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urnal of Daesoon Academy of Sciences
The Daesoon Academy of Sciences
연구논문

대순사상 심우도의 공공작용 연구

김용환1,
Yong-hwan Kim1,
1충북대학교 교수
1Professor, Department of Ethical Education Studies, Chungbuk National University
Corresponding Author : Kim Yong-hwan, E-mail : sunyanan@chungb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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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ceived: Oct 23, 2018 ; Accepted: Dec 15, 2018

Published Online: Dec 31, 2018

초록

본 연구는 대순사상 심우도의 공공작용에 관한 연구를 목적으로 한다. ‘심우도(尋牛圖)’는 동자가 소를 찾아가는 모습으로 인간의 수도과정을 비유한 도상이다. 심우도의 동자는 수도자이고, 소는 상제께서 세상에 펼친 대순사상을 말한다. 이 글에서는 대순사상 심우도가 이화-기화-실화의 공공작용의 3단계로 전개됨을 밝히고자 한다. 먼저 공공작용의 이화단계는 ‘심심유오(深深有悟)’와 ‘봉득신교(奉得神敎)’의 상관연동에서 드러난다. ‘심심유오’는 깊고 깊은 생각 속에 봉득신교에 대한 자각이 있기에 생각이화의 도리를 발견한다. 일상생활에서 벗어나 어느 순간 인간 존재의 근원에 의문을 갖고 음양합덕의 생각이화에 의해 봉득신교를 받들면서 도상은 소의 발자국을 따라가는 형상으로 이루어져 있다.

다음의 공공작용의 기화단계는 ‘면이수지(勉而修之)’와 ‘성지우성(誠之又誠)’의 상관연동에서 드러난다. ‘면이수지’는 부지런히 수도에 매진하여 소의 기운을 감득하고 시련과 난관을 극복하면서 신인조화를 모색하며 생명파악에 집중한다. 아울러 해원상생에 의한 생명기화를 통해 정성에 또 정성을 들여 선천의 상극기운과 습관을 버리고, 도상은 이치를 감득하고 소를 탄 채로 피리를 부는 형상이다.

그리고 공공작용의 실화단계는 ‘도통진경(道通眞境)’과 ‘도지통명(道之通明)’의 상관연동으로 일상생활에서 도를 체화하는 단계이다. ‘도통진경’은 참된 도에 이름이며, 피리를 불며 흰 소를 타고 가는 동자의 도상에서 도를 체화하는 경지로서 파악할 수 있다. ‘도지통명’은 마침내 도가 밝아져 후천개벽 세상을 전개함을 의미한다. 흰 소를 따라간 동자는 신선이 되었다. 선녀들이 음악을 들려주고, 불로초가 피어 있고, 학들이 노니는 아름답고 평화로운 모습이다. 인간은 지상신선 되고, 지상선경이 되어 인존구현의 생활실화로 드러나서 시공(時空)을 넘나드는 대자유인으로 결실을 맺는 형상이다.

대순사상 심우도는 동자가 소를 찾아 좁고 험한 산길을 지나가는 모습에서 출발하여 소의 뒷모습을 본 이후 앞으로 가야할 길이 험난한 줄 알면서도 결코 포기하지 않고 정진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수도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어려움을 극복하며 부지런히 나아가는 근면함을 보여준다. 이러한 노력이 결실을 맺어 동자는 흰 소를 만나 친해지는 시기로 전환이 되면서 일상생활이 변모한다. 동자는 ‘흰 소(白牛)’를 상봉하며, ‘도지통명’의 생활실화를 통해 인존구현의 진여실상을 평상심으로 구현한다.

본 연구는 문헌학과 해석학의 방법을 활용하여 대순사상 심우도의 공공작용 분석으로 다양ㆍ다중ㆍ다층의 해석학으로 후천개벽의 생활실화에 접근하며, 후천개벽의 실천담론을 구조적으로 밝히고 있다. 이에 대순사상 심우도의 미래전망은 생각이화ㆍ생명기화ㆍ생활실화의 삼차연동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할 것이다.

ABSTRACT

The purpose of this article is to investigate communal action in the Ox Seeking Pictures of Daesoon Thought as an expression of future prospects. The Ox Seeking Pictures in Daesoon Thought seeks out renewal of thought, renewal of life, and true living. Here, the Ox Seeking Pictures symbolize a world in which good fortune comes true according to faith in Gucheon Sangje. The correlation between searching for the ox and the supporting teachings of the Reordering Works of Heaven and Earth in Daesoon shows the transformation of Daesoon prospects for achieving the renewal of thought. The correlation between Deep Contemplation Leading to Awakening and Finding and Following Heavenly Teachings shows the transformation of Daesoon reason into a practice implemented in daily life. The correlation between a human being’s awareness and the heavenly paradise of the Later World shows transformation into true living based on everyday practice and the practical transformation of one’s livelihood.

In this investigation, we can say that the Ox Seeking Pictures of Daesoon symbolizes the realization of human dignity and respect for lives. No life should be destroyed or violated by another. Heaven, Earth, and Humanity can be changed and born anew. The visions of the realization of the heavenly paradise of the Later World show that this paradise in the world results from Daesoon principles. This provides a unique insight when compared to the bodhisattva ideal conveyed through the Ox Seeking Pictures of Mahayana Buddhism.

Daesoon’s Ox Seeking Pictures consist of a three-way interlocking of renewal of thought, implementation in life, and the practical transformation of one's livelihood. The communal spirituality based in Daesoon Truth connects and mediates among people and appears in three aspects. Firstly, it is thought to be a vision of the renewal of thought through the ‘Virtuous Concordance of Yin and Yang.’ Secondly, it is thought to be the vision of a new life based upon the spirit of Mutual Beneficence. Thirdly, it is thought to be a vision of true living through the realization of human dignity.

Because of the appearance of the Ox Seeking Pictures of Daesoon Thought, this narrative picture shows the oxherd as searching for an ox which is the symbol of Daesoon Truth and Dao. Even though he catches the ox, he is still holds the rope to tie the ox to himself. He makes an effort to keep the ox steady. Finally, the oxherd’s enlightenment becomes the source of responsibility to help unenlightened people in their struggles. In conclusion, it is necessary to interpret these paintings as the start of the Later World.

Keywords: 심우도; 미래전망; 생각이화; 생명기화; 생활실화; 후천개벽; 인존구현
Keywords: The Ox Seeking Pictures; Future Prospects; Renewal of Thought; Implementation in Life; The Practical Transformation of One’s Livelihood; the Realization of Human Dignity; the Later World

Ⅰ. 머리말

본 연구는 대순사상 심우도의 공공작용에 관한 연구를 목적으로 한다. 심우도(尋牛圖)는 인간의 수도과정을 동자가 소를 찾아가는 모습에 비유한 도상이다. 동자는 수도자를 표상하고, 소는 상제께서 세상에 펼친 대순사상을 상징한다. 수도는 대순사상을 깨달아가는 과정이다. 소(牛)는 예로부터 도(道)에 비유하였다. 도전(都典) 박우당(朴牛堂)은 계해년(癸亥年, 1993년) 11월 4일의 「훈시」에서, “우리 도(道)는 신도(神道)이다. 즉 신명(神明)의 도(道)다. 우리의 일은 사람의 일이 아니고 신명의 일이다. 그래서 도(道)가 바로 신(神)이다. 우리가 도를 믿는다면 신을 믿는 것”이라면서 ‘도(道)가 신(神)’임을 분명하게 밝히었다. 이 글에서는 신명의 도가 심우도에서 이화-기화-실화의 공공작용의 삼단계로 전개됨을 밝히고자 한다.

먼저 공공작용 이화단계는 심심유오(深深有悟)와 봉득신교(奉得神敎)의 상관연동에서 드러난다. 먼저 심심유오(深深有悟)는 ‘깊고 깊은 생각 속에 천리에 대한 깨달음이 있음’에서 생각이화 도리를 발견한다. 동자가 소나무 밑에서 고민한다. 일상생활에 익숙해 있던 동자가 어느 순간 인간 존재의 근원에 의문을 갖는다. 여주본부도장의 봉강전 뒤쪽 1층 벽면에 심우도가 그려져 있다. 깊이깊이 감추어져 있는 이치를 찾아 감추어진 진리를 찾아 나선다. 소의 뒷모습이 이를 표상한다. 그 다음 ‘음양합덕(陰陽合德)’이치를 생각하고 신교를 받들며 소의 발자국을 따라간다.

