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urnal of Daesoon Academy of Sciences
The Daesoon Academy of Sciences
Focus Unit

인간과 세계의 미래에 관한 해원상생사상 연구

배규한1,
Kyu-han Bae1,
1대순사상학술원 원장ㆍ대진대학교 교수
1Chairman, The Daesoon Academy of Sciences, Daejin University
Corresponding Author : Kyu-han Bae, E-mail : khbai@daeji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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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ceived: Apr 27, 2018 ; Accepted: Jun 16, 2018

Published Online: Jun 30, 2018

초록

본 연구의 목적은 세 가지이다. 하나는 한국 신종교의 대표적 평화사상인 해원상생사상의 의미를 통합적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해원상생과 해원공사를 후천선경 건설의 원리와 실행기제로 보고 구조적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세 번째는 해원상생사상에 내포된 사상적 특성으로 인간과 세계의 미래를 논리적으로 추론해 보는 것이다.

해원상생사상은 해원과 상생으로 구성되는 복합적 개념이다. 해원은 인간ㆍ신명ㆍ세계에 쌓인 원한과 원한의 구조를 풀어가는 것이고 상생은 서로 간에 잘 되게 하는 작용 또는 잘 산다는 상태를 말한다. 그래서 해원상생은 원한을 풀고 서로 잘 산다는 말이다. 대순진리회에서의 해원상생은 그 개념이 외연적으로 더욱 확대되어 나타난다. 해원상생은 전 세계의 평화이며 전 인류의 화평으로 확장된다.

선행연구의 통합적 분석과 필자의 새로운 해석에 의해 얻어진 해원상생의 가치와 의미는 원리ㆍ법리ㆍ윤리ㆍ이념으로써 공통적으로 인존, 상생, 평화, 조화, 후천, 선경 등으로 연결된다. 이것은 해원상생이 가지는 어원적 의미보다 해원상생사상이 인간과 세계와 그 미래에 관해 투영되는 가치적 의미는 더욱 깊고 넓다는 것을 말해준다. 인존과 상생, 평화와 조화, 후천과 선경이 가지는 공통의 특성은 모두 인류가 오랫동안 꿈꿔온 대망의 실현이라는 점이다. 이점이 해원상생의 가치와 의의를 세계적으로 확산시키는 이유이다.

해원공사는 상극이 지배하는 선천시대의 원한을 해소하고 상생으로 유지되는 후천세계를 건설하는 강증산의 종교적 행위이다. 그래서 해원상생의 원리는 해원공사에 의해 인간과 세계와 그 미래를 변화시키는 작용력을 가진다. 이 글에서는 해원상생이 ‘인간욕망의 충족’과 인간과 세계의 ‘상생적 조화관계’를 이룸으로써 인간은 인존(人尊)으로, 세계는 선경(仙境)으로, 미래는 평화로 변화시킨다고 추론한다. 그래서 해원상생사상은 사회-세계-우주의 변화원리로서 작용하며, 해원상생의 사회적 실현은 인존ㆍ선경ㆍ평화의 객관적 실재로서의 그 미래를 창출한다.

해원상생사상에 대한 연구는 아직도 어려운 여건 속에서 소수의 학자들에게서만 진행되고 있다. 이런 점에서 해원(解冤)ㆍ상생(相生)ㆍ인존(人尊)ㆍ선경(仙境)ㆍ평화(平和)를 실현하는 해원상생에 관한 연구가 앞으로 더욱 더 확대되어 세계종교사상의 주요 주제로 다루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ABSTRACT

There are three purposes to this study: first, to understand comprehensively the meaning of Haewon-sangsaeng (Resolution of Grievances for Mutual Beneficence) Thought, which can be taken as representative thought regarding peace in Korean new religions. Next, Haewon-sangsaeng Thought and the works for Haewon (resolving grievances) will be examined as principles and practical mechanisms for building the paradise of the Later World and understanding the structure of this system of thought. Lastly, logical inferences will be made regarding the future of humanity and the world through the ideological characteristics implied by Haewon-sangsaeng Thought.

Haewon-sangsaeng Thought contains the complicated concepts of Haewon and Sangsaeng. Haewon is the resolution of the enmity and grievances that have accumulated in the realms of humanity and deities. Sangsaeng indicates the action of mutually benefiting one another or a state wherein people live in prosperity and peace. In Daesoon Jinrihoe, the concept of Haewon-sangsaeng is expressed explicitly and has broad applications. It can be expanded for the global peace and the harmony of all humanity.

As the result of an integrated analysis of previous studies, it can be stated that Haewon-sangsaeng has values and meanings in terms of principles, laws, ethics, and ideology all of which are commonly connected to Injon (Human Nobility), Sangsaeng, peace, harmony, the Later World, and paradise. This indicates that its valuable for the future of humanity and world is deeper and wider than its mere etymological meaning. The common factor among paired ideas such as human nobility and Sangsaeng, peace and harmony, and Later World and paradise is the realization of humanity’s greatest wish. This is the reason why the value and meaning of Haewon-sangsaeng can be expanded globally.

The works of Haewon were a religious act of Kang Jeungsan who resolved the grievances of the Former World which was under the rule of mutual conflict and built a Later World that will operate according to mutual beneficence. Therefore, the principle of Haewon-sangsaeng has a motivative power, through the Reordering Works of the Universe, which can transform the future of humanity and the world. In this study, it can be inferred that as Haewon-sangsaeng ‘fulfills human desires’ and forms a ‘harmonious relations of Sangsaeng’ between humans and world, humans will be transformed into Injon (Human Nobility) while the world turns into a paradise, and the future turns into period of peace. Therefore, Haewon-sangsaeng Thought works as a principle that changes society, the world, and the universe. The social actualization of Haewon-sangsaeng is tantamount to bringing the future of Injon, paradise, and peace into objective reality.

Previous studies on Haewon-sangsaeng Thought had been carried out under difficult circumstances by a small number of scholars. For all the above reasons, I anticipate that there will be more and more studies made on the topic of Haewon-sangsaeng Thought, which seeks the realization of Haewon (the Resolution of Grievances), Sangsaeng (Mutual Beneficence), human nobility, paradise, and peace. I hope it will emerge as a main subject in global religious thought.

Keywords: 대순사상; 인간; 세계; 미래; 해원상생; 해원공사; 인존; 선경; 평화
Keywords: Daesoon Thought; Humanity; the World, the Future; Haewon- sangsaeng; Works of Haewon; Injon; Paradise; Peace

Ⅰ. 머리말

본 연구의 목적은 강증산(姜甑山) 성사(聖師)1)의 해원상생사상에 관한 통합적ㆍ구조적 이해를 모색하고, 해원상생사상으로 노정(路程)되는 인간과 세계의 미래를 종교사상적 관점으로 조명하는 것이다. 해원상생(解冤相生)2)의 사상은 19세기 구한말 급격한 사회 변혁기에 발생한 한국의 대표적 신종교인 대순진리회의 종지(宗旨)3)이자 대순사상(大巡思想)4)의 근간을 이루는 주요사상이다.

인류 문명사는 정치와 경제 그리고 종교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종교와 정치 그리고 경제의 틀과 사유체계의 변화에 따라 인류문명의 역사는 장구한 흐름 속에서 전개되어 왔다. 피터 버거(Peter L. Berger)는 특히 종교와 세계 구성에 대해 말한다. 사회는 인간의 산물에 불과한 것이지만 그 사회가, 다시 그것을 만들어낸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영향을 미치는 인간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사회는 하나의 변증법적인 현상(dialectic phenomena)이며, 종교가 세계를 건설하는 인간의 기획에 있어서 전략적인 역할을 수행해 왔고, 종교는 인간의 질서가 존재의 전체에 투사되는 것을 뜻하며, 전 우주를 인간에게 유의미한 것으로 생각하게 하는 대담한 시도5)라고 말이다. 종교는 사회 및 우주의 구성과 현상에 대한 공식적인 규정을 통해서 인간 자신과 사회 그리고 우주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게 해왔다. 사회와 우주의 구성과정에서 종교가 내린 상황규정이 당연한 것이 되려면 그 규정 또는 정의가 정당한 것이라는 인식이 앞서야 하는데, 이 과정이 정당화의 과정(legitimating process)이며, 정당화(正當化)의 과정은 기존 질서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과정이다. 기존질서가 항상 사회적으로 구성된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정당한 것으로 당연히 받아들일 때 비로소 그것은 ‘객관적인 지식’이 되고 ‘객관적인 사실’이 된다. 전 근대 사회에서는 제도화된 종교가 정당성 부여에 결정적인 구실을 담당했지만, 현대산업사회에서는 사회화 기관인 대량매체가 사회와 대중문화에 더욱 밀접한 영향을 미치게 되고 상황규정도 확대하게 된다. 대량매체에 의한 독점적 상황규정의 확대와 제도 종교의 이러한 규정에 대한 뒷받침은 기존질서의 정당성을 다시 확인시켜주기도 한다. 그렇지만 정당성의 위기가 심각해질 때에는 대안적 상황 규정을 통해 참으로 정당한 구조와 세계를 구성하려는 새로운 종교의 움직임에 대해서도 관련 학문은 깊은 관심을 보여야 한다.6)

이것이 한국 신종교7)의 종교사상으로부터 인간과 사회-세계의 상황을 규정하고 그 미래를 귀납적으로 새롭게 추론하고 정당화해보고자 하는 이 글의 논리구조이다. 하지만 이러한 논리의 전개는 본 논문의 목적에 도달하기 위한 최소한의 학술적 논지로써 사용할 뿐이며 내용의 전개에 있어서도 초교파적인(ecumenical) 학문연구자의 관점을 견지해 나갈 것이다.

인류역사를 거시적으로 보면, 종교와 종교사상은 다른 무엇보다도 인류의 삶과 세계의 질적 변화에 중대한 영향을 끼쳐왔고 문명사적 대전환과 함께 해왔다. 시대를 달리하며 출현했던 종교와 그 사상은 그 시대의 정치체제와 사회적 생산관계(relations of production)로부터 영향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기존의 정치와 경제구조(economic structure)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끼침으로서 새로운 사회체제와 이념을 탄생시키기도 한다. 인류역사에 나타난 여러 종교들은 인간의 삶과 인류사회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왔고, 다양한 종교사상은 인간과 신 그리고 자연에 대한 본질적 이해뿐만 아니라 인간의 한계와 사회적 질곡을 극복하는 사유체계로서, 인류의 진보와 세계변화의 동력으로서, 긍정적으로 기능하기도 한다.

이 시점에서 궁극적인 질문 하나를 던져보자. 21세기의 인류가 당면한 본원적인 문제는 무엇인가? 역사적으로 늘 그러했지만, 하나는 인간과 세계, 우주는 과연 무엇인가에 대한 물상적(物象的) 이해와 통찰에 관한 문제이다. 또 하나는 사회적인 문제로, 인류사회는 과연 이 상태로 지속가능한가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질문이다.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인간은 인류사회에 내재된 정치ㆍ경제ㆍ종교적 갈등과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고 지속가능한 인류의 미래를 창출할 수 있는가이다. 이러한 질문에 대해 과학과 기술의 진보는 한편으로는 인간과 세계에 관한 물상적 이해를 끊임없이 확대해 가는 과정에서 그것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인류에게 주기도 한다. 특히 식량문제와 자원문제 등 경제적 측면에서는 더욱 그렇게 보인다. 반면에 과학기술의 놀라운 진보도 인류의 공존공영과 인류사회의 지속가능성에 대해서는 분명한 신호를 보내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두 가지 질문에 종교와 종교사상은 어떻게 답하고 그 상황규정을 할 수 있을까?

동서양의 다양한 종교들은 과거로부터 지금까지 이 두 문제에 대한 해답을 구하기 위해 인간본성의 회복과 이상적 미래세계에 대한 종교적 진리와 사상을 설파해왔다. 동양에는 유불도(儒佛道) 사상이 있고 서양에는 기독교(基督敎) 사상이 있다. 유교ㆍ불교ㆍ도교에는 인의(仁義)사상, 자비(慈悲)사상, 무위(無爲)사상이 있고 기독교에는 사랑의 사상이8) 있다. 인과 자비, 무위와 사랑은 각 종교에서 말하는 인간이 갖추어야 할 바람직한 덕성이며, 이의 함양을 통해 인간과 사회가 지향하는 종교적 미래세계를 여는 원리이기도 하다. 이 글에서 다루고자 하는 철학적 얼개와 사상의 큰 틀인 대순사상은 해원상생을 강증산 성사의 천지공사9)로 조판(組版)되는 후천개벽시대의 인류가 갖추어야 할 참다운 덕성이자 후천선경을 여는 세계-우주-삼계(三界)10)의 변화원리로 설명한다.

강증산 성사의 사상이 갖는 의의를 김일권은 ‘인존(人尊), 해원(解冤), 상생(相生)이라는 자존과 화해의 근대적 인간선언’이라는 점과 ‘천지공사(天地公事), 신인합발(神人合發), 삼계대권(三界大權) 등으로 표출된 우주론적 교의(doctrine of cosmology and mysticism)’로11) 강조한다. 또한 그 성격을 ‘한국종교사에서 처음 등장한 사상체계 이자 세계 종교사적으로도 특이한 사유 형태’12)라고 설명한다. 대순사상에서는 해원상생을 강증산 성사13)의 강세(降世) 목적이기도 한 ‘후천선경’ 건설의 주체적 작용원리이자 선천의 인간을 후천의 ‘인존(人尊)’으로, 선천의 세계를 후천의 ‘선경’으로, 인간과 세계의 미래를 ‘평화의 시대’로 변화시키는 사상체계로 설명한다.

해원상생의 종교사상을 통하여 인간과 세계의 미래를 이해하기 위한 이 연구는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첫째, 선행연구를 통하여 해원상생의 의미에 관한 통합적 이해를 구해 본다. 둘째, 해원상생과 해원공사에 대한 이해를 구조적으로 분석한다. 셋째, 해원상생에 내포된 주요한 이념으로 인간과 세계를 일관되게 추론하여 그 미래의 시대적 특징을 도출해 본다. 다시 말해 해원상생에 내포된 주요 이념을 도출하고 그 이념이 인간과 세계를 어떻게 변화시키고 규정해나가는지를 기준과 전제를 가지고 논리적으로 추론해 본다. 이것이 해원상생에 관한 연구방향과 형식 그리고 구조에서 기존연구와는 다른 큰 차이점이다.

이를 위해 본 논문은 학술적 의미가 있는 문헌과 종교사상적 논지전개에 필요한 『전경』 등의 주요 자료를14) 근거로 하여 논의를 진행한다. 본 연구가 해원상생사상의 통합적 이해를 드러내고, 이를 계기로 다양한 학문세계의 관점에서 새로운 연구들이 축적되길 기대한다. 더 나아가서 이러한 축적을 통해 한국의 종교사상이 세계종교사상계에서 인류 보편의 종교사상으로 연구되어지고, 아울러 해원상생사상이 인간과 세계에 관한 지평을 확대하는 새로운 미래사상과 인식체계로서 발전해 나가길 희망해 본다.

