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urnal of Daesoon Academy of Sciences
The Daesoon Academy of Sciences
연구논문

음양론 관점에서 본 서왕모(西王母) 인식 변화 고찰

조민환1,*
Min-hwan Jo1,*
1성균관대학교 교수
1Professor, Academy of East Asian Studies, Sungkyunkwan University
*E-mail: jomh@skku.edu

© Copyright 2022, The Daesoon Academy of Sciences. This is an Open-Access article distributed under the terms of the Creative Commons Attribution Non-Commercial License (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nc/3.0/) which permits unrestricted non-commercial use, distribution, and reproduction in any medium, provided the original work is properly cited.

Received: Jul 25, 2022 ; Revised: Sep 05, 2022 ; Accepted: Sep 14, 2022

Published Online: Sep 30, 2022

국문요약

서왕모(西王母) 존숭 현상은 고금에 걸쳐 중국은 물론 한국에서도 많은 관심의 대상이 되었던 이른바 ‘문화적 흐름’의 한 현상을 엿볼 수 있는 대상에 해당한다. 서왕모에 관한 이같은 문화적 흐름을 이해하는 것은 동아시아 여성과 관련된 신화는 물론 여성관의 변모를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 가부장제 사회의 정착과 더불어 여신과 남신의 관계도 점차 차이에서 차별의 관계로 만들어진다. 이에 여성은 의미를 부여하는 주체보다는 의미를 부여받는 대상으로 변화함에 따라 여신의 탈신성화가 일어나게 된다. 본고는 여신의 탈신성화 경향에 나타난 여신의 남신의 보조자 혹은 배우자로 탈바꿈하는 이런 변천 과정에는 음양론 사유가 작동하고 있음을 서왕모 인식 변화에 초점을 맞추어 살펴보았다. 음양론은 중국의 철학은 물론 문화와 역사 및 예술을 이해하는 관건인데, 이런 점은 신화와 여성이란 주제에도 그대로 적용되었다. 서왕모가 반인반수(半人半獸)의 여신으로 규정되다가 여선으로 변모하는 과정에서 특히 주목할 것은 이른바 절대 미인이면서 예술적 재능을 가진 인물로 묘사된다는 점이다. 본고에서는 이같은 절대미인이면서 예술적 재능을 가진 서왕모에 대한 인식에는 음양론 차원에서 이해된 여인상 및 가부장제 사회에서 남성이 바라는 여인상에 대한 바람이 담겨 있다는 점을 밝혔다. 『산해경(山海經)』의 서왕모는 하늘의 재앙과 형벌을 주관하는 반인반수의 공포감을 주는 형상이지만, 한대에는 벽사(闢邪)와 기복(祈福)의 대상으로 신앙화되고, 위진남북조의 지괴소설(志怪小說)에서는 장생불사를 주관하는 여선(女仙)으로 변모하는 과정에 담긴 서왕모에 관한 인식 변화에는 음양론 관점에서 봤을 때 주대 종법제(宗法制)에 의한 가부장제 확립과 더불어 이후 형성된 음양론에서의 양 위주의 사유 및 남성 위주의 시선이 작동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Abstract

The phenomenon of veneration for Queen Mother of the West [西王母 Chn: Xiwangmu Kr: Seowangmo] is a ‘cultural flow’ that has garnered great interest not only in China but also in Korea for many years. To properly understand the cultural trend regarding the Queen Mother of the West, it is essential to view the related mythology as it corresponds to East Asian women as well as the transformation of society’s view of women. In addition to the outcomes that result from the establishment of a patriarchal society, the relationship between goddesses and gods gradually becomes a relationship of discrimination based upon differences. Accordingly, as women change into objects that are given meaning rather than subjects that give meaning, the de-sacredization of the goddess occurs.

This paper focused on the changes in the perception of the Queen Mother of the West from the view of Yin-Yang theory. This approach shows a transition process of transforming wherein she has morphed into an assistant or spouse of a god as part of a trend that deemphasizes the divinity of her as a stand-alone goddess. Yin-Yang theory is the key to understanding culture, history, and art as well as Chinese philosophy. This key can be further applied to the theme of women in mythology. What is particularly noteworthy about the process by which the Queen Mother of the West was defined as a goddess is that she was original described as half-human and half-beast and yet by the time her depictions became fully human and fully woman, she was described instead as an absolute beauty endowed with great artistic talent. In this paper, it will be revealed that the perception of the Queen Mother of the West, as an absolute beauty and artistic talent, is embedded with the male societal desire for an image of the feminine as understood via Yin-Yang theory.

Queen Mother of the West as she was depicted in the Classic of Mountains and Seas (山海經 Chn: Shanhaijing Kr: Sanhaegyeong) had a half-human half-beast form that instilled people with fear of disasters and punishments from heaven. However, in the Han Dynasty, her religious significance became that of an object to ward off evil and attain blessings. By the time of the novel, Tales of the Strange (志怪小說 Chn: Zhiguaixiaoshuo Kr: Jigoesoseol), from the Wei, Jin, Southern and Northern Dynasties, she was transformed into a goddess in the image of beautiful woman in charge longevity and immortality. From the perspective of Yin-Yang theory, the changes in the perception of Queen Mother of the West was found to contain the following meaning: as an extension of the establishment of a patriarchal system and subordinate laws, her new form was made to be pleasing to the male gaze and Yin-Yang theory was brought in to support those changes later.

Keywords: 서왕모; 음양론; 산해경; 여선; 여신
Keywords: Queen Mother of the West [西王母]; Yin-Yang Theory; Classic of Mountains and Seas [山海經]; goddess; Female Immortal

Ⅰ. 들어가는 말

동아시아신화를 여성에 초점을 맞추면 복희(伏羲=包犧)와 짝을 이루는 여와(女媧)를 비롯하여 많은 여신(女神)이 등장하는데, 이런 여신은 이후 여선(女仙)으로 변화 과정을 겪는 특징이 있다. 그 대표적인 대상이 바로 서왕모(西王母)1)다. 도교 차원에서는 서왕모, 남악위부인(南岳魏夫人), 마고(麻姑), 하선고(何仙姑)를 ‘사대여신’이라고 병칭하고, 그 가운데 서왕모의 지위를 가장 높이 평가한다. 서왕모는 반인반수(半人半獸)로 여신, 혹은 도(道)를 체득한 인물 등으로 규정되다가 점차적으로 남성의 사랑을 받는 여선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거친다.2) 서왕모 존숭 현상은 고금에 걸쳐 중국은 물론 한국3)에서도 많은 관심의 대상이 되었던 이른바 ‘문화적 흐름’4)의 한 현상을 엿볼 수 있는 대상에 해당한다. 서왕모에 관한 이같은 문화적 흐름을 이해하는 것은 동아시아 여성과 관련된 신화는 물론 여성관의 변모를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

가부장제 사회의 정착과 더불어 여신과 남신의 관계도 점차 차이에서 차별의 관계로 만들어진다. 이에 여성은 의미를 부여하는 주체보다는 의미를 부여받는 대상으로 변화함에 따라 여신의 탈신성화가 일어나게 된다.5) 본고는 여신의 탈신성화 경향에 나타난 여신의 남신의 보조자 혹은 배우자로 탈바꿈하는6) 이런 변천 과정에는 음양론 사유가 작동하고 있음을 서왕모 인식 변화에 초점을 맞추어 동아시아 신화와 여성에 대한 일면을 고찰하기로 한다. 음양론은 중국의 철학은 물론 문화와 역사 및 예술을 이해하는 관건인데, 이런 점은 신화와 여성이란 주제에도 그대로 적용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서왕모가 반인반수의 여신으로 규정되다가7) 이후 주목왕(周穆王)부터 시작하여 한무제(漢武帝) 때에 여선으로 변모하는 과정에서 주목할 것은 이른바 절대 미인이면서 예술적 재능을 가진 인물로 묘사된다는 점이다.

본고에서는 이같은 절대미인이면서 예술적 재능을 가진 서왕모에 대한 인식에는 음양론 차원에서 이해된 여인상 및 가부장제 사회에서 남성이 바라는 여인상에 대한 바람이 담겨 있다는 점을 밝히고자 한다.8)

Ⅱ. 유가와 도가의 음양론에 관한 개괄적 이해

먼저 서왕모에 대한 음양론적 이해를 돕기 위해 유가와 도가의 음양론을 개괄적으로 보기로 한다. 왜냐하면 서왕모에 대한 다양한 규정은 음양론과 매우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기 때문이다. 유가와 도가는 모두 음과 양을 통해 우주론 및 인간의 다양한 삶에 적용한다. 하지만 음과 양에 대한 인식에서는 차이점을 보인다.