다음의 공공작용의 기화단계는 면이수지(勉而修之)와 성지우성(誠之又誠)의 상관연동(相關聯動: 緣起에 의한 公共作用)으로 생명력 확충의 기감(氣感)으로 드러난다. 면이수지(勉而修之)는 사람이 수도에 매진할 때 투영되는 소의 형상에서 기운을 떠올린다. 이치를 헤아리며 시련과 난관을 극복하고 도(道)를 찾고자 생각을 몰입한다. 그리고 ‘해원상생(解冤相生)’의 자타상호 호혜연동을 생명기화에 몰입함으로써 선천 상극 기운과 습관을 퇴치하고, 신인조화의 수직축과 해원상생의 수평축을 대순의 원으로 살려 대순사상을 이웃에게 펼치며 상생도리를 심화시킨다.

그리고 공공작용의 실화단계는 도통진경(道通眞境)과 도지통명(道之通明)으로 일상에서 도를 체화한다. 먼저 도통진경(道通眞境)은 도를 통하여 생활에서 참다운 도를 구현함을 의미한다. 피리를 불며 흰 소를 타고 가는 동자의 모습에서 도를 평상심으로 체화하는 경지를 보여준다. 삼신의 도를 통달하여 일상으로 드러난 도통경지에 이른다. 도지통명(道之通明)은 도가 밝아져서 인존구현의 공공세계를 전개함을 의미한다. 동자는 처음에는 흰 소의 꼬리를 보다가 마침내 흰 소와 일체가 됨으로 신선으로 전환된다. 세상은 선녀들이 음악을 들려주고, 불로초가 피어 있고, 학들이 노니는 아름답고 평화로운 모습으로 바뀌었다. 인간은 지상신선이 되고, 지상천국으로 변모한 후천선경을 보여준다. 이제 동자가 시공(時空)의 제약에서 벗어나 신선(神仙)의 삶으로 바뀌었다. 이에 삼차연동에 나타난 심우도의 공공작용을 구조화할 수 있다.

특히 대순사상의 심우도에는 동자가 소를 찾아 좁고 험한 산길을 통과하는 모습이 보인다. 소의 뒷모습을 본 동자는 앞으로 가야할 길이 험난한 줄 알면서도 결코 포기하지 않고 정진하는 모습을 확인한다. 수도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어려움을 극복하고 부지런히 나아가는 근면함도 찾을 수 있다. 이러한 수도의 노력은 마침내 결실을 맺어 흰 소와 상봉한다. 이제 흰 소와 친해지면서 일상생활의 평상심이 그대로 체화되어 삶의 면모로 형상화 한다.

동자는 ‘흰 소(白牛)’ 표상의 도(道)와 상봉한다. 후천개벽의 실화기제를 통해 참다운 경지에 도달하여 하나로 관통하여 도로써 밝아진 후천의 공공세상을 구현한다. 본 연구방법으로는 문헌학과 해석학의 방법을 함께 활용한다. 이에 대순사상 심우도에 나타난 공공작용의 분석으로 생각이화(生覺理化)ㆍ생명기화(生命氣化)ㆍ생활실화(生活實化)의 삼차연동 구조를 밝히고자 한다. 이는 곧 상관연동 방식으로 후천선경의 인존가치를 여실하게 살림에 그 목적을 둔다.

일찍이 궁극실재를 밝히고자 레이몽 파니카(Panikkar, Raimond)는 초월ㆍ내재 상관연동 방법을 활용하였다. 이를 심우도에 적용하면, 도상에 드러난 영성의 공공작용을 보다 객관적으로 묘사할 수 있다. 파니카는 인간의식 변화의 결정적인 ‘카이로스(Kairos)’가 “질적으로 다르지만 함께 섞여 있거나, 다른 것과 공존하는 것”으로 간주하면서, “개인의 내면차원과 궁극실재의 초월차원이 공동체의 삶을 통해 함께 공존”1) 하는 형상으로 보았다. 심우도에 나타난 소의 발자취를 따라가다 소와 만나는 과정을 유형적으로 살펴보기 위해 파니카 관점에서 조망하면, ‘내재의 초월(immanent transcendence)’형이다.2) ‘참나’ 영성을 ‘흰 소’를 통해 개체생명 내재차원에서 발견하며 동시에 우주생명 초월차원에서 신으로서 추구하는 과정이기에 ‘내재의 초월’ 방식이다. 이에 이러한 관점을 불교 심우도와 대비하여 살펴볼 필요가 있다.

또한 대순사상 심우도의 공공작용을 규찰함에 있어, 다양ㆍ다중ㆍ다층의 해석학적으로 접근하여 후천개벽 실상에 다가서며, 인존구현의 담론을 전개하고자 한다. ‘도통진경’으로 원한이 풀리고 상생기운이 넘치며 신인조화의 낙원으로 연결된다. ‘후천개벽’을 통해서 ‘생활실화’는 존재론적 축복이자 천지인삼재 회통의 성공이다. 천지인삼재 회통의 성공을 윌버(Ken Wilber)의 영성자유 구현방법에서 조망하고자, 윌버의 ‘위계질서’ 구조를 활용한다. 이는 다양한 연속성이자 스펙트럼 위계로 나타나 수평과 수직의 교차적 홀론(holon: 부분으로 전체에 관여하면서 각각이 자율적 통합성을 유지하는 단위)의 관점에서 다룬다. 개체가 전체이면서 동시에 부분으로 홀론과 연결되어 최고수준의 영성에 수렴된다. 이는 차등수준을 매개하는 관점으로 대순사상 심우도를 심층적으로 파악하게 한다. 윌버의 『의식의 스펙트럼』의 그림자수준, 자아수준, 생물사회수준, 실존수준, 초개아(超個我) 수준, 우주심 수준의 계층모델을 활용한다.3)

여섯 단계의 의식수준을 대순사상 심우도 분석에 적용하면, 메타의 상위차원을 용이하게 파악할 수 있다. 창생을 널리 살리며 구하는 심우도는 공공행복(公共幸福)의 표상이자 지상낙원의 모델이다. 공공행복과 연동관계를 구조화함으로 심우도의 미래지향적 위상정립을 확립할 수 있다. 따라서 대순사상 심우도 공공작용의 세 단계를 차례대로 규찰(糾察)하고자 한다.

Ⅱ. 심우도 공공작용의 이화단계

1. 심심유오(深深有悟)ㆍ봉득신교(奉得神敎)의 상관연동

심우도는 대순진리를 깨달아가는 수도과정을 동자가 소를 찾아가는 모습에 비유하였다. ‘심심유오’는 깊고 깊은 생각 속에 천리에 대한 자각이 있음을 말하며, ‘봉득신교’는 신교(神敎)를 받들어 실천함을 의미한다. 대순사상처럼, ‘구도형 영성’에 보이는 신인조화(神人調化)는 조화(調和)와 조화(造化)를 합쳐 사용한다. 신이 일방적으로 인간을 지배하지 않고 신과 인간이 평등하게 조화를 이룬다. 앞의 조화(調和)는 ‘하모니(harmony)’의 뜻으로 고르게 어울린다는 의미이고, 뒤의 조화(造化)는 ‘창조(creation)’의 뜻이다. 따라서 신인조화(神人調化)는 신과 인간이 화합하여 이전에 존재하지 않았던 영성가치를 새롭게 창출하는 것을 의미한다.4)

여주도장의 봉강전 좌측 벽면에는 신장과 사군자가 있고, 뒤쪽 벽면 1층에 심우도(尋牛圖)가 안치되어 있다. 봉강전의 지붕은 팔작지붕으로 맞배지붕을 얹어 놓은 형상이고, 옆면은 사다리꼴에 삼각형을 올려놓은 모양이며 용마루, 내림 마루, 추녀마루를 구비하고 있다. 공포(拱包)의 양식은 다포식이며, 전각의 추녀 끝에는 도깨비모양의 장식기와, 귀면와(鬼面瓦)5)가 끼워져 있다. 봉강전 뒤편에 심우도의 도상이 안치되어 있어 수도자가 입도한 이후 도통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을 형상을 빌려서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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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심우도 1폭, ‘심심유오도(深深有悟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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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우도의 1폭, ‘심심유오도(深深有悟圖)’는 나무 밑에서 한 동자가 앉아서 무언가를 생각하는 그림으로 인생문제를 고민하다가 근원적 생명력을 찾는 모습이다. 윌버 관점의, ‘그림자수준’ 단계이다.