Ⅱ.해원상생의 의미에 관한 통합적 이해

이 장에서는 해원상생의 사상적 가치와 의미를 선행연구를 토대로 두 가지 측면에서 통합적으로 읽어내고자 한다. 하나는 해원상생이 가지는 중요성이나 가치를 의미화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원(冤), 해원(解冤), 상생(相生) 등의 해원상생(解冤相生)을 구성하는 용어의 의미와 뜻을 통해 해원상생을 이해하려는 노력이다.

해원상생사상에 관한 연구는 큰 틀에서 보면 한국 신종교 사상의 연구에서 찾아볼 수 있다. 즉, 수운(水雲)의 동학(東學), 김일부(金一夫)의 정역사상(正易思想)에 기반 한 종교, 증산(甑山)의 대순사상(大巡思想)에 기반 한 종교, 대종교(大倧敎), 원불교(圓佛敎) 등 한국 신종교의 5대 종교유형에15) 관한 연구 중에서도 증산의 대순사상에 관한 연구에서 그 주류를 이루고 있다. 더 엄밀하게 살펴보면 『대순사상논총』16), 『증산사상연구』17) 등의 전문학술지에서 그 연구가 대부분 이루어지고 있거나 이루어졌고, 종교와 신종교 그리고 일부 철학 관련 주요 학회지18) 등에서 그 선행연구가 종종 나타나고 있다.

사실 사람들이 어떤 사상에 대한 통합적 이해를 얻기 위해서는 그 사상이 발생했던 시대적 배경과 사회적 환경 그리고 대중들의 삶과 열망이 무엇이었는지부터 시작해서, 과거의 그 사상이 지금의 사람들에게 어떻게 사유되고 이어지고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인간과 세계의 미래에도 여전히 살아있는 사상으로 생명력을 가질 것인지에 대해서 체계적으로 설명되어져야 한다.

앨런 라이언이 “‘정치사상’이나 ‘정치이론’이라고 말하는 주제에 관해 평생 동안 가르치고 글을 쓰는 사람은 많다. 하지만 놀랍게도 ‘정치사상’이 무엇인지에 관해서는 거의 합의된 바가 없다.”19)라고 말했듯이, 해원상생사상에 관한 지금까지의 연구 상황은 비록 단기간에 성과는 있었지만, 수많은 학자들에 의해 오랜 연구사를 가진 정치 분야와 비교하는 것이 무리라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라이언이 말한 ‘정치사상’의 상황보다 결코 낫지 않다. 결국 어떤 사상이 살아 숨 쉬면서 인간과 세계의 변화에 유의미한 기능적 역할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그 사상을 종교적 신념체계로 받아들이는 ‘종교적 인간’20)에서부터 그렇지 않은 대중에게까지 즉, ‘성(聖)과 속(俗)’21) 모두의 공간에서 여전히 살아있는 사상으로 생명력을 얻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해원상생사상의 의미와 그 통합적 이해를 위한 논의를 진행한다.

1. 해원상생의 가치와 그 의미

해원상생이 가지는 중요성이나 가치를 의미화 하는 선행 주요연구로는 정대진22), 이항녕23), 안종운24), 최동희25), 배규한26), 박용철27), 이경원28), 신철균29), 김방룡30), 주현철31), 김탁32), 잔스촹33), 차선근34), 금교영35) 등의 논저가 있다. 이외에도 여러 편의 연구 성과가36) 있으나, 여기서는 논지전개에 적합한 연구 성과를 위주로 가급적 연도순으로 논의를 전개한다. 먼저 해원상생의 가치나 중요성에 대한 의미화 연구를 보도록 하자.

정대진(1996)은 「대순사상 연구를 위한 제언」에서 해원상생을 새로운 윤리도덕을 정립하는 ‘대순사상의 실천윤리에 있어서의 대강령’으로 의미화 한다.37) 해원은 신명과 신명, 국가와 국가, 개인과 개인 간에 맺힌 원한을 푼다는 것이며, 이로써 ‘상생’ 즉 서로가 서로를 위해서 잘 되게 하는 윤리적 이상(理想)이 실현된다. 그래서 해원은 원의 뿌리를 근본적으로 해소하여 영원한 평화를 이룩하는 상생적 윤리이며 윤리적 이상으로서의 상생이념이다.38) 이처럼 정대진은 해원상생을 윤리적 관점에서 대순실천윤리의 대강령, 항구적 평화완성의 상생윤리로 해석하고 있다.

이항녕(1996)은 「대순사상의 우주사적 의의」를 밝히는 글에서 “대순사상은 천지인 삼계에 미친다. 천계에는 천도(宇宙觀)가 있고 지계에는 지도(世界觀)가 있고 인계에는 인도(人生觀)가 있다.”39)고 전제하고 대순사상의 요지를 천도(天道)ㆍ지도(地道)ㆍ인도(人道) 사상으로, 인도사상은 다시 해원상생사상과 도통사상으로 나누면서 해원과 상생의 의미를 정의하고 있다.

우주와 인간은 본래 평화적, 상생적 질서로 이루어진 것인데 천하가 불안한 것은 신명계나 인간계가 원한이 차있는 데에서 비롯된다는 것이 증산의 지적이다. 이 원한이 남아 있는 한 천하가 평안할 수 없으므로 천하를 평안하게 하는 것은 이 원한을 푸는 데 있고 이 원한을 푸는 것이 해원이요 해원으로 상극을 푸는 것이 상생이다.40)

이항녕은 원한과 상극을 푸는 것이 해원상생이라고 보고, 기독교 사상은 인간의 원죄의식에 근원하는 용서의 정신으로, 불교의 자비는 인간의 동병의식에 근원하는 동정의 정신으로, 대순진리회의 해원사상은 동체의식에 근원하는 정화의 정신으로 비교한다. 여기서 ‘정화’는 천지만물이 일체라는 관점에서 “어느 한 곳이 막히면 전체가 막혀 천하의 순환이 어렵기 때문에 그 막힌 곳을 뚫어서 전체를 정화시키면 천하가 통정되어 순환이 잘 된다.”는41) 통정과 순환의 의미이다. ‘동체의식’은 한 몸으로서 느끼는 동질적 의식이다. 인간과 세계는 하나의 동체로서 동질적 의식이 순환하고 있기 때문에 세상에 원한이 그대로 있는 한 상호 간에 용서와 동정이 있을 수 없는 것이다. 원한이 완전히 해소되어야만 비로소 미움도 고통도 사라지는 것이다. 그래서 ‘해원은 사랑의 최고 형태’이며42) 해원은 유교의 인(仁), 불교의 자비(慈悲), 기독교의 용서(容恕), 한민족의 이해(理解) 등 사랑의 여러 형태를 다 포함하는 ‘근본적인 사랑의 형태’이다.43)

배규한(1996)은 「대순사상과 인류의 미래」에서 해원상생을 ‘우주개조의 실천원리’로 보고 해원은 포원(抱冤)의 인간사회와 신명세계를 근원적으로 정화하는 원리로, 상생은 삼계에 원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게 하는 후천선경의 실천윤리와 강령으로 그 의미를 부여한다. 여기서 말하는 우주는 ‘우주와 인간 세계의 기본적인 구성 요소이면서 그 변화의 동인으로 작용하는 천(天)ㆍ지(地)ㆍ인(人)’ 삼계(三界)이다. 이 밖에도 해원의 필요성, 해원의 범위와 대상, 해원의 내용 등에 관해서 설명한다.44)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해원상생과 해원공사의 구조적 이해를 다루는 부분에서 논의를 확장해가기로 한다.

안종운(1998)최동희(1998)는 윤리적 측면에서 해원상생을 다루고 있다. 안종운은 대순사상 가운데 가장 주목을 끄는 실천철학분야는 윤리 도덕의 핵심인 ‘해원상생론’이라 강조한다.45) 최동희는 칸트(1724~ 1804)가 말한 인간이 생각할 수 있는 세 가지 관계 즉, 실체관계(實體關係), 인과관계(因果關係), 상호관계(相互關係) 중 헤겔의 변증법에 따라 가장 발전된 단계가 상호관계인데, 이것은 새 시대(후천)가 목표로 삼고 있는 자유와 평등의 인간관계를 포함하는 관계이기에 이 ‘상호관계’를 ‘해원상생의 인간관계’로 보고 있다.46)유승종(1998)은 「해원상생에 내포된 사상적 특성」에서 ‘해원’을 상극의 이치가 지배하는 선천의 모순과 갈등을 해소하는 것으로, ‘상생’은 후천세계가 운행되는 원리로서, 선천을 지배했던 모순과 대립과 투쟁이 보은과 협동과 화해의 정신으로 바뀌어 지게 하는 근본원리라 말한다.47)

이경원(1998, 2011)은 대순사상에서 해원의 의미는 ‘인간계와 신명계의 모든 원과 한을 푼다는 대의(大義)’를 내포하며,48) 상대가 잘 되어야만 내가 잘될 수 있으므로 ‘서로를 잘 되게하기 위해 힘쓰는 관계’가 바로 상생인데 상생은 반목과 쟁투, 억압과 차별이 없고 인간과 신명의 내ㆍ외적인 모순과 불평등의 상극의 원리에서 벗어나 서로 살아가게 되는 것이라 말한다.49) 그러므로 해원상생은 ‘인간계와 신명계의 모든 원한을 풀어 상통하고 상생할 수 있도록 하는 이념’이다.50) 한편, 사회복지측면에서 볼 때 해원상생은 인간존엄의 극치를 이루고자 하는 것으로 주체와 객체 모두 자아를 실현할 수 있는 사회복지의 진정한 실천이념이다.51)

김탁(2005)은 ‘증산의 상생’은 오행의 상관관계를 설명하는 상생이 아닌 인류 역사를 지배하는 이념으로서의 질서원리라고 파악하고, 상생을 종교적 차원의 선ㆍ후천 시대구분론을 제시하는 결정적 용어라고 말한다. 그래서 상생은 오행설의 철학적 개념을 넘어서 인류가 지향해야 할 궁극적이고 보편적 가치이자 인륜과 도덕의 최고덕목이며, 인류사의 오랜 꿈인 후천이라는 이상사회로 연결하는 새로운 질서원리라 할 수 있다.52)

김방룡(2009, 2017)은 해원상생의 원리와 내용, 해원상생의 실천방법을 서술하면서 해원상생의 현대적 의의를 인간학으로서의 해원상생, 종교 간의 평화이념으로서의 해원상생, 사회윤리로서의 해원상생 등으로 도출한다.53) 또 ‘대순사상과 시대정신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어낼 것인가’하는 문제의 실마리를 찾으면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부정적인 소외-갈등 요소를 치유할 방법론으로 해원과 상생의 원리를 제시한다.54) ‘해원상생’은 ‘윤리적 이상’으로서 이제 한국사회의 보편적인 이념으로 정착되었고, ‘해원’과 ‘상생’은 후천시대 인간이 살아가야할 정도(正道)를 제시하고 있다.55)

신철균(2009)은 해원과 상생의 의미를 정대진(1998), 이경원(1998)의 그것과 궤를 같이 하면서도 해원상생의 이념은 인간관계 내에서만 통용되는 개념이 아닌 천지만물이 서로 존재하는 전반적인 양상을 규정짓는 개념으로 보고, 해원상생은 후천세상을 살아가는 보편적인 원리라고 규정한다.56)류성민(2014)은 해원은 선천에서 후천으로 가기 위한 전제조건이자 새로운 윤리규범들을 제시하는 근거로 보고 ‘해원’이 되어야 ‘상생’의 원리가 적용될 수 있다고 본다.57)

잔스촹(2013, 2014)은 ‘해원상생의 중점’은 인간과 인간의 관계를 조화롭게 하는 것이라 보고, ‘해원’은 우주의 기운과 인간 간의 소통을 막은 긴 역사속의 원을 풀기 위해서 필요하며, 해원이 되면 우주의 기운이 다시 잘 통할 수 있게 되어 인간 사회의 정상적인 교류가 이루어지게 된다고 한다. 또 ‘해원상생’의 지향점은 곧 ‘상생’이며 상생은 사회에서 사람들이 서로 조화롭게 살아가는 모습이며, 서로간의 협조를 통해 생존의 적극적인 에너지를 발산하여 최종적으로 대도(大道)에 이르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바, 이로써 ‘도통진경(道通眞境)’의 위대한 이상을 실현할 수 있다.58) 그리고 ‘상생ㆍ상극’은 우주 만물이 존재하고 발전하는 기본법칙이며, 상생과 상극이 조화되고 통일되는 상태에 도달하여야만 사물이 질서 있게 정상적인 상태로 발전을 이루는 것이다.59)

금교영(2015)은 ‘갑질’이라고 하는 한국사회의 갈등ㆍ반목ㆍ대립의 현상과 이러한 사회적 상황을 타개할 정신적 안목을 대순진리의 해원상생사상에서 찾고자 한다. 해원상생은 ‘인간 숙명의 원을 풀고 더불어 서로 잘 살아보자’는 것이며, 해원상생이 바로 ‘대순진리의 실천윤리에 있어서 대강령이며, 이상사회 건설의 실천원리’이다.60) 해원과 상생은 ‘상제의 초월적 권능’으로 행해지며 이로써 건설되는61) 후천세계는 평등과 화목으로 가득 찬 세상이다.

