지자연과 정신으로서의 혼 또는 신명의 이중적 관계에 관하여 동일하게 적용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이원성은 대순사상에서 천ㆍ지ㆍ인의 근원적 실체를 마음으로 간주하는 것과 관련될 것이다. 헤겔에게 정신철학에서 정신으로서의 인간의 본질에 대한 인식은 “보편적인 것”이며 “실체적인 것인 정신 자체”38)에 대한 인식을 의미한다. 이렇게 자기 자신을 아는 정신의 본질을 헤겔은 “형식적으로 자유”라고 규정한다. 왜냐하면, 정신은 정신 철학의 상이한 단계들에서 “모든 외적인 것과 자기 자신의 외면성, 그리고 현존재 자체”로부터 자신의 내면적인 것, 즉 “자기 안에서 대자적으로 존재하는 정신의 추상적 보편성”39)으로 귀환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정신철학을 이루고 있는 주관정신, 객관정신, 절대정신의 단계에서뿐만 아니라, 주관정신의 단계를 이루는 인간학, 정신현상학, 심리학의 각 단계에서 헤겔은 이러한 정신의 구체적인 본성을 파악하기 위한 필연적 계기들을 추적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들을 파악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이유를 헤겔은 정신적 규정들의 특징에서 찾고 있다. 그것은 정신의 각 단계 규정들에 상응하는 실존들이 자연 철학에서처럼 그렇게 외적으로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주관정신의 첫 단계인 인간학에서 자기 내면으로 회귀하며 자신을 현현하는 정신의 특징을 고찰할 수 있다. 인간학에서 자연적 혼, 느끼는 혼, 현실적 혼의 발전 단계는 자연과 직접적인 통일을 이루고 있는 혼이 자신의 자연적인 존재성으로부터 벗어나는 투쟁과 해방의 과정이다. 이것은 또한 정신이 자기 자신으로 귀환하며 자기 자신과 통일을 이루는 과정인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자기 자신과 척을 짓는 행위이다. 즉 자기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자연성을 부정하는 과정인 것이다. 헤겔은 이것을 혼으로서의 정신이 자기 자신을 아는 과정으로 간주한다. 어떤 의미에서 인간의 자유가 여기에서 문제가 되는가?

첫째로 자연적 혼으로서 인간의 정신은 자연의 우주적, 행성적, 지구적 생과 교감하며 상이한 인종과 다양한 민족정신으로 특수화되며 구별된다. 헤겔에 따르면 인류의 보편적 혼 또는 세계혼40)은 대륙과 지역의 민족정신으로 특수화되고 이러한 인간 공동체 속에서 개별적 주체의 재능, 기질, 성격 등에서 구체적으로 실현된다. 비록 여기에서 보편적인 혼은 개별적인 것 속에서 실현되고 개별적인 것은 보편적인 혼으로서의 실체에 순응하기는 하지만, 이 첫 단계는 직접적 개별성과 그 속에서 현존하는 보편적 혼의 대립과 모순을 지니고 있다. 헤겔은 태아를 이러한 보편성과 개별성의 추상적 통일로 간주한다. 자연적 혼이 겪는 변화의 첫 단계인 연령(유년기, 청소년기, 성년기, 노년기)의 변화를 헤겔은 한 개별적 주체 안에서 보편과 개별의 통일이 겪는 변화과정이라고 주장한다. 두 번째 자연적 변화는 개체가 다른 개체와 갖는 이성관계(Geschlechtsverhältnis)이다. 이성관계에서 성별 차이를 가지고 있는 개체는 스스로 유적인 활동을 지속하며 타자와의 실질적 대립을 통해 보편적 실체인 자기 자신과 좀 더 정신적인 관계를 맺는다. 수면과 깨어남이라는 자연적 혼이 겪는 세 번째 자연적 변화 활동을 통해 개체는 좀 더 보편적인 자기 자신과의 관계에 도달한다. 즉 수면과 깨어남의 지속적인 이행은 깨어서 대상 세계를 구별하며 대립적 긴장관계 속에 있는 혼의 자기 분산 상태에서 아무런 구별도 없는 보편적 주체의 상태로의 지속적인 이행으로서 혼의 자기 자신과의 통일인 것이다. 헤겔은 자연적 혼의 세 번째 단계로 감각하는 혼을 다룬다. 자연철학의 동물적 유기체에서 감각은 동물 주체성이 세계와 공생하는 매개적 역할을 담당하며 외적인 것을 자신과 동일화하는 역할에 제한된 반면, 정신철학에서 감각하는 혼은 이러한 자연적 동화과정의 토대 위에서 자기 자신을 아는 정신이다.41) 이러한 자연적 혼으로서 정신의 발전 과정에서 자유는 정신이 자연적 규정에 침잠해 있는 자신의 상태로부터 부정적인 자기 관계를 통해 인간적인 것이 자연적인 것의 진리라는 것을 드러내는 활동이다.

두 번째로 자연적 생명과 관계를 맺으며 자기 자신으로 회귀하는 정신에서 자유의 의미는 정신으로부터 유래한 규정들이 체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헤겔이 내적 감각과 제2의 천성이라고 언급하는 것에서 신체화와 자유의 관련성을 좀 더 명확히 볼 수 있다.

