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urnal of Daesoon Academy of Sciences
The Daesoon Academy of Sciences
연구논문

대순사상의 영성인본주의 비교연구

김용환1,*
Yong-hwan Kim1,*
1충북대학교 명예교수·조지메이슨대학교 연구교수
1Professor Emeritus, Department of Ethical Education Studies, Chungbuk National University / Research Professor, George Mason University

© Copyright 2023, The Daesoon Academy of Sciences. This is an Open-Access article distributed under the terms of the Creative Commons Attribution Non-Commercial License (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nc/3.0/) which permits unrestricted non-commercial use, distribution, and reproduction in any medium, provided the original work is properly cited.

Received: Jan 16, 2023 ; Revised: Feb 28, 2023 ; Accepted: Mar 08, 2023

Published Online: Mar 31, 2023

국문요약

본 연구는 비교종교학 방법과 대순사상에 관한 문헌학적 방법을 활용하여 대순사상의 영성인본주의를 규명한 글이다. 비교종교 분석은 역사현장에서 드러난 종교의 다양함을 연구대상으로 하기에 종교본질이라는 선험적 틀을 전제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사회과학처럼 심리현상이나 사회현상으로 분해하고 환원시키지도 아니한다. 오늘날 종교다원주의 출현으로 종교 간의 유사성에 집중하는 풍토가 기정사실화 되었다. 아울러 현대영성으로 많은 영성운동들이 특정종교 제약을 받지 않고 혼합주의 성격을 드러내고 있음도 뚜렷한 변화양상이다. 세속적 인본주의에서도 도구화를 극복하고 본래적 초월성을 회복할 때가 도래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는 대순사상의 후천개벽과 관련하여 현대문명의 병폐와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인식지평으로 다가온다. 실제적으로 문명파괴의 악행주범은 도구화되거나 변질된 이성의 영역이다. 이에 이성너머 영성회통의 가능성에 대한 탐구가 절실하게 요청되고 있다.

종교는 인류의 지성결정체로서 인간완성과 구원에 목적을 둔다. 그런데 선천의 절대자 인식이 종교 간의 갈등을 증폭시키고 각각의 색다른 경험을 통해 그 지역에 부합한 사상을 형성하게 됨으로 정신사적 균열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선천시기에는 종교마다 대립하고 투쟁하였지만 종교다원주의 시대에 진입하면서 영성회통의 필요성이 절실해졌다. 이에 비교종교학 방법과 문헌해석학 방법을 병행하여 대순사상의 영성인본주의 비전을 탐색함으로써 영성구현이 인간존엄과 공공행복의 계기임을 밝히고자 한다. 또한 인간적인 삶으로 영성을 모색하고 참 인간으로 사는 길에서 상호 인간존중이 이루어지는 영성인본주의를 가능하게 할 것이다. 본 연구를 통해 논의하려는 영성인본주의는 수도양생 신선사상과 도통진경 대순사상의 영성회통, 사인여천 동학사상과 인간존엄 대순사상의 영성회통, 그리고 발고여락 미륵사상과 해원상생 대순사상의 영성회통을 상호 대비함으로써 우주신인론의 영성전망을 상관연동으로 밝히고자 한다.

Abstract

This comparative study combines the methodologies of comparative research and literature review to examine Daesoon Thought. Comparative religious analysis in the social sciences, does not presuppose an a priori framework of the essence of religion because it targets various aspects of religion which are revealed within a historical field. However, it does not decompose and return to psychological or social phenomena like social sciences. In addition, with the emergence of religious pluralism, the climate of focusing on similarities between religions has already been accomplished to some degree. Furthermore, it is worth noting that many spiritual movements in modern spirituality reveal mixed or amorphous characteristics without being restricted by specific religious membership. It is time to overcome instrumentation and restore the transcendence of its original appearance even in secular humanist reasoning. It can be said that this reveals the perception that the ills and crises of modern civilization should be overcome in connection with the opening of the acquired world of Daesoon Thought. It could further be said that the main culprit of evil behavior is instrumental reason or degenerated reason rather than spirituality.

Religion is the intellectual crystalline body of humankind and aims at human perfection and salvation. However, extremists in previous times amplified conflicts between religions and formed ideas suitable for their specific regions through different experiences. This generated mental rifts that proved greatly influential. At the time of initial inception, each religion confronted and fought other ideologies, but when the era of religious pluralism began, the necessity for inter-spiritual communication became urgent. It could be said that happiness is the realization of human spirituality by exploring the vision of humanism. In that case, the combined methodologies of comparative research and literature review reveal that the spirituality of Daesoon Thought would enable a humanism based on human dignity. This would be a path for seeking spirituality through human life and living as a true human being. Spiritual humanism as discussed through this study aims to share the problems of modern civilization and provide a critical view of modern civilization that shows the roots of prevailing thought are stuck in a Cartesian dualistic view of humanity and the world. The type of spiritual humanism to examined here focuses on a cosmotheandric vision by considering the spiritual return to Daoism via Daesoon Thought. This would treat human beings like heaven in alignment with Donghak ideology and honor the human dignity proposed by Daesoon Thought. It would also deliver sentient beings from suffering and to bliss in accordance with the aims of faith in Maitreya Buddha, and it would implement the Resolution of Grievances for Mutual Beneficence in fulfillment of Daesoon Thought.

Keywords: 대순사상; 인존; 종교다원주의; 영성인본주의; 현대영성; 우주신인론 전망
Keywords: Daesoon Thought; humanism; religious pluralism; spiritual humanism; modern spirituality; cosmotheandric vision

Ⅰ. 머리말

우리나라 헌법 제 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지닌다고 말한다. 인간존엄은 감히 타자가 범할 수 없을 정도로 높고 엄숙한 속성을 드러낸다. 르네상스 천재, 피코 델라 미란돌라(Pico della Mirandola, 1463~1494)는 1486년, ‘인간 존엄성에 관한 연설’에서 자유의지와 과학능력에서 인간존엄성을 모색하였다. 또한 임마누엘 칸트는 인간이 이성을 지닌 자율존재이기에 존엄하다고 밝혔다. 또한 동학 시천주 사상에서는 인간이 한울님을 모시고, 한울님 뜻이 인간을 통해 구현되기에 성경신(誠敬信)으로 말미암아 인간이 존엄하다고 피력하였다.1)

본 연구에서는 대순사상의 영성인본주의를 고찰한다. 영성인간관에 나타난 영성인본주의는 근대 세속적 인간관에 기초한 세속적 휴머니즘과 함께 현대문화를 이끄는 쌍두마차이다. 코로나 대유행이 종식되지 않고 있는 이 시점에서 각종 편견과 차별을 조장하는 인간관은 본질이 아니라 우연적 차이에 불과하다는 인식이 팽배해졌다. 선천의 역사에서는 많은 종교가 있었고, 각 종교마다 우주절대자에 대해 다양하게 언급했다.

우리 민족의 신교전통의 상제, 도교의 옥황상제, 유교의 하느님(天), 불교의 미륵불, 동학의 한울님, 기독교의 하나님의 기록들이 절대관념으로 선천종교 틀을 형성했다. ‘마음이 부처’라는 불성사상과 엑카르트(M. Eckhart)의 ‘영혼의 불꽃’으로서 지성은 존재의 통일장에서 상봉한다. 이에 선천종교 이념 틀의 절대자와 대순사상 구천상제의 상관을 밝히고 영성회통하게 함으로써 새 시대를 여는 보편이념으로 공감할 수 있는 토대를 ‘영성’ 본성으로 모색하고자 한다.2) 영성인본주의는 영성이 인간본성에 있기에 이성과 감성이 충돌할 때, 영성힐링으로 본성을 회복하려는 관점이다. 영성인본주의는 영성의 순수성과 본래성을 강조하며, 종교장벽을 넘나드는 개방성과 인간존엄 본래성 회복에 관심을 둔다.

1871년, 이 땅에 강림한 강증산(姜甑山, 1871~1909) 구천상제는 인류역사를 전체 틀에서 조망하면서 선천시대의 분열, 대립하고 투쟁하는 종교 사이 갈등을 해소하고 인간존엄 가치를 원천적으로 복원할 수 있는 후천개벽의 청사진을 제공하였다. 이는 선천 신본주의에서 벗어나 후천 인본주의로의 전환을 뜻한다. 아울러 선천 절대자와 후천 영성존재의 회통 가능성을 제시함으로써 상극에서 벗어나 상생 차원의 영성인본주의 얼개를 제시한 것이다. 이에 한반도의 구천상제 출현과 상관되는 신선사상, 동학사상, 미륵사상과 회통하는 대순사상을 비교하면서, 상생지향의 영성문화 전환으로 생장염장 원리에 따른 인간존엄 가치를 영성회통 차원에서 상관연동으로 모색하고자 한다.

