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urnal of Daesoon Academy of Sciences
The Daesoon Academy of Sciences
Article

홍익인간ㆍ대동사회ㆍ해원상생의 회통과 의미: 선(善)의 적극적 실천을 위한 모색

손흥철1,
Heung-chul Son1,
1안양대학교 교수
1Professor, the Liberal Arts College, Anyang University
Corresponding Author : Heung-chul Son, E-mail : chonwangko@naver.com

ⓒ Copyright 2018, The Daesoon Academy of Sciences. This is an Open-Access article distributed under the terms of the Creative Commons Attribution Non-Commercial License (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nc/3.0/) which permits unrestricted non-commercial use, distribution, and reproduction in any medium, provided the original work is properly cited.

Received: May 04, 2018 ; Accepted: Jun 16, 2018

Published Online: Jun 30, 2018

초록

이 글은 현재와 미래세계에서 우리사회에 뿌리 깊은 원(冤)과 한(恨)을 어떻게 치유하고, 한민족의 평화와 정신적 안녕을 실현할 수 있는 이론적 실천적 방안을 모색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이를 위하여 먼저 홍익인간 사상의 내용과 그 실천적 방법을 비판적 관점으로 재해석하고, 우리 민족의 사상적 정서적 뿌리임을 확인하였다. 그리고 현재와 미래에서 구체적인 실천방법을 찾아보았다. 다음으로 유학의 대동사상의 내용과 그 이상적 실현방법을 연구하였다. 이를 통하여 대동사상의 이상도 우리 민족의 정서 속에 깊이 뿌리박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그리고 우리사회의 원과 한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좀 더 적극적이고 실천적인 이론적 방법론적 연구가 필요함을 알아보았다.

끝으로 대순진리(大巡眞理)의 중요 개념인 해원상생의 근원적 본래적 의미를 연구하였다. 이를 통하여 해원상생이 미래의 보편적 가치이자 회통의 실천적 규범으로 승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하였다. 특히 해원상생의 논리가 우리 민족이 가진 한의 정서를 해소하는 적극적 실천성이 있음을 알아보았다.

이상의 연구를 통하여 대순진리의 해원상생(解冤相生)이 홍익인간과 대동사회의 이상을 회통(會通)하여 미래의 상생윤리로 발전할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ABSTRACT

In this article, I studied how we can heal resentment (㝨) and regret (恨) in the present and future world that are deeply rooted in our society, and I sought out the theoretical and practical measures to realize peace and mental well-being of the Korean people.

For this purpose, firstly, I reinterpreted the content of ‘Hongik Ingan Humanitarianism (弘益人間)’ as an idea and its practical methods into a critical perspective, and confirmed that it is the ideological and emotional root of the Korean people. And I looked at concrete action plans for the present and in the future.

Next, I studied the contents of the ‘Accompaniment Society (大同社會)’ for studying abroad and how to realize its ideals. Through this process, it was confirmed that Accompaniment Society is also deeply rooted in the sentiments of the Korean people. I also found out that more active and practical theoretical methodological studies are necessary to heal the resentment and regret common in our society.

Lastly, I studied the fundamental and essential meaning of ‘The Resolution of Grievances for Mutual Beneficence (解冤相生),’ the major, representative concept of ‘The Truth of the Great Itineration (大巡眞理).’ Through this process, I confirmed the possibility that the Resolution of Grievances for Mutual Beneficence could be transformed into a universal value and could be sublimated to a practical norm in the future. In particular, I found that the logic of “the Resolution of Grievances for Mutual Beneficence” is highly practical in resolving feelings of resentment in the Korean people.

Through the above study, ‘The Resolution of Grievances for Mutual Beneficence’ of ‘The Truth of the Great Itineration’ can emerge as a ‘win-win’ system of ethics in the future through the synthetical comprehension of the ideals of ‘Hongik Ingan Humanitarianism’ and Accompaniment Society.

Keywords: 홍익인간; 대동사회; 해원상생; 원과 한; 회통; 대순진리
Keywords: Humanitarianism; Accompaniment Society; Resolution of Grievances for Mutual Beneficence; Resentment and Regret; Synthetic Comprehension; The Truth of the Great Itineration

Ⅰ. 머리말

한국을 비롯한 동양사상의 근저(根底)에는 인간의 행복과 평화를 염원하는 가치관이 담겨 있다. 이러한 염원을 통해서 인간의 정신적 평화와 육체적 안녕을 추구하였다. 그렇지만 그 사상적 토대와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현실적인 실현과 인간다운 아름다움을 존속시키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존재한다. 왜냐하면 역사적, 사회적, 종교적, 개인적 관계에서 많은 갈등이 여전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어려움이 생겨나고, 또한 쉽게 해소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공지능(人工知能, Artificial Intelligence. 이하 AI)이 주도하게 될 미래 산업사회는 변화를 준비해야 하는 인문과학은 우리의 전통사상과 실천정신에서 사회의 평화와 화합, 인간다움의 회복이라는 거대 과제를 해결할 방안을 찾아야 할 임무를 부여받고 있다. 2018년 현재 인류사회는 정보화ㆍ세계화ㆍ다양화를 지나 질적으로 다른 새로운 사회적 거대한 흐름(Mega Trend)의 변화가 시작되었다. 지금까지 정보의 인식 및 축적이 중요했다면, 이제부터는 정보의 축적보다 축적된 정보의 사용에 관한 문제가 더 중요해졌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인간은 어떻게 정신적ㆍ물질적 안정과 삶의 질적 향상 및 행복감을 찾고 지킬 것인가를 모색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필자는 새로운 이념과 실천방법이 필요하다는 전제하에 우리민족이 지녔던 전통적인 정신적 이상과 현재의 정신적 이상을 접목해 새로운 정신세계를 구축해 보고자 한다. 한 방법으로 우리민족의 홍익인간(弘益人間)의 사상과 유학의 대동사회(大同社會) 이상과 그리고 대순진리의 해원상생(解冤相生)을 실천철학으로 승화회통(昇華會通)하는 방법을 모색하고자 한다. 이로써 미래의 사회변화에 적응하고 동시에 인간의 정신적 안정과 인간다움을 찾는 정합적 구도를 설정하고자 한다.

한국사회가 발전하려면 사회에 존재하는 계층 간, 개인 간 등 다양하고 복잡한 인간관계에서 생기는 단순한 갈등을 넘어선 원(冤; 冤痛함, 怨恨)과 한(恨)의 해소가 절실해 보인다. 이러한 원한의 해소는 법률적 조정이나 강제적 조정, 그리고 단순한 금전적 보상, 일방적 동정 등으로 해소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종교적 경건함과 보은상생의 정신이 도움을 줄 수 있다. 따라서 해원상생의 사상에 대한 이해와 실천성 제고를 위한 연구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먼저, 우리 한민족의 전통사상인 홍익인간의 정신이 무엇이며, 그 현대적 변용(變容)이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가를 살펴볼 것이다. 그동안 일제(日帝) 식민지사관에 의하여 왜곡되었던 단군사상을 하나의 역사이자 철학으로 이해하고자 한다. 왜냐하면 한국과 한국인의 문화ㆍ사상은 역시 우리의 생활세계에서 출발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홍익인간의 이상에서 인류의 보편적 가치와 이념이 무엇인가를 정리할 것이다. 그리고 현대의 복잡한 상황에서 홍인인간의 사상이 어떻게 구체적으로 우리의 삶의 새로운 지침으로 구현되도록 해야 하는가를 검토할 것이다.

둘째, 유학의 이상인 대동사회의 이념과 의미를 검토할 것이다. 대동사회의 이상은 근현대의 전환기에 중국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많은 영향을 끼쳤다. 우리나라에서 대동사회의 이상은 유학의 사회적ㆍ정치적 이상사회를 넘어 종교적 민족적 정서로 자리 잡았다. 여기서 유학이 지향한 대동사회의 이념을 검토하고, 우리 민족사에서 대동사회의 이상이 어떻게 구현되었는가를 고찰한다.