차선근(2014, 2017)은 해원상생을 우주론적 측면과 실천수양론적 측면으로 나누어 그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전자는 증산성사가 시행한 천지공사로 인해 만고의 모든 원이 풀려 상생의 후천이 이룩되는 천지와 신명계의 변화이며, 후자는 인간 개개인이 묵은 원을 풀고 상생을 도모해야 한다는 수행의 대원칙이다.62) 그리고 ‘대순진리회의 마음관’에서 볼 때 마음이 일으키는 욕망을 푸는 ‘진정한 해원’은 악을 선으로 갚고, 천한 사람을 우대하고, 덕으로 사람을 올바르게 대우하고, 남을 잘 되게 하는 상생의 마음을 가짐으로써, 인간의 욕망으로 인해 빚어질 수 있는 불행을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다.63)

선행연구에서 보이는 해원상생의 가치와 의미를 통합적으로 살펴보면 주로 인간, 신명, 관계, 후천선경, 이상사회 등에서 중요한 가치를 드러내고 있으며, 실천원리, 실천윤리, 실천철학, 윤리적 이상, 영원한 평화, 최고의 사랑, 관계의 조화, 새로운 질서원리 등으로 의미화 되고 있다. 특히 원리ㆍ윤리ㆍ철학ㆍ질서로서 가지는 해원상생의 중요한 가치는 공통적으로 인간과 세계에 대한 사랑ㆍ상생ㆍ평화ㆍ조화 등의 의미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고, 인간ㆍ신명ㆍ이상사회ㆍ후천선경 등에서 그 가치와 의미가 발현되는 것으로 필자는 해원상생의 가치와 그 의미를 통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2. 해원상생의 언어적 의미

‘해원상생’에 내포된 어원적(語源的), 자의적(字意的) 연구를 찾아보면 최동희64), 안종운65), 박용철66), 이경원67), 신철균68) 주현철69), 금교영70) 등의 논저가 있다. 그런데 이들 연구에서 나타나는 해원과 상생에 대한 어원과 자의적 분석의 출처가 대체로 동일하고 특히 원(冤)과 원(怨), 한(恨), 상생(相生)에 대한 의미 분석은 별 차이가 없다고 봐도 무방하겠다. 그래서 대표적으로 최동희(1998)금교영(2015)의 글을 통해 그 말뜻을 적어본다.71)

해원이라는 말은 ‘원(冤)을 푼다(解)’는 말이고 이 원(冤)이라는 말이 결국 원통하다ㆍ원한스럽다ㆍ분하다는 말들의 뿌리인 셈이다. 그런데 이 원(冤)이라는 글자는 소리를 나타내는 글자인 한글과는 매우 다른 ‘뜻을 나타내는 글자’(表意文字)인 한자다. 원이라는 한자는 덮개 밑에 토끼가 있는 모습을 나타내는 글자다. 그러므로 그 뜻은 토끼가 덮개(이를테면 그물) 밑에 갇혀서 달릴 수 없음을 나타낸다. 토끼가 마음껏 달리고 싶은 데 덮개 밑에 갇혀서 달릴 수 없으므로 토끼는 더욱 더 몸을 구부리고 오그리게 된다. 이것은 한편으로는 마음 아프게 느낀다는 것을 뜻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원망스럽게 여긴다는 것을 뜻한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사람의 마음을 토끼의 잔뜩 움추린 가엾은 모습을 통해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것이다. 옛 중국사람은 이것을 마음껏 달리고 싶은 토끼가 달릴 수 없는 안타까운 모습을 그려내서 상징적으로 나타냈다. 이러한 욕구불만에 따르는 것(결과)이 바로 마음 고통인데 그 하나가 마음 아픔이고 다른 하나가 원망스러움이다. 이와 같이 욕구불만으로 말미암은 마음 고통이 바로 ‘원’(冤)이고 이것을 풀어서 없애는 것(解)이 곧 ‘해원’이다.72)

원은 구부린다(屈也)는 뜻이다. 덮개(冖)와 토끼(兎)로 이루어진 글자다. 토끼가 덮개 밑에 있어서 달릴 수 없다. 그래서 더욱 더 구부리고 오그리게 된다.73)

원(冤)이라는 표의문자(表意文字)는 마음껏 달리지 못하는 토끼의 심적 고통과 원망을 시각적으로 담고 있는 언어이다. 토끼의 심적 고통과 원망은 덮개라는 제약에 의해 달리고자 하는 욕구를 충족할 수 없기 때문에 발생한다. 원(冤)은 원(怨)의 원한ㆍ원망ㆍ슬픔ㆍ한탄ㆍ미움과는 다른 종류의 한(恨)을 담고 있다. 그것은 미충족 욕구(unmet needs)에 기인한 원한이다. 그래서 해원(解冤)의 원(冤)은 원통하고 억울한 일을 당하여 응어리진 마음인 원한(怨恨)과 인간 욕구-욕망의 미충족에 의한 원한을 포함하는 중의적 개념이다.

최동희는 해원상생의 ‘상생’이 오행(五行)의 상생과는 다르다고 보았다. ‘해원상생’은 해원이 원인(또는 조건)이 되고 상생이 그 결과(또는 성과)라는 뜻으로 보아야하기 때문에 ‘해원하여 상생 한다’는 뜻이고 이렇게 ‘원을 풀어서 상생 한다’고 할 때의 상생이라는 말은 ‘서로 살려준다’는 뜻이고 ‘서로 살아간다’는 뜻이다.74) 여기서 ‘살리다’라는 ‘생(生)’의 의미는 『전경』에서 찾을 수 있다.

어느 날 상제께서 종도들에게 「너희들은 손에 살릴 생자를 쥐고 다니니 득의지추(得意之秋)가 아니냐 마음을 게을리 말지어다. 삼천(三遷)이라야 일이 이루어지느니라」고 이르셨도다.75)

반면에 오행의 상생은 모든 사물들을 다섯 가지 요소 또는 이들 요소를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여기에 다 같이 상생의 원리를 적용하는 ‘우주론적인 상생’이고 목(나무)ㆍ화(불)ㆍ토(흙)ㆍ금(쇠)ㆍ수(물)가 차례차례로 다음 것을 생한다는 뜻에서 ‘일방적인 상생’일 뿐이다.76)금교영(2015)은 「대순진리 해원상생의 현세 실현과 그 실천수행」 연구에서 ‘상생(相生)’을 어원적으로 볼 때 ‘서로 대립하면서도 도우면서 자란다’는 뜻으로 풀이하고 있다.77)

“상(相)은 木 +目으로 이뤄져 있어서 눈으로 나무를 관찰하는 형상이다. 나무는 예전부터 인간이 가장 먼저 보고 대상화하는 존재로 여겨왔다. 또 눈이 나무를 관찰한다는 것은 눈이 모든 사물을 관찰한다는 뜻이 되고, 또 눈이 이 사물, 저 사물을 연결해주고 관계 맺게 해준다는 뜻이 된다. 따라서 상은 눈의 매개로 모든 사물들이 서로 대대(待對)하며, 서로 더불어 존재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고,”78) 『주역』에서도 “상을 상반된 자연물이나 상반된 성질이 서로 더불어 하거나 서로 더불어 돕는다는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79) 그리고 생(生)자는 알다시피 새싹이 땅 위로 돋아나서 자라는 형상을 가지고 있고, 생성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 이처럼 어원적으로 분석해본 상생의 의미는 사물들이나 성질들이 ‘서로 대립하면서도 도우면서 자란다’는 뜻이다.

한편, 박용철(1996)주현철(1998)은 언어적 측면에서 관련 용어를 비교 하여 원(冤)의 본질에 대한 분석을 시도하고 있다. 박용철은 「전경에 나타난 원의 본질과 구조」에서 원과 관련된 『전경』 용어들의 상호관계를 밝히고 원(冤), 원(怨), 한(恨), 척(戚)의 자전적 의미를 비교하면서, 긍정적 측면의 원과 부정적 측면의 원을 천지ㆍ세계ㆍ국가ㆍ사회ㆍ개인 등으로 분류하여 원의 총체적 구조와 정의를 내리고 있다.80) 원(冤)은 ①뜻을 두고 성(誠)을 다하였지만 뜻을 이루지 못함으로 인하여 생성된 마음 ②오해나 누명으로 덮어 쓰는 데서 오는 환경적ㆍ인간적인 요인을 미워하는 마음 ③뜻을 이루려는데 방해가 되는 대상을 미워하는 마음이다.81)주현철(1998)은 「원의 본질적 의미에 관한 연구」에서 대순사상에서의 ‘원(冤)’의 개념과 불교에서의 ‘고(苦)’의 개념을 비교하고 그 원인을 분석해 내고 있다.82) 대순사상에서는 원(冤)의 원인을 천지인 ‘삼계(三界)의 상극(相克)’에 두고 있고, 반면에 불교사상에서는 고(苦)의 원인은 인간 자신의 ‘전생업(前生業)이나 현생업(現生業)’에서 비롯된다고 보고 있다.83)

지금까지 해원상생의 가치와 언어적 의미를 살펴보았다. 해원(解冤)의 원(冤)은 원통하고 억울한 일을 당하여 응어리진 마음인 원한(怨恨)뿐만 아니라 인간 욕구-욕망의 미충족에 의한 원한을 포함하는 중의적 개념이다. 해원상생의 언어적 의미는 해원과 상생의 복합적 의미로 구성된다. 해원은 인간ㆍ신명ㆍ세계에 쌓인 ‘원한과 원한의 구조를 풀어가는 것’이고 상생은 ‘서로 간에 잘 되게 하는 작용 또는 함께 잘 사는 상태’를 말한다. 그래서 해원상생은 ‘원한을 풀고 서로 잘 산다’는 말이다. 대순사상에서 해원상생의 개념은 외연적으로 더욱 확대된다. 해원상생은 전 세계의 평화이며 전 인류의 화평이다.

Ⅲ. 해원상생과 해원공사에 관한 구조적 이해

배규한(1996)은 해원상생을 ‘우주개조의 실천원리’로 규정하면서, 해원은 포원(抱冤)의 인간사회와 신명세계를 근원적으로 정화하는 원리로, 상생은 후천선경의 실천윤리와 강령으로 그 의미를 부여한바 있다.84) 그렇다면 우주와 인간 세계의 기본적인 구성 요소이면서 그 변화의 동인으로 작용하는 ‘천ㆍ지ㆍ인’ 삼계(三界)는 왜 개조되어야 하는지, 여기에 해원상생의 법리는 왜 필요한지, 이 법리는 누구에 의해서, 어떤 방법과 무슨 내용으로, 어떻게 진행되는지 등에 관하여 우리는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 이러한 질문들에 대한 사유와 논의를 이제 시작하고자 한다.

해원상생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해원상생으로 도달하고자 하는 궁극적 지점을 알아야 한다. 그 지점을 대순사상에서는 ‘후천선경’[이후 선경]이라 하고 대순진리회 종지는 ‘도통진경’이라 한다. 그렇다면 해원상생의 목적인 선경에 이르게 하는 실행기제는 무엇인가? 증산은 ‘해원공사-삼계공사-천지공사’라는 종교적 실천행위를 기제로 삼아 해원상생의 법리를 삼계의 실천윤리로 적용하고 선천의 상극시대를 후천의 상생시대로 전환시키고자 하였다. 증산의 해원공사는 해원상생의 실현과 선경건설의 인과론적 방법이자 실행기제로서 작동한다. 그래서 이 장에서는 해원상생과 해원공사에 관한 체계적이고도 구조적인 이해를 구해보고자 한다. 여기서 말하는 구조적 이해는 해원상생과 해원공사를 목적, 방법, 내용 등으로 구조화해서 이해하고 논지를 체계적으로 전개해 나간다는 것이다.

기존연구에서는 해원상생 또는 해원공사를 독립적으로 다루고 있고 특정한 관점과 미시적 접근의 연구가 대중을 이루고 있다. 또한 해원상생과 해원공사를 연결하여 인간과 세계의 미래를 추론하는 시도도 이 글이 처음이다. 따라서 여기서는 주로 『전경』에 의한 직접적인 이해를 구해나가고 선행연구는 필요할 경우 보완적으로 살펴나가는 것이 이 글의 서술 목적상 바람직해 보인다.

대순사상에서는 우주개조의 필요성을 천하가 ‘상극에 지배’되어 ‘원한이 축적’되고 ‘세상은 참혹’하고 천하 창생은 ‘진멸의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는 증산의 선천세계 진단에서 찾는다. 증산이 진단한 선천은 ‘상극’과 ‘원한’의 세계이고 ‘참혹한 재화’와 ‘인류의 멸망’이 진행되는 세계이다. 그래서 윤용복(2016)은 대순사상의 세계관은 현 세계를 선천과 후천으로 나누고 선천, 혹은 현재까지의 세계를 부정적으로, 그리고 그것을 극복하고 새롭게 만들어질 세계를 후천의 이상적 세계로 보고 있다고 한다.85) 다시 말해 선천은 정상적인 법도를 잃은 참혹한 재화(災禍)의 세계이고 원한이 쌓인 세계이기 때문에 개조되고 개벽되어야 할 부정의 세계이고, 후천은 해원상생의 법리로 상도(常道)를 회복하고 신명이 조화되어 원한과 재화가 사라지는 인류보편의 대망(待望)인 이상세계(理想世界)인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하나 짚고 넘어갈 것은 선천의 문제를 해결하여 후천을 여는 일이 단순히 인간의 해원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선천에서는 인간 사물이 모두 상극에 지배되어 세상이 원한이 쌓이고 맺혀 삼계를 채웠으니 천지가 상도(常道)를 잃어 갖가지의 재화가 일어나고 세상은 참혹하게 되었도다. 그러므로 내가 천지의 도수를 정리하고 신명을 조화하여 만고의 원한을 풀고 상생(相生)의 도로 후천의 선경을 세워서 세계의 민생을 건지려 하노라. 무릇 크고 작은 일을 가리지 않고 신도로부터 원을 풀어야 하느니라. 먼저 도수를 굳건히 하여 조화하면 그것이 기틀이 되어 인사가 저절로 이룩될 것이니라. 이것이 곧 삼계공사(三界公事)이니라」고 김형렬에게 말씀하시고 그 중의 명부공사(冥府公事)의 일부를 착수하셨도다.86)

삼계가 개벽되지 아니함은 선천에서 상극이 인간지사를 지배하였으므로 원한이 세상에 쌓이고 따라서 천ㆍ지ㆍ인(天地人) 삼계가 서로 통하지 못하여 이 세상에 참혹한 재화가 생겼나니라.87)

이제 천하 창생이 진멸할 지경에 닥쳤음에도 조금도 깨닫지 못하고 오직 재리에만 눈이 어두우니 어찌 애석하지 않으리오.88)

후천을 열기 위해서는 천지도수의 정리, 신명조화, 삼계의 소통 등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인간세계의 적원(積怨)은 삼계의 불통을 초래하여 개벽을 방해한다. 그래서 먼저 신명조화, 신도(神道)로부터 만고의 원한이 해소되어야 비로소 인간지사(人間之事)의 성공이 이루어지게 되고 선경이 도래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전 과정을 가능케 하는 일이 바로 삼계공사이다. 삼계공사의 개념은 대순사상의 세계관을 설명하고 있다. 대순사상은 세계를 인간과 자연이라는 이원적 관점이 아닌 인간과 신명 그리고 자연이라는 삼원적 세계관으로 보고 있다. 뿐만 아니라 동양 전통의 삼재합일관을 수용하여 삼계를 하나의 전체로 인식하는 일원적 세계관도 병존한다. 이점은 정신과 물질의 두 실재를 우주의 근본 원리로 삼는 데카르트의 철학적 세계관이나 창조자와 피조물의 관계로 세계를 이해하는 서양 종교의 입장과는 차이가 있다. 대순사상에서는 상극의 세계인 선천과 상생의 세계인 후천을 이 ‘삼원적 일원관’으로 바라보고, 해원상생의 원리가 펼쳐낼 인간과 세계의 미래를 조망하고 이해한다.