인간의 존엄사상에서 인존은 인본주의 정신을 근간으로 삼는다. 현대서구사회에서 민주주의는 아직 미완성된 상태에서 인류의 꿈을 집약하고 있다. 또한 재가와 출가, 평신도와 성직자, 그리고 남자와 여자에게 별도의 도덕기준을 적용하여 판단함으로써 이중적인 도덕기준이 야기하는 다양한 차별병폐를 여러 측면에서 세계 도처에서 목도할 수 있었기에 심신치유와 구별되는 영성힐링을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오늘날의 생태계 위기, 기후변화, 질병창궐에 대해 지혜로운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현대 인류의 상당수가 순간적인 향락이나 즐거움, 인터넷에 선보이는 상품들에 현혹되며 살아간다. ‘신이 없다면, 이 모든 것이 허용된다.’는 도스토예프스키의 메시지는 개인이 누리는 무제약적 자유의 한계와 불안을 대변한다. 인류문명은 새 삶, 새 가치관을 제시하면서 인류를 인도할 수 있는 새 이념에 목말라 있다. 대순사상에서 영성인본주의를 발굴하고 영성지향의 방향성을 제시하려는 뜻은 새 문명좌표로서 삶을 설계하고 살아나갈 새 사고방식을 모색함에서이다. 대순사상의 영성인본주의는 이념갈등 너머 상생사회 구현을 바라는 영성열망을 반영한다고 할 것이다.

대순사상의 영성인본주의 전망을 구조적으로 고찰하기 위해 파니카(Raimundo Panikkar 1918~2010)의 ‘우주신인론(cosmotheandrism)’의 전망에 주목한다. 이 전망은 우주론과 신명론 인간론이 서로 병행해서 존재하기에 상호 의존한다는 발상에 근거한다. 이는 종교간 대화의 출발점이 되면서 실재인식의 공통토대를 구축하는 장점을 갖추고 있다. 우주차원(Kosmos)과 땅의 생기(Anima Mundi), 신명차원(Theos)과 하느님의 영(Spiritus Dei), 그리고 인간차원(Anthropos)과 사람의 생명(Vita Hominis)은 그것이 실재하는 한에서 모든 실재를 이루는 필연적 차원들을 함축하고 있다.3) 땅은 살아 있는 어머니며, 세계 도처에는 신명들로 가득 차 있다고 할 것이다. 하늘과 땅의 합일은 세계 모든 피조물을 형성한다. 전체 우주는 그 생명력이 우주로 확장되는 신명창조이자 그 후예이다. 생명은 인간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며, 여타 생명에게도 있기에 개체로서 우주생명을 함께 나누고 있다. 존재론의 지평에서 존재와 비존재는 ‘불이(不二)’의 관계이다. 침묵은 숨기는 것도 계시도 아닌 일종의 관계성의 표현이다.4)

특히 ‘인간차원(Anthropos)’은 신명과 세계를 동시에 아우른다. 인간은 신명계와 자연계와 부단한 교섭을 통하여 자기 자신의 존재를 스스로 형성하고 있는 과정존재이다. 세계 속에 존재하는 모든 실재는 인간의식과 상통하며 상관으로 연동한다. 의식투과는 인간뿐만 아니라 인식 대상에도 나타난다. 이를 통해 인간과 세계는 원융무애로 통섭한다. 존재하는 것은 영성의식이 투과한다고 할 것이다. 대순사상에서 인간존엄에 관해서는 ‘인존’이라는 용어를 사용함으로 인간론의 가치를 명백히 드러낸다. “천존과 지존보다 인존이 크니 이제는 인존시대라. 마음을 부지런히 하라.”5) 또한 “하늘의 작용과 땅의 작용 사람의 작용이 모두 마음에 달려 있다. 마음이란 귀신의 추기이며 문호이며 도로이다. 추기를 열고 닫고 문호를 들락날락하며 도로를 오고가는 신에는 혹 선한 것도 있고 혹은 악한 것도 있다. 선한 것은 스승으로 삼고 악한 것은 고쳐 쓴다. 내 마음의 추기와 문호와 도로는 천지보다도 크다.”6)며 영성회통이 이루어지는 마음존재를 뚜렷이 명시하고 있다.

결국 대순사상에서 말하는 천지는 천존과 지존으로 표현할 수 있기에 신명복합체 의미를 나타낸다. 인간은 자연법칙에 종속되는 육체적 유한존재이지만, 신명과 소통하고 합일하는 영성을 마음에 갖추고 있다. 이에 따라 육체유한성에 종속되지 않고 무한성을 본질로 하는 마음을 부지런히 갈고 닦는 가운데 인간존엄성의 주체로서 살아갈 수 있다. 천지공사는 대순사상에서 제시하는 독특한 종교문화 현상이다. 이에 대순사상의 구천상제는 ‘묵은 하늘’의 음양혼란 시기에 천지공사를 이행하고, 도수를 바로잡는 천지공사를 단행함으로써 해원상생 시대를 열고, ‘후천개벽’의 새 인존전망을 제시하였다. 대순사상의 인존은 영성의 잠재적 가치를 살려 인간존재의 최고 가치로서 만개(滿開)하게 하는 인존 선경 구현에 그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인간의 존엄은 죄와 업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관건이다.7)

종교전통에 대한 기존연구들은 영성경험의 영역을 입증하고 있지만, 상당수는 이성이라는 독소잣대를 남용하면서 영성체험의 다양한 보고들을 파멸시키기 위해 협박도 서슴지 않았다.8) 이에 영성인본주의 맥락을 영성체험 차원에서 소통할 필요성을 절감한다. 이 글에서는 영성인본주의의 구조적 상관연동에 주목하여 우주론과 관련하여 신선사상 수도양생과 대순사상 도통진경을 대비하고 영성회통 가능성을 모색하고자 한다. 또한 신명론과 관련하여 동학사상 사인여천과 대순사상 인간존엄을 대비하고 영성회통을 모색하고자 한다. 아울러 인간론과 관련하여 미륵사상 발고여락과 대순사상 해원상생을 대비하고 영성회통을 모색하고자 한다. 먼저 신선사상과 대순사상의 영성회통을 고찰한다.

Ⅱ. 신선사상과 대순사상의 영성회통

1. 신선사상과 대순사상의 회통

서양의 계시종교와 달리 동양의 신선사상은 양생법을 통해 육체 수명을 늘리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포박자(抱樸子)』에서는 단약을 먹고 신선이 된 여덟 사람을 소개한다. 이에 따르면, 신선은 물에 들어가도 젖지 않고, 불에 들어가도 타지 않으며, 추위나 더위를 느끼지 않으며, 하루에 오백리 거리를 갈 수가 있으며, 몸이 가볍고 마음대로 자신모습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9)

이처럼 지상신선은 구체적이며 가시적인 공간에 나타나 육안으로 확인이 가능한 인간의 모습을 취한다. 이에 따라 전통적 신선은 하늘을 날아다니는 신비함을 드러내기보다 오히려 세상욕심에 무심하면서 생사에 초연하고 한가로이 자기의 심신을 내맡길 수 있는 자유로운 무애도인으로서 수도양생에 몰입하는 존재라고 할 것이다.

반면에 도가철학에서 말하는 신선은 무욕, 무명, 무위의 자연인을 표방한다. 특히 도교신선은 민간신앙 바탕에 무술(巫術) 요소가 가미되어 초능력과 상통한다는 신념체계를 갖추고 있다. 역사적으로는 4세기 초, 갈홍에 의해 『포박자』가 정비하면서 그때까지의 신선사상을 집대성하였는데, 신선, 방약, 양생, 벽곡을 비롯하여 장생비법, 연금비술 등으로 집약하였다. 그런데 대순사상에서 말하는 구천상제는 전통적 신선을 수용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신선의 실재적인 존재와 관련하여 독특한 관점을 표방하고 있다.

그리고 다시 말씀하시니라. 「나의 얼굴을 똑바로 보아두라. 후일 내가 출세할 때에 눈이 부셔 바라보기 어려우리라. 예로부터 신선을 말로만 전하고 본 사람이 없느니라. 오직 너희들은 신선을 보리라. 내가 장차 열석 자의 몸으로 오리라」 하셨도다.10)

이처럼 구천상제는 선천의 신선존재에 대해 회의적이면서 이중적인 잣대를 활용한다. 이는 선후천에 관한 독특한 세계인식에서 비롯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선천을 상극지리(相剋之理)에 의한 진멸지경의 세상으로 인식하고, 천지공사를 통해 이루어지는 상생지리(相生之理) 후천선경(後天仙境)이 조만간 도래할 것임을 예견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선을 말로만 전하고 본 사람이 없느니라.”에서 신선실재에 대한 회의적 태도는 선천신선에 관한 것이다. 반면에 “오직 너희들이 신선을 보리라.”에서 언급하고 있는 신선은 대순사상을 믿는 종도에게 약속한 후천신선을 말한다. 선후천의 세계인식을 바탕으로 기존의 신선사상을 새롭게 차별적으로 변용하고 있다. 기존 신선사상에서 등장하는 ‘불로불사, 무병장수’등을 원용함으로써 신선의 불사개념은 수용하고 있지만, 후천신선을 표현함에 있어서는 완성적 상태로서의 ‘인존’ 또는 ‘도통군자(道通君子)’ 등의 용어를 새롭게 첨삭하여 사용한다.

