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서론
본 연구는 동아시아 신종교 문화의 맥락에서 대순진리회의 위상과 특징을 고찰하고, 그 종교적 실천의 현대적 의미를 분석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특히, 한국, 중국, 일본 삼국의 신종교 문화 발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중국의 일관도와 일본의 천리교와 비교함으로써 한국 대순진리회의 보편성과 특수성을 밝히고자 한다. 중국의 일관도1), 일본의 천리교, 한국의 대순진리회는 동아시아 신종교 문화의 측면에서 출현한 시대적 상황, 지역적 대표성, 사회적 영향이라는 세 가지 측면에서 유사성을 지니므로, 비교 연구를 통해 한국 신종교로서 대순진리회의 특징을 도출할 수 있다.
19세기 말, 한국·중국·일본 사회는 서구 문명의 유입으로 인한 충격과 전통 질서의 변화라는 이중적 도전에 직면해야 했다. 이러한 사회적 상황 속에서 민중을 기저로 한 다양한 신종교 운동이 출현했다. 중국 본토에서는 일관도를 비롯한 여러 민간종교 운동이 전개되었으며,2) 일본에서는 천리교를 비롯한 다양한 유형의 민중종교들이 등장했다.3) 한국에서는 동학을 시작으로 증산교단을 포함한 여러 자생 신종교들이 민중사회운동4)을 활발히 전개하였다. 이러한 신종교들은 각국의 정치적·사회적 상황에 따라 서로 다른 형태의 조직으로 발전하였으나, 전통 종교문화의 창조적 계승, 현세 중심적 구원관의 제시, 민중 중심의 구세운동이라는 공통된 특징을 보였다. 특히 대순진리회는 강증산의 천지공사 사상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현대사회의 요구에 부응하는 독자적인 종교적 실천체계를 발전시켰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그동안 대순진리회에 대한 연구는 주로 교리나 사상적 측면에 집중되어 왔으며, 동아시아 신종교의 맥락에서 종교적 실천의 특징을 종합적으로 고찰한 연구는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특히 종교실천의 측면에서 대순진리회가 동아시아의 전통적 종교문화 요소들을 어떻게 수용하고 재해석하였는지, 그리고 이를 통해 현대 사회에서 어떠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지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이 필요한 시점이다.
본 연구는 비교종교학적 접근과 현장조사연구를 병행한다. 우선 문헌연구를 통해 한·중·일의 동아시아 신종교의 발전과정과 특징을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대순진리회의 종교적 실천이 지닌 보편성과 특수성을 고찰한다. 주요 연구 자료로는 『전경』, 『대순지침』 등 대순진리회의 기본 경전과 교단자료를 활용하며, 대순진리회, 천리교, 일관도와 같은 한·중·일 대표적 동아시아 신종교관련 학술논문자료들을 참고하여 연구를 진행한다. 현장 조사 연구는 여주 본부 도장과 주요 방면을 중심으로 실시하며, 다양한 의례 참여 관찰과 현장 답사를 통해 대순진리회의 종교적 실천이 현장에서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지를 분석한다. 종교 실천은 크게 종교의례, 종교교육, 대외적 사회활동의 세 가지 영역에서 이루어지는 양상을 중점적으로 살펴본다. 연구의 시간적 범위는 대순진리회가 창립된 1969년부터 현재까지로 설정하되, 그 사상적 연원을 이해하기 위해 강증산의 활동 시기까지 포함하여 검토한다. 공간적 범위는 한국을 중심으로 하되, 동아시아 신종교의 맥락을 고려하여 중국, 일본 등의 신종교 사례도 참고한다. 이번 연구를 통해 동아시아 신종교문화의 맥락에서 대순진리회가 지닌 종교적 실천의 특징을 보다 명확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며, 나아가 현대 사회에서 종교의 역할과 과제를 재고찰하는 데 중요한 시사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Ⅱ. 한·중·일 신종교의 발전과 특성
19세기 한·중·일의 동아시아 사회는 전통질서의 붕괴와 서구 문명의 충격이라는 이중적 위기에 직면하였다. 서구 강대국의 침략과 통상 요구로 인해 한·중·일 삼국은 근대화의 과정에서 중요한 역사적 사건을 겪었다. 중국의 경우 아편전쟁(1840~1842)을 계기로 서구 열강의 침략이 본격화되었고, 일본은 페리 제독의 내항(1853)을 기점으로 급격한 개국과 근대화를 추진하였으며, 조선은 강화도조약(1876) 이후 개항을 강요받았다. 이러한 격변기 속에서 동아시아의 전통적 종교문화는 심대한 변화를 겪게 되었다.
동아시아의 전통적 종교체계가 동요하는 가운데, 특히 한·중·일의 사회 대중은 현존하는 통치층에 대한 불만을 가졌고, 생활이 어려웠으며, 외부 세력의 침략으로 인한 국가와 민족 위기를 겪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나타난 신종교들은 의식, 수련, 선행 등의 다양한 활동을 통해 기층 민중에게 생활 개선과 심리적 위안을 제공하며, 새로운 이상세계의 도래에 대한 희망을 제시하였다. 또한 각국에서는 새로운 형태의 종교운동이 출현하였다. 중국에서는 태평천국운동을 시작으로 다양한 민간종교 운동이 전개되었고, 일본에서는 천리교를 비롯한 새로운 민중종교들이 등장했으며, 한국에서는 동학을 시작으로 증산교단을 포함한 다양한 민중운동 또는 일제시기의 여러 민족종교운동이 활발히 전개되었다.5) 각기 다른 국가의 사회적 배경 속에서 발전한 신종교들은 각기 다른 사회적 맥락에 따라 민간종교(民間宗教), 민중종교(民衆宗教), 민족종교(民族宗教)와 같은 개념으로 특정 지어 다양하게 칭해지고 있다.
한국의 신종교는 19세기 말 조선 사회의 정치적, 경제적, 사회문화적 혼란 시기에 탄생했다. 윤승용은 한국 신종교의 출현에 대한 주요 원인을 크게 네 가지로 정리하였다. 첫째, 조선 왕조의 세도 정치로 인해 민중의 불만이 커지면서 광범위한 농민 봉기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둘째, 서구 세력의 조선 사회 침입으로 근대화가 시작되었다는 점이다. 셋째, 외세 침략의 증대로 민중의 민족의식과 자각이 강화되었다는 점이다. 넷째, 일제강점기 동안 민족 항쟁과 서구 사상의 유입, 그리고 이후 산업화로 인해 민중의 사고방식과 가치관이 변화했다는 점이다.6) 비록 한국의 여러 신종교가 다양한 사회문화운동과 민족문화운동을 전개하며 민중의 지지를 받으며 발전했지만, 해방 이후 한국 사회에서 신종교는 정권과의 정치적 유대 관계, 그리고 일제강점기부터 이어져 온 ‘유사종교’라는 사회적 관점으로 인해 종교적 발전이 약화되었다.7)
중국의 경우, 쩡쯔밍의 연구에 따르면, 고대 중국의 역대 정권(왕조)은 불교, 도교, 그리고 조정의 제사만을 인정했으며, 민중 고유의 종교 형태는 무시되었고, 학계에서는 이를 ‘민간종교’라고 칭하였다. 이는 민간 신앙과 민간 교파를 포함한다. 중국 종교사에서 민간 신앙은 종종 음사나 미신으로 간주되었으며, 민간 교파는 이단 또는 사교로 취급되어 중화민국 정부 설립 이후에도 지속되었다.8)
일본의 경우, 에도 막부 시대(1603~1867)에서 메이지 시대에 이르기까지 막부 중심의 봉건제에서 천황 중심의 절대 군주제로 전환되면서 근대 국가로의 사회적 변화를 맞이하게 되었다. 화폐 경제와 조세 제도로 인해 소작농이 전호(佃戶)로 전락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도시 근로자의 수가 증가하면서 경제적, 사회적 문제가 발생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많은 신종교 지도자들과 빈곤 계층의 구성원들에 의해 규모가 크고 빠르게 성장하는 대중 운동이 형성되었다.9) 특히, 메이지 정부는 제국주의 정책을 중심으로 국가 신도를 창출하여 문명개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종교 간의 위계 구조가 형성되었으며, 그 위계의 최상위에는 국가 신도(국교), 중간에는 불교와 기독교, 교파 신도, 가장 아래에는 유사 종교로 간주되는 신종교나 민속 종교가 있었다.10)
이들 한·중·일의 신종교 운동은 몇 가지 공통적 특징11)을 보인다. 첫째, 전통 종교문화의 창조적 계승이다. 이들은 유·불·도 삼교의 교리를 선택적으로 수용하고 재해석하면서 새로운 종교적 통합을 시도하였다. 예를 들어 일본의 천리교는 신도의 전통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불교와 유교의 종교적, 윤리적 가르침을 수용하였고, 중국의 일관도는 ‘삼교합일’을 표방하면서 각 종교의 핵심 교리를 종합하여 새롭게 재해석하였다.
