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들어가며
한국 사회에 거주하는 외국인(체류외국인)의 수가 2007년에 100만 명을 넘어서자, 정부는 국내 거주 외국인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기 시작하였고, 동년 7월에 <재한외국인처우기본법>을 비로소 제정하였다. 그리고 이 법과 동시에 「외국인정책기본계획」이 수립되어, 5년 단위로 제1차(2008~2012), 제2차(2013~2017), 제3차(2018~2022)를 거쳐, 현재는 제4차(2023~2027) 기본계획이 수립되어 매년 세부적인 내용이 실행되고 있다. 다문화정책(multicultural polcy)이라고 함은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겠지만, 기본적으로는 외국인정책기본계획을 바탕으로 설계되는 정책을 의미한다. 따라서 한국 다문화정책의 흐름은 외국인정책기본계획을 통해서 파악이 가능하다.
한국 사회에서 이주민은 1990년부터 점차 증가하기 시작하여, 2025년 6월 말 현재 국내 체류외국인은 2,732,797명으로 조사되었다. 체류외국인 중 등록외국인은 1,559,975명이며, 이들은 수도권에 844,668명(54.1%), 영남권에 317,286명(20.3%), 충청권에 200,939명(12.9%), 호남권에 136,990명(8.8%) 순으로 거주하고 있다. 국적별로는 중국이 972,176명(35.6%), 베트남이 341,153명(12.5%), 미국이 196,664명(7.2%), 태국이 173,710명(6.4%), 우즈베키스탄이 98,457명(3.6%) 등의 순으로 파악된다. 그리고 외국인유학생이 276,712명으로, 184,581명의 결혼이민자보다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1)
이 통계는 대한민국 인구의 약 5.3%에 해당하며, 저출산 고령화 현상으로 이주민은 점점 더 늘어날 전망이다.1) 한국의 주요 종교들은 국내의 자국민을 대상으로 한 전도, 포교, 포덕, 교화 등이 성장 동력을 잃어갈 때쯤, 해외로 눈길을 돌렸었다. 그러나 2004년 이라크에서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 조직인 IS에 의한 피랍 사건을 통해서, 국내 종교단체의 해외 선교에 대해 부정적인 사회 여론이 조성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개신교를 필두로 국내에 이주해 온 외국인들을 선교의 대상으로 전략을 수정하는 움직임이 시작되었다.1) 이에 따라서 국내 종교단체는 이주민을 전도, 포교, 포덕, 교화 등의 대상으로 인식하고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한국 사회가 빠르게 다문화사회로 전환되면서 한국종교의 지형도 변하고 있다.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한반도에서는 외래종교가 유입되어 토착화되면서 한국종교의 일부분이 되어왔다. 예컨대, 불교와 유교, 천주교, 개신교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러한 현상은 최근에도 목격된다. 이슬람교가 한국에서 네 번째로 많은 종교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1) 왜냐하면 무슬림 이주민의 증가에 따라서 지역사회에서도 종교 인구의 변화가 나타나고 있으며, 종교 관련 쟁점도 새롭게 대두되고 있다. 2015년의 인구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종교 인구는 개신교가 9,676천명, 불교가 7,619천명, 천주교가 3,890천명, 그리고 원불교가 84천명 등으로 파악되었다. 그리고 2025년 가을에 인구총조사가 진행될 예정인데, 2015년보다 종교 인구는 더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이슬람교를 믿는 체류외국인의 숫자가 약 31만 명에 다다르고 있는 현실1)은 한국 종교지형의 변화에 새로운 도전이 되고 있기도 하다.
이와 다르게 한국에서 자생한 종교도 한국종교 지형의 일부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원불교와 대순진리회이다. 본 연구는 국내 종교단체 중 대순진리회에 주목하여, 대순진리회가 이주민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으며, 어떤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는지를 살펴서, 현황과 과제를 도출하는 데 목적이 있다. 왜냐하면, 한국의 자생종교 중 이주민과 연계한 연구가 원불교와 비교할 때 대순진리회의 연구가 부족했기 때문이며, 최근 대순진리회도 이주민에 대해서 일정 부분 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순진리회가 외래종교 또는 이주민을 어떻게 인식하여 대응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연구는 한국종교 지형의 변화를 파악하는 데 기초 자료가 될 수 있겠다.