신선사상과 대순사상의 영성회통은 도가철학 선경(仙境)을 제시하는 『도덕경』에 잘 나타난다. 무명(無名), 유명(有名)이 ‘현묘(之玄)’에서 나왔지만 그 이름은 다르다(同出而異名)’며 ‘현묘’라는 개념을 사용하여 영성으로 회통한다. 하상공은 ‘유욕인(有欲人)’, ‘무욕인(無欲人)’이 하늘에서 기를 ‘부여받은(稟受)’ 것으로 파악하면서 기에 후박(厚薄) 차이가 있음을 말한다. ‘중화(中和)’의 기를 받으면 ‘현성(賢聖)’, 착란(錯亂) 그리고 혼탁(混濁) 등 ‘탁욕(濁辱)’의 기를 받으면 ‘음탐(淫貪)’하다고 한다. 기의 응축과 분산으로 천차만별을 이루지만, ‘무’의 오묘함을 영성으로 회통하고 신비롭기에 신비의 문으로 상통한다고도 한다.11) 유무상통(有無相通) 합덕으로 회통(會通)이 이루어지기에 감산덕청은 유·무를 일컬어 ‘차양자동(次兩者同)’이라고 주장했다.12)

도의 소통에서는 부분적인 존재를 도의 ‘한’으로 매개한다. ‘한’은 ‘하나로’(一), ‘여럿으로’(多), ‘크게’(大), ‘밝게’(明), ‘올바르게’(正), ‘맺’(結)거나, ‘열’(開)면서, ‘새롭게’(新) 변화시키지만, 언제 어디서나 ‘굳어지거나 매이지 않는 여유의 ’범(凡)‘을 발휘한다. 도에 근거하면 성상원융(性相圓融)’으로 무진장의 대순을 펼칠 수 있게 된다. 서양의 피터 버거(P. L. Berger)는 ‘매개구조’의 천착으로 이해깊이를 보다 심화시킬 수 있었다.13) ‘매개구조’(mediating structure)는 개인과 공동체(mega-structure, 국가, 군대 등) 사이 연결고리의 소통기제로 통섭하는 데, 그 연관성을 『전경』에서 살펴본다.

상제께서 종도들에게 가르치시기를 「하늘이 사람을 낼 때에 헤아릴 수 없는 공력을 들이나니라. 그러므로 모든 사람의 선령신들은 六十년 동안 공에 공을 쌓아 쓸 만한 자손 하나를 타 내되 그렇게 공을 들여도 자손 하나를 얻지 못하는 선령신들도 많으니라. 이같이 공을 들여 어렵게 태어난 것을 생각할 때 꿈같은 한 세상을 어찌 잠시인들 헛되게 보내리오」 하셨도다.14)

또한 아놀드 겔렌(Arnold Gehlen, 1904~1976)은 경험과학을 인간학으로 수렴함에 있어 동물은 고도본능을 갖춘 데 반해, 인간은 제대로 소통하지 못하는 ‘결핍존재’임을 부각시키면서 결핍의 보충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하였다.15) 이 같은 맥락에서, 인간으로서의 한계와 결핍을 보충하게 되는 후천세계의 성인시대에 관해, 『전경』에서는 이렇게 낙관한다.

지난 선천 영웅시대는 죄로써 먹고 살았으나 후천 성인시대는 선으로써 먹고 살리니 죄로써 먹고 사는 것이 장구하랴, 선으로써 먹고 사는 것이 장구하랴. 이제 후천 중생으로 하여금 선으로써 먹고 살 도수를 짜 놓았도다.16)

2. 수도양생과 도통진경

신선사상은 수도양생에 초점을 둔다. 삼청(三淸)은 옥청(玉淸), 상청(上淸), 태청(太淸)으로 명명된다. 삼청에는 삼위존신(三位存神)이 거주하며, ‘원시천존(元始天尊)’ 또는 ‘천보군(天寶君)’이라고도 한다. 원시천존은 천상수도, 옥경에 계신 존재이다. 천존들의 존경을 받는 구천상제는 천지공사를 보면서 불로장생 선경을 건설하는 주체로서 전경에서 밝힌다.

상제께서 천하를 대순하시고 광구천하·광제창생으로 지상선경을 건설하시고자 인세에 강세(降世)하셔서 전무후무한 진리의 도(道)를 선포하셨다.17)

처음에는 ‘무(無)’가 있었는데, 세상에 나타나 ‘묘일(妙一)’이 되고, 삼원으로 나뉘어져 ‘삼기(三氣)’를 만들고 만물을 형성하였다. 삼원은 혼동태무원, 적혼태무원, 명적현통원을 말한다. 혼동태무원에서 원시천존이 화생하였다. 원시천존은 삼기조화를 주도한다. 옥경에 올라가서 위징이 섬긴 영성회통 원형은 원시천존이었다. 원시천존은 천지개벽주체로 명성을 떨친 반고(盤古)를 지칭한다.18) 위징이 밤마다 섬긴 최상신선, 원시천존이 등장하는 도교사상과 후천개벽·지상신선실현을 목적으로 하는 대순사상이 원시반본 차원에서 영성회통의 가능성을 시사한다.

위징(魏徵)은 밤이면 옥경에 올라가 상제를 섬기고 낮이면 당 태종(唐太宗)을 섬겼다 하거니와 나는 사람의 마음을 뺐다 넣었다 하리라.19)

또한 제자가 선생을 해치는 하극상이 선경사회에서는 더 이상 용납되지 않음을 분명히 밝힌다.

상제께서 종도들에게 가라사대 「선천에서는 상극지리가 인간과 사물을 지배하였으므로 도수가 그릇되어 제자가 선생을 해하는 하극상(下克上)의 일이 있었으나 이후로는 강륜(綱倫)이 나타나게 되므로 그런 불의를 감행하지 못할 것이니라. 그런 짓을 감행하는 자에게 배사율(背師律)의 벌이 있으리라」 하셨도다.20)

신선사상과 달리 대순사상은 지고한 존재로서 구천상제에 대한 믿음에 의한 도통진경에 초점을 둔다. 이는 도를 통해 우주이치를 알고 도덕세계를 구현하여 무량복락 넘치는 진경을 이 땅에 구현하기 위함이다. 또한 도통진경은 도통으로 진·선·미·성을 확보하고 천지조화를 임의로 용사하는 도통군자를 성취함으로 인존사회로 진입하게 된다. 도의 유무를 상통시킴으로써 영성으로 회통하는 도통진경으로 말미암아 세상이 편안해져 ‘화민정세(化民靖世)’를 구현하거나 ‘보국안민’이 이루어지면서, ‘광제창생’, ‘광구천하’를 이루기 때문에 천국보다 지상이 보다 살기 좋은 선경사회로 이루어진다.

세상에서 수명 복록이라 하여 수명을 복록보다 중히 여기나 복록이 적고 수명만 길면 그것보다 욕된 자가 없나니 그러므로 나는 수명보다 복록을 중히 하노니 녹이 떨어지면 죽나니라.21)

신선으로서 인존구현은 수도로서 말미암는다. 이에 따라 수도목적은 도통이며 도통은 수도자의 소원이 성취됨을 의미한다. 대도를 이루면, ‘중찰인의(中察人義)’로 정의를 구현한다.

옛적부터 상통천문(上通天文)과 하달지리(下達地理)는 있었으나 중찰인의(中察人義)는 없었나니 이제 나오리라.22)

도통진경이란 도통으로 전체선경을 구현하는 것이다. 하상공은 ‘현(玄)’을 ‘천(天)’으로 해석하여 ‘현통(玄通)’을 하늘과 상통하는 ‘천통(天通)’으로 풀이했다. 도통신선은 ‘미묘현통’(微妙玄通)으로 그 깊이를 가늠하기 어렵다. 높은 경지를 분별하기 어렵지만 비유로 드러내면, “의심하기 겨울철 강 건너 듯 살피며, 조심스럽기 천지사방 살피고, 공손하기 손님 같으며, 어울리기 얼음 녹 듯하고, 정 두텁기 통나무 투박함 같고, 마음 광활하기 깊은 동굴처럼 끝없어 이것저것 두루 섞여 탁한 듯 보인다.”23)고 한다.

