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들어가는 글
『대순진리회요람(大巡眞理會要覽)』1)은 우당의 명에 따라 1969년 4월에 공식 발행되었다. 『요람』은 1장 「대순진리회」를 시작으로 「신앙의 대상」, 「취지」, 「연혁」, 「교리개요」, 「종지」, 「신조」, 「목적」, 「수도」, 「훈회」, 「수칙 및 사업」, 「조직기구」와 「도장의 전경」 등을 소개하고 있다. 그중 「신앙의 대상」, 「종지」, 「신조」, 「연혁」 등은 1956년에 발행된 『태극도통감(太極道通鑑)』에 기반하고 있다. 이는 당시에 태극도 도인들을 대표하고 있던 우당이 간행한 것으로, 본 논문에서는 우당이 저술한 「신앙의 대상」에 관하여 주목하고자 한다. 『전경』에 따르면 “을축년에 구태인 도창현에 도장이 이룩되니 이때 도주께서 무극도를 창도하시고 상제를 구천응원뇌성보화천존상제(九天應元雷聲普化天尊上帝)로 봉안하시고 종지 및 신조와 목적을 정하셨도다.”2)고 밝히고 있어, 해당 신격은 1925년에 이미 정해져 있었음을 알 수 있다.3) 신격을 봉안한 이후 발간된 『태극도통감』에서는 단지 ‘구천응원뇌성보화천존상제’를 신앙의 대상이라고 밝히고 있을 뿐, 명칭에 따른 해석은 따로 언급되어 않았다. 그러나 대순진리회의 『요람』에서는 해당 신격에 대한 설명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러한 점에서 1956년과 1969년 사이에 신앙의 대상 즉, 신격에 대한 해설이 추가되었다고 볼 수 있다.4)
『훈시』를 살펴보면, “상제님께서는 기유년(己酉年) 6월 24일에 화천 하셨다. 6수(數)는 6⋅6해서 36으로, 36은 360을 뜻하고 360은 도(道)를 말한다. 360에는 24절후가 들어있으니 그러므로 24일에 화천 하신 것이다. 이는 『옥추보경(玉樞寶經)』에도 있다.”5)라는 언급이 보인다.6) 해당 내용은 『옥추보경』의 주신(主神)인 보화천존의 성탄(聖誕)일이 6월 24일인 것과 연관한 것으로,7) 관련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 『옥추보경』8) 판본에 대해 이미 숙지하고 있었다는 언급으로 볼 수 있다. 본 연구는 증산의 화천 날짜가 『옥추보경』에서도 언급되고 있다는 『훈시』의 내용을 근거로 신격에 대한 해설이 『옥추보경』의 일정 판본과 연관이 있을 것이라는 가정하에서 시작된 것이다. 화천 날짜 이외에도 정산이 신앙의 대상을 구천응원뇌성보화천존상제라고 밝혔음을 고려하면,9) 우당은 이 존칭 또한 『옥추보경』과 일정 부분 관련 있었음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고 추정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옥추보경』은 『정통도장』 통진부 본문류에 『구천응원뇌성보화천존옥추보경』과 통진부 옥결류에 『구천응원뇌성보화천존옥추보경집주상』, 『구천응원뇌성보화천존옥추보경집주하』가 존재한다. 한국에서 『옥추보경』은 지도지사(志道之士)의 수양법에 관한 지침서 혹은 독경 신앙의 무속 제의에 관한 경전으로 널리 알려진, 도교의 실체서(實體書)이자 한국의 민족종교 서적으로 평가된다.10) 조선 초기에 『옥추보경』은 국가적 차원에서 기우제를 위해 사용되었고, 도가류(道家類) 관리가 되기 위해 암기해야 하는 경전 중의 하나였다. 이후 성리학 중심의 지배 이데올로기가 견고해지면서 『옥추보경』을 사용하는 주체가 국가 중심에서 민간 중심으로 변하였다. 이에 경전의 재생산은 주로 불교에 의탁하여 간행되거나 민간에서 필사로 전해졌다. 『옥추보경』은 맹인, 경객, 무당 등에 의해 치병, 해액(解厄), 기복을 목적으로 송독하는 경전으로 널리 자리 잡았고, 수행의 수단으로 사용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경향은 조선 후기까지 이어졌고, 필연적으로 조선 후기에 발흥한 민족종교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다.11)
『옥추보경』과 민족 종단인 대순진리회의 연관성을 살펴보면, 우선 신앙의 대상을 ‘구천응원뇌성보화천존강성상제(九天應元雷聲普化天尊姜聖上帝)’로 하여 강증산을 ‘구천응원뇌성보화천존’의 신위로 모시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12) 또한, 『요람』의 「신앙의 대상」에 대한 해설을 고찰해 보면, 『요람』이 당시에 널리 보급되었던 한국의 『옥추보경』판본의 주석과 많은 부분에서 일치하거나 유사점을 보인다. 이러한 점에서 본 논문의 목적은 『옥추보경』의 주석과 『요람』의 내용을 비교하여, 유사점과 차이점을 밝히는 것에 있고, 나아가 국내 여러 판본 가운데서도 어떠한 판본과 문헌적 연관성을 지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Ⅱ. 한국 『옥추보경』 집주본의 유형
『옥추보경』의 성립은 당말오대(唐末五代) 시기로 추정되며, 늦어도 북송 초에는 이미 등장하였다고 여겨진다.13) 『옥추보경』은 송·원시대 이후 중국의 각 지역에 광범위하게 전해지면서 도교의 신관과 사상 그리고 민간신앙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명나라 때는 왕실에서 존귀한 경전으로 인정받았으며, 특히 세종과 신종은 『옥추보경』을 간행하며 직접 서문을 쓰기도 하였다.14)
한국에서 유통되는 『옥추보경』은 1455년 『정통도장』15)에 수록된 「구천응원뇌성보화천존옥추보경」과 집주본인 「구천응원뇌성보화천존옥추보경집주」상·하를 저본으로 삼고 있다. 집주본에는 “海瓊白眞人 註, 祖天師張眞君 解義, 五雷使者張天君 釋, 純陽孚佑帝君 讚”이라고 명시되어 있어 흔히 ‘사주본(四注本)’이라고 칭한다. 해경백진인은 남송시기 도사인 백옥섬을 말하며, 조천사 장진군은 동한시기 도교 교단을 만든 장도릉이며, 오뢰사자 장천군은 천상에 있는 뇌부 신장 중 일원이며, 순양부우제군은 여동빈을 말한다.16)
연도 | 구분 | 서명 | 구성 | |
---|---|---|---|---|
1455 | 원문본 (정경) | 『정통도장』 통진부 본문류 | 『九天應元雷聲普化天尊玉樞寶經』 | 경문의 본문 |
집주본 (사주본) | 『정통도장』 통진부 옥결류 | 『九天應元雷聲普化天尊玉樞寶經集註上』 | 집주상(천집1~9장, 지집1~5장)17) | |
『九天應元雷聲普化天尊玉樞寶經集註下』 | 집주하(지집6~15장)+원만길상영장(圓滿吉祥靈章)+15부전(符篆)+속혼합장(續婚合章)+15귀형(鬼形)+장사성 발문(1333년) |
『옥추보경』은 동아시아에 널리 전파되었지만, 지금까지 발견된 판본을 살펴보면 목각판의 제작과 판본 간행은 중국과 한국에서만 이루어졌다. 현재까지 확인된 바에 따르면 한국에서 간행된 가장 이른 판본은 감로사 판본(1563年)이다. 그 뒤로 무등산 안심사, 진안 반룡사, 묘향산 보현사, 계룡산 등에서 간행이 이루어졌다. 미국 버클리대학 도서관에 소장된 『옥추보경의문(玉樞寶經儀文)』과 같은 초본(抄本)도 국내 여러 학교나 기관에서 소장 중이지만, 대부분이 연도를 추정하기 어렵고 형태도 다양하여 아직 학계에서 체계적인 분류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18) 활자본(鉛字本)으로는 1922년 최병두의 『상밀주해옥추보경(詳密註解玉樞寶經)』, 1982년 조성우의 『옥추보경(玉樞寶經)』 등이 있고, 현대의 번역본으로는 『그윽한 하늘의 소리』, 『연해옥추보경(演解玉樞寶經)』 등이 있다. 한국에서 간행된 판본을 정리하면 아래의 표와 같다.