이 연구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대순진리회가 이주민을 인식하는 배경 및 인식의 근거를 『전경』과 『대순회보』 등을 통해서 살펴본다. 그리고 이주민을 위한 활동이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 현황을 살펴보고, 다른 종교단체와 비교를 통해서 특징과 과제를 도출해 보고자 한다. 나아가 대순진리회의 사례를 통해서 지역사회에서 이주민과 더불어 살아가는 데 종교의 역할과 정부의 역할이 상호 보완할 수 있는 방향에 대해서 제언해 보고자 한다.
Ⅱ. 대순진리회의 이주민 인식
다문화사회에서 이주민에 대한 종교계의 인식 유형에는 크게 네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는 이주민을 보편적 인간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선주민과 이주민의 차별과 구분을 두지 않는 인식의 형태이다. 둘째는 보살핌의 대상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이주민을 선주민보다 무엇인가 부족한 존재로 인식하는 형태이다. 셋째는 동화의 대상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선교나 포교의 대상을 삼는 인식의 형태이다. 넷째는 이주민을 적대적 대상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이주민 혐오와 같은 인식의 형태이다. 이것을 <표>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1)
선행 연구에 따르면, 개신교는 《창세기》 1장 26절을 근거로 이주민을 보편적 인간으로서 인식하며, 천주교도 「특정 지역 이민들을 위한 사제직에 관한 교령」(1914) 이후 「이민들을 향한 그리스도의 사랑」(2004) 훈령에 이르기까지 이주민에 대해서 보편적 인식의 근거를 갖고 있다. 불교 또한 ‘인연’이라는 관점에서 보편적 인식의 근거를 마련하고 있다. 그리고 보편적 인간과 동시에 보살핌의 대상으로도 각각 이해라고 있음이 확인된다.1) 위의 다문화사회에 대한 종교계의 인식 유형 구분에 따르면, 이주민에 대한 대순진리회의 인식은 보편적 인간 또는 보살핌의 대상으로 인식하여 포용적·다원적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김의성은 대순진리회의 ‘해원상생’의 윤리가 다문화주의적 가치를 실현시킬 수 있다고 보며, 이주민에 대한 대순진리회의 인식의 근거를 제시하였다.1) 요컨대, 대순진리회 『전경』의 행록 4장 54절, 공사 1장 3절과 25절과 35절, 2장 23절, 3장 5절과 18절, 교법 1장 31절, 3장 15절, 40절, 교운 1장 9절과 16절과 17절, 65절, 권지 1장 11절 등을 소개하면서, 대순진리회가 다문화주의의 사상적 기반이 될 수 있는 근거를 ‘지기(地氣) 통일과 ‘물화상통(物貨相通)’ 공사와 ‘후천 문명과 천하일가(天下一家)사상’으로 제시하였고, 다문화주의적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것으로 ‘해원상생’윤리를 제시하였다.
위 『전경』의 내용을 <표 2>로 재구성하면 다음과 같다.