『장자』에서 추남 ‘애태타(哀駘它)’를 통해 분별치 않고 두루 감싸며 자신을 비우고 인생의 강을 소요(逍遙)하는 모습을 통해 도통을 드러냈다.24) 삼가 조심하기를 코끼리가 살얼음 위 걷듯 하고, 개가 사방 두리번거리듯 하며, 엄숙하기 초대받은 손님처럼 하고, 환하기는 봄날에 얼음이 녹듯 한다. 모든 것 막힘없이 환하며 돈독하기 나무덩굴처럼 질박하며, 마음은 텅 비어 골짜기처럼 넓고, 포용하기 바다가 세상 물을 수용하듯 한다고 한다. 이는 ‘예 유 엄 환 돈 광 혼(豫 猶 儼 渙 敦 曠 混) 일곱 계곡 지나는 것 같아서 ‘칠곡(七谷)’이라고 명명하였다.25) 도를 체득하면 고요하기가 보다 깊어져 맑게 볼 수 있고, 가만히 있는 것 움직여 생동감 넘치게 하며 욕심 채우기 바라지 않는다고 한다.26)

반면에 대순사상의 인간개조는 인간을 신선경지로 바꾸는 개조방식이다. 구천상제께서는 천하창생 진멸을 애석(哀惜)히 여겨, ‘성사재인’(成事在人)으로 맡은 바 역할을 명시하고 천지인삼계에 걸쳐 영성회통에 대한 인간책무를 분명히 밝혔다. 대순사상 인존은 ‘천심즉인심(天心卽人心)’이란 말도 있지만, 신인조화(神人調化)를 통한 우주운행 주체로서 그 활동성을 부각시킨다. 이를 『전경』에서 살펴본다.

상제께서 처음으로 따르는 사람에게는 반드시 자신이 그동안 지내 오던 허물을 낱낱이 회상하여 마음속으로 사하여 주시기를 빌게 하고 미처 생각지 못한 허물을 하나하나 깨우쳐 주시고 또 반드시 그의 몸을 위하여 척신과 모든 겁액을 풀어 주셨도다.27)

헌법상의 인간성은 자기결정권을 지닌 창의적이고 성숙한 개체로서 국민을 말하기에 인간은 존엄성을 가진다고 한다.28) 대순사상 도통진경을 비유, 청풍명월금산사(淸風明月金山寺) 문명개화삼천국(文明開花三千國) 도술운통구만리(道術運通九萬里)29)로 드러내기에 문명도술이 광범위하게 펼쳐져 살기 좋은 세계가 되어, 상서가 무르녹는 지상선경으로 전환한다고 전망하고 있다.

… 불로불사하며 빈부의 차별이 없고 마음대로 왕래하고 하늘이 낮아서 오르고 내리는 것이 뜻대로 되며 지혜가 밝아져 과거와 현재와 미래와 시방 세계에 통달하고 세상에 수·화·풍(水火風)의 삼재가 없어져서 상서가 무르녹는 지상선경으로 화하리라.30)

Ⅲ. 동학사상과 대순사상의 영성회통

1. 동학사상과 대순사상의 회통

동학사상은 수심정기를 제시함으로 ‘본래 마음을 잘 지키고, 각자에게 주어진 기를 바르게 실천하는’ 주문을 한다. 여기서 ‘본래 마음’은 하늘로 품부 받은 마음으로, ‘잘 지키는 것’은 주문과 심고(心告)를 실천함이다. 수심정기 행할 때 주문은 ‘시천주 조화정 영세불망 만사지’(侍天主 造化定 永世不忘 萬事知)이다. 경건(敬虔)하게 한울님 또는 상제 모시는 주문을 활용함으로 지기(至氣) 형태 한울님이 기화(氣化)한 자아와 조화하면서 ‘고요’에 들기에 일상생활에서 만사형통이 이어지기를 기원한다. 영성회통을 위한 시천주의 주문은 대순진리회에서도 사용하고 있다. 1860년 4월 5일, 수운은 영성체험을 구현하였는데, 『동경대전』에서 이같이 말한다.

“뜻밖에 4월에 마음이 섬뜩해지고 몸이 떨려서 무슨 병인지 증세를 알 수도 없고 말로 표현하기도 어려울 즈음에 문득 어떤 신선의 말씀이 귀에 들려와 놀라 일어나 물었다”31)

“말하기를 ‘나에게 신령스런 부적이 있으니 그 이름은 선약이요 그 모양은 태극(太極)이며, 또 다른 모양은 궁궁(弓弓)이다. 나의 이 신령스런 부적을 받아 사람들을 질병에서 구하고, 나의 주문(呪文)을 받아서 사람들에게 상제의 위하도록 가르치면 너 역시 길이 오래 살고 세상에 덕을 펴게 되리라”32)

이처럼 수운 최제우는 초월존재, ‘한울님’으로부터 가르침을 받았다. 초월존재는 ‘한울님’ 또는 ‘상제(上帝)’이다. ‘한울님’으로부터 들은 말씀은 ‘신선말씀(仙語)’으로 수운에게 ‘영부(靈符)’와 ‘주문(呪文)’을 주어 오래 살게 하였고, ‘포덕천하(布德天下)’를 주문했다고 할 것이다. 동학영부는 음양대대를 이루는 태극의 이(二)와 ‘음양중(陰陽中)’ 통일 이루는 ‘궁궁(弓弓)’ 삼(三)의 묘합이다. 이(二)와 삼(三)은 묘합(妙合)으로 무궁조화(無窮造化)를 일으킨다. 이(二)와 삼(三) 사이의 알 수 없는 ‘불연기연’(不然其然) 묘합이 영부이다. 음양대대(陰陽待對) 인식질서가 ‘유’ 태극이라면, 음양대대로 인식할 수 없는 미지세계는 ‘무(無)’의 ‘궁궁’을 표방하는 무극대도 세계이다.

동학의 ‘궁궁’은 예측하기 어려운 미묘한 도이기에, 신명대도, 무극태극, 궁극인격을 통해 조화의 무궁세계로 매개한다. 이 조화세계를 통해 공적영지 영성세계를 무진장 펼친다고 한다. 태극과 궁궁의 조화로 우주천지는 무궁무진하게 전개된다. 수운은 “무궁조화는 ‘무위이화(無爲而化)’이고, 주문조화는 음양회합 ‘충화지기(沖和之氣)’이다. 그런데 천지, 귀신, 음양의 ‘무위이화’(無爲而化)로 동학 이상세계도 지상천국이다. 동학선경은 현세차원으로 발을 딛는 현실이기에 한울님의 덕을 지닌 ‘천지합덕(天地合德)’으로 표상한다. 수운에게 한울님은 신비적 존재에 대해 순간적으로 영성으로 직관적으로 체험한 것이다. 이처럼 이 순간을 경험한 다른 사람들도 이와 유사한 심층적인 인상을 불러일으킨다.33)

또한 수운사상을 계승한 해월은 삼경사상(三敬思想)을 표방하였다. ‘삼경’은 ‘경천(敬天)’, ‘경인(敬人)’, 그리고 ‘경물(敬物)’이다. 경천·경인은 경물로 드러나며 공공인격 공공부조를 잣대로 삼는다.”34) 삼경은 공공인격 함양에서 경물(敬物)이 꼭짓점이다. ‘경물’에서 ‘물’(物)은 생명을 살리는 한의 ‘물적 존재(物的 存在)’이다.35) 경천 공경태도는 인간존엄의 출발이다. 동학의 공경대상으로서 한울님은 타계의 초월존재가 아니며, 만물을 통한 무위이화하며 신명의 광명을 통해 인간어둠을 밝히는 명암상통(明暗相通)의 영성인본주의라고 할 것이다. 동학 한울님은 인간 밖에서 군림하는 초월타자가 아니라, 유한자인 인간에 내재하면서 초월존재로서 만물을 감싸는 포월(包越)의 존재이다.36)

사람들은 존재론적 불안에서 신명을 지향한다. 타락한 자아본위에서 벗어나 동학사상과 대순사상은 인간존엄 가치로서 회통한다. 영성회통을 위해 정성이 지극하면 신명계가 감응한다. 성의를 다하면 신명과 소통하여 천신가호를 받아 화합한다. 정신문화와 물질문명 위계를 극복하고 신명계·인간계의 매개를 통한 교호작용은 증폭되어 길흉화복에 반영되고 그대로 현상세계 변화로 이어진다.