심우도의 2폭, ‘봉득신교도(奉得神敎圖)’는 걸어가는 동자가 소 발자국을 발견하고 그것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모습으로 신교(神敎)의 가르침을 몸소 실천하며 성실하게 받드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윌버 관점에서 바라보면, ‘자아수준’ 단계이다.

봉강전 앞쪽의 해태상은 화재나 재앙을 물리치는 신수(神獸)이며 선악을 분별하고 악을 응징하는 동물이다. 악한 사람을 뿔로 받거나 입으로 무는 등의 교정처벌을 행한다. 해태는 선한 사람과 악한 사람을 구분하는 속성 때문에 사법기관을 표상한다. 국회의사당과 대검찰청 앞에 해태상이 세워진 것도 정의 편에 서서 공정하게 일을 처리하라는 천명의 표상이다. 봉강전은 천강(天降)을 모시기 위한 건물로서 심우도의 뜻을 되새기며 신명과의 조화를 모색한다.

2. 음양합덕(陰陽合德)의 생각이화

신교는 하늘의 목소리를 듣는 천명과 연관된다. 조선시대 하서(河西) 김인후(金麟厚, 1510~1560)의 천명도(天命圖)는 정지운의 천명도6)와 유사하며, 천지인 셋으로 나누어 천명을 풀이했다. 천지가 부모이고 천지 사이에 생명체가 태어나 살아가는 천리의 천명을 그렸다. 하늘은 ‘천원지방(天圓地方)’이고, 그 외곽은 십이지로서 시간과 방위를 나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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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하서의 천명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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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원은 수화목금토의 오행, 둘째 원은 원형이정과 성(誠), 셋째 원은 음양을 표시한다. 첫째와 셋째의 원은 흑백이 섞여있어 음양기를 나타낸다. 둘째 원은 백색으로 원형이정을 묘사하면서, ‘리(理)’로 집약한다. 첫째 원처럼, ‘리’를 기에 함께 둔 것은 ‘리’와 기가 떨어질 수 없는 ‘불상리(不相離)’를 표현하지만, 둘째 원에서 리를 기와 구분하여 백색으로만 표현함으로 ‘리(理)’와 기가 섞일 수 없는 불상잡(不相雜)도 나타낸다.7)

수화목금으로 배치하되 토는 오행 중심이다. 원형이정은 ‘시작(元)’과 ‘통합(亨)’, ‘수행(利)’과 ‘완성(貞)’의 덕으로, 생명 창조성과 순환성을 드러낸다. 창조와 순환은 전체적인 우주생명으로 현상을 유지하는 수단이자 생명현상 지속의 목적을 드러낸다.8) ‘원형이정’은 성에 근거한다. ‘땅(地)’은 방형으로 묘사하되, ‘오성(五性)’을 기준으로 인간, 금수, 초목을 구별한다. 오성의 ‘방통(旁通)’은 인간, ‘통일로(通一路)’는 금수, ‘전색불통(全塞不通)’은 초목이다. 금수는 음양의 치우침에서 바른 것으로 태어남이고, 초목은 음양의 치우침으로 태어남이다. 인간은 ‘두원족방(頭圓足方)’으로 하늘과 땅의 형상을 갖춘 만물의 영장이지만, 동물성과 접촉함으로 천지 사이의 중간자로 작용한다.9), 금수는 옆으로 움직이며 꼬리를 치켜세우는 ‘횡생미상(橫生尾上)’이고, 초목은 다리를 위로 뻗고 역행을 사는 ‘역생향천(逆生向天)’ 형상이다.

사람은 선하지만 지나치거나 모자라면 악한 기미를 드러낸다. 겹친 원의 안쪽에는 ‘중(中)’을 중심으로 인의예지 ‘리(理)’가 배치되어 있고, 바깥쪽에는 칠정이 자리 잡고 있다. ‘중’은 천명과 연결되어 천인합일을 표상한다. 내재된 ‘중(中)’에 인의예지 ‘리(理)’를 부여한다. 하서(河西)는 인간의 본질을 ‘중’으로 보기에, 성리학에서 그 본질을 ‘성(性)’으로 본 것과 차이가 난다. 성리학에서는 천명의 ‘리(理)’가 인성에 내재되어 있다고 하지만, 하서는 ‘성’ 대신 ‘중’을 내세웠다. ‘성’을 ‘중’으로 표현함은 『중용』 원리를 심성에 적용했음이다. ‘중’은 음양기에서 음양이 섞이지 않음을 드러내고자 ‘중’ 밖에 또 다른 칠정의 원을 그려서 구분하였고, 칠정이 음양기의 영향을 받고 있음도 나타냈다. ‘중’은 ‘리(理)’지만, 음양기가 매개된 ‘정(情)’에 속한다. ‘정’에 사단은 없고, ‘중’의 바깥 원에 위치하여, 희(喜)ㆍ노(怒)ㆍ애(哀)ㆍ락(樂)ㆍ애(愛)ㆍ오(惡)ㆍ욕(欲)의 칠정을 드러낸다. ‘애(愛)ㆍ락(樂)ㆍ노(怒)’는 흰색의 ‘양’, ‘희(喜)ㆍ애(哀)ㆍ오(惡)’는 검은 색의 ‘음’으로, 모두 ‘욕(欲)’에 둘러싸여 있기에 욕망에 사로잡혀 영혼을 식민지화 한다.

‘중(中)’의 ‘성(誠)’이 ‘정(情)’으로 드러날 때, 기의 매개 여부가 중절(中節)을 결정짓는다. 또한 ‘정’의 중절에 따라 선악도 나뉜다. 미발상태 ‘중’이 ‘정’으로 드러나고, 절도에 맞으면 ‘화(和)’를 이루어 ‘선(善)’하지만, 그렇지 못하면 과불급의 ‘악(惡)’으로 기운다. ‘성’을 ‘중’으로 매개함으로 ‘정’에 의한 ‘성’의 실현은 ‘중’을 살려 공공작용의 ‘화(和)’를 어느 정도 이루는가에 달려 있어, ‘공(公)’과 ‘사(私)’의 균형적 공공작용을 중시한다. 중절에 의한 ‘화(和)’의 정도와 그 ‘과불급(過不及)’으로 선악이 규정되기에, 공공성 구현은 ‘중’의 중절여부에 달려있다.

‘리(理)’가 그 외연을 더 이상 확정하지 않은 천리라면, 우주생명 전체를 감싸고 개체생명을 인도하면서 동시에 개체생명 속으로 들어가 개체생명력을 보증한다. ‘리(理)’는 창조와 순환이라는 자체의 동력으로 우주생명의 현상을 관리한다. 퇴계는 “정의나 조작이 없는 것을 ‘리(理)’의 몸통이라 하고, 발현되어 영향을 미침을 ‘리(理)’의 신묘작용”10)으로 보았다. 이와 달리, 하서는 선악을 ‘정’의 중절 여부로 보아 사단과 칠정을 ‘리(理)’와 ‘기’로 나누지 않았다. 칠정을 사단과 구분하지 않음은 욕망이 중절되지 못하거나 한쪽으로 쏠리기가 쉽기 때문이다. 이처럼 ‘음양합덕’의 이치로서 제3생명을 어떻게 창발(創發)하는가를 살필 수 있다. 제3생명이 ‘한’의 이치로 충만하면, 활기에 넘친다. 천리의 ‘한’은 인격화되어 최고 존재자, 신으로까지 추앙받는다.11) 이에 더 이상 타자를 적대시 하지 않고, 자신의 존재성을 확보하는 요건으로 상대를 인정함으로 음양의 상관연동 관계는 합덕의 ‘대대(對待)’ 관계이치로 발전한다.12)

결국 대대관계 이치에 관한 생각이화의 자각이 존재한다. 이에 주자(朱子)도 “음양을 순환으로 말하지만 대대(對待)로써 말했다.”13) 음양은 본래 ‘산기슭의 햇빛이 비추는 곳과 그늘진 곳’을 지칭하는 상형문자였다.14) 이는 곧 음양이 각각 서로의 존재를 조건지우며, 상관연동으로 존재성을 확보함을 표상한다. 비록 적대적이라고 하더라도 상대방의 존재를 부정할 수는 없다. 상대방의 부정은 결국 자기 자신을 부정하는 길이다. 대대관계는 ‘상반성(相反性)’을 매개로 균형과 조화를 성취하는 가운데 각성으로 이어진다. 하늘과 땅은 상호주체이면서 동시에 상호객체이다. 대립을 이루는 객체가 없다면, 주체가 그 기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게 된다.