내적 감각은 감각활동의 두 영역, 즉 외적 감각과 내적 감각 중 그 내용이 정신으로부터 유래된 직접적이고 개별적인 것이다. 헤겔은 내적 감각을 다시 두 종류로 구분한다. 첫 번째 종류는 분노, 수줍음, 후회, 웃음과 울음 등과 같이 “어떤 특별한 관계나 상태에서 발견되는 나의 직접적 개별성과 관계”된 내적 감각이고, 두 번째 종류는 “즉자 대자적으로 보편적인 것과-즉 법, 인륜성, 종교, 그리고 아름다운 것, 참된 것-관련된다.”42) 이러한 내적인 것이 감각의 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우선 이러한 감각들이 직접적으로 신체에 체화되어야 한다. 물론 헤겔은 법, 인륜성, 종교, 미와 진리에 대한 참된 내용이 인간학의 자연적 혼의 단계에서 충분히 해명되지 않는다고 언급한다. 즉 이것들이 자신의 참된 형태를 드러낼 때 체화라고 하는 매개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내적인 것의 체화에서 자유의 의미는 자기 내면으로부터 유래한 것을 외적으로 정립하며 직접적으로 구체적 현실에 총체성으로서 자신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헤겔은 인간학의 두 번째와 세 번째 단계인 느끼는 혼과 현실적 혼에서 일시적이고 직접적인 감각에서 자신을 정립하는 혼과 구별되는 좀 더 내면적 개체성을 서술한다. 느끼는 혼에서 자연적 꿈, 모태 안에 있는 태아, 개체의 특이한 수호신, 특정한 정신질환, 습관과 같이 총체적으로 느끼는 주체성을 다룬다. 예를 들어 태아와 어머니의 관계에서 볼 수 있듯이 태아의 주체성은 대자적(독자적)이기는 하지만, 어머니와 감정적 통일 상태에 있는 것이다. 헤겔이 제2의 자연이라고 부른 습관(Gewohnheit)에서 좀 더 인간의 정신적 자유에 적합한 신체화를 볼 수 있다. 습관은 자연에 의해서 주어진 것이 아니라 혼에 의해서, 인간의 자유 의지에 따라서 신체에 정립된 것 이어서 제2라는 칭호가 적합 할 수 있다. 습관을 또한 자연이라 칭할 수 있는 이유는 인간의 행동이 반복적으로 행해져서 혼에 직접적인 것의 형태를 지니며 혼의 실체적 존재와 동일화 될 수 있기 때문이다.43) 예를 들어, 쓰기를 배우고 그것이 습관이 되었을 때 혼은 펜을 들고 글을 쓰는 신체의 모든 개별적 움직임을 자신의 목적을 위한 도구로 삼음으로써, 씀이 혼 안에 관념성으로 현존하며 직접적이고 기계적인 관계를 갖는다는 것이다. 혼은 자유롭게 자신의 보편적인 활동 방식에 따라 쓰는 행위 속에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다.44) 하지만 무엇을 쓸 것인가 하는 내용을 습관이 제공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습관은 신체성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한계를 가진다.

현실적인 혼에서 헤겔은 혼과 신체의 관계는 느끼는 혼에서의 혼과 자연성의 분리를 극복하고 자연적 직접성과 매개가 통일되는 구체적 통일을 다룬다. 혼이 현실적이라는 것은 혼이 주체적 내면성과 외면적 신체성의 동일성을 획득한다는 것이다. 헤겔은 이와 같은 방식으로 개별적 주체로서의 혼이 자기 자신과 관계를 맺는 예들로 인간의 ‘직립’, 도구로서의 ‘손’, ‘웃음’, ‘울음’, ‘소리’ 등을 들고 있다. 이러한 신체의 외면성을 혼의 징표 또는 기호(Zeichen)45)라고 칭할 때, 이것은 외면성에서 보편적인 혼이 보편적인 자기와 관계를 맺고 있는 구체적 현실을 의미한다.

정신이 자신의 내면으로 회귀하는, 다시 말하면 정신이 자신의 본성인 자유에 일치하는 신체화와 그것의 한계를 극복하는《인간학》에서 전개되는 발전 단계에서 상생의 의미는 철저하게 여전히 유기체의 신체화로 남는 것을 혼에 의해서 각인된 정신적 신체화와 구분하는 것이다.46) 동물 유기체의 신체화는 단지 생적 과정에 머무르며 유를 개체 자신 안에 실현할 수가 없어 죽음에 이르게 된다. 헤겔은 인간학에서 자연적 혼, 느끼는 혼, 현실적 혼의 과정을 거치며 보편적 혼이 어떻게 특수화되고 개별화되면서 보편과 개별의 통일이 실현되는지 증명하고 있다.

대순사상에서 인간을 원을 지닌 “감성적 존재”로 간주하며 “해원을 통해 천ㆍ지ㆍ인 삼계가 그 본래의 가치를 실현하며 삼계가 개벽된 이상낙원을 이 우주에 건설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인간이 지니고 있는 자연성과 정신의 관계에서 대순사상도 자기 내면으로 회귀하는 근거를 마음 또는 정신에서 찾고 있다는 측면에서 헤겔 철학과 동일한 측면을 고찰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헤겔철학에서 자기 내면으로 회귀하는 정신의 의미는 자연에서 내면적인 것으로서 외적인 것과 관계를 맺으며 단순하게 내적 보편성으로 머무르던 혼이 인간학에서 개별성과 보편성의 대립을 극복하고 구체적 보편성으로 발현되는 데 있다. 헤겔은 인간 자체가 가지고 있는 자연적 본성으로서의 원의 해소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듯하다.