상제께서 어느 날 고부 와룡리에 이르사 종도들에게 「이제 혼란한 세상을 바루려면 황극신(皇極神)을 옮겨와야 한다」고 말씀하셨도다. 「황극신은 청국 광서제(淸國光緖帝)에게 응기하여 있다」 하시며 「황극신이 이 땅으로 옮겨 오게 될 인연은 송 우암(宋尤庵)이 만동묘(萬東廟)를 세움으로부터 시작되었느니라」 하시고 밤마다 시천주(侍天呪)를 종도들에게 염송케 하사 친히 음조를 부르시며 「이 소리가 운상(運喪)하는 소리와 같도다」 하시고 「운상하는 소리를 어로(御路)라 하나니 어로는 곧 군왕의 길이로다. 이제 황극신이 옮겨져 왔느니라」고 하셨도다. 이때에 광서제가 붕어하였도다.37)

파니카(R. Panikkar)는 서양의 영성회통 매개로서 그리스도를 우주신인론(宇宙神人論, cosmotheandrism)에 근거하여 풀이하였다. 그리스도는 기독교 메시아에 그치지 않는다고 한다. 힌두교와 불교에서 그리스도는 예수가 아니며 다른 이름을 가진 메시아이다. 역사적 예수너머 현존하는 그리스도가 여러 종교 가운데서 각각의 구원역사를 펼치기 때문이다. 파니카의 그리스도 개념은 모든 종교전통에 적용될 수 있는 영성매개 보편성을 드러낸다. 종래는 기독교 메시아로서 그리스도를 이해했다면, 이제는 모든 종교전통에서 존재궁극과 영성 회통하는 매개로서 그리스도를 새롭게 상정한다. 이로써 기독교 메시아로서 예수 그리스도는 다른 종교에서도 새 그리스도가 나올 수 있음으 뜻한다.

이처럼 우주를 바라보며 우주론에서 영성회통 신명론으로 매개하기에 그 상관연동 깊이를 발견할 수 있다.38) 동학과 다른 면으로 구천상제는 태을주 주문사용을 제시하였다. 수운이 50년 공부를 하여 시천주 주문을 얻었고, 김경흔이 50년 공부를 하여 태을주를 얻었는데, 동학주문은 이미 사용되었으니 이제부터는 태을주를 새롭게 사용하라는 당부의 말씀이다. 대순사상에서 영성주문 포함의 상관적 계기는 동학의 주문지송과 같은 맥락에서 태을주를 알려주고 운장주를 지은 점이다.

영성주문 지송으로 평화를 느끼고 정신 긴장으로부터 자유의식으로 전환할 수 있다.39) 대순사상에서 영성주문 지송매개의 근거는 ‘구천응원뇌성보화천존강성상제’(九天應元雷聲普化天尊姜聖上帝)’이다. 아울러 영성회통의 기제로서 상방광명으로 인도하는 신(神)·신명(神明)·혼(魂)·영(靈) 등과 상관연동으로 작용한다. 신명과 인간은 소통하며 불가분의 긴밀한 ‘상추상응(相推相應)’ 관계를 형성한다. “마음이란 귀신에게 있어서 추기요 문호요 도로이다. 추기를 열고 닫으며 문호를 들락날락하며 도로를 오고 가고 하는 것이 신이다.”40) 선신(善神)은 인간마음을 들락날락하며 광명으로 이어주고 영성회통을 가능하게 한다.

2. 사인여천과 인간존엄

동학사상의 삼대핵심은 시천주(侍天主), 사인여천(事人如天), 인내천(人乃天)이다. 이 가운데 사인여천이 대순사상의 인간존엄과 영성으로 회통한다고 할 것이다. 실제로 수운 최제우가 자신의 집 노비를 수양딸로 삼은 사실과 제자를 빈부귀천(貧富貴賤)과 관계없이 받았다는 일화 등은 동학 인간존엄을 실천한 사례이다. 수운 최제우의 시천주 사상은 제자이자 동학 2대 교주, 최시형(崔時亨, 1827~1898)에게 전해졌다. 최시형은 『해월신사법설』에서 이같이 말한다.

사람이 바로 한울이니 ‘사람 섬기기를 한울같이 하라(事人如天)’. 여러분들을 보니 스스로 잘난 체 하는 자가 많으니 한심한 일이요.41)

이를 통해 인간과 하늘존재를 동격화 하고 있음이 드러난다. 인간은 성품으로 하늘을 모시고 섬기기에 인간은 하늘처럼 존귀하고 소중한 존재라는 것이다. 동학의 인간존중 사상은 인간의 평등사상으로 이어진다. 반상구별이 엄격한 사회에서 반상구별은 당시 조선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라면서, 해월 최시형은 동학에서는 반상구별을 철폐한다는 준엄한 메시지를 남겼다. 이에 동학사상으로 확고하게 계승되어 인간존중사상 및 만민평등주의로 천명한다.

당시 조선여성들은 ‘남존여비(男尊女卑)’의 이념 및 가사 및 육아, 농사일 등의 노동력 착취로 말미암아 노예의 삶을 이어갔다. 이러한 여성들의 인식변화를 꾀하고자 해월은 ‘내수도문(內修道文)’을 작성하였다. 여성은 집안에서 부모에게 효를 행하고, 남편을 공경하며 자식과 며느리를 사랑하고 하인을 자식같이 여기며 집안 가축뿐만 아니라 여타 생명체도 존중하는 수도를 실천한다. 해월이 가정에서 여성역할을 ‘내수도’, ‘여성수도’로서 표현한 것은 파격적 발상이다.42) 이를 『전경』에서 살펴본다.

지금은 해원시대니라. 양반을 찾아 반상의 구별을 가리는 것은 그 선령의 뼈를 깎는 것과 같고 망하는 기운이 따르나니라. 그러므로 양반의 인습을 속히 버리고 천인을 우대하여야 척이 풀려 빨리 좋은 시대가 오리라.43)

후천에서는 그 닦은 바에 따라 여인도 공덕이 서게 되리니 이것으로써 예부터 내려오는 남존여비의 관습은 무너지리라.44)

이처럼 인간존엄은 ‘공과 사’의 갈등문제를 질서와 혼동의 상반상생(相反相生)으로 아우르기에, 이질적 다양변수를 매개하기에 전환의 폭이 보다 크게 나타났다고 할 것이다.

대순사상의 인간론에서는 함께 배려하며 행복한 자타행복을 중시하며, 상호 호혜실천을 요체로 삼는다. 이에 자신과 타자의 자타상통으로 더불어 행복한 자타행복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 또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살아야 할 것인지 이정표를 요청한다.45) 이후부터 동학은 참동학의 대순사상으로 이어지면서 동학 신자 간에 회자되던 ‘대선생(代先生)’의 진면목을 드러냈다. 1860년 음력 4월 5일, 수운은 경이로운 천상문답(天上問答)의 영성체험을 하였는데, 당시 언급한 상제가 바로 구천상제 자신임을 『전경』에서 밝힌다. 이같이 초월지향의 대순사상과 내재지향의 동학사상은 영성회통을 이루고 있다.

나를 좇는 자는 영원한 복록을 얻어 불로불사하며 영원한 선경의 낙을 누릴 것이니 이것이 참 동학이니라. 궁을가(弓乙歌)에 「조선 강산(朝鮮江山) 명산(名山)이라. 도통군자(道通君子) 다시 난다」라 하였으니 또한 나의 일을 이름이라. 동학 신자 간에 대선생(大先生)이 갱생하리라고 전하니 이는 대선생(代先生)이 다시 나리라는 말이니 내가 곧 대선생(代先生)이로다”라고 말씀하셨도다.46)

Ⅳ. 미륵사상과 대순사상의 영성회통

1. 미륵사상과 대순사상의 회통

불교는 말법시대 이르러 도솔천의 미륵불께서 출현하여 3회 용화법회로서 중생을 구제함으로 불국토를 이룬다는 사상을 유포했다. 진표율사는 변산 부사의방에서 도를 이루고 금산사에 주석할 때 미륵불을 친견하고 계시를 받아 솥 위에 미륵불을 조성하였다. 『대순지침』에서는 “금산사도 진표율사가 용추를 숯으로 메우고 솥을 올려놓은 위에 미륵불을 봉안한 것은, 증산(甑山)·정산(鼎山) 양산진리를 암시하여 도의 근원을 밝혀 놓은 것이다.”라고 풀이하고 있다. 시루에는 성숙완성과 무한무극이 함께 하기에 영성회통 가능성을 암시한다. 또한 개벽참여는 ‘개심견성(開心見性)’ 발로이다. 참된 성품에 근거하여 보람을 느끼고 영통(靈通)을 목적으로 공경하고 일념에 몰입하게 된다. 일념신심의 성실지표는 성품을 살펴 신명과 일여경지에 이르는 영성회통으로 이에 관해 『대순지침』과 『대순진리회요람』에서 살펴본다.