둘째, 현세중심적 구원관의 제시이다. 이때 전통종교에 대비하여 신종교가 가지는 특징으로 보아 전통종교는 내세를 추구하고 동아시아 신종교들은 대체로 현세중심적 구원관을 강조하였다.12) 중국의 한말 태평도가 일으킨 ‘황건적의 난’, 남북조시대 대승교의 ‘미륵구제운동’, 남송시대의 ‘백련교운동’들은 모두 각기 다른 종교사상과 구제사상을 기초로 형성된 민중사회운동이다. 무라카미 시게요시(村上重良)는 19세기말에 나타난 신종교들은 민중을 중심으로 확립되었으며, 평등주의, 인도주의, 현세주의 평화주의와 같은 대중적 보편사상을 담고 있다고 보았으며, 흑주교, 금광교, 천리교등의 종교를 ‘근대민중종교’라고 칭하기도 하였다.13) 이처럼 당시의 전통적 사회질서와 불합리하고 불평등한 사회에 대한 민중들의 불만과 함께 새로운 세계로의 변화에 대한 열망이 현 세상에서의 투쟁을 반영하여 농민혁명운동과 같은 결과로 나타나게 되었다.14) 한국의 동학은 ‘지상천국’ 건설을 목표로 하였으며, 일본의 천리교는 ‘즐거운 삶’(陽気ぐらし)를 강조하였다. 그리고 대순진리회의 ‘지상천국건설’이나 일관도의 ‘삼기말겁(三期末劫)’ 사상 역시 현세구원사상의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셋째, 민중중심의 구세운동이다. 이들은 기존의 엘리트 중심의 종교문화와는 달리, 일반 민중들이 쉽게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는 교리와 의례를 발전시켰다. 특히 여성과 하층민에게 만민평등주의적 이념15)과 종교적 지위를 부여함으로써, 전통적인 신분질서와 성차별과 같은 사회문제에 도전하였고, 이를 통해 세계 인류를 함께 구제해 나가는 실천적 모습을 보였다.
넷째, 사회개혁적 성격이다. 동아시아의 신종교들은 단순한 종교운동을 넘어 적극적인 사회참여와 개혁운동을 전개하였다.16) 특히 의료구제, 교육사업, 구호활동 등을 통해 민중들의 실질적인 삶의 개선을 도모하였다. 이는 당시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해결하고자 하는 실천적 지향을 보여준다.
이와 같은 동아시아의 신종교 운동은 각국의 정치적 상황과 근대화 방식에 따라 서로 다른 발전 경로를 보였다. 일본의 경우 메이지 정부는 국가신도 체제를 확립하면서 신종교들을 ‘교파신도’로 편입시키거나 탄압의 방법을 사용하였으며, 중국의 경우 신종교 운동은 정부의 강력한 통제와 탄압에 직면하였으므로 많은 민간 신종교 단체들이 지하조직으로 변질되거나 해외로 활동무대를 옮겨 발전하는 계기가 되었다. 한국 신종교의 경우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민족운동의 성격을 강하게 띠게 되었다.
동아시아의 신종교는 각국의 역사적 맥락과 사회문화적 배경에 따라 서로 다른 특징을 보이며 발전해왔다. 중국의 신종교는 민간신앙과 도교의 전통을 바탕으로 발전하였으며, 일본의 신종교는 신도를 중심으로 불교적 요소를 수용한 신불습합적 성격을 흡수하였고, 한국의 신종교는 유·불·도 삼교의 융합적 성격을 보였다.
중국 대만의 대표적 신종교인 일관도는 ‘삼교합일’을 표방하며, 전통적인 도교 수행법과 불교의 구원론, 유교의 윤리를 결합한 신앙체계를 이루고 있다. 일관도는 ‘명명상제무량청허지존지성삼계십방만령진재(明明上帝無量清虛至尊至聖三界十方萬靈真宰)’를 최고신으로 하는 신관체계를 갖추고 있으며, ‘구도(求道)’를 통한 개인의 영적 구원을 강조한다.17) 특히 채식과 공덕 실천을 중시하며, ‘삼기말겁(三期末劫)’사상을 통한 종말론적 우주관에 근거한 독특한 종교체계를 발전시켰다.18) 일관도는 1949년 중국인민공화국의 성립으로 중국 본토에서의 활동 제약으로 인해 대만과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발전하였으며, 현재는 80개국이상에 널리 퍼진 국제적인 종교단체로 성장하였다.19)
일본의 천리교는 나카야마 미키(中山美伎, 1798~1887)의 신비체험(신내림)을 기반으로 형성되었으며, 무교(巫敎)적인 입신(入神) 과정을 통해 신의 계시를 전하고 실천하는 전통을 바탕으로 독자적인 교리 체계를 발전시켰다. 신앙의 대상으로 ‘텐리오노미코토(てんりおうのみこと, 天理王命)’를 모시며, ‘즐거운 삶(陽気ぐらし)’이라는 현세적 구원관을 제시한다.20) 천리교는 교조 나카야마 미키의 가르침을 중심으로 한 교리 체계, 구제방법으로서의 핵심 의례인 ‘근행’, ‘수훈’이라는 독특한 치병 의례,21) 그리고 ‘히노끼싱’이라는 사회 봉사 활동을 주요 특징으로 한다. 메이지 시대 이후 교파신도로 공인받아 제도권 종교로 발전했으며, 현재는 국제적인 포교 활동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한국의 신종교는 동학을 시작으로 증산교단, 원불교 등 다양한 형태로 전개되었다. 동학은 ‘시천주’ 사상을 중심으로 유교의 천 개념과 도교의 기 사상을 결합하여 독특한 교리체계를 발전시켰으며, 민족종교운동으로서의 성격을 강하게 띠었다. 증산교단은 강증산의 ‘천지공사’ 사상을 바탕으로 발전하였으며, ‘해원상생’이라는 독특한 구원론을 제시하였다. 원불교는 불교의 현대화를 표방하며, 생활종교로서의 성격을 강조하였다.
