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urnal of Daesoon Academy of Sciences
The Daesoon Academy of Sciences
연구논문

대순사상의 ‘새 생활법으로서 물화상통(物貨相通) 공사’에 나타난 종교적 상징성 연구

최정락1,*
Jeong-rak Choi1,*
1고려대학교 박사
1Ph.D., Department of Philosophy, Korea University

© Copyright 2026, The Daesoon Academy of Sciences. This is an Open-Access article distributed under the terms of the Creative Commons Attribution Non-Commercial License (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nc/3.0/) which permits unrestricted non-commercial use, distribution, and reproduction in any medium, provided the original work is properly cited.

Received: Feb 26, 2026 ; Revised: Mar 12, 2026 ; Accepted: Mar 25, 2026

Published Online: Mar 31, 2026

국문요약

본 연구는 증산(甑山)의 천지공사 중 ‘새 생활법으로서 물화상통(物貨相通) 공사’에 내재된 종교적 상징성을 규명한다. 이를 위해 우선 물화상통과 새 생활법의 개념적 구조를 분석하였다. 조선 시대 문헌 분석을 토대로 ‘물화’가 재화 전반을 관통하는 보편적 개념임을 확인하고, 물화상통이 국내외의 자유로운 물자 교류를 지향하는 경제 질서였음을 고찰하였다. 특히 증산이 이를 ‘새 생활법’이라 규정한 언명에 기초하여, 상생의 질서가 후천의 보편적 생활 양식으로 정립될 수 있는 사상적 가능성을 논구하였다.

이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공사에 등장하는 우물, 물독, 물의 상징성을 분석하였다. 본고는 우물을 공동체의 생산적 토대로, 그 안의 물을 공동체의 노력이 응축된 구체적 재화인 물화로 파악하였다. 또한 여러 우물의 물을 저장·혼합하는 물독을 물화 유통의 매개체이자 융합의 공간으로 정의하였다. 이를 통해 특정 집단의 독점을 배제하고 각 공동체의 물화가 대등하게 교류·융합되는 상생의 원리가 종교적 행위로 구현되는 양상을 천착하였다.

나아가 본 연구는 물화상통의 원리가 현대의 초연결 사회를 통해 점차 구현되고 있음을 고찰하였다. 정보 통신 기술을 통한 물화의 공유는 인류의 경제적 원한을 해소하고 해원상생의 가치를 현실 문명에 접목하는 과정으로 해석된다. 이는 대순사상이 지향하는 후천 세계에서 만국 창생이 문명의 혜택을 평등하게 향유하는 보편적 질서로 수렴될 것임을 함의한다.

이상의 분석을 통해 논자는 ‘새 생활법으로서의 물화상통 공사’가 공동체 간 물화의 균형 있는 융합을 통해 문명적 안정을 도모하는 조화적 가치를 내포하고 있음을 논증하였다. 물화상통은 물적 교류의 차원을 초월하며, 소통 자체가 후천 창생의 존재 방식이자 실천적 규범임을 의미한다. 이러한 규명을 통해 본 연구는 후천의 보편적 질서 수립을 조망하고, 대순사상의 상생 원리가 현대 문명에 접목될 수 있는 학술적 토대를 마련하고자 하였다.

Abstract

This study elucidates the religious symbolism inherent in the “Reordering Work of Mulhwa-sangtong (物貨相通 Mutual Exchange of Goods and Currencies) as a New Law of Life” within the broader context of Jeungsan’s Cheonji-gongsa (天地公事 Reordering Works). To this end, the study first analyzes the conceptual structures of Mulhwa-sangtong and the “New Law of Life.” Based on an analysis of Joseon Dynasty literature, this article confirms that Mulhwa was a universal concept encompassing all goods and currencies, and Mulhwa-sangtong represented an economic order aimed at the free exchange of resources both domestically and internationally. Especially, building on Jeungsan’s designation of this system as a “New Law of Life,” the study explores the ideological possibility of the order of Sangsaeng (Mutual Beneficence) being established as a universal lifestyle for the Later World.

Based on this understanding, the article analyzes the symbolism of the well, the water jar (물독 muldok), and water featured in the Reordering Work. The well is interpreted as the productive foundation of a community, and the water within is identified as Mulhwa (物貨), representing concrete goods and currency condensed from communal effort. Furthermore, the water jar, which stores and mixes water from various wells, is defined as a medium for distribution and a space for fusion. Through this, the study clarifies how the principle of Sangsaeng—which excludes monopoly and ensures the equitable exchange and integration of each community’s assets—is manifested as a religious act.

Furthermore, this research observes that the principle of Mulhwa-sangtong is being progressively realized through the hyper-connected society of the modern era. The sharing of Mulhwa facilitated by information and communication technology is interpreted as a process of resolving economic grievances and grafting the value of Haewon-sangsaeng (解冤相生 the Resolution of Grievances and Mutual Beneficence) onto contemporary civilization. This implies a convergence into a universal order in the Later World envisioned by Daesoon Thought, where all people equitably enjoy the benefits of civilization.

In conclusion, this study demonstrates that the Reordering Work of Mulhwa-sangtong as a New Law of Life embodies the value of harmony, seeking civilizational stability through the balanced fusion of Mulhwa among communities. Mulhwa-sangtong transcends the dimensions of mere material exchange; it signifies that communication itself is the mode of existence and a practical behavioral norm for the people of the Later World. By providing these clarifications, this research seeks to envision the establishment of a universal order in the Later World and lay a scholarly foundation for grafting the principles of Sangsaeng onto modern civilization.

Keywords: 천지공사; 물화; 물화상통; 새 생활법; 우물
Keywords: Cheonji-gongsa (the Reordering Works of Heaven and Earth); Mulhwa (Goods and Currencies); Mulhwa-sangtong (the Mutual Exchange of Goods and Currencies); New Law of Life; Well

Ⅰ. 머리말

본 연구는 『전경』 공사 2장 23절에 기록된 ‘새 생활법(生活法)으로서 물화상통(物貨相通) 공사’의 종교적 상징성을 규명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증산(甑山) 강일순(姜一淳, 1871~1909)의 천지공사(天地公事, 1901~1909)는 다가올 후천의 새로운 질서를 수립하기 위한 종교적 행위로서, 복합적인 상징 체계로 이루어져 있어 그 내포된 의미가 다층적이다. 따라서 공사에 활용된 사물과 행위 사이의 유기적 연관성을 분석하는 작업은 대순사상의 실천적 함의를 천착하는 주요한 방법이다. 이에 논자는 기존 연구에서 단편적으로 다루어진 ‘물화상통 공사’1)에 주목하여, 증산이 제시한 ‘새 생활법’의 의미와 공사 절차 전반에 내포된 종교적 상징성을 규명하고자 한다.

천지공사의 다층적 상징 체계를 규명하기 위해 그간의 선행 연구들은 공사에 내재된 종교적 의미를 분석하며 대순사상의 교의적 토대를 견고히 마련해 왔다.2) 선행 연구가 이룩한 학술적 성취는 천지공사 전반의 상징 구조를 체계화하는 데 기여하였고, 본고가 공사 2장 23절을 고찰하는 방법론적 토대가 되었다.