Ⅳ. 상호주체성의 인정 투쟁과 상생

지금까지 헤겔 주관정신의 인간학을 중심으로 생명과 관계하는 혼적 주체성이 어떻게 자신을 구별하고 대상화하며 신체성에 인간적인 특성들을 각인시키는지 살펴보았다. 헤겔 사상과 구별되는 대순사상의 우주론과 해원사상의 특징을 『전경』의 다음과 같은 구절에서 볼 수 있다.

상제께서 「선천에서는 인간 사물이 모두 상극에 지배되어 세상이 원한이 쌓이고 맺혀 삼계를 채웠으니 천지가 상도(常道)를 잃어 갖가지의 재화가 일어나고 세상은 참혹하게 되었도다. 그러므로 내가 천지의 도수를 정리하고 신명을 조화하여 만고의 원한을 풀고 상생(相生)의 도로 후천의 선경을 세워서 세계의 민생을 건지려 하노라. 무릇 크고 작은 일을 가리지 않고 신도로부터 원을 풀어야 하느니라. 먼저 도수를 굳건히 하여 조화하면 그것이 기틀이 되어 인사가 저절로 이룩될 것이니라. 이것이 곧 삼계공사(三界公事)이니라」고 김 형렬에게 말씀하시고 그 중의 명부공사(冥府公事)의 일부를 착수하셨도다.47)

대순사상에서의 원한 관계는 선천에서의 상극에 의해 맺혀 삼계에 쌓이는 것으로 설명된다. 원한 관계는 천지의 도수를 정리하고 신명을 조화롭게 하는 상제의 삼계공사에 의해서 해소되고 상생에 이를 수 있다고 말한다. 선천에서 후천으로의 변화, 즉 후천 개벽은 우주적 차원에서의 상생의 도와 인간들 사이의 상생을 통해서 열리게 된다는 것이다. 이 장에서는 해원이 지향하는 상생의 의미를 헤겔 철학에서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중심으로 간략하게 고찰해 보고자 한다. 헤겔이 정신철학에서 상호주관적 인정의 여러 대상들과 방법들을 구별하며 그 내용을 해명하고 있다는 것을 고찰하는 연구는 두 주체가 무엇에 대한 원통한 마음을 풀어 어떻게 서로 상생하는가 하는 해원상생의 세부적 내용들과 구조 분석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악셀 호네트는 헤겔의 사회적 인정관계 구조를 인정 방식, 개성의 차원, 인정 형태, 진행 방향, 실천적 자기 관계, 무시의 형태, 위협받는 개성 구성 요소로 구분하여 고찰하고 있다.48) “즉 인간 개인은 가족이라는 정서적 인정관계 속에서는 구체적 욕구의 존재로, 인지적ㆍ형식적 권리 인정관계 속에서는 추상적인 권리 인격체로, 끝으로는 정서적으로 드러난 국가적 인정관계에서는 구체적 보편자, 즉 유일성을 가지고 있는 사회화된 주체로 인정된다.”49) 여기서는 이런 여러 단계에서의 인정투쟁 중에서 주관정신의 정신현상학에서 인정투쟁을 상극과 상생의 원리들로 분석되어질 수 있는지 고찰하고자 한다.50)

헤겔에게 정신현상학의 대상인 의식은 인간학의 대상인 혼의 진리이다. 여기에서 ‘정신의 현상학’이 곧 ‘의식의 경험의 학’을 의미한다. 보편성, 특수성, 개별성이라는 개념의 계기(형식)에 따라 규정할 때, 혼으로서의 정신은 “추상적 보편성의 형식을 가지고 있고, 의식으로서의 정신은 특수화의 형식”51)을 가지고 있다.

『엔치클로페디』(1830)의 <정신현상학>에서 헤겔은 ‘의식 일반’, ‘자기의식’, ‘이성’의 세 단계를 다룬다. 이것은 의식이 이성으로 고양하는 단계이다. 첫 번째 단계인 의식에서 헤겔은 ‘감성적 의식(das sinnliche Bewusstsein)’, ‘지각(das Wahrnehmen)’, 그리고 ‘오성(der Verstand: 지성)’을 다룬다. ‘감성적 의식’은 자신과 관계 맺고 있는 대상(혹은 객관)을 “존재하는 것ㆍ어떤 것ㆍ실존하는 사물ㆍ개별적인 것”52)으로 아는 감각적 확실성에 머무르는 의식이다. 이 감성적 의식이 다른 의식과 구별되는 이유를 헤겔은 다음과 같이 기술한다.