셋째, 대순진리(大巡眞理)의 중요 개념인 해원상생의 근원적 본래적 의미를 밝힌다. 또 해원상생이 미래의 보편적 가치이자 회통의 실천적 규범으로 승화할 수 있는지를 분별해 본다. 특히 우리 민족이 가진 한(恨)의 정서를 해원상생의 논리로써 해소적 승화로 이끌 수 있다면, 그 실천적 근거가 무엇인지 살펴볼 것이다. 그것은 해원상생이 미래의 실천윤리로 의미를 가지기 위해서는 미래지향적 재해석이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상의 논의를 통하여 홍익인간 대동사회 해원상생을 하나의 회통(會通)의 원리로 재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살펴보면, 철학의 실천성에 종교적 적극성이 가미된다면 이상과 실천 두 가지를 동시에 이룰 수 있다. 그리고 현상에서 존재하는 많은 대립과 갈등, 소외, 원(冤)과 한(恨)의 이론적 이해와 감성적 수용, 그리고 회통되고 승화된 해소를 통한 치유와 그 방법을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철학사상인 해원상생의 종지와 그 의미를 원전과 연구논문들을 통하여 종교학 및 도덕철학의 관점에서 회통의 실천 가치로 재해석 할 수 있는 이론적 토대도 모색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또한 한국사회의 갈등과 원한을 해원상생의 정신으로 실천 가능성을 높일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Ⅱ. 홍익인간의 의미와 실천의 문제

1. 홍익인간과 민족정신

우리가 5천 년 문화민족임을 증명하는 어떤 민족정신을 가지고 있는가? 많은 학자 지식인 그리고 대학생들에게 물어보면 우리민족의 정신을 대변할 사상이 무엇인가 알지 못하거나, 알아도 현재 그것이 우리의 삶에 실현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동안 많은 학자들이 한민족의 보편적 정신으로 홍익인간(弘益人間) 사상을 연구해 왔다. 그러나 홍익인간의 사상이 단지 단군신화라는 분명한 실체가 없는 설화로 치부하는 경향을 바로잡기가 어렵다. 먼저 우리민족의 뿌리와 근원적 사상을 담고 있는 『삼국유사(三國遺事)』의 기록을 살펴보자.

『위서(魏書)』에 “지난 2,000년 전에 단군왕검(檀君王儉)이 있었는데 도읍을 아사달[阿斯達. 경(經)에는 무엽산(無葉山)이라 하고, 또 백악(白岳)이라고도 하는데 백주(白州. 지금의 황해도 延白)의 땅에 있다. 혹 개성(開城)의 동쪽에 있다 하는데 지금의 백악궁(白岳宮)이다.]에 정하고 나라를 세워 조선(朝鮮)이라 하였는데 고(高. 요임금)와 같은 시대였다.”라고 하였다. 『고기(古記)』에 “옛날에 환인[桓因. 제석(帝釋)이라고 한다.]이 있었는데 여러 자식 가운데 환웅(桓雄)이 여러 차례 세상에 뜻을 두어 인간세상을 구원하고자 하였다. 환인이 아들의 뜻을 알고, 아래로 삼위산(三危山)과 태백산(太白山)을 내려다보니 널리 인간을 유익하게 할 수 있었다. 이에 아들에게 천부인(天符印) 세 개를 주어서 가서 거기를 다스리게 하였다. 환웅이 무리 3,000명을 거느리고 태백산 꼭대기[곧 태백(太伯)은 지금의 묘향산(妙香山)이다.] 신단수(神壇樹)로 내려와서 거기를 신시(神市)라고 하였으니 이를 환웅천왕(桓雄天王)이라고 한다. 풍백(風伯)ㆍ우사(雨師)ㆍ운사(雲師)를 거느리고 농사ㆍ생명ㆍ질병ㆍ형벌ㆍ선악을 주관하고, 인간의 360여 가지 일을 주관하며, 인간 세상을 이치(理致)로 교화(敎化)하였다. 이 때 한 마리의 곰과 한 마리의 호랑이가 같은 굴에서 살았는데, 항상 신성한 환웅(神熊)에게 사람이 되게 해달라고 빌었다.…곰에서 변한 여자가 혼인할 사람이 없으므로, 매일 신단수 아래에서 아이를 갖게 해달라고 비니, 이에 환웅이 임시로 사람으로 변화하여 그와 혼인하여 잉태(孕胎)하여 아들을 낳으니, 이름을 단군왕검이라 하였다. 당고[唐高. 요임금]가 즉위한지 50년 되는 해인 경인[庚寅. 당고(唐高)의 즉위 원년(元年)은 무진(戊辰)이니 오십년은 정사(丁巳)이며 경인(庚寅)이 아니다. [아마도 그것은 사실이 아닐 것이다.]에 평양성[平壤城. 지금의 서경(西京)]에 도읍하고 처음에 조선(朝鮮)이라 불렀다. 또 도읍을 백악산 아사달로 옮겼는데, 또 궁[방(方)이라고도 쓴다.]홀산(弓忽山)이라고도 하며, 현재의 미달(彌達)이라고도 하였다. 나라를 다스린 지 1,500년에 주(周)나라 호왕(虎王)1)이 즉위한 기묘년에 기자(箕子)를 조선에 봉하니, 단군은 곧 장당경(藏唐京)으로 옮겼다가 뒤에 아사달로 돌아와 산신이 되었으니 1908세까지 살았다.”라고 하였다.…2)

위 『삼국유사』의 기록에 대하여 그 진위와 내용의 해석에 대하여 다양한 해석이 있다.3) 이 글에서 이러한 문제들을 논의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 한갓 신화에 지나지 않은 황당한 얘기에 불과하다는 관점을 벗어나 진지하게 단군신화가 아닌 단군사상으로 이해하는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역사가 오랜 민족은 나름의 건국과 민족적 기원에 대한 신화가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단군사상을 신화로 이해하고 한국고대사와 역사의 뿌리를 부정하려는 일본의 역사왜곡도 극복해야 한다. 또한 단군사상이 고대종교의 한 부분이 아니라 우리민족의 고대사상이며, 한국 사람의 사상적ㆍ정신적 뿌리임을 자각해야 한다.

필자는 위 인용문에서 우리 민족의 정신적 근원으로서 홍익인간의 사상적 특성이 무엇인가를 알아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 위의 인용문에서 곰이나 호랑이 등 고대의 토테미즘과 관련 있는 부분을 제외하고 사상적 의미를 가진 내용을 순서대로 살펴보자.

먼저 환인(桓因)의 아들 환웅(桓雄)과 ‘여러 차례 세상에 뜻을 두어 인간세상을 구원하고자 함’의 의미이다. 여기에는 한민족의 신앙적 모태인 신선사상이 바탕에 있다. 신선은 초능력자이자 인격적 완성자이다. 하늘에 사는 신선의 아들이 인간 세상에 내려온다는 말은 인간에 대한 구원의 의미이다. 이 구원의 의미는 곧 인간에 대한 존중의 의미이다. 구원은 다른 존재들과는 달리 인간이 그 존엄성을 유지하고 살아감을 의미한다.

그리고 홍익인간은 인간에 대한 구원과 인간존중의 내용이다.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 함은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 등 인간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사람끼리의 차별이 없고, 정의와 자유가 지켜지고 공평한 분배가 이루어짐을 의미한다.

이러한 홍익인간의 정신이 실현되는 곳이 신시(神市)이며, 그 신시를 주관하고 다스리는 최고 통치자가 환웅천왕(桓雄天王)이다. 먼저 신시(神市)는 신정(神政)시대 도읍(都邑) 주위에 있던 별읍(別邑)으로서 삼한의 소도(蘇塗)처럼 신성시 되는 구역과 같은 성격이라는 해석과, 환웅을 가리키는 말로 고대국가에서 왕을 의미하는 ‘신지(臣智)’를 존칭화한 말이라는 해석도 있다.4) 다시 말하면 신시는 평화롭고 신성한 인간세계를 의미하며, 환웅은 백성을 위하여 헌신과 노력을 다하며, 도덕적으로 흠이 없는 반신반인(半神半人)의 최고 통치자이다.

그리고 그 최고의 통치자가 세상을 다스리는 방법이 재세이화(在世理化)이다. ‘세상을 이치로 교화함’은 권력의 횡포, 강압, 폭력, 부패, 부조리, 불합리 등 비이성적 요소가 없이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실행한다는 뜻이다. 환웅이 사람으로 변화하여 웅녀(熊女)와 혼인하여 아들을 낳고 그 아들이 단군왕검(檀君王儉)이라는 얘기는 신인일체(神人一體)로서 원시제정일치 사회의 한 특징이다. 이 신인일체의 사상은 바로 민족의 존엄성을 의미한다.

2. 홍익인간의 실천과 문제

한국이 성숙된 선진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우리의 고유한 사상과 가치를 발굴하고 한민족이 지향하는 보편적 정신으로 승화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우리의 사상적 전통에서 한민족의 정신적 뿌리가 무엇인가를 찾아야 한다. 필자는 이러한 홍인인간의 사상을 “지극한 인간존중의 정신”으로 이해하고자 한다. 왜냐하면 위에서 살펴본 환인과 환웅, 그리고 단군왕검으로 이어지는 과정 모두가 인간의 신성함ㆍ구원ㆍ자유ㆍ정의ㆍ공평한 분배ㆍ평화로운 정치 등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정을 종합하면, ‘지극한 인간존중의 정신’이 곧 홍익인간의 정신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 역사에서 있었던 많은 축제행사들은 한민족의 이상적인 공동체를 지향하며, 인간의 생명과 정신에 대한 신성함과 존엄성을 실현하려는 데 그 목적이 있었다.