그중에서도 본고의 핵심 논제인 물화상통 공사의 의미에 대하여 선행 연구자들은 각기 다른 학술적 관점에서 그 내포된 함의를 다각도로 고찰해 왔다. 잔스촹은 공사 2장 23절에서 종도들이 우물의 물을 섞는 행위를 수도자가 전체와 융합되어야 함을 깨닫는 과정으로 보고, 이를 사회생활 속에서 정신적 경지를 높여가야 한다는 수도론의 관점에서 고찰하였다.3) 고남식은 종도들의 우물물이 교환·상통하는 방식을 수기(水氣)의 순환이 전 세계로 확산하는 과정으로 파악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시대의 신질서가 수립되는 우주론적 과정을 암시한다고 분석하였다.4) 또한 『대순회보』는 물화상통 공사를 제국주의 전성기 서구 열강에 의한 불평등한 국제무역의 폐단을 바로잡고, 모든 국가가 동등하게 교류하는 새로운 세계 경제 질서의 개벽을 위한 종교적 시도로 조명하였다.5)

기존의 해석적 성취에도 불구하고, 물화상통을 실질적 실천 규범인 ‘새 생활법’으로 체계화하여 논거를 제시하는 측면에서는 여전히 학술적 규명이 미진한 실정이다. 기존 연구들은 물화상통을 단편적인 경제 현상이나 일반적인 화합의 상징으로 이해하는 데 머물러 있어, ‘우물을 섞는 행위’라는 종교적 상징이 왜 ‘새 생활법’으로 수렴되는지에 관한 논거를 충분히 제시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

본고는 선행 연구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물화상통 공사를 재화의 교류를 넘어선 후천의 보편적 존재 방식이자 실천적 생활 지침으로 파악하여 논의를 전개하고자 한다. 증산이 제시한 ‘새 생활법으로서의 물화상통’은 물화의 소통 방식 자체가 인류의 새로운 삶의 양식임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물화의 교류는 후천 문명이 지향하는 존재 방식을 상징적으로 드러낸 결과이다. 본고는 이러한 관점에서 물화상통 공사를 지구촌의 모든 국가가 상생의 원리에 따라 자국의 재화(물화)를 장벽 없이 소통하고 융합하며 살아가는 새로운 생활 질서의 수립 과정으로 해석하고자 한다. 특정 집단의 독점과 소외를 배제하고 만국 창생이 상생의 원리 속에서 문명적 혜택을 조화롭게 나누는 과정이 어떻게 종교적 상징으로 형상화되는지를 역사적 용례와 상징론적 분석을 병행하여 고찰하는 데 본고의 주안점을 두고자 한다.6)

연구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논자는 다음과 같은 문제의식을 제기한다. 첫째, 대순사상 물화상통 공사의 사상적 배경과 종교적 지향은 무엇인가? 둘째, 증산의 물화상통은 전통적 교류 담론과 어떠한 맥락을 공유하는가? 셋째, 우물물을 섞는 행위에는 인류 문명 통합의 어떤 상징 체계가 내포되어 있는가? 넷째, 새 생활법으로서 물화상통이 지향하는 조화적 원리와 해원상생의 실현 양상은 무엇인가? 이상의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본 논문은 다음과 같이 구성된다. 2장에서는 『전경』 분석을 통해 물화상통 공사의 토대가 되는 동서 문명 통합론의 사상적 배경과 종교적 지향을 고찰하고, 3장에서는 조선 시대 문헌에 나타난 역사적 용례를 바탕으로 물화상통과 새 생활법의 교리적 함의를 규명한다. 이어지는 4장에서는 우물과 독의 물을 섞는 행위의 상징성을 동양 고전과 연계하여 논증하며, 최종적으로 5장에서는 물화상통 공사가 지니는 조화적 원리를 규명하고 그것이 현대 사회의 변화 속에서 해원상생의 가치로 구현되는 구체적인 양상을 도출할 것이다. 본고의 고찰은 물화상통 공사를 후천의 보편적 생활 질서 수립이라는 실천적 지평에서 재조명할 기회를 부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Ⅱ. 물화상통(物貨相通) 공사의 사상적 배경과 종교적 지향

증산은 상극의 원리가 지배했던 선천을 종식하기 위해, 자신이 천·지·인 삼계의 대권을 주관하여 천지의 도수(度數)를 정리하고 신명을 조화시키며, 만고로부터 쌓여 온 원한을 풀고 상생의 도로써 후천의 지상 선경을 건설하여 인류를 구제하고자 천지공사를 단행하였다.7) 대순사상의 동서 교류론은 물적·경제적 교류의 차원에 머물지 않고, 인류 문명의 정수를 융합하여 새로운 질서를 수립하는 종교적 변혁 과정으로서 ‘물화상통 공사’의 사상적 배경이 된다.

문명 통합의 구체적 양상은 각 민족이 역사 속에서 축적해 온 문화적 정수(精髓)를 상생의 원리로 조화시키는 작업에서 시작된다. 증산은 “세계의 모든 족속들은 각기 자기들의 생활 경험의 전승(傳承)에 따라 특수한 사상을 토대로 색다른 문화를 이룩하였으되 그것을 발휘하게 되자 마침내 큰 시비가 일어났도다. 그러므로 상제께서 이제 민족들의 제각기 문화의 정수를 걷어 후천에 이룩할 문명의 기초를 정하셨도다.”8)라고 언명하였다. 이는 선천의 민족적 특수성이 투쟁의 도구가 되었던 한계를 극복하고, 보편적 조화를 이룩할 새로운 문명의 청사진을 제시한 것이라 평가할 수 있다. 따라서 ‘문화의 정수를 걷는 행위’는 각 민족의 보편적 가치를 선별하여 후천 문명의 기틀을 재구축하는 작업이며, 이는 장차 물화상통을 통해 만국 창생이 그 혜택을 공유하게 된다는 교리적 지향점을 내포하고 있다.

문화적 융합의 의지는 동서양 교류에 관한 상징적 비유를 통해 명확히 드러난다. 증산은 “이제 동서양이 교류되어 여러 가지 주의(主義)가 일고 허다한 단체가 생기나니 이것은 성숙된 가을에 오곡을 거둬 결속하는 것과 같은 것이니라.”9)라고 언명하였다. 이 구절은 근대의 동서양 교류를 가을의 추수기에 비유하여, 인류가 각기 발전시켜 온 정신적·물질적 성취를 상생의 원리로 결속함으로써 통합된 문명 체계를 구축하려는 의도가 반영되어 있다.