연도 | 발행처, 소장처, 저자, 서명 | 개략적 구성 | |
---|---|---|---|
1 | 1563 (합본) |
옥천 감로사 불교중앙박물관 소장 『九天應元雷聲普化天尊玉樞寶經』 |
『佛說十二摩訶般若波羅蜜多經』+『佛說高王觀世音經』+『九天應元雷聲普化天尊玉樞寶經』+『佛說延壽神王護身經』+『聖觀自在求修六字禪定』+발문+간기+시주질+간역질+『大藏經佛三身眞言』+변상 2장+매죽헌 志文19) |
2 | 1570 (초간본) |
무등산 안심사 서울 법장사, 원주고판화박물관 소장 오인 간행 서명 未詳 |
41神像圖+變相圖+6神呪(心神呪, 淨口神呪, 淨身神呪, 安土地神呪, 淨天地解穢呪, 開經玄蘊呪)+焚香奏啓+昭貺仍念+正經及四注+圓滿吉祥靈章+15符籙+寶經音訓+續婚合章+護經神將圖+跋文 |
3 | 1570 (수정본) |
무등산 안심사 국립중앙도서관 소장 오인 간행 서명 未詳 |
안심사 초간본에서 신상도에서 ‘대법천사’, ‘신공묘제허진군’가 추가됨. 안심사 초간본에서 경문1장(재옥청천중장)이 보강됨.20) |
4 | 1612 |
진안 반룡사 국립중앙도서관 소장 김홍무 간행 『九天玉樞經』 |
『九天應元雷聲普化天尊玉樞寶經』+圓滿吉祥靈章+6神呪(心神呪,淨口神呪,淨身神呪,安土地神呪,淨天地解穢呪,開經玄蘊呪)+焚香奏啓+昭貺仍念+神位名號+正氣呪+15符籙+玉樞寶經後序 |
5 | 1733 (초간) |
묘향산 보현사 규장각 소장 송몽삼·서두추 간행 『畵玉樞經』 |
47神像圖+變相圖+6神呪+焚香奏啓+昭貺仍念+神將名號+正經及四注+圓滿吉祥靈章+15符籙+寶經音訓+續婚合章+護經神將圖+跋文(2種) |
6 | 1736 (수정본) |
묘향산 보현사21) 송몽삼·서두추 간행 『畵玉樞經』 |
누락된 변상도(홍제구천사, 정양허진군)와 경문1장 보강22) |
7 | 1838 |
묘향산 보현사 박도근·김정효 간행 『畵玉樞經』 |
1736년 수정본 重刊 |
8 | 1840 |
일본 동경대학소창문고(東京大學小倉文庫) 소장 김학연 간행 『玉樞經』(抄本) |
안심사 초간본 초본으로 추정. 6神呪+焚香奏启+昭贶仍念+正經及四注+圆满吉祥靈章+15符籙+普經音訓+续婚合章+刊記 |
9 | 1888 |
계룡산 황일연 간행 『玉樞寶經』 |
天集[序說+原序+證贊+普相+衍圖贊(48神像圖]+九天睿號+儀文+神呪(心神呪,淨口神呪,淨身神呪,安土地神呪,淨天地解穢呪,金光神呪,祝香神呪,開經玄蘊呪)+開經贊+至心歸命禮+焚香奏啓文+『玉樞寶經集註(雷字章-說普經章]』] 地集[『玉樞寶經集註(學道希仙章-報應章]』+玉音章+善功圓滿章(원만길상영장)+吉祥靈章+尊言+尊言贊+至心歸命禮+15符籙+續婚合章+旃檀神王普相)] 人集[『玉樞寶經禮眞懺悔人集』+普經音訓+普經要 |
10 | 1922 |
한림서림(경성) 국립중앙도서관 소장 최병두 간행 『詳密註解玉樞寶經』(鉛字本) |
天經[明國世宗肅皇帝序+金正喜序+玉樞寶經靈符+崔秉斗序+證贊+開經贊+啓請頌+神呪(淨心神呪,淨口神呪,淨身神呪,安土地神呪,淨天地解穢呪,金光神呪,祝香神呪)+48將請+奏啓文+開經玄蘊呪+音普呪+『玉樞寶經集註(雷字章-說普經章]』] 地經[『玉樞寶經集註(學道希仙章-報應章]』+神將退文+15符籙] 人經[續婚合章+『玉樞寶經禮懺人集(善功圓滿章+至心敬禮+至心朝禮+至心歸命禮 等)』+善功圓滿亦降吉祥靈章] |
11 | 미상 |
미국 버클리대학도서관 소장본 『玉樞寶經儀文』(抄本) |
大明世宗皇帝御製序+玉樞寶經證讚(瀛壼玄橧子讚)+玉樞寶經儀文[神呪(淨心神呪, 淨口神呪, 淨身神呪, 安土地神呪, 淨天地解穢呪, 金光神呪, 祝香神呪)+奏啓文+昭貺+志心歸命禮(5種)+志心歸命禮(48神將名號)+開經讃+開經玄蘊呪]+玉樞寶經正經正文[啟請訟+正經(1~9章)]+玉樞寶經下經正文[正經(10~27章)+志心歸命禮+玉音章+圓滿吉祥靈章]+玉樞寶懺[15符篆+續婚合章+士同衆擧步虛頌+志心敬禮+道場衆等釂水饋花供養如法+志心朝禮+禮足各長跪歸命懺悔+志心朝禮+志心稽首禮]+『北鬥本命經』 |
12 | 1982 |
동양서적(파주), 조성우 『玉樞寶經』(鉛字本) |
『詳密註解玉樞寶經』와 동일 |
13 | 1991 |
대흥기획(서울), 황병진 『그윽한 하늘의 소리』(鉛字本) |
보현사 『畵玉樞經』 번역본 |
14 | 1991 |
온고당(서울), 이기목 『演解玉樞寶經』(鉛字本) |
『詳密註解玉樞寶經』 번역본 |
15 | 2009 |
명문당(서울), 허시성 『玉樞寶經』(鉛字本) |
『詳密註解玉樞寶經』 번역본 |
16 | 2022 |
희야(서울), 백윤희 『直譯 玉樞寶經 解說集』(鉛字本) |
『詳密註解玉樞寶經』 번역본 |
17 | 2022 |
태학당(경기 광명), 이기목·손혜림 『演解玉樞寶經』(鉛字本) |
1991년 『演解玉樞寶經』의 개정판, 부전의 설명과 사례 추가. |
한국판본에 관한 선행 연구에서 주목할 만한 연구자는 구중회와 문순회이다. 구중회의 저작인 『옥추경 연구』는 『옥추보경』의 유래와 구성, 역사적 평가와 민간 신앙적 위상, 보화천존과 48신장 등 다양한 측면에서 경전을 조망하여, 『옥추보경』 연구의 서문을 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문순회는 구중회가 발견하지 못한 감로사 판본을 소개하여 한국의 최초 판본 간행 연도를 1570년에서 1563년으로 앞당겼다. 또한 발견된 판본이 불교 경전과의 합본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에서 기존에 구중회에 의해 언급되던 판본의 유형과 다른 새로운 판본 유형을 소개하였다는 것에 주목할 만하다. 