감성적 의식은…대상이 감관을 통해서 나에게 다가온다는 사실 때문에 다른 의식과 구별되는 것은 아니다. 감성적 의식은 오히려 그 입장에서는 외재적인 것일 수도 있고 내면적인 것일 수도 있는 객관이, 첫째 일반적으로 존재하고, 두 번째 나와 대립해 있는 자립적 타자이자 자신 안으로 반성한 것이며, 개별적이고 직접적인 존재로서의 나와 대립해 있는 개별적인 것이라는 규정보다 진전된 어떤 사상 규정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사실 때문에 다른 의식으로부터 구별된다.53)

‘지각(das Wahrnehmen)’은 직접적인 것으로서 대상과 관계하는 것이 아니라, 매개되고 보편적인 것과 관계하는 의식이다. 즉 오감에 의해 느끼는 것에 제한되는 것이 아니라, 개별적인 것을 보편적인 것과 연관성 속에서 인식하는 것이다. 헤겔은 칸트철학이 “의식의 단계에서 정신을 파악했는데, 이러한 의식의 단계를 보다 상세히 말하면 지각이다”라고 언급한다. 그리고 칸트에게 이러한 지각하는 의식은 “일상적인 의식” 뿐만 아니라 어느 정도는 “학문”의 입장을 함축하고 있다고 언급한다.54)

오성(der Verstand: 지성)적 의식은 법칙이라는 대상의 내면 속에서 자기 자신을 아는 의식이다. “보편적이고 지속적인 규정들의 상관관계인 법칙은, 그 구별이 내적인 것인 한, 자신의 필연성을 그 자체 안에 가지고 있다.” 법칙의 본질을 이루는 내적 구별이 의식의 대상이 되면서, “결코 구별이 아닌 구별”이 문제가 되고, 그러면서 “그 자체로서 주관과 객관의 상호 자립성을 포함하고 있는 의식은 이러한 형식 규정 일반에서 즉자적으로는 사라져 버린다.”55) 즉 감성적 의식에서 ‘이것’이라는 개별성과 외재성으로 규정된 객관이, 지각에서 보편적인 것으로 스스로를 내적으로 구별하면서, 오성적 의식에서 내적 구별 속에서 스스로를 보존하는 법칙이라는 객관으로 고양되는 것이다. 이렇게 객관이 자기 자신과 동일한 그러한 객관에 대한 앎은 바로 자기 자신에 대한 앎, 즉 자기 자신에 대한 의식인 것이다.

헤겔은 자기의식에서 “1)욕망”, “2)인정하는 자기의식”, 그리고 “3)보편적 자기의식”의 발전 단계를 구분한다. 욕망은 개별적 주체가 자기를 의식하는 첫 번째 형식이다. 욕망하는 주체는 욕망하는 대상 또는 객체가 즉자적으로 자신과 동일한 것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알 뿐만 아니라, 그 대상이 자신이 결핍하고 있는 자신의 일면적 욕망을 충족시킬 수 있다는 것도 안다. “욕망은 그 내용의 측면에서 볼 때 이기적인 것처럼, 그 충족의 측면에서는 전적으로 파괴적이다. 욕망 충족은 단지 개별적인 것 속에서 행해지지만, 이 개별적인 것은 일시적이므로, 욕망은 충족되면서 또다시 생겨난다.”56) 헤겔은 이러한 욕망, 욕망의 대상, 그리고 욕망의 충족이 갖는 관계를 일시적이고 반복적인 교체와 주관적인 것으로 회귀하는 외적인 측면만 주목하는 것이 아니라, 욕망하는 자기를 의식하는 주체가 욕망이라는 자기의식의 첫 번째 형식이 가지고 있는 개별성과 직접성에서 벗어나며 타자로서의 대상에게 좀 더 보편적인 동일성을 인정할 수 있는 계기들에 주목한다. 타자가 자기를 가지고 있지 않은 일시적인 욕망의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자유로운 자아라는 것을 승인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자신이 자유로운 타자에 의해서 직접적인 타자로서 존재할 수 있다는 자기의식의 상호인정 과정이 윤곽을 갖추게 된다. 이러한 상호인정 투쟁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두 주체들이 개별성을 벗어났다고 해서 곧장 보편성으로 나아가는 단계에 들어서는 것이 아니라 “특수한 자기의식”57)으로서 상호 관계를 맺게 된다는 것이다. 즉 두 주체는 한편으로 자연적이고 직접적인 신체성을 지닌 실존으로서 서로 대립하게 되며, 다른 한편으로는 자연적인 존재가 아니라 자유로운 본질로서 승인되어야 하는 모순 관계에 처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모순의 해결을 위한 상호인정은 투쟁을 통해서 획득되어질 수 있다고 한다. “왜냐하면 참된 자유는 타자와 나의 동일성 속에서 존립하므로, 타자 역시 자유롭고 나에 의해서 자유로운 존재로 승인 받을 때에만, 나는 참으로 자유롭기 때문이다.”58) 욕구와 필요에 의해서 관계되어지는 두 주체는 단지 외면적 통일성에 머무르는 것이지, 자유의 인정을 통한 내적 통일에는 이를 수 없다는 것이다. 헤겔은 단지 자유의 선언을 통해서 한 개인의 자유가 획득되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유는 지난한 인정 투쟁을 통해서 획득될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러한 인정 투쟁은 두 주체가 생명의 위험을 감내하겠다는 것이다.