노자는 ‘부음포양(負陰抱陽)’이라는 차원에서 출발하되 음과 양이 조화롭게 묘융(妙融)하는 관점을 제시한다. 만물은 음과 양 두 기운에 의해 형성된다고 하지만 음과 양에 대해 가치론적 차별을 부여하지 않는다.9) 이같은 노자의 음양론은 장자에게 그대로 적용된다. 장자는 음양론을 보다 다양하게 펼치고 있는데, 우선 음양이 각각 순서를 지켜가면서 변화하는 것은 자연 변화의 본질이라고 한다.10) 『장자』 「칙양」에서는 음양을 천지와 대비하여 천지는 형의 큰 것이고, 음양은 기의 큰 것이란 것을 말한다.11) 『장자』 「천운」에는 황제가 음과 양의 조화를 통해 소리가 길고 짧고, 부드럽고 굳셀 수 있어 변화가 가지런하면서 어느 하나의 고정된 형식으로 연주되지 않는 함지악(咸池樂)을 음양론을 적용하여 규명하고 있다.12) 『장자』 「선성」에서는 무위자연의 세계가 실현된 지일(至一)의 세계를 말하는데, 그 구체적인 것으로 옛사람이 혼망(混芒)한 가운데 담막(澹漠)함을 얻은 때에는 음양이 조화를 이루어 귀신이 소란을 피우지 않고, 사철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만물은 해를 입지 않고, 온갖 생물은 천수를 다하고, 사람을 앎이 있어도 쓸데가 없었음을 말한다.13) 이같은 사유 등에서 강조하는 것은 자연 변화의 본질에 해당하는 음과 양의 조화로움이다.

『장자』 「칙양」에서는 소지(少知)가 사방의 내와 육합의 속에서 만물이 생한 것은 무엇 때문에 일어났는가 하는 질문에 대해 대공조(大公調)는 음양이 서로 비추면서 서로 돕고 서로 다스리는 과정에서 사계절이 서로 교대하면서 서로 낳고 죽인다는 것으로 말한다.14) 이에 음양의 불화는 자연재해를 낳고 환난을 야기한다고 한다.15) 『장자』 「외물」에서는 음양이 섞이면[錯行] 천지가 크게 놀라서 천둥, 번개, 벼락같은 것을 일으켜 큰 홰나무가 불타는 일이 벌어진다고 말한다.16) 아울러 『장자』 「경상초」에서는 남을 해치는 것에는 음양보다 큰 것은 없기에 천지 사이에서 도망갈 것이 없지만 그렇다고 음양이 해치는 것이 아니라 사람 마음이 해친다는 것을 말한다.17) 음양의 기운이 문제가 되면 신체에 병이 생기고18) 아울러 인간 신체의 균형을 무너트린다고 하여 인간의 건강, 장수 및 사생과 관련된 음양론을 전개하기도 한다.19) 이처럼 노장에서는 음양을 통해 우주 자연의 변화와 원리 및 생사, 자연 변화, 인간의 질병 등을 설명하지만 기본적으로 음과 양을 차별화하지 않는다.

유가도 기본적으로 음양을 통해 우주 자연의 변화와 원리 및 생사, 자연 변화, 인간의 다양한 모습 등을 규명하지만 음과 양을 가치적으로 평가할 때는 노장과 다른 점이 있다. 유가는 천은 음양을 통해 만물을 화생(化生)하였다는 관점을 견지하는데,20) 이것은 유가 우주론의 기본에 해당한다. 『중용』에서는 귀(鬼)와 신(神)을 각각 음과 양과 연계하여 이해한다.21) 『중용』에서 음양의 운동성에 대해 선후를 나눌 수 없다22)는 ‘음양무시(陰陽無始)’를 말한 사유는 장자의 음양론과 동일하다. 다만 음과 양에 대한 가치론 측면에서는 차별상을 보인다. 유가가 제시한 음양론에는 기본적으로 『주역』 「계사전상」에서 말하는 “하늘은 존귀하고 땅은 비천하다. 양으로서 하늘[乾]과 음으로서 땅[坤]의 지위가 정해졌다”23)라는 차별적 사유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이런 사유는 구체적으로 음양의 관계에 적용한다. 즉 양과 음을 각각 ‘선과 악’24)으로 대입하는 것을 비롯하여, ‘선과 후’, ‘시(施)와 수(受)’ 등으로 구분 혹은 선후성을 말하는 것25)으로 나타난다.

유가에서는 음과 양을 방위와 연계하여 이해할 때는 양은 동, 음은 서에 적용한다. 이런 점은 제사를 지내는데 예를 표하는 제물과 악기 등과 같이 하나의 기물이라도 다 음양의 이치가 있다고 본다. 이에 양을 상징하는 동과 음을 상징하는 서에 각각 자리매김할 것을 요구한다.

천도는 지극한 가르침이고 성인은 더할 수 없는 덕이다. 묘당의 위에 뇌존(罍尊)은 동에 있고, 희준(犧尊)은 서에 있다. 묘당의 아래에 현고(縣鼓)는 서에 있고 응고(應鼓)는 동에 있다. 임금은 동에 있고 부인은 방에 있다. 대명(大明=日)은 동에서 나오고 달은 서에서 나온다. 이것은 음양의 분수고 부부의 위치이다.26)

음과 양을 남성성과 여성성 및 방위와 생사 관념에 적용하면, 양은 남성성, 동쪽, 생(生)으로 규정한다. 음은 여성성, 서쪽, 사(死)로 규정한다. 예(禮)와 악(樂)을 음양론에 적용할 때는 악은 양, 예는 음이라고 본다.27) 아울러 악과 예를 각각 ‘양과 천’ 및 ‘음과 지’와 연계하여 규정한다.28) 이같은 음양이 조화로우면 만물이 각각의 생을 온전히 잘 영위할 수 있다고 여긴다.29) 이밖에 주희는 마음의 드러남도 ‘양선음악(陽善陰惡)’이란 측면에서 파악한다.30) 『논어』에서는 이상적인 인간으로서 성인을 규명할 때는 음양합덕을 강조하는데, 공자의 이상적인 ‘중화 인간상’에 대한 언급31)이 그것이다. 이런 점과 달리 군자와 소인의 차별상을 음과 양에 적용하는 사유를 보인다.32) 유가에서는 매우 많은 정황에다 음양론을 적용하고 있고, 때론 차별화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상 본 음양론 사유는 신화에서 그대로 적용된다. 예를 들면 본고에서 논하고자 하는 동왕부(東王父 = 東王公 = 東王木公)와 서왕모가 각각 양과 음을 상징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이같은 유가와 도가의 음양론 가운데 서왕모에 대한 이해에는 주로 음양의 차별상을 강조하는 유가의 음양론이 작동하고 있다. 이제 이런 유가의 음양론을 서왕모의 전모를 이해하는 데에 적용하여 규명해 보자.

Ⅲ. 음양론 관점에서 이해된 서왕모

여신과 여선은 인성의 측면에서 볼 때 모두 음적 속성에 속한다.33) 이런 점을 『산해경』에 나타난 서왕모의 거처와 용모와 관련하여 이해해보자. 특히 음이 서쪽 이미지와 관련이 있다는 점에 주목하자.

서해의 남쪽에 유사(流沙)의 물가, 적수(赤水)의 뒤, 흑수(黑水)의 앞에 큰 산이 있는데 곤륜(崑崙)의 언덕이라 부른다. 신이 – 얼굴은 사람이고 몸은 호랑이로서, 무늬 있는 꼬리가 있는데34) 두 흰색이다 - 살고 있다. 그 아래 약수(弱水)의 연못이 둘러싸고 있으며 그 바깥쪽에는 염화(炎火)의 산이 있는데 물건을 던지면 즉시 태워버린다. (그곳에) 어떤 사람이 있는데 ‘머리꾸미개[勝]’를 쓰고 호랑이 이빨에 표범 꼬리를 하고서 동굴 속에 산다. 그를 서왕모라고 부른다. 이 산에는 오만가지가 다 있다.35)

기본적으로 반수반인의 서왕모가 거처하는 방위와 다양한 형상 및 정황 묘사는 음적 이미지와 관련이 있다. 음양론 차원에서 볼 때, 앞서 본 바와 같이 동쪽이 생의 상징이라면 서쪽은 사를 상징한다. 어두운 동굴은 양의 이미지가 밝은 것을 의미하는 것에 비해 음적 이미지다. 인간의 삶을 성도(城都)가 상징하는 문명 공간이 양의 이미지라면, 산수가 상징하는 자연공간은 음의 이미지다. 『주역』에서는 양과 음을 자연 변화와 관련하여 양과 봄의 상징으로서 ‘운종룡(雲從龍)’의 현상을, 음과 가을의 상징으로서 ‘풍종호(風從虎)’의 현상을 말하고 있는 것36)을 적용하면, 서왕모의 호랑이 이빨에 표범 꼬리는 음과 서쪽을 상징한다.

‘적수의 뒤’, ‘흑수의 앞’이란 것을 오행에 적용하면, 적수는 남, 흑수는 북이란 점에서 서왕모가 거처하는 곤륜구는 서쪽에 해당한다. 아울러 오행으로서 서쪽의 색은 백색이 된다. 염화산의 강력한 화기를 통한 죽음도 음적 이미지다. 이같은 호랑이와 표범 등을 오행에 적용하면 금이 되고, 이에 서왕모를 다른 이름으로 일컬을 때는 ‘금(金)’자를 붙여 일컫게 된다. 이밖에 곤륜산에 ‘오만가지가 다 있다’는 것은 이후 불사의 여신 상징인 서왕모가 여신으로서 모든 만물을 낳는 기능적 측면과 현상을 기술한 것이 아닌가 한다. 결과적으로 천제의 여자로서 서왕모는 태음(太陰)의 정령(精靈)37)에 해당한다. 도교 상청파(上淸派)에서는 서왕모를 ‘만기(萬氣)의 어머니’38)라고도 한다. 이같은 음양론 시각에서 규정하는 서왕모에 대한 것은 두광정(杜光庭)의 『용성집선록ㆍ서(墉城集仙錄ㆍ敘)』에 잘 나타난다. 두광정은 서왕모에 대해 동쪽을 상징하는 동왕공과 대비하여 기술하고 있다.