그리하여 해당 연구는 국내에 아직 밝혀지지 않은 『옥추보경』이 더 발견될 수 있다는 점과 『옥추보경』이 불교와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는 사실을 시사했다는 것에서 『옥추보경』의 중요한 역사적 흔적을 제공하였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초기 연구의 한계도 뚜렷이 보인다. 구중회는 한국의 『옥추보경』은 중국의 원문본·집주본과는 차별되는 ‘재생산된 경전’으로 보았다.23) 이러한 착오는 구중회가 비교한 중국판본의 표본이 너무 간략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구중회가 한국판본의 특징으로 본 변상도(變相圖)와 신상도(神像圖)는 명나라 1527년 사본(寫本)24)의 묘사를 그대로 따르고 있다. 또한 한국판본에서만 의례문이 추가되었다고 주장하는 측면에서는 『구천응원뇌성보화천존옥추보참(九天應元雷聲普化天尊玉樞寶懺)』25)이나 의례문이 함께 편찬된 청나라 판본에서 그 내용이나 형식상의 유사함을 보인다.26) 한편, 의례에서의 신주는 이미 도교에서 널리 사용되는 팔대신주(八大神呪)에서 유래된 것이며, 계룡산본의 「인집」이나 상밀주해본의 「인경」에 추가된 의례 역시 많은 부분이 『제사진고(諸師眞誥)』27) 등의 기존의 도경과 유사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결국, 한국의 판본은 『도장』의 본문(정경) 및 집주본(사주본)에 기반하며, 변상도·신상도와 의례 등은 중국 『옥추보경』 판본 혹은 기존의 도경과 많은 공통점을 보인다. 이러한 점에서, 한국의 『옥추보경』 판본은 중국판본의 영향을 받으며 점차 변화해 온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보화천존에 대한 의례를 「인집」으로 엮어 경전을 ‘天集, 地集, 人集’의 구성 체계로 명명했다는 것이나 집주가 추가되는 등의 변화도 발견할 수 있는데, 이를 살펴보기 위해 한국의 『옥추보경』을 집주 구성으로 분류하면 다음과 같다.
[유형 1]은 원본이나 집주본에 신주와 신상도·변상도가 있다는 특징을 지닌다. [유형 2·3]은 중국의 집주본을 천집·지집 혹은 천경·지경으로 배속하였고 인집 혹은 인경을 추가로 편입하였다. 이는 경전 구성의 명명에 있어 한국판본에서만 보이는 특징이다. 특히 [유형 3]은 기존 주석의 형태인 주·해·석·찬에서 ‘강의’를 추가하여 『옥추보경』의 해설을 더욱 풍부하게 하고 있다.
최병두의 주석인 강의는 경전사(經典史)적인 측면에서 볼 때, 가장 최근에 작성된 것이므로 경전의 전승에서 비중이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옥추보경』의 토착화 과정에서 볼 때, 한국에서 『옥추보경』을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였는지에 대한 단서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고 할 수 있다. 또한 [유형 1·2]는 시대적 제한으로 소수만 공유하던 것임에 반하여, [유형 3]은 활자본으로 대중에게 널리 보급되었고 그로 인하여 당시 상당수가 해당 판본을 소장하고 접할 수 있었다. 이러한 측면에서 『상밀주해옥추보경』은 한국의 판본 가운데 한국인의 시각이 반영된 주석을 포함하는 경전이자, 20세기 초 한국에서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친 저본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Ⅲ. 『옥추보경』 주석과 『대순진리회요람』의 신격 비교
본 논문에서 주목하고자 하는 부분은 『옥추보경』의 신격에 대한 설명으로, 이는 『도장』 집주본 서두에 등장하고 한국판본 [유형 1]에 따르면 천집의 ‘설옥추보경장(說玉樞寶經章)’28)에 대한 주석과 ‘뇌자장(雷字章)’의 주석에 해당한다. [유형 2·3]에 따르면 본문에서 ‘보화천존’이 천경의 ‘뇌자장’이 아닌 ‘재옥청천중장(在玉淸天中章)’으로 분류되어 있다. 신격에 관한 집주는 판본의 구성에 따라 편성의 차이는 있지만, 집주본의 모든 유형에서 기본적으로 포함하고 있는 경전의 핵심 내용이다. 앞서 언급하였듯이 주·의·석·찬의 집주는 [유형 1·2]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집주에 추가된 강의는 [유형 3]에 나타난다.
이번 장에서는 한국판본에 보이는 구천응원뇌성보화천존의 신격에 대한 주석을 ‘구천’, ‘응원’, ‘뇌성’, ‘보화’, ‘천존’으로 구분하여 『요람』 「신앙의 대상」의 내용과 비교해 보고자 한다.29)
구천에 대한 집주의 내용을 살펴보면, 우선 구는 양수이자 곧 천도라고 하였다. ‘동남에 구기가 있다’는 말은 「뇌자장」 주(註)에 “진왕은 신소옥부에 거하며 그 도는 손(동남방)에 있음이라.(眞王所居神霄玉府, 其道在乎巽.)”라는 언급이 있다. 또한 『주역』에는 “상제는 진(震)에서 나오고, 손(巽)에서 가지런히 하고 … 만물은 진에서 나오니 동방이고, 손에서 가지런히 하니 동남방이다.”30)라고 하였다. 『옥추보경』의 주석에서는 구기가 생성되어 출입하는 곳을 동남으로 보고 있는데, 덧붙이자면 진궁의 주재자인 보화천존이 손방에서 세상을 가지런히 한다고 풀이한 것으로 보인다.