그런데 오늘날 홍익인간의 사상은 매우 희미해지고 우리 사회에는 인간존중의 정신은 찾기 어렵고 온갖 위세와 갑질이 난무하고, 권력이 바뀌면 상대보다 몇 단계 더한 흠잡기와 ‘편 가르기’에 열중한다. 그것이 점점 심화되어 서로가 서로에 대한 원한을 키워간다. 이러한 때에 홍익인간의 정신을 새롭게 되살릴 윤리와 실천방법이 필요하다. 그것은 단순한 구호로 될 일이 아니라, 철저한 반성과 구체적 실천방안이 필요하다. 곧 홍익인간의 정신에는 그것을 어떻게 실천할 수 있도록 하는가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론이 필요하다. 좀 더 자세하게 말하면, 홍익인간의 정신을 오늘에 되살려 인간존중의 정신을 실천할 수 있으려면 구체적인 실행원칙과 이론적 정립이 필요하다.

첫째, 홍익인간의 정신에 대한 더 포괄적이고 보편적 개념으로의 설명이 필요하다. 여기서 일일이 자세하게 언급할 수는 없으나, 불교의 자비(慈悲), 기독교의 사랑, 유학의 인(仁)과 같은 대표개념으로서 보편성을 가진 의미체로의 개념정립이 필요하다.

둘째, 환웅과 단군왕검과 웅족(熊族)의 좀 더 밀접한 상관관계와 선민의식에 대한 이론적 보충과 의미부여가 필요하다.

셋째, 신시(神市)의 모습과 운영방법, 현실성 있는 삶의 방법 등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비록 자료적 근거가 절대 부족한 상황에서 당시의 구체적 내용으로 설명할 수는 없어도 그것이 현대적으로 어떤 구체적 실현방법으로 구체화될 수 있는가를 설명해야 한다.

넷째, ‘재세이화(在世理化)’의 의미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사실 홍익인간의 정신을 실천하는 가장 중요한 이론적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이러한 의미들에 대한 많은 시도가 있었고, 거기에는 동서양의 많은 이론들과의 접목과 원용(援用) 및 재해석이 있었다. 이러한 연구들이 모여서 홍익인간의 새로운 발전을 추구할 수 있을 것이다.

Ⅲ. 대동사회와 소강사회

1. 대동사회의 이상과 현실

한편 우리의 정신문화 속에 홍익인간의 사상과 함께 대동사회의 이상이 여러 가지 형태로 존재하였다. 대동사회의 사상은 유학이 함께 전래하였다고 생각된다. 공자의 철학에서 극기복례(克己復禮)가 학문적 수양과 인격완성이라면, 대동사회(大同社會)는 공자가 이상적 사회로 꿈꾼 정치적 이상향이었다. 이러한 유학은 동아시아의 사상적 정치적 흐름을 주도하였다. 공자는 대동사회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큰 도가 행하여지니 ‘천하는 공공(公共)을 위한 것이다(天下爲公)’. (천자의 자리에) 어질고 유능한 사람이 선택되며(사사롭게 천자의 자리를 전하지 않았다), 믿음을 익히고, 화목(和睦)을 닦는다. 그러므로 사람들은 자신의 부모만 부모로 섬기지 않고, 자신의 자식만 자식으로 돌보지 않으며, 노인으로 하여금 여생을 마칠 수 있도록 하며, 장정은 일할 곳이 있고, 어린이를 길러주고, 늙어서 남편 없는 사람, 어려서 어버이 없는 사람, 늙어서 자식 없는 사람, 불치병에 걸린 사람들 모두가 부양(扶養)을 받는다. 남자는 직분이 있고, 여자는 시집을 간다. 사람들은 재화를 땅에 버리는 것을 싫어하며, 사사로이 저장하지 않았으며, 노력이 자신에게서 나오지 않음을 싫어하나 자기만을 위하지는 않았다. 이 때문에 모략은 폐쇄되어 일어나지 않으며, 절도하는 자와 나라를 어지럽히는 무리가 생기지 않았다. 그러므로 대문을 잠그지 않았으니 이를 대동(大同)이라 한다.5)

대동사회의 궁극적 이상은 ‘천하위공[天下爲公; 천하는 공공(公共)을 위한 것이다.]’이라는 한 마디에 집약되어 있다. 진호(陳澔, 1261~1341)는 “‘천하위공’은 천자의 지위를 말한다. 위공(爲公)은 양보하고 사양하고 임금의 덕을 전함에 사사롭게 자손에게 전수하지 않음을 말하며, 곧 주(朱)와 균(均)을 폐하고, 순(舜)과 우(禹)를 등용함이 이것이다.”6) 라고 설명하였다. 이를 참고하면, ‘천하위공’은 천자의 지위가 특정한 사람이 독점하거나 세습하지 않고, 재능과 덕이 뛰어난 사람은 누구나 천자의 자리에 오를 수 있다는 말로 해석된다.

살펴보면, 요(堯)임금에게는 아들 단주(丹朱)가 태자로 있었다. 그런데 요임금은 순(舜)임금에게 천자의 자리를 물려주었으며, 순임금도 아들 상균(商均)이 태자로 있었지만, 우(禹)임금에게 천자의 지위를 물려주었다. 이와 같은 천자의 지위 승계방식을 선양(禪讓) 혹은 선위(禪位)라고 한다. 이것을 ‘양보하고 사양하고 성덕(聖德)을 전함’이라고 하였다. 곧 왕위가 가계의 승계가 아닌 성덕으로 승계되었음을 의미한다.

또 “‘천하위공’은 천자의 지위가 현명한 사람에게 전해지고 아들에게 전해지지 않는다. 어질고 유능한 사람을 선택하고, 제후국에서 세습으로 전해지지 않으며, 오직 현명하고 유능한 사람을 선택하여 그를 등용한다.”7)고 하였다. 따라서 가장 어질고 유능한 사람이 다스리게 되면 사회에는 대도[大道; 사람이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가 실현된다고 본 것이다. 그리고 사회적 신뢰가 유지되며, 사람들 사이가 화목하다. 자신의 부모만 섬기지 않고 다른 사람의 부모도 섬기며, 자신의 자녀뿐만 아니라 남의 자녀도 귀하게 여긴다. 사람이 늙어서는 일생을 편안하게 마칠 수 있도록 돌봄을 받으며, 젊은 사람들은 자신의 능력을 펼칠 수 있도록 모두 스스로의 일자리를 가지게 되다. 어린이는 모두 제대로 교육을 받고 길러지며, 불쌍하고 외롭고 병든 사람들 모두가 부양을 받는다. 남자는 사회나 가정에서 자신의 직분을 가지며, 여자는 짝을 찾아 시집을 간다. 사람들은 재화를 낭비하는 것을 싫어하고, 개인적 이익을 위하여 사사롭게 모아두지 않으며, 스스로 공중의 이익을 위하여 노력하고, 자신의 이익만을 위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간사한 모략이 생기지 않으며, 강도ㆍ절도ㆍ모반 등의 일들이 발생하지 않으며, 집 대문을 걸어 잠그지 않았다. 이러한 대동사회에는 모든 구성원이 공평한 대우를 받으며, 어질고 능력 있는 사람이 선택되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으며, 사람과의 소통이 모두 화목하고 평화로우며, 남녀노소 구별 없이 모두 복지를 누리며, 사람마다 예의가 있어 서로를 해치지 않으며, 각각 모두 힘을 다해 노동하며 타인을 돕는 사회이다.