문명적 조화의 지향점은 체계의 통합에 그치지 않고, 인류의 사고를 규정하는 언어마저 하나로 화합하는 단계로 나아간다. 『전경』에는 “상제께서 어떤 사람이 계룡산(鷄龍山) 건국의 비결을 물으니 ‘동서양이 통일하게 될 터인데 계룡산에 건국하여 무슨 일을 하리오.’ 그자가 다시 ‘언어(言語)가 같지 아니하니 어찌 하오리까’고 묻기에 ‘언어도 장차 통일되리라’고 다시 대답하셨도다.”10)라고 기록하고 있다. 『전경』의 기록은 당시의 지엽적인 민족주의적 비결론에서 벗어나 ‘동서양 통일’이라는 범지구적 관점으로 논의의 층위를 격상시켰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 특히 여기서 주목할 점은 언어의 통일이다. 언어는 각 민족의 사고방식을 규정하는 문화적 장벽이자 선천 시대 소통의 단절을 야기한 주요 원인이었다. 따라서 언어의 통일은 불통에 따른 상극적 갈등을 해소하고 인류 화합을 도모하는 토대가 된다.

정신적·문화적 통합에 더하여, 물화상통은 서구의 물질문명과 동양의 정신문화가 유기적으로 결합된 새로운 문명을 건설하는 데 또 다른 지향점을 둔다. 대순사상의 동서 교류론은 서양의 물질문명을 배척의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우리나라를 세계적 위상을 갖춘 ‘상등국(上等國)’으로 도약시키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전경』에 기록된 “상제께서 매양 뱃소리를 내시기에 종도들이 그 연유를 여쭈니 대답하여 말씀하시기를 ‘우리나라를 상등국으로 만들기 위해 서양 신명을 불러와야 할지니 이제 배에 실어 오는 화물표에 따라 넘어오게 되므로 그러하노라’고 하셨도다.”11)라는 구절은 이러한 의지를 보여준다. 여기서 서양 신명은 서구의 근대적 과학 기술과 물질적 역량을 함의하며, 이들이 화물표를 따라 넘어온다는 것은 물류의 유통이 문명 정수의 이식 과정임을 의미한다.

정신과 물질의 융합은 근대 이후 급변하는 세계 질서의 혼란을 바로잡고, 이를 새로운 차원으로 재구성하는 과정으로 이어진다. 증산은 선천의 세계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해졌음을 직시하고, 이를 바로잡기 위한 해법으로 동서양의 모든 법을 통합하여 운용해야 함을 강조하였다. “옛적에는 판이 좁고 일이 간단하므로 한 가지만 써도 능히 광란을 바로잡을 수 있었으되 오늘날은 동서가 교류하여 판이 넓어지고 일이 복잡하여져서 모든 법을 합하여 쓰지 않고는 혼란을 능히 바로잡지 못하리라.”12) 증산은 근대 이후 동서양이 교류하며 확장된 ‘넓은 판’의 형세에 주목하였으며, 이러한 환경 변화 속에서는 기존의 국지적인 법만으로는 시대적 혼란을 수습할 수 없음을 인식하고 있었다. 여기서 ‘모든 법을 합하여 쓴다’는 언명은 대순사상 동서 교류론의 핵심 가치인 융합과 조화를 새로운 시대 질서의 원리로 격상시킨 것이다. 이는 어느 한쪽을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동양의 정신문화와 서양의 물질문명, 그리고 각 민족이 축적해 온 고유한 지혜들을 상생의 원리 아래 유기적으로 통합함으로써 인류의 보편적 복리를 실현하려는 의지를 담고 있다.

대순사상의 동서 교류론은 국제적 긴장과 문화적 충돌로 점철된 기존의 세계 질서 자체를 상생의 원리로 재구축하려는 종교적 담론으로 수렴된다. 각 민족의 문화와 물화가 유기적으로 통합되어 소통하는 방식은 그 자체로 후천의 새 생활법이 되며, 인류를 하나의 지구촌 일가(一家)로 나아가게 하는 실천적 양식이 된다. 동서 교류론의 조화 정신과 문명사적 비전은 향후 고찰할 물화상통 공사의 상징성과 종교적 의미를 규명하는 사상적 배경이 된다.

Ⅲ. 물화상통과 새 생활법의 개념적 구조

상제께서 만국 창생들의 새 생활법으로서 물화상통을 펼치셨도다. 종도들이 상제의 명을 좇아 공신의 집에서 밤중에 서로 번갈아 그 집의 물독 물을 반 바가지씩 퍼내 우물에 쏟아 붓고 다시 우물물을 반 바가지씩 독에 붓고 또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다른 여러 우물과 독의 물을 번갈아 바꾸어 갈아 부었도다.13)

증산은 『전경』 공사 2장 23절을 통해 만국 창생의 새 생활법으로서 물화상통 공사를 펼쳤다. 해당 공사는 종도들이 여러 우물과 독의 물을 교차하여 섞는 행위로 요약된다. 이에 본고는 이를 이해하기 위해 ① 물화상통의 개념적 정의, ② 새 생활법의 교리적 함의, ③ 우물의 상징성, ④ 물 섞기 행위의 종교적 의미를 분석한다.

먼저 물화상통의 개념을 명확히 정의하기 위해, ‘물화(物貨)’라는 용어가 지닌 사전적·역사적 의미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물화상통’은 물화가 지역 또는 국가 간에 막힘없이 유통됨을 의미한다. 다만 ‘물화’라는 용어는 현대 어휘 체계에서 사용례가 희소하므로, 당대 문헌의 용례를 고찰하여 그 구체적 범주를 명확히 정립할 필요가 있다. 물화는 경제적 가치를 지닌 재화와 거래 대상을 포괄하는 총체적 자산 개념으로 정의된다.

물화 개념이 실제 역사 속에서 활용된 양상은 조선 시대의 다양한 문헌 기록에서 포착된다. 문인 최립(崔岦, 1539~1612)이 지은 『간이집(簡易集)』(1631년)에는 “영남지방은 본래 땅이 넓고 물화가 풍성하기로 이름난 곳인 데다 또 바야흐로 갑술년의 병적(兵籍) 정리 사업을 행하느라 분주하기만 하였다.”14)라는 기록이 등장하며, 허목(許穆, 1595∼1682)이 쓴 『기언(記言)』(1689년)에는 “전주는 사방 각지에서 모두 모이는 곳으로 물화가 유통되는 길이고 장사치들이 모여드는 곳이다.”15)라고 기술하고 있다. 나아가 『정조실록』(1798년)에서는 “돈이라는 것은 본디 물화를 유통하는 것이지 이익을 취하는 것이 아니다.”16)라고 명시하고 있다. 제시된 기록들은 물화가 각 지역에서 생산되고 유통되던 실질적인 물품 전반을 지칭하는 용례로 확인된다.

그렇다면 조선 시대 문헌에서 ‘물화상통’이라는 복합어는 구체적으로 어떠한 맥락에서 사용되었는가? 조선 시대 국가 최고 회의 기관이었던 비변사의 활동을 수록한 『비변사등록(備邊司謄錄)』에는 “대저 모든 왜관(倭館)에 관계되는 일은 공사(公私)를 막론하고 하나같이 역설(譯舌)에게 맡겼기 때문에17) 그들이 기화(奇貨: 좋은 기회)로 여기고, 걸핏하면 공무(公務)라고 칭하고 저들(彼人: 왜인을 지칭함)과 때도 없이 서로 접촉하였는데, 혹은 물화로 서로 통용하기도 하고 혹은 매매(賣買)를 청탁하기도 하면서, 중간에서 농간을 부린 폐단과 피차(彼此)가 은밀히 수작하던 정황은 전부터 이미 그러하였으나, 지금에 이르러서 그 극에 달했습니다.”18)라는 구절이 나타난다. 당시 왜관이 조선과 일본 사이의 외교적 의례뿐만 아니라 무역이 이루어지던 공간이었음을 상기할 때, 여기서 ‘물화상통’은 물품이 활발히 교류되는 국제적 차원의 물류 유통으로 정의하는 것이 타당하다.