구분31) | 『옥추보경』의 해당 주요구절3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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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옥추보경장 | 註 | 구는 양수이니 곧 천도이다. 진궁을 주재하는 까닭으로 ‘동남에 구기가 있다’라는 말이 있다. 곧 뇌사가 출입하는 곳이다. 천은 지대·지성·무극·무위의 기이다. (九者, 陽數也, 乃天道也. 主於震宮, 故東南有九炁之說也, 即雷師出入之地也. 天者, 至大至聖無極無爲之炁也.) |
義 | 원수는 곧 건원용구를 말함이다. (元數乃乾元用九之說) | |
뇌자장 | 註 |
구천은 사방과 사유 및 중앙, 곧 36천의 모든 일을 다 맡아 다스리느니라. 일찍이 동남에서 구기가 생함으로 인하여 뇌문을 정출하니, 36뢰의 령을 주관함으로 모든 사, 부, 원의 인을 거두어드려, 선을 살리고 악을 죽이니, 인정에 따르지 않는다. (九天者, 四方四維中央, 乃統三十六天總司也. 始因東南九炁而生, 正出雷門, 所以掌三十六雷之令, 受諸司府院之印, 生善殺惡, 不順人情.) |
義 | 구천은 비록 건수로 양강하여 순하지 않다고 말하나 진실로 이내 구기가 생하는 곳이라. 그리하여 빼어난 영·령이 모이고 맺혀서, 우리 옥청진왕께서 화형을 이룬 것이다. (九天雖曰乾數, 陽剛而不柔實乃九炁之生處也. 於是結英聚靈, 成我玉淸眞王之化形也.) | |
釋 | 이러한 때에 구기가 형상을 이루어 구천으로 맺어지니, 구천은 36천의 위에 있고 시방삼계의 조기이다. 이러한 까닭에 구를 쓰는 것이며, 그 기는 삼청의 체에 원본이므로, 구천이란 이름으로 쓰는 것이 마땅하다. (是時九炁成形, 結爲九天, 在三十六天之上, 十方三界之祖炁也. 所以用九之故, 其炁元本乎三淸之體, 而用乎九天之名宜矣.) | |
講 |
수의 시작은 1이고, 수의 마침은 9이다. 1의 앞은 칭할 바가 없고, 9의 뒤는 샘할 수가 없음이라. (그리하여) 구천은 모든 하늘을 합하여 부르는 이름이다. 대게 하늘은 팔방과 상방과 하방을 합하여 십방천이니, 각 방에 36천이 있어서, 곧 십방천의 수는 모두 360천이 있다. 그러므로 일월의 도수에 360도가 있으니 360천에 응한 것이다. 모든 사람은 하늘의 영명한 기를 받아 태어나므로, 360개의 골절이 있다. 각기 하나의 천에 무수억의 신선들이 있고, 각기 속한 바의 사에 따라 있게 된다. 구천이란 명칭은 시방제천을 모두 들어 일컫는 것이다. (九天者、數之始曰一、數之終曰九、一之前、無稱、九之後、無數、今曰九天者、合諸天而總稱名焉、盖天有八方上方下方、合十方天、每方、有三十六天33)、然則十方天數、總有三百六十天、故、於日月數、有三百六十度、應三百六十天也、凡人、受天靈明之氣而生、故、有三百六十骨節、每一天、無數億諸仙、各隨所司而備、九天之名、十方諸天、咸擧而稱也) |
‘건원용구(乾元用九)’에 대해 살펴보면 『주역』 「건괘(乾卦)」에서는 “건원이 九를 씀은 천하가 다스려짐이다.(乾元用九, 天下治也.)”라 하였고, 『주역정의』에서는 “하늘의 법칙을 보이는 것이라.(乾元用九, 乃見天則.)” 하였고, 왕필의 주에서는 “九는 굳세고 곧은 사물인데 오직 건체(乾體)를 능하게 사용하며, 순강(純剛)으로 하늘을 관찰하면 하늘의 법칙을 가히 볼 수 있다”34)고 하였다. 이는 곧 九라는 숫자가 상징하는 양의 지극함과 양의 굳셈을 하늘이 구현하고 있음을 말하는 것이다.
구천은 가장 높은 하늘을 말한다. 지극히 크고 성스러우며, 무극하고 무위한 조기(祖炁, 모든 기의 근원)이자, 시방삼계(十方三界)와 삼청(三淸)의 근원이 된다. 뇌자장 석(釋)의 “구천은 36천의 위에 있고 시방삼계의 조기이다.”에 따르면, 구천은 하늘의 최고 위상을 말하고 있다. 그리하여 구천은 구기(九炁)가 형태를 이룬 곳으로 36천의 위에서 존재하며, 36천을 통솔하고 다스린다. 옥청진왕(구천응원뇌성보화천존, 약칭 보화천존)은 구기의 결합으로 형체를 갖추고, 36천의 하늘을 다스리는 지고신의 성격을 가지며, 36천에 배속된 십방의 모든 신에 명령을 내리고 관련된 일들을 인가한다.
『대순진리회요람』 구절 | 내용 및 특징 | 구절 비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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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천(九天)이라 함은 전경에 “ … 모든 신성(神聖)·불(佛)·보살(菩薩)들이 회집(會集)하여 구천에 하소연하므로 … (교운1-9)”에서 보는 바와 같이 | 뇌사(雷師)와 신선(神仙)뿐만이 아닌 삼교(三敎)에 모든 제신을 대상으로 삼는다. | 유사 구절 없음 |
이 우주(宇宙)를 총할(總轄)하시는 가장 높은 위(位)에 계신 | 구천이 (삼십육천을 아우르는) 가장 높음은 위격임을 밝힘. | 맥락상 유사함 |
천존(天尊)께 하소연하였다는 말이니 | 인류와 신명계의 겁액을 구제해주실 것을 최고신에게 요청함.35) | 유사 구절 없음 |
그 구천(九天)은 바로 상제(上帝)께서 삼계(三界)를 통찰(統察)하사 건곤(乾坤)을 조리(調理)하고 운화(運化)를 조련(調鍊)하시고 계시는 가장 높은 위(位)임을 뜻함이며, | 가장 높은 위격인 상제는 삼계통찰, 건곤조리, 운화조련을 담당한다. | 맥락상 일부분 유사함 |
『요람』에서 구천은 상제나 천존으로 칭해지는 존재가 거하는 곳으로, 신성(神聖)·불(佛)·보살(菩薩)들의 청원을 받아들이는 존재로 묘사되고 있다. 이는 제신(諸神)들의 공력이나 능력을 초월하는 존재가 있음을 말하는데, 곧 ‘신들의 신’, 혹은 ‘지고신’의 존재를 설정하고 있는 것이다. 대순사상에서 36천에 대한 언급도 찾아볼 수 있다. “하늘은 삼십 육천(三十六天)이 있어 상제께서 통솔하시며 전기를 맡으셔서 천지 만물을 지배 자양하시니 뇌성보화천존상제이시니라.”36)에서 보듯이, 『옥추보경』과 마찬가지로 구천의 존재가 36천을 다스린다고 언급되고 있다. 한가지 주목할 점은 『옥추보경』에서는 36천이 도교적 세계관에서 설명되고 있는 것이라면, 대순사상에서는 유불선의 삼교합일을 표방하고 있는데, 불교적 세계관의 신들과 여러 성스러운 신들을 모두 아우르고 있다는 측면에서 그 차이를 보인다고 할 수 있다.