대동사회는 그야말로 천하위공의 공산(公産)ㆍ공유(公有)ㆍ공존(共存)ㆍ공생(共生)의 사회이며, 플라톤(BC 427~BC 347)이 주창한 철인정치와 매우 흡사하다. 과거 중국의 18세기 말 백련교도(白蓮敎徒)의 난(1796~1804)과 홍수전(洪秀全, 1814~1864) 등이 주창한 ‘태평천국(太平天國)의 난’도 대동사회의 실현을 주장하였다. 신해혁명(辛亥革命)을 주도한 손문(孫文, 1866~1925)은 제2의 홍수전을 자처하며 ‘천하위공(天下爲公)’을 혁명의 기치로 삼았다. 또 강유위(康有爲, 1858~1927)와 그의 제자 양계초(梁啓超, 1873~1929)는 무술변법운동(戊戌變法運動)을 전개하고 대동사회의 이상을 목표로 사회개혁을 주도하였다. 강유위는 사회적 계급, 인종과 남녀의 차별, 빈부격차가 없는 사회, 그리고 봉건적 가족제도마저 소멸되고, 세계가 하나의 정부로 통일되어 유지되는 공상적 이상사회를 꿈꾸었다. 중국에서 이러한 대동사회의 염원은 바로 지배자들의 착취와 부정부패 및 혼란스러운 사회풍조 때문에 겪는 일반백성의 삶의 고뇌와 원념(怨念)의 표출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에서 대동사회의의 염원은 정치적 이념뿐만 아니라 종교적 결사로 구체화 되었다. 대동강(大同江)과 대동문(大同門), 평안도와 황해도 등지의 ‘대동 굿’, 조선시대 개성지방의 성균관에서 별시에 응시한 사람들을 접대하는 풍속인 대동접(大同接), 우리나라 곳곳의 마을마다 있는 대동계(大同契) 등이 있다. 이러한 이름은 우리의 생활 속에 대동사회의 이상이 배어 있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조선중기 조광조(趙光祖, 1482~1519)는 대동사회를 도학정치를 통하여 구현하려고 하였다. 조선중기 최고의 학자이자 경세가인 율곡(栗谷) 이이(李珥, 1536~1584)도 『성학집요(聖學輯要)』에서 개혁적 경세론을 주창하며 대동법(大同法)의 시행을 주장하였다.8)

조선후기 국난에 즈음하여 독립운동과 계몽운동에 헌신하였던 많은 의사(義士)ㆍ열사(烈士)들이 대동사회의 실현을 염원하였다. 천도교의 3세 교주 손병희(孫秉熙, 1861~1922)는 1904년 대동회 조직을 계획하였고,9) 무정부주의자이자 독립운동가였던 조소앙(趙素昻, 1887~1958. 본명 鏞殷)은 옛 성인들 가운데 대표적인 여섯 분을 뽑아 이들의 종교적 교리를 종합하여 ‘육성교(六聖敎)’라고 하고 이를 ‘대동종교(大同宗敎)’라고 불렀다.10)

박은식(朴殷植, 1859~1925)은 양지(良知)의 실현으로 ‘천하는 공공(公共)을 위한 것이라는 대동(大同)의 정치[天下爲公, 大同之治]의 구현에 힘썼다. 그는 인간이면 누구나 선천적ㆍ보편적으로 가지고 있는 지적ㆍ도덕적 능력인 ‘양지’를 완전하게 실현함으로써 대동사회를 이루고, 이로써 모든 민족과 국가 나아가 전 인류의 평화를 달성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그는 유교구신론(儒敎救新論)을 제창하였고, 계몽사상가인 장지연(張志淵, 1864∼1921)과 함께 1909년 9월 11일 ‘대동교(大同敎)’를 설립하여 종교적 교단으로 전개하였다.11)

이 외에도 대동사회의 이념을 바탕으로 많은 정치적 종교적 사회계몽 운동이 있었으며, 이것이 하나의 민족적 정서로 형성되었다. 현재 전국에서 매년 거행되는 수많은 축제들 가운데 ‘대동제’라는 행사가 많다. 즉 대동사회의 이상이 우리의 생활 속에 문화적 유산으로 형성된 증거이다.

2. 소강사회(小康社會)

현대의 복지사회가 희망하는 목표가 이러한 사회이다. 공자는 이러한 사회를 대동이라고 하였다. 이러한 사회는 그 사회 구성원 모두가 성인ㆍ군자가 되어야 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사회는 현실적으로 실현되기 극히 어렵다. 왜냐하면 현실의 세계는 더 이상 공산(公産)ㆍ공유(公有)ㆍ공존(共存)ㆍ공생(共生)을 중심으로 하는 대동사회로 돌아 갈 수 없기 때문이다. 공자는 대동사회의 정신이 사라지고 개인이 중심이되 예로써 유지되는 사회가 소강사회라고 보았다.

이제 대도가 이미 숨어버리니, 천하를 가(家)로 여기고, 저마다 자기의 어버이만 어버이로 여기고, 저마다 자기의 자식만을 자식으로 여기며, 자신만을 위하여 재물과 힘을 쓰며, 대인(大人)은 세습(世襲)을 예로 여기며, 성곽(城郭)과 구지(溝池; 垓子)를 방비로 여기고, 예절과 의리를 벼리로 삼아 임금과 신하를 바르게 하고, 부모와 자식을 돈독하게 하고, 형제를 화목하게 하며, 부부를 화합하게 하고, 제도를 만들고, 전리(田里; 鄕里)를 정하고, 용맹과 지혜를 높게 여기고, 공(功)을 자기의 것으로 여긴다. 그러므로 모략이 이를 이용하여 일어나고 전쟁이 이로 인하여 일어났다. 우(禹)ㆍ탕(湯)ㆍ문왕(文王)ㆍ무왕(武王)ㆍ성왕(成王)ㆍ주공(周公)은 이로 말미암아 뛰어났다. 이 여섯 명의 군자들은 예(禮)에 삼가지 않음이 없었다. (이들은 예로써) 백성의 의로움을 드러내고, 백성이 믿음이 있음을 밝히고, 백성들에게 허물이 있음이 드러나면, 인애(仁愛)로써 형법을 정하고, 겸양을 강론하여 백성들에게 강상(綱常)이 있음을 가르쳤다. 만약 이[예의]를 따르지 않는 사람이 있으면 권세가 있는 사람일지라도 내쫓고, 백성들은 (예를 따르지 않은 행동을) 재앙으로 여겼다. 이것을 소강(小康; 작은 安定)이라고 한다.12)

여기서 중심내용은 ‘천하위가(天下爲家)’이다. 가(家)와 공(公)은 서로 대립되는 말로서, 천하를 사사로운 가문을 위한 것으로 여긴다는 뜻이다. 이에 대하여 진호는 “천하를 가(家)로 여기면 천하를 사가(私家)의 것으로 여겨서 자손에게 전한다. 대인(大人)은 천자의 제후이다. 아버지와 아들이 서로 전수함이 세(世)이며, 형제가 서로 자기 서로 전수함이 급(及)이다.”13)라고 하였다. ‘천하위가’의 전통이 생긴 뒤 선양의 미덕을 버리고 혈통을 중심으로 한 세습이 이루어져서 출생 신분, 사회적 직분, 재산이 자손들 대대로 전승되게 된다. 이러한 상태가 바로 소강사회이다.

소강사회에서는 사람들마다 모두 자신의 혈통만을 중시하여 자신의 부모와 자식만 중하게 여기고, 재산을 사유화한다. 제후들은 그 지위와 신분을 세습하고, 자신들의 재산을 지키기 위하여 성곽과 해자를 굳건하게 하고, 예절과 의리로써 군신ㆍ부자ㆍ형제ㆍ부부의 관계를 규정하고, 각종의 사회적 제도를 만들고, 행정구역을 설정하고, 제후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신하들의 용맹과 지혜를 높이 칭찬하고, 이들의 노력을 제후들 자신들의 공으로 생각한다. 이 때문에 서로의 공을 높이기 위하여 모략이 생기고 전쟁이 일어났다.

그런데 이러한 시대의 변화에 뛰어난 지도자가 우ㆍ탕ㆍ문왕ㆍ무왕ㆍ성왕ㆍ주공 등이다. 이 가운데 주공을 제외하고 모두 자신의 지위를 세습으로 물려주었다. 이들은 예로써 자신을 수양하고, 이 예를 기준으로 백성의 의리와 믿음을 드러내고, 각종의 사회제도를 만들고, 형벌제도는 인자하게 하고, 예를 해치는 사람은 비록 사회적 지위가 높더라도 제거하고, 백성들은 이러한 사회적 기강을 해치는 행위를 재앙으로 여겼다. 이러한 사회를 소강사회라고 하였다.14)

비록 혼란하고 불합리하며 어지러운 현실의 관점에서 보면 소강사회는 대동사회로 가는 전단계이기는 하지만, 사실은 대동사회의 이상이 무너진 다음 단계이다.

중국의 등소평(鄧小平, 1904~1997)은 1987년 삼보주론(三步走論)을 주창하였다. 그가 계획한 소강사회는 중국이 2001년 1인당 소득 1,010달러를 달성함으로써 1단계 목표를 이루었다. 그리고 시진핑(習近平) 정부는 2017년 제19차 공산당대회에서 2020년까지 ‘전면적 소강사회’건설을 선언하였다. 즉 보편적 복지의 개념으로 실질적으로 모든 인민들이 고르게 잘 사는 사회를 건설하겠다는 말이다. 이러한 선언은 등소평이 희망한 소강과 다르다. 즉 등소평의 정책특징을 먼저 잘 살 수 있는 사람부터 잘 살게 한다는 ‘선부론(先富論)’이라 한다면, 시진핑의 주장은 모두가 다 잘 살게 한다는 ‘공부론(共富論)’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중국이 주장하는 소강사회의 이면에는 현재 자본주의보다 더 심한 빈부의 격차가 생기고 있다.