선천에서는 하늘만 높이고 땅은 높이지 아니하였으되 이것은 지덕(地德)이 큰 것을 모름이라. 이 뒤로는 하늘과 땅을 일체로 받들어야 하느니라.15)

다산 정약용도 “성인(聖人)이 역(易)을 지음에 음양대대(對待)로써 천도(天道)를 삼고 역도(易道)를 삼았을 뿐”16)이라고 했다. ‘대대’는 ‘서로 대립하면서(對) 서로를 기다리는(待)’ 상태를 말한다. 자신과 반대되는 성질을 가진 타자를 서로를 위해 필요로 하는 관계이다. 대대관계에서 나아가 서로 필요로 하는 것을 주고받는다. 이것이 음양합덕이다. 수수(授受)의 ‘주고받는 덕’은 자신과 타자가 한 방향으로 길을 내서 함께 발전하도록 한다. 밤과 낮이 교차함으로 모든 생명이 휴식과 활동을 번갈아 하며 삶을 영위하고, 암컷과 수컷이 만나 새끼를 낳고 종(種)의 무리를 유지하는 것 등이 음양합덕 이치에 해당된다. 천지의 일이 음양으로 이루어지기에 이에 부응하고자 여러 주문을 사용하였지만, 지금은 몇 주문만 활용하고 있다.17)

자연은 음양 관계로 이루어지고, 이 관계에서 서로의 덕을 합함으로 제3생명을 창발(創發)한다. 그런데 선천에서는 인간과 사물의 상극(相克)으로, ‘억음존양(抑陰尊陽)’ㆍ‘음양난잡(陰陽亂雜)’으로 말미암아 음양합덕을 이루지 못하였다. 구천상제께서 천지공사를 통해 선천 상극질서를 정리하고 후천선경을 열어 제3생명의 창발(創發)을 가능하게 한다.

상제께서 어느 날 후천에서의 음양 도수를 조정하시려고 종도들에게 오주를 수련케 하셨도다. 종도들이 수련을 끝내고 각각 자리를 정하니 상제께서 종이쪽지를 나누어 주시면서 “후천 음양 도수를 보려 하노라. 각자 다른 사람이 알지 못하도록 점을 찍어 표시하라”고 이르시니 …18)

대순사상의 음양합덕은 ‘정음정양(正陰正陽)’의 합덕이다.19) 여기서 ‘정’은 ‘올바름’으로, 음과 양의 바른 합덕이치로 생각이치를 밝힘이다. 전국시대 말기, 『역전(易傳)』 「계사전(繫辭傳)」이 성립되면서 질적 변화가 이루어져 음양이 범주구조로 바뀌었다. 음양은 천지, 길흉, 대소, 고저 등과 같은 상대적 개념을 포섭하는 범주로 사용되었다. 낮과 밤, 남자와 여자, 물과 불처럼 음양의 상대원리로 파악하면서, 행동도 법례에 합당케 하는 ‘안신(安身)’도리를 중시한다.

마음의 현상(現象)을 나타내는 것은 몸이니 모든 행동(行動)을 법례(法禮)에 합당케 하며 도리(道理)에 알맞게 하고 의리(義理)와 예법(禮法)에 맞지 않는 허영(虛榮)에 함부로 행동(行動)하지 말아야 한다.20)

더 이상 ‘억음존양(抑陰尊陽)’에 의한 남존여비, 음양난잡(陰陽亂雜)을 허용하지 아니한다. 남녀가 올바른 도리와 역할을 행할 때, 정음정양을 이룬다. 대대관계로서 음양합덕은 일반합덕과 질적으로 다르다. 음양합덕은 정음정양(正陰正陽)이며, 천지인신(天地人神)의 올바른 위상이다. 덕이 합한 것이 화합이다.21) 음양합덕 이치는 음양대대가 생각이화로 나아가게 한다. 상대는 마주 대하는 존재로서 남이다.22) 합덕은 조화(調和)로, 공동체에서 생각이화로 발전한다. 인간 차원을 넘어 하늘과 사람, 하늘과 신명이 합덕차원으로 발전한다.23) 음양대대, 하늘과 땅, 사람과 신명의 경우도 합덕을 이루지만, 정음정양이 전제조건이다. 상대와 합덕이 제3생명 탄생이 가능한 음양합덕이다. 그 덕으로 명덕(明德)과 재덕(才德)을 수반하게 된다.24)

명덕을 바탕으로 각양각색의 재능을 합한다. 합덕의 상대는 수시로 바뀐다. 여러 상황에서 합덕으로 일을 이룬다. 힘써 단련함도 음양합덕 이치에서이다. 남자와 여자, 선각자와 후각자, 상사와 부하, 스승과 제자, 어른과 아이, 인간과 자연, 인간과 신(神) 등이 음양합덕을 위한 관계이다. 이 양자가 합덕하기 위해 노력을 경주하는 덕성이 음양합덕 이치에서 드러나며, 이를 통해 공공행복이 이루어진다. 정신안정과 물질재화도 음양 관계이다. 살아가는 데는 의식주를 비롯한 여러 활동상황에 재화가 요청된다. 넉넉해지면 정신적 안정도 함께 갖추어진다.

정음정양은 화합주체가 되어 자신의 덕을 온전히 펼치는 것을 말한다. 부모와 자식이 각자 도리를 하고 스승과 제자가 각자 도리를 행함이다. 박우당 도전께서는 “화합이 되려면 공명정대하고 상대방의 의사를 존중하며 법도대로 일 처리를 해야 한다. 임원은 모든 처사에 공명정대하고 편벽됨이 없어야 한다.”25)라고 했다. 공명정대하고 편벽 없이 행동해야 온전하게 직분을 다할 수 있다. 천지운행원리로서 음양합덕 이치는 생각이화의 공공작용으로 나타난다.

수도자로서 심신(心身)의 조화는 개인 차원뿐만 아니라 상대와 화합하는 합덕차원에서 정성을 담보로 요구한다. 지행합일(知行合一)도 앎과 행동의 합덕이치를 반영한 생각이화에서 비롯한다고 말할 수 있다.

“내가 천지공사를 맡아 봄으로부터 이 동토에서 다른 겁재는 물리쳤으나 오직 병겁 만은 남았으니 몸 돌이킬 여가가 없이 홍수가 밀려오듯 하리라.”26)고 말씀하셨다. 천지공사로 말미암아 천지만물이 음양합덕을 이루었지만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일을 꾸미는 것은 하늘에 있지만, 그 일을 이루는 것은 사람에게 달려있다.’27)고 할 것이다.

Ⅲ. 심우도 공공작용의 기화단계

1. 면이수지(勉而修之)ㆍ성지우성(誠之又誠)의 상관연동

심우도 3폭, ‘면이수지도’는 부지런히 수도에 매진함으로 윌버 관점에서 바라보면, ‘생물사회수준’이다. 또한 심우도 4폭, ‘성지우성도’는 정성에 또 정성을 더함으로 윌버 관점에서 바라보면, ‘실존수준’이다. 이 두 요소가 상관연동으로 공공작용의 기화단계를 형성한다. 심우도와 상관된 내용에서 ‘대순진리를 면이수지하고 성지우성하여’라는 구절에 주목한다. 이는 도통으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대순진리에 대한 점수(漸修)로서 체득과정이다. 이에 대순진리는 구천상제께서 대순한 진리를 종지(宗旨)로 삼아 창설된 종단임을 명료하게 밝히고 있다.28)

‘종지’는 근본 교의(敎義)로서 ‘신앙인들이 믿고 실천해야 할 사항을 요약한 것’이다. 대순진리를 믿고 실천하기 위함으로 대순종단의 정체성을 표명한다. ‘면이수지’와 ‘성지우성’의 상관연동에서 ‘닦음’의 실천을 공통분모로 삼기에 생명기화를 이룬다. 또한 ‘수도’의 개념에서, “수도는 심신을 침잠추밀(沈潛推密)하여 대월(對越) 상제(上帝)의 영시(永侍)의 정신을 단전에 연마하여 영통(靈通)의 통일을 목적으로 공경(恭敬)하고 정성(精誠)하는 일념(一念)을 끊임없이 생각(生覺)하고 지성(至誠)으로 소정(所定)의 주문(呪文)을 봉송(奉誦)한다.”고 말한다.29)

대순진리는 음양합덕ㆍ신인조화ㆍ해원상생ㆍ도통진경의 종지가 있다. 구체적 설계도면에 따라 구조물을 짓는다면, 대순진리는 후천선경(後天仙境)을 건설하는 천지공사의 설계도면이다. 천지공사를 시작한 시점부터 우주를 비롯한 인간세계는 음양합덕ㆍ신인조화ㆍ해원상생 원리에 따라 도수에 맞게 변화하되 궁극적으로는 도통진경으로 나아감을 목적으로 삼는다.