“성(性)은 마음이 밝아져야 천품성을 깨닫는다(開心見性).” 하였으니, 참된 성품을 살펴서 허망한 일을 하지 않는(眞實無妄) 지성(至誠)에 이르면 신(神)과 같아지느니라.47)

수도(修道)는 심신(心身)을 침잠추밀(沈潛推密)하여 대월(對越) 상제(上帝)의 영시(永侍)의 정신(精神)을 단전(丹田)에 연마(鍊磨)하여 영통(靈通)의 통일(統一)을 목적(目的)으로 공경(恭敬)하고 정성(精誠)하는 일념(一念)을 끊임없이 생각(生覺)하고 지성(至誠)으로 소정(所定)의 주문(呪文)을 봉송(奉誦)한다.48)

미륵보살은 인격체로서 지혜를 구족하고 성불, 도생(度生), 완성의 자비행을 실천한다.49) 특히 상불경보살 실천을 나타내는 ‘불경이십사자(不輕二十四字)’는 자비, 지혜, 인욕을 통해 자리이타 수범을 표상한다.50) 믿음의 신(信) → 이해의 해(解) → 실천의 행(行) → 깨침의 증(證) 과정을 통해 지혜가 깊어지고 자비가 넓어져 상호 보완하고 원만성취를 이루며 공덕을 중생에게 회향하고 자비를 실천한다.

삼국시대 이 땅에 불교가 들어오고 미래불주체로서 공덕회향 실천의 미륵사상이 유입되면서 미륵불에 귀의하고 용화 낙원세계에 미래 태어나려는 신앙이 보편화 되었다. 미륵신앙 도장으로 모악산 금산사, 금강산 발연사, 속리산 법주사를 창건하기에 이르렀다. 진표율사가 변산 부사의방에서 도를 이루고 금산사에 주석할 때 미륵불을 친견하고 계시를 받아 솥 위에 미륵불을 조성하였다 한다. 시루를 ‘증(甑)’이라 하는 데, 이는 떡을 찔 때 사용하는 것으로 밑이 막히지 않고 구멍이 뚫려 있음을 뜻한다. 이로써 구천상제는 스스로 미륵불로 화현하면서 시루의 비밀을 통해 미륵불당체로서 증산존호와 상관함을 암시한다.

상제께서 구천에 계시자 신성·불·보살 등이 상제가 아니면 혼란에 빠진 천지를 바로잡을 수 없다고 호소하므로 서양(西洋) 대법국 천계탑에 내려오셔서 삼계를 둘러보고 천하를 대순하시다가 동토에 그쳐 모악산 금산사 미륵금상에 임하여 三十년을 지내시면서 최 수운에게 천명과 신교를 내려 대도를 세우게 하셨다가 갑자년에 천명과 신교를 거두고 신미년에 스스로 세상에 내리기로 정하셨도다.51)

개인적으로 삶이 나락으로 떨어지면, 삶이 파편화되거나 ‘사생활화’(privatization)로 전락한다. 구천상제께서 추락한 뭇 생명 원한을 풀고자 후천선경을 세우고자 하였다. 이 세계주체는 ‘도통’(道通)으로 ‘포월관점’(包越觀點)을 드러낸다. 미륵은 이 세상에서 낙원구현의 존재론적 영성열망을 반영한다. 후천개벽 세계는 인존으로 삶을 전환시키기 위해 인간이 천지사이를 이어주고 매개하며 괴질이 세상을 휩쓸 시기, 인명을 널리 구하고 활사개공을 행해 영성이 열리며 신명결실을 맺는다. 영성열망의 충족사회는 “후천에는 사람마다 불로불사하여 장생을 얻으며 궤합을 열면 옷과 밥이 나오며 만국이 화평하여 시기 질투와 전쟁이 끊어지리라.”52)고 한다. 도통이 만사를 임의로 행하는 무소불능의 능력이라면, 의통은 치병을 강조한 능력이다. 심신치유를 위한 병은 대병·소병이다. 소병이 약물치료로 가능하면, 약물치료가 어려운 대병은 치성 드리는 정성으로 영성힐링이 이루어진다.

병마개로 쓰인 종이에

吉花開吉實 凶花開凶實

의 글귀와 다음과 같은 글들이 씌어 있었도다.

病有大勢

病有小勢

大病無藥 小病或有藥

然而大病之藥 安心安身

小病之藥 四物湯八十貼53)

2. 발고여락과 해원상생

미륵불(彌勒佛)은 훗날 이 땅에 출현해서 중생들을 제도하실 미래불로, 지금은 도솔천에서 천인들을 위해 설법하기에 미륵불이라거나 미륵보살이라고 한다. 미륵불에 대한 믿음이 본격적으로 일어난 『미륵상생경』과 『미륵하생경』 내용 따라 상생신앙과 하생신앙이 서로 다른 양상을 나타낸다. 먼저 상생신앙(上生信仰)은 현재 미륵보살이 계신 도솔천에 태어나기를 희구하는 아미타신앙과 닮은 왕생신앙에 해당한다. 하생신앙(下生信仰)은 앞으로 이 땅에 출현하실 미륵불을 숭상하고 십선업(十善業)을 닦으며 구원을 기다리는 신앙이다. 장차 전륜성왕이 지배하는 세상이 도래하면, 미륵이 태어나 용화수 아래서 깨달음을 성취하고 세 차례 설법으로 무수중생을 제도하고 이 땅에 용화세계(龍華世界)를 건설한다고 풀이한다. 미륵불은 도솔천상의 세계를 지상에 구현하여 도솔대도로 지상을 변모시키고 미륵세상을 땅에 구현하고자 원력으로 산다. 미륵불은 자타불통 고통을 뽑고 자타상통(自他相通) 즐거움으로 전환시키는 ‘발고여락(拔苦與樂)’으로 중생의 괴로움을 덜어 주고 즐거움을 베푸는 불사를 행한다.

이는 공덕회향과 맞물려 있다. 공덕회향은 자신공덕을 개인적 깨침 달성에 바치기보다 다른 존재에게 양도함으로 자신복지가 아닌 타자복지에 기여함을 뜻한다. 공덕회향에 나타난 영성가치는 개인 행위자의 덕보다 다른 존재자의 덕을 우위에 두고 이타주의 덕성윤리 실천에 따른 상생의 통찰력을 제공한다. 이는 곧 자신의 선을 증진함으로써 타자의 선도 증진시킬 수 있음이다. 인간론 전망에서 자타상통의 배려가 요체이기에 사심 없이 공덕을 타인에게 회향하는 습관은 ‘존덕성(尊德性)’을 가능하게 한다. 공덕회향은 습관적 행동이 선에 대한 성품을 함양하는 계기를 제공한다. 습관적 자비심에서 행동함으로 자비로운 사람으로 바뀐다. 이로써 발고여락과 공덕회향은 해원상생과 회통할 수 있다.

대순사상의 해원상생은 정직과 성실의 대가를 보장하며 상부상조하여 창조적 지성으로 살리는 삶을 통해 타자와 더불어 행복한 삶에 기여한다. 이는 ‘현덕(玄德)’을 이루어 ‘화광동진’(和光同塵)을 이룬다. 상생의 도를 통해 공공덕성을 함양하고 더불어 행복한 세상을 빚고 갈무리한다. 화광동진으로 상생하기에, “마음은 사물표상을 초월하여 친함과 소원함, 이로움과 해로움, 귀함과 천함 사이에서 치우치지 않기에 천하의 귀한 자가 된다.”54) 이러한 인존의 실천역량은 화광동진으로 이어져 해원상생을 무르익게 한다. 또한 “모든 허례는 묶은 하늘이 그릇되게 꾸민 것이니 앞으로는 진법이 나오리라”55)는 진법진단에 이른다. 상호 반목과 투쟁, 개인고통과 사회적 혼란이 혼돈양상을 이루는 불완전한 세상을 구제할 목적으로 구천상제는 후천 무궁선운을 열고자 개벽 청사진을 펼쳤다. 이를 『전경』에서 살펴본다.