비록 두 주체가 생사를 건 인정투쟁에 임하지만, 한 주체의 죽음이 인정 투쟁 중에 있는 주체의 자유가 인정받고 실현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만일 그들 상호 간의 승인을 위하여 서로 투쟁하는 두 사람 중 한 사람만이 몰락한다면, 결코 어떤 승인도 성립되지 않으며, 살아남은 사람도 죽은 사람과 마찬가지로 승인받은 사람으로 실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59) 이러한 인정 투쟁에서 생명도 자유와 마찬가지로 본질적인 것이기에, 투쟁하는 사람 중에서 한 사람은 생명을 선택함으로써 자연적 개별성을 선택하고, 다른 사람은 상대방에 인정됨으로써 지배와 예속이라는 관계에 이르게 된다.60)

만약 두 주체의 상생을 여기에서 이야기할 수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단지 생명을 보존한다는 공통점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두 주체가 각자가 가지고 있는 개별적이고 주아적인 의지를 지양하고 보편적 자기의식에 도달하는 것이다. “보편적 자기의식은 다른 자기 속에서 자기 자신에 대해 긍정적으로 아는 것이다.”61) 이러한 보편적 자기의식을 헤겔은 자유로운 자기의식이라고 칭한다. 더 이상 자기의식의 두 번째 형식에서처럼 두 주체는 구속과 예속의 관계를 맺는 것이 아니라, 타자 역시 자신처럼 자유로운 존재로 아는 보편적 자기의식인 것이다. 이것은 더 이상 자신의 특수한 개별성에 집착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예속된 노예를 직관하고 있는 주인 역시 참되게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자기의식의 보편적 재현, 즉 스스로를 자신의 객관성 속에서 자신과 동일한 주관성으로 알고, 그 때문에 스스로를 보편적으로 아는 개념, 이것이 모든 본질적 정신성인 가족ㆍ조국ㆍ국가 및 모든 덕인 사랑ㆍ우정ㆍ용기ㆍ명예ㆍ명성의 실체에 대한 의식이라는 형식이다.”62)

Ⅴ. 결론

지금까지 대순사상의 ‘해원상생’에서 ‘해원’과 ‘상생’의 관계를 헤겔의 철학 체계에서 ‘생명’, ‘정신’, 그리고 ‘인정투쟁’이라는 주제와 교차 비교함으로써, 그것들의 내포적, 외연적 의미들과 그 차이를 해명하고자 시도하였다. 무엇보다도 서양철학에서 이야기하는 생명, 정신이라는 주제와 그것의 관계를 동양의 용어와 개념들과 비교하였다는 점에서 학문적 중요성을 가지고 있다. 이 연구는 또한 학문적으로 헤겔의 철학이 서구 중심적이지 않고 어느 정도 보편적인지, 그리고 해원상생의 의미도 어느 정도나 서양의 미시적 개념들을 설득할 수 있는 학문적 엄밀성을 갖추었는지 점검하고자 하는 시도였다.

첫째, 헤겔의 생명 개념을 중심으로 대순사상의 천지신명 개념을 고찰할 때, 헤겔이 생명 개념을 논리학, 자연철학, 정신철학이라는 자신의 철학 체계 안에서 상이하게 규정하고 해명한 이유를 발견하기 어려웠다. 물론 논리학, 자연철학, 정신철학이라는 구분이 철학적 이념이 스스로를 하나의 특별한 요소에서 서술된다는 점에서 절대적 구별이 아니기에, 대순사상에서 생명을 논리학의 대상으로 다루지 않았다는 것이 두 사상을 근본적으로 상이하게 만드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대순사상에서 천지는 인간 존재의 물질적이고 생태적인 토대이고 신명은 천지만물의 생명성과 인간존재의 정신성의 토대를 이룬다는 점에서 헤겔이 자연철학과 정신철학에서 자연적 생명과 정신의 수단으로서 생명을 다루는 의도와 유사점을 가지고 있다.

둘째, 대순사상에서 인간 주체가 ‘원(冤)’을 지니고 있으며 또한 그 ‘원’을 실현시키고자 한다는 입장을 헤겔은 부인하지 않을 것이다. 헤겔도 자신의 철학체계에서 욕망, 자기의식, 시민사회로서 욕구의 체계를 다루고 있다. 대순사상에서 해원은 인간의 본질인 원을 해소하는 것뿐만 아니라, 천지에 누적된 원 역시 해소하여 새로운 세계를 만든다는 것이다. 이 해원사상을 헤겔 철학에서 자연의 진리이며 자기 내면으로 회귀하며 자신을 인식하는 정신의 자기 전개 과정과 비교할 때, 두 사상의 차이는 헤겔은 원과 같은 부정적인 것을 자신의 철학에서 적극적인 계기로 분석한다는 것이다.

셋째, 해원이 지향하는 상생의 의미를 헤겔 철학에서 상호인정과 상호인정을 위한 투쟁과 승인의 과정과 비교할 경우, 두 사상의 근본적인 차이는 대순사상에서 우주적 차원에서의 상생과 인간들 사이의 상생에 상제의 역할과 공사를 전제한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헤겔은 상호인정과 상호인정을 위한 투쟁과 승인의 과정을 각 주체가 보편적 자기의식에 도달하기 위한 필연적인 계기로 간주한다. 헤겔에게 이것은 두 주체가 가지고 있는 이기적이고 주아적인 특수한 상태로부터 보편적 자기의식으로 고양하는 과정이다.