이들 신종교는 각각의 특수성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공통적 특징을 보인다. 첫째, 전통 종교문화의 요소들을 창조적으로 재해석하여 새로운 종교적 통합을 시도했다는 점이다. 둘째, 현세적 구원과 실천적 종교성을 강조했다는 점이다. 셋째, 적극적인 사회참여와 봉사활동을 전개했다는 점이다. 특히 각국의 신종교는 근대화 과정에서 서로 다른 대응방식을 보였다. 일본의 신종교들은 국가신도 체제 하에서 제도권 종교로 편입되어 발전한 반면, 중국의 신종교들은 정부의 통제로 인해 종교활동을 중단하거나 해외로 활동무대를 옮기는 경우가 많았다. 한국의 신종교들은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민족종교운동으로서의 성격을 강화하였다.
강증산의 천지공사 사상을 기반으로 한 증산교단은 한국 신종교사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한다. 증산교단은 증산 사후에 여러 분파로 전개되었으며, 그 중 대순진리회는 조정산을 거쳐 박우당으로 이어지는 종통 계승을 통해 체계적인 교단 조직을 갖추게 되었다.
증산교단은 현재 다양한 계열로 분파되어 발전하였으며, 이러한 교단들로는 증산의 직계 제자들이 설립한 이상호의 증산교, 김형렬의 미륵불교 등이 있고, 조정산 계열의 교단으로는 무극도로부터 발전한 태극도와 대순진리회가 있으며, 증산의 친족 계열 교단에는 증산의 종형인 강응칠의 선도교, 무남독녀 강순임의 증산법종교 등이 포함된다.22) 이들 교단은 강증산의 천지공사 사상을 공유하면서도 각각 독특한 교리 해석과 실천 방식을 발전시켰다. 예를 들어, 이상호의 증산교는 민족종교적 성격을 강조했고, 미륵불교는 불교적 해석을 중심으로 전개되었다. 반면 대순진리회는 해원상생 사상을 중심으로 체계적인 교리 해석과 실천 체계를 발전시켰다.23)
대순진리회가 다른 증산교단과 구별되는 특징을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보았다. 첫째, 종통 계승의 특수성이다. 상제 강증산의 종통을 계승한 조정산은 다른 교단들과 달리 친자종도 혹은 친족 계열이 아닌 독자적인 종통계승을 하였다고 한다. 대순진리회는 ‘증산 → 정산 → 우당’으로 이어지는 종통 계승을 통해 교리의 계승과 발전이 이루어졌다. 이는 동아시아 신종교에서 흔히 나타나는 카리스마의 계승과 제도화 과정을 잘 보여준다.
둘째, 교리 해석의 체계성이다. 대순진리회는 해원상생 사상을 중심으로 증산의 천지공사를 체계적으로 해석하고, 이를 현대적 맥락에서 재해석하는 데 성공하였다. 특히 인존사상을 통해 인간 주체성의 회복을 강조한 점은 현대 종교의 인간관과 맥락을 같이한다.
셋째, 종교적 실천의 광범위와 체계성(구호자선, 사회복지, 교육의 분야별 정비)이다. 대순진리회는 의례, 교육, 사회활동 등에서 체계적인 실천 체계를 구축하였다. 특히 교육기관과 복지시설의 운영은 현대사회에서 종교의 공적 역할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가 되고 있다.
대순진리회의 이러한 특징은 동아시아 신종교의 발전 과정에서 주목할 만한 유형을 보여준다. 일본의 천리교가 교파신도로 제도화되며 발전한 것과 달리, 대순진리회는 독자적인 종교 전통을 유지하면서도 현대적 종교 조직으로 성장하였다. 또한, 중국에서 일관도가 공산당 정부의 통제로 인해 국내 종교 활동을 멈추고, 해외로 활동 무대를 옮긴 뒤 대만에서 크게 성공한 것과는 달리, 대순진리회는 한국 사회에서 안정적인 종교 단체로 자리 잡았다. 대순진리회는 한국 신종교사에서 일정한 위치를 차지하며, 전통적 종교문화의 창조적 계승과 현대적 실천의 조화, 그리고 종교적 이상과 사회적 책임의 균형을 통해 현대 종교의 발전 방향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라 할 수 있다.
Ⅲ. 대순진리회의 종교실천과 그 특징
동아시아 신종교들은 각기 다른 사회문화적 전통 속에서 자신들만의 교리적 특성을 반영한 독특한 의례 체계를 발전시켰으며, 종교 의례의 실천 양상과 특징적 측면에서 대순진리회, 일관도, 천리교는 각각 독자적인 의례 체계를 구축하여, 이는 각 종교의 목표를 달성하고 신자들의 신앙심을 고취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공통적으로 세 종교는 종교 의례의 정기성을 강조하며, 매일, 매주, 매월, 매년 정기적인 의례 활동 참여를 통해 신자로서 기본적인 신앙 활동을 실천하도록 장려한다. 이는 자기 성찰, 심신 수련, 심신 정화를 가능하게 하며, 긍정적인 효과와 변화를 가져오는 데 기여한다. 또한, 불당(일관도), 도장과 회관(대순진리회), 교회(천리교) 등 특정 장소를 신성한 공간으로 간주하고, 이곳에서 의례를 거행함으로써 신과의 교감을 추구한다. 의례 참여는 신도들 간의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고 유대감을 강화하는 데에도 기여하며, 참회문이나 주문 암송을 통해 신앙 대상의 비호와 축복을 기원하는 과정을 포함한다.24)
동시에 세 종교는 입교 의례 방식에서 차이를 보인다. 천리교는 공식적인 입교 의식 대신 종교 교육의 형태로 ‘별석(別席) 제도’25)를 운영한다. 별석은 신의 말씀을 전해 듣고, ‘용재(ようぼく)’라는 정식 신자이자 포교자로서의 자격을 얻어 교회 활동을 시작하게 되는 과정이다. 반면, 일관도와 대순진리회는 일정하게 규정된 입교 의례 절차에 따라 종교 의식을 진행하여 정식 신자의 자격을 부여받는다. 이러한 종교 의례는 통과의례로서 신자에게 도인, 도친, 용재와 같은 새로운 종교적 지위를 부여하며, 종교적 소속감을 갖도록 하는데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예배 대상 또한 각 종교마다 차이가 있다. 일관도는 명명상제(明明上帝無量清虛至尊至聖三界十方萬靈真宰)와 여러 선불을 함께 숭배하며, 대순진리회는 구천응원뇌성보화천존강성상제(九天應元雷聲普化天尊姜聖上帝)와 15신위를, 천리교는 텐리오노미코토(てんりおうのみこと, 天理王命)를 주요 숭배 대상으로 삼는다. 이와 더불어, 의례의 명칭과 절차, 의례 시간, 그리고 의례에 담긴 상징적 의미 역시 각 종교마다 뚜렷하게 다르다.
예를 들어, 일본 천리교의 경우 ‘근행’(つとめ, 聖舞)과 ‘수훈’(さづけ, 神授)을 중심으로 독특한 의례를 진행한다. 근행은 천리교의 핵심 의례로, ‘즐거운 삶’이라는 종교적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구제 방법이다. 이 의례는 정해진 악기 연주에 맞춰 신악가(神樂歌)를 부르며 손춤을 추는 형태로 진행되며, 음악과 춤이 어우러져 독특한 종교적 표현을 보여준다. 천리교의 또 다른 특징적인 실천으로는 ‘히노키싱’(ひのきしん, 聖勞)이 있다. 이는 신의 수호에 대한 감사를 표현하는 자발적인 노동 봉사 활동을 의미한다. 천리교에서는 이러한 종교적 의례와 실천이 긴밀히 연결되어 있으며, 이를 통해 신앙과 실천의 조화를 이루고 있다.