한편, 염장선은 『대순회보』 127호에서 『전경』 교법 3장 23절의 “세계의 모든 족속들은 각기 자기들의 생활 경험의 전승(傳承)에 따라 특수한 사상을 토대로 색다른 문화를 이룩하였으되 그것을 발휘하게 되자 마침내 큰 시비가 일어났도다. 그러므로 상제께서 이제 민족들의 제각기 문화의 정수를 걷어 후천에 이룩할 문명의 기초를 정하셨도다”와 교법 2장 20절의 “사람들이 예로부터 「길성소조(吉星所照)」라 하여 길성을 구하러 다니나 길성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니라, 때는 해원시대이므로 덕을 닦고 사람을 올바르게 대우하라. 여기서 길성이 빛이 나니 이것이 곧 피난하는 길이니라”1)를 소개하면서, 대순진리회의 이주민에 대한 인식의 근거를 찾아서 제시하였다.1)
위의 선행 연구 등을 비추어볼 때, 대순진리회가 이주민을 바라보는 인식은 『전경』의 내용을 바탕으로 이주민을 선주민과 똑같은 보편적 인간으로서 인식하거나, 낯선 타국에 와서 한국 생활에 적응을 도와주는 보살핌의 대상으로서 인식하고 있음을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경향은 이주민을 동화 및 선교의 대상으로 삼거나 한국의 종교시장에서 이주민을 경쟁자 등으로 인식하는 적대적 대상으로 삼는 일부의 종교단체와 비교된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이것은 한국의 자생종교들이 갖고 있는 민족주의의 한계를 넘어서는 교리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원불교 등과 같이 해외교화 또는 해외포덕, 다문화포교의 우호적인 인식의 렌즈를 갖고 있다고 판단된다.
Ⅲ. 대순진리회의 이주민 대응
김의성이 제시하였듯이, 대순진리회의 이주민에 대한 대응은 ‘해원상생’의 윤리를 통해서 다문화주의적 가치를 실현한다고 볼 수 있다. 대순진리회의 이주민에 대한 대응은 『대순회보』와 《매거진》을 통해서 확인되거나 관련 뉴스 및 블로그 등을 통해서도 파악할 수 있다. 『대순회보』와 《매거진》은 대순진리회 여주본부도장에서 작성한 내용이므로 종단의 공식적 내용이리라 판단되며, 관련 뉴스와 블로그 등은 행사 등의 내용을 소개하는 차원이므로, 본 연구에서는 이 자료들을 중심으로 이주민에 대한 대순진리회의 대응을 파악하고자 한다. 종단의 관련 책임자나 이주민 지원사업 관련 실무자의 인터뷰는 이번 연구에서는 제외한다. 왜냐하면, 개별 방면에서 실천되고 있는 이주민 대응은 찾아보기 힘들거나 접근하기 어려우며, 이주민 관련 사업 및 활동은 여주본부도장 및 대진대학교를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대순진리회의 이주민 대응과 관련한 질적 연구방법은 차후의 과제로 남겨두고, 이번 연구에서는 공식 및 비공식으로 알려진 자료를 중심으로 살펴보겠다.
이주민에 대한 대순진리회의 활동은 여주본부도장의 경우는 대진국제자원봉사단을 중심으로, 대진대학교의 경우는 국제교류원을 중심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신광철은 2010년 현단계 한국 종교계의 다문화사회 지원 활동을 ‘축제를 통한 소통을 도모하는 것’, ‘자립을 위한 지원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 ‘교육과 연구 활동을 통해 다문화 이해의 폭을 넓히는 것’, ‘연합과 체험을 통한 참여와 소통의 증진을 모색하는 것’ 등으로 분류했었다.1) 그리고 박종수는 다문화사회에 대한 종교계의 대응을 종교인 개별적 대응과 집단적 대응으로 나누고, 세부 항목으로 ‘인권·복지·공동체’, ‘축제와 이벤트’, ‘선교와 의례’, ‘교육’ 등으로 분류하였다.1) 박종수의 분류를 대순진리회의 이주민에 대한 대응의 양상을 살펴보면, 네 가지 모두 나타나고 있음이 발견된다.