앞으로 돌아가서, 그렇다면 선천의 인간과 세계가 파멸에 이르게 된 원인은 무엇인가? 『전경』은 천지에 원이 가득 찼기 때문이며 그 원의 기원은 인류기록의 시작인 단주(丹朱)의 원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정재서(2015)는, 증산은 해원공사를 결행함에 있어 왜 인류 원한의 단초가 되는 단주의 원한을 풀어주어야 하는지, 단주 신화의 이면에 어떠한 정치성이 내재해 있는지에 대해 중국신화를 연구하는 학자의 입장에서 묻고 답하고 있다.89) 단주가 비록 요(堯)의 장자로 태어났으나 자질이 열악하여 왕위계승에서 배제되고 훌륭한 덕성을 지닌 순이 요로부터 왕위를 양도 받는 선양(禪讓) 신화에 대해 증산은 수정주의적 관점을 가지고 대하고 있으며, 단주 원한의 의미를 단주 개인의 차원에 국한시키지 않고 우주론적, 인과론적으로 재해석하여 해원 곧 인류적 차원에서의 구제 방안을 제시했다고 그는 해석한다.90)

단주의 원한을 학문세계의 신화적 관점으로 보든 종교사상의 관점에서 역사적 사실로 간주하든 상관없이 결국 우리가 여기서 알아야 할 중요한 점은 세상에 ‘원한’이 쌓였다는 것이고 이 원한이 인간과 세계를 파멸로 이끄는 결정적인 악영향을 미쳐왔다는 것이다. 이 글에서는 바로 이 ‘원’에 주목한다. 원(冤)을 푸는 것이 해원이고, 해원이 상생이며, 해원상생이 후천선경이며, 후천선경이 우주평화인 것이다. 그 원의 기원이 단주로부터 시작된다는 점이 이 글 논지전개의 출발점이 된다.

상제께서 七월에 「예로부터 쌓인 원을 풀고 원에 인해서 생긴 모든 불상사를 없애고 영원한 평화를 이룩하는 공사를 행하리라. 머리를 긁으면 몸이 움직이는 것과 같이 인류 기록의 시작이고 원(冤)의 역사의 첫 장인 요(堯)의 아들 단주(丹朱)의 원을 풀면 그로부터 수천 년 쌓인 원의 마디와 고가 풀리리라. 단주가 불초하다 하여 요가 순(舜)에게 두 딸을 주고 천하를 전하니 단주는 원을 품고 마침내 순을 창오(蒼梧)에서 붕(崩)케 하고 두 왕비를 소상강(瀟湘江)에 빠져 죽게 하였도다. 이로부터 원의 뿌리가 세상에 박히고 세대의 추이에 따라 원의 종자가 퍼지고 퍼져서 이제는 천지에 가득 차서 인간이 파멸하게 되었느니라. 그러므로 인간을 파멸에서 건지려면 해원공사를 행하여야 되느니라」고 하셨도다.91)

단주의 원으로부터 시작된 인간과 세계의 파멸적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전경』은 선천도수의 정리, 후천선경의 운로개설, 선천 상극에 의한 모든 원한해소 등이 선행되어야 하고 이 과정에는 ‘상생의 도(道)’ 즉 해원상생의 법리가 요구된다고 강조한다.

선천의 도수를 뜯어고치고 후천의 무궁한 선경의 운로를 열어서 선천에서의 상극에 따른 모든 원한을 풀고 상생(相生)의 도(道)로써 세계의 창생을 건지려는 상제의 뜻은 이미 세상에 홍포된 바이니라.92)

해원상생의 법리를 통하여 우주를 개조하고자 하는 분명한 목적은 후천선경시대를 열어, 상극과 쟁투의 질곡에 빠진 인간과 세계를 영원한 상생과 화평의 상태로 변화시키는 것이다.93) 그렇다면 해원은 어떤 기제(機制)에 의해서 어떤 방법으로 이루어지는가? 『전경』에서는 삼계공사(三界公事)와 해원공사에 의해 해원이 시작되고 이루어지는 것으로 설명한다.94) 앞서 보았듯이 인류 역사의 포원(抱冤)의 시작은 요의 아들 단주에서 비롯된다.95) 그래서 이 단주의 원을 풀어야 그로부터 수천 년 동안 세상에 박힌 원의 뿌리, 천지에 쌓인 원의 마디와 고리가 풀려지게 된다. 이것을 처결하는 공사가 해원공사이다. 그리고 천지의 도수정리와 신명조화로부터 만고의 원한을 풀고 상생(相生)의 도로 후천선경을 세우고 세계의 민생을 건지는 일이 바로 삼계공사이다.96) 이와 같은 해원공사와 삼계공사가 해원상생의 목적을 달성하는 기제이고 방법인 것이다.

그렇다면 해원상생의 주재자는 누구인가? 해원공사를 처결하는 주재자는 ‘구천에 계신 상제가 아니면 혼란에 빠진 천지를 바로잡을 수 없다고 호소’하는 신성ㆍ불ㆍ보살 등의 요청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삼계와 천하를 대순하다 인세(人世)에 강세(降世)한 인신(人身)으로는 증산성사요, 원위(原位)로는 구천상제임을 『전경』은 밝히고 있다. 해원상생의 주재자로서의 상제는 천지신명의 호소에 의해 삼계를 대순하게 되었고 어쩔 수 없이 인간 세상에 강세하게 되었음을 선언하면서, 당시 생민(生民)들에게 백척간두의 위기와 혼란에 빠진 구한말의 세계적 상황은 물질에 치우친 서양문명이 인류를 교만하게 함으로써 비롯된 것임을 알려주고 있다.

상제께서 구천에 계시자 신성ㆍ불ㆍ보살 등이 상제가 아니면 혼란에 빠진 천지를 바로잡을 수 없다고 호소하므로 서양(西洋) 대법국 천계탑에 내려오셔서 삼계를 둘러보고 천하를 대순하시다가 동토에 그쳐 모악산 금산사 미륵금상에 임하여 三十년을 지내시면서 최 수운에게 천명과 신교를 내려 대도를 세우게 하셨다가 갑자년에 천명과 신교를 거두고 신미년에 스스로 세상에 내리기로 정하셨도다.97)

상제께서 어느 날 종도들에게 「내가 이 공사를 맡고자 함이 아니니라. 천지신명이 모여 상제가 아니면 천지를 바로 잡을 수 없다 하므로 괴롭기 한량없으나 어찌할 수 없이 맡게 되었노라」고 말씀하셨도다.98)

상제께서 어느 날 김형렬에게 가라사대 「서양인 이마두(利瑪竇)가 동양에 와서 지상 천국을 세우려 하였으되 오랫동안 뿌리를 박은 유교의 폐습으로 쉽사리 개혁할 수 없어 그 뜻을 이루지 못하였도다. 다만 천상과 지하의 경계를 개방하여 제각기의 지역을 굳게 지켜 서로 넘나들지 못하던 신명을 서로 왕래케 하고 그가 사후에 동양의 문명신(文明神)을 거느리고 서양에 가서 문운(文運)을 열었느니라. 이로부터 지하신은 천상의 모든 묘법을 본받아 인세에 그것을 베풀었노라. 서양의 모든 문물은 천국의 모형을 본뜬 것이라」 이르시고 「그 문명은 물질에 치우쳐서 도리어 인류의 교만을 조장하고 마침내 천리를 흔들고 자연을 정복하려는 데서 모든 죄악을 끊임없이 저질러 신도의 권위를 떨어뜨렸으므로 천도와 인사의 상도가 어겨지고 삼계가 혼란하여 도의 근원이 끊어지게 되니 원시의 모든 신성과 불과 보살이 회집하여 인류와 신명계의 이 겁액을 구천에 하소연하므로 내가 서양(西洋) 대법국(大法國) 천계탑(天啓塔)에 내려와 천하를 대순(大巡)하다가 이 동토(東土)에 그쳐 모악산 금산사(母岳山金山寺) 삼층전(三層殿) 미륵금불(彌勒金佛)에 이르러 三十년을 지내다가 최 제우(崔濟愚)에게 제세대도(濟世大道)를 계시하였으되 제우가 능히 유교의 전헌을 넘어 대도의 참뜻을 밝히지 못하므로 갑자(甲子)년에 드디어 천명과 신교(神敎)를 거두고 신미(辛未)년에 강세하였노라」고 말씀하셨도다.99)

증산이 인세에 강세하여 혼란에 빠진 세계를 구원하고 후천선경건설이라는 인류의 오래된 종교적 대망을 이루고자 했던 시대는 생민들에게 있어서는 정신적 혼란과 육체적 고통이 극심했던 말 그대로 참혹한 세상이었다. 이 때 서양의 제국들은 산업혁명으로 축적된 자본과 기술의 힘으로 식민지를 개척하고 약소국가들을 침탈하여 착취를 일삼던 시대였고 당시 한국의 상황은 이 보다 더 극적인 상태였던 것으로 이 분야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말하고 있다. 당시의 정치ㆍ경제ㆍ사회ㆍ종교ㆍ문화적 상황은 지금의 한국인들이 지나간 역사를 돌아보는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더 위태로워 보인다. 이러한 점들은 당시의 생민들의 상황과 입장에서는 증산의 해원상생사상과 후천개벽사상이 어떤 의미와 희망으로 이해되어졌는지를 짐작할 수 있게 하는 중요한 단서이다. 그래서 당시의 시대적 상황과 종교문화적 현상을 다음과 같이 압축적으로 살펴봄으로써 생민들의 입장과 관점을 최소한 수용하고 해원상생의 다음 논의들을 진행하고자 한다.

단적으로 정치ㆍ경제ㆍ사회적 불안과 종교ㆍ사상적 위기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많은 문제를 지닌 어려운 상황이었다. 정치적으로는 삼정문란 등 부패될 대로 부패 되었고 일반 백성들은 탐관오리들의 횡포에 못 이겨 각처에서 민란을 일으켰으며 드디어는 동학란이라는 커다란 민중혁명으로까지 번지게 된다. 동학혁명의 결과는 마침내 서구 사조의 영향을 받아 식민지 개척에 눈이 틔었던 일본을 이 땅에 끌어들이게 되고, 이후 36년 간 일본 식민지 치하로 전락하지 않으면 안 되었던 것이다. 사회적으로는 사상 유래를 찾아보기 어려웠던 대유행병의 만연, 대형화재, 유언비어의 난무, 지진, 한발, 홍수 등 수많은 어려움이 중첩되고 있었다.100)

한국사 측면에서 16~17세기 45년간 4차에 걸친 외란(임진왜란, 정유재란, 정묘호란, 병자호란, 1592~1636) 이후 고전적 사회질서가 붕괴되기 시작하면서 조선 후기 정감록 중심의 비의도참설(Occultism) 횡횡과 성리학의 극보수회귀 기반 위에 서학(천주교)의 전래와 동학의 창립은 지금까지 유례없는 한국사적 다종교의 병립과 갈등 및 공존이라는 새로운 근대적 문화문법을 야기하기에 이른다.101) 구한말은 오천 년 역사를 통틀어 가장 큰 혼란기에 속한다. 당시의 사회는 국내적으로 왕권이라는 기강이 무너지면서 탐관오리가 판쳤으며, 국외적으로 잦은 외세의 침략에 의해 국운이 그야말로 풍전등화에 놓여 있었다. 이러한 혼란스런 사회를 틈타 홍경래란(1812), 임술민란(1862), 이필제란(1871), 동학농민운동(1894) 등과 같은 민중운동이 일어났다. 이러한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자구책의 하나로 동학ㆍ증산교ㆍ대종교ㆍ원불교102) 등과 같은 다양한 신종교들이 생겨나게 되었다.103)

삼계대순의 과정을 거치면서 우주개조와 후천선경 건설의 큰 구도를 그려낸 증산은 인간세상에서 목도한 인간과 세계의 참상을, 해원상생을 작용기제로 하여 근원적이면서도 항구적으로 해소하는 ‘공사(公事)’를 시작하게 된다. 이것이 인류구원과 후천개벽 그리고 선경건설의 삼계공사이고 해원공사이면서 ‘천지공사(天地公事; 1901~1909)’인 것이다. 해원상생의 방법이자 실행기제인 천지공사는 구한말의 고통 받는 생민들과 종도들이 증산을 상제로 믿게 한 신앙적 근거이며 대순사상의 핵심적 내용을 구성하는 원천이다. 그래서 천지공사는 대순사상에서 매우 중요한 사상이자 개념이다. 『전경』에서는 ‘공사’와 관련하여 삼계ㆍ천지ㆍ해원공사라는 용어가 함께 쓰여 지고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한 필자의 의견은 ‘삼계공사’는 공사의 ‘범위’에 초점을 두고 사용한 종교적 용어이고 ‘천지공사’의 ‘천지’는 하늘과 땅을 아울러 이르는 말이지만 ‘삼계’라는 말보다 더 보편적으로 세상ㆍ우주ㆍ세계를 통칭하는 용어로서 사용되었기 때문에 당시 주로 사용되었다고 판단된다. 그리고 ‘해원공사’는 천지공사와 삼계공사의 핵심 부분이자 원리적 속성인 ‘해원’의 기능을 강조하여 사용된 용어라고 판단된다. ‘전경용어사전’에서 찾아본 천지공사는 “천지의 도수(度數)를 정리하고 신명을 조화하여 만고(萬古)의 원한을 풀고 상생의 도로써 후천의 선경을 세워 세계 민생을 건지고자 하는” 상제(삼계대권의 주재자)의 삼계개벽공사이다.

상제님께서 대원사에서의 공부를 마치신 신축년(辛丑年: 1901년) 겨울부터 기유년(己酉年: 1909년) 6월 화천하시기 전까지 9년 동안 삼계(三界)를 개벽시키기 위해 펼치신 대역사(大役事). 선천에서는 인간 사물이 모두 상극(相克)에 지배되어 세상에 원한이 쌓이고 맺혀 삼계를 채웠으므로, 천지가 상도(常道)를 잃고 갖가지 재난이 일어나서 세상은 참혹하게 되었다. 따라서 상제님께서는 천지의 도수(度數)를 정리하고 신명을 조화하여 만고(萬古)의 원한을 풀고 상생의 도로써 후천의 선경을 세워 세계 민생을 건지고자 하셨는데, 이것이 바로 천지공사이다. 천지공사가 가지는 특징 중의 하나는 선천의 종교들이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에 주안점을 두고 지상낙원을 꿈꿔왔던 데 비하여, 천지공사는 천지의 기본구조를 먼저 바꿔놓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일은 상제님께서 삼계대권을 주재하시는 분이셨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104)

류성민(2014)은 천지공사를 ‘시공간적으로 전후를 구분하는 기점’으로 전제하고 시간적으로는 ‘선천(先天)’ 시대와 ‘후천(後天)’ 시대를 구분하는 ‘개벽(開闢)’의 기점이며, 공간적으로는 ‘천ㆍ지ㆍ인’의 삼계가 완전히 새로운 원리와 구성을 이루는 기점이라 본다. 그래서 ‘천지공사’는 우주의 모든 질서와 삼라만상의 모든 관계가 새롭게 변하는 기점이고, 그것이 ‘대순진리회’의 종교적 신념의 근간이면서 ‘선천’과 ‘후천’을 구분하는 기점이자 새로운 이상세계(‘도통진경’)로의 지향을 선언한 것이다.105)

잔스촹(2014)은 천지공사에서 ‘공사’의 개념은 하나의 특수한 문화현상으로서 고유한 내력이 있다고 전제하고 이 공사는 사회의 변화와 사회적 요구에 응답하여 생겨난 종교문화 활동이라고 규정한다. 이러한 종교문화 활동은 일종의 기호로서 상징성을 갖춘 의식을 거행하여 천지와 인간세상 및 명부에 가득한 원한을 해소하려는 시도이며, 천지의 음양도수를 바로잡으려는 시도이다. 아울러 공사를 실천하는 방법은 신생활법이며, 이로써 ‘대도’의 정신을 나타내었다고 볼 때, 인간의 삶을 인도하며 궁극적으로는 지상천국을 건설하고자 하는 정신이 ‘공사’의 개념 속에 분명하게 드러나 있다.106)

앞의 논의를 정리하면, 천지공사는 신앙의 세계에서는 삼계대권을 주재한 상제가 ‘세계의 민생을 구하려는 대역사’이며, 연구자의 관점에 따라 선천과 후천을 구분하는 ‘개벽의 기점’이자 ‘이상세계지향의 선언’이기도 하며, 사회변화와 사회적 요구에 응답하는 ‘종교문화 활동’이면서 궁극적으로는 ‘지상천국건설의 정신’으로 이해되기도 한다.