중국 일관도의 경우 ‘구도의례’와 ‘삼헌의례’를 중심으로 한다. 구도의례는 일관도의 신도가 되기 위한 입문 의식으로, 명사(明師)로부터 ‘삼보(三寶)’ 전수와 지점(指點)을 받는 과정이며, 십조대원(十條大愿)을 통해 수행자로서의 신분 전환을 선언하는 것이다. 또한, 일상의례인 ‘일상소향례(日常燒香禮)’는 하루 세 번 신앙 대상을 향해 공물을 올리고 공경을 표하며, 참회를 통해 과오를 반성하고 자아 성찰의 시간을 갖는 의식이다. 이때 중국 전통의 삼헌례(三獻禮) 제계 형식을 계승하여 정해진 절차와 방법에 따라 신앙의 대상을 비롯한 여러 신명과 조상에 대한 경배 의례를 진행한다.
이에 비해 대순진리회의 의례는 ‘치성(致誠)’과 ‘기도(祈禱)’를 중심으로 하며, 한국 전통 제례 형식과 신종교적 특성이 결합된 독특한 형태를 보인다. 특히 ‘천지공사’의 종교적 의미가 의례를 통해 구현되는 점이 특징적이다. 대순진리회의 의례 체계는 일상의례와 특별의례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일상의례인 기도는 정해진 시간에 주문을 봉송하는 것이 기본이며, 이는 신인조화의 실천적 방법으로 여겨진다. 특히 ‘법수’ 사용과 ‘법배’라는 독특한 배례 방식은 대순진리회만의 특징이다. 특별의례인 치성은 상제와 신명에 대한 감사와 축원을 드리는 제례 의식으로, 엄격한 절차에 따라 진행된다. 치성의례는 한국 전통 제례 형식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대순진리회의 교리적 특성이 반영된 독창적인 형태를 보인다.
이외에도 세 종교는 일상의례 속에서 각기 다른 내용의 주문 또는 경문을 사용한다. 일관도는 원참문을 통해 과거의 과오를 참회하고 신의 수호를 기원하며, 신앙적 스승과 종교 지도자들로부터 자비로운 보호를 간청한다. 대순진리회는 주문을 통해 최고신에 대한 믿음을 표현하고 신명으로부터 복록과 수명을 받기를 기원한다. 천리교는 신악가를 부르며 손춤을 추는 의식을 통해 악한 것을 제거하고 인류를 구원해 주기를 신앙의 대상에게 기원한다.
대만의 일관도와 일본의 천리교와 비교할 때, 대순진리회의 의례 체계는 현대 사회에서 중요한 종교적·사회적 의미를 지니며 독특한 특징을 보인다. 이들 종교는 모두 신앙심 강화와 공동체 결속을 목표로 하지만, 각 종교가 지닌 교리와 문화적 배경에 따라 의례의 초점과 방식에서 차이가 있다. 대순진리회의 의례는 해원상생과 신인조화를 중심으로 공동체성과 실천 윤리를 강조하며, 한국 전통문화와 현대성을 융합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아래는 세 종교의 종교 의례를 항목별로 비교하여 공통점과 차이점을 간략히 이해하기 위한 비교표이다.
대순진리회의 종교 의례는 현대 사회에서 중요한 종교적·사회적 의미를 지니며, 다른 동아시아 신종교들과 비교할 때 다음과 같은 특징을 보인다.
첫째, 전통문화의 창조적 계승이다. 대순진리회의 의례는 한국 전통의 제례문화를 계승하면서도 이를 현대적 맥락에서 재해석하였다. 치성의례는 유교적 제례 형식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대순사상의 핵심 교리인 해원상생과 신인조화를 반영하여 현대적 종교 의례로 발전시켰다. 이는 일관도가 유교 전통의 제례 형식을 비교적 원형 그대로 유지하려는 보수적 접근을 취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대순진리회의 치성은 상제와 천지신명에 대한 감사와 축원을 드리는 의례로, 정해진 절차와 상징적 표현을 통해 신앙의 깊이를 더한다. 특히 치성은 단순한 제례를 넘어 공동체의 결속을 강화하고 신앙적 체험을 통해 개인과 공동체의 영적 성장을 도모하는 데 기여한다.
둘째, 공동체성의 강화이다. 대순진리회의 의례는 집단적 성격이 강하며, 신도들 간의 유대감을 강화하고 종교 공동체의 결속을 다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치성과 기도는 수도인들이 집단적으로 행하며 화합과 공동체성을 강조하는 대표적인 의례이다. 특히, 대순진리회의 의례는 신명이라는 초월적 존재와의 신인합일 경지를 추구하며, 이는 천리교의 근행이나 일관도의 일상소향례가 개인의 심신구제나 영적 성장에 초점을 맞추는 것과 차별화된다. 대순진리회는 이러한 의례를 통해 공동체 구성원들에게 소속감을 부여하고, 신앙을 바탕으로 한 사회적 연대를 강화한다.
셋째, 실천 윤리의 구현이다. 대순진리회의 의례는 해원상생이라는 교리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으며, 단순한 종교 행위를 넘어 윤리적 실천의 계기가 된다. 예를 들어, 기도와 치성은 신앙 대상에 대한 감사와 축원을 표하는 동시에, 개인이 자신의 삶을 성찰하고 도덕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는 천리교의 히노키싱(자발적인 노동 봉사)이 신에 대한 감사 표현에 초점을 맞추는 것과 달리, 보다 포괄적인 윤리적 실천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넷째, 종교적 수행의 체계화이다. 대순진리회는 기도와 수련을 통해 체계적인 수행 체계를 구축하였으며, ‘공부’와 같은 집중적인 수행 프로그램은 현대인의 영성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중요한 기제가 된다. 특히 기도 의례에서는 법수와 법배라는 독특한 배례 방식26)을 사용하며, 이는 단순한 형식이 아니라 신앙과 수행의 본질을 담아낸 상징적 행위로 여겨진다. 이러한 수행 체계는 일관도의 경전 학습 및 선행 실천이나 천리교의 근행 및 선행 실천 중심 의례와 구별되며, 대순진리회만의 독창성을 보여준다.
대순진리회의 의례 체계는 일관도, 천리교와 비교할 때 전통문화와 현대성을 조화롭게 융합하면서 공동체성 강화, 윤리 실천 강조, 체계적 수행 확립이라는 측면에서 독특한 종교적 정체성을 형성하고 있다. 나아가 대순진리회 의례의 현대적 의미는 종교적 실천과 사회적 실천의 조화라는 측면에서 찾을 수 있다. 의례를 통한 종교적 체험의 강화와 함께 이를 사회적 실천으로 연결시키는 방식은 현대 사회에서 종교가 수행해야 할 역할을 잘 보여주는 사례가 된다.
동아시아 신종교들은 각 종교적 특성을 반영한 독특한 교육 체계를 발전시켜 왔다. 이들 종교는 고유한 종교 교육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신자들이 교리를 올바르게 이해하도록 돕고, 종교적 인재를 양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대순진리회, 일관도, 천리교는 교육 운영 방식, 교육 대상의 다양화, 전문 인력 양성, 교재 및 교육 방법 측면에서 공통점과 차이점을 보인다.
세 종교는 중앙 관리 기구를 중심으로 다양한 종교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27) 대순진리회는 본부 도장과 방면회관을 중심으로, 일관도는 불당(총단)을 기반으로, 천리교는 본부 교회와 교구를 활용하여 국내외 지역 거점에서 분산적으로 종교 교육 활동을 진행한다. 이를 통해 신도들이 보다 쉽게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그러나 대순진리회는 아직 해외 도장이 설립되지 않아 외국 신자를 대상으로 한 종교 교육 프로그램 운영에 있어 다른 두 종교와 차이를 보인다.