이주민에 대한 대순진리회의 대응은 『대순회보』 164호, 167호, 170호, 175호 등에서 “대진대학교 다문화 가족과 함깨한 DMZ안보체험 행사 후원”, “대진대, 외국인 유학생 유치 관리 인증대학 선정”, “외국인 유학생 종단 방문”, “외국인 유학생, 금강산 토성수련도장 방문”, “대진국제자원봉사단, 4일간의 러브하우스” 등의 기사를 찾을 수 있다.1) 그리고 《매거진》에서는 “한국의 다문화 정책과 종교 교육”이라는 기사를 통해서 대순진리회가 다문화사회의 교육에도 관심이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나아가서, 블로그 등에서 확인되는 것은 ‘대순진리회 봉사단’에서 다문화가정을 위한 ‘꿈꾸는 공부방’을 만들어주었다는 기사도 찾아볼 수 있었다. 그리고 대순진리회 여주본부도장의 유튜브에서는 “대순진리회-2019 베트남 빙옌중학교 준공식”1)이란 기사도 발견된다. 뉴스 기사 등에서는 “포천시, 대순진리회 포천수도장 사랑의 쌀 전달 및 다문화가족(시부모)과 함께하는 공감프로젝트”,1) “대순진리회 봉사단 김장김치 전달”1) 등도 확인된다. 이 내용들을 다문화사회에 대한 네 가지 대응 양상으로 재분류하여 살펴보겠다.
대순진리회는 대진국제자원봉사단을 중심으로 이 영역의 활동을 하고 있다. 이러한 활동은 이주민을 동화 및 적대적 대상으로 인식하지 않고, 보편적 인간 및 보살핌의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내용들이다. 대표적인 활동은 다문화가정을 위한 ‘꿈꾸는 공부방’을 만들어주는 것과 ‘러브하우스’ 제작, 다문화가족과 함께하는 공감프로젝트 등이다.
이러한 활동들은 거의 모든 종교단체에서 확인할 수 있는 내용들이다. 다만, 이 활동들이 세 번째 유형인 선교 또는 포교(덕)의 내용과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분류의 중첩성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러한 활동은 일회적이거나 비연속성 행사와 정기적 행사 등으로 나뉜다. 이 활동들은 이주민에게 한국문화를 소개하여 체험활동으로 이벤트를 기획하거나 한국과 이주민 국가와의 교류 등의 활동으로 나타난다. 이 영역에서 대순진리회의 대응 양상은 ‘김장김치 전달(식)’이나 ‘베트남 빙옌중학교 준공식’, ‘대진대학교의 다문화 가족과 함깨한 DMZ안보체험 행사 후원’ 등과 같은 내용이 발견된다.
이 활동은 관주도적인 활동에서 많이 관찰되는 내용이며, 종교단체에서도 이 영역의 활동으로 다문화사회에 대해서 대응하고 있다.
이 부분은 이주민을 선교 또는 포교(덕)의 대상으로 삼아 직간접적으로 이주민을 각 종교단체의 종교의례에 참여시키는 내용들이다. 대순진리회에서는 ‘외국인 유학생 종단 방문’이라든가 ‘외국인 유학생, 금강산 토성수련도장 방문’, ‘대순진리회-2019 베트남 빙옌중학교 준공식’ 등의 활동이 확인된다.
‘선교와 의례’ 영역의 활동들은 이주민을 직간접적으로 선교의 대상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으며, 종교 갈등으로 종종 나타나기도 한다.1) 하지만 대순진리회의 이러한 활동에서는 아직까지 종교 갈등이 발견되지 않고 있다. 이것은 유학생이라는 특수성과 대순진리회 도장이 갖고 있는 한국문화의 특수성이 결합되어 나타나는 특징일 수도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은 학교 교직원과의 인터뷰에서도 확인된다.1)
연구자: 현대 몇몇 종립대학교에서는 유학생을 정원외 등록금 수입원으로 인식하거나 선교의 대상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대진대학교도 유학생을 포교의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는지요?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포교 하는지요?