국제적 물류 유통으로서의 성격은 조선 중기 이후의 기록에서도 일관되게 나타난다. 『선조실록』(선조 7년)에는 “이른바 장전자(長甸子)란 것은 20여리의 거리에 진을 설치한 뒤에 중국 사람들이 퍼지며 개간하여 점차로 마을이 이루어진 것으로서 우리나라와 인가가 서로 닿고 물화를 서로 통합니다.”19)라는 기록이 등장한다. 이어 『승정원일기』 53책에서도 “휘하에 왕작(王爵)의 사람들이 있으므로 귀국이 중원(中原)과 물화를 서로 통하여 왕래하면서 피차간에 없는 물품을 힘써 거래한다는 것을 본래 알고 있습니다.”20)라고 기술하고 있다. 나아가 근대에 이르러 일본 유학생 단체인 대한학회의 기관지 『대한학회월보』에서는 “상인은 물화상통(物貨相通)을 매개하는 기관이니 국내각처(國內各處)에 교환(交換)과 국외제방(國外諸方)에 교역(交易)을 발달하게 해서 물품을 서로 바꾸며,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서로 유통해서 일국인민(一國人民)의 편의가 된다.”21)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러한 사례들은 물화상통이 지역 간의 실질적인 물적 교류를 지칭하는 용어로 널리 사용되었음을 실증한다.

특히 조선 후기에는 물화의 원활한 유통이 민생 안정뿐만 아니라 국가의 존립과 직결된 중대 사안으로 인식되었음에 주목해야 한다. 조선 후기의 문신 박규수(朴珪壽, 1807~1877)의 시문집인 『환재집(瓛齋集)』(1911년 간행)에는 그가 청전(淸錢: 청나라에서 쓰는 동전) 혁파 이후 발생한 폐단을 구제하기 위해 올린 상소문이 수록되어 있는데, 여기서 ‘물화상통’과 궤를 같이하는 경제적 함의를 내포하고 있다. “민간의 재물이 막힘없이 유통된 뒤에야 공가(公家)에 필요한 물자가 점차 불어나기 마련입니다. 만약 물화(物貨)를 유통시키고자 한다면 자연에 맡기는 것보다 나은 것이 없습니다. … 돈과 물화의 경중과 귀천은 반드시 공평하게 된 뒤에야 백성과 나라에 해가 되지 않습니다.”22) 박규수는 상소문을 통해 물화 유통의 선순환을 도모하고자 국가의 인위적 개입보다 시장의 자율성을 존중해야 함을 주장하였다. 그는 물화의 출입을 구속하면 정상적인 교역이 불가능해져 국가적 근심거리가 될 것임을 경고하였다. 이 사례는 물화의 상호 유통이 국가 경영의 핵심 과제였음을 확증한다.

문헌 검토를 종합하면, 조선 시대의 ‘물화상통’은 국내외의 일상적 물자를 교환하고 매매하는 행위 전반을 포괄하는 개념이었다. 이는 국가의 부(富)를 창출함과 동시에 민중의 생계를 지탱하는 핵심 동력이자 근간이었다. 증산은 당대의 경제적 관념을 수용하여, 이를 인류 문명의 정수가 장벽 없이 융합되는 후천의 보편 질서라는 종교적 차원으로 승화·확장한 것으로 보인다. 즉, 물화상통 공사는 인류가 지향할 새로운 생활 질서 수립이라는 사상적 토대 위에서 집행된 것이다.

물화상통의 개념적 이해를 토대로 ‘새 생활법’이라는 표현에 내재된 교리적 지향점을 고찰하고자 한다. 증산은 물화상통에 ‘새 생활법’이라는 수식어를 병기함으로써, 물화의 소통 방식 자체가 새로운 삶의 양식이라는 지향점을 명시하였다.

일반적으로 생활법은 인간이 특정 환경에 적응하며 구축한 유무형의 문화적 양식이자 행위 방식의 총체로 정의된다. 즉, 인류가 각 지역의 특성에 맞춰 삶을 영위하며 생명 유지와 편익 증진을 위해 형성한 제반 질서를 의미한다. 생활법의 구현에는 인간의 삶을 보조하는 도구, 즉 물자의 생산과 소비가 필수적으로 수반된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생활법은 각 국가의 전통적 맥락에서 생산되는 물화 및 그 활용 양상과 밀접한 관련을 맺는다. 일반적으로 한국어에서 ‘생활’은 살림이나 생계 등 경제적 활동의 의미로 국한되어 사용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에 대응하는 영어식 표현인 라이프(Life)가 인생과 생애라는 의미까지 포괄하듯, 생활법은 사회적·문화적 층위를 아우르는 총체적 질서로 정립되어야 한다.

증산이 선포한 새 생활법의 원리는 물화상통이라는 구체적인 공사 절차를 통해 상징적으로 형상화된다. 이는 인류의 다양한 생활 양식 중에서도 특히 물화가 흐르고 섞이는 소통의 원리 자체가 새로운 시대 삶의 규범으로 제시되었음을 의미한다.23) 즉, 물화상통은 물화의 자유로운 소통과 조화로운 융합을 통해 형성되는 인류 공동체의 존재 방식을 상징한다. 따라서 『전경』 공사 2장 23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역적 생활 방식을 탈피하여 전 지구적 차원에서 구현되는 상생의 소통 질서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새 생활법으로서의 물화상통’은 선천의 국지적 폐쇄성을 극복하고 상생의 원리가 만국 창생의 삶에 체현되는 문명사적 전환을 의미한다. 선천 역사에서도 물화 유통을 통한 민생 안정이 강조되어 왔으나, 당시의 교류는 물리적 거리의 제약과 패권적 독점이라는 구조적 한계에 직면해 있었다. 과거의 교류가 힘의 논리에 기반한 ‘제한적 소통’이었다면, 증산이 선포한 새 생활법의 시대는 물화가 지구촌 전체로 확산하며 인류가 대등하게 향유하는 ‘보편적 상통’이 삶의 원리가 되는 시기이다.

문명사적 전환은 천지공사의 설정된 도수에 따라 현실 역사 속에서 점진적으로 전개된다. 과거 식민주의적 수탈에서 벗어나 현대 인류가 상호 의존적 교역 질서를 구축해 가는 흐름은 물화상통 공사의 지향점이 현실에 투영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증산의 공사는 역사 속에 편재했던 선행적 의지들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수용하고 신명계의 조정을 거쳐 만국 창생이 누리는 보편적 질서로 격상시킨 데 그 의의가 있다.