살펴보면, 홍익인간의 이상사회와 대동사회의 이상은 서로 상통하는 점이 있다. 대동사회와 신시(神市)는 인류가 살고자 하는 이상향이다. 이 이상향에서는 인간사회가 원만하고 합리적으로 운영되며, 모든 인간이 함께 삶의 행복을 공유하는 사회이다. 그리고 대동사회의 통치자는 최고의 덕과 능력을 갖춘 인물로 선양(禪讓)이 되며, 신시의 통치자는 신인일체(神人一體)의 단군왕검(檀君王儉)이다. 우리 민족의 정신적 뿌리가 홍익인간이라면, 대동사회는 현실적 삶의 이상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두 사상은 우리 민족의 정신적 DNA이자 화합과 평화를 위한 염원이기도 하다.

Ⅳ. 원(冤)ㆍ한(恨)의 생성구조와 해원상생의 실천과제

오늘날 대동사회는 단지 하나의 이상일 뿐, 현실은 많은 차별과 부조리가 만연하고, 힘 있는 사람들은 사사로운 욕심으로 남을 비하하고, 권력자들은 자신의 권력을 개인적인 사유물로 생각하여 사욕을 채우기에 바쁘다. 빈부의 격차는 날로 심각해진다. 여기서 인간세계의 원(冤)과 한(恨)이 생성된다. 그러나 대동사회의 이론에는 이러한 인간의 원과 한을 근원적으로 해소해 주는 역할 이론이 부족하다. 그리고 오늘날 세계는 과거와 매우 다르다. 따라서 구체적 실천을 위한 방법도 현실에 맞추어 새롭게 연구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먼저 원과 한이 생기는 원인에 대하여 알아볼 필요가 있다.

1. 원(冤)ㆍ한(恨)의 생성구조

인간은 이성과 감정을 가진 존재이다. 다양한 일들로 인해 희ㆍ노ㆍ애ㆍ락ㆍ애ㆍ오ㆍ욕(喜怒哀樂愛惡欲)을 일생동안 느끼며 산다. 그 감정은 일시적인 것이 많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새로운 정서로 잊히고 바뀌며 변화한다. 때로는 영원히 잊히지 않는 즐거움과 기쁨도 있지만, 한 평생 원과 한으로 남아 일생을 괴롭히거나 남에게 고통을 주기도 한다. 정서인 원과 한의 양태는 개인적ㆍ가족적ㆍ사회적ㆍ국가적ㆍ역사적 등 다양한 형태가 있다.

원과 한은 비슷한 의미를 가진다. 먼저 원(冤)의 의미를 살펴보자. 원(冤)은 冖(덮을 멱)과 兔(토끼 토)가 합해져 이루어진 회의(會意)문자이며, ‘원(寃)’과 같은 글자이다. 여기서 ‘冖’은 복개(覆蓋; 덮개, 뚜껑) ‘복개한 곳(覆蓋處)’을 의미하며 토(兔)는 ‘위로 향해 뛰어오름’을 의미한다. 이 冖과 兔가 합하여 원(冤)이 되어 ‘끊임없이 덮개 위로 뛰어 오름’을 의미한다. 여기서는 원구(冤仇) 혹은 원수(冤讎)와 같은 의미로 다른 사람으로부터 침해나 모욕을 받아서 생기는 구한(仇恨)이라는 뜻과 같다.15) 또한 굴왕(屈枉) 즉 ‘아무런 이유 없이 질책과 처벌을 받는다.’는 뜻도 있다.16)

그리고 『설문해자(說文解字)』에서는 “한(恨)은 원(怨)이다(恨, 怨也).”고 풀이한다. 일반적으로는 마음에 한을 품는다는 뜻이다. 자세히는 ‘다른 사람이나 사물에 대하여 강력한 적대감이나 불만의 감정을 품고 있다.’는 뜻이다.17)

이 원과 한은 뜻이 비슷하게 보이지만, 좀 더 엄격하게 구분하면, 원은 본인이 잘못해서 생기기도 하지만 그 보다는 타인의 해침이 더 큰 원인이 되어 생기는 원한을 의미한다. 반면에 한은 타인의 해침도 원인이 되지만 그 보다는 자신의 잘못이 더 큰 원인이 되어 생기는 후회나 한탄스러운 감정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이 두 개념이 의미상 비슷하지만 해원상생(解冤相生)에서도 원(冤)을 직접적으로 해소의 대상으로 지목하는 만큼 원이 한을 포함하는 더 큰 의미로 볼 수 있다고 생각된다. 대순(大巡)사상에서는 이 원과 한이 생기는 까닭을 두 가지로 설명하는데, 첫째는 선천세계의 상극(相克)이 그 원인이다.

선천에서는 인간 사물이 모두 상극에 지배되어 세상이 원한이 쌓이고 맺혀 삼계를 채웠으니 천지가 상도(常道)를 잃어 갖가지의 재화가 일어나고 세상은 참혹하게 되었도다.18)

상극은 오행의 한 이론이다. 목(木)ㆍ화(火)ㆍ토(土)ㆍ금(金)ㆍ수(水)에서의 상극이지만, 오행은 단순히 다섯 가지의 물질이라기보다 다섯 가지 물질의 범주와 운동을 의미한다. 오행은 두 가지 운동의 특성이 나타난다. 그것은 상생과 상극이다. 오행이 서로 다른 오행을 생겨나게 하는 것이 상생의 관계이다. 반면 오행이 상호 억제 혹은 저지하는 운행은 상극의 관계라고 한다.위에서 말하는 선천(先天)의 의미는 처음 세상이 처음 만들어질 때부터 갖추어진 상태를 의미한다. 그런데 그 처음에 사람과 사람, 사물과 사물, 사람과 사물이 각각 서로 상극의 관계로 맺어져 서로의 생성을 가로막고 저지하는 상태에 있다. 그리고 과거ㆍ현재ㆍ미래에 모두 각각의 사물마다 서로 상극의 관계가 각각의 사물이 제대로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기 때문에 세상에 원한이 쌓여 과거에서 현재로 현재에서 미래로 이어져 나간다는 말이다. 그 결과 천지는 일상의 법칙을 잃고 재이(災異)와 재화(災禍)가 일어나고 사람들의 삶도 매우 참혹해졌다. 대순사상에서 이와 비슷한 설명은 또 있다.

jdaos-30-0-131-g1
그림 1. 오행상생극도
Download Original Figure

삼계가 개벽되지 아니함은 선천에서 상극이 인간지사를 지배하였으므로 원한이 세상에 쌓이고 따라서 천ㆍ지ㆍ인(天地人) 삼계가 서로 통하지 못하여 이 세상에 참혹한 재화가 생겼나니라.19)

일반적으로 선천(先天)은 본래 천ㆍ지ㆍ인이 아직 생겨나기 이전을 의미한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선천은 천ㆍ지ㆍ인이 개벽하는 그 단계를 의미한다고 보인다. 왜냐하면 의미상 상극이 인간의 일을 지배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천ㆍ지ㆍ인의 삼계개벽과 함께 시작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천ㆍ지ㆍ인 삼계가 서로 통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것이 인간세계에 영향을 미쳐 원이 생긴다.

다음으로 삼계가 서로 통하지 못하여 재화가 생겼고, 인간세계에도 선천에서의 상극의 원리가 인간세계를 지배하였기 때문에 사람에게 원한이 쌓이게 되었다. 즉 자연질서의 순환이 순조롭지 않고 상극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그 영향이 인간의 삶을 지배하여 사람들에게 원한이 생겼다는 말이다. 상제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선천에서는 상극지리가 인간과 사물을 지배하였으므로 도수가 그릇되어 제자가 선생을 해하는 하극상(下克上)의 일이 있었다.20)

위 인용문에서 “도수”는 ‘度數’이며, 사전적으로는 ‘거듭하는 횟수(回數)’, ‘온도(溫度)ㆍ각도(角度)ㆍ광도(光度)’ 등의 크기, ‘어떠한 정도(程度)’, ‘통계학의 도수(度數)’ 등 단위를 계량하여 얻은 수치로 도량(度量)의 표준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 말은 본래 『주례ㆍ천관ㆍ소재』의 “기속육십(其屬六十)”에서 나온 말로, 한나라 때 정현(鄭玄, 127~200)은 “육관(六官)의 무리는 삼백육으로, 천지(天地) 사시(四時)와 일ㆍ월ㆍ성ㆍ신(日月星辰)의 도수(度數)이다.”21)라고 하였다. 정리하면, 천지운행의 규율을 도수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상극의 원리가 인간과 사물을 지배하게 되면, 천지의 운행의 규율인 도수가 어긋나서 제자가 스승을 해치는 하극상이 생겼다.