‘면이수지(勉而修之)’는 ‘힘써서 그것을 닦음’을 의미한다. 여기서 ‘닦음’은 동명사이며, ‘그것’은 닦음의 대상이 되는 목적어, ‘대순진리’를 지칭한다. 결국 ‘힘써서 대순진리를 닦음’을 뜻한다. 신과 인간도 음양대대 이치에 근거한다. ‘신인조화(神人調化)’는 서로 모순 없이 잘 어울린다는 ‘조화(調和)’와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는 ‘조화(造化)’가 통합을 이룬 개념이다.

사람이 신이 되고 신이 사람이 되기에 신인조화가 이루어진다. 신이 인간에게 의탁하여 역사함으로 인간의 가치가 최고도로 구현되는 것이다. 일음일양 음양질서는 예측되지만, 경계를 벗어나 ‘초합리(超合理)’의 영역, ‘불가측(不可測)’의 영역도 존재하기 마련이다. ‘변화를 측량할 수 없는 방술은 모두 신명에 있다.’30)고 할 것이다. 인간이 나아가면 신인조화가 열린다. 또한 이에 수반되는 ‘성지우성(誠之又誠)’은 ‘정성하고 또 정성하다’라고 말하는 데, 이는 대순진리를 수도함에 있어 더욱 더 나아가 끊임없이 지극정성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또한 ‘성지우성’은 ‘면이수지’ 상태를 더욱 질적으로 고양시킨다. 일상생활에서 서로 싸우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실제로는 일거수일투족이 천리(天理)와 이어진다.31) 대순진리를 생명기화 차원에서 닦아 그 진리를 깨달음으로 드러내기에 신인(神人)의 수직관계는 신인조화를 이루고, 인간 사이는 수평의 해원상생을 이루어 대순(大巡)의 일원(一圓)을 이루어 진여실상을 체화한다. 아울러 자기본위의 이기성에서 벗어나 타자본위의 생각으로 해원상생으로 나아가 형상차원에서도 원만구족하게 됨으로 그 기운이 보다 밝아지게 된다.

2. 해원상생(解冤相生)의 생명기화

천지공사가 상제에 의해 주도되었다고 하더라도 실천수행이 수반되지 않으면 주체성을 상실한 의존적 인간만 남게 된다. 이에 해원상생은 인간이 실천주체로서 우주에 가득한 원(冤)을 해소함으로써 이상적 후천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다. 해원(解冤) 의미는 상제께서 “인간은 욕망을 채우지 못하면 분통이 터져 큰 병에 걸리느니라. 이제 먼저 난법(亂法)을 세우고 그 후에 진법을 내리나니 모든 일을 풀어 각자의 자유의사에 맡기노니 범사에 마음을 바로 하라. 사곡한 것은 모든 죄의 근본이요, 진실은 만복의 근원이 되니라.”32)한 말씀과 연관된다.

또한 “상제께서 공사에 전념하시는 중이므로 응하지 아니하였더니 그 사람이 돌아가서 원망하였도다. 이로부터 동남풍이 멈추므로 상제께서 깨닫고 곧 사람을 보내어 병자를 위안케 하시니라. 이때 상제께서 「한 사람이 원한을 품어도 천지 기운이 막힌다.」고 말씀하셨다.”33)한 것을 보면, 한 사람의 원한일지라도 그 결과는 심대해진다. 상호대립과 투쟁은 상극에 기인한다. 사적 욕심에 탐닉하여 상도(常道)의 공공작용을 도외시한다. 탐욕의 상극으로 말미암아 천지가 상도를 잃어 온갖 재앙이 난무하기에, 제재(制裁) 원리를 깨달아 자신을 정화하고 선하며 참되도록 정신무장을 하게 한다. 이에 따라 ‘남을 잘 되게 하는’ 타자본위의 상생을 원만구족하게 만드는 생명기화로 전환함으로써 마침내 자신도 잘 되는 길이 열린다고 할 것이다.

신도(神道)로써 크고 작은 일을 다스리면 현묘 불측한 공이 이룩되나니 이것이 곧 무위화니라. 신도를 바로잡아 모든 일을 도의에 맞추어서 한량없는 선경의 운수를 정하리니 제 도수가 돌아 닿는 대로 새 기틀이 열리리라.

지나간 임진란을 최 풍헌(崔風憲)이 맡았으면 사흘에 불과하고, 진묵(震默)이 당하였으면 석 달이 넘지 않고, 송 구봉(宋龜峰)이 맡았으면 여덟 달에 평란하였으리라.34)

새로 출현하는 강륜(綱倫)은 후천개벽을 향한 실천으로 신도를 확립하고 인존을 구현하는 특징을 보인다. 신 앞에 경건하며 신도를 수용하고 정직한 마음의 본성을 유지한다. 후천개벽 사회는 도덕사회 구현에 적합한 마음 청정의 본질을 회복하고 신도와 부합하는 가운데 인존구현의 원만구족의 생명존중 가치를 ‘생명기화(生命氣化)’로 살린다.

인존가치를 생명기화로 살려냄은 거짓됨이 없는 청정심 회복의 모습이다. 해원상생은 개인차원을 넘어 사회구조적 차별을 극복하고 평등한 인권을 토대로 풀어나감을 뜻한다. 천대받던 사람들이 귀하게 존중받는 시대가 돌아옴을 전제로, 인간존엄과 자율성의 자각에 의해 평등사회가 이루어질 수 있음을 말한다.35) 상생은 실천으로 구현된다.

상생의 방향성은 자유에서 평등으로 나아감이다. 선천의 상극 상황에서는 여성역할이 가사에 국한되었다. 여성이 천대받던 당시 상황에 직면하여 여성지위를 회복시키려고 하였다. 당시의 여성지위와 역할을 살펴본다.

사나이의 위력으로 여편네를 누르고 구설을 빙자하여 여자는 안에 있어 바깥을 말하지 아니하며, 술과 밥을 지으면 족하다고 하니 어찌하여 신체 수족 이목이 남자와 다름없는 한 가지 사람으로 안방 깊숙이 쳐 박혀 다만 밥과 술이나 지으리오.36)

천지공사에서는 여성을 상징하는 땅도 높여 동등 권리를 누리도록 상생하는 내용을 다루기에, 선천에서 천대받던 사람들이 원을 풀고 광명세계로 나아가는 기화를 말한다고 할 것이다.

선천에서는 하늘만 높이고 땅은 높이지 아니하였으되 이것은 지덕(地德)이 큰 것을 모름이라. 이 뒤로는 하늘과 땅을 일체로 받들어야 하느니라.37)

선천시대가 남자에 의해 여자가 수천 년 동안 억눌려 온 시대라고 한다면, 후천시대는 여권의 회복이 가능한 시대이다. 상생이 바탕이 되고 남녀가 동등가치를 향유하기에 여성지위가 제 자리로 복귀하여 남녀가 ‘동반자(partner)’로 거듭나는 사회로 바뀌게 된다고 할 것이다.

이제 하늘도 뜯어고치고 땅도 뜯어고쳐 물샐틈없이 도수를 짜 놓았으니 제 한도에 돌아 닿는 대로 새 기틀이 열리리라. 또 신명으로 하여금 사람의 뱃속에 출입케 하여 그 체질과 성격을 고쳐 쓰리니 이는 비록 말뚝이라도 기운을 붙이면 쓰임이 되는 연고니라. 오직 어리석고 가난하고 천하고 약한 것을 편이하여 마음과 입과 뜻으로부터 일어나는 모든 죄를 조심하고 남에게 척을 짓지 말라.38)

상생은 차별이 사라진 세계에서 상부상조하는 세계로 나아감이다. 상생은 자신의 이익보다 타자이익을 고려하고 자신의 고통보다 타자고통을 먼저 헤아리고, 자신의 안위와 평안을 미루고 타자를 향해 봉사함이다. 자신의 욕구를 자타상통으로 돌리는 생명기화를 중시한다.