지금부터는 해원공사로 이루어지는 ‘해원의 범위와 그 내용’에 대해서 살펴보자. 배규한(1996)은 해원공사의 범위를 삼계전체에서 이루어지는 것으로 보고 이를 신명계ㆍ인간계ㆍ지계해원으로 대별한다. 삼계의 해원은 신명계, 지계, 인간계로 이어지며 그 형태는 개별적, 집단적으로 이루어진다. 신명계는 동학신명, 만고역신, 중천신 해원이 있고, 인간계 해원은 정치ㆍ경제ㆍ사회적 약자[여성]와 적서차별, 신분제도 등 사회제도로부터 원이 맺힌 사람들을 먼저 그 대상으로 삼고 있다. 지계의 경우 ‘하늘과 땅을 일체로 받드는’ 공사와 ‘버림을 받던 땅에 기운이 돌아오게 하는’ 공사가 있다. 이 밖에 해원의 대상 또는 내용이 드러나는 공사로는 신명공사(神明公事), 개벽공사(開闢公事), 해원공사(解冤公事), 명부공사(冥府公事), 운회공사(運回公事), 교운공사(敎運公事), 조선국공사(朝鮮國公事), 의통공사(醫統公事), 도통공사(道通公事), 인존공사(人尊公事) 등이 있다.107)

이경원(1998)은 해원공사는 천지인 삼계에 걸쳐 광범위하게 진행되었다고 보고 공사를 신명, 국가ㆍ민족, 제도ㆍ관습, 지기통일과 금수(禽獸)해원 등으로 나누고 있다. 여기서 신농씨, 강태공, 진시황, 진묵, 최수운, 전명숙, 김경흔, 최익현, 박영효, 민영환, 중천신, 만고역신, 동학신명 등의 신명해원과 조선ㆍ중국ㆍ일본의 해원 그리고 반상구별, 적서차별, 남존여비관습 철폐 등을 다루고 있다.108)

이정립은 천지공사를 신정정리(神政整理)ㆍ세운(世運)ㆍ교운(敎運)공사로 대분했다. 홍우는 천개조ㆍ지개조ㆍ인개조 공사와 문물개조공사, 조선국운공사, 해원공사, 지상선경공사, 포교공사 등을 천지공사의 개념에 포함하였고, 배용덕은 천지개조, 종교통일, 지상선경건설로 천지공사를 구분하였다.109)변찬린(1975)은「증산의 해원사상」에서 천지공사를 액운공사, 세운공사, 교운공사, 신명공사로 나누고 재난과 액운을 모면하기 위한 신명계 해원공사, 상생조화의 선계공사, 선천의 종교 통일공사, 신명에 관한 공사 등을 소개하고 있다.110)

지금까지 전개한 논의들을 『전경』에 근거하여 요약해보자. 인류의 포한은 선천의 참혹한 재화를 일으켰고 이것이 삼계의 혼란과 인류의 진멸을 야기하게 되자 구천의 상제는 신성ㆍ불ㆍ보살의 요청에 의해 삼계를 대순하고 인세에 강세하게 된다. 상제는 해원상생의 법리로 선천 세상의 원한을 해소하고 해원공사로 삼계를 개벽하여 후천선경의 영원한 평화세계를 이룩한다는 것이다. 해원상생의 목적과 방법, 해원공사의 범위와 내용 등으로 구조화하여 논의를 전개한 이유도 결국은 해원상생을 온전히 이해하는데 있다. 이 과정에서 필자는 세 가지 중요한 관점을 얻게 되었다.

하나는 해원상생에는 인간과 세계와 그 미래에 지속적으로 투영되는 실천원리로서의 사상적 가치체계가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인간에게는 인간존중사상으로, 세계에는 선경사상으로, 인간과 세계의 미래에는 평화사상으로서 끊임없는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인류대망을 담은 해원공사의 작용력은 인간과 세계를 변화시켜 지금까지 인류가 경험하지 못한 후천이라는 선경세계를 창출한다는 것이다. 세 번째 관점은 새로운 질서와 변화의 힘으로서 작용하는 해원상생과 해원공사는 후천의 인간을 인존(人尊)으로, 세계는 선경(仙境)으로, 미래는 평화로 이끌어 낸다는 것이다. 그래서 해원상생은 우주개조의 실천원리이고 해원공사는 그 실현공사로서의 의미와 가치를 가지는 것이다. 이러한 논리구조는 인간과 세계의 미래를 바라보는 해원상생사상의 핵심 관점이 된다.

Ⅳ. 인간과 세계의 미래

인간과 세계의 미래에 대한 인간적 조망은 인간의 욕망과 기대로부터 출발한다. 기본적으로 인간욕망의 원천은 삶에서 나온다. 인간의 삶은 인류문명의 발전단계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나는 인간생명 유지의 표현이고 현상이다. 생명유지의 표현과 그 현상아래에는 인간의 다양한 욕망과 욕구가 내재되어 있다. 기존의 정치학과 경제학에서는 정치와 경제현상을 그 연구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보편의 인식에 의하면 인간은 필연적으로 인간이 형성한 사회적 관계와 인간 삶의 물질적 터전인 자연과의 관계 속에서 삶을 영위하는 사회적 존재일 수밖에 없다. 정치학이나 경제학도 이러한 점에서 보면 본질적으로는 인간과 인간의 삶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이 학문들이 공통적으로 가지는 문제제기의 출발점은 인간의 ‘무한한 욕망’에 비해 상대적으로 사회와 자연의 ‘자원은 유한’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인간의 역사는 유한한 자원을 차지하기 위한 ‘자연과의 투쟁’, ‘인간간의 투쟁’, ‘인간욕망과의 투쟁’으로 점철되어 왔다. 이처럼 무한한 인간욕망의 추구에 따라 다양한 상극적 쟁투가 벌어지는 기존의 세계를 대순사상은 ‘선천 상극시대’로 규정하고 있으며, 해원상생의 질서로 새롭게 개벽되는 미래의 세계를 ‘후천 상생시대’로 예시하고 있다. 사회과학 연구의 출발점으로 삼고 있는 무한한 ‘인간의 욕망’과 유한한 ‘사회ㆍ자연의 자원’을 이 글에서는 해원상생사상으로 보는 새로운 시대구분의 근거로 적용해보고자 한다. 사실 학문의 세계에서 ‘사회ㆍ국가ㆍ문명’을 단계적ㆍ역사적ㆍ시대적으로 구분하는 일은 아주 복잡한 작업일 뿐만 아니라 끊임없는 논쟁 속에서 이루어지는 지난한 일이다. 인류학자 페비언의 지적처럼 근대성 담론은 ‘야만인(Savage)’과 ‘시간의 등급’을 창조하여 어떤 사회ㆍ국가ㆍ문명을 물질적ㆍ경제적으로 후진적일 뿐 아니라 정신적ㆍ문화적으로 열등한(inferior) 것으로 구분해 버린다. 김상준(2007)은 이러한 근대성 담론을 ‘또 다른 폭력, 아니 물리적 폭력보다 더욱 깊고 거대할 윤리적 폭력’으로 표현하고 있다.111) 이처럼 어떤 사회, 국가, 문명, 시대 등을 구분하는 학문적 시도는 그 구분의 기준뿐만 아니라 결과에 이르기까지 많은 논란과 저항을 불러일으키는 일이라는 점에서 매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인간욕망의 충족’과 ‘인간과 세계의 관계’를 기준으로 삼아 해원상생으로 본 시대구분을 해보려고 한다. 다행히도 이 글에서 행해지는 시대구분은 특정 사회ㆍ국가ㆍ문명에 대해서 논하는 것이 아니라 해원상생이라는 종교사상적 관점과 보편의 기준에 의거하여 이루진다는 점에서 논란과 저항이 일어날 소지는 적다.

이제 ‘인간욕망의 충족’과 ‘인간과 세계의 관계’를 이 글의 종착지인 ‘인간과 세계의 미래’로 가는 시대적 상황규정의 논리적 근거로 삼아 그 이론적 기초를 구성해보고자 한다. 그 이유는 본 논문의 핵심주제가 ‘해원상생’이기 때문이다. 해원은 ‘인간의 욕망’을 근원적으로 해소하는 상생의 법리이고 이 ‘인간의 욕망’이 충돌함으로써 벌어진 천지인 삼계에 존재하는 모든 ‘상극적 관계’를 ‘상생의 관계’로 변화시키는 원리가 ‘해원상생’이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는 인류의 시대를 무명(無明)ㆍ문명(文明)ㆍ초문명(超文明) 시대로 나누어 본다. 이 시대 중 해원상생사상에서 말하는 후천선경은 초문명 시대이다.

첫째, 무명시대다. 이 시대는 ‘동물로서의 생존욕구’ 외에는 인간욕망이 분화되지 않고 인간과 세계의 관계는 자연으로서의 세계에 ‘예속된 관계’에 놓여있다. 원시시대의 인류의 삶은 수렵ㆍ어로ㆍ채취의 방법으로 생존 그 자체인 살아있다는 것에 만족하는 ‘생존’ 그 자체의 삶이다. 이 시대는 인간과 세계에 대한 ‘앎’이 개화되지 못한 무명시대다. 무명시대의 인류는 생존 그 자체가 삶의 목적이고 인간 존재의 가장 큰 이유이다. 이때는 원시적인 방법으로 먹을 것을 구하고, 그것을 구하기 위해 이동하고, 이동하는 가운데 종족을 유지하는 동물로서의 원초적 인간 욕망이 지배하던 시대이다. 이 시대는 마르크스112)가 인류와 다른 동물을 구분하는 기준인 ‘생산수단의 생산’ 즉 자연을 가공ㆍ변화시키는 능력이113) 인간에게 거의 없던 시대라고 가정한다. 그래서 인간과 자연과의 그 관계가 예속적이다.

둘째, 문명시대다. 이 시대는 동물로서의 생존욕구와 인간으로서의 ‘사회적 욕망’이 분출되어 인간과 세계의 관계는 예속적 관계에서 인간에 의한 자연정복의 ‘상극적 대립관계’가 확대된다. 인간의 삶이 원시시대의 이동에 의한 생존에서 정착에 의한 생존으로 변화함에 따라 농업혁명, 문자와 기록이라는 새로운 차원의 문명들이 인간과 세계를 구성하게 된다. 기원전 7천 년 전 인류는 수렵ㆍ채집의 경제에서 곡류의 재배와 가축의 사육에 성공하여 생산 경제의 농업사회로 이행114)하게 된다. 또한 인류가 문자를 만들어 낸 것은 티그리스 강과 유프라테스 강 유역의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곡식의 포대 수와 가축의 수를 적기 위한 경제적 필요성115) 때문에 약 5천 년 전에 시작된 일이었다. 이 시대는 ‘살아있다’는 것에 만족하는 생존으로서의 인간의 자각과 인식뿐만 아니라 ‘우리는 무엇을 알 수 있으며 무엇을 행해야 하는가?’116)의 인간 삶에 대한 본질적 이해와 욕구가 분출되는 문명시대이다. 이 시대는 존재하는 삶을 통해서 인간은 무엇을 알 수 있으며 무엇을 행해야 하는지에 관한 ‘앎’에 대한 인간욕망과 인간과 자연과의 관계 속에서 자연을 변화시키려는 ‘상극적 발전욕망’이 증폭되는 시기이다. 인간은 비로소 ‘만물의 원인과 근원에 대해 끊임없는 물음을 던지고 그 해명을 시도하는’117) 철학적 사유를 이 시기에 시작하게 된다. 문명시대는 인간의 철학적 사유가 시작되어 지식과 학문이 분화되어 나가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인간 욕망이 분출되고 세계변화가 일어나는 사상의 충돌시대이며 헌팅턴이 말한 ‘문명의 충돌’118)시대이다. 문명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사상가와 철학자들은 동서양이 대체로 비슷한 시기에 출현한다.

서양에서는 이 세계가 왜 이러한 모습으로 존재하는가에 대해 최초로 일관된 해명을 추구한119) 탈레스120)를 철학의 창시자로, 인간과 자연(세계)의 관계를 이론적으로 체계화해서 사유의 세계를 불변이라 여기고 ‘이데아(idea)’라고 부른 플라톤121)을 서양 학문의 기초를 구축한 사상가로 보고 있다.122) 플라톤은 모든 인간에게 본래 잠재되어 있는 지식을 철학을 통해 이끌어 내어 사물과 사유를 분리하고, 세계를 정신적인 것과 물질적인 것으로 나누어 보는 이원론적 이론을 구축하기도 했다.123) 동양에서는 공자를 중심으로 하여 동북아 문명을 정초해준 가장 대표적인 사상인 유가사상이 중국의 춘추전국시대(春秋戰國時代, B.C.8~B.C.3세기)에 철학적 성격을 띠고 탄생124)하였다. 동아시아 문명과 사상에서 유교, 불교와 함께 세 축을 형성하는 도가철학은 노자125)와 장자126)에 의해 창시되어 유교에 비판적인 사유를 형성하면서도 유불과 더불어 상호 간에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동아시아 문명과 사상을 꽃 피웠다.127) 고타마 싯다르타128)로부터 시작된 불교사상은 인도사상사와 동북아 사상사의 한 축을 형성해 왔다. 특히 문명과 사상의 역사에서는 불교는 빼놓을 수 없는129) 주요한 사상이기도 하다. 문명시대에 탄생한 기성의 종교사상은 ‘앎’과 세계변화의 ‘상극적 발전’ 욕망이 지배하는 세계를 ‘인의’와 ‘자비’ 그리고 ‘박애’의 정신으로 인간의 욕망을 순화하여 이 세상을 변화시키고자 하였다. 이들 종교사상은 ‘대동세계(大同世界)’와 ‘정토(淨土)’ 그리고 ‘천국’을 그 이상세계로서 지향하고 있다. 대순사상에서는 해원상생의 법리에 의해 실현되는 그 이상세계를 ‘후천선경’ 또는 ‘지상천국’이라 말한다.