「 … 우리는 개벽하여야 하나니 대개 나의 공사는 옛날에도 지금도 없으며 남의 것을 계승함도 아니요 운수에 있는 일도 아니요 오직 내가 지어 만드는 것이니라. 나는 삼계의 대권을 주재하여 선천의 도수를 뜯어고치고 후천의 무궁한 선운을 열어 낙원을 세우리라」 하시고 「너는 나를 믿고 힘을 다하라」고 분부하셨도다.56)

착하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자에게는 응분 복록이 따르고, 나태하고 천리에 역행하는 자에게 상응한 벌과 불행이 수반하기에, 후천사회는 불의를 용납하지 않는 사회, ‘배사율(背師律)’로 처벌받는’57) 사회이다. 인간 불만족은 한(恨)·원(怨)·원(冤)의 삼원구조로 깊어 가는데, 사적 한(恨)과 원(怨)이 공적으로 쌓이고 커지면서 공공분노를 수반하는 ‘원’(冤)으로 표출되기도 한다. 원(冤)이 ‘척’(慼)을 쌓으면 힘을 상대에게 투사함으로 말미암아 무차별 집단공격을 공공차원으로 이루어지기도 한다.

「 … 무릇 크고 작은 일을 가리지 않고 신도로부터 원을 풀어야 하느니라. 먼저 도수를 굳건히 하여 조화하면 그것이 기틀이 되어 인사가 저절로 이룩될 것이니라. 이것이 곧 삼계공사(三界公事)이니라 … 」58)

개벽은 ‘새로 열고 새로 밝힘’이다. 천지공사로 ‘정음정양’(正陰正陽)으로 전환되면서, 음양합덕·신인조화는 성상원융 몸통을 이루어 해원상생의 실천으로 수렴된다. ‘창생구제’(蒼生救濟)의 공공소통으로 ‘성상(性相)’은 원만으로 구족하며 천지인 삼재를 ‘한’으로 수렴됨으로 영성회통이 이루어진다. 자비와 지혜가 둘로 나뉘어 작용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한’으로 연동한다. 『대순지침』에서도 “해원·보은 상생원리로 화민정세(化民靖世)하시어 인세낙원을 이루는 뜻에 관해서 광구천하·광제창생의 대의(大義)”59)라고 밝혔다.

“해원상생·보은상생의 원리를 종교의 법리로 화민정세(化民靖世)하시어 인세(人世)에 낙원을 이룩한다 하심은 광구천하·광제창생의 대의(大義)로써, 해원상생 대도의 참뜻을 전하는 것이 포덕이며, 포덕천하가 되어야 광제창생이 되는 것이다.”60)

천지공사는 신명·문명·인간계를 공공차원으로 이어주며, ‘단주의 원(冤)’61)을 풀어준다. 무엇보다 구천상제 해원으로 개인에게 가해진 심리억압, 사회적인 정치폭력, 차별제도 등으로 이루어진 불편부당(不偏不黨)을 척결하게 된다. 공공의 원(冤)을 풀어주며 발고여락을 광범위하게 실천한다. 선천세계는 상극갈등으로 점철(點綴)되었기에, 후천에 들어서면서 선천을 개조하려는 신명계 심판이 이루어졌다. 천지공사는 진멸위기에 빠진 인간을 구제하여 더불어 행복한 지상선경을 구현하도록 새 기틀을 구비하였다고 할 것이다.

상제께서 이 세상에 오시어 도수로써 하늘도 뜯어고치고 땅도 뜯어고치어 물샐틈없이 도수를 짜 놓으셨으니 제 한도에 돌아 닿는 대로 새 기틀이 열리게 되니라.62)

또한 천지공사는 감성으로 자타간의 수평공감대를 확보하고 영성으로 신명과 회통함으로써 지상천국의 구현을 가시화하였기에 공감소통 확산에 따른 공공덕성(公共德性)을 수반한다고 할 것이다. 마침내 타성적인 습관을 일대 전환하여 본심회복을 위한 영성회통의 개벽을 이루게 함으로써, ‘상서가 무르녹는 지성선경’63)으로 변할 수 있도록 기틀을 구비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Ⅴ. 맺음말

선천시기에는 종교전통마다 절대자 중심으로 대립하고 투쟁하였지만 종교다원주의 시대에 진입하면서 영성회통의 필요성이 나타났다. 이에 비교종교학 방법과 문헌해석학 방법으로 대순사상의 영성인본주의 비전을 탐색함으로써 영성회복이 더불어 행복한 공공행복의 구현의 길임을 살펴보았다. 우주신인론 영성을 모색함을 통해서 인간존엄의 영성인본주의 가치를 확인할 수 있었다. 영성인본주의 관점에서 수도양생 신선사상과 도통진경 대순사상의 영성회통, 사인여천 동학사상과 인간존엄 대순사상의 영성회통, 발고여락 미륵사상과 해원상생 대순사상의 영성회통을 모색함으로 우주신인론 전망을 상관연동으로 고찰하였다. 영성인본주의에서 추구하는 영성적 자기실현은 대순사상의 구천상제와 상관하면서 자신을 초월하여 인간 존재의 잠재가능성을 구현하는 인존의 길과 상관연동을 이룬다.

대순사상의 ‘인존(人尊)’은 천지인삼재를 통합적으로 통찰하게 하는 안목을 제공한다. 편향된 미래인식이 아니라, 개방적이며 공공양식을 추구하는 방식이다. 특히 후천 오만년 지상선경을 세워 온 인류를 구제의 길로 인도하려는 공공실천이 천지공사로 드러나고 있음에 주목한다. 파니카(Panikkar)는 ‘우주신인론(宇宙神人論, cosmotheandrism)’의 영성전망에 근거하여 세계 속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신명’(Theos)’으로 이해하였다. 그는 신명의 존재와 그것이 가지고 있는 모든 관계차원을 상관연동으로 이해한다. 파니카의 신명차원은 모든 존재가 가지는 초월적이면서 내재적이고, 한계지울 수 없는 근원적 존재론의 차원이라고 할 것이다.

이처럼 인간존재의 신비로우며 개방차원을 고스란히 드러나기에, 대순사상 인존을 통한 도리는 신명차원의 씨를 지키고 함양함으로 자신의 존엄성마저 유지할 수 있다는 책임성 자각으로 나아간다. 문명이 발달하고 자본주의 체제가 공고화의 길을 걸을수록 이성은 도구화된 이성으로 전락하였다. 세속적 인본주의 이성이 초래한 제반 문제들과 현대문명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의 모색은 대순사상의 후천개벽 과제와 맞물려 있다. 또한 진표율사가 변산 부사의방에서 도를 이루고 금산사에 주석할 때 미륵불을 친견하고 계시를 받아 미륵불을 조성했는데, 시루비밀은 미륵불께서 증산존호를 갖고 오심을 영성회통으로 암시한다.

신선사상은 수도양생에 초점을 둔다. 삼청(三淸)은 옥청(玉淸), 상청(上淸), 태청(太淸)으로 명명된다. 원시천존은 천상수도, 옥경에 계신 존재이다. 구천상제는 천지공사를 보면서 불로장생 선경을 건설하는 주체임을 밝혔다. 신선사상과 달리 대순사상은 도통진경에 초점을 두는데, 우주이치를 제대로 알고 도덕세계를 구현하여 무량복락이 넘치는 지상진경을 이 땅에 구현함이 목적이라고 할 것이다. 또한 도통진경은 도통으로 진·선·미·성을 확보하고 천지조화를 임의로 용사하는 도통군자를 성취함으로 인존사회에 진입통로를 열기에 종래의 신선사상과 차이가 드러난다. 도통진경은 ‘화민정세(化民靖世)’가 구현되고 ‘광구천하’를 이루어 지상이 보다 살기 좋은 선경사회로 전환시킴을 뜻한다.

시천주의 동학사상은 수심정기를 제시함으로 ‘본래 마음을 잘 지키고, 각자에게 주어진 기를 바르게 하는’ 실천을 중시한다. 여기서 ‘본래 마음’은 하늘로부터 품부 받은 마음이며, ‘잘 지킨다는 것’은 주문과 심고를 일상으로 실천함을 일컫는다. 수심정기를 실천할 때 영성주문은 ‘시천주 조화정 영세불망 만사지’이다. 영성주문을 활용함으로 지기형태의 한울님이 기화자아와 조화를 이루어 ‘고요’에 들어 일상에서 만사형통을 기원한다. 또한 내재지향의 동학은 태을주를 병행한 참동학의 초월지향 대순사상으로 이어졌다. 1860년 수운신사께서 천상문답(天上問答)의 영성체험을 하는 상대로 나타난 상제가 구천상제임이 『전경』을 통해 영성회통으로 드러났다.

또한 미륵신앙 도장으로 모악산 금산사, 금강산 발연사, 속리산 법주사를 창건하였다. 진표율사가 변산 부사의방에서 도를 이루고 금산사에 주석할 때 미륵불을 친견하고 계시를 받아 솥 위에 미륵불을 조성했다. 미륵불은 도솔천상의 세계를 지상에 구현하여 도솔대도로 지상을 변모시키고 미륵세상을 이 땅에 구현하려는 원력공덕의 실천이다. 미륵불은 ‘발고여락(拔苦與樂)’의 원력으로 중생의 괴로움을 덜어 주고 즐거움을 주는 불사(佛事)를 실천하고 공덕을 중생에게 회향한다. 공덕회향은 자신의 공덕을 개인 깨침에 바치기보다 다른 존재에게 넘겨줌으로써 자신복지가 아닌 타자복지에 기여함을 뜻한다. 이처럼 공덕회향 영성은 이타주의 덕 윤리에 대한 상생의 통찰력을 제공한다.