세 종교는 다양한 연령층의 종교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있다. 일반 신도, 비신도, 전문 전도사를 대상으로 각각 필요한 과정과 양성 계획을 수립하며, 이를 통해 체계적이고 포괄적인 교육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일관도는 개방 강좌(심령 강좌, 문화 소양 학습, 지역 독경반 등), 단계별 교육 과정(법회, 연구반), 전문 전도사 과정(단주, 강사, 점전사, 해외 포교사 양성 과정)으로 세분화된 교육 체계를 운영한다.28) 이러한 체계는 광범위한 비신도와 종교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접근성을 제공하며, 기본 종교 의례 및 교리 교육을 통해 종교 인재와 해외 전도 인재를 양성하는 데 중점을 둔다. 또한 불당에서는 합숙 캠프 형식의 종교 교육과 의례 실천, 실습을 통해 전반적인 종교 학습을 지원한다. 이 외에도 천황학원과 숭덕학원과 같은 종교 학원을 설립하여 종교 학자를 전문적으로 양성하고, 종교 이론과 학술적 연구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천리교는 일본 본부 교회를 중심으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개방 강좌, 일반 신자 교육 강좌, 전문 종교 인재 양성 강좌를 제공한다. 본부 교회는 대중에게 개방되어 있어 누구나 쉽게 참배하거나 강의를 신청할 수 있다. 일반 신자 강좌와 전문 종교 인재 양성 강좌는 소속 교회를 통해 신청할 수 있으며, 국가별로 정기적으로 진행된다. 또한 천리시 내에는 유치원부터 초·중·고등학교, 대학교, 대학원, 천리교 어학원까지 다양한 교육 기관이 설립되어 있다. 이를 통해 전인 교육은 물론 신청자의 요구에 따라 기본적인 교리 교육과 의례 학습을 제공하며, 학습 성장 과정에서 종교 신앙과 가치관을 심어주는 역할을 한다.
대순진리회의 종교 교육의 경우, 도담 형식의 ‘교화’를 중심으로 전개되며 ‘방면 교화’와 ‘도장 교화’로 크게 나뉜다. 방면 교화는 연운 관계에 따라 선각이 후각을 개별적으로 지도하는 전통적 사제 관계를 기반으로 하며,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종교적 체험의 공유와 실천적 지도를 포함한다. 개인 교화에서는 선감이 후각의 수도 생활을 직접 지도하며 교리 이해부터 의례 실천 및 일상생활 속 수행까지 포괄적인 지도를 제공한다. 특히 해원상생 윤리를 일상에서 실천하는 방법에 대한 구체적인 지도가 중시된다. 집단 교화는 방면의 정기적인 모임을 통해 이루어지며, 주로 교리 강좌, 체험담 발표, 의례 실습 등으로 구성된다. 이러한 집단 교화는 신도들 간의 유대를 강화하고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며 다양한 체험과 사례 공유를 통해 교리에 대한 이해를 심화시키는 데 기여한다. 다만, 방면 교화는 일대일 또는 개별적인 활동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교화 참여 방식이나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도장 중심의 교육 프로그램은 ‘수강’과 ‘연수’ 과정을 통해 운영된다.29) 수강은 여주 본부 도장에서 진행되는 2박 3일 과정으로 대순진리회의 교리와 의례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이 이루어지며 『전경』과 『대순지침』을 중심으로 한 교화와 의례 실습이 병행된다. 연수는 금강산 토성 수련 도장에서 진행되는 5박 6일 과정으로 심화된 내용을 다루며 자연과의 교감을 통한 체험적 학습을 강조한다.30) 이는 대순진리회의 천지인 합일 사상을 실천적으로 체득하는 과정으로 이해된다.
또한 대순진리회는 신자 자녀(청소년 및 대학생)를 대상으로 캠프를 운영하고 산하 기관(대학교 및 고등학교)의 직원 연수를 진행하며 고등학교와 대진대학교와 같은 정규 교육기관을 운영하여 종교 교육과 일반 교육을 접목한 형태로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특히 대진대학교 내 대순종학과 설립은 대순사상에 대한 학문적 연구와 교육을 지원하며 학술 인재를 양성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이를 통해 신자들은 대순사상을 체계적으로 학습하며 교화 능력과 실무 능력을 향상시켜 미래의 종교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아래는 세 종교의 교육 체계를 항목별로 비교하여 공통점과 차이점을 간략히 이해하기 위한 표이다.
대순진리회의 교육 체계는 전통적인 교육 방식과 현대적 교육 시스템을 조화롭게 결합하여 현대 종교 교육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개별 지도를 통해 종교적 체험을 공유하고 실천을 강조하며, 이론적 교리 교육과 의례 실천 교육의 결합을 특징으로 한다. 또한, 종교 교육과 일반 교육을 접목하여 현대 사회에 적합한 통합적 교육 모델을 구축하고자 한다. 이러한 접근은 대순진리회의 핵심 교리인 해원상생 윤리를 기반으로 하여, 윤리와 도덕의 실천을 일상생활 속에서 구현하는 데 중점을 둔다.
대순진리회의 교육 체계는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천적 수행(기도)을 강조한다. 이는 현대 교육에서 중요시되는 체험 학습과 실천 학습의 원리를 반영한 것이다. 교리 교육은 해원상생 윤리에 대한 학습과 이를 실천하는 방법을 제시하며, 의례 실천은 신앙 경험을 통해 신앙의 본질을 이해하고 구체적인 실행 방식을 익히도록 돕는다. 이러한 이론과 실천의 균형은 대순진리회가 추구하는 전인교육의 방향성을 잘 보여준다.
또한 대순진리회는 종교 교육과 일반 교육의 접목에도 주력하고 있다. 대진대학교와 같은 정규 교육기관은 종교적 가치관과 현대 학문 체계를 결합하여 인재를 양성한다. 특히 대진대학교 내 대순종학과는 대순사상에 대한 학문적 연구와 교육을 통해 학술 인재를 양성하며, 신자들의 교화 능력과 실무 능력 향상을 지원한다. 이러한 노력은 현대 사회에서 종교 교육의 새로운 모델로 제시되고 있다.
대순진리회의 교육 체계는 윤리 교육 측면에서도 중요한 의의를 지닌다. 해원상생 윤리를 바탕으로 한 ‘훈회’와 ‘수칙’을 일상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교육은 개인의 도덕적 수양과 사회적 실천을 연결하며, 현대 사회가 필요로 하는 윤리 의식 회복에 기여한다. 이러한 교육은 상생의 원리를 중심으로 개인 간 화합과 사회적 평화 증진을 목표로 한다. 결론적으로, 대순진리회의 교육 체계는 전통과 현대를 융합하여 종교와 사회를 연결하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다. 이는 동아시아 신종교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며, 현대 사회에서 종교의 역할과 가능성을 확장하려는 시도로 평가할 수 있다.
동아시아 신종교들은 각각의 교리적 특성을 반영하여 독특한 사회활동 방식을 발전시켰으며, 이를 통해 현대 사회에서 종교의 역할을 재정립하고 사회 참여를 강화하는 공통된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들 종교는 종교 의례와 교육 활동을 통해 신자들에게 올바른 교리 이해와 신앙 강화를 도모하는 동시에, 일상생활에서 종교적 신념을 실천하도록 요구한다. 대순진리회 역시 일관도와 천리교와 마찬가지로 신도들의 일상생활 속 수행을 중시할 뿐만 아니라, 독립적인 비영리 사회복지 기관을 설립하여 소외 계층에게 사회적 서비스와 물질적 지원을 제공한다. 또한, 필요에 따라 지역사회나 커뮤니티 기관과 협력하여 다양한 사회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31) 따라서 이들 종교의 사회복지 기관과 사회 활동은 빈부 격차, 사회적 불평등, 인간 소외와 같은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할 뿐만 아니라, 궁극적인 종교 목표인 이상적 세계의 실현, 후천 세계 진입, 행복하고 즐거운 삶의 구현을 추구한다. 이는 이들 종교 조직이 다양한 사회 활동 영역에서 점점 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는 이유이다.