조선 시대의 역사적 용례들과 결합한 고찰은 논리적 타당성을 확보한다. 선천의 국가 단위 통치 담론에 머물렀던 물화 유통의 가치는 증산의 천지공사에 이르러 대순사상의 동서 교류론과 융합되며 문명사적 도약으로 이어진다. 물화상통 공사는 인류 문명의 유기적 통합 비전이 구체적인 삶의 규범으로 현형(現形)된 결과물이며, 이는 향후 Ⅳ장에서 다룰 ‘우물물을 섞는 행위’가 새로운 인류 문명의 존재 방식을 규정하는 상징적 공사임을 논증하는 학술적 토대가 된다.24)

Ⅳ. 물화상통 공사에 나타난 우물과 물독의 상징성

물화상통 공사의 함의를 규명하기 위해서는 우물과 그 안에 담긴 물의 상징성, 그리고 독에 물을 섞는 행위가 지닌 종교적 의미를 고찰해야 한다. 『전경』 공사 2장 23절에 따르면, 종도들은 문공신의 집 물독에서 물을 반 바가지씩 퍼내 우물에 쏟고, 다시 그 우물물을 독에 붓는 행위를 반복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독에 담긴 물이 본래 우물에서 기원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우물이라는 생산적 기반이 전제될 때, 독이라는 유통과 저장을 위한 공간도 존재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에 본고는 만물 생성의 근원인 물과 이를 인류 삶의 영역으로 이끄는 우물의 상징성을 순차적으로 고찰하고자 한다.

그 첫 단계로, 공사의 핵심 매개체인 ‘물’이라는 자연물이 지닌 보편적 가치와 그 다층적인 속성에 주목해야 한다. 물은 바다, 강, 폭포, 연못, 우물, 비 등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며, 동서양을 막론하고 생존의 필수 조건인 동시에 다층적인 관념적 함의를 지닌 상징체로 다루어져 왔다. 물이 지닌 핵심적인 특성은 크게 세 가지 층위로 범주화할 수 있다. 첫째, 물은 만물을 생성하고 영속하게 하는 생명력의 근원을 제공한다. 둘째, 물은 오염된 것을 정화함으로써 질병으로부터 인간을 보호하고 청결한 삶을 가능하게 한다. 셋째, 물은 정지해 있는 듯하면서도 끊임없이 흐르는 유연함을 지니는 동시에, 때로는 만물을 휩쓰는 위력을 발휘하는 양면적 속성과 역동성을 내포한다. 인류는 이러한 물을 관리하는 치수(治水) 과정을 통해 문명사회의 기틀을 확립해 왔으며, 이는 고대 4대 문명의 발상지가 모두 풍부한 수자원을 토대로 번영했다는 사실에서 그 역사적 근거를 찾을 수 있다.

물이 지닌 다층적인 속성은 물화상통 공사에서 ‘물화’가 지향해야 할 상징적 성격과 상호 상응한다. 여기서 ‘물화’는 특정 개별 물품을 지칭하기보다 경제적 가치를 지닌 재화 전반을 포괄하는 추상적 개념으로 정의된다. 따라서 ‘물’을 ‘물화’라는 사물과 직접 동일시하기보다, 물의 유동성과 보편적 가치가 물화의 본질을 규정하는 상징적 비유로 파악함이 타당하다. 만물을 소생시키는 물의 생명력은 경제적 관점에서 국부(國富)를 창출하고 민생을 풍요롭게 만드는 재화의 역동성과 상징적 일치성을 지니기 때문이다.

물이 정체되지 않고 흐를 때 만물을 소생시키듯, 물화 역시 특정한 영역에 고착되지 않고 장벽 없이 유통될 때 비로소 문명의 활력을 보장한다. 즉, 증산이 공사에서 물을 매개로 삼은 것은 물화가 지닌 역동적인 흐름과 생명적 활력의 가치를 물이라는 상징물을 통해 형상화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이러한 물화의 유동적 가치는 공사 절차의 중심인 ‘우물’이라는 공간적 상징과 결합하여 구체적인 문명사적 함의를 드러내게 된다.

그렇다면 ‘우물’은 어떠한 상징성을 내포하는가? 우물은 지표 아래의 수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지면을 굴착하여 만든 시설로서, 공동체의 생존을 지탱해 온 생활 기반이었다. 과거 선조들이 성지(城地)를 정하거나 마을의 입지를 선정할 때 우물의 굴착 가능 여부를 최우선 조건으로 고려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근대적 상수도 설비가 보급되기 전까지 우물은 마을 공동체의 생존을 책임지는 주된 식수원이자, 사람들이 모여 정보를 교환하고 소통하는 가장 중요한 사회적 공간이었다. 우물은 자연 상태의 자원을 인간의 삶 영역으로 끌어들인 공동체의 토대이자, 각 국가나 지역 공동체의 정체성을 대변하는 구체적인 상징물로 해석될 수 있다.25)

전통적인 정천신앙(井泉信仰)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우물은 새로운 존재가 출현하는 ‘탄생과 재생의 성소’로서 신성한 위상을 점유해 왔다. 신라 건국 시조인 박혁거세의 탄강지인 나정(蘿井)과 그의 부인(夫人) 알영(閼英)의 탄생처인 알영정(閼英井)의 사례처럼, 우물은 새로운 세계를 열 주체의 출현을 상징하는 시원적 장소로 인식됐다. 이러한 신성성은 우주론적 상징과 결합하여, 하늘의 중심인 북극성이 천체 질서를 주재하듯 지상의 우물 또한 공동체의 중심 원리가 투영된 근원적 공간으로 간주되었다. 가옥 상부를 ‘천정(天井)’이라 칭하며 우물 정(井) 자 구조를 새긴 관습은 건축 공간 내에 우주의 중심 질서를 구현하려 했던 상징적 장치라 할 수 있다.26)

우물은 천상 질서와 지상 공동체를 매개하며, 공동체의 정체성과 역량을 담아내는 핵심적 장소로서 위상을 지닌다. 우물의 상징성을 물화상통 공사와 연결할 때, 우물물을 교차하여 섞는 행위는 각 공동체의 고유한 자산인 ‘문화적 정수’를 상생의 원리로 융합하는 종교적 변용이다. 우물이 지닌 생성의 기능을 만국 창생의 보편적 소통으로 확장하는 것은 선천의 제한적 질서를 해소하고 ‘새 생활법’이라는 새로운 문명 질서를 정립하는 상징적 실천으로서의 함의를 포착하게 한다.