서왕모는 구영태묘귀산(九靈太妙龜山)의 금모(金母)로서 호는 태영구광귀대금모(太靈九光龜臺金母)이고 또 금모원군(金母元君)이라고 하니, 이에 서화(西華)의 지묘(至妙)한 통음(洞陰)의 지극히 존귀한 신이다. 옛날에 도기(道氣)가 응결하고 고요할 때 담박하게 무위를 체득하고 현공(玄功)을 열고 나아가 만물을 화생하고자 하였다. 먼저 (도기 가운데) 동화(東華)의 지극히 참된 기운이 변화함으로써 목공을 낳았다. 목공은 벽해(碧海) 가의 창령(蒼靈)한 언덕에서 태어났는데 양화(陽和)의 기운을 주관함으로써 동방을 다스리니 왕공이라고 호를 하였다. 또 서화(西華)의 지극히 묘한 기운이 화함으로써 금모를 낳았다. 금모는 신주(神洲)의 이천(伊川)에서 낳았으니, 그 성은 구씨(緱氏)다. 낳자마자 비상하였는데, 음령(陰靈)의 기를 주로 함으로써 서방을 다스렸다. 또한 왕모라고도 호를 하니, 모두 태무(太無)를 빼어내 바탕으로 하고 신의 현오(玄奧)함을 길렀다. (서왕모는) 서방의 아득한 가운데에서 대도(大道)의 순수한 정기를 나누고 기를 맺어 형체를 이루었다. 동왕목공과 음양 두 기운을 함께 다스리면서 천지를 양육하고 만물을 빚어 고르게 하였다. 유순한 근본을 체득하여 극음(極陰)의 으뜸이 되니 서방에 위치를 짝하면서 만물을 양육하였다. 천상천하와 삼계 시방에 여자가 신선에 오르고 도를 얻은 것은 모두 서왕모에 예속되었다.39)

서왕모를 ‘금모’라고 하는 것은 바로 오행에서 서쪽을 금으로 규정한 것과 관련이 있다. 도기(道氣)가 분화되어 형성된 동왕목공과 서왕모라는 두 가지 신이 행하는 공능성과 관련된 천지 양육과 만물 도균(陶鈞)의 의미를 여러 가지 차원에서 기술하는 점을 음양론과 연계하여 보자. 동화(東華), 양화(陽和) 등으로 일컬어지는 동목공을 동왕부라고 하는데, 동목공에서의 ‘목’은 오행에서 동쪽을 상징한다. 당연히 부가 양의 속성이라면 모는 음의 속성에 해당한다. 서화(西華), 통음(洞陰), 태무(太無)는 서쪽을 상징하는 금모의 속성 및 본질에 해당한다. 두광정은 이런 점을 구체적으로 ‘일음일양(一陰一陽)’하는 자연의 변화 및 원리에 적용하여 목공과 금모에 대한 지위를 밝히고 있다.

또 일음일양하는 도의 묘용에 의해 만물을 재성(裁成)하고 군형(群形)을 잉육(孕育)하니, 낳고 낳음이 멈춤이 없이 새롭고 새로운 것이 서로 이어진다. 이 때문에 하늘은 덮고 땅은 실어, 청한 기운과 탁한 기운이 그 공을 같이한다. 해가 비추고 달이 임하여 주야에 그 작용을 가지런히 한다. 이 두 가지 상을 빌려 나의 삼재를 이룬다. 그러므로 목공[동쪽의 동왕공]은 진방(震方)에서 주인이 되고, 금모는 태택(兌澤)에서 존경을 받아 남진(男眞)과 여선(女仙)의 지위가 다스려지는 바가 밝게 드러난다.40)

동쪽의 동왕공인 목공을 진방에 적용한 것은 문왕(文王)의 ‘후천팔괘’에서 볼 때 진방이 동쪽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서쪽의 서왕모인 금모를 ‘태택’에 적용한 것은 문왕의 ‘후천팔괘’에서 볼 때 서쪽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일음일양하는 자연의 현상과 그 질적 차이를 각각 해와 달 및 ‘긍정적’인 청한 기운과 ‘부정적’인 탁한 기운에 적용하고 있는 점에 주목하자. 일음일양하는 과정에 담긴 생생(生生)하는 이치의 측면을 품물을 재성(裁成)하고, 군형(群形)을 잉육(孕育)한다는 내용을 통해 규정하지만 청과 탁이란 관점이 적용되면 음과 양은 차별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남성을 혈연의 중심으로 보는 종법제가 실시됨과 동시에 형성된 남성 위주의 가부장제 사회에서는 여신이나 여선의 경우도 ‘양선음악’과 ‘양주음종(陽主陰從)’이란 적용을 피할 수 없게 된다.

동아시아 신화에서 여신 혹은 여선에 대한 규정 중 주목할 것은 여신과 여선에 관한 ‘음유지미(陰柔之美)’를 통한 미에 대한 기술이다. ‘양강지미(陽剛之美)’는 주로 남신과 관련된 남성성, ‘음유지미’는 주로 여신과 관련된 여성성으로 규정할 수 있는데, 서왕모의 경우는 특히 음유지미와 관련하여 장식미인이란 점을 강조한다는 데 그 특징이 있다. 이런 점을 절세미인이되 특히 장식미인의 특징을 보이는 서왕모의 용모와 관련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Ⅳ. 절세미인으로서 장식미인인 서왕모의 음유지미

앞서 기술한 서왕모의 이상과 같은 언급에서 주목할 것은 무시무시한 반수반인의 서왕모가 ‘머리꾸미개’를 하고 있다는 이른바 ‘여성성’과 관련된 것이다. 전통적으로 중국문화에서 미인을 말할 때 사용하는 용어들이 많다. ‘우유 빛 피부의 엉긴 기름[凝脂]’, ‘방정한 매미 이마와 초승달 모양처럼 길게 굽은 누에 눈썹[螓首蛾眉]’, ‘붉은 입술과 흰 이[丹唇皓齒]’ 등이 그것이다. 『시경(詩經)』 「석인(碩人)」이란 시를 보자.

삘기의 하얀 새싹같이 고운 손에, 기름 엉긴 것이 눈 같은 살결

희고 긴 굼뱅이같은 목덜미에, 가지런한 박씨같은 흰 이

매미 같은 방정한 이마에 초생달 같은 나비 눈썹

어여쁜 웃음에 오목 보조개, 아름다운 눈매에 검은 눈동자.41)

유가에서는 진정한 미인의 조건으로 외적 형식미 차원에서 몸매가 갖추어지고 얼굴이 예뻐야 하지만 보다 더 근본적인 것은 내적 내용 차원에서 마음이 고와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그 마음이 곱다는 것은 학식과 인품이 동시에 갖추어진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회사후소(繪事後素)’42)로 상징되는 ‘백색 미인’43)은 서왕모가 서쪽을 상징하는 차원의 백색과는 다른 차원에 속한다.

다음 내면의 반영으로서 미적인 것을 규정하지만 외적인 옷차림새도 미적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유가는 계신공구(戒愼恐懼)를 요구하는 신독(愼獨)과 관련해 ‘성중형외(誠中形外)’44) 사유를 말하면서 항상 몸가짐을 단정히 하라는 경외(敬畏)적 몸가짐과 마음상태를 견지한다. 동시에 극기복례(克己復禮)와 관련된 외적 차원의 ‘제외양중(制外養中)’45), ‘제외안내(制外安內)’46) 등을 강조한다. 외적인 몸가짐의 단정함과 행동거지의 정제엄숙함은 내면의 마음가짐을 반영함과 동시에 외적 행동을 단속한다. 이런 점에서 외적 옷차림을 통해서 ‘나는 이런 사람’이란 것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옷은 인격’이란 말도 한다. 이처럼 의복은 단순 신체를 보호하는 실용성을 넘어선 철학적, 수양론적 의미가 있다.47) 이런 점을 상기하면서 후대 절대미인으로 규정된 서왕모의 장식화된 미에 대한 형용을 보자.

머리를 장식하고 다듬는 것으로 남성에게는 갓이 있다면 여성에게는 ‘머리꾸미개[勝]’이란 것이 있다. 남성의 갓은 정제됨 몸가짐을 하기 위한 도구지만 여성에게의 ‘승’은 한걸음 더 나아가 자신의 외모를 꾸며 아름다움을 더하기 위한 장식이란 면이 있다. 이에 『산해경』의 서왕모에 관한 또 다른 기록을 보자.