우리의 현실 생활에서 불공평ㆍ불평등ㆍ기울어진 운동장ㆍ기회의 박탈 때문에 우는 사람들, 다수에 희생당한 소수, 억울함을 호소할 데 없어 분노하는 피해자, 경쟁에서 밀려나는 약자들, 1등에 밀린 2등, 음해, 모략, 어이없는 사고로 다치고 죽는 사람들, 상대적 박탈감에 의욕을 잃은 사람, 독재와 정책적 실패 때문에 기아(饑餓)에 허덕이는 사람들의 원, 전쟁으로 때문에 구학(溝壑)에 버려져 비참한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들의 원, 힘 있는 자들의 위세와 온갖 갑질 때문에 느끼는 좌절과 슬픔, 신분차별, 인종차별 등 세상에는 많은 원과 한이 있다.

이러한 원과 한이 제대로 풀어지지 않고 오래 지속되면 또 다른 비극이 될 수 있다. 앞에서 보았던 홍익인간이나 대동사회의 이상은 이러한 한이 생기지 않도록 하거나 이미 맺혀진 한을 원만하게 풀어줄 수 있는 사회이다. 그러려면 사회적 제도적 체계와 마음의 도덕성과 실천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세속의 원과 한을 해결하는 구체적인 방법과 실천성이 있어야 한다.

2. 해원상생의 실천과제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는 선천적 상극 구조에서 생기는 갈등과 인간관계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원과 한을 해소해야 한다. 앞에서 홍익인간의 이상과 대동사회의 이념을 살펴보았다. 이들 사상은 오랫동안 우리 민족이 염원하는 이상사회였고, 정신문화의 전통으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21세기 현대에서 이들 사상이 단지 하나의 이상일 뿐 구체적으로 우리의 삶에서 절실한 목표로 인식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인공지능(AI)은 발달 등 현대사회는 매우 복잡하고 다양하며, 정보통신은 신속하고 대량의 소통이 가능해졌고, 사회는 잔인하고도 비인간적인 범죄가 만연하고, 이념적 정신적 문화적 갈등도 점점 복잡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럴수록 우리민족의 정신적 유산인 홍익인간과 대동사회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을 찾고 이를 적극 실천하는 공동의 어울림이 필요하다. 이를 위한 첫걸음이 사회국가적 병의 원인이 무엇인가를 바로 알고 이로 인해 생긴 사람의 원과 한을 풀어주는 방법을 찾는 일이다.

앞에서 원(冤)과 한(恨)이 생기는 원인을 음양의 상극과 인생사의 잘못에서 비롯된다고 하였다. 이렇게 보면 해원의 방법도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존재론상의 음양상극의 관계를 상생의 관계로 바꾸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인간사에서 잘못된 판단이나 일방적 힘의 작용 등으로 인한 다양하게 맺어진 원과 한에 대하여 그 원인과 실상을 정확하게 해명하고 풀어주는 방법이다.

내가 천지의 도수를 정리하고 신명을 조화하여 만고의 원한을 풀고 상생(相生)의 도로 후천의 선경을 세워서 세계의 민생을 건지려 하노라. 무릇 크고 작은 일을 가리지 않고 신도로부터 원을 풀어야 하느니라. 먼저 도수를 굳건히 하여 조화하면 그것이 기틀이 되어 인사가 저절로 이룩될 것이니라. 이것이 곧 삼계공사(三界公事)이니라.22)

천지의 도수를 정리한다는 말은 선천에서의 오행의 상극관계를 상생의 관계로 되돌린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신명을 조화한다는 말은 하늘과 땅, 인간이 조화되도록 하여 재이(災異)가 일어나지 않도록 한다는 의미다. 상생의 도로써 후천세계의 원한을 풀고 민생을 구제한다. 이것이 곧 삼계공사의 의미이다.

나아가 이러한 삼계공사의 해원은 이미 상제의 뜻에 내포외어 있는 작용이라고 하여, “선천의 도수를 뜯어고치고 후천의 무궁한 선경의 운로를 열어서 선천에서의 상극에 따른 모든 원한을 풀고 상생의 도(道)로써 세계의 창생을 건지려는 상제의 뜻은 이미 세상에 홍포된 바이니라.”23)라고 하였다.

앞에서 천지의 도수(度數)는 곧 천지 운행의 규율을 의미한다고 하였다. 인간의 삶에서 생겨나는 원한을 풀어주기 위해서는 먼저 이러한 어긋난 천지 도수를 바로잡아야 한다. 필자는 여기서 인간이 천지운행의 규율을 바꿀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인간이 어떻게 천지운행의 규율을 바로잡을 수 있는가? 필자는 도수를 바로 잡는 일은 바로 천지 자연운행을 법칙을 올바르고 정확하게 알아서 사람의 일을 그 운행의 상극이 아니라 상생의 순서에 맞추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전경』에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만고 역신을 해원하여 모두 성수(星宿)로 붙여 보내리라. 만물이 다 시비가 있되 오직 성수는 시비가 없음이라. 원래 역신은 포부를 이루지 못한 자이므로 원한이 천지에 가득하였거늘 세상 사람은 도리어 그 일을 밉게 보아 흉악의 머리를 삼아 욕설로 역적놈이라 명칭을 붙였나니 모든 역신은 이것을 크게 싫어하므로 만물 중에 시비가 없는 성수로 보낼 수밖에 없나니라. 하늘도 노천(老天)과 명천(明天)의 시비가 있으며 땅도 후박의 시비가 있고 날도 수한의 시비가 있으며 바람도 순역의 시비가 있고 때도 한서의 시비가 있으나 오직 성수는 시비와 상극이 없나니라.24)

만고역신(萬古逆神)은 억울하게 자신의 포부를 이루지 못한 사람으로 해몽(海夢) 전봉준(全琫準. 1855~1895)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세상을 개혁하고자 봉기했던 그는 뜻을 이루지 못하고 원통한 죽음을 당하였다. 그의 원한을 풀어주려면 성수[성숙(星宿)]의 세계로 보내야 한다. 왜냐하면 천지의 운행에는 하늘의 청암(淸暗), 땅의 후박(厚薄), 수한(水旱)과 바람, 한서(寒暑)가 늘 순조롭지만 않고 혼란스러울 때도 있으나 성수에는 시비와 상극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자연의 법칙을 상생으로 운행하도록 하는 천지공사는 상제가 하며, 사람들은 수행을 통하여 그 천지공사의 결과를 잘 따르게 되면 원한을 생성하지 않을 수 있고, 또 과거의 원한도 해소할 수 있다.

다음으로 해원상생은 인간의 자각과 수양의 노력이다. 이를 위해 먼저 인간사회의 병폐가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전 인류는 병들어 있다. 병든 환자는 명의(名醫)를 만나서 치료를 받아야만 한다.…상제께서는 세무충(世無忠) 세무효(世無孝) 세무열(世無烈)을 천하의 대병(大病)이라 하시고 병유대세(病有大勢)하고 병유소세(病有小勢)인데 소병(小病)에는 혹유약(或有藥)이나 대병(大病)에는 무약(無藥)이라 하시고 음양합덕(陰陽合德) 신인조화(神人調化) 해원상생(解冤相生) 도통진경(道通眞境)의 진리에 의한 종교적법리가 대병의 약이라고 하셨다.25)

세상의 대병(大病)은 충(忠)ㆍ효(孝)ㆍ열(烈)이 없는 것이며, 이러한 대병을 고치는 약은 없고, 오직 음양합덕ㆍ신인조화ㆍ해원상생ㆍ도통진경의 진리에 의한 종교적 법리가 이를 치유하는 약이라고 보았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해원상생이다. 해원의 방법은 원과 한이 생기는 원인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상제는 원이 생기는 원인을 선천의 상극세계와 인간의 잘못된 관계라고 보았다. 따라서 이를 바로잡는 노력을 해야 하는데 그것이 삼계공사(三界公事)이다. 해원상생의 의미는 다음과 같다.

해원상생(解冤相生)은 전세계의 평화이며 전인류의 화평이다. 전세계 인류의 화평이 세계개벽(世界開闢)이요 지상낙원(地上樂園)이요 인간개조(人間改造)이며, 지상신선(地上神仙)이다. 인류가 무편무사(無偏無私)하고 정직과 진실로서 상호 이해하고 사랑하며 상부상조의 도덕심이 생활화된다면 이것이 화평이며 해원상생(解冤相生)이다.26)

전 세계가 평화롭고 전 인류가 화평하면 세계개벽ㆍ지상낙원ㆍ인간개조ㆍ지상신선이 이루어진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해야 할 내용은 ‘인류의 무편무사(無偏無私), 정직 진실, 상호 이해와 사랑, 상부상조의 도덕심의 생활화’가 해원상생의 실천조건이라는 말이다.