전반적인 측면에서 구천이 가장 높은 하늘이며 그곳을 다스린다는 것에서 『옥추보경』의 보화천존이나 『요람』의 상제는 가장 높은 신격임을 주장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옥추보경』의 보화천존에 대한 설명은 조기, 구기 등의 우주의 근원적 기에서 빼어난 정수를 취합해 나타난 것이라는, 보화천존의 기원에 초점이 있다. 또한 구천이라 장소를 구기가 생성되는 곳으로 보거나 혹은 구기가 결합하여 구천이 생겼다고 보아 둘의 상관성을 언급하고, 구기와 구천을 36천과는 구별되는 조기 혹은 원기와 연결 짓고 있다. 반면, 『요람』의 구천에서는 원시의 신들이 해결하지 못하는 일도 담당하는 ‘신들의 신’임이 강조된다. 또한 『옥추보경』의 주석에서 양과 건을 강조하고 있는 것에 반하여 『요람』에서는 ‘건곤을 조리한다’는 표현이 보인다. 이는 음양을 대표하는 건곤의 균형을 맞추고 조화함을 말하는데, ‘운화를 조련한다’는 것은 우주의 운행과 변화의 과정에서 흐름을 다스리고 정련(精鍊)함을 뜻하므로, 지고신의 조화(調和)로운 조화(造化)를 강조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한편으로 주목해 볼 점은 다른 판본에서는 보이지 않는 ‘360’의 수와 관련된 언급이 『상밀주해옥추보경』에서 발견된다는 점이다. “하늘은 팔방과 상방과 하방을 합하여 십방천이니, 각 방에 36천이 있어서, 곧 십방천의 수는 모두 360천이 있다. 그러므로 일월의 도수에 360도가 있으니 360천에 응한 것이다.”라는 내용은, 앞서 언급한 『훈시』에서 “36은 360을 뜻하고 360은 도(道)를 말한다.”라는 언급과 비교할 때, 36을 360으로 확장 시키는 것과 360을 도수(度數)와 도(道)로 지칭한 것에서 일정 부분 유사점을 보인다고 할 수 있다.37) 이는 우당이 숙지하고 있었던 『옥추보경』이 상밀주해본과 연관됨을 추정해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원시조겁(元始祖劫)은 세상이 만들어지기 이전의 시대로 『度人經』38)에서는 원시조겁의 시기에 여러 하늘이 화생되었다고 언급하고 있다. 이 원시조겁의 시대에 조기(祖炁), 일기(一炁) 또는 구기(九炁)라는 근원적이 기가 존재하였고 이후 음양과 오행으로 분화되어 우주 전체로 퍼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우주의 만상이 모두 이 근원의 기에 상응되고 있으므로 이를 응원이라고 한다.
구분 | 『옥추보경』의 해당 주요구절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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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옥추보경장 | 註 | 응은 천명을 받지 않고 생성하는 사물이 없음이라. 원은 지대하다. 다시 이르면 모든 선의 우두머리이며, 곧 사시의 우두머리로, 오행의 이전이다.(應者, 無物不承天命而生也. 元者, 至大也. 又曰萬善之長也, 乃四時之首也, 五行之先也.) |
뇌자장 | 註 | 삼가 생각하길 원시조겁(元始祖劫)에 일기가 나뉘어 진(眞)이 되니, 옥청진왕은 응원의 체이다. (仰惟元始祖劫一炁分眞, 玉清眞王應元之體) |
義 | 천지의 일기가 음양·오행으로 위에 펴지고 아래에 흐른다. 하나의 물건도 천명을 받들지 아니한 것이 없으며, 음양의 기를 받은 까닭으로 생하는 것이다. (天地二炁,39) 陰陽五行, 上布下流, 無一物不承天命, 而得陰陽之炁以所生也.) | |
釋 | 응원은 천양·지음의 이치가 그러한 것이다. 아마도 우리 천존은 양에서 생하여 하늘에 거하시니, 이는 굳세고 강직함이라. 만물은 땅에서 생하는 까닭으로 모두 천존의 명을 듣지 않음이 없고, 여러 사물로 하여금 각기 그 마땅함을 얻게 하였다. 세상 사람들은 그 까닭을 알지 못하지만 본원이 모두 천존의 여기(餘炁)에서 나온다. 천존께서 각각의 사람들 모두 천존이 되게 하고자 함이니, 무슨 까닭으로 여기(餘炁)를 아쉬워하겠는가, 그 본원의 묘도에 응하는 것이다. (天陽地陰理之然也. 蓋我天尊, 生乎陽而居於天, 其健而剛也. 所以萬物生乎地, 莫不皆聽命於天尊, 使物物各得其宜. 世人不知其故, 而本元皆出乎天尊之餘炁也. 天尊欲人人皆爲天尊者, 何故惜其炁而應其本元之妙道也.) | |
讚 | 이기로 비록 음과 양이 나누어져 있으나, 옥청의 높은 곳에 진왕이 되셨다. 위로 하늘과 아래로 땅에서 (이기를) 능히 서로 합하고, 가르침을 밝히고자 형상을 나누기를 시방에 두루 하였다. (一炁雖分陰與陽,40) 玉淸高處化眞王. 上天下地能相合, 闡敎分形遍十方.) | |
講 | 만물의 으뜸은 사람이요, 사람의 으뜸은 신이며, 신의 으뜸은 영이요, 영의 으뜸은 천이다. 하늘은 뭇 양의 우두머리이고, 만 가지 이치가 이로 비롯하여 행함이라. 능히 살리고 죽이며, 능히 이루고 무너뜨린다. 하늘에 근원하여 (만물이) 시발하고, 음양오행의 원리에서 드러나는 것이다. 이는 사람의 사지와 백골이 니환의 명령을 듣고 이목구비의 동작이 생겨남과 같은 것이다.(萬物之宗曰人、人之宗曰神、神之宗曰靈、靈之宗曰天、天者、諸陽之首、諸陽、萬理之所由行也、能生能殺、能成能壤、源乎天而始發、顯乎陰陽五行之元理、如人之四肢白骨、聽命於泥丸、耳目口鼻之動作、生矣) |
응원에서 원은 지대하며, 모든 선(善)과 사시의 우두머리로 음양과 오행에 앞선 것이다. 또한 이 응원의 본체는 옥청진왕이므로 옥청진왕의 명령 즉, 천명으로 이루어진 응원이다. 그리하여 「뇌자장」의 의(義)에서 언급하듯이, 모든 만물은 천명에 응한 것이 된다. 또한 석(釋)에서는 사물의 형성됨은 모두 천존의 여기(餘炁)에 본원을 두고 있다고 하여 모든 사물이 천존의 기에 상응된 것이라 언급되고 있다. 강(講)에서는 하늘이 만물에 명령을 내리는 것을 인간의 신체에 비유하고 있는데, 명령을 내리는 니환(泥丸)41)과 명령을 받아 움직이는 신체를 통해 응원을 설명하고 있다.