서왕모는 작은 안석에 기대어 있는데 ‘머리꾸미개[勝]’를 하고 있다. 남쪽에는 세 마리 푸른 까마귀[靑烏]가 있는데 서왕모를 위해 음식을 마련한다. 곤륜허(崑崙虛)의 북쪽에 있다.48)

다시 서쪽으로 350리를 가면 옥산(玉山)이란 곳인데, 이는 서왕모가 거처하는 곳이다. 서왕모는 그 형상이 사람같지만, 호랑이 이빨에 표범 꼬리를 하고서 ‘휘파람[嘯]’을 잘 분다. 더부룩한 머리에 머리꾸미개[勝]’를 꽂고 있다. 그녀는 하늘의 재앙과 형벌을 주관하고 있다.49)

이상 서왕모에 관한 세가지 기술에서 ‘옥(玉)으로 만든’50) 머리꾸미개를 하고 있다는 것은 공통적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다른 점이라면 이곳 두 번째 기술에서는 ‘더부룩한 머리’에 머리꾸미개를 하고 있다고 하여 더부룩한 머리를 강조하는 것이다. 이밖에 두 가지 기술 중 전자의 경우는 서왕모를 모시는 청오(靑烏)가, 후자의 경우에는 서왕모가 ‘휘파람[嘯]’을 잘 분다는 것이 첨가되어 있다. 이곳에서는 일단 더부룩한 머리에 머리꾸미개를 꽂고 있다는 기술에 주목하고자 한다. 이런 정황과 관련해서는 두 가지 판단이 가능하다. 하나는 더부룩한 머리를 묶기 위해서 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자신을 꾸미기 위해 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본고에서는 후자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남성의 경우 더부룩한 머리라도 일반적으로 머리꾸미개를 통해 머리를 묶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이렇게 추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왕모의 머리꾸미개는 장식화된 인위적 장식미인의 서막을 알리는 장치라고 본다. 머리꾸미개는 표범 꼬리와 호랑이 이빨이 주는 남성성의 무서운 양강(陽剛) 이미지와 반대되는 유약(柔弱)한 음유적 여성 이미지에 해당한다.51) 머리꾸미개를 계절에 적용했을 때는, 화사한 봄의 이미지와 연결하여 이해한다. 『예기』 「월령(月令)」에서는 모춘(暮春) 시절의 새52)를 ‘대승(戴勝)’이라 한다. 이후 머리꾸미개는 진대(晉代)에서 유행하고, 당대에 이르면 여성들이 자신의 용모를 꾸미기 위한 도구로 사용된다.

두광정의 『용성집선록』 「서왕모전」은 서왕모의 변천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의미가 있다. 서왕모는 『산해경』에 나오는 반인반수의 모습에서 벗어나 인간화와 더불어 절대미인이라는 반전이 일어나기 때문이다.53) 서왕모가 봉발로서 머리꾸미개를 하고 있고 호랑이 이빨을 하면서 휘파람을 잘 분 것은 서왕모의 사신인 백방의 백호이지 서왕모의 ‘진형(眞形)’은 아니라는54) 점에서 서왕모의 외모와 관련된 장식화된 미인의 전형을 기술하는 것이 그것이다.

『장자』 「대종사」에서는 “서왕모는 도를 얻어 소광산(少廣山)에 거처하는데, 언제 태어났는지 언제 죽었는지 알 수 없다”55)라고 하여 서왕모를 도의 체득자로 묘사한다. 『장자』에는 『산해경』처럼 서왕모를 반인반수의 모습으로 형상해 공포감을 준다거나 혹은 죽음과 형벌을 관장하는 이미지는 전혀 없다. ‘시작도 알 수 없고 그 끝도 알 수 없다’는 사유를 다른 관점으로 본다면 서왕모가 상징하는 불사의 관념으로 이해가 된다. 이런 서왕모의 불사 관념은 다른 차원에서는 『한무내전(漢武內傳)』에서는 20~30대 정도의 젊은 여인으로 묘사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나이가 들었지만 젊음을 유지하고 있다는 예로는 『장자』 「소요유(逍遙遊)」에서 막고야산(藐姑射山)의 신인(神人)이 처녀와 같은 아름다움과 피부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56)을 들 수 있다. 여기서 막고야산에 사는 신인이 여성인가 남성인가에 대한 논란이 있을 수 있는데, 비유하는 전반적인 것을 보면 여성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나이가 들었지만 피부색 등이 처녀와 같다는 표현은 남성에게 거의 쓰지 않기 때문이다.57) 『장자』 「대종사(大宗師)」에는 남백자규(南伯子葵)가 도는 배울 수 있는가 하는 질문을 하는 대상으로 설정된58) 여우(女偊)59)가 나이가 들였음에도 불구하고 피부 색깔이 처자 같다는 것도 하나의 예다. 여우의 피부 색깔이 처자 같다는 것은 섭생(攝生)을 잘한 결과다.60)

그럼 이처럼 나이가 들었지만 여전히 젊음을 유지하고 있다는 서왕모 외모와 관련된 기술을 보자. 두광정이 묘사한 서왕모의 형상은 장식화된 여인상이다.

자운(紫雲)의 연(輦)를 타고, 아홉가지 반린(斑麟)을 몰면서, 천진(天真)의 채찍을 허리에 두르고 금강의 신령한 옥새 노리개를 차고, 황금 비단의 옷을 입은 모습이 문채가 선명하고 금빛 광채가 혁혁한 모습의 서왕모는 허리에는 경색(景色)의 검을 나누어 차고, 나는 구름 모양[飛雲]의 큰 띠를 매고, 머리 위에는 화계(華髻)를 하고, 태진(太眞)의 별모양의 끈이 달린 관을 쓰고, 네모난 옥에 봉황 무늬가 있는 신을 신고 있는데, 나이는 20여 세 정도 된다. 천연의 자태는 농염하고 영묘한 얼굴은 절세미인이니 참으로 신령한 사람이다.61)

‘자운(紫雲)’은 상서로움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도교 색채가 깃들어 있다. ‘9마리’의 ‘9’는 황제를 상징하듯이 지존(至尊)의 경지를 의미한다. 타고 있는 수레를 형용하는 것, 몰고 있는 용, 들고 있는 채찍, 차고 있는 옥쇄 노리개, 입고 있는 황금 의복, 허리에 차고 있는 경색의 검, 비운(飛雲) 모양의 큰 띠, 머리를 장식하는 머리꾸미개와 쓰고 있는 관, 더 나아가 신발까지 봉황 무늬가 있는 외모와 장식은 그 어느 것 하나 속된 것이 없는 고귀하면서도 존엄한 신분임을 보여준다. 이런 형상은 최상층 신분의 전형적인 꾸밈새로서 장식미인의 절대 표본에 해당한다. 주목할 것은 이같은 외적 장식적 요소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얼굴이 매우 아름답고 20여 세 정도 되는 절대미인이란 여성관에 담긴 유미주의 요소다.

이같은 절대미인의 서왕모는 남성이라면 황제를 비롯한 그 어떤 남성이라도 함께 하고자 하는 여선으로 변한다. 더 나아가 도연명 같은 경우는 서왕모가 장수와 더불어 술을 마음껏 먹을 수 있게 부탁하는 대상으로 여긴다.62) 송정화는 『목천자전』에서 서왕모가 『산해경』의 반인반수 형태에서 벗어나 인간화되기는 했지만 그녀의 외모는 큰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한 점에 주목하고, 아울러 도연명(陶淵明)은 『독산해경(讀山海經)』에서 서왕모의 아름다운 미모를 부각하고 있다고 진단한다.63) 한 걸음 더 나아가 교태를 머금은 아름다운 여인과 연관하여 이해하는 경향도 있다.64) 이같은 서왕모에 담긴 변천은 음양론 관점에서 볼 때 남성이 요구하는 여성상의 한 면모를 잘 보여준다.

이밖에 절대미인으로 형상화된 왕모가 제왕을 비롯하여 문인들에게 사랑을 받은 또 다른 이유는 서왕모가 휘파람[嘯]을 잘 불었다는 것과 관련된 음악적 요소라고 본다. 휘파람은 도교 차원에서는 연기(煉氣)에 속하는 방법이다.65) 장소(長嘯)66) 혹은 서소(舒嘯)67) 등으로 구분되는 휘파람[嘯]은 주로 흥이 일어났을 때 부는 경우가 많지만 이밖에도 다양한 정황에서도 휘파람은 불리운다. 탈속적이고 은일적인 삶을 영위하는 가운데 흥이 일어났을 때, 혹은 세상을 질시하는 비분강개함, 울분이나 자신의 원대한 포부를 실현하지 못하는 울적한 마음과 비운을 한탄할 때 휘파람을 분다. 때론 거만함과 고고함 및 광태로 내재된 영혼을 표출하는 방식, 혹은 마음속에 있는 큰 뜻을 ‘장소’에 붙여서 행하는 행위부호 혹은 소쇄자족(瀟灑自足)한 생명 상태, 생명 부호에 해당하기도 한다.68)

일단 서왕모가 불렀던 휘파람은 호랑이가 포효하듯 무엇인가 위력과 위협을 의미하는 소리 혹은 강력한 기운을 소리로 이해된다.69) 이런 휘파람이 음악적 요소와도 관련이 있음에 주목하자. 서왕모를 ‘악신(樂神)’으로 보는 것은 바로 이 휘파람을 잘 부는 것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70) 악기가 자연의 본질과 거리가 먼 인공 조탁(彫琢)의 의미가 있다면 휘파람은 자유자재하면서 질박한 자연 본성과 자신의 개성과 마음 상태를 자유자재로 표현할 수 있는 ‘자연의 至音’에 해당한다.71) 서진(西晉) 성공수(成公綏)가 『소부(嘯賦)』에서 ‘장소(長嘯)의 기묘함은 성음의 지극한 것임을 알겠다’는 것을 참조하면72) 휘파람이 음악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이해했음을 알 수 있다.