대순사상에서 해원상생을 해야 하는 출발점을 요ㆍ순의 선양으로 인하여 본의 아니게 두고두고 불초자가 된 요임금의 아들 단주(丹朱)의 원(冤)을 푸는 데 두고 있다. 흔히 요ㆍ순의 선양이 유학에서는 가장 평화적이고 이상적인 권력이양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맹자는 순이 임금의 자리를 탐내어 그 자리를 차지한 것이 아니라 비록 요임금의 아들 즉 단주(丹州)가 있었지만 제후나 일반 백성들이 그를 따르지 않고 순을 따랐기 때문에 그것을 ‘하늘의 뜻’이라고 보아 천자의 자리에 올랐다고 해석하고, 이어서 “만약 순이 처음부터 요임금의 궁전에 살면서 요의 아들을 핍박하였다면 그것은 찬탈이며 하늘의 뜻이 아니다.”27)라고 하였다.

그런데 상제는 원(冤)의 첫 장을 요임금의 아들 단주의 원이라고 보고 다음과 같이 말한다.

예로부터 쌓인 원을 풀고 원에 인해서 생긴 모든 불상사를 없애고 영원한 평화를 이룩하는 공사를 행하리라. 머리를 긁으면 몸이 움직이는 것과 같이 인류 기록의 시작이고 원(冤)의 역사의 첫 장인 요(堯)의 아들 단주(丹朱)의 원을 풀면 그로부터 수천 년 쌓인 원의 마디와 고가 풀리리라. 단주가 불초하다 하여 요가 순(舜)에게 두 딸을 주고 천하를 전하니 단주는 원을 품고 마침내 순을 창오(蒼梧)에서 붕(崩)케 하고 두 왕비를 소상강(瀟湘江)에 빠져 죽게 하였도다. 이로부터 원의 뿌리가 세상에 박히고 세대의 추이에 따라 원의 종자가 퍼지고 퍼져서 이제는 천지에 가득 차서 인간이 파멸하게 되었느니라. 그러므로 인간을 파멸에서 건지려면 해원공사를 행하여야 되느니라.28)

요임금이 단주를 불초(不肖)하다고 보고 순임금에게 자신의 두 딸을 시집보내고 선양이라는 이름으로 순임금에게 왕위를 넘겨주었다. 이로 인해 단주는 자신의 잘못이 없는데도 재주도 없고 덕도 없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그리고 순임금을 창오라는 곳에서 죽게 하고, 이로 인해 요임금의 두 딸이자 순임금의 두 왕비가 소상강에 투신하였다. 단주는 자신이 죄를 짓거나 잘못한 일이 없이, 자신의 능력이나 재능을 발휘해 보기도 전에 불효자가 되고 무능력자로 낙인찍혔다. 두 사람은 수천 년간 남의 손가락질을 받았지만, 누구도 그들의 원(冤)을 한 번도 풀어주지 않았다. 그것이 단주의 원이 되고 그 원이 또 수천 년 동안 풀어지지 않고, 그로 인해 오히려 더 많은 원이 생겨났다. 따라서 인간사회의 해원은 단주의 한을 풀어주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동안 수많은 문인 학자들이 요와 순의 선양을 찬양하고 그것을 유학의 이상정치의 본보기로 찬양하였다. 그러나 대순사상에서는 단주의 행적에 대한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이러한 원이 계속 생겨나는 악순환을 끊고 인간을 파멸에서 구하려면 그 원초적 원을 풀어야 한다. 그것이 곧 상제의 해원공사이며, 인류는 해원공사를 따라 해원을 실천해야 한다.

그러므로 우리들 인류는 상제님의 손(孫)으로 한 동기(同氣) 형제를 이루었으니 서로가 존중하고 사랑하며 화평(和平)하여야 한다. 인류의 사회질서가 유지된다.29)

충ㆍ효ㆍ예도가 음양합덕ㆍ신인조화ㆍ해원상생ㆍ도통진경의 진리이니 이것으로서 수도(修道) 수행(修行)의 훈전(訓典)을 삼고 힘써 닦고 정성을 다하여야 한다.30)

위 인용문에서 ‘인류는 상제의 손(孫)’이라는 인류의 평등과 동질성을 의미한다. 즉 존재론적으로 서로 충분히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는 존재라는 말이다. 이러한 근거에서 서로 존중하고 사랑하고 화평할 수 있으며, 인간은 마땅히 이를 실천하여 사회질서를 순조롭게 유지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러한 사회질서의 실천원리가 충ㆍ효ㆍ예이며 이를 실천하게 되면 결국 해원상생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일상에서의 구체적인 수행의 항목은 다음과 같다.31)

一. 마음을 속이지 말라. 二. 언덕을 잘 가지라.

三. 척을 짓지 말라. 四. 은혜를 저버리지 말라.

五. 남을 잘되게 하라.

사람의 관계에서 원과 한이 생기는 가장 큰 원인이 바로 남을 속이는 일이라는 말이다. 그리고 남에게 모질고 심한 말을 하거나, 아무런 이유 없이 남을 시기ㆍ질투하여 척(慼)을 지게 되면 거기서 원한이 생긴다. 사회생활에서 남을 일을 이유 없이 방해하거나 훼방 놓지 말고 남이 하는 일을 도와주고 잘 되도록 빌어주는 마음이 서로 원한을 맺지 않도록 한다.

이러한 생활의 신조를 적극적으로 실천하면 궁극적으로는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함’의 홍익인간의 정신도 구현하며, 함께 평화와 물질적 풍요를 누리는 ‘대동사회’의 이상도 실현할 수 있다. 바로 해원상생의 원리를 현실 속에서 구체적으로 자각하고 실현하는 것이 곧 “회통적 소통”이라고 할 수 있다.

Ⅴ. 사회 갈등의 치유를 위한 회통적 승화

홍익인간의 이상은 인류공동의 평화와 번영의 염원이 담긴 사상이다. 앞에서 그 구체적 실천을 위한 조건들도 알아보았다. 그리고 대동사회라는 이상 사회도 우리 민족의 정신과 문화 속에 굳게 자리 잡고 있음도 알아보았다. 이러한 사회적 이상은 개인의 자각과 노력에 의하여 도달할 수 있음을 파악하였다. 두 사상에는 자기중심주의를 극복하고 타인을 배려하는 이타적정신이 내포되어 있다. 이러한 인간 존중 사상은 현실에서 구체적으로 실현되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 새 시대에 맞는 구체적 방법론의 재정립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

필자는 전통가치와 대순사상을 회통해 인간의 소외와 사회적 갈등과 대립을 해소하고,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는가를 논하였다. 여기서 적극적인 갈등해소와 해원(解冤)의 실천가능성을 제고할 수 있는 가능성도 알아보았다. 이를 통하여 한국의 정신문화 및 홍익인간, 대동사회, 해원상생의 사상적, 윤리적 이해를 구체화 할 수 있을 것이라 보았다.

결론적으로 두 가지가 확인된다. 첫째, 철학과 역사 및 종교의 융합적 실천윤리의 정립 가능성을 엿보았다. 후천세계에서 대순사상의 긍정적 역할과 해원상생 사상이 많은 사회문제와 갈등을 해소하고, 미래사회에 필요한 실천윤리의 근거를 제공할 수 있음을 재고해 보았다.

둘째, 홍익인간과 대동사회의 전통과 대순의 종교적 요소를 융합한 연구는 해원상생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보다 적극적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동안 인류가 추구해 온 법률적 도덕적 정의와 가치는 어떤 특정한 이념이나 시대적 특성이 없을 수 없다. 여기에 역사성이나 민족적 전통, 그리고 종교적 경건함이 따로 작용한 경우도 있었다.

필자는 현대와 미래에 존재할 인간의 갈등과 소외, 원한 등 다양한 문제들에 대해 대순진리회의 목적을 달성하게 할 이론적 대안을 살펴보았다. 또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수행실천의 이론과 방법을 수립하는 데 참고가 될 수 있다. 따라서 해원상생의 논리는 사회적 갈등과 원한 및 소외를 해결하고, 사회운동으로서의 포괄적 방법을 마련하는 이론적 논거로 의미가 있을 것이다. 다만 윤리적 철학적 종교적 융합은 4차 산업시대 및 미래사회에 요구되는 인문학적 접근방법이 되므로, 이 분야의 융합 연구 및 대순진리의 이론적 기반은 더 정밀화 되어야 하며, 구체적인 실천 가능성 제고하고 보다 정밀한 이론적 정합성을 높여야 한다고 생각된다.