이제 내가 상생(相生)의 도로써 화민 정세하리라. 너는 이제부터 마음을 바로 잡으라. 대인을 공부하는 자는 항상 호생의 덕을 쌓아야 하느니라. 어찌 억조 창생을 죽이고 살기를 바라는 것이 합당하리오.39)

상생은 자신의 욕망을 누르고 타인의 삶을 올바르게 꾀하는 타자본위의 생명기화에 달려 있다. 상생으로 남성과 여성, 부자와 빈자, 양반과 상놈 사이에 있었던 폐단과 적폐가 사라져야 비로소 참된 삶의 자유와 평등이 향유될 수 있는 ‘공공행복(公共幸福)’ 세계가 열린다. 심우도의 근원적 도를 실행함은 개인적 안위나 개인영달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이고 우주적인 일에 관여하여 공공작용에 동참하는 것이다. 이제 동참으로 말미암아 일상생활에서 실천변화를 수반하는 실화단계를 고찰하고자 한다.

Ⅳ. 심우도 공공작용의 실화단계

1. 도통진경(道通眞境)ㆍ도지통명(道之通明)의 상관연동

심우도 5폭, ‘도통진경도(道通眞境圖)’는 도를 통하여 참다운 경지에 도달함을 말한다. ‘도지통명’은 도가 밝아진 후천개벽을 이룸이다. 소를 타고 피리를 불며 가고 있는 동자의 모습은 평온하게 보이는데 소를 탔다는 것은 소와 일체를 이루었다는 의미이다. 즉, ‘내가 곧 도요, 도가 곧 나’인 경지라고 말할 수 있다.

이제 동자는 선천의 갈등에서 벗어나서 상제진리와 하나가 되어 안심ㆍ안신의 경지에 이르렀다. 거친 소를 자연스럽게 놓아두더라고 저절로 가야 할 길을 가는 모습이다. 이와 관련하여 대순진리회 창설목적을 밝힌 『대순진리회요람』의 「취지(趣旨)」문을 인용하여 살펴본다.

음양합덕(陰陽合德) 신인조화(神人調化) 해원상생(解冤相生) 도통진경(道通眞境)의 대순진리(大巡眞理)를 면이수지(勉而修之)하고 성지우성(誠之又誠)하여 도즉아(道卽我) 아즉도(我卽道)의 경지(境地)를 정각(正覺)하고 일단(一旦) 활연관통(豁然貫通)하면 삼계(三界)를 투명(透明)하고 삼라만상(森羅萬象)의 곡진이해(曲盡理解)에 무소불능(無所不能)하나니 이것이 영통(靈通)이며 도통(道通)인 것이다.40)

이 글에는 대순진리가 지향하는 도통을 위해 어떻게 수도해야 되는지의 전개과정이 제시되어 있다. 대순진리의 도를 닦는 사람이면 올바른 내용숙지가 선행되어야 한다. 올바른 숙지를 통해 실천으로 이어지게 된다. 수도방법과 과정을 올바르게 숙지함으로써 도를 올바르게 닦아나갈 수 있음이다. 윌버 관점에서는 ‘초개아(超個我) 수준’에 이르렀음이다. 또한 심우도 6폭, ‘도지통명도(道之通明圖)’는 도가 밝아진 후천세상이 도래함을 의미한다. 동자가 신선으로 바뀌면서, 소가 갇혀 있던 공간에 선녀들과 불로초로 장엄하게 피어나고 학들이 노닐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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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심우도 6폭, ‘도지통명도(道之通明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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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지통명은 정신계와 물질계를 비롯한 천지인삼재가 회통하고 인간은 지상신선이 되며 후천개벽의 선경세상으로 바뀌었음을 표상한다. 고통치유와 의식 확장을 통한 개아초월은 수행과 삶의 일치로 나아간다. 목동이 사라진 것은 주객 분리 이전의 신선도가 후천개벽으로 열렸음이다. 윌버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우주마음 수준’에 이르렀음이다. “근원으로 돌아오기 위해 많은 걸음을 걸어왔다. 이제 강은 온건해지고 꽃은 붉게 물들었다.”41)고 한다.

동자가 흰 소를 찾고 도를 통하여 신선(神仙)이 된다. 백우(白牛)의 ‘백(白)’자는 인선(人仙)이고 사람이 산과 결합하여 신선의 선(仙)이 됨이다.42) ‘산(山)’은 원래 jdaos-31-0-165-g4 모양으로 삼신(三神)이 한자리에 함께 자리 잡은 모양이다. 삼신을 반영한 대순진리에서 삼신(三神)의 추론이 가능하다. 강증산(姜甑山)ㆍ조정산(趙鼎山)ㆍ박우당(朴牛堂)을 모시고 ‘흰 소’로 표상하여 대순진리를 드러내고 있음이다.43) 도주 조정산께서 구천상제의 위격을 ‘구천응원뇌성보화천존강성상제’로 밝혔다.44) 도전(都典) 박우당(朴牛堂)의 훈시를 통해, 심우도 공공작용 근거로서 흰 소를 찾는 연유를 밝힐 수 있다.45)

인존구현의 실화기제로서 일상에 구현함으로 후천개벽을 이 땅에 실현하려는 공공의지를 반영하고 있다. 닫히고 막힌 하늘과 땅을 다시 열고 상통하게 만들고자, 구천상제의 ‘개벽장(開闢長)’의 위격을 드러냈다. 인존시대는 신이 인간을 받들기에, 지상천국(地上天國)으로 전환한다. 인존구현의 생활실화로 지상에 낙원이 펼쳐짐으로써 개체생명은 화합하고 ‘우주심 수준’에 마침내 도달하여 인간의 존엄을 일상생활에서 ‘평상심의 도’로써 살려가면서 평범함 속에서 진리를 다양하게 드러낸다고 말할 수 있다.

2. 인존구현(人尊具現)의 생활실화

개벽 후 후천세상은 지상선경에서 신선이 사는 사회이다. 신선은 무병장수하고 지혜가 충만하며 용력을 마음대로 발휘하고 활연관통하기에, 인존의 생활실화가 구현된다. 지상천국에 살아가려면, 지상신선으로 바뀌어야 되며, ‘무자기(無自欺)’를 통한 정신개벽이 이루어져야 한다. ‘무자기-정신개벽’을 ‘의식개혁’이라고 한다면, ‘지상신선실현-인간개조’는 몸과 마음을 아우르는 ‘전인개벽’일 것이다. 이 두 개벽을 성취할 때, 인존구현이 되어 ‘지상천국건설-세계개벽’의 생활실화(生活實化)가 이루어진다. 대순사상의 핵심은 개벽의 생활실천이다.

개벽은 낡은 질서의 종말이다. 상제께서 천지개벽을 하였다고 하여 곧바로 지상천국이 되는 것은 아니다. 신적 권능과 인간 역할이 공공작용을 일으켜야 된다. 개벽사회는 인존구현의 신선이 사는 사회이다. 신선 양생은 정신을 양육하여 통전체험에 이르는 양신(養神) 양생과 신체를 돌보아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양형(養形) 양생으로 구분된다. 이는 구천상제의 제생의세(濟生醫世)로 발전하여 의술을 통한 기층구제(基層救濟)가 되면서, ‘선천인’에서 ‘후천인’으로 탈바꿈한다. 환골탈태(換骨奪胎)는 대순사상의 주문봉송과 상관연동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이를 살펴본다.

하루는 형렬이 상제의 명을 좇아 광찬과 갑칠에게 태을주를 여러 번 읽게 하시고 광찬의 조카 김 병선(金炳善)에게 도리원서(桃李園序)를 외우게 하고 차 경석ㆍ안내성에게 동학 시천주문을 입술과 이를 움직이지 않고 속으로 여러 번 외우게 하셨도다.46)

상제께서 약방 대청에 앉아 형렬에게 꿀물 한 그릇을 청하여 마시고 형렬에게 기대어 가는 소리로 태을주를 읽고 누우시니라.47)

제생의세는 정신개벽을 통한 인간개조이기에 대승불교의 보살실천과 구분된다. 성불을 나타낸 십우도(十牛圖)는 수행으로 깨달음에 이르는 과정이다. 생활실화는 십우도의 마지막 두 단계와 상관된다. 경허성우는 십우도 최종단계, 「반본환원(返本還源: 근원으로 돌아감)」과 「입전수수(立廛垂手: 시장바닥에 들어가 손을 드리움)」를 ‘미도선(尾塗禪)’으로 집약하여 ‘뿔을 인 머리’와 ‘털옷을 입은 가슴’의 소를 넘어 ‘꼬리를 끄는 온몸’으로 체화함을 표상한다.

털옷을 입고 뿔을 이었으니 등 앞 말이 쓸쓸하다. 조사는 이제 시장거리로 달려가네.48)

보살행 실천을 위해 저자거리에서 타자와 함께 살아간다. 타자를 위한 소가 되어 타자의 밭을 갈고 짐을 나른다. 보살행을 실천하는 경허성우의 글에는 몰입심경을 자세히 제시한다.