대진대학교 교원: 대진대학교는 유학생이나 재학생들을 선교의 대상으로 삼지 않습니다. 이것은 학교 개교할 때부터 정해진 방침이었습니다. 저는 비교적 최근에 교수로 임용되어 재직 중이지만, 30여 년 전인 1993년 3월에 대순진리회의 상급 임원이 되어, 대진대학교에서 1년 동안 근무를 한 전력이 있습니다. 대진대학교는 1992년 3월에 첫 신입생을 받았는데, 그때는 10개 학과에 40명씩 해서 총 400명이었습니다. 제가 처음 학교에 발령받아 갔을 때는 400명이 더 입학하여 1학년 400명, 2학년 400명 해서 총 800명의 학생들이 재학 중인 상황이었습니다. 당시 대순진리회 도인 또는 그 자녀들은 80명 정도로 10%에 불과했습니다. 오히려 기독교나 불교를 믿는 학생들의 숫자가 더 많았습니다. 그래서 숫자가 적은 대순진리회 도인 학생들이 기를 펴지 못하고 있었고, 이에 몇몇 대순진리회 임원들이 대진대학교 재학생들을 포교해서 대순진리회 도인으로 만들어야 하지 않느냐는 의견들을 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대진대학교의 설립 목적이 대한민국을 선도할 인재 양성에 있는 것이지 대순진리회 도인 양성은 아니라는 것, 그리고 학교 안에서 포교로 인해 종교 갈등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것 때문에, 대진대학교 재학생들을 포교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 세워졌습니다. 그 원칙은 30년이 넘은 지금도 잘 지켜지고 있습니다.
연구자: 대진대학교에 재학 중인 유학생들이 대순진리회 도장에 방문했다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이것은 포교와의 관련성으로도 보일 수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대진대학교 교원: 유학생들 중에 일부는 한국의 종교에 대해 궁금해합니다. 대진대학교 옆에 있는 포천수도장이 한국 전통 한옥인 것을 보고 그것을 보다 자세하게 더 보고 싶어하는 유학생들이 꽤 많습니다. 그래서 종단 방문을 희망하는 유학생들이 있다면 대순진리회에서는 한 번씩 모아서 관람을 시켜줍니다. 이것은 종교문화 답사에 해당하는 것이지, 포교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지금도 저는 대진대학교 유학생들 중에 대순진리회에 가입한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를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대진대학교는 유학생들의 종교를 존중합니다. 그래서 학교 안에 기독교와 불교 학생회들도 많습니다. 최근에는 이슬람 문화권 학생들이 대진대학교로 유학을 오는 사례들이 늘었습니다. 그래서 대진대학교는 학교 안에 무슬림 학생들을 위한 기도실을 별도로 설치하여 주었습니다. 유학생이든, 재학생이든 간에 각자 가지고 있는 고유한 종교를 신앙하면 그것을 다 인정합니다. 대진대학교는 포교를 목적으로 설립한 기관이 아니기에 그렇습니다. 대진대학교 재학생을 절대 포교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 유학생들에게도 그대로 해당되고 있는 것입니다.
한편, 기사에서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결혼이주여성이라든가 다른 이주민을 대상으로 한 종단 및 도장의 방문이 어떻게 나타나는지는 차후에 분석될 필요가 있다.
여기에서의 교육은 다문화교육 또는 상호문화교육을 그 내용으로 한다. 대순진리회에서는 대진대학교가 다문화평화교육기관으로 선정되어 수행한 교육 프로그램이 있다. 2010년대 중반까지는 ‘교육’의 영역에서 소수자로서 이주민이 다수자인 한국인의 문화를 이해하는 데 대부분의 교육 프로그램이 맞춰져 있었지만, 현재는 이주민과 선주민이 서로의 문화적 차이를 이해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으로 내용이 바뀌고 있다. 이 교육의 명칭을 ‘다문화교육’이라 부르기도 하고 이전의 교육과 차별화해서 ‘상호문화교육’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종교단체가 이러한 교육의 방향성을 맞추기는 쉽지 않다. 왜냐하면 종교단체는 궁극적으로 ‘선교’ 지향적 성격을 가질 수밖에 없으며, 이러한 지향성은 (종교)교육으로 나타나기 쉽기 때문이다. 대순진리회에서는 대진대학교를 중심으로 이 ‘교육’이 수행되고 있기 때문에, 다른 종교단체와 비교할 때 선교 지향적인 내용은 크게 발견되고 있지는 않다.