Footnotes

1.『대순지침』, p.27, “해원(解冤)은 척(慼)을 푸는 일이며 척을 맺는 것도 나요 푸는 것도 나라는 것을 깨닫고 내가 먼저 풂으로써 상대는 스스로 풀리게 되니, 양편이 척이 풀려 해원이 되고 해원이 되어야 상생이 된다는 것을 깊이 깨달아야 할 것이다.”

2.Hegel, G. W. F., Enzyklopädie der philosophischen Wissenschaften im Grundrisse (1817), unter Mitarbeit v. Hans-Christian Lucas (†) u. Udo Rameil hrsg. v. Wolfgang Bonsiepen u. Klaus Grotsch, 2001.

3.Hegel, G. W. F., Enzyklopädie der philosophischen Wissenschaften im Grundrisse (1830): Neu herausgegeben, von Friedhelm Nicolin und Otto Pöggeler, Felix Meiner, Hamburg 1991. (이하 En.로 표기함) 헤겔의 학적 체계를 잘 보여주는 『엔치클로페디아』는 <논리학>, <자연철학> 그리고 <정신철학>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각의 부분들은 “철학적 이념”이 “하나의 특별한 규정성 또는 요소”로 스스로를 서술하는 “자기 내적인 순환구조(ein sich in sich schließender Kreis)”(En. §15)를 가지고 있다. 논리학은 “순수한 이념, 즉 사유의 추상적 요소에 있는 이념(der Idee im abstrakten Elemente des Denkens)”(En. §19)을 학문적으로 다루는 반면에, 실재철학인 자연철학과 정신철학은 각각 외화된 형식으로 드러난 자연의 여러 단계들과 자연의 이러한 외화로부터 자기 내로 되돌아오는 정신을 고찰한다.

4.헤겔은 주관정신에서 “인간학”, “정신 현상학”, 그리고 “심리학”을 다룬다.

5.헤겔, 『헤겔 자연철학 1과 2: 철학적 학문의 백과사전 강요 제2부』, 박병기 옮김 (파주: 나남, 2008). (이하 ‘자연철학 1과 2’로 표기함) 헤겔은 『자연철학』에서 “자연은 여러 단계들로 이루어진 하나의 체계”(자연철학 1, p.63: En. §249)라고 주장한다. 또한, “자연은 원래 자체적으로 살아있는 전체”(자연철학 1, p.73: En. §251)라고 규정한다.

6.“유기 물리학”(En. §§337-376)은 세 부분, 즉 “지질학적 자연”, “식물적 자연” 그리고 “동물 유기체”로 구성되어 있다.

7.박종규, 「자연에서 정신에로의 헤겔적 이행은 타당한가?」, 『철학논총』 8 (1992), pp.135-146.

8.박병기, 「헤겔과 인간중심적 유기체론」, 『범한철학』 37 (2005).

9.윤병태, 「삶의 이념과 현실」, 『철학』 58-1 (1999).

10.연효숙, 「헤겔의 자연철학에서 ‘생명’의 형이상학적 의미」, 『헤겔연구』 28 (2010).

11.이경원, 『대순진리회 교리론』 (서울: 문사철, 2013), p.63.

12.같은 책, p.63.

13.『전경』, 예시 8절.

14.같은 책, 교운 2장 55절, “하늘은 삼십육천(三十六天)이 있어 상제께서 통솔하시며 전기를 맡으셔서 천지 만물을 지배 자양하시니 뇌성 보화 천존 상제(雷聲普化天尊上帝)이시니라.”

15.같은 책, 교법 1장 50절, “김 송환이 사후 일을 여쭈어 물으니 상제께서 가라사대 「사람에게 혼과 백이 있나니 사람이 죽으면 혼은 하늘에 올라가 신이 되어 후손들의 제사를 받다가 사대(四代)를 넘긴 후로 영도 되고 선도 되니라. 백은 땅으로 돌아가서 사대가 지나면 귀가 되니라」 하셨도다.”

16.이경원, 『대순종학원론』 (서울: 문사철, 2013), p.306.

17.『전경』, 교법 3장 2절.

18.이경원, 『대순종학원론』, p.309. 대순사상에서 이러한 신명세계를 “귀신세계”를 의미한다. 같은 책, p.310.

19.『전경』, 예시 10절.

20.헤겔에게 부정성 개념은 모순 개념을 통해 밝혀질 수 있다. 아래와 위, 동과 서, 아버지와 아들, 삶과 죽음, 긍정과 부정, 상생과 상극 역시 논리적인 쌍 개념으로서 상이성, 대당관계, 모순관계 등으로 구분하며 분석해 볼 수 있다.

21.헤겔, 『대논리학 (III): 개념론』, 임석진 옮김 (서울: 지학사, 1982), p.311. 이하 ‘개념론’으로 표기함.

22.개념론, p.309.

23.Hegel, G. W. F., Enzyklopädie der philosophischen Wissenschaften im Grundrisse (1830): Neu herausgegeben von Friedhelm Nicolin und Otto Pöggeler, Felix Meiner, Hamburg, 1991, §25.

24.En. §28. “…dass das, was ist, damit dass es gedacht wird, an sich erkannt werde,”

25.En. §28.