『한무제내전(漢武帝內傳)』[혹은 ‘한무내전’]73)에서도 서왕모의 절세 용안(容顏)에 대한 유사한 기술이 나오는데74), 이런 장식미인이면서 유미주의적 서왕모에 대한 미적 관념은 유가의 경전인 『시경』 「관저(關雎)」에서 말하는 요조숙녀(窈窕淑女)가 ‘군자호구(君子好逑)’라는 차원의 여성상75), 「도요(桃夭)」에서 말하는 가실(家室)을 화목하게 하는 결혼적령기에 도달한 복숭아같은 여성상76)과 다르다. 특히 「석인(碩人)」에서 말하는 ‘회사후소’ 차원의 백색 미인과 다르다. 아울러 초(楚) 시인인 송옥(宋玉)이 「고당부(高堂賦)」에서 말하는 ‘천지 사이[陰陽]’의 다양한 장식을 통해 농염한 미색을 한 몸에 갖춘 절대미인이면서 농염한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무산(巫山)의 미녀’77)와도 다른 점이 있다. 서왕모가 절세미인의 여선으로 변화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동양문명권에서는 여신도 여성으로 읽히기 때문에 그 시대에 요구되는 음적인 음유지미(陰柔之美) 차원의 여성적인 이미지 확보의 여부에 따라 그 사활이 결정되기 때문이다78) 이처럼 남성이 바라는 음유지미의 전형을 보인 절대미인이면서 음악적 재능이 있는 서왕모는 불사 관념을 제외하고도 제왕과 역대 문인사대부 및 일반대중들도 함께하면서 사랑을 받을 수 있는 다양한 요소를 지닌 여선이 될 수 있었다.

Ⅴ. 나오는 말

유가는 공자가 ‘괴력난신(怪力亂神)’79)을 배제한 사유의 영향을 받아 신화가 깃들일 공간을 제한하였다. 상대적으로 도가와 도교는 신화 혹은 ‘괴력난신’을 통해 유가와 다른 철학과 미학을 전개하는 특징을 보였다. 특히 장자는 우언(寓言) 형식을 통한 다양한 신화80) 및 신인(神人)에 관한 기술81)을 통해 비문명화된 세계의 자연의 원형을 이해할 수 있는 사유를 제공하고, 아울러 불사 혹은 생사에서 자유로운 조물자와 함께 하는 인간상을 제시하여 유가와 다른 차원의 우주론과 인간관을 피력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불사를 상징하는 서왕모 신화는 일정 정도 노장 혹은 도교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하지만 서왕모가 계층을 가리지 않고 두루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따로 있었다.

서왕모를 절대미인으로 보는 사유에는 오늘날 양성평등 사회에서 매우 성차별적이면서 불편한 점이 담겨 있다. 그런데 이런 점을 동아시아 신화와 여성이란 주제에 적용하면 그 불편함과 차별성은 그다지 크게 부각되지 않는다. 그 하나의 예로 제왕은 물론 문인사대부로부터 일반 서민들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사랑을 받았던 서왕모에 대한 인식 변천을 들 수 있다. 주목왕(周穆王)과 서왕모의 사랑을 그린 『목천자전(穆天子傳)』에서는 여선으로서 서왕모가 주목왕과 함께 시를 나누고 재회의 소망을 피력하는 것82)을 통해 ‘여성으로서 남성과 교감이 가능한 대상’83)으로 변한다. 『산해경』에서 최초의 야성적이고 중성적인 이미지는 이제 사라지고 인간의 이상적 미의 동경에 부합하는 여신의 이미지가 형성되게 된다. 그것은 서왕모가 이제 가부장제 사회에서 요구하는 여성상의 하나로 자리가 매김된 것을 의미한다. 이 과정에서 주목할 것은 『목천자전』의 주인공이 서주(西周)의 주목왕84)이라는 것이다. 서주 시대는 종법제에 의한 가부장제의 확립이 이루어진 시대로서, 주(周) 문왕(文王)의 ‘후천팔괘도(後天八卦圖)’가 상징하듯 음양관의 차별화가 적용된 시대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인류 창조 신화에 남신이 출현하는 것은 바로 부계 씨족 시대의 남녀 양성의 사회적 지위의 변화를 반영한다.85) 즉 모계사회에서 부계사회로의 변화는 신화 속 여신에 대한 인식 변화와 관련이 있다. 양강지미(陽剛之美)를 잘 보여주는 영웅으로서의 황제(黃帝)를 비롯하여 복희[包犧] 등의 남성신들은 백성들을 보호하고 농경사회에 이로움을 주는 인물로 기록된다.86) 이런 점에 비하여 여신에 대한 관념은 시대가 흐름에 따라 변화를 겪는데, 그 변화의 중심에는 음양론이 작동하게 된다. 구체적으로 서왕모의 경우 여신에서 여선으로 변화하고 그 과정에 절대미인으로 규정되거나 혹은 사랑의 대상으로 변모하게 되는데87), 이런 변화에는 남성이 바라는 여성상과 시선이 담겨 있다. 남성과 함께하면서 즐길 수 있는 여성상의 한 단면을 서왕모가 차지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산해경』의 서왕모는 하늘의 재앙과 형벌을 주관하는 반인반수의 공포감을 주는 형상이지만, 한대에는 벽사(闢邪)와 기복(祈福)의 대상으로 신앙화되고, 위진남북조의 지괴소설(志怪小說)에서는 장생불사를 주관하는 여선(女仙)으로 변모한다.88) 서왕모에 대한 이같은 인식 변화를 음양론 관점에서 본다면 주대 종법제에 의한 가부장제 확립과 더불어 이후 형성된 음양론에서의 양 위주의 사유 및 남성 위주의 시선이 작동하고 있다.89) 이에 동아시아 신화와 여성에 대한 음양론적 이해에는 동아시아 신화와 여성의 특징이 담겨 있음을 알 수 있다.

Notes

서왕모(西王母)는 몇가지 명호(名號)가 있다. 구령태묘귀산금모(九靈太妙龜山金母), 태령구광귀태금모(太靈九光龜台金母), 금모원군(金母元君) 등이 그것이다. 금모(金母)는 오행에서 서쪽을 상징하는 ‘금’과 관련이 있다.

서왕모에 관한 전반적인 것은 鄭志明 主編, 『西王母信仰』 (臺北: 南華管理學院出版, 1997) 참조.

한국에서의 서왕모 수용과 그 요인에 대해서는 정재서, 「한국의 서왕모 수용과 그 요인」, 『한국언어문화』 73 (2020) 참조.

정재서, 『산해경과 한국문화』 (서울: 민음사, 2019), p.268 참조.

송정화, 『중국여신연구』 (서울: 민음사, 2007), p.17-19 참조.

李冗, 『獨異志』(卷下), “昔宇宙初開之時, 只有女媧兄妹二人在昆侖山, 而天下未有人民, 議以爲夫妻, 又自羞恥. 兄即與其妹上昆侖山, 兄曰, 若遣我兄妹二人爲夫妻而煙悉合. 若不, 使煙散. 於是煙即合, 其妹即來就兄, 乃結草爲扇, 以障其面. 今時人取婦執扇, 象其事也.” 참조.

서왕모가 한대에 신격화되는 것에 대해서는 유강하, 「서왕모의 신격에 대하여 : 한대(漢代) 문헌과 문물을 통한 서왕모의 신격 탐색」 『중국어문학지』 25 (2007) 참조.

서왕모에 관한 논의는 많지만 본고와 연계하여 본다면 정재서, 『산해경과 한국문화』(서울: 민음사, 2019); 송정화, 『중국여신연구』 (서울: 민음사, 2007); 유강하, 「서왕모의 신격에 대하여 : 한대(漢代) 문헌과 문물을 통한 서왕모의 신격 탐색」, 『중국어문학지』 25 (2007) 등이다. 정재서는 산해경이 한국문화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를 통사적으로 밝히고 있다. 송정화는 중국여신에 대한 다양한 면모를 잘 정리하고 있다. 유강하는 한대에 신격화된 서왕모의 전모를 밝히고 있다. 이상의 논의들은 서왕모의 역사적 변천과 전모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하지만 본고처럼 음양론과 미학의 관점에서 접근하여 서왕모의 인식 변화를 밝힌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본고의 의의가 있다고 본다.

『老子』 42장, “道生一, 一生二, 二生三, 三生萬物. 萬物負陰而抱陽.”

『莊子』, 「知北遊」, “天下莫不沈浮, 終身不顧. 陰陽四時運行, 各得其序. 惛然若亡而存, 油然不形而神, 萬物畜而不知. 此之謂本根, 可以觀於天矣.”

『莊子』, 「則陽」, “是故天地者, 形之大者也. 陰陽者, 氣之大者也.”