Ⅳ. 대순진리회 이주민 지원 사업의 특징과 과제
다문화사회에 대해서 가장 먼저 대응했던 종교단체는 개신교와 천주교였다. 이들 종교단체에서는 이주민 중 가장 먼저 대응했던 대상은 ‘노동자’였다. 1990년대부터 유입되기 시작한 이주노동자를 그 대상으로 삼았는데, 이들이 한국의 노동시장에서 겪는 차별에 대해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해결하는 데부터 활동이 시작되었다. 이것은 자연스럽게 이주민을 보편적 대상 또는 인권의 대상으로 보려는 시각에서 출발한 것이다. 물론 개신교와 천주교에서 이러한 인식과 대응이 모두 발견되는 것이 아니다. 개신교에서도 일부 교단과 교회에서, 천주교에서도 일부 교구에서 나타나고 있다. 불교와 원불교에서도 이주노동자의 문제에 관심을 갖고 이들의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서 활동하기 시작하였다.
다음으로 종교단체가 관심을 갖게 된 대상은 ‘결혼이주자’였다. 이들은 1990년대 중반부터 지방정부가 ‘농촌총각 장가보내기 운동’의 결과로 꾸준히 유입되기 시작하여, 현재는 다문화가정 1세대를 지나 2세대 이후에 관심을 확장하고 있다. 결혼이주자는 어차피 한국에 정주해야 할 사람들이기에, 동화의 대상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국에서 살아가야 하기에, 한국어와 한국문화에 대해서 알려줘야 하고 이 활동들은 결국 결혼이주자를 보살핌의 대상으로 보게 만들었다. 대부분의 결혼이주자는 농촌에 거주하고 이들의 생활환경이 다수의 선주민 가정보다 환경이 낫지 못하다는 위계적 인식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최근에는 유학생도 이주민을 구성하는 데 중요한 집단이다. 몇 년 사이에 결혼 이주자 보다 유학생의 비율이 더 높아지고 있다. 이것은 한국이 경제 및 문화적으로 위상이 높아진 경향도 있으며, 정부의 유학생 장려 정책의 반영이기도 하다. 현재 저출산 고령화와 지방 소멸 및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측면에서 유학생을 활용한 문제 해결에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것에 발맞춰서 종교단체가 향후 어떻게 대응하는지도 관찰이 필요하다. 유학생이 증가함에 따라서 일부 종교단체에서는 유학생을 대상으로 한 의례를 따로 만들어 운영하거나 이들을 선교의 대상으로 삼는 조직도 만들곤 하지만, 대순진리회에서는 그런 일을 전혀 하지 않는다.
앞서 살핀 바와 같이, 대순진리회의 이주민에 대한 지원은 대상별로는 다문화가정과 유학생에게 확인되고 있으며, 사업의 내용으로는 축제와 이벤트, 인권·복지·공동체, 그리고 선교와 의례, 그리고 교육 등에 고루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특징은 다른 종교단체와 비교할 때, 몇 가지 특징과 과제가 도출될 수 있다.
먼저, 대순진리회 이주민 지원 활동의 특징은 이주민을 결혼이주민과 그 자녀, 그리고 유학생으로 제한하여 기획 및 실천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주민의 대상을 이렇게 설정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대응도 다문화가정을 취약계층으로만 보고 봉사의 대상으로 접근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유학생들은 한국문화를 체험하거나 대순진리회 도장을 방문하여 의례를 체험하는 등의 내용의 수혜자로만 파악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이주민을 인식하는 유형에서는 이주민을 적대의 대상이나 동화의 대상으로 파악하기 보다는 보살핌의 대상이거나 보편적 인간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특징적으로 나타난다.