26.Wissenschaft der Logik. Erster Teil, Die objektive Logik, Erster Band, Die Lehre vom Sein (1832), in: GW, Band 21, hrsg. v. Friedrich Hogemann u. Walter Jaeschke, 1985, p.46 참조.

27.개념론, p.314.

28.Wissenschaft der Logik. Zweiter Band. Die subjektive Logik. Bd. 12, hrsg. v. Friedrich Hogemann u. Walter Jaeschke (1981), p.181.

29.헤겔, 『대논리학 (III): 개념론』, p.321.

30.En. §219.

31.정신철학, p.58.(En. §389 주해)

32.『전경』, 교운 1장 66절.

33.이경원, 『대순종학원론』, p.313.

34.『전경』, 교법 2장 44절.

35.같은 책, 공사 3장 4절.

36.이경원, 『대순종학원론』, p.86.

37.헤겔, 『정신철학』, 박병기ㆍ박구용 옮김 (울산: 울산대학교 출판부, 2000), p.32. (En. §382) (이하 ‘정신철학’으로 표기하며 필요한 경우 번역을 수정함)

38.정신철학, p.9.(En. §377)

39.정신철학, p.32.(En. §382)

40.정신철학, p.68.(En. §391) “보편적 혼은 세계혼(Weltseele)으로서 말하자면 하나의 주체로서 고정되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보편적 혼은 자신의 현실적 진리를 다만 개별성, 곧 주관성으로 삼고 있는 보편적 실체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보편적 혼은 개별적 혼으로 나타나기는 하지만, 직접적으로 다만 자체에 자연 규정성들을 지니고 있는 존재하는 혼으로서만 나타난다. 이러한 자연규정성들은 말하자면 그 관념성의 배후에 자유로운 실존을 가지고 있다. 다시 말하면 자연규정성들은 의식에게는 자연의 대상들인데, 그러나 혼 자체는 외적인 것으로서의 이러한 자연의 대상들과 관계하지 않는다. 오히려 혼은 이러한 규정들을 자기 자신에 자연적 질들로 갖는다.”

41.자연철학 2, p.25.(En. §342) “동물적 생명은 공간과 시간 속에서 자신을 펼쳐 보이는 개념이다. 각각의 지체는 자신 속에서 완전한 영혼을 지니고 있고, 자립적인 것이 아니라, 단지 전체와 결합되어 있는 것으로만 존재한다. 감각(Empfindung), 즉 제-자신을-자기-안에서-발견하는-것은 여기서 비로소 현존하는 가장 높은 것이다.”

42.정신철학,p.136.(En. §401 보충)

43.정신철학,p.224.(En. §410) 헤겔은 법철학 §4에서 “법체계가 제2의 자연으로서 실현된 자유의 나라, 즉 자기 자신으로부터 산출된 정신의 세계이다”라고 주장한다. “습관이라는 형식은 정신 활동의 모든 종류와 단계를 포괄한다. 직립이라는 개체의 가장 외면적인 규정, 즉 공간적인 규정은 개체의 의지에 의해서 습관이 되어 있다.…자기 자신의 순수한 지반에서 활동하는 완전히 자유로운 사유도 마찬가지로 습관과 능숙함을 필요로 한다.” 정신철학, p.226.(En. §410 주해)

44.정신철학, p.232.(En. §410 보충) “인간의 개별적인 활동은 반복된 연습에 의해 습관의 성격, 다시 말하면 정신적 내면세계의 보편적인 상기 속으로 수용된 형식을 지니기 때문에, 혼은 타자에게도 전달해야 할 보편적 행동 양식인 규칙을 발현하게 된다.”

45.정신철학, pp.232-233.(En. §411)

46.정신철학, p.239 참조.(En. §412 보충) “신체성 중 몇 가지는 여전히 순수하게 유기적인 것으로 남아 있으며, 혼이 자신의 신체 속으로 주조되는 것은 신체의 한 측면일 뿐이라고 할 정도로, 혼의 권력에서 벗어나 있다. 자신의 권력이 가지고 있는 이러한 한계에 대한 감정에 도달함으로써 혼은 자신으로 반성하며, 신체성을 자신에게 낯선 것으로서 자기 밖으로 내던진다. 정신은 이러한 자기 내 반성을 통해 존재의 형식으로부터 해방을 완수하고, 자신에게 본질의 형식을 부여하며, 자아가 된다.”

47.『전경』, 공사 1장 3절.

48.악셀 호네트, 『인정투쟁: 사회적 갈등의 도덕적 형식론』, 문성훈ㆍ이현재 옮김 (서울: 사월의 책, 2011), p.249.

49.같은 책, p.68.

50.1807년 출간된 『정신현상학』은 감성적 확신과 지각이라는 직접적인 형태에서 시작하여 자기의식, 이성, 그리고 정신과 종교로 이행하는 의식의 형태들을 통해 스스로 도야하며 자기를 알아가는 정신의 현상학적 운동의 필연적 계기들을 서술하고 있다. 이 작품의 체계론적 위상이 1817년에 출간되고 이후 두 번 보완 출간된(1827, 1830) 『엔치클로페디』에서 실현하고자 했던 체계론적 위상과 어느 정도 구별되는 독자적 의의를 가지는가 하는 문제는 여기서 다루지 않기로 하겠다.

51.정신철학, p.53.(En. §387 보충) 주관정신의 세 번째 대상인 정신 그 자체는 개별성의 형식을 가지는 것으로 간주된다.