『莊子』, 「天運」, “吾又奏之以陰陽之和, 燭之以日月之明. 其聲能短能長, 能柔能剛, 變化齊一, 不主故常.”

『莊子』, 「繕性」, “古之人, 在混芒之中, 與一世而得澹漠焉. 當是時也, 陰陽和靜, 鬼神不擾, 四時得節萬物不傷, 群生不夭, 人雖有知, 无所用之, 此之謂至一. 當是時也, 莫之爲而常自然.

『莊子』, 「則陽」, “少知曰, 四方之內, 六合之裏, 萬物之所生惡起. 大公調曰, 陰陽相照, 相蓋相治. 四時相代, 相生相殺.”

『莊子』, 「列禦寇」, “爲外刑者, 金與木也. 爲內刑者, 動與過也. 宵人之離外刑者, 金木訊之. 離內刑者, 陰陽食之. 夫免乎外內之刑者, 唯眞人能之.”

『莊子』, 「外物」, “陰陽錯行, 則天地大絯, 於是乎有雷有霆, 水中有火, 乃焚大槐.”

『莊子』, 「庚桑楚」, “寇莫大於陰陽, 无所逃於天地之間. 非陰陽賊之, 心則使之也.”

『莊子』, 「在宥」, “人大喜邪. 毗於陽. 大怒邪. 毗於陰. 陰陽竝毗, 四時不至, 寒暑之和不成, 其反傷人之形乎.”

『莊子』, 「大宗師」, “子祀往問之. 曰, 偉哉夫造物者, 將以予爲此拘拘也. 曲僂發背, 上有五管, 頤隱於齊, 肩高於頂, 句贅指天. 陰陽之氣有沴, 其心閒而無事.” 및 『莊子』, 「在宥」, “我爲汝遂於大明之上矣, 至彼至陽之原也. 爲汝入於窈冥之門矣, 至彼至陰之原也. 天地有官, 陰陽有藏, 愼守汝身, 物將自壯. 我守其一以處其和, 故我修身千二百歲矣, 吾形未常衰.” 참조.

『中庸』 1장, “天命之謂性”에 대한 朱熹의 주, “天以陰陽五行化生萬物, 氣以成形, 而理亦賦焉, 猶命令也. 於是人物之生, 因各得其所賦之理, 以爲健順五常之德, 所謂性也.”

『中庸』 16장. “子曰, 鬼神之爲德, 其盛矣乎. 視之而弗見, 聽之而弗聞, 體物而不可遺.”에 대한 주희의 주, “愚謂以二氣言, 則鬼者陰之靈也, 神者陽之靈也. 以一氣言, 則至而伸者爲神, 反而歸者爲鬼, 其實一物而已 … 鬼神無形與聲, 然物之終始, 莫非陰陽合散之所爲, 是其爲物之體, 而物所不能遺也.” 참조.

黎靖德 編, 『朱子語類』 권1 「理氣上」, “問, 太極解何以先動而後靜, 先用而後體, 先感而後寂. 曰, 在陰陽言, 則用在陽而體在陰, 然動靜無端, 陰陽無始, 不可分先後.”

『周易』, 「繫辭傳上」 1장, “天尊地卑, 乾坤定矣.”

周敦頤 『太極圖說』에 대한 朱熹의 주, “然形生於陰, 神發於陽, 五常之性, 感物而動, 而陽善陰惡, 又以類分, 而五性之殊, 散爲萬事. 蓋二氣五行, 化生萬物, 其在人者又如此.” 朱熹ㆍ呂祖謙 編, 『近思錄』 권1 「道體」(太極圖說) 참조.

『周易』, 「繫辭傳上」 1장, “乾知大始, 坤作成物.”에 대한 주희의 주, “陽先陰後, 陽施陰受, 陽之輕淸者未形而, 陰之重濁有跡也.”

『禮記』, 「禮器」, “天道至敎, 聖人至德. 廟堂之上, 罍尊在阼, 犧尊在西. 廟堂之下, 縣鼓在西, 應鼓在東. 君在阼, 夫人在房, 大明生於東, 月生於西, 此陰陽之分, 夫婦之位也.” 음과 양을 적용한 보다 구체적인 것은 鄭玄 注, 孔穎達 疏, 『禮記正義』, “此一節明天道用教以示人, 聖人則放之以爲德, 故君立於阼以象日, 夫人在西房以象月. 天道至教者, 謂天垂日月以示人, 以至極而爲之教. 聖人至德者, 聖人法天之至極而爲德. 廟堂之上, 罍尊在阼, 犧尊在西者, 罍尊在阼, 謂夫人所酌也. 犧尊在西, 謂君所酌也. 廟堂之下, 縣鼓在西, 應鼓在東者, 縣鼓謂大鼓也, 在西方而縣之. 應鼓謂小鼓也, 在東方而縣之.” 참조.

『禮記』, 「樂記」, “天高地下, 萬物散殊, 而禮制行矣. 流而不息, 合同而化, 而樂興焉. 春作夏長, 仁也. 秋斂冬藏, 義也. 仁近於樂, 義近於禮. 樂者敦和, 率神而從天. 禮者別宜, 居鬼而從地. 故聖人作樂以應天, 制禮以配地. 禮樂明備, 天地官矣.”

『禮記』, 「郊特牲」, “樂由陽來者也, 禮由陰作者也, 陰陽和而萬物得.” 이 사유에 관한 보다 구체적인 것은 鄭玄 注, 孔潁達 疏, 『禮記正義』, “樂由陽來者也者, 此明樂也. 陽, 天也. 天氣化, 故作樂象之, 樂以氣爲化, 是樂由陽來者也. 陽化, 謂五聲八音也. 禮由陰作者也者, 陰, 地也. 地以形生, 故制禮象之, 禮以形爲教, 是禮由陰作也.” 참조.

『禮記』, 「樂記」, “是故大人擧禮樂, 則天地將爲昭焉. 天地訢合, 陰陽相得, 煦嫗覆育萬物, 然後草木茂, 區萌達, 羽翼奮, 角觡生, 蟄蟲昭蘇, 羽者嫗伏, 毛者孕鬻, 胎生者不殰, 而卵生者不殈, 則樂之道歸焉耳.” 참조.

黎靖德 編, 『朱子語類』 권16 「大學3 傳6章」「釋誠意」(328), “所謂誠其意者, 毋自欺也.”에 대한 주희의 주, “心之所發, 陽善陰惡, 則其好善惡惡, 皆爲自欺, 而意不誠矣.”

『論語』, 「述而」, “子溫而厲, 威而不猛, 恭而安.”에 대한 朱熹의 주, “人之德性本無不備, 而氣質所賦, 鮮有不偏, 惟聖人全體渾然, 陰陽合德, 故其中和之氣見於容貌之間者如此.” 참조.

『論語』, 「爲政」, “子曰, 君子周而不比, 小人比而不周.”에 대한 주희의 주, “君子小人所爲不同, 如陰陽晝夜, 每每相反. 然究其所以分, 則在公私之際, 毫釐之差耳.”

잔스촹, 『여성과 도교』, 안동준ㆍ김영수 옮김 (서울: 여강, 1993), p.68.

郭璞, 『山海經注』, “言其尾以白爲點駮.”

『山海經』, 「大荒西經」, “西海之南, 流沙之濱, 赤水之後, 黑水之前, 有大山, 名曰崑崙之丘. 有神 -人面虎身, 有文有尾, 皆白- 處之. 其下有弱水之淵環之, 其外有炎火之山, 投物輒然. 有人, 戴勝. 虎齒, 有豹尾, 穴處, 名曰西王母. 此山萬物盡有.”

『周易』, 「乾卦」 九五爻 爻辭의 「文言傳」, “雲從龍, 風從虎.”

郭象 注, 成玄英 疏, 『南華真經注疏』 卷七, “王母, 太陰之精也, 豹尾, 虎齒, 善笑.”, 張君房 编, 『雲笈七籤』 卷100, “崑崙山北玉山之神人也. 西王母太陰之精, 天帝之女也.”, 『軒轅黃帝傳』, “神人西王母者, 太陰之精, 天帝之女也.” 등 참조.

『上清靈寶大法』 卷26 「行道章」, “自一氣而生三氣, 三氣生九氣, 九氣生萬氣. 三氣之主, 一氣之尊, 元始上帝也. 九氣之祖, 青童道君(東霞木公上相靑童道君)也. 萬氣之母, 西方王母也.” 참조.

杜光庭, 『墉城集仙錄』, 「西王母傳」, “西王母者, 九靈太妙龜山金母也, 一號太靈九光龜臺金母, 亦號曰金母元君, 乃西華之至妙, 洞陰之極尊. 在昔道氣凝寂, 湛體無爲, 將欲啟迪玄功, 生化萬物, 先以東華至真之氣, 化而生木公焉. 木公生於碧海之上, 蒼靈之墟, 以主陽和之氣, 理於東方, 亦號曰王公焉. 又以西華至妙之氣, 化而生金母焉. 金母生於神洲伊川, 厥姓緱氏. 生而飛翔, 以主陰靈之氣, 理於西方, 亦號王母, 皆挺質太無, 毓神玄奧, 於西方眇莽之中, 分大道純精之氣, 結氣成形. 與東王木公共理二氣, 而育養天地, 陶鈞萬物矣. 體柔順之本, 爲極陰之元, 位配西方, 母養群品. 天上天下, 三界十方, 女子之登仙者得道者, 咸所隸焉.”