이주민에 대한 대순진리회의 이러한 인식은 몇 가지 과제를 남긴다. 이주민에 대한 대순진리회의 과제는 세 가지 정도로 제시될 수 있다. 첫째, 이주민에 대한 대상을 확대할 필요가 제기된다. 천주교나 개신교의 경우, 이주노동자(외국인 근로자)의 인권과 노동권 확보 등을 1990년대부터 실천하고 있다. 그리고 불교 및 원불교의 경우도 이주노동자 센터 또는 쉼터 등을 운영하면서 이주민 지원사업의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따라서 대순진리회도 다른 종교단체와 같이 이주민의 대상을 결혼이주민과 그 가족, 유학생과 더불어 이주노동자, 그리고 난민 등으로까지 확장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될 때, 다문화 시대에 대순진리회의 외적 성장에 기초가 마련될 수 있겠다.
앞서 보았듯이, 대순진리회는 대진국제자원봉사단을 중심으로 국내외 외국인에 대한 지원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이 조직을 활용하여, 국제원조뿐만 아니라 외국인 유학생의 유치를 활성화시키는 방법도 도모할 필요성이 있다. 앞으로 유학생은 이주노동자 다음으로 그 수가 많은 이주민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관심이 확대된다면 대순진리회가 이주민에 대해서 갖고 있는 인식의 근거인 보편적 인간 및 보살핌의 대상(남을 잘 되게 하라)으로서의 인식을 실천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겠다.
둘째, 이주민을 지원하는 사업의 외연을 확장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왜냐하면, 앞서 제기된 과제에서 대상을 확장한다면 자연스럽게 그에 대한 지원이 확장되기 때문이다. 정부나 지자체의 보조금을 받아서 운영하는 ‘건강가정지원센터(옛 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위탁 운영이라든가, 독자적인 ‘외국인센터’의 운영이라든가, 현재 대순진리회의 조직을 활용한 ‘이주민지원센터’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현재 대순진리회 여주본부도장의 경우, 여주시와 포천시를 중심으로 이주민 관련 활동이 파악되고 있다. 여주시의 경우 결혼이민자 등 다문화가정이 좀 더 많기에 사업의 유형도 봉사단 위주의 활동이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 그런데 포천시의 경우, 이주노동자가 많은 지역이기에 유학생과 다문화가정을 넘어서 이주노동자를 지원하는 사업도 늘려나간다면, 지역사회에서 대순진리회가 지역사회의 문제를 기여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겠다.
예를 들어, 분당제생병원에는 ‘국제진료센터’가 있다. 이 센터는 “최고의 의료진이 고품질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며 외국인 환자에게 편안하고 안전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1)고 소개하고 있다. 아마도 이 센터의 설립 취지는 병원의 수익 구조를 창출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순진리회가 표방하고 있는 3대 중요사업의 관점에서 이주민을 위한 의료시스템을 운영한다면, 좋은 호응을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리고 동두천제생병원의 개원 및 활용도 적극적으로 추진될 필요가 있다. 동두천시는 복지환경 전환을 위한 세 가지 전략 방향을 제시하면서, “미등록 외국인을 포함한 복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최소한의 의료·주거·노동 관련 지원을 제공하는 인도주의적 복지 접근의 필요성”1)을 강조하였다. 만약, 동두천제생병원이 개원하여 이러한 정책에 부응한다면, 지역사회의 현안을 해결하고, 다문화사회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좋은 사례가 만들어질 수 있겠다.
셋째, 다문화교육과 관련한 제안이다. 염장선과 김의성, 김진영 등이 제안하였듯이, 다문화사회에서 중요한 것이 선주민과 이주민 사이의 갈등을 해소하거나 방지하는 교육이다. 다문화교육 또는 상호문화교육을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서 실천하는 종교단체는 거의 없는 형편이다. 개신교의 몇몇 교회가 하고 있기는 하지만, 부족한 현실이다. 대진대학교는 2015년에 ‘다문화평화교육기관’으로 선정되어 경기도 내 초중고생을 대상으로 다문화에 대한 인식개선과 다문화평화교육 강사의 전문성 증대를 위해 교육을 수행했던 적이 있다. 따라서 이 다문화교육 및 상호문화교육 분야에서 대순진리회가 선도적으로 프로그램을 개발한다면, 한국사회가 다문화사회로 전환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겠다. 현재, 여주본부도장 내에 박물관을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고, 대진대학교 내 국제교류원에서 다문화교육 관련 교과목을 개발하거나 대순사상학술원 산하의 ‘상생화해센터’(가칭)를 설립하여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겠다.