학의 다리가 비록 길지만 자르려 하면 근심이 되고, 오리의 다리는 짧지만 이으려 하면 걱정이 된다. 발우는 자루가 필요가 없고 조리는 새는 것이 마땅하다. 면주에는 부자요 병주에는 쇠로다. 만물은 저마다 본고장 것이 좋도다. 양식은 풍부하고 땔감 또한 많아서 네 이웃이 풍족하구나. 이것이 호남성 밑에 불을 부는 입술은 뾰쪽하고, 글을 읽는 혀는 날름댐이니 이것이 대우의 가풍이로다. 다시 한 구절 있으니 내일로 미루노라.49)

학의 다리가 길면 긴 채로 놓아두고 오리 다리가 짧으면 짧은 채로 그냥 두면 걱정이 사라진다. 사물은 마땅히 있어야 할 곳에 있으며, 타자와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본분지사(本分之事)’이다. 타자본위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 생활실화의 요체이다. 본 자리로 돌아간다는 뜻은 중생구제를 위해 출가했던 초심(初心)으로 돌아감을 말한다. 실화이전의 「인우구망(人牛俱忘)」을 통해 자타를 몰록 잊고 일원상(一圓相) 형상, ‘전체즉진(全體卽眞)’으로 관조함을 드러낸다.

십우도의 「반본환원」은 ‘진리가 타자와 더불어 작용하는 ‘전체즉용(全體卽用)’ 단계이다. 개체기운의 사적 측면과 전체생명의 공적 측면을 이어주고 매개하여 중도실화를 심화함으로 보살행이 결실을 맺는다. 체(體)는 용(用)으로 환원될 때 온전한 체(體)가 된다. 비유하자면, 곤덕(坤德)이 무량의 건도(乾道)를 수렴함으로 도역(倒逆)에 순응함이다.50) 용(用)은 체(體)로 수렴될 때 온전한 용(用)이 된다. 마침내 체ㆍ용의 경계가 사라지고 원융무애의 ‘한’을 이룬다. 십우도의 종착역, 「입전수수」는 중생을 구제하는 대승보살도의 실상을 여실히 보여준다.

목녀의 꿈과 석인의 노래도 한갓 감각작용의 그림자와 같네. 상이 없는 부처도 용납하지 못하는데 비로자나불의 정수리가 무에 그리 귀하리. 방초 언덕에 놀다가 갈대꽃 숲에서 잠을 자고, 포대를 메고 시장에서 교화하며, 요령을 흔들며 마을에 들어가는 것이 진실로 일을 마친 사람의 경계로다. 전날에 풀 속을 헤치고 소를 찾던 시절과 같은가 다른가. 모름지기 살가죽 밑에 피가 흐르는 것을 본 다음에야 비로소 깨달음을 얻으리니.51)

해야 할 일을 마친 사람은 방초 언덕에 놀다가도 갈대숲에서 잠자고, 요령을 흔들며 마을에 들어간다. 「수수입전」은 깨달음이 생활체화로 나타남이다. 저자거리에 나가 손을 드리우고 사람을 교화하며 중생을 교화한다. 경허성우가 유관을 쓰고 학동을 가르친 것은 「입전수수」를 체화하면서 해탈 목동이 다른 사람을 돕기 위해 시선을 타자에게 향하는 과정이다.52)

몰록 깨달으면 그 깨달음이 부처님과 같으나 숱한 세월동안 익힌 기운은 생생하구나. 바람은 고요하나 파도는 오히려 솟구치듯 이치는 드러나도 생각은 오히려 그대로이네.53)

지리산 화엄사에서 당대 대강사, 진진응(陳震應) 강백이 경허선사에게 훌륭한 안주와 곡차를 올리면서 “스님께서는 왜 이런 것을 좋아하십니까?”하고 묻자 경허성우가 내놓은 답변이다.54) 경허성우는 ‘돈오고지(頓悟高地: 깨달음의 높은 경지)’에 머물러 않고 할 일이 남아 있는 ‘점수벌판(중생과 더불어 점진적 수행을 이루기 위한 벌판)’으로 나아간다고 했다. ‘점수벌판’으로 나아가 보살실천에 몰입함이다.55) 낙원이 도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대순사상 심우도의 생활실화는‘지상천국건설-세계개벽’으로 인존구현의 지상선경을 묘사하고 있다. 이는 천지공사의 완성이자 더불어 행복한 공공행복 구현의 미래공창(未來共創: 함께 미래를 일구어 냄)이 되어 보살실천과 대비된다.

Ⅴ. 맺음말

심우도는 대순진리를 깨달아가는 수도과정을 동자가 소를 찾아가는 모습에 비유한 도상이다. 이 글에서는 신명의 도가 심우도에서 생각이화-생명기화-생활실화의 공공작용의 세 단계로 전개됨을 밝혔다. 먼저 공공작용의 이화단계는 ‘심심유오(深深有悟)’와 ‘봉득신교(奉得神敎)’의 상관연동에서 드러난다. 먼저 심우도 1폭, ‘심심유오도(深深有悟圖)’는 ‘깊고 깊은 생각 속에 천리에 대한 깨달음이 있다’는 생각이화 도리를 발견한다. 동자가 소나무 밑에서 고민한다. 일상생활에 익숙해 있던 동자가 어느 순간 인간 존재의 근원에 의문을 갖고 깊이 참구한다. 또한 심우도 2폭, ‘봉득신교(奉得神敎)’는 동자가 소 발자국을 발견하고 그것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모습에서 상제의 신교를 봉행 실천함을 알 수 있다. 소를 찾아 나서면서 음양합덕 이치의 생각이화를 매개삼아 봉득신교를 받들면서 소의 발자국을 지속적으로 따라간다.

다음의 공공작용의 기화단계는 ‘면이수지(勉而修之)’와 ‘성지우성(誠之又誠)’의 상관연동에서 드러난다. 심우도 3폭, ‘면이수지도(勉而修之圖)’는 부지런히 수도에 매진하여 소의 뒷모습을 감득한다. 기운을 가다듬고 시련과 난관을 극복하면서 도(道)를 찾기 위해 기운을 보다 집중시킨다. 심우도 4폭, ‘성지우성도(誠之又誠圖)’는 상대방을 살려 자기도 살리겠다는 발상전환, ‘해원상생(解冤相生)’의 생명기화를 통해 정성에 또 정성을 들여 선천세상에서 살아오던 상극의 기운과 습관을 버리고, 동자는 소와 공공으로 함께하며 소를 탄 채로 피리를 불게 된다.

그리고 공공작용의 실화단계는 ‘도통진경(道通眞境)’과 ‘도지통명(道之通明)’의 상관연동으로 일상생활에서 도를 체화한다. 심우도 5폭, ‘도통진경도(道通眞境圖)’는 참다운 도에 이름이며, 피리를 불며 흰 소를 타고 가는 동자의 모습에서 도를 체화한 경지를 보여준다. 또한 심우도 6폭, ‘도지통명도(道之通明圖)’는 도가 밝아져 인존구현의 후천개벽 세계로 새 밝힘 한다. 검은 소가 바뀌어 흰 소와 일체인 동자는 신선이 된다. 세상은 선녀들이 음악을 들려주고, 불로초가 피어 있고, 학들이 노니는 아름답고 평화로운 모습이다. 인간은 신선이 되고, 지상천국에서 살게 되어 후천개벽의 생활실화의 매개로 시공(時空)을 넘나드는 대자유인이 된다.

대순사상의 심우도에는 동자가 소를 찾아 좁고 험한 산길을 지나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소의 뒷모습을 본 동자는 가야할 길이 험난한 줄 알면서도 결코 포기하지 않고 정진한다. 수도 과정에서 발생하는 어려움을 극복하고 부지런히 나아가는 근면함도 드러낸다. 마침내 이러한 노력은 결실을 맺어 동자가 흰 소와 조우(遭遇)한다. 이제 소와 친해지는 시기로 전환하면서 일상생활의 삶이 변모하여 인존구현의 후천개벽 세계를 구현한다. 이에 대순사상 심우도에 나타난 공공작용을 생명기화ㆍ생각이화ㆍ생활실화의 삼차연동 구조로서 새롭게 밝힐 수 있었다.