셋째, 초문명시대다. 이 시대는 동물로서의 인간욕망은 완전히 충족되고 문명시대에 이루어지지 못한 ‘인류 보편의 욕망’이 대부분 충족된다. 인간과 세계의 관계는 문명시대의 상극적 대립관계는 종식되고 ‘상생적 조화관계’가 형성된다. 초문명 시대는 지금까지 풀지 못한 인간과 세계 그리고 미래에 관한 ‘근원적 이해’가 달성되고, 인간과 신명과 자연 간에 상생의 조화(調和)가 이루어지는 시대이다. 이 시대에는 기존의 문명세계와는 차원이 다른 초고도의 정신문명과 물질문명이 출현하여 인간 욕망이 근원적으로 충족된다. 인간 욕망이 근원적으로 충족되는 이 초문명 시대가 앞으로 볼 해원상생사상으로 노정되는 인간과 세계의 미래이고 대순사상의 이상세계인 후천선경이다.

앞서 Ⅱ장에서는 해원상생의 가치와 그 의미를 통합적으로 읽어내었고 Ⅲ장에서는 ‘해원상생과 해원공사의 구조적 이해’라는 틀 속에서 해원상생의 원리가 인간과 세계와 그 미래를 어떤 세계로 변화시켜가고자 하는지를 도출해 보았다. 여기서 해원상생사상으로 노정한 후천의 인간은 ‘인존’으로, 세계는 ‘선경’으로, 인간과 세계의 미래는 ‘평화’의 시대이다. 따라서 해원상생사상으로 규정되는 인간과 세계의 미래는 ‘인간의 욕망이 충족’되고 인간과 자연이 ‘상생적 조화관계’를 이루는 초문명시대로서 ‘인존시대’, ‘선경시대’, ‘평화시대’ 등의 특성을 가지게 된다.

1. 인존시대

장자크 루소는 그의 저서 ‘인간 불평등의 기원’에서 인류 안에 두 종류의 불평등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자연에 의해 정해져서 나이, 건강, 체력, 정신 혹은 영혼의 질의 차이에 근거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자연적 혹은 신체적 불평등이다. 다른 하나는 일종의 약속에 의거하여 사람들의 동의로 정해지는 도덕적 혹은 정치적 불평등이다. 후자는 일부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손해를 끼치고 누리는 여러 가지 특권, 이를테면 타인에 비해 부와 명예와 권력의 우위에 있거나 타인을 복종케 하는 특권으로 이루어져 있다.130) 자연ㆍ신체적, 도덕ㆍ정치적 불평등은 인류 역사와 문명시대에서 일관되게 발견되는 오래된 인간 공통의 ‘원(冤)’이라 할 수 있다. 문명시대에서 초문명시대로 가는 과도기라 할 수 있는 현대 인간의 삶에서도 인간의 욕망을 충족치 못하게 하는 갖가지 차별이 존재한다. 이를테면 루소가 말한 불평등, 이로부터 이어지는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ㆍ인종ㆍ지역적 차별이 근현대에 와서는 상당부분 해소되어가고는 있지만 여전히 세계 곳곳에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전경』에서는 인간의 욕망이 채워지지 않을 때 발생하는 인간과 세계에 미치는 원의 영향력이 ‘단주의 원’에서도 보았듯이 그것이 공적이든 사적이든 관계없이 매우 파괴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

상제께서 교훈하시기를 「인간은 욕망을 채우지 못하면 분통이 터져 큰 병에 걸리느니라. 이제 먼저 난법을 세우고 그 후에 진법을 내리나니 모든 일을 풀어 각자의 자유의사에 맡기노니 범사에 마음을 바로 하라.…」131)

인존시대는 해원상생의 원리가 인간에게 적용되어 인간의 정신ㆍ물질적 욕망이 충족되고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ㆍ인종ㆍ지역적으로는 차별과 불평등이 해소되기 때문에 인간 내적으로는 안심ㆍ안신의 안정상태가 유지되고 외적으로는 모든 대립적 관계가 없어지는 평화의 상태가 유지된다. 그래서 인존시대는 ‘인류 보편의 욕망이 충족’되고 ‘인간의 존엄성이 극대화’되는 시대로 추론한다. 『전경』에서는 인존시대에는 인류가 오랫동안 꿈꿔왔지만 해소되지 못했던 ①불로장생의 욕망 ②음식욕망 ③지식과 지혜, 시공(時空)의 이동, 살기 좋은 환경ㆍ제도 등에 대한 욕망이 충족되고 심지어는 ④인간에게 해로운 것들이 소멸된다고 말한다.

①후천에는 사람마다 불로불사하여 장생을 얻으며 궤합을 열면 옷과 밥이 나오며 만국이 화평하여 시기 질투와 전쟁이 끊어지리라.132)

②이것을 보시고 상제께서 가라사대 「내가 천지공사를 행하면서부터 일체의 아표신(餓莩神)을 천상으로 몰아 올렸으니 이후에는 백성이 기근으로 죽는 일은 없으리라」고 하셨도다.133)

③후천에는 또 천하가 한 집안이 되어 위무와 형벌을 쓰지 않고도 조화로써 창생을 법리에 맞도록 다스리리라. 벼슬하는 자는 화권이 열려 분에 넘치는 법이 없고 백성은 원울과 탐음의 모든 번뇌가 없을 것이며 병들어 괴롭고 죽어 장사하는 것을 면하여 불로불사하며 빈부의 차별이 없고 마음대로 왕래하고 하늘이 낮아서 오르고 내리는 것이 뜻대로 되며 지혜가 밝아져 과거와 현재와 미래와 시방 세계에 통달하고 세상에 수ㆍ화ㆍ풍(水火風)의 삼재가 없어져서 상서가 무르녹는 지상선경으로 화하리라.134) 후천에서는 그 닦은 바에 따라 여인도 공덕이 서게 되리니 이것으로써 예부터 내려오는 남존여비의 관습은 무너지리라.135)

④이도삼이 어느 날 동곡으로 상제를 찾아뵈니 상제께서 「사람을 해치는 물건을 낱낱이 세어보라」 하시므로 그는 범ㆍ표범ㆍ이리ㆍ늑대로부터 모기ㆍ이ㆍ벼룩ㆍ빈대에 이르기까지 세어 아뢰었도다. 상제께서 이 말을 들으시고 「사람을 해치는 물건을 후천에는 다 없애리라」고 말씀하셨도다.136)

동양사상에는 ‘사람이 우주의 주재가 되며 우주적 중심이 된다.’는 ‘인본사상’이 있다. 단군신화로 대표되는 한국의 고대사상에는 사람과 하늘은 기본적으로 뿌리가 같다는 천인일본(天人一本)의 관념이나 성품이 같다는 천인합덕(天人合德)의 사상이 있었고, 천지의 중으로서 인간이 강조되고, 인간의 중으로서 마음이 강조되는 원효의 일심(一心)철학이 있었고, 구한말에는 동학(東學)의 인내천사상(人乃天思想)이 있었다. 『순자』 「유효(儒效)」편에 보면 “도는 하늘의 도도 아니고, 땅의 도도 아니며, 사람의 도가 되는 것이다(道者 非天之道 非地之道 人之所以道也).”라고 하여 사람의 도를 앞세우듯이 중국철학에서는 인본사상을 유가철학의 핵심으로 여겨왔다.137) 이와는 달리 근세 이전의 서양의 신본주의(神本主義)적, 기독교적 입장에서는 인간의 위대함과 존엄성은 전체 우주를 벗어나 신에 편에 서는 것에서 드러난다. 그렇지만 현대 인간학은 더 이상 인간의 고유성을 기독교 전통에서처럼 명시적으로 하느님으로부터 찾는 것이 아니라 자연세계 안에서 인간의 지위, 특히 고등동물의 존재양식과 비교ㆍ고찰함으로써 규정한다. 즉 인간을 우주의 질서라는 테두리 안에서 이해하고 인간을 물리적 천체인 대우주에 상응하는 소우주로서 인간을 이해한다.138)

김대현(2016)은 ‘인존사상의 평화적 이념’과 ‘인존의 거대함과 마음’이라는 대전제 하에 ‘인존’ 개념을 ‘전 인간의 보편적 주체성 발현’이라는 테제로 재해석한다. 인존을 천지인(天地人) 삼재(三才) 또는 신과 인간 사이에서의 인간 지위의 상승이라는 기존의 해석에서 세계사상사의 흐름 속에 대순사상의 인존 개념이 가진 개념적 위치를 분석하는 것으로 나아간다. 그 결과 보편적 주체성으로서의 인존을 ‘만물 평등사상’과 ‘영구평화사상’이라는 인류 사회적 이념으로 그 개념의 해석을 확대하고 있다.139)박용철(2016)은 「해원시대를 전제하는 인존시대에 대한 이해」에서 인존시대의 분기점을 언제로 볼 것인가의 관점에서 증산이 천지공사를 시작한 신축(1901)년을 해원ㆍ인존시대의 시작이라고 보고 있으며, 대다수의 선행연구에서는 인존시대를 개벽시대, 신명시대, 해원시대와 동일한 시간상에서 진행되는 천지공사의 시스템적 이치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한다.140)윤재근(1999)은 인존사상에 대한 인간학적 접근을 통해서 인간에 대한 인간학적 해석의 틀은 실존하는 인간의 바람직한 형성에 초점을 두어야 하며 신인조화(神人調和)의 인간이 ‘인존의 인간학’이라 규정하면서 신과 인간의 조화는 신과 인간이 혼연일체가 된 즉 ‘도즉아(道卽我) 아즉도(我卽道)’의 경지라고 말한다.141) 한편, 인존을 대순사상에서 말하는 후천의 도통군자로 즉 도즉아 아즉도의 경지로142) 보는 기존연구도 있다. 그렇지만 여기서는 종교적 수행의 결과로 도달하는 ‘인간완성으로서의 인존’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는다. 인류 보편의 욕망이 충족된 인간으로서의 인존과 인간과 세계의 관계에서 인간을 존엄하게 하는 사회적 질서와 초문명적 환경에 의거하여 인존을 보고 있다.

대순사상의 ‘인존’은 동양의 인본사상과 서양의 신과의 관계에서 찾는 존엄성 그리고 현대의 인간학에서 바라보는 인간의 고유성과 어떤 점에서 차이가 있는가? 인존은 동양의 인본사상과 철학ㆍ종교적 관점에서 말하는 인간 존중ㆍ중심적 사유를 일부 수용하면서도 ‘인간존엄과 인간존중의 실현’에 있어서는 그 내용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이것은 인간과 신, 인간과 세계의 관계에서 인간이 어떻게 그 존엄성을 이끌어 낼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말 그대로 대순사상에서의 ‘인존실현’의 사유체계 속에는 그 실현을 위한 주체와 원리 그리고 실행기제 등 모든 것이 갖추어져 있다. 그리고 그것이 인간의 관념에서 조직적으로 체계화 된 사상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구한말 한 많은 동토의 역사에서 고통 받는 생민들과 함께 하는 인간으로서의 상제가, 상극이 지배하는 선천의 세계를 개벽하는 개벽장(開闢長)으로서 실존적으로 나타난다. 삼계대권을 주재하는 상제는 생민들의 참상을 목도하면서 선천세계에서 풀지 못한 인간과 신명의 원을 해원상생의 원리로 풀어내어 인존시대를 열어야 함을 천명하고 후천의 인존시대를 여는 천지공사를 행한다. 천지공사는 해원을 위주로 하며 천지인 삼계의 관계에서 인간이 그 조화의 중심매개가 된다. 이와 관련된 내용을 『전경』에서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

시속에 말하는 개벽장은 삼계의 대권을 주재하여 비겁에 쌓인 신명과 창생을 건지는 개벽장(開闢長)을 말함이니라. 상제께서 대원사에서의 공부를 마치신 신축(辛丑)년 겨울에 창문에 종이를 바르지 않고 부엌에 불을 지피지 않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고 음식을 전폐하고 아흐레 동안 천지공사를 시작하셨도다. 이 동안에 뜰에 벼를 말려도 새가 날아들지 못하고 사람들이 집 앞으로 통행하기를 어려워하였도다.143)

천존과 지존보다 인존이 크니 이제는 인존시대라. 마음을 부지런히 하라.144)

선천에는 「모사(謀事)가 재인(在人)하고 성사(成事)는 재천(在天)이라」 하였으되 이제는 모사는 재천하고 성사는 재인이니라. 또 너희가 아무리 죽고자 하여도 죽지 못할 것이요 내가 놓아주어야 죽느니라.145)

해원상생의 원리와 해원공사로 노정되는 인존시대는 인류 ‘포원’의 기본적 원인인 인간의 보편적 욕망이 충족되고, 인간과 세계의 모든 질서와 사회적 관계가 인간존중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형성되어 인간 내적으로는 ‘안심ㆍ안신’의 평화가, 인간 외적으로는 상생의 평화가 유지되는 시대이다.

인존시대를 이끌어내는 해원상생의 원리와 해원공사라는 독립변수가 인간과 세계의 미래라는 종속변수에 미치는 영향은 ‘상생’과 ‘평화’의 작용력이며 이 상생과 평화는 앞으로 도래하는 선경시대와 평화시대를 구성하는 공통의 요소이다. 따라서 이후의 선경시대와 평화시대는 인존시대를 도출하고 설명하기 위한 기준과 전제 그리고 중복되는 개념들은 반복하지 않고 가급적 『전경』 등의 주요자료를 통해서 살펴본다.

2. 선경시대

선경시대는 신명해원과 인간해원 그리고 세계해원을 이룸으로써 세계가 초문명화 되는 시대이다. 선천에서는 인간욕망이 분출되었으나 제한적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불완전 세계였으나 후천에는 인간욕망이 충족되는 완전한 성공시대이다. 선천은 인간이 욕망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타인과 자연을 ‘극(剋)’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지만 후천선경은 해원상생의 질서에 의해 인간이 타인과 자연을 ‘생(生)’할 때 욕망이 충족되고 그 일이 성공하게 된다.

상제께서 「이후로는 천지가 성공하는 때라. 서신(西神)이 사명하여 만유를 재제하므로 모든 이치를 모아 크게 이루나니 이것이 곧 개벽이니라. 만물이 가을 바람에 따라 떨어지기도 하고 혹은 성숙도 되는 것과 같이 참된 자는 큰 열매를 얻고 그 수명이 길이 창성할 것이오. 거짓된 자는 말라 떨어져 길이 멸망하리라. 그러므로 신의 위엄을 떨쳐 불의를 숙청하기도 하며 혹은 인애를 베풀어 의로운 사람을 돕나니 복을 구하는 자와 삶을 구하는 자는 힘쓸지어다」라고 말씀하셨도다.146)

가장 최근의 선천 문명시대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전체주의적 믿음이 일으킨 인간의 욕망이 세계대전을 일으켜 모든 것을 파괴할 수 있었으며, 인간의 본질마저도 파괴할 수 있었다. 근본악을 경험하고 세계애로 사유하고자 했던 한나 아렌트는 “세계와 그곳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동일하지 않다. 세계는 사람들 사이에 놓여 있다.”147)고 말한다. 이 말이 원문에서 뜻하고자 한 바와는 차이가 있겠지만 여기서는 인간의 욕망이 인간을 둘러싸고 있는 세계와 공존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오히려 사람들의 욕망아래 세계가 놓이게 된 것으로 해석해 본다. 이러한 인류의 교만이 천리를 흔들고 자연을 정복하려는 데서 모든 죄악을 끊임없이 저질러 삼계가 혼란해졌다고 본 증산은 중생을 살리고 새로운 세상인 후천선경을 연다고 천명하게 된다.