사회 활동은 각 종교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각 종교의 조직 구조와 특성에 따라 이러한 활동은 일반적으로 중앙 조직과 분산 조직 두 가지 차원에서 운영되며, 다양한 형태로 사회 자선 및 복지 사업을 추진한다.
일관도는 주로 일관도 총회를 중심으로 한 활동과 각 조선의 도장(총단)을 기반으로 한 활동 방식을 통해 국내외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실질적인 사회복지 활동을 전개한다. 또한, 신자를 중심으로 자원봉사단을 결성하여 자발적 참여를 바탕으로 현지 신자들이 함께 투입되어 사회 활동에 적극적으로 기여한다.
천리교는 본부 교회의 주도로 다양한 활동들이 전개 및 운영되며, 각 지역 대교회와 분교회 그리고 교구가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필요에 따라 여러 지역사회 기관과 연맹을 맺어 활동을 운영하며, 국내외 각지에 설립된 교회, 교구, 사회단체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천리교는 히노키싱 구조대, 부인회, 청년회, 소년회 등 연령별 모임 구성원들이 교회를 통해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전교일제 히노키싱데이’나 ‘지역재난구호활동’ 등을 정기적으로 개최하여 집단 협력을 경험하고 사회 활동에 대한 관심을 장려한다.
대순진리회는 본부도장을 중심으로 한 중앙집중식 운영을 통해 사회 활동을 추진하며, 각 지역에 위치한 ‘방면’은 지방 조직으로서 회관이 위치한 지역을 중심으로 방면 지도자인 ‘선감’의 인도하에 자주적으로 활동을 전개한다. 또한, 종단 대순진리회의 산하 단체가 주도하는 3대 주요 사업(구호 자선, 사회복지, 교육)의 영역에서 독립된 사설 기관이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전문적인 사회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외에도 대진국제자원봉사단(DIVA)이 주도하는 다양한 지역사회 자선활동에도 참여하고 있다.
대순진리회, 일관도, 천리교의 사회활동을 통해 동아시아 신종교들의 공통점을 살펴보면 세 종교 모두 사회적 소외 계층을 위한 복지 활동을 중시하며 이를 통해 종교적 가치 이념을 구현하려는 실천적인 노력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일관도는 자선활동과 봉사단 결성을 통해 지역사회와 협력하며, 대순진리회는 중앙집중형 복지사업으로 대규모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천리교는 재난 구조대와 신자 모임 단체의 참여를 통해 다양한 구호 및 자선활동을 전개하면서 각자의 종교적 목표를 실현하려 한다. 이들 종교는 신앙 실천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수행하려는 공통된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이는 신도들에게 신앙의 내면화뿐만 아니라 외부 사회에 대한 기여를 요구하는 형태로 나타나며, 종교적 가치와 사회적 결합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세 종교는 모두 사회복지, 교육, 의료, 문화 활동 등 다양한 영역의 활동을 통해 신도와 신앙 거점이 위치한 지역사회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각 교단은 각기 다른 사회적 요구에 따라 다양한 영역에서 사회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그 방식과 초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일관도는 총단(總檀) 또는 모단(母檀)/불당을 중심으로 각 지역에 분산된 자단(子檀)인 여러 공공불당을 통해 다양한 지역 활동을 전개하는 특징을 지닌다. 일관도는 중화 전통문화와 도덕 교육을 기반으로 한 교육 및 문화 활동, 무료 진료와 헌혈 활동 중심의 의료 서비스, 자원봉사단 활동 등을 통해 ‘도인(渡人)’과 ‘구도중생탈리고해(救渡眾生脫離苦海)’라는 종교적 이념32)을 실천한다. 이러한 이타적 실천은 개인과 공동체 사회의 생활 개선과 영적 성장을 도모하는 데 기여한다.
천리교는 본부 교회의 주도로 각 지역 교회(대교회, 분교회, 포교소 등)가 협력하여 공동 참여를 강조한다. 천리교는 유아부터 청소년, 성인에 이르기까지 포괄적인 교리 학습과 종교 실천 체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일상생활 속에서 종교를 실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또한 의료기관, 탁아소, 사회복지 연맹 활동 등을 통해 사회 개선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러한 사회 활동은 ‘대물차물(しもの・かりもの, 借貸之理)’이라는 교리 이념에 기반하며, 감사와 보은, 서로 돕는 삶을 강조한다. 예를 들어, ‘전교일제 히노키싱데이’나 ‘지역 재난 구호 활동’ 등을 통해 정기적으로 집단 협력을 경험하며 신자들의 사회적 책임감을 고취한다.
대순진리회는 전문성을 갖춘 비영리성 사회기관을 운영하는 방식을 통해 다양한 사회활동을 추진하고 있으며, 지역 방면들은 정기적인 모금 활동과 물품 전달을 통한 자선활동을 실천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대순진리회는 현대 사회의 교육, 의료, 복지에 대한 요구를 반영하여 대진의료재단(병원), 학교법인 대진대학(대학교 및 고등학교), 복지재단(요양시설, 요양원, 노인복지센터, 청소년수련관), 국제자원봉사단 등을 통해 일반 시민들에게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러한 사회활동은 ‘해원·보은·상생(解冤報恩相生)’이라는 교리 이념에 기반하여 인류사회의 갈등 해소와 공생을 추구한다.
세 종교의 사회활동에는 공통점이 있다. 세 종교 모두 사회적 소외 계층을 위한 복지 활동에 중점을 두며 이를 통해 종교적 가치와 이념을 구현하려고 한다. 예를 들어 일관도는 자선활동과 봉사단 결성을 통해 지역사회와 협력하고 있으며, 대순진리회는 중앙집중형 복지사업으로 대규모 시설 운영에 주력하고 있다. 천리교는 재난 구조대와 신자 모임 단체의 참여를 통해 다양한 구호 및 자선활동을 전개하며 각자의 종교적 목표를 실현하려 한다. 결론적으로 이들 종교는 신앙 실천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수행하려는 공통된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이는 신도들에게 신앙의 내면화를 독려하는 동시에 외부 사회에 대한 기여를 요구하는 형태로 나타나며, 종교적 가치와 사회적 결합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아래의 표는 세 종교의 사회활동을 항목별로 간략히 비교 정리한 것이다.