우물이 공동체의 흔들리지 않는 근간이라는 사실은 동양의 지적 전통과 생활 문화 속에서도 일관되게 확인된다. 『주역(周易)』 「정괘(井卦)」에서 “읍국(邑國)은 바꿔도 우물은 바꿀 수 없다.”27)라고 한 것은 정권이나 행정 구역의 변동과 무관하게 공동체의 생존을 지탱하는 토대로서 우물의 불변성과 중요성을 상징적으로 강조한 것이다. 나아가 유학의 이상적인 공동체론에서도 우물은 화합과 덕치(德治)를 실천하는 핵심 매개체로 등장한다. 맹자는 “죽거나 이사함에 시골을 벗어남이 없으니, 향전(鄕田)에 우물을 함께 한 자들이 나가고 들어 올 때에 서로 짝하며, 지키고 망볼 때에 서로 도우며, 질병이 있을 때에 서로 붙들어 주고 잡아 준다면 백성들이 친목(親睦)하게 될 것이다.”28)라고 하였는데, 맹자가 그리는 이상적인 촌락 공동체는 농민들이 같은 우물을 화목하게 나누어 쓰며, 서로 친하게 내왕하고 도적이나 재난을 방지하는 데도 서로 힘을 합하게 된다. 즉, 우물을 공유한다는 것은 사익보다 공동체의 이익을 우선시하며 유대감을 실천하는 덕치의 공간적 실현을 의미한다.

조선 시대의 인식 역시 이러한 전통을 계승하여 우물을 생산 활동과 일상을 공유하는 소공동체의 상징적 구심점으로 삼았다. 『조선왕조실록』에는 “당요(唐堯)의 백성은 노래하기를, ‘밭을 갈아 밥을 먹고 우물을 파서 물을 마신다[耕田而食 鑿井而飮]’라고 하였다.”29)라는 기록이 등장하고, “온 나라의 백성들이 우로(雨露)의 은택 속에서 농사를 지어먹고 우물을 파서 마시고 있으니, 높고 낮은 장리(長吏)들이 한마음으로 봉공(奉公)하면 어찌 미진한 정사가 있겠습니까?”30)라는 대목도 보인다. 이러한 기록들은 선조들에게 우물이 동일한 유대감을 바탕으로 생산 활동과 일상을 공유하는 소공동체의 상징적 구심점이었음을 보여준다.

특히 우물이 마을의 공동 자산으로서 엄격히 관리되었다는 점은 그 공공성(公共性)의 가치를 더욱 부각시킨다. 조선 시대 도성 내 주민들이 5가(家)당 하나의 우물을 공동으로 사용하도록 법제화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31) 특히 태종 14년, 지양근군사(知楊根郡事) 노상인(盧尙仁)이 사가(私家) 3채에 각각 독립된 우물을 팠다는 이유로 파직된 사건은 우물을 사적으로 독점하는 행위를 공동체 질서에 대한 중대한 위협으로 간주했음을 보여준다.32) 나아가 우물은 공동체의 규율을 집행하는 상징적 공간이기도 하였다. 마을에서 부정한 행위를 저지른 자에게 우물물 사용 금지라는 엄벌을 내린 것은 생존 필수 자원으로부터의 격리를 통해 공동체에서 소외시키는 징계 수단이었다. 또한 선조들은 우물의 청결 유지나 보수 작업에 참여하지 않는 구성원에게 벌금을 부과하는 등 공동 자산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강조하였다.33) 이처럼 과거에 하나의 우물을 공유한다는 것은 동일한 공동체적 유대감을 바탕으로 생산과 생활의 전 과정을 영유한다는 의미를 함축한다. 이러한 사회적 맥락을 고려할 때, 조선 시대 선조들에게 우물은 특정 지역 공동체에 국한되지 않고, 국가라는 공동체의 결속과 자원 공유를 상징하는 매개체로 확장되어 이해될 수 있다.

이와 같은 우물의 공공적 성격과 다각적인 상징성을 바탕으로 물화상통 공사를 조명하면, 우물과 물의 관계가 지닌 경제적 함의가 더욱 명확해진다. 상징적 층위에서 우물이 개별 국가나 지역 공동체를 표상한다면, 그 안의 물은 해당 공동체의 역량이 투입되어 생산된 구체적 산물인 물화로 치환될 수 있다. 지하의 수자원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생활 영역으로 편입시킨 우물물은 자연물이 문명적 재화로 변모하는 과정을 상징하며, 이는 각 공동체가 보유한 고유한 가치 자산과 맥을 같이한다.

우물에서 길어 올린 자원이 실생활의 영역에서 구체적으로 갈무리되는 공간이 ‘물독’이라는 점 또한 중요한 상징적 지점을 형성한다. 조선 시대 물독은 상수도 시설이 부재했던 시절 우물이나 하천에서 길어 온 물을 저장하는 필수적인 생활 옹기였다. 주로 부엌 한구석에 자리하여 식수와 생활용수를 깨끗하게 보관하는 일상생활의 중심적 용기였으며, 숨을 쉬는 옹기의 특성상 물이 쉽게 변질되지 않도록 돕는 지혜의 산물이었다. 물독은 마을 주민들이 물을 나누며 협동의 가치를 깨닫게 하는 공동체 의식의 상징물로 자리해 왔다. 따라서 물화상통 공사의 물독은 여러 우물의 물을 저장·혼합하듯, 다양한 물화가 집적되고 교류되는 유통의 매개체이자 융합의 공간임을 상징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우물물과 물독의 물을 교차하여 섞는 행위는 개별 공동체의 자원이 보편적 유통 공간에서 조화를 이루는 과정을 상징한다. 에른스트 카시러(Ernst Cassirer, 1874~1945)의 이론을 빌리면, 이러한 종교적 행위는 인간 정신의 ‘자발성’을 통해 경험 내용에 형식을 부여하여 ‘의미’를 창출하는 구성적 종합 행위로 해석할 수 있다.34)

특히 물을 옮길 때 ‘반 바가지’를 정량(定量)으로 삼은 설정은 대등한 상호 호혜성을 상징하는 결정적 대목이다. 바가지를 가득 채우는 것이 일방적 시혜의 성격을 띤다면, 절반을 비우고 다시 절반을 채우는 행위는 평등한 관계를 전제로 한 호혜적 가치를 함축한다. 이때 ‘반’이라는 수치는 채움에 앞서 여백의 마련을 전제한다. 자신의 물독에 여백을 유지하는 것은 타 공동체의 물화가 유입될 수 있는 상생의 자리를 확보하는 절차이다. 이는 일방적 희생이 아니라 서로의 결핍을 보완하여 전체의 균형을 도출하는 질서의 구상이다.

이 행위는 칼 폴라니가 제시한 ‘호혜성’ 개념과 연결되어 선천의 상극적 교환 방식을 극복하는 대안을 제시한다. 시장의 가격 기제에 의한 기계적 교환이 선천의 폐단을 심화시켰다면, 물독을 비워 타자의 물화를 받아들이는 행위는 사회적 유대감에 기초한 비시장적 교환 양식을 상징한다. 물화상통 공사는 경제적 행위가 평등한 관계와 공동체적 가치 속에 다시 결합되어 있음을 보여준다.35)

호혜적 구조는 자원 독점이나 일방적 시혜가 초래하는 불균형을 해소하고, 만국이 대등한 주체로서 소통하는 ‘상호 의존성’의 원리를 내포한다. 특히 ‘반 바가지씩’ 물을 주고받는 반복적 행위는 개별 물화의 고립성을 해체하고 전체를 하나로 잇는 ‘상통(相通)’의 구현이다. 이는 각자의 고유성을 유지하면서도 서로의 빈자리를 채워 문명적 안정을 이루는 조화의 원리를 함축한다.