상제께서 하루는 김 형렬에게 「삼계 대권을 주재하여 조화로써 천지를 개벽하고 후천 선경(後天仙境)을 열어 고해에 빠진 중생을 널리 건지려 하노라」고 말씀하시고 또 가라사대 「이제 말세를 당하여 앞으로 무극대운(無極大運)이 열리나니 모든 일에 조심하여 남에게 척을 짓지 말고 죄를 멀리하여 순결한 마음으로 천지 공정(天地公庭)에 참여하라」고 이르시고 그에게 신안을 열어 주어 신명의 회산과 청령(聽令)을 참관케 하셨도다.148)

증산이 천지공사를 통해 예시하는 선경시대는 앞서 인존시대에서 보았듯이 상생과 평화를 기반으로 하는 낙원의 세계이다.149) 이 세계는 전쟁150)과 굶주림151)과 사회적 차별152)이 없는 균형과 조화의 세상이다. 또 ①정치사회적 안정 ②경제적 정의 ③언어의 통일 ④문화의 통일 ⑤지기의 통일 등이 이루어져 선천 상극시대의 모든 갈등을 원천적으로 해소한다.

①후천에는 계급이 많지 아니하나 두 계급이 있으리라. 그러나 식록은 고르리니 만일 급이 낮고 먹기까지 고르지 못하면 어찌 원통하지 않으리오.153)

②선천에는 눈이 어두워서 돈이 불의한 사람을 따랐으나 이 뒤로는 그 눈을 밝게 하여 선한 사람을 따르게 하리라. 돈이란 것은 순환지리로 생겨 쓰는 물건이니라. 억지로 구하여 쓸 것은 못되나니 백년 탐물(百年貪物)이 일조진(一朝塵)이라.154)

③상제께서 어떤 사람이 계룡산(鷄龍山) 건국의 비결을 물으니 「동서양이 통일하게 될 터인데 계룡산에 건국하여 무슨 일을 하리오.」 그자가 다시 「언어(言語)가 같지 아니하니 어찌 하오리까」고 묻기에 「언어도 장차 통일되리라」고 다시 대답하셨도다.155)

④세계의 모든 족속들은 각기 자기들의 생활 경험의 전승(傳承)에 따라 특수한 사상을 토대로 색다른 문화를 이룩하였으되 그것을 발휘하게 되자 마침내 큰 시비가 일어났도다. 그러므로 상제께서 이제 민족들의 제각기 문화의 정수를 걷어 후천에 이룩할 문명의 기초를 정하셨도다.156)

⑤또 상제께서 가라사대 「지기가 통일되지 못함으로 인하여 그 속에서 살고 있는 인류는 제각기 사상이 엇갈려 제각기 생각하여 반목 쟁투하느니라.」157)

선경시대에는 문명시대와는 다른 방식으로 인간의 정신과 생활양식이 초문명화 되는 것으로 『전경』은 예시하고 있다. 그 사례를 보면 ①명당기운의 이전 ②과학기술의 획기적 발전 ③농업혁명 ④교통혁명 ⑤인간개조158) 등이 있다.

①금산사 청련암(靑蓮庵)의 중 김 현찬(金玄贊)이 전부터 상제의 소문을 듣고 있던 차에 상제를 만나게 되어 명당을 원하니 상제께서 그에게 「믿고 있으라」고 이르셨도다. 그 후 그는 환속하여 화촉을 밝히고 아들을 얻었느니라. 그리고 김 병욱(金秉旭)이 또한 명당을 바라므로 상제께서 역시 「믿고 있으라」고 말씀하셨도다. 그 후 그도 바라던 아들을 얻었느니라. 수년이 지나도록 명당에 대한 말씀이 없으시기에 병욱은 「주시려던 명당은 언제 주시나이까」고 여쭈니 상제께서 「네가 바라던 아들을 얻었으니 이미 그 명당을 받았느니라」고 이르시고 「선천에서는 매백골이장지(埋白骨而葬之)로되 후천에서는 불매백골이장지(不埋白骨而葬之)니라」고 말씀을 하셨도다. 그 후 얼마 지나 현찬이 상제를 뵈옵고 명당을 주시기를 바라므로 상제께서 「명당을 써서 이미 발음되었나니라」고 말씀이 계셨도다.159)

②또 가라사대 「앞으로 오는 좋은 세상에서는 불을 때지 않고서도 밥을 지을 것이고 손에 흙을 묻히지 않고서도 농사를 지을 것이며 도인의 집집마다 등대 한 개씩 세워지리니 온 동리가 햇빛과 같이 밝아지리라. 전등은 그 표본에 지나지 않도다. 문고리나 옷걸이도 황금으로 만들어질 것이고 금당혜를 신으리라」 하셨도다.160)

③후천에서는 종자를 한 번 심으면 해마다 뿌리에서 새싹이 돋아 추수하게 되고 땅도 가꾸지 않아도 옥토가 되리라. 이것은 땅을 석 자 세 치를 태우는 까닭이니라.161)

④용력술을 배우지 말지어다. 기차와 윤선으로 百만 근을 운반하리라. 축지술을 배우지 말라. 운거(雲車)를 타고 바람을 제어하여 만 리 길을 경각에 왕래하리라.162)

⑤상제께서 하루는 종도들에게 「진묵(震默)이 천상에 올라가서 온갖 묘법을 배워 내려 인세에 그것을 베풀고자 하였으나 김 봉곡(金鳳谷)에게 참혹히 죽은 후에 원(冤)을 품고 동양의 도통신(道通神)을 거느리고 서양에 가서 문화 계발에 역사하였나니라. 이제 그를 해원시켜 고국(故國)으로 데려와서 선경(仙境) 건설에 역사케 하리라」고 말씀하셨도다.163)

인간 존중이 극대화 되는 인존시대로서의 선경시대의 특징을 요약해보면 전쟁과 굶주림과 사회적 차별이 없는 균형과 조화의 세상으로 정치사회적 안정, 경제적 정의, 언어ㆍ문화ㆍ지기의 통일 등이 이루어지는 시대이다. 또한 고도의 과학기술문명이 등장하여 인간의 삶이 상극적 경쟁이 없이 풍요로워지는 시대이다.

3. 평화시대

세계의 다양한 종교사상에서는 평화를 규정하고 어떻게 평화를 이룰 것인가를 말하고 있다. 평화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이론적으로 평화를 정의하고 평화를 이루는 모형을 제시한다. 단테는 세계제국론을 통하여 평화에 대한 국제적 접근을 하였다. 그의 목표는 세계제국에서 유일 황제의 지배를 통하여 평화를 실현하는 것이었다. 마키아벨리는 권력정치와 국가이성의 관점에서 전쟁의 현실을 설명했고 에라스무스는 ‘평화의 호소’를 통하여 적극적으로 전쟁 비판에 나섰다. 루소는 국내체제와 국제정치의 밀접한 연계를 전쟁의 방지, 평화의 달성이라는 관점에서 파악하고 국가연합의 성립에 의해 평화가 보장되고 개별 국가를 넘어선 중재자에 의한 분쟁처리가 가능하다고 보았다. 벤담은 ‘보편적 영구평화계획’으로 평화에 대한 현실 정책적 제안을 했다. 칸트는 ‘영구평화론’을 통해 철학적, 규범적 평화연구를 체계화 하였다.164) 요한 갈퉁은 평화를 소극적 평화와 적극적 평화로 구분하고 적극적 평화는 행복, 복지, 번영 등이 보장된 상태이며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것으로 보았다.

해원상생과 해원공사로 귀결되는 후천의 평화는 학문의 세계와 학자의 이론으로 아직 정립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종교사상의 관점에서 평화관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고 종교 교리로서 실천되고 있는 평화윤리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는 상태이다. 그래서 여기서는 인존시대, 선경시대에서 도출된 해원과 상생의 평화에 대해서 그 특징들을 정리하는 것으로 논의를 마치고자 한다.

첫째, 해원상생의 평화는 항구적 평화이다. 대순사상에서는 해원상생의 원리로 운행되는 후천 선경이 오만 년 동안 이어진다고 설명한다.165) 또한 해원상생과 해원공사로 이루어지는 평화는 “예로부터 쌓인 원을 풀고 원에 인해서 생긴 모든 불상사를 없애고”166) 이루어지는 영원한 평화이다. 이 내용에 따르면 후천의 평화시대는 인류의 선사시대, 역사시대를 막론하고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항구적 평화가 유지되는 시대로 추론된다.

둘째, 해원상생의 평화는 우주적 평화이다. 인류 역사이래로 국지적 평화는 존재했지만 인간과 신명과 세계전체를 아우르는 우주적 평화는 존재하지 않았다. 해원상생의 원리와 해원공사에 의해 이루어지는 평화는 신명계, 인간계, 지계 모두에서 해원과 상생이 이루어지는 우주전체의 평화이다.

셋째, 해원상생의 평화는 완전한 평화이다. 해원상생은 인간과 세계에 누적된 갈등, 쟁투, 재화(災禍)를 근원적으로 해소하는 평화이다.

넷째, 해원상생의 평화는 조화적 평화이다. 해원과 상생으로 이루어지는 평화시대는 강약의 조화, 빈부의 조화, 귀천의 조화를 이루어 부조화ㆍ불균형ㆍ불평등이 만들어 내는 모든 차별과 차이를 해소하는 평화이다.

상제께서 종도들에게 「후천에서는 약한 자가 도움을 얻으며 병든 자가 일어나며 천한 자가 높아지며 어리석은 자가 지혜를 얻을 것이요 강하고 부하고 귀하고 지혜로운 자는 다 스스로 깎일지라」고 이르셨도다.167)

다섯째, 해원상생의 평화는 실천적 평화이다. 해원상생에 대한 대순진리회의 인식은 해원상생이 단순히 원리와 사상으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의 현실에서부터 인간과 세계의 미래로 이어지는 평화의 실천윤리로 받아들이고 있다.

해원상생은 전 세계의 평화이며 전 인류의 화평이다. 전 세계 인류의 화평(和平)이 세계개벽(世界開闢)이요 지상낙원(地上樂園)이요 인간개조(人間改造)이며 지상신선(地上神仙)이다. 인류가 무편무사(無偏無私)하고 정직과 진실로서 상호 이해하고 사랑하며 상부상조의 도덕심이 생활화된다면 이것이 화평이며 해원상생(解冤相生)이다.168)

Ⅴ. 맺음말

이 글에서는 ‘해원상생사상’에 내포된 상생ㆍ인존ㆍ선경ㆍ평화의 실천적 이념에 의거하여, 인간과 세계의 미래가 인존시대, 선경시대, 평화시대로 이행된다고 추론하였다.

이 연구는 크게 네 부분으로 구성된다. Ⅰ장에서는 인간역사의 종교와 그 사상은 인간과 세계의 구성작용에 결정적 역할을 해왔고, 인간과 세계에 관한 새로운 인식과 사상은 기존질서로부터 파생되는 사회적 한계와 문제들을 풀어가기 위해 역사적으로 극적인 작용을 할 때가 있다고 전제하고, 해원상생의 종교사상이 가지는 이념들이 인간과 세계를 어떻게 변화시키고 그 미래를 어떤 특징으로 귀결 짓는가라는 논제를 제시하였다.

Ⅱ장에서는 해원상생의 가치와 의미에 관한 통합적 이해를 얻기 위해 선행연구를 의미론적 관점에서 분석해 보았다.

Ⅲ장에서는 해원상생의 법리가 ‘해원공사’라는 인류대망의 종교적 기제에 의해서 어떤 내용과 무슨 목적으로 귀결되어 가는지를 ‘해원상생과 해원공사의 구조적 이해’라는 틀 속에서 분석하였다. 그 결과 두 가지 중요한 관점을 얻게 되었다. 하나는 해원상생이 인간과 세계와 그 미래에 지속적으로 투영하는 사상적 가치체계가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인간에게는 인간존중사상으로, 세계에는 선경사상으로, 인간과 세계의 미래에는 평화사상으로서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해원공사가 인간과 세계의 미래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그것은 인간은 인존(人尊)으로, 세계는 선경(仙境)으로, 미래는 평화로 이끈다는 것이다.

Ⅳ장에서는 해원상생의 이념과 해원공사의 실행기제가 ‘인간과 세계의 미래’를 ‘인존시대’, ‘선경시대’, ‘평화시대’로 노정시키는 것으로 추론해내고 인존시대ㆍ선경시대ㆍ평화시대의 내용과 특성을 분석하였다. 이 추론은 두 가지 기준과 세 가지 시대구분으로 이루어졌다. 두 가지 기준은 ‘인간의 욕망’과 ‘인간과 세계의 관계’이고 세 가지 시대는 무명(無明)ㆍ문명(文明)ㆍ초문명(超文明) 시대이다. 이 기준과 구분으로 ‘인간과 세계의 미래’로 가는 시대적 상황규정의 논리적 근거 즉 이론적 기초를 구성해보았다. 해원상생사상으로 인간과 세계를 일관되게 추론하고 조망한 ‘초문명’의 시대적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인간 존중이 극대화되는 ‘인존시대’이다.

둘째, 인간개조와 세계개벽으로 천지인 삼계의 문명이 통합되고 초고도화 되는 ‘선경시대’이다.

셋째, 인간과 세계(자연)의 모든 관계가 해원상생화 되는 항구적 ‘평화시대’이다.

이 글의 학술적 의의는 기존의 연구에서는 시도하지 못했던 ‘해원상생’이라는 대순사상의 핵심적인 화두를 일관되게 ‘인간과 세계’에 투영하여 그 ‘미래’를 구조적으로 추론하였다는데 있다. 사상적 의의는 그 동안 세계종교사상계에서는 잘 알려지지 못한 해원상생사상을 인류세계가 안고 있는 오랜 문제와 앞으로 예상되는 세계적 위기를 극복하는 새로운 종교ㆍ사회사상 및 미래사상으로서 세계적 가치가 있음을 찾아내는 것이다. 끝으로 이 연구를 통해 얻는 필자개인의 의의는 구한말 풍전등화의 위기 속에서도 한국의 신종교 사상이 인간과 세계를 새롭게 해석하고 암울한 현실을 극복하는 인류 보편의 대망(大望) 사상으로서 연구되어질 수 있도록 어려운 여건과 상황 속에서도 선행 연구자들의 부단한 열정과 노력이 있었음을 발견하였다는 데 있다. 소외 학문분야인 한국의 신종교사상을 연구하는 한 논자로서 이점에 대해서 선행 연구자들에 깊은 경의를 표한다. 앞으로 이러한 노력들이 축적되고 새로운 접근방식과 참신한 내용의 후속 연구들이 계속되어 이 분야의 학술적 가치와 외연이 더욱 더 확대되기를 기대한다.