대순진리회의 사회활동은 다른 종교들과 비교할 때 몇 가지 독특한 특징을 보인다.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중앙집중형 조직 구조를 기반으로 일반 사회를 대상으로 하는 대규모 사회활동을 전개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조직 운영 체계를 바탕으로 대순진리회는 대규모 사회복지사업, 의료사업, 교육사업을 강조하며 현대적이고 체계적인 복지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대순진리회의 모든 사회활동은 ‘해원상생’과 ‘인존’이라는 종교적 이념을 토대로 이루어지며, 이 두 가지 핵심 개념은 대순진리회의 교리적 특성을 반영하면서 인류사회의 평화 증진과 인간 존엄성 수호를 위한 사회활동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현재 대순진리회의 사회활동은 초기에는 일부 지역 중심의 활동으로 시작되었으나, 점차 교단 내부에서 일반 사회로, 국내에서 국외로 확장되며 사회적 공헌도를 높이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대순진리회의 중앙집중적 조직 체계와 지역 방면의 자율적 사회활동 사이에서 신자의 직접적인 참여가 제한되는 측면이 있다. 주로 ‘성금의 사회 환원’을 통해 이루어지는 방식이 많아 신자들의 직접적인 사회활동 경험과 타자 및 사회와의 교류는 상대적으로 소극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대순진리회가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대순진리회는 한국 신종교 중에서도 독자적인 위치를 차지하며 현대 사회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협력한다는 점에서 그 사회적 역할과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Ⅳ. 한·중·일 신종교문화에서 대순진리회 종교적 실천의 의의
대순진리회의 종교적 실천을 동아시아 신종교의 맥락에서 객관적으로 서술하기 위해서는 대순진리회의 독창성을 강조하면서도 다른 종교들의 고유한 특성과 공통점을 함께 언급하는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하다.
대순진리회의 종교적 실천은 동아시아 신종교사에서 중요한 의의를 지니며, 이는 다른 신종교들과의 공통점과 차별성을 통해 더욱 명확히 드러난다. 우선, 대순진리회는 전통 종교문화의 창조적 계승이라는 측면에서 동아시아의 전통적 종교 요소들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통합하였다. 유교의 인륜도덕, 불교의 깨달음 사상, 도교의 수행법적 요소를 ‘해원상생’이라는 독창적인 이념과 융합하여 새로운 종교적 신앙 체계를 구축한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이는 일본 천리교가 당시 일본 종교문화의 특징인 신불(神佛) 습합적 문화를 기반으로 독자적인 의례 체계를 발전시킨 것과 유사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그러나 대순진리회는 유불도 삼교(三敎)의 통합성을 강조하며 보다 포괄적인 전통문화의 수용과 재해석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종교 교육 체계의 측면에서도 대순진리회는 동아시아 신종교들이 공통적으로 중요시하는 교육 전통에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였다. 천리교가 별석제도와 수양과를 포함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교리 교육을 강화하고, 일관도가 법회와 연구반을 중심으로 단계별 신앙 교육을 실천하는 것처럼, 대순진리회는 전통적 사제 관계와 현대적 교육 시스템을 조화롭게 결합하여 독특한 ‘교화’와 ‘의례 실천’ 융합의 교육 체계를 발전시켰다. 또한 대진대학교와 같은 고등교육기관을 통해 종교적 가르침과 학문적 연구를 병행하며 전문적인 학술 인재를 양성하는 점은 현대사회의 종교 교육에 대한 필요성의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대외적 사회활동 측면에서는 대순진리회가 동아시아 신종교들이 추구하는 봉사와 자선 활동의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체계적이고 전문화된 접근 방식을 통해 차별성을 보인다. 천리교가 ‘히노키싱’ 이념에 기반하여 지역사회 봉사활동에 주력하고, 일관도가 각 지역 불당을 활동 거점으로 삼아 여러 인문교육, 사회복지 및 자선사업 활동에 집중하는 데 비해, 대순진리회는 사회복지기관, 의료재단, 교육기관 등 전문화된 조직을 통해 현대사회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러한 활동은 단순히 신도 내부에 머무르지 않고 일반 시민과 지역사회를 대상으로 확장되며, 종교의 사회적 공적 역할을 재정립하는 데 기여한다.
더 나아가, 대순진리회의 종교적 실천은 동아시아 신종교의 현대화 과정에서 중요한 사례로 평가된다. 일본 천리교가 시대적 요구에 따라 국가신도 체제 하에서 제도권 종교로 편입되어 발전한 것과 달리, 대순진리회는 독자적인 종교 전통을 유지하면서도 현대적 종교 조직으로 성장하였다. 또한, 중국 일관도가 정부의 종교 활동 통제로 인해 국내 활동을 중단하고 해외로 활동 무대를 옮긴 사례와는 달리, 대순진리회는 한국 사회 내에서 안정적으로 자리 잡으며 민족종교이자 신종교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대순진리회가 한국 사회의 문화적·종교적 다양성 속에서 독창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결론적으로, 대순진리회의 종교적 실천은 동아시아 전통 종교 요소들을 창조적으로 계승하고 현대적으로 재구성함으로써 독창적인 종교 체계를 구축한 사례로 평가된다. 또한, 교육 및 사회활동 측면에서도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며 신종교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이러한 특징은 대순진리회를 한국 신종교 중에서도 독자적인 위치에 자리하게 하면서, 동시에 다른 동아시아 신종교들과 공통된 문화적 기반과 사회적 역할을 공유하는 맥락에서 그 의의를 부각시킨다.
그러나 대순진리회는 한국의 자생 종교로서 앞으로 교단의 세계화와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구체적인 전략 마련이 필요한 과제를 안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교단의 발전 방향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와 함께, 한국 자생 신종교가 국제적으로 확장되고 발전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이 요구된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대순진리회는 국내외에서 더욱 폭넓은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며, 동아시아 신종교의 현대적 발전에 기여할 가능성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
종교는 사회 변화를 촉진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막스 베버(Max Weber)의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의 상관관계 연구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종교가 경제적·사회적 구조를 변화시키는 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33) 사무엘 헌팅턴(Samuel P. Huntington) 또한 기독교 교회가 지역사회의 열망을 지지하고 민의를 대변하는 비폭력 사회운동을 조직하거나 보호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평가한다. 그는 교단 내부의 변화와 그로 인해 나타난 반권위주의적 행동이 없었다면 민주주의 발전에도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34) 이처럼 종교가 사회 변화와 발전에 미치는 영향은 대순진리회의 종교적 실천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대순진리회는 직접적인 경제적·사회정치적 활동 참여보다는 사회문화적 측면에서 동아시아 신종교의 발전에 기여하며, 그 독창성과 역할을 통해 중요한 의의를 드러낸다.
우선, 대순진리회는 전통과 현대의 창조적 융합이라는 점에서 독특한 모델을 제시한다. 동아시아 사회가 근대화 과정에서 전통문화의 단절 문제에 직면했을 때, 대순진리회는 유교, 불교, 도교의 전통적 종교문화 가치체계를 ‘해원상생’이라는 독창적인 이념 아래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실천에 옮겼다. 이는 일본 천리교가 일상생활에서 이타적 실천을 강조하며 즐거운 삶의 실현을 목표로 삼거나, 중국 일관도가 전통적 도덕관념과 신앙 활동을 통해 성선(性善)의 영성 회복을 추구하는 것과는 차별화된다. 대순진리회는 증산의 천지개벽사상과 해원사상을 기반으로 기존의 유불도 삼교(三敎)의 통합적 교리를 새롭게 해석하여 보다 포괄적인 전통문화의 수용과 재구성을 이루었다는 점에서 그 독창성이 돋보인다.