Footnotes

1. 역자주; 호왕(虎王)은 주(周)의 무왕(武王)이다. 『삼국유사』를 쓸 당시 고려(高麗)의 2대왕 혜종(惠宗)의 이름이 무(武)이므로 피휘(避諱)하여 썼다.

2. 『三國遺事』 古朝鮮 (王儉朝鮮)記 『魏書』云; “乃往二千載, 有壇君王儉, 立都阿斯達(經云無葉山, 亦云白岳, 在白州地. 或云在開城東, 今白岳宮, 是.), 開國號朝鮮, 與高同時.” 古記云; “昔有桓因(謂帝釋也), 庶子桓雄, 數意天下, 貪求人世, 父知子意, 下視三危太伯, 可以弘益人間. 乃授天符印三箇, 遣往理之. 雄率徒三千, 降於太伯山頂(卽太伯今妙香山), 神壇樹下, 謂之神市, 是謂桓雄天王也. 將風伯雨師雲師, 而主穀主命主病主刑主善惡, 凡主人間三百六十餘事, 在世理化. 時有一熊一虎, 同穴而居, 常祈于神雄, 願化爲人,…熊女者, 無與爲婚, 故每於壇樹下, 呪願有孕, 雄乃假化而婚之, 孕生子, 號曰壇君王儉. 以唐高, 卽位五十年庚寅(唐高卽位元年戊辰, 則五十年丁巳, 非庚寅也, 疑其未實) 都平壤城(今西京), 始稱朝鮮. 又移都於白岳山阿斯達, 又名弓(一作方)忽山, 又今 彌達 御國一千五百年. 周虎王, 卽位己卯, 封箕子於朝鮮, 壇君乃移藏唐京, 後還隱於阿斯達, 爲山神, 壽一千九百八歲.”…

3. 단군관련 기록은 『삼국유사(三國遺事)』와 『제왕운기(帝王韻紀)』에 있으며, 『삼국유사』가 『제왕운기』 보다 더 이르다고 본다. 그리고 단군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에 대하여 사화설(史話說)과 신화설(神話說)이 있다. 사화설은 안호상, 정유창, 허정회 등과 재야민족사학자들의 주장이며, 신화설은 히라도리(白鳥㡽吉), 나카미(那珂通世) 등과 일부 민속학자들의 주장이다. 황수영, 「한국 고유사상의 특징–단군신화와 풍류도를 중심으로」, 『한국사상과 문화』 79 (2015), p.373 참조. 이 글에서는 단지 이 기록에 담긴 홍익인간의 의미와 그 현대적 재해석을 중심으로 분석하고자 한다.

5. 『禮記』, 「禮運」, “大道之行也, 天下爲公, 選賢與能, 講信, 修睦. 故人不獨親其親, 不獨子其子, 使老有所終, 壯有所用, 幼有所長, 矜寡孤獨廢疾者皆有所養. 男有分, 女有歸. 貨惡其弃於地也不必藏於己, 力惡其不出於身也, 不必爲己. 是故謀閉而不興, 盜竊亂賊而不作, 故外戶而不閉, 是謂大同.”

6. 陳澔, 『禮記集說』, 「孔疏」, “天下爲公, 謂天子位也. 爲公, 謂揖讓而授聖德, 不私傳子孫, 卽廢朱均而用舜禹, 是也.”

7. 같은 책,「集解」, “天下爲公者, 天子之位, 傳賢而不傳子也. 選賢與能, 諸侯國不傳世, 惟賢能者則選而用之也.”

12. 『禮記』, 「禮運」, “今大道旣隱, 天下爲家, 各親其親, 各子其子, 貨力爲己, 大人世及以爲禮, 城郭溝池以爲固. 禮義以爲紀, 以正君臣, 以篤父子, 以睦兄弟, 以和夫婦, 以設制度, 以立田里, 以賢勇知, 以功爲己. 故謀用是作而兵由此起, 禹湯文武成王周公由此其選也. 此六君子者未有不謹於禮者也. 以著其義, 以考其信, 著有過, 刑仁, 講讓, 示民有常. 如有不由此者, 在埶者去, 衆以爲殃. 是謂小康..”

13. 陳澔, 『禮記集說』, 「集說」, “天下爲家, 以天下爲私家之物而傳子孫也. 大人, 天子諸侯也. 父子相傳爲世, 兄弟相傳爲及.”

16. 《baidu.com》, 冤字 해설 참고.

17. 《baidu.com》, 恨字 해설 참고.

18. 『전경』, 공사 1장 3절.

19. 같은 책, 예시 8절.

20. 같은 책, 교법 3장 34절.

21. 『周禮ㆍ天官ㆍ小宰』, “其屬六十.”, 鄭玄 注: “六官之屬,三百六十, 象天地四時, 日月星辰之度數.”

22. 『전경』, 공사 1장 3절.

23. 같은 책, 예시 6절.

24. 같은 책, 교법 3장 6절.

26. 『포덕교화기본원리1』, 二.해원상생, p.8.

27. 이와 비슷한 내용이 『史記』 「五帝本紀」에 있다. “堯知子丹朱之不肖, 不足授天下, 於是乃權授舜. 授舜, 則天下得其利而丹朱病.”; “授丹朱, 則天下病而丹朱得其利. 堯曰 終不以天下之病而利一人, 而卒授舜以天下.”

28. 『전경』, 공사 3장 4절.

29. 『포덕교화기본원리1』, 二.해원상생 2.사회국가, p.10.

30. 같은 책, 二.해원상생 2.충ㆍ효ㆍ예, p.12.

31. 같은 책, 三.훈회와 수칙 1.훈회, pp.14-16.

참고문헌(References)

1.

『전경』, 여주: 대순진리회 출판부, 2010 .

2.

『대순지침』, 여주: 대순진리회 출판부, 2012 .

3.

『대순진리회요람』, 여주: 대순진리회 교무부, 2010 .

4.

『포덕교화기본원리1』, 서울: 대순진리회 교무부, 1975 .

5.

『論語』 .

6.

『史記』 .

7.

『三國遺事』 .

8.

『隋書』 .

9.

『禮記』 .

10.

『禮記集說』 .

11.

『帝王韻紀』 .

12.

『晉書』 .

13.

『漢書』 .

14.

『後漢書』 .

15.

『漢語大詞典』(표점완결판), 上海古籍, 2002 .

16.

강정인, 「율곡 이이(李珥)의 정치사상에 나타난 대동(大同)ㆍ소강(小康)ㆍ소강(少康): 시론적 개념 분석」, 『한국정치학회보』 44-1, 2010 .

17.

김방룡, 「해원상생사상과 그 현대적 의미」, 『대순진리학술논총』 4, 대진학술원, 2009 .

18.

김성윤, 「조선시대 대동사회론의 수용과 전개」, 『조선시대사학보』 30, 2004. https://uci.or.kr/G704-000303.2004..30.005 .

19.

김순석, 「박은식의 대동교 설립운동」, 『국학연구』 4, 2004 .

20.

민영현, 「홍익인간과 한국문화」, 『동양문화연구』 6, 2010. https://uci.or.kr/G704-SER000002271.2010.6..009 .

21.

박정심, 「박은식의 근대적 대동사상에 관한 연구」, 『양명학』 10, 2003. https://uci.or.kr/G704-001247.2003..10.001 .

22.

삿사 미츠아키, 「조소앙의 대동사상과 아나키즘」, 『한국종교』 40,2016 .

23.

신백훈, 「『예기』의 '천하위공(天下爲公)' 해석에 대한 고찰」, 『유교사상문화연구』 56, 2014. https://uci.or.kr/G704-001248.2014..56.010 .

24.

윤내현ㆍ한상길ㆍ황필홍, 『홍익인간과 세계의 이해』, 서울: 단국대학교 출판부, 1999 .

25.

윤현진, 『홍익인간 이념연구』, 서울: 한국정신문화연구원, 1999 .

26.

이영경, 「율곡 대동사회론의 윤리적 성격」, 『유교사상문화연구』 9, 1997 .

27.

이용창, 「한말 손병희의 동향과 '천도교단재건운동'」, 『중앙사론』 15, 2001 .

28.

한용진, 「홍익인간의 문헌자료 비교 고찰」, 『한국교육사학』 15, 1993 .

29.

황수영, 「한국 고유사상의 특징-단군신화와 풍류도를 중심으로」, 『한국사상과 문화』 79, 2015. https://uci.or.kr/G704-000697.2015..79.005 .

30.

《한국민족문화대백과》(한국학중앙연구원) .

31.

《Baidu.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