Ⅴ. 나오며
본 연구는 다문화시대에서 대순진리회가 이주민에 대해서 어떻게 인식하여 대응하고 있는지를 살피려는 시도로, 『전경』에 나타난 내용을 토대로 인식의 근거를 찾아보았고 『대순회보』 및 기사 등을 통해서 대응 양상을 살펴보았다. 살펴본 내용은 2025년 현재까지의 상황이라는 점에서 향후 유동적이며, 향후 대응 양상의 폭도 다양하게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1990년대부터 한국사회에 외국인이 유입되기 시작하면서 이주민에 대한 종교단체의 활동은 시작되었다. 앞서 살폈듯이, 개신교와 천주교가 가장 빠르게 대응하였고, 이주민에 대한 인식의 근거도 가장 먼저 마련하였다. 이후 불교와 원불교 등이 다문화사찰, 외국인교당 등으로 활동하기 시작하면서 한국 종교가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그 외연을 확장하는 데 동참하였다. 이와 비교할 때 대순진리회는 조금 늦게 이 대열에 참여한 것으로 나타난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겠지만, 『전경』 권지 1장 11절 내용에서 찾을 수도 있겠다. “무명의 약소 민족을 먼저 도와서 만고에 쌓인 원을 풀(고)” 난 이후, “사멸에 빠진 세계 창생들을 건지려고”를 미루어보면, 모든 것은 ‘때 또는 시기’가 있다는 것이다. 이 내용을 통해서 현재 대순진리회의 이주민에 대한 대응을 분석하면, 이제 그때가 시작되고 있음을 유추할 수 있다.
다른 종교와 비교할 때, 대순진리회가 갖고 있는 활동의 강점(3대 중요사업)은 향후 다문화시대에서도 그 역할이 주목된다. 『전경』 교운 1장 17절 내용에서 “학교를 널리 세워 사람을 가르침은 장차 천하를 크게 문명화하여 삼계의 역사에 붙여 신인의 해원을 풀려(고)” 한 것이고 한다. 앞서 밝혔듯이, 다문화사회에서 사회통합의 중요한 요소는 교육이다. 교육을 위해서는 학교 교육이 효과적이다. 따라서 대순진리회의 3대 중요사업 중 교육과 관련한 사업은 앞으로도 중요하다. 대진대학교를 비롯한 중고등학교 및 여주본부도장의 시설(박물관 등)을 활용한 ‘다문화교육’ 또는 ‘상호문화교육’이 실천될 수 있는 교육의 장이 확장되길 바란다.
그리고 대순진리회 『전경』의 내용은 다문화사회에서 상호를 이해하는 데 덕목이 되는 ‘역지사지’ 태도에도 사상적 기반을 제공할 수 있다. 김의성이 분석한 대로, 행록 4장 54절은 ‘상호주관적 정감 윤리’를 세우는 데 사상적 기반이 될 수 있다. 나아가 대순진리회의 ‘화해’와 ‘해원’ 사상은 ‘상호문화주의’에 한국적 사상의 기반이 될 수 있기에, 대순사상의 원리를 상호문화주의 관점에서 제고한다면, 한국적 다문화주의 또는 상호문화주의의 이념적 토대를 형성하는 데 기여할 수도 있겠다.
본 연구는 대순진리회가 다른 종교와의 협력과 더불어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 등과의 협업을 통해서 지금까지의 활동 영역(3대 중요사업)을 좀 더 확장하는 데, 기초자료를 제공하는 데 기여할 수 있기를 바라마지않는다. 다만, 본 연구는 제한된 자료의 활용 측면에서 한계가 있었다. 이 부분은 향후 연구에서 질적 조사연구와 다른 종교와의 좀 더 분석적인 비교 연구를 통해서 보완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