杜光庭, 『墉城集仙錄』(敘), “又一陰一陽, 道之妙用, 裁成品物, 孕育群形, 生生不停, 新新相續. 是以天覆地載, 清濁同其功, 日照月臨, 晝夜齊其用. 假彼二象, 成我三才, 故木公主於震方, 金母尊於兌澤, 男真女仙之位, 所治照然.”

『詩經』, 「衛風ㆍ碩人」, “手如柔荑, 膚如凝脂. 領如蝤蠐, 齒如瓠犀, 螓首蛾眉. 巧笑倩兮, 美目盼兮.”

『論語』, 「八佾」, “子夏問曰, 巧笑倩兮, 美目盼兮, 素以爲絢兮. 何謂也. 子曰, 繪事後素. 曰, 禮後乎. 子曰, 起予者商也. 始可與言詩已矣.” 참조.

‘석인(碩人)’의 미의 특징으로 거론하는 것은 백색이란 점이다. ‘석인’에 미에 대한 주희(朱熹)의 주, “茅之始生曰荑. 言柔而白也. 凝脂, 脂寒而凝者, 亦言白也. 領, 頸也. 蝤蠐, 木蟲之白而長者. 瓠犀, 瓠中之子, 方正潔白而比次整齊也. 螓, 如蟬而小, 其額, 廣而方正. 蛾, 蠶蛾也. 其眉細而長曲. 倩, 口輔之美也. 盼, 黑白分明也.” 참조.

『大學』 6章, “所謂誠其意者, 毋自欺也, 如惡惡臭, 如好好色, 此之謂自謙(慊), 故君子必愼其獨也 … 此謂誠於中, 形於外. 故君子必愼其獨也. 富潤屋, 德潤身, 心廣體胖. 故君子必誠其意.” 참조.

『近思錄』, 「克己」, “四者, 身之用也, 由乎中而應乎外, 制於外, 所以養中也.” 참조.

程頤, 「心箴」, “箴曰, 心兮本虛, 應物無迹. 操之有要, 視爲之則. 蔽交於前, 其中則遷, 制之於外, 以安其內, 克己復禮, 久而誠矣.” 참조.

『禮記』, 「表記」, “是故君子服其服, 則文以君子之容, 有其容, 則文以君子之辭, 遂其辭, 則實以君子之德. 是故, 君子恥服其服而無其容, 恥有其容而無其辭, 恥有其辭而無其德, 恥有其德而無其行, 是故, 君子衰絰則有哀色, 端冕則有敬色, 甲冑則有不可辱之色.” 참조.

『山海經』, 「海內北經」, “西王母梯几而戴勝杖, 其南有三靑烏, 爲西王母取食, 在崑崙虛北.”

『山海經』, 「西次三經」, “又西三百五十里, 曰玉山, 是西王母所居也. 西王母其狀如人, 豹尾虎齒而善嘯, 蓬髮戴勝, 是司天之厲及五殘.”

郭璞, 『山海經注』, “勝,玉勝也.” 참조.

여성의 ‘머리꾸미개[勝]’는 ‘화채(花彩)’라고도 하는데, 蔡俊生은 『산해경』에서 머리꾸미개를 한 인물인 서왕모는 수령이고 최소한 한 집단의 대표 인물이라고 추측한다. 蔡俊生, 「神話與現實 : 中國史前時代兩性關係的投影」, 閔家胤 主編, 『陽剛與陰柔的變奏 : 兩性關係和社會模式』 (北京: 中國社會科學院出版社, 1995), p.40.

『禮記』, 「月令」, “是月也, 命野虞無伐桑柘. 鳴鳩拂其羽, 戴勝降于桑. 具曲植蘧筐, 后妃齊戒親東鄕躬桑, 禁婦女毋觀, 省婦使, 以勸蠶事. 蠶事旣登, 分繭稱絲效功, 以共郊廟之服, 無有敢惰. 是月也, 命工師令百工審五庫之量. 金鐵, 皮革筋, 角齒, 羽箭幹脂膠丹漆, 毋或不良.” 참조.

杜光庭, 『墉城集仙錄』, 「西王母傳」, “戴華勝, 佩靈章, 左侍仙女, 右侍羽童, 寶蓋沓映, 羽旗廕庭. 軒砌之下, 植以白環之樹, 丹剛之林, 空青萬條瑤幹. 千尋無風, 而神籟自韻, 瑯然皆九奏八會之音也. 神洲在昆侖之東南, 故爾雅云西王母日下是矣. 又云王母蓬發戴勝、虎齒善嘯者, 此乃王母之使金方白虎之神, 非王母之真形也.”

杜光庭, 『墉城集仙錄』 권1, 「金母元君」, “又雲, 王母蓬發戴勝, 虎齒善嘯者, 此乃王母之使, 金方白虎之神, 非王母之真形也.” 송대 진경원(陳景元)도 『南華真經章句音義』 「大宗師ㆍ得道妙」에서 “山海經雲北海之渚有神, 人面烏身, 珥兩青蛇, 踐兩赤蛇, 名禺強, 北極山名, 西王母. 西王母傳雲, 西王母者, 姓維氏, 字婉衿, 九靈太妙龜山金母也. 乃西華至妙洞陰之極尊, 戴華勝, 佩虎章, 昆侖山穴名曰少廣, 王母常居焉. 不復生死, 莫知始終. 曰蓬發戴勝, 虎齒善嘯者, 此乃王母之使金方白虎之神, 非王母之真形也.”라고 하여 『산해경』의 반인반수(半人半獸)로서의 서왕모에 대한 기술은 서왕모의 진형(眞形)이 아니라는 것을 수록하고 있다.

『莊子』, 「大宗師」, “西王母得之, 坐乎少廣. 莫知其始, 莫知其終.”

『莊子』, 「逍遙遊」, “肩吾問於連叔曰, 聞言於接輿, 大而無當, 往而不返. 吾驚怖其言, 猶河漢而無極也. 大有逕庭, 不近人情焉. 連叔曰, 其言謂何哉. 曰, 藐姑射之山, 有神人居焉, 肌膚若冰雪, 綽約若處子.”

‘고(姑)’라는 용어는 주로 여성신 등을 거론할 때 주로 사용한다. 마고(麻姑), 포고(鲍姑), 화고(花姑), 서선고(徐仙姑), 구선고(구仙姑) 및 하선고(何仙姑) 등이 그 예다. 이 우화에서 막고야산의 신인을 남성이 아닌 여성으로서 볼 수 있다면, 여신으로의 위대한 역량을 대지를 가진 것으로 강조한 우언(寓言)으로 이해된다. 남신이 아닌 여신이란 점을 통해 여신의 위대함을 강조한 장자가 강조하는 만물제동(萬物齊同)의 사유와 합치되는 면이 있다.

『莊子』, 「大宗師」, “南伯子葵問乎女偊曰, 子之年長矣, 而色若孺子, 何也. 曰, 吾聞道矣. 南伯子葵曰, 道可得學邪.”

여우(女偊)에 대해 송대 진경원(陳景元)은 『南華真經章句音義』 「大宗師ㆍ才道相胥」에서 “옛날 도를 지니고 있었던 여인[古之有道女人也]”이라고 풀이한다.

『莊子』, 「大宗師」 위 문장에 대한 成玄英 疏, “女偊, 古之懷道人也. 孺子, 猶稚子也. 女偊久聞至道, 故能攝衛養生, 年雖老, 猶有童顏之色, 駐彩之狀. 既異凡人, 是故子葵問其何以致此也.”

杜光庭, 『墉城集仙錄』, 「西王母傳」, “王母乘紫雲之輦, 駕九色斑龍, 帶天真之策, 佩金剛靈璽, 黃錦之服, 文彩鮮明, 金光奕奕, 腰分景色之劍, 結飛雲大綬, 頭上華髻, 戴太真晨纓之冠, 躡方瓊鳳文之履, 可年二十許. 天姿奄藹, 靈顏絕世, 真靈人也.”

陶淵明, 「讀山海經」(其五), “翩翩三靑鳥, 毛色奇可憐. 朝爲王母使, 暮歸三危山. 我欲因此鳥, 具向王母言. 在世無所須, 唯酒與長年.”

송정화, 『중국여신연구』 (서울: 민음사, 2007), p.283.

丁澤, 「上元日夢王母獻白玉環」(『全唐詩』 281권 所收.), “서리를 보는 듯 하얀 자태에 달을 보는 듯한 광채와 곡선(似見霜姿白, 如看月彩彎)” 및 劉復, 「遊仙」(『全唐詩』, 305권 所收.), “왕모는 어찌 그리 그윽하고 고운지 옥같이 맑고도 부드럽네(王母何窈眇, 玉質清且柔)” 등과 같은 시들은 서왕모의 친밀한 여성성을 더욱 강조한 것에 속한다. 자세한 것은 김금남, 「돈황사를 통해 본 당ㆍ오대 서북지역의 중원문화 수용」, 『중국문학연구』 51 (2013) 참조.