『대순진리회요람』 구절 | 내용 및 특징 | 구절 비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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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원(應元)이라 함은 모든 천체(天體)뿐만 아니라 삼라만상(森羅萬象)이 다 천명(天命)에 응(應)하지 않고 생성(生成)됨이 없음을 뜻함이며, | 천명에 의하여 삼라만상이 생성됨을 설명 | 맥락상 유사함 |
대순사상의 『요람』은 구천상제의 천명에 따라 삼라만상이 생성됨을 설명하는 것에 있어서, 『옥추보경』의 응원에 대한 설명과 같은 맥락을 가지고 있다. 한편으로, 삼라만상은 우주의 모든 현상이 상호 연결되어 있음을 강조하며, 우주 사이에 존재하는 각종 현상의 총칭을 표현하는 불교적 용어이다.42) 이러한 측면에서 대순사상의 응원은 모든 천체와 우주의 현상이 모두 천명을 받아 생성을 이루는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천존의 명으로 정해져 운행되는 천지와 더불어 인간도 마찬가지로 정명(定命)으로 정해진 천지의 기운과 천존의 명을 받는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옥추보경』에서 지고신의 천명과 천령을 전달하는 매개는 바로 뇌성이다. 뇌(雷)는 음양의 결합으로 이루어지며, 성은 뇌의 진동하는 소리로 만물의 생명을 움트게 한다. 이러한 뇌성은 각각의 뇌부(雷部)에서 운용하며, 오뢰(五雷: 天雷, 地雷, 水雷, 龍雷, 社令雷), 십뢰(十雷), 삽십육뢰(三十六雷) 등으로 구분된다.43)
뇌는 음양이기의 작용이다. 뇌의 음양동정으로 천지 만물이 분화되고, 이에 따라 만사 만물이 제각기 갈라져 분류되는 것이다. 뇌의 작용은 만물을 살리는 것뿐 아니라, 삿된 것을 응징하여 제거하기도 한다. 이는 뇌의 작용으로 선과 악을 구분 짓는 것으로, 하늘(보화천존의 덕)이 선을 향한 의지를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그리하여 뇌는 만물을 능히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하며, 만물을 일으키기도 하고 그치게도 한다.
옥청진왕이 삼계와 십방을 통솔함은 뇌로써 이루어지는데, 「설옥추보경장」 주(註)에서는 “천은 비록 말이 없지만 뇌로써 대신 말씀함이라.”라고 하였고, 「뇌자장」 찬(讚)에서는 “노천이 한 말씀도 없었다고 하지 말라. 모름지기 뇌명이 있게 명하였음을 알라.”라고 언급하였다. 대순진리회 『전경』에서도 “천지는 말이 없으니 뇌성과 지진으로 표명하리라.”44)고 하여 하늘의 다스림이 뇌성으로 드러난다는 것에 같은 시각을 공유하고 있다.
「설옥추보경장」 주(註)의 “뇌는 곧 천령이다.”와 「뇌자장」 주(註)에 언급되는 “뇌는 음양이기가 결합하여 성뢰된다.”, “성이란 천지의 인성이라.”, 그리고 「뇌자장」 강(講)에 “성은 뇌의 용이요, 뇌는 성의 체니라.”의 구절은 모두 『요람』과 정확히 일치한다. 마지막 구절은 『전경』의 “바닷물을 보라. 전부 전기이니라. 물은 흘러 내려가나 오르는 성품을 갖고 있느니라. 삼라만상의 근원이 수기를 흡수하여 생장하느니라. 하늘은 삼십 육천(三十六天)이 있어 상제께서 통솔하시며 전기를 맡으셔서 천지 만물을 지배 자양하시니 뇌성보화천존상제(雷聲普化天尊上帝)이시니라.”45)에서의 뇌의 전기를 수기와 연결하여, 지배자양의 뜻과 수기의 승강(오르고 내림)을 밝히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뇌성을 체용(體用) 관계로 설정한 것이다. 기존의 도경을 살펴보면, 『옥추보경』의 의(義)에는 “성은 곧 기의 용이며, 기는 곧 성의 (명)령이다.(聲乃炁之用, 炁乃聲之令)”고 이르고 있다. 구천의 옥청진왕이 령을 다스리므로,46) 결국 성은 구천진왕의 용이자, 소리를 통해 구천진왕이 명령을 내리는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이는 구천진왕과 성의 관계에서 명령과 용사를 언급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뇌경(雷經) 가운데 중요하게 다뤄지는 『뇌정경』에서는 “뇌(雷)와 정(霆)을 양과 음”47)으로 보고 있어, 이곳에서도 또한 체용의 관계로 뇌성을 다루고 있지 않다. 그렇다면 『상밀주해옥추보경』에서의 주석[講意]은 기존 도경에서 언급하지 않았던 체용의 관계로 뇌와 성을 새로이 밝힌 것이 된다.
『요람』의 「신앙의 대상」에 대한 해설이 『옥추보경』의 주석 내용과 상관성이 있다는 점은 선행 연구에서 이미 여러 번 언급되었다. 또한 대순진리회 소의경전에서 『요람』의 뇌성에 관한 구절을 제외하고, 체용에 관한 직접적인 언급이 발견되지 않는다. 이러한 전제에서 『옥추보경』의 다른 판본에서는 보이지 않는 뇌의 체용에 관한 해석을 『요람』에서 언급하고 있다는 점은, 「신앙의 대상」의 해설과 『상밀주해옥추보경』의 밀접한 상관성을 드러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보(普)는 ‘광대하다’, ‘넓게 두루 미치다’는 의미로, 형상에 있어 무형과 유형의 온갖 사물과 공간에 있어 천지와 팔황(여덟 방위의 너른 범위)의 온 세상에 영향을 미침을 말한다. 또한, 천명이나 뇌사를 통한 간접적 다스림과 더불어 보화천존의 여기(餘炁)를 통해 중생의 몸이 이루어졌다는 직접적 관계성도 밝히고 있다. 특히, 주(註)의 “일월사진, 감관만천(一月四辰, 監觀萬天)”이라는 말은 「학도희선장」에 “매월 초엿새날과 열흘 중 신일(辛日)에, 모든 하늘을 경계하여 살펴보고, 삼계를 두루 다니며 돌본다.”48)는 구절과 유사한 맥락으로, 몸소 삼계를 순회하며 권선징악으로 보화함을 언급하고 있다.