공동체성 구현 측면에서도 대순진리회는 현대사회의 개인화 경향에 대응하여 ‘방면’ 조직을 중심으로 새로운 형태의 종교 공동체를 구축하였다. ‘선각-후각’ 관계를 중심으로 한 교육 체계는 전통적 사제 관계를 현대적으로 재구성한 사례로, 공동체적 가치의 전승을 가능하게 한다. 이는 천리교의 교회 조직이나 일관도의 도친(道親) 관계와는 차별화된 신앙 공동체 체계를 통해 공동체성을 강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또한, 종교의 공공성 강화라는 측면에서도 대순진리회는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실천 모델에서 독자적인 접근 방식을 보여준다. 해원상생이라는 이념을 바탕으로 구호 자선, 사회복지, 교육 분야에서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사회활동을 전개하며, 종교단체의 사회참여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천리교의 ‘히노키싱’ 정신이나 일관도의 자선사업이 주로 지역사회의 공동체적 협력에 초점을 맞추는 것과 달리, 대순진리회는 보다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사회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현대사회가 필요로 하는 복지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끝으로 현대인의 영성적 욕구에 대한 대응에서도 대순진리회는 독창적인 수행 체계를 구축하였다. 전통적 심신 수행법과 현대적 교육방식을 결합한 ‘수강’과 ‘연수’ 프로그램은 현대인의 종교적 신비 경험 참여와 함께 체계적인 교리 교육을 병행하며 독자적인 영성교육 모델을 제시한다. 따라서 대순진리회의 종교적 실천은 동아시아 신종교문화가 공유하는 공통된 문화적 기반 위에서 독창성을 발휘하며, 전통과 현대의 조화, 공동체성 회복, 사회문제 해결, 종교 공공성 강화라는 다원적 측면에서 중요한 의의를 지닌다.
대순진리회의 종교적 실천은 동아시아 신종교의 현대화 과정에서 중요한 사례로 평가된다. 대순진리회는 전통 종교문화의 요소를 현대적 맥락에서 재해석하고 실천하는 데 성공한 종교로, 독자적인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현대적 종교 조직으로 발전하였다. 이는 일본 천리교가 국가신도 체제 하에서 제도화되거나, 중국 일관도가 정부의 통제로 인해 대만을 비롯한 해외국가로 활동 무대를 옮긴 것과 대조적이다. 대순진리회는 이러한 독창성을 바탕으로 한국 사회 내에서 안정적으로 자리 잡으며 스스로 한국 전통의 뿌리를 둔 최대규모의 한국 신종교로 소개 함으로써 자신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다.
대순진리회의 핵심 이념인 ‘해원상생’은 단순히 종교 내부의 실천에 머무르지 않고, 현대사회의 다양한 문제에 적용 가능한 보편적 가치로 발전할 가능성을 지닌다. 해원상생은 갈등 해소와 화합을 지향하며, 상극적 구조를 극복하고 평화를 실현하는 원리로 작용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대순진리회는 종교 간 대화와 협력의 플랫폼을 제공할 잠재력을 가지고 있으며, 현대사회의 종교다원주의적 상황에서 상호 존중과 협력을 촉진하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될 수 있다
대순진리회는 기존 사회활동을 확장하여 현대사회가 직면한 새로운 이슈들에 대한 종교적 대안을 적극적으로 제시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 주로 구호자선사업, 사회복지사업, 교육사업의 3대 중요사업을 중점으로 의료, 복지, 교육 분야에서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며, 현대사회의 복잡한 문제 해결에 기여하고 있다. 예를 들어, 대순진리회는 노인 요양시설과 청소년 수련관을 운영하며 급속한 고령화와 청소년 문제에 대응하고 있으며, 앞으로는 환경문제와 생명윤리 문제와 같은 글로벌 이슈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
또한, 대순진리회는 전통적인 심신 수행법과 현대적 교육 방식을 결합한 ‘수강’과 ‘연수’ 프로그램을 통해 현대인의 영성적 욕구를 충족시키고 있다. 이러한 수행 체계는 개인의 신앙심 강화와 공동체 결속을 동시에 도모하며, 종교적 공공성을 확대하는 데 기여한다.
대순진리회가 직면한 주요 과제 중 하나는 교단의 세계화와 지속 가능한 발전이다. 이를 위해 교리 연구의 심화와 현대화가 요구되며, 해원상생 이념을 국제적 맥락에서 재해석하고 적용해야 한다. 또한 타종교와의 대화를 활성화하고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함으로써 글로벌 이슈에 대응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사회활동의 전문화를 통해 환경문제, 생명윤리, 이민, 성소수자 문제 등 현대사회의 복잡한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대순진리회는 동아시아 신종교의 현대화를 선도하는 모델로 자리매김할 뿐만 아니라, 세계 평화와 인류 공영에 기여할 수 있는 종교적 대안으로서 더욱 풍부한 의미를 지니게 될 것이다.
V. 결론
본 연구는 동아시아 신종교문화의 맥락에서 대순진리회의 종교실천적 특징을 고찰하고, 그 종교적 실천의 현대적 의미를 분석하였다. 연구 결과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대순진리회는 19세기 한중일 사회의 격변기에 등장한 여러 신종교들과 마찬가지로 전통 종교문화의 창조적 계승과 시대적 요구에 대한 적극적 대응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안고 출발하였다. 특히 강증산의 천지공사와 해원상생 사상은 당시 한국 사회가 직면한 제반 문제들에 대한 종교적 해답을 제시하였으며, 이는 현대사회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실천적 지침으로 기능하고 있다.
대순진리회의 종교적 실천은 중국 일관도와 일본의 천리교와 같은 다른 동아시아 신종교들과 비교할 때 몇 가지 주목할 만한 특징을 보인다. 먼저, 종교의례 측면에서 대순진리회는 전통적 제례문화를 계승하면서도 이를 현대적 맥락에서 재해석하는 데 성공하였다. 치성, 기도, 수련과 같은 종교의례는 신도들의 신앙심에 기초한 집단적 결속을 강화하고, 교리 사상의 상징적 표현체계를 조직화하는데 성공하였다. 다음으로, 종교교육 측면에서 대순진리회는 전통적 사제관계와 현대적 교육시스템을 조화롭게 결합하여 ‘선각-후각’ 관계를 중심으로 한 실천 교육체계를 통해 신앙 공동체적 가치 전승을 가능하게 했다. 또한, 여러 고등교육기관을 운영하며 종교적 가르침과 학문적 연구를 병행하여 다양한 인재를 양성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끝으로, 사회활동 측면에서 대순진리회는 구호자선사업, 사회복지사업, 교육사업을 3대 중요사업으로 설정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실천하고 있다. 이러한 대외적 사회활동은 신앙 여부에 관계없이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사회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종교의 공공성의 확장하고, 종교의 사회적 책임을 수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대순진리회의 종교적 실천은 현대사회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무엇보다 전통과 현대의 조화로운 융합을 통해 현대사회에서 종교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해원상생’의 실천을 통한 사회갈등 해소, 인존사상을 통한 인간 존엄성 회복, 전문적인 사회서비스 제공 및 자선활동을 통한 공적 책임 수행은 현대종교의 중요한 모델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대순진리회는 여전히 몇 가지 과제에 직면해 있다. 교리의 현대적 해석과 소통, 종교적 실천의 세계화, 종교 간 대화의 활성화, 사회적 책임의 확대, 그리고 다양한 사회적 이슈에 대한 공적 논의 등이 주요 과제로 남아 있다. 이러한 과제들을 해결함으로써 대순진리회는 동아시아 신종교의 현대화를 선도하는 모델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며, 현대사회의 종교적 대안으로서 더욱 풍부한 의미를 지니게 될 것이다.
본 연구는 동아시아 종교문화의 맥락에서 대순진리회를 이해함으로써 한국 신종교 연구의 시야를 확장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가진다. 비교종교학적 관점에서 대순진리회의 특성을 분석함으로써 한국 신종교의 보편성과 특수성을 더욱 명확히 이해하고자 하였다. 향후 이번 연구를 토대로 대순진리회의 공공성 연구나 종교실천의 국제적 확장 가능성에 대한 연구를 진행함으로써 대순진리회가 사회적 역할을 어떻게 확대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논의해 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후속 연구는 대순진리회의 현대적 의의를 더욱 구체화하고 동아시아 신종교 연구의 지평을 한층 더 넓히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