대순사상 심우도의 공공작용은 해원상생이 실현되는 선경세계와 연관되며, 성ㆍ경ㆍ신이 실현되는 세계로서 공공덕목을 드러낸다. ‘음양합덕’ 이치에 대한 믿음으로서 ‘신(信)’의 공공덕목, ‘해원상생’ 실천에 나타난 ‘성(誠)’의 공공덕목, ‘인존구현’의 덕망에 나타난 ‘경(敬)’의 공공덕목으로 구현된다. 이에 대순사상 심우도 공공작용이 다양ㆍ다중ㆍ다층으로 드러나는 후천개벽 사회는 ‘복락장엄(福樂莊嚴)’으로 ‘내재의 초월’ 관점에서 공감미래의 인존전망을 제시하고 있다.

도를 깨달은 동자는 신선이 되어 사람을 돕는다. 선천 상극을 보내고 상생을 생활화하여 도통진경을 구현하고 인존구현의 궁극적 소망을 실현한다. 상제께서 천지개벽을 하였다고 하여 곧바로 지상천국이 구현되는 것은 아니다. 신적 권능과 인간의 역할이 공공작용을 일으켜야 된다. 후천개벽 사회에는 공공부조로 말미암아 신선으로 살면서, ‘후천인 존엄’으로 인간품위를 새 밝힘 한다. 이로써 물질변화보다 정신개벽으로 인간개조에 성큼 다가섬을 알 수 있다.

이처럼 대순사상의 심우도는 파니카 관점의 ‘내재의 초월’ 유형의 영성추구로서, ‘지상천국건설-세계개벽’에 이르고, 후천개벽으로 인존구현을 일상생활로 가시화한다. 또한 이러한 관점은 타자에게 지속적인 도움을 주고자 점수벌판, 시장에 다시 돌아와서 보살실천 운동을 이어가는 대승불교 십우도의 ‘초월의 내재’ 유형의 영성추구 방식과 구별되는 특징을 제시한다.

Footnotes

2. Panikkar, Raimond, Mysticism and Spirituality (New York: Orbis Books, 2014), p.266. 대순사상의 신교(神敎)는 신을 향한 초월지향이면서 개개인의 내면의 도(道)와 상관연동을 이루기에, 기독교의 신앙 방식에서 나타나는 하나님을 통한 초월지향의 구원유형, ‘초월의 초월’과 구분된다고 할 것이다.

3. 켄 윌버, 『켄 윌버의 신』, 조옥경ㆍ김철수 옮김, (서울: 김영사, 2016), pp.82-83. 윌버는 개인적 차원과 문화적 차원은 ‘상관적 교환(relational exchange)’의 패턴으로 묶여 있다고 말한다.

4. 김용환, 『영성인문학 토대의 윤리교육』 (서울: 좋은 기업 위드, 2018), pp.269-270. 우드노우(Robert Wuthnow)는 새로운 가르침의 ‘구도형 영성’을 성문화된 ‘거주형 영성’과 구분하였다.

5. ‘귀면와(鬼面瓦)’는 괴수 같은 귀신 얼굴을 입체 조각한 원두방형(圓頭方形) 기와. 귀면와는 원래 수면(獸面)을 무섭게 의장화한 것으로 악귀의 침입을 방지하려는 벽사(辟邪)의 상징으로 목조 건물의 마루와 사래 끝에 장식한 것이며, 귀신을 쫓고자 도깨비 얼굴을 새겨 장식한 기와를 말한다.

7. 안유경, 「천명도설의 결정체, 심통성정도」 『유교사상연구』 60, 2015, p.13.

10. 『退溪先生文集』 卷18 「答寄明彦別紙」, “此理本然之體 氣隨寓發見而無不到者 此理至神之用也”

13. 『주자대전』 권52, 「答吳伯豊」, “大抵陰陽有以循環言者, 有以對待言者.”

14. 『설문해자』 권14, 「대북 한경무화서업공사」, 민국 69년, p.788.

16. 『여유당전서』, 「中庸講義補」 ‘천명지위성절(天命之謂性節)’, “聖人作易, 以陰陽對待, 爲天道爲易道而已.”

17. 『전경』, 교운 2장 42절, “당시에 奉祝呪ㆍ眞法呪ㆍ二十八宿呪ㆍ二十四節呪ㆍ心經道通呪ㆍ七星呪ㆍ願戴呪ㆍ觀音呪ㆍ解魔呪ㆍ伏魔呪ㆍ陰陽經ㆍ運合呪ㆍ開闢呪ㆍ玉樞統ㆍ太極呪ㆍ明耳呪ㆍ五方呪ㆍ五臟呪ㆍ九靈三精呪ㆍ曳鼓呪 등이 주문으로 쓰였으나 대부분이 전하지 않고 몇 주문만이 전하여 오니라.”고 한다.

18. 같은 책, 공사 2장 16절.

19. 1984년 5월 1일, 도전(都典) 박우당(朴牛堂)의 훈시.

21. 1984년 5월 1일, 도전 박우당의 훈시.

22. 1984년 5월 3일, 도전 박우당의 훈시.

23. 『전경』의 「음양경(陰陽經)」에서는 “신과 인간이 화(和)하여 만 가지 일이 이루어지고, 신과 인간이 합(合)하여 백 가지 일[工]이 이루어진다(神人和而萬事成, 神人合而百工成).”라고 한다.

24. “명덕(明德)을 수행하고 재덕(才德)을 계발하여 지선(至善)에 이르도록 힘써 나가야 한다.”(『대순지침』, p.46.)는 말씀에 근거하여 덕을 명덕과 재덕으로 범주화할 수 있다고 보았다. 명덕은 사람이 태어날 때부터 마음에 갖추고 있는 선한 본성을 말하는 것으로 ‘마음의 덕(心德)’을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재덕이란 타고난 면이 없다고 할 수 없지만 경험과 노력을 통해 후천적으로 습득한 ‘재능’이다. 이 중에 명덕은 근본으로서 재덕의 바탕이 된다. 명덕이 바탕을 이루지 않고서는 재덕은 그 가치를 상실한다.

25. 1989년 2월 10일, 도전 박우당의 훈시.

27. 같은 책, 교법 3장 35절, “선천에는 ‘모사(謀事)가 재인(在人)하고 성사(成事)는 재천(在天)이라’하였으되 이제는 모사는 재천(在天)하고 성사는 재인(在人)이니라.”

33. 같은 책, 공사 3장 29절.

34. 같은 책, 예시 73절.

35. 노길명, 「증산의 평등사상」 『증산사상연구』 4 (서울: 증산사상연구회, 1978), p.120.

36. 강재언, 『한국의 개화사상』, 정창렬 옮김 (서울: 비봉출판사, 1994), p,325

38. 같은 책, 교법 3장 4절.

39. 같은 책, 교운 1장 16절.

42. 1991년 4월 20일, 도전 박우당의 훈시.

43. 『전경』, 행록 1장 2절, “이곳은 예로부터 봉래산(蓬萊山)ㆍ영주산(瀛洲山) 일명 신선봉(一名 神仙峰)ㆍ방장산(方丈山)의 세 산이 삼신산(三神山)으로 불리어 오던 곳이로다.”

44. 『대순진리회요람』에서 ‘신앙대상’의 ‘구천상제(九天上帝)’를 ‘구천응원뇌성보화천존’으로 밝혔다. 천지음양 동정의 ‘옥추(玉樞)’ 의미는 허시성 편역, 『옥추보경』 (서울: 명문당, 2017), pp.79-81참조.

45. 언급한 1991년 4월 20일, 도전 박우당 훈시에 따르면, “심우도는 도를 찾는 그림이다. 소도 흰 소다. 흰 소에서 흰 백(白: jdaos-31-0-165-g5)은 인산(人山)이고 인산(人山)은 선(仙)이니 흰 소 또한 도(道)를 가리킨다. 흰 소를 찾고 나면 우리가 바라는 것을 완전히 다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라고 했다.

47. 같은 책, 행록 5장 35절.

48. 경허성우, 「尋牛頌: 異類中事」 『鏡虛集』 (『韓佛全』 제11책), p.630下.

49. 같은 책, p.630上.

51. 경허성우, 앞의 책, p.630中.

53. 경허성우, 「震應講伯答頌」, 『鏡虛集』 (『韓佛全』 제11책), p.639中, “頓悟雖同佛, 多生濕氣生. 風靜波尙湧, 理顯念猶侵.”

55. 김용환, 「경허성우 심우행의 윤리교육 함의연구」, 『윤리교육연구』, 제 48집, 2018. p.23. 불교 십우도는 검은 소에서 흰 소로 바뀌고 업(業)을 정화하는 ‘초월의 내재’ 관점으로 대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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