파니카의 우주신인론은 자타상통의 배려가 요체이기에 공덕회향의 영성회통은 습관적 행동을 축적하여 선의 성품을 형성한다. 습관적 자비심에서 행동함으로 자비성품으로 바뀐다. 발고여락과 공덕회향은 해원상생과 영성으로 회통한다. 대순사상의 해원상생은 창조지성으로 살기에 타자배려에 기여한다. 우주신인론 전망에서 대순사상의 수도유무상통의 우주차원, 신명명암 상통의 신명차원, 인간자타 상통의 인간차원이 상호 유기적으로 중첩되는 방식으로 영성회통의 연계성을 드러낸다. 이는 유리된 초월이 아니라 모든 존재 사건들은 미래를 지향하며, ‘미지의 실재(Unknown reality)’로 이어진다.

결국 신명차원은 인간과 자연을 아우르면서 인간과 자연과 부단한 교섭으로 말미암은 ‘우주론(cosmology)’의 기능과 함께 자신의 존재를 형성하는 ‘우주생성론(cosmogony)’ 기능을 나타낸다. 파니카는 동서사상 회통을 시도하며 우주신인론의 세 차원의 상즉상입을 추구하였다. 이에 신선사상과 대순사상은 우주차원에서 만나고, 동학사상과 대순사상은 신명차원에서 만나며, 미륵사상과 대순사상은 인간차원에서 만나는 가운데 영성회통이 이루어지는 대순사상 고유의 인존가치를 드러내고 있다.

Notes

신용인, 「동학의 시천주사상과 헌법상의 인간 존엄성」, 『법과 정책』 20-3 (2014), p.207.

‘영성’은 인도 수론철학의 ‘眞我(purusha)’, 신플라톤주의의 ‘精神(nous)’, 기독교사상의 ‘恩寵聖靈(charisma)’, 불교사상의 ‘佛性(Buddha’s nature)’과 상통하는 개념으로, 이성, 감성과 달리 고요히 자기를 성찰하여 광명체험에 이르는 신령한 성품이다. 이성과 감성과 달리 본래적 영성을 구족한 인간은 신령스러운 성품으로 말미암아 일념으로 고요히 비추면서 광명을 현시한다. 종교전통마다 서술방식이 다를지언정 영성체험 수반계기를 ‘寂照一念’에 따른 常放光明을 必要條件으로 언급한다. 종교전통마다 영성의 선험조건을 제시하면서 이에 상응하는 영성체험 촉발계기를 충분조건으로 입증하기에, 욕망초탈의 인간존엄을 영성체험으로 공유하며, ‘영성회통’으로 종교전통 사이를 이어주고 매개하면서 돈오의 영성힐링에 이르게 된다.

Raimon Panikkar, The Experience of God, Icons of Mystery (Minneapolis: Augsburg Fortress, 2006), p.33.

같은 책, p.36.

『전경』 (여주: 대순진리회 출판부, 2010), 교법 2장 56절.

같은 책, 행록 3장 44절, “天用地用人用統在於心 心也者鬼神之樞機也門戶也道路也 開閉樞機出入門戶往來道路神 惑有善惑有惡 善者師之惡者改之 吾心之樞機門戶道路大於天地.”

Charles F. Stanley, Living in the Power of the Holy Spirit (Nashville: Thoma Nelson, 2005), p.56.

샘 해리스, 『종교의 종말』, 김원옥 옮김 (서울: 한언, 2005), p.52.

『抱樸子』, 「仙藥」, 卷 第十一 參照.

『전경』, 행록 5장 25절.

無名天地之始 有名萬物之母 故常無欲以觀其妙 常有欲以觀其徼 此兩者同出 而異名 同謂之玄 玄之又玄 衆妙之門.

감산덕청 주석, 『노자 도덕경, 그 선(禪)의 향기』, 심재원 역주 (서울: 정우서적, 2010), p.71.

피터 버거, 『이단의 시대(The Heretical Imperative)』, 서광선 옮김 (서울: 문학과 지성사, 1981), p.35.

『전경』, 교법 2장 36절.

아놀드 겔렌, 『인간, 그 본성과 세계에서의 위치』, 이을상 역주 (서울: 지만지, 2010), pp.45-47.

『전경』, 제생 55절.

같은 책, 행록 1장 4절.

잔스촹, 『도교문화 15강』, 안동준·런샤오리 옮김 (파주: 알마, 2011), p.179.

『전경』, 행록 1장 33절.

같은 책, 행록 1장 34절.

같은 책, 교법 1장 16절.

같은 책, 교법 3장 31절.

『도덕경』, 古之善爲士者, 微妙玄通, 深不可識. 夫唯不可識, 故强爲之容. 豫兮若冬涉川, 猶兮若畏四隣. 儼兮其若客, 渙兮若氷之將釋, 敦兮其若樸, 曠兮其若谷, 混兮其若濁.

오강남 풀이, 『장자』 (서울: 현암사, 2011), pp.241-242.

豫兮若冬涉川 猶兮若畏四隣 儼兮其若客 渙兮若氷之將釋 敦兮其若樸 曠兮其若谷 混兮其若濁.

孰能濁以靜之徐淸. 孰能安人之徐生. 保此道者, 不欲盈. 夫唯不盈, 故能蔽而新成.

『전경』, 교운 1장 2절.

헌법재판소, 2004. 4. 29. 판례 참조.

『전경』, 예시 14절, “文明開化三千國 道術運通九萬里.”

같은 책, 예시 81절.

『동경대전』,「포덕문」.

같은 책, 「포덕문」.

윌리엄 제임스 , 『종교적 경험의 다양성』, 김재영 옮김 (파주: 한길사, 2018), pp.482-483.

이영노, 『해월신사법설해의』, (서울: 천법출판사, 2001), pp.473-475.

김용환, 「동학의 공공행복 전망과 실제」, 『윤리교육연구』 32 (2013), p.129.

길희성, 『영적 휴머니즘 : 종교적 인간에서 영적 인간으로』 (파주: 아카넷, 2021), p.809.

『전경』, 공사 3장 22절.

Raimon Panikkar, Op. cit., p.34.

홍명희, 『상상력과 가스통 바슐라르』 (서울: 살림, 2005), p.58.

『전경』, 행록 3장 44절, “心也者鬼神之樞機也門戶也道路也 開閉樞機出入門戶往來道路神.”

『海月神師法說』, 「待人接物」, “人是天 事人如天 吾見諸君 自尊者多矣 可嘆也.”

이상임, 「여성 지도자 구현의 가능성에 대한 논의 : 동학사상과 플라톤의 비교를 중심으로」, 『동학학보』 40 (2016), p.137.

『전경』, 교법 1장 9절.

같은 책, 교법 1장 68절.

Peter Baofu, Beyond Ethics to Post-Ethics(Charlotte: IAP, 2011), p.45.

『전경』, 예시 11절.

『대순지침』, p.75.

『대순진리회요람』 (서울: 대순진리회 출판부, 1969), p.18.

자황, 『해탈의 징검다리』 (서울: 정민문화사, 2019), p.38.

방기연, 『불교상담 : 자유로운 삶을 열어주는 불교심리상담 이야기』 (서울: 조계종출판사, 2003), p.91.

『전경』, 예시 1절.

같은 책, 예시 80절.

같은 책, 행록 5장 38절.

감산덕청 주석, 앞의 책, p.374. “心超物表 不在親疎利害貴賤之間 此其所以爲天下貴也.”

『전경』, 교법 3장 37절.

같은 책, 공사 1장 2절.

같은 책, 교법 3장 34절.

같은 책, 공사 1장 3절.

『대순지침』, p.20.

같은 책, p.21.

‘丹朱의 恨’은 권력에 의하여 형성된 한으로, 요(堯)가 순(舜)에게 두 딸을 주고 천하를 전하니 요의 아들, 단주(丹朱)는 원(寃)을 품고 마침내 순을 창오(蒼梧)에서 붕(崩)하게 하고 두 왕비를 소상강(瀟湘江)에 빠져 죽었다. 이로 원(冤)의 뿌리가 세상에 박히고 세대추이에 따라 그 종자가 퍼져 파멸지경에 이르렀다고 할 것이다.

『전경』, 예시 16절.

같은 책, 예시 81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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