논의를 종합하면, 물화상통 공사는 공동체의 물화가 장벽 없이 융합되는 상생의 교류 원리를 형상화한 것이다. 여러 우물의 물을 번갈아 바꾸어 붓는 과정은 각 공동체의 산물이 대등한 자격으로 통합되는 양상을 구체화한다. 물화상통 공사는 전 인류가 문명의 혜택을 평등하게 향유하는 후천의 보편적 생활 질서 수립 과정이며, 물을 섞는 행위 자체가 곧 인류가 영위해야 할 ‘새 생활법’의 실천적 양식임을 함축한다. 비록 공사의 초월적 측면을 물리적으로 모두 규명하는 데는 한계가 있으나, 증산이 우물물을 경제적 실체와 연결하여 집행했다는 점은 그 전개 과정과 지향점을 통해 충분히 입증된다.

Ⅴ. 새 생활법으로서 물화상통 공사의 조화적 원리와 해원상생의 구현

앞서 고찰한 우물물의 상징성을 ‘새로운 생활법으로서의 물화상통’과 연계할 때, 천지공사의 전개는 각 지역의 고유 물화가 개방적이고 다각적인 교류 질서로 재편되는 전기로 해석할 수 있다. 이는 기존의 생활 방식과 결합하여 한층 편리한 환경을 창출하는 새로운 문명적 삶의 양식으로 정립된다. 이러한 변화 양상을 대순사상의 교의적 층위에서 분석할 때, 물화 교류는 천지공사를 기점으로 중대한 전환을 맞이한다. 공사 이전의 제한적인 물자 교류는 기술적 한계나 무역의 국지성에 기인한 측면도 있으나, 대순사상의 담론 체계 내에서는 이를 신명계 간 소통의 단절에 따른 결과로 파악할 수 있다. 이와 관련된 『전경』 구절은 다음과 같다.

  • ① 상제께서 모든 도통신과 문명신을 거느리고 각 민족들 사이에 나타난 여러 갈래 문화(文化)의 정수(精髓)를 뽑아 통일하시고 물샐틈없이 도수를 짜 놓으시니라.36)

  • ② 상제께서 매양 뱃소리를 내시기에 종도들이 그 연유를 여쭈니 대답하여 말씀하시기를 “우리나라를 상등국으로 만들기 위해 서양 신명을 불러와야 할지니 이제 배에 실어 오는 화물표에 따라 넘어오게 되므로 그러하노라”고 하셨도다.37)

① 구절은 증산이 도통신과 문명신을 통해 각 민족의 문화적 정수를 통일함으로써, 각 공동체의 재화가 서로 통용될 수 있는 도수(度數)를 확립하였음을 의미한다. ② 구절은 우리나라를 후천의 상등국으로 도약시키기 위해 서양의 문명적 역량을 상징하는 서양 신명을 수용하려는 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서양 신명은 지상의 물질문명을 진흥하는 데 기여하는 존재로 이해된다. 이는 『전경』 교운 1장 9절에서 마테오리치가 사후에 동양의 문명신을 거느리고 서양의 문운을 열었다는 기록과 천상과 지하의 경계가 허물어져 지하신이 천상의 묘법을 본받아 인세에 베풀었다는 기술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38) 즉, 서양 신명은 새로운 생활법을 가능하게 하는 물자와 기술의 생산 및 교역을 돕는 동인(動因)으로 기능한다.

특히 선박이라는 물류 수단과 화물표(貨物票)에 따라 신명이 이동한다는 구절에 담긴 상징적 사유 체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화물표를 매개로 한 신명의 이동은 물류 유통이 문명 정수의 이식 과정임을 의미한다. 이는 정신적 도(道)와 물질적 기(器)를 결합하여 문명의 역량을 강화하려는 조화적 지향의 발현이다.39) 이러한 점에서 물화상통은 경제적 교류의 형식을 빌려 인류 문명의 질적 전환을 꾀하는 조화적 가치의 실현 과정으로 정의함이 타당하다.

신명계의 조정을 통한 문명사적 전환은 자유로운 물화 교류라는 실질적인 토대 위에서 실현될 수 있다. 현대 경제사적 관점에서 살펴보면 세계적 불균형의 난제 속에서도 경제 성장의 핵심 동력은 지속해서 자유로운 교류를 촉진하는 제도적 환경에 있었다. ‘포용적 경제 제도’는 사유 재산권을 보장하고 공정한 자원 배분을 지향함으로써 활발한 교역과 개방적 성장을 이끄는 반면, ‘착취적 경제 제도’는 자원 독점과 폐쇄성을 초래하여 발전을 저해한다.40)

물화상통은 자유로운 교류를 핵심 가치로 상정하기에 특정 집단에 의한 자원 독점이나 인위적 통제와는 대척점을 이룬다. 경제가 사회적 맥락에서 이탈하여 시장 논리로만 작동할 때 발생하는 공동체 파괴를 경계한 칼 폴라니의 사유도 같은 맥락이다. 즉, 물화상통은 물질적 풍요를 추구하는 데 그치지 않고, 물질이 상생의 도구가 되도록 종교적 윤리를 경제 활동의 근간에 두는 작업이다.41) 이는 경제적 효율성보다 인간의 가치와 존엄성을 우선시하는 후천 ‘새 생활법’의 실천적 근거가 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물화상통은 현대의 포용적 경제 제도가 지향하는 개방성을 수용하면서도, 이를 넘어 국제 사회 내 자원의 공평한 배분과 상생적 조화를 실현하려는 보편적 질서 구축을 목적으로 한다.

천지공사의 도수에 따라 전개되는 현대 사회의 구조적 변화 양상은 물화상통 공사가 내포한 교의적 지향점과 상응하는 측면이 있다. 오늘날 국가 간 물자 교류의 증가와 상호 의존적 변화는 물화상통의 공정한 질서가 후천의 보편적 생활 양식으로 정착될 것임을 시사한다. 물화의 조화적 섞임은 경제적 불평등으로 누적된 인류의 원한을 해소하는 해원(解冤)의 실천적 방도이다.

초연결 사회의 도래는 물화상통의 원리가 시공간을 초월하여 현현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등 첨단 기술은 유통 속도의 향상과 더불어 전 인류가 정보와 기술이라는 고도화된 물화를 동시에 향유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고 있다. 이는 과거 선박이나 기차가 수행했던 물리적 교류의 차원을 상회하여 폐쇄적 독점 구조를 해체하고 개별 주체가 대등하게 공생할 가능성을 열어준다. 다만, 현재의 기술적 통합은 과도기적 단계이며, 궁극적으로는 개벽을 거쳐 후천의 완성된 질서 속에서 온전한 물화상통으로 귀결될 것임을 함의한다.