52.정신철학, p.252.(En. §418 해설)

53.정신철학, p.254.(En. §418 보충)

54.정신철학, p.256.(En. §420 주해)

55.정신철학, p.260.(En. §423)

56.정신철학, p.268.(En. §428)

57.정신철학, p.270.(En. §430)

58.정신철학, p.271 이하. (En. §431 보충)

59.정신철학, p.273.(En. §432 보충)

60.정신철학, p.275.(En. §433 보충) “지배와 예속의 상관관계는 구별되어 있는 자기 의식적 주체들이 가지고 있는 자신 안으로 반성된 특수성과 서로에 대한 동일성 사이에서 빚어지는 모순의 상대적 지양을 포함하고 있을 뿐이다. 왜냐하면, 이러한 관계에 있어서는 특수한 자기의식의 직접성은 우선 단지 노예의 측면에서만 지양되고, 이와 반대로 주인의 측면에서는 유지되기 때문이다. 생명의 자연성은 이 양 측면에서 모두 존속하는 반면에, 노예의 고집은 주인의 의지에 따라 스스로를 포기하고, 지배자의 목적을 자신의 내용으로 얻는다. 그런데 지배자는 자신의 편에서 노예의 의지를 자신의 자기의식 안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한갓 노예의 자연적 생명성의 유지에 대한 염려를 받아들일 뿐이다. 그리하여 이러한 상관관계에 있어서는 서로 관련된 주체들이 가지고 있는 자기의식의 정립된 동일성은 오직 일면적인 방식으로만 나타난다.”

61.정신철학, p.279.(En. §436)

62.정신철학, p.279.(En. §436 해설)

참고문헌(References)

1.

『전경』, 여주: 대순진리회 출판부, 2010.

2.

『대순지침』, 여주: 대순진리회 출판부, 2012.

3.

박종규, 「자연에서 정신에로의 헤겔적 이행은 타당한가?」, 『철학논총』 8, 1992.

4.

박병기, 「헤겔과 인간중심적 유기체론」, 『범한철학』 37, 2005.

5.

연효숙, 「헤겔의 자연철학에서 '생명'의 형이상학적 의미」, 『헤겔연구』 28, 2010.

6.

윤병태, 「삶의 이념과 현실」, 『철학』 58-1, 1999.

7.

이경원, 『대순진리회 교리론』, 서울: 문사철, 2013.

8.

이경원, 『대순종학원론』, 서울: 문사철, 2013.

9.

머레이 그린, 『헤겔의 영혼론-사변적 인간학』, 신우승 옮김, 서울: 도서출판b, 2014.

10.

아리스토텔레스, 『영혼에 관하여』, 유원기 옮김, 서울: 궁리, 2001.

11.

악셀 호네트, 『인정투쟁: 사회적 갈등의 도덕적 형식론』, 문성훈ㆍ이현재 옮김, 서울: 사월의 책, 2011.

12.

헤겔, 『대논리학 (III): 개념론』, 임석진 옮김, 서울: 지학사, 1982.

13.

헤겔, 『정신철학』, 박병기ㆍ박구용 옮김, 울산: 울산대학교 출판부, 2000.

14.

헤겔, 『헤겔 자연철학 1과 2: 철학적 학문의 백과사전 강요 제2부』, 박병기 옮김, 파주: 나남, 2008.

15.

Hegel, G. W. F., Gesammelte Werke, hrsg. von der Rheinisch-Westfälischen Akademie der Wissenschaften, Hamburg, 1968ff.

16.

Hegel, G. W. F., Wissenschaft der Logik. Erster Band. Die objektive Logik. Bd. 11, hrsg. v. Friedrich Hogemann u. Walter Jaeschke, 1978.

17.

Hegel, G. W. F., Wissenschaft der Logik. Zweiter Band. Die subjektive Logik. Bd. 12, hrsg. v. Friedrich Hogemann u. Walter Jaeschke, 1981.

18.

Hegel, G. W. F., Enzyklopädie der philosophischen Wissenschaften im Grundrisse, hrsg. von Friedhelm Nicolin und Otto Pöggeler, Felix Meiner, 1991.

19.

Hegel, G. W. F., Enzyklopädie der philosophischen Wissenschaften im Grundrisse II. Bd. 10. In: Werke in zwanzig Bänden (Theorie Werkausgabe). Hrsg. v. Eva Moldenhauer u. Karl Markus Michel, 1986.

20.

Hegel, G. W. F.,(1830). Enzyklopädie der philosophischen Wissenschaften im Grundrisse III. Bd. 10. In: Werke in zwanzig Bänden (Theorie Werkausgabe). Hrsg. v. Eva Moldenhauer u. Karl Markus Michel, 1986.

21.

Kant, I. (1981A/1987B). Kritik der reinen Vernunft. Hrsg. von Jens Timmermann (1998). Hamburg.

22.

Wolff, M. (1992). Das Körper-Seele-Problem. Kommentar zu Hegel, Enzyklopädie (1830), §389. Frankfurt am Main.

23.

Pippin, R.B., Hegel, Freedom, the Will. In: L. Siep (Hrsg.): Hegel: Grundlinien der Philosophie des Rechts. Berlin, S.31-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