Footnotes

1. 강증산 성사는 대순진리회의 신앙의 대상으로, 대순진리회요람 취지에 강세의 목적과 그 진리체계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강증산(姜甑山)성사(聖師)께옵서는 구천대원조화주신(九天大元造化主神)으로서 삼계대권(三界大權)을 주재(主宰)하시고 천하(天下)를 대순(大巡)하시다가 인세(人世)에 대강(大降)하사 상도(常道)를 잃은 천지도수(天地度數)를 정리(整理)하시고 후천(後天)의 무궁(無窮)한 선경(仙境)의 운로(運路)를 열어 지상천국(地上天國)을 건설(建設)하고 비겁(否劫)에 쌓인 신명(神明)과 재겁(災劫)에 빠진 세계창생(世界蒼生)을 널리 건지시려고 순회주유(巡回周遊)하시며 대공사(大公事)를 행(行)하시니 음양합덕(陰陽合德) 신인조화(神人調化) 해원상생(解冤相生) 대도(大道)의 진리(眞理)로써 신인의도(神人依導)의 이법(理法)으로 해원(解冤)을 위주(爲主)로 하여 천지공사(天地公事)를 보은(報恩)으로 종결(終結)하시니 해원(解冤) 보은(報恩) 양원리(兩原理)인 도리(道理)로 만고(萬古)에 쌓였던 모든 원울(冤鬱)이 풀리고 세계(世界)가 상극(相克)이 없는 도화낙원(道化樂園)으로 이루어지리니 이것이 바로 대순(大巡)하신 진리(眞理)인 것이다.” 『대순진리회요람』 (여주: 대순진리회 출판부, 2003), p.8.

3. 대순진리회의 교리적 이념과 취지는 종지(宗旨)와 목적에 나타난다. 종지는 음양합덕(陰陽合德)ㆍ신인조화(神人調化)ㆍ해원상생(解冤相生)ㆍ도통진경(道通眞境)이며, 목적은 무자기(無自欺)ㆍ정신개벽(精神開闢)ㆍ지상신선실현(地上神仙實現)ㆍ인간개조(人間改造)ㆍ지상천국건설(地上天國建設)ㆍ세계개벽(世界開闢)이다. 『대순진리회요람』, pp.14-17.

4. 한국의 대표적 민족종교인 대순진리회의 교의와 이념에 기반 한 한국자생 종교사상ㆍ평화사상으로 구한말의 대표적 종교사상가인 강증산 성사의 해원상생ㆍ보은상생ㆍ구제창생ㆍ천지공사ㆍ인존사상ㆍ화평사상ㆍ선경사상 등의 사상체계를 말함.

5. 종교사회학자 피터 버거(Peter L. Berger)는 그의 저서 The Social Reality of Religion (Penguin University Books, 1973)에서 사회를 객관적 실체로 보지 않는다는 방법론적 입장과 종교사회학에 대한 관점을 드러내고 있다. 사회학자 한완상은 버거가 사회의 외적 구속력을 부인하지는 않지만, 사회라고 하는 것은 인간이 구성해 나가는 것이며, 그 인식 및 창작 과정과 전혀 무관한 객관적 실체가 아니라는 점에서 현상학적 입장을 존중하고 있고, 이른바 상식의 수준에서 사회적 실재(social reality)로 받아들여진 것은 그것이 공식적 상황 규정과의 부합여부와 관계없이 하나의 엄연한 사실이 되기에 사회와 우주는 사람들이 그렇다고 받아들이고 구성해 나가는 것으로 보았다고 해설한다. 이러한 인식에서 버거는 종교가 이러한 세계 구성 활동에 어떠한 역할을 담당하는지를 알아내는 것이 곧 종교사회학의 과제라고 말한다. 피터 버거, 『종교와 사회』, 이양구 옮김 (서울: 종로서적, 1992), pp.1-6, pp.17-37.

6. 같은 책, pp.4-6.

8. 대순종교문화연구소, 『대순사상의 현대적 이해』 (서울: 대순진리회 출판부, 1988), pp.163- 166; 이항녕, 「해원상생사상의 현대적 의의」, 『대순사상논총』 4 (1998), pp.1-11 참조.

9. 천지공사는 강증산 성사가 1901년부터 1909년까지 행한 삼계해원과 후천선경개벽을 위해 처결한 종교적 행위임. 이에 대해서는 Ⅲ장에서 논의함.

10. 삼계(三界)는 유교의 개념용어인 삼재(三才)와 같은 의미로 쓰이며, 유학 사상사의 흐름에서 삼재론은 『역전(易傳)』인 십익(十翼)에서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이것은 자연적 구성요소의 대표라 할 수 있는 천지에 인간을 참여시킨 것으로서, 인간의 위치를 천지와 같은 수준으로 끌어 올린 인간 중심적 사조가 삼재론 형성의 사상적 배경을 이루고 있다. 불교의 세계관에서는 삼계를 삼유(三有)라고도 하는데 이는 미혹한 중생이 윤회하는 욕계(慾界)ㆍ색계(色界)ㆍ무색계(無色界)의 세계이다.《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http://encykorea.aks.ac.kr/Contents/Item/E0026786참조. (2018. 4. 20. 검색)삼재사상에 관한 역작으로는 전한 초 유학자인 동중서(董仲舒, B.C.179~B.C.104)의 『춘추번로(春秋繁露)』가 있다.

12. 같은 책, p.38.

13. 이하 학계에서 일반적으로 쓰고 있는 존호(尊號)인 증산(甑山)으로 표기함.

14. 주요 자료는 『전경』, 『대순진리회요람』, 『포덕교화기본원리』, 『대순지침』 등을 말한다.

15. 5대 종교 유형 중 ‘증산의 대순사상에 기반 한 종교’는 원문에서는 ‘증산의 증산교’로 적고 있으나, 이 명칭은 증산을 신앙하는 종단 전체를 아우르는 보편적인 명칭으로 쓰기에는 논란의 여지가 있어 수정을 가했다. 김홍철, 『한국 신종교 사상의 연구』 (서울: 집문당, 1989), p.14.

16. 『대순사상논총』은 대진대학교 대순사상학술원에서 발간하는 등재후보지로, 1996년부터 지금까지 대순사상과 관련된 논문과 종교학 및 철학 관련 논문 등이 수록되고 있고 최근에는 간학문적, 융합적 연구주제도 다루고 있다. 해원상생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되는 논문은 90여 편 정도 발견된다.

17. 『증산사상연구』는 증산진법회의 부설연구소인 증산사상연구회에서 1975년부터 2000년까지 총 22집까지 발간된 논문집이다. 여기서는 해원상생과 관련된 50여 편의 논문이 발견된다.

18. 『종교연구』, 『신종교연구』, 『종교교육학연구』, 『한국종교』, 『원불교사상과 종교문화』, 『한국철학논집』 등에서 해원상생에 관한 논문들이 흔치 않게 보인다.

20. M. 엘리아데, 『성과 속』, 이은봉 옮김 (서울: 한길사, 1998), p.111 참조.

21. 같은 책, pp.21-45 참조

38. 이 부분은 원문의 의미를 지키면서 수정ㆍ보완한 것임. 같은 글, pp.1-22.

40. 같은 글, p.22.

41. 같은 글, p.22.

42. 같은 글, pp.9-24.

44. 배규한, 앞의 글, pp.257-279.

45. 안종운, 앞의 글, pp.25-80 참조.

49. 같은 글, p.549.

50. 같은 글, p.567.

52. 이 부분은 원문의 의미를 충분히 살리면서 수정 보완함. 김 탁, 「증산교 상생사상의 특성과 전개과정」, pp.277-280.

55. 같은 글, pp.60-61.

56. 신철균, 앞의 책, pp.178-180.

60. 금교영, 앞의 글, pp.71-73.

61. ‘상제의 권능’으로 행해지는 이것을 ‘천지공사’라고 하는데, 천지공사의 한 범주인 해원공사는 크게 신명계 해원, 인간계 해원, 지계 해원으로 대별할 수 있고 그 순서는 신명해원으로부터 인간해원, 세계 해원으로 이어지며, 인간계 해원은 정치적ㆍ경제적ㆍ사회적ㆍ성적 약자인 약하고 빈천한 사람과 계층 그리고 여성에게 먼저 이루어진다. 배규한, 앞의 글, pp.278-279.

72. 같은 글, pp.282-283.

74. 같은 글, p.284.

75. 『전경』 13판 (2010), 예시 87절.

77. 금교영, 앞의 글, pp.71-102.

78. 이락의, 『한자정해2』, 박기봉 옮김 (서울: 비봉출판사, 1994), p.422 참조. (금교영, 앞의 글, pp.74-75에서 재인용)

79. 『周易』 大過卦. 상왈(象曰)과 함괘(咸卦) 상왈(象曰) 등등에서 상여(相與), 보상(輔相)이란 문구가 많이 나오고 있다. (금교영, 앞의 글, pp.74-75에서 재인용)

81. 같은 글, p.409.

83. 같은 글, p.584.

86. 『전경』, 공사 1장 3절.

87. 같은 책, 예시 8절.

88. 같은 책, 교법 1장 1절.

90. 한국도교문화학회 편, 앞의 책, p.36에서 정재서는 증산의 중국신화 수용을 주체적이고 선별적인 입장에서 기존의 관점에 얽매이지 않고 자기화 하는 전유(專有)의 과정을 통해 고유한 종교적 의미를 산출하는 창조적인 재해석의 작업이라고 말한다.

91. 『전경』, 공사 3장 4절.

92. 같은 책, 예시 6절.

93. 같은 책, 공사 3장 4절.

94. 같은 책, 공사 1장 3절, 3장 4절.

95. 이에 대해서 학계는 일반적으로 신화적인 관점에서 보기 때문에 ‘단주의 원한’은 낡은 시대(先天)의 특성을 이해하기 위한 독자적인 장치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최동희, 「해원상생의 새로운 이해」, p.298.

96. 『전경』, 공사 1장 3절, 예시 6절, 예시 9절.

97. 같은 책, 예시 1절.

98. 같은 책, 공사 1장 9절.

99. 같은 책, 교운 1장 9절.

100. 김홍철, 앞의 책, p.51.

101. 한국도교문화학회 편, 앞의 책, p.38.

102. 여기서 말하는 증산교는 하나의 종교단체가 아니라 학계에서 증산성사를 신앙하는 종단 모두를 통칭하여 쓰는 용어이다. 증산성사를 신앙하는 종단의 분류에 대해서 박용철(2017)은 계시종단인 무극도계와 연운종단인 증산계로 나누어서 친자종도의 종단 계통을 보여주고 있다. 김홍철(1989)은 한국 신종교를 단군계, 수운계, 일부계, 증산계 등으로 나누면서 증산계의 교파가 80여 개에 이르렀고 최근에도 50여 개의 교파가 활동을 하고 있다고 보았다. 박용철, 「구천응원뇌성보화천존상제 신격 연구-‘보화천존’과 ‘구천대원조화주신’의 관계를 중심으로」, 『대순사상논총』 29 (2017), p.95; 김홍철, 앞의 책, pp.36-49.

103. 한국도교문화학회 편, 앞의 책, p.119.

104. 《대순진리회홈페이지》, 「전경용어사전」 http://www.idaesoon.or.kr/about/dictionary.php?idx=861 (2018. 4. 20. 검색).

105. 류성민, 앞의 글, pp.4-7.

107. 배규한, 앞의 글, pp.278-279; 『전경』, 공사 2장 19절, 교법 3장 6절, 공사 1장 29절, 교법 1장 68절, 교법 1장 10절, 공사 1장 25절, 교법 1장 62절, 공사 1장 12절, 공사 1장 2절, 공사 3장 4절, 공사 1장 7절, 공사 3장 39절, 교운 1장 38절, 공사 2장 3절, 공사 1장 36절, 교운 1장 34절, 교법 2장 56절.

108. 이경원, 「해원상생의 의미와 천지공사」, pp.552-561; 『전경』, 예시 22절, 공사 3장 17절, 권지 2장 37절, 공사 3장 2절, 교운 1장 20절, 공사 2장 22절, 예시 37절, 공사 3장 5절, 행록 2장 15절.

109. 김홍철, 앞의 책, p.82.

112. 마르크스는 과학적 사회주의-공산주의의 창시자로 생몰 시기는 1818~1883년이다.

117. 같은 책, pp.10-17.

118. 헌팅턴은 “문명과 문명의 충돌은 세계평화에 가장 큰 위협이 되며, 문명에 바탕을 둔 국제질서만이 세계대전을 막는 가장 확실한 방어 수단이다.”라고 말한다. 새뮤얼 헌팅턴, 『문명의 충돌』, 이희재 옮김 (파주: 김영사, 2017), p.19.

119. 에드문트 야코비, 앞의 책, p.10.

120. 고대 그리스의 이오니아 지방 사람으로 최초의 유물론 학파인 밀레토스 학파의 시조로 알려진 탈레스의 생몰 시기는 B.C.624~B.C.545년이다.

121.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로 객관적 관념론의 창시자로 알려진 플라톤의 생몰 시기는 B.C.427~B.C.347년이다.

122. 니혼지츠교풀판사 편집부, 앞의 책, p.18.

123. 에드문트 야코비, 앞의 책, pp.39-41 참조.

125. 노자의 생몰 시기는 대략 B.C.571~B.C.472년 무렵으로 추정한다.

126. 장자의 생몰 시기는 대략 B.C.369~B.C.286년으로 본다.

127. 이정우, 앞의 책, pp.45-69 참조

128.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붓다’는 ‘깨달은 이’를 뜻하는데 일반적인 관행으로는 붓다가 B.C. 480년에 죽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BC 4세기를 살았을 것으로 추정하는 학자도 있다.

129. 이정우, 앞의 책, p.95.

131. 『전경』, 교법 3장 24절.

132. 같은 책, 예시 80절.

133. 같은 책, 권지 1장 8절.

134. 같은 책, 예시 81절.

135. 같은 책, 교법 1장 68절.

136. 같은 책, 공사 3장 8절.

142. 『대순진리회요람』, p.9.

143. 『전경』, 공사 1장 1절.

144. 같은 책, 교법 2장 56절.

145. 같은 책, 교법 3장 35절.

146. 같은 책, 예시 30절.

148. 『전경』, 공사 1장 1절.

149. 같은 책, 공사 1장 2절.

150. 같은 책, 예시 80절.

151. 같은 책, 권지 1장 8절.

152. 같은 책, 교법 1장 68절.

153. 같은 책, 교법 2장 58절

154. 같은 책, 교법 1장 63절.

155. 같은 책, 교법 3장 40절.

156. 같은 책, 교법 3장 23절.

157. 같은 책, 공사 3장 5절.

158. 같은 책, 예시 80절, “후천에는 사람마다 불로불사하여 장생을 얻으며 궤합을 열면 옷과 밥이 나오며 만국이 화평하여 시기 질투와 전쟁이 끊어지리라.”

159. 같은 책, 행록 1장 37절.

160. 같은 책, 공사 1장 31절.

161. 같은 책, 교법 3장 41절.

162. 같은 책, 예시 75절.

163. 같은 책, 권지 2장 37절.

165. 『전경』, 교운 2장 11절, 교운 2장 33절, 교운 2장 41절.

166. 같은 책, 공사 3장 4절.

167. 같은 책, 교법 2장 11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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