잔스촹, 『도교와 여성』, 안동준ㆍ김영수 옮김 (서울: 여강, 1993), p.241.

王維, 「竹裏館」, “獨坐幽篁裏, 彈琴復長嘯, 深林人不知, 明月來相照.”

陶淵明, 「歸去來辭」, “登東皐以舒嘯, 臨淸流而賦詩.”

특히 『世說新語』에 나타난 당시 위진명사들의 ‘음소(吟嘯)’, ‘풍소(諷嘯)’, ‘장소(長嘯)’ 등은 당시 암울한 현실에 대한 그들의 저항심리와 비분강개함을 표현한 행위부호 혹은 소쇄자족(瀟灑自足)한 생명상태, 생명부호에 해당한다.

孫廣, 『嘯旨』, 「深溪虎章」 第三, “深溪虎者, 古之善嘯者, 聽溪中處聲而寫之也. 雄之余, 怒之末, 中商之初, 壯逸寬恣, 略不屈撓. 若當夏郁蒸華果四合, 特宜爲之. 始於內激, 既藏又含, 外激而沈, 終於五少而五太, 則深溪虎之音備矣.” 참조.

蕭兵, 『楚辭與神話』 중 「西王母以猿猴爲圖騰考」 (南京: 江蘇古籍出版社, 1987) 부분 참조.

成公綏, 「嘯賦」(『文選』 卷18), “曲既終而響絕, 餘遺玩而未已, 良自然之至音, 非絲竹之所擬. 是故聲不假器, 用不借物, 近取諸身, 役心禦氣. 動唇有曲, 發口成音, 觸類感物, 因歌隨吟.”

成公綏, 『嘯賦』, “知長嘯之奇妙, 蓋亦音聲之至極.”

명청대에 한(漢)의 반고(班固) 혹은 진(晉)의 갈홍(葛洪)이 지었다고 설이 있었는데, 정확한 근거는 없고, 후인이 위탁(偽托)한 것이라고 본다.

『漢武帝內傳』, “王母上殿東向坐, 著黃金褡縟, 文采鮮明, 光儀淑穆. 帶靈飛大綬, 腰佩分景之劍, 頭上太華髻, 戴太真晨嬰之冠, 履玄璚鳳文之舄. 視之可年三十許, 修短得中, 天姿掩藹, 容顏絕世, 真靈人也.” 참조.

『詩經』 「國風ㆍ周南」의 「關雎」, “關關雎鳩,在河之洲。窈窕淑女,君子好逑.”

『詩經』 「國風ㆍ周南」의 「桃夭」, “桃之夭夭, 灼灼其華. 之子于歸, 宜其室家.”

宋玉, 「高堂賦」, “須臾之間, 美貌橫生. 曄兮如華, 溫乎如瑩. 五色並馳, 不可殫形, 詳而視之, 奪人目精. 其盛飾也, 則羅紈綺繢盛文章, 極服妙采照萬方. 振繡衣, 被袿裳, 穠不短, 纖不長, 步裔裔兮曜殿堂. 忽兮改容, 婉若遊龍乘雲翔. 嫷披服, 侻薄裝. 沐蘭澤, 含若芳. 夫何神女之姣麗兮, 含陰陽之渥飾.”

송정화, 『중국여신연구』 (서울: 민음사, 2007), p.154.의 주 24 참조.

『論語』, 「述而」, “子不語怪, 力, 亂, 神.”

『莊子』, 「應帝王」의 ‘혼돈(混沌)’ 우화가 그것이다. 『莊子』 「應帝王」, “南海之帝爲儵, 北海之帝爲忽, 中央之帝爲渾沌. 儵與忽時相與遇於渾沌之地, 渾沌待之甚善. 儵與忽謀報渾沌之德, 曰, 人皆有七竅, 以視聽食息, 此獨無有, 嘗試鑿之. 日鑿一竅, 七日而渾沌死.”

앞서 본 『장자』, 「소요유」의 막고야산의 신인 우화가 그것이다.

欽定四庫全書本, 「穆天子傳」 卷三, “吉日甲子, 天子賓于西王母. 乃執白圭玄璧以見西王母, 好獻錦組百純, 素組三百純, 西王母再拜受之. 乙丑, 天子觴西王母于瑶池之上. 西王母爲天子謠曰, 白雲在天, 山陵自出. 道里悠遠, 山川間之. 將子無死, 尚能復來. 天子答之曰, 予歸東土, 和治諸夏. 萬民平均, 吾顧見汝. 比及三年, 將復而野.”

박혜경, 「당시(唐詩) 속의 서왕모 이미지의 기원과 활용」, 『東洋學』 61 (2015), p.24 참조.

周穆王(BC 1001~947)은 서주(西周) 5대 왕이다.

이에 관한 자세한 논의는 蔡俊生, 「神話與現實 : 中國史前時代兩性關係的投影」, 閔家胤 主編, 『陽剛與陰柔的變奏:兩性關係和社會模式』 (北京: 中國社會科學院出版社, 1995), pp.30-32 참조.

『周易』, 「繫辭傳下」, “古者包犧氏之王天下也, 仰則觀象於天, 俯則觀法於地, 觀鳥獸之文, 與地之宜, 近取諸身, 遠取諸物. 於是始作八卦, 以通神明之德, 以類萬物之情. 作結繩而爲罔罟, 以佃以漁, 蓋取諸離.” 참조.

서왕모 신화에 담긴 불사(不死) 관념의 약화는 당대 이후 삼세설(三世說)을 주장하는 불교 유입이 영향을 끼친 것은 아닌지 하는 추측을 해본다.

특히 서왕모의 궁궐 옆에 있는 아름다운 호수[瑤池]와 복숭아밭[蟠桃園]에서 벌인 잔치는 후대 회화 소재가 되기도 하였다. 자세한 것은 김정은, 「조선 후기 <요지연도(瑤池宴圖)>에 표현된 생명관 : 도교적(道敎的) 생명관을 중심으로」 (성균관대학교 박사학위 논문, 2020); 박본수, 『조선후기 요지연도의 현황과 유형』, 『한국민화』 7 (2016) 등 참조.

구체적으로 말하면, 주나라를 세운 문왕은 음과 양의 관계에서 음양차별적인 사유를 기초로 한 가부장제를 기본으로 한 종법제를 확립한다. 이같은 가부장제에 입각한 남녀차별적 사유는 『禮記』에서 음양론을 적용한 남녀 차별적인 사유로 공고화되는데, 서왕모에 대한 음양론적 이해에는 이같은 사유가 담겨 있다.

【참고문헌】

1.

『老子』.

2.

『莊子』.

3.

『中庸』.

4.

『太極圖說』.

5.

『周易』.

6.

『禮記』.

7.

『時經』.

8.

『南華真經注疏』.

9.

『漢武帝內傳』.

10.

程頤, 「心箴」.

11.

朱熹ㆍ呂祖謙 編, 『近思錄』 卷1 「道體」(太極圖說).

12.

郭璞, 『山海經注』.

13.

杜光庭, 『墉城集仙錄』, 正統道藏 本..

14.

『上清靈寶大法』, 正統道藏 本..

15.

김금남, 「돈황사를 통해 본 당ㆍ오대 서북지역의 중원문화 수용」, 『중국문학연구』 51, 2013. http://uci.or.kr/G704-000480.2013..51.008.

16.

김정은, 「조선 후기 <요지연도(瑤池宴圖)>에 표현된 생명관 : 도교적(道敎的) 생명관을 중심으로」, 성균관대학교 박사학위 논문, 2020..

17.

박본수, 『조선후기 요지연도의 현황과 유형』, 『한국민화』 7,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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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경, 「당시(唐詩) 속의 서왕모 이미지의 기원과 활용」, 『동양학』 61, 20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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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정화, 『중국여신연구』, 서울: 민음사, 2007..

20.

유강하, 「서왕모의 신격에 대하여 : 한대(漢代) 문헌과 문물을 통한 서왕모의 신격 탐색」 『중국어문학지』 25, 2007. http://uci.or.kr/G704-000539.2007..25.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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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스촹, 『여성과 도교』, 안동준ㆍ김영수 옮김, 서울: 여강, 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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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서 역주, 『산해경』, 서울: 민음사, 1996..

23.

정재서 역주, 『산해경과 한국문화』, 서울: 민음사,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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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서 역주, 「한국의 서왕모 수용과 그 요인」, 『한국언어문화』 73,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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黎靖德 篇, 『朱子語類』, 北京: 中華書局, 1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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鄭志明 主編, 『西王母信仰』, 衡阳: 南華管理學院出版, 1997..

28.

閔家胤 主編, 『陽剛與陰柔的變奏 : 兩性關係和社會模式』, 北京: 中國社會科學院出版社, 1995..

Appendices

부 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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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반인반수(半人半獸)의 표범 꼬리를 하고 있는 봉발(蓬髮)의 서왕모 상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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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머리를 ‘머리꾸미개[勝]’로 장식한 서왕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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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요지연도(瑤池宴圖)> : 서왕모가 곤륜산(崑崙山) 연못 요지(瑤池)에 주목왕(周穆王)을 초대해 연회를 베푸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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