구분 | 『옥추보경』의 해당 주요구절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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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옥추보경장 | 註 | 보는 위로 하늘과 아래로 땅, 사유와 팔황, 무형과 유형이다. 화는 천도가 음양을 운행함이 곧 화가 되고, 또한 무로부터 유하고, 유로부터 무함이 곧 화가 되고, 만물이 살아 숨 쉬는 것이 곧 화가 된다. 노자가 이르길 내가 무위하니 백성은 저절로 교화된다. 또 이르길 덕으로써 교화됨이 이것이다. (普者, 上天下地四維八荒無形有形也. 化者, 天道陰陽運行則爲化. 又自無而有自有而無則爲化萬物生息則爲化. 老子云: 我無為而民自化. 又云以德化是也.) |
재옥청천중장 | 註 | 1월 사진(四辰)49)에 감관만천하고, 삼계구주의 만국을 부유하며, 선함에 상을 내리고 허물은 기록한다. 이는 보화이니 지극히 크고 귀하다. (一月四辰監觀萬天, 浮遊三界九州萬國, 賞善錄愆, 是爲普化至大至貴也.) |
義 | 하늘이 곧 나이고, 내가 곧 하늘이니, 광대한 발원으로, 시방에 화형하여 모든 중생의 마음을 능히 도로 돌아오게 하여, 마땅히 내(천존) 몸으로써 (중생의) 몸을 이루게 하니, 어찌 천존의 보화가 아니겠는가? (天即我, 我即天, 發願廣大, 化形十方凡諸衆生能皈心向道, 我當以身身之, 非天尊普化而何?) | |
釋 | 하늘은 사사로움이 없으니, 일월이 밝게 드리운다. 하늘은 덕이 있으니 사람과 만물이 생을 갖춘다. 우리 천존께서 하늘을 대신하여 도를 행하고, 덕을 삼계에 베푸시니, 청자는 성인이 되게 하고 탁자는 현인이 되게 한다. (天無私, 日月垂明. 天有德, 人物俱生. 是故我天尊代天行道, 德施三界, 使淸者爲聖, 濁者爲賢.) | |
讚 | 제천과 시방에 가르침을 밝히는 호생지덕은 측량할 수 없다. (好生之德不能量, 闡敎諸天及十方.) | |
講 | 보화란 시방제천이 천존에 명령에 준하여 어지럽지 않고 섞임이 없음을 말한다. (普化、十方諸天、一準帝令、不亂不雜也) |
화(化)는 유무의 범주를 초월하여 만물을 살아 숨 쉬게 한다는 것에서 조화(造化)를 말하기도 하며, 만물을 무위로 다스린다는 것에서 교화(敎化)의 의미를 의미하기도 한다. 또한 하늘을 대신하여 도를 행하여 호생의 덕을 펼치고, 제천과 시방에 가르침을 펼쳐 성인과 현인을 길러내는 덕을 베푸는 것에 대하여 덕화(德化)를 의미하기도 한다.
『대순진리회요람』 구절 | 내용 및 특징 | 구절 비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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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화(普化)라 함은 우주(宇宙)의 만유(萬有)가 유형(有形) 무형(無形)으로 화성(化成)됨이 | 보화에서 조화의 측면을 언급함 | 일치 |
천존(天尊)의 덕화(德化)임을 뜻함이며 | 보화에서 덕화의 측면을 언급함 | 일치 |
『요람』의 보화에 대한 설명 또한 『옥추보경』의 내용을 요약하여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 보(普)라는 개념에서 천지, 사유, 팔황, 삼계구주, 제천, 십방 등의 장소적 요소를 우주로 요약하였고, 만물의 양태는 유형과 무형으로 개괄되어 있다. 덕화에 관해서 구천상제는 “무상한 지혜와 무변의 덕화와 위대한 권능의 소유주(所有主)”,50) “우주를 주재하신 권능의 주인으로서 상제의 무량하신 덕화와 무변하신 권지의 소유주”51) 등으로 언급되고 있어 보화로 우주를 주재하는 지고신의 면모에서 『옥추보경』과의 동일함을 보인다.
한편, 『옥추보경』 찬(讚)에서 언급된 호생지덕(好生之德)은 『전경』에서도 만물을 살리는 ‘호생의 덕’으로 두드러지고 있다. 증산은 어릴 적부터 ‘호생의 덕’이 두터웠다고 언급되며,52) 증산의 행위와 천지공사를 ‘살리는 공부’에 비유하기도 하였으며,53) 제자들에게는 “대인을 공부하는 자는 항상 호생의 덕을 쌓아야 한다”고 강조하였다.54) 이는 대순진리회 교리의 중추를 이루는 상생(相生), 생생(生生)55)과 연결되어 교리상의 지향점에서도 유사점을 보인다고 할 수 있다.
『옥추보경』 주에서 천존은 삼계의 지존(至尊)이자 십방의 존령(尊靈)이다. 또한 천존은 제천제지(諸天諸地)에 조화를 행하며, 만신의 조례를 받으며, 만령과 만신에 명을 내리는 지대지귀(至大至貴)의 존재이다. 모든 하늘의 왕인 천존은 ‘옥청진왕’, ‘뇌성보화천존’, ‘보화천존’으로 칭해진다. 강(講)에서는 삼백육십천 위에 구천이 있고, 구천 위에 천존부가 있고, 천존부 가운데에 천존이 거하며, 구천을 총괄한다고 언급하며 ‘360’에 대한 언급이 다시 이루어지고 있다.
『대순진리회요람』 구절 | 내용 및 특징 | 구절 비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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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생만물(群生萬物)을 뇌성(雷聲)으로 보화만방(普化萬方)하시는 지대지성(至大至聖)한 삼계(三界)의 지존(至尊)임을 뜻함이며, | 군생만물을 뇌성으로 보화하는 존재는 삼계의 지존 지엄한 상제임을 밝힘 | 일치 |
『요람』의 천존에서 언급되는 주요 단어인 ‘군생’, ‘뇌성’, ‘보화’, ‘지대’, ‘삼계’, ‘지존’ 등은 모두 『옥추보경』의 주석에서 확인되고, ‘지성’은 「설옥추보경장」 주(註)에 언급되므로, 해당 부분에서도 위와 마찬가지로 『옥추보경』을 참조하여 『요람』이 작성되었음을 확인 할 수 있다.
대순사상에서도 천존에 대한 여러 표현을 발견할 수 있는데, 구천응원뇌성보화천존상제[九天上帝], 삼청진왕(三淸眞王), 무극신(無極神), 태극지천존(太極之天尊), 구천대원조화주신(九天大元造化主神), 구천상세군(九天上世君) 등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구령삼정주」에 “吾奉九天應元雷聲普化天尊玉淸眞王律令”56)이라고 하여 구천응원뇌성보화천존과 옥청진왕이 같은 신격임을 밝히고 있다. 두 신격의 밀접한 연관성을 밝히고 있는 것이 『옥추보경』임을 고려할 때 「구령삼정주」 역시 『옥추보경』의 영향을 받아 작성되었다고 볼 수 있다.57) 이렇게 볼 때, 대순진리회 신격은 도교와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구천응원뇌성보화천존의 이칭으로 도교와 관련한 옥청진왕, 삼청진왕, 무극신 등이 사용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58)
「재옥청천중장」 주(註)에 ‘관감만천(觀鑑萬天)’의 용어가 보인다. 대순사상에서는 이를 대순(大巡)의 개념과 비교해 볼 수 있다. 『옥추보경』의 관감만천은 특정일에 주기적으로 행해지는 ‘반복적 순시(巡視)’인 반면, 대순사상의 대순은 “원시의 모든 신성과 불과 보살이 회집하여 인류와 신명계의 이 겁액을 구천에 하소연하므로 내가 서양(西洋) 대법국(大法國) 천계탑(天啓塔)에 내려와 천하를 대순(大巡)하다가”에서 보듯이 제신들의 요청으로 시행된 것이다. 이는 인계와 신계의 겁액을 진단하기 위한 구체적 목적을 두고 이루어진 것으로, 결국 구천상제의 삼계대순에 대한 신앙적 의미가 강조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강성상제’에 해당하는 해석은 『요람』에서 새로이 추가된 신격으로 『옥추보경』의 주석은 존재하지 않는다. 강성상제는 대순진리회 신앙의 대상인 강증산(姜甑山)의 성(姓)과 ‘성제(聖帝)’59) 혹은 ‘성사(聖師)’60)의 약칭이 ‘상제’의 신격을 함께 칭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옥추보경』과 비교하자면, 주석에서 언급되지 않는 삼라만상, 삼계대권, 전지전능, 하느님 등의 용어를 사용하여 신격을 설명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이 중 “삼계 대권을 주재한다”는 구절은 『전경』에 기반한다.61) 이는 선천의 도수를 뜯어고치고 후천의 무궁한 선운을 열어 낙원을 세우는 개벽공사와 이러한 공사가 강세한 강증산에 의해 이루어짐을 강조하는 용어로 볼 수 있다.
한편, 신격에 대한 ‘전지전능’이라는 표현은 불경이나 도경에 사용되지 않는 표현이다. 이는 흔히 가톨릭에서 천주(天主)의 속성을 설명하기 위해 사용된 용어로, 서양 신학에서 언급되는 지고신(至高神)에 관한 개념이라 볼 수 있다.62) 동양은 예로부터 하늘(天)에 존칭 접미사를 붙여 ‘하느님’이라 불렀고, 절대적이며 존귀한 존재로 인식하고 있었다. 후에 가톨릭이 중국을 통해 조선에 들어오면서 기독교의 신이 천주 혹은 하느님이라는 호칭으로 불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요람』에서 하느님은 기독교 신이 아니라 동양 전통의 하늘 숭배와 연관이 있어 보이며, 아울러 각각의 종교에서 칭해지는 지고신의 통칭으로 사용되었다고 할 수 있다.63)
Ⅳ. 나가는 글
대순사상에서 강증산은 상제, 미륵, 서신(西神), 대선생(代先生), 개벽장(開闢長), 구천상세군(九天上世君), 태을천상원군(太乙天上元君), 구천대원조화주신((九天大元造化主神), 구천응원뇌성보화천존옥청진왕(九天應元雷聲普化天尊玉淸眞王) 등으로 다양하게 명명되고 있다. 구천응원뇌성보화천존강성상제 역시 여러 명칭 중 하나지만 대순진리회 신앙의 대상에 대한 신격으로 특별한 가치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해당 신격이 왜 정해졌는지에 대한 것과 신격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어떠한 문헌이 원용되었는지는 명확히 밝혀진 바가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당이 작성한 『요람』의 내용은 이를 유추할 수 있는 핵심적인 단서를 제공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리하여 본 글에서는 이 단서를 바탕으로 『옥추보경』의 한국판본 주석과 상세한 비교를 시도하였고, 그 결과 『요람』은 한국의 여러 판본 가운데서도 『상밀주해옥추보경』과 밀접한 상관성이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또한 우당의 언행을 정리한 『훈시』에서 “『옥추보경』에도 있다.”라는 언급과 관련된 ‘360’과 ‘6월 24일’에 대한 구절이 『상밀주해옥추보경』에서만 발견되고 있다는 점은 이러한 사실에 더욱 신빙성을 높이고 있다.
『옥추보경』내의 지고신은 옥청진왕, 즉 구천응원뇌성보화천존으로 볼 수 있다. 보화천존은 중생을 구제하고 인류의 액을 풀어준다는 것에서 예로부터 민간에서 널리 신앙 되어온 신격이다. 이러한 측면은 정산이 왜 증산을 구천응원뇌성보화천존의 신격으로 봉안한 것인지에 대한 단서를 제공한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증산을 도교의 신격으로 받든다는 점은 특이한 것이라 보기 어렵다. 왜냐하면 증산은 일찍이 자신을 미륵이나 대선생에 비유하기도 하기도 하였기 때문이다. 미륵은 미래에 올 부처로 세상의 중생을 구제하는 존재이다. 또한 동학 신자들 사이에서 다시 오기를 기다리는 대선생(大先生)은 동학의 창시자인 수운을 지칭한다. 수운은 하늘의 가르침을 전하는 존재로, 후천개벽을 통한 새로운 시대가 온다고 설파하였는데 이는 당시 백성들에게 삶의 희망과 후천에 대한 기대를 선사하였다고 볼 수 있다.
“동학 신자는 최 수운의 갱생을 기다리고, 불교 신자는 미륵의 출세를 기다리고, 예수 신자는 예수의 재림을 기다리나, 누구 한 사람만 오면 다 저의 스승이라 따르리라”64)라는 증산의 언급에서 보듯이, 증산은 각 종교에서 기다려온 메시아적 존재가 자신을 칭하는 것임을 밝힌 바가 있다. 또한 “선천에서는 판이 좁고 일이 간단하여 한 가지 도(道)만을 따로 써서 난국을 능히 바로잡을 수 있었으나 후천에서는 판이 넓고 일이 복잡하므로 모든 도법을 합(合)하여 쓰지 않고는 혼란을 바로잡지 못하리라.”65)고 하였듯이, 증산은 당대에 유불선의 정수를 모아 새로운 도법을 주창하였으므로, 기존의 삼교에서 칭해졌던 지고신의 신격이나 신명과 신장의 명호가 증산의 사상 안에서 종합되어 원용되고 있음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필자는 본 논문에서 한국판본 『옥추보경』의 특정 구절과 『대순진리회요람』을 비교하여 문헌적 상관성만을 밝혔을 뿐, 지면의 한계상 보화천존과 도교 내의 주요 신격에 대한 비교 분석은 언급하지 못하였다. 부려원시천존과 원시천존의 신격이 같은지에 대한 문제와 부려원시천존과 보화천존의 관계, 그리고 원시천존과 보화천존의 관계 등은 각 도경에 따라 일정 차이를 보이며, 각기 주장하는 바가 다르다. 즉 보화천존을 지고신으로 보는 것에 대한 문헌학적 위상 정립은 아직 본격적 연구가 진행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이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각 도경의 출현 시기와 시대적, 지리적 배경 등을 고려한 다각도의 접근이 필요하다.
한편, 한국의 기존 연구에서는 관련 문헌에 대한 판본 연구의 한계로 『옥추보경』의 최초 작성 시기를 원대(元代)로 잘못 추정하고 있었다. 그리하여 『옥추보경』 보다 후대에 등장한 도경에서 『옥추보경』이 오히려 영향을 받은 것으로 오해하기도 하였고, 심지어는 한참 뒤에 등장한 『봉신연의』 등의 소설에 『옥추보경』이 영향을 받은 것이라는 왜곡된 인식도 존재하였다. 필자는 이러한 오해와 『옥추보경』에 대한 잘못된 시각을 바로잡기 위해, 앞으로 『옥추보경』과 『옥추보경』 집주본의 유래와 형성을 연구하고, 해당 경전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영향을 추적하고자 한다. 또한 중국의 『옥추보경』 판본의 분류화 작업을 통해 보화천존, 부려원시천존, 원시천존의 위격 정립과 상관관계를 밝히고, 나아가 해당 경전의 토착화와 한국에서의 위상을 고찰하여 한국의 민족종교 서적으로서의 의의를 밝히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