국제 질서의 변화 역시 20세기 초의 수탈 체제와는 성격을 달리한다. 선천의 상극적 폐단이 정점에 달했던 과거에는 무력을 통한 물화의 독점이 주를 이루었으나, 현대의 세계화는 상호 의존적인 분업 체계와 공존의 교역 체계로 이행하고 있다. 정보 통신망의 발달은 과거의 폐쇄적인 행정과 독점 구조를 공론화의 장으로 끌어냈으며, 자산 독점과 패권주의에 대한 비판적 여론을 형성하여 상생을 위한 전 지구적 논의를 가능케 하였다.

대순사상의 시간관에서 현대의 초연결 사회는 선천의 상극적 폐단이 해소되고 후천의 상생으로 이행하는 ‘해원기(解冤期)’적 과도기 양상으로 규정된다. 천지공사 이후를 해원기, 병겁기(病劫期), 개벽기(開闢期)로 구분하는 삼분법적 시각을 원용할 때,42) 현대의 디지털 공유 체계는 선천의 폐쇄적 독점 구조를 해체하고 물화상통으로 나아가는 실천적 동력을 내포한다. 과거의 원한이 소통 단절과 재화 편중에서 기인했다면, 현대의 디지털 플랫폼은 개별 주체가 대등한 위치에서 정보와 자산을 공유하게 함으로써 ‘소외된 자들의 해원’을 가능케 하는 기술적 토대를 제공한다.

특히 현대 초연결성의 ‘비위계적 확산성’은 우물물을 균등하게 섞어 경계를 허물었던 물화상통 공사의 원리와 상응한다. 수직적·독점적 질서가 수평적·공유적 질서로 변모하는 양상은 천지공사에서 설정된 도수가 현실 사회의 구조적 변화와 유사한 궤적을 그리며 투영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물론 현재의 자원 불균형과 디지털 격차는 해원기에 잔존하는 상극적 습성이자 과도기적 갈등이다. 그러나 이러한 갈등은 역설적으로 상생의 필요성을 자각하게 하는 담론의 장을 형성하며 인류를 하나의 운명 공동체로 결속시킨다. 요컨대 현대 초연결 사회는 새 생활법의 보편적 가치가 현현되는 문명적 이행기이며, 대중의 자각을 통해 상생의 질서를 모색하는 흐름은 천지공사의 도수가 현실화되는 긍정적인 과정으로 파악된다.

현대 사회의 구조적 변화는 대순사상의 핵심 교의인 ‘해원상생(解冤相生)’이 경제와 문명의 영역에서 구현되는 구체적인 과정이다. 해원은 선천의 세상에서 삼계에 걸쳐 쌓인 원(冤)을 푸는 것을 의미한다. 원은 원망이나 원한을 내포하며, 억울하고 원통한 일로 인해 응어리진 감정들이 결집된 상태를 의미한다. 대순사상에서 원을 지닌 존재는 인간과 신명, 자연 만물을 포함하여 삼계에 걸쳐 존재한다.43) 이러한 원의 발생 근거인 상극의 원리는 타자를 이기려는 투쟁적 속성을 지니며, 개인의 심리적 차원에 머물지 않고 천지의 기운을 정체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증산은 “한 사람의 품은 원한으로 능히 천지의 기운이 막힐 수 있느니라.”44)라고 언명하며 개인의 원한이 천지에 쌓일 수 있다고 보았다. 이에 따라 증산은 천지에 쌓인 원을 풀고 만물이 상생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줌으로써 후천선경의 기틀을 확립하고자 하였다.45)

상극의 원리가 지배하던 선천의 국지적 경제 구조는 필연적으로 인간의 원을 맺게 하는 환경을 조성해 왔다. 특정 국가나 집단이 물화를 독점함으로써 발생하는 소외와 궁핍은 인류 공동체에 원한을 남기게 되는데, 증산은 우물물을 대등하게 섞는 공사를 통해 이러한 물적 장벽을 허물고 동서 교류를 통해 소통시키고자 하였다. 즉, 선천의 경제적 불균형에 따른 민중의 원한을 해소하고, 물적 소외가 없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이 공사의 지향점이다.46)

교류를 주재하는 마음의 근원적 역할에도 주목해야 한다. 증산은 “하늘이 비와 이슬을 내림에 박하게 하면 반드시 만방(萬方)의 원한이 있고, 땅이 물과 흙을 운용함에 박하게 하면 반드시 만물(萬物)의 원한이 있으며, 사람이 덕화(德化)를 베풂에 박하게 하면 반드시 만사(萬事)의 원한이 있으니, 하늘의 쓰임, 땅의 쓰임, 사람의 쓰임은 모두 마음에 통합되어 있다.”47)라고 언명하며, 마음이 삼계에 미치는 주재적 기능을 역설하는 동시에 인간의 주체적 의지를 강조하였다. 인간이 덕화를 박하게 베풂에 따라 원한이 생성되듯이, 마음은 원한의 근원인 동시에 이를 해소하는 주체이기도 하다. 물화상통 공사에서 종도들이 정성을 다해 우물물을 옮겨 섞는 행위는 재화의 교환이라는 차원을 상회하여, 타 공동체의 생존 기반을 인정하고 포용하려는 마음의 개방을 상징한다. 이는 자국의 이익만을 도모하던 상극적 마음을 버리고, 만국 창생이 상생의 원리 안에서 함께 번영하려는 종교적 의지의 실천이다.

물화상통 공사가 지향하는 새 생활법은 만국 창생이 경제적 원한 없이 화합하는 후천 선경의 실현에 궁극적인 목적을 둔다. 이는 물화의 자유로운 교류를 통해 만국 창생이 문명의 혜택을 고루 누리게 하는 ‘물질적 상생’의 구현이라 할 수 있다. 물화의 원활한 교류는 인류 역사에 누적된 경제적 불평등과 갈등의 매듭을 푸는 실천적 동인이 되며, 이는 상생의 질서가 인간의 일상적인 삶으로 전이되는 과정을 의미한다.

Ⅵ. 맺음말

본 연구는 대순사상 동서 교류론의 사상적 토대 위에서 ‘새 생활법으로서 물화상통 공사’가 지닌 상징적 함의를 증산의 관점에서 논증하는 데 주력하였다. 대순사상의 동서 교류론은 후천 선경이라는 이상 사회의 구현을 지향하며, 동서양 물화의 실용적 가치와 문화적 정수를 유기적으로 융합하려는 종교적 지향을 드러낸다. 대순사상의 동서 교류론이 제시하는 거시적 틀 안에서 물화상통 공사는 재화 교환의 차원을 상회하는 종교적 위상을 지닌다. 물화상통은 소통과 융합의 행위 자체가 새로운 삶의 규범이 되는 가치를 함축하고 있다.

문명사적 통찰은 근대 이후 급격한 동서양 교류로 발생한 세계 질서의 혼란을 수습하고 상생의 도로 재구축하려는 종교적 대안으로서 의의를 지닌다. 당시의 혼란은 기존의 단편적 사유나 국지적 법방으로는 해결하기에 역부족인 국면이었으나, 동서 교류론은 근대의 혼란을 후천의 결실을 위한 과정으로 포용하며 상생의 원리로 재구축한다. 현대 세계화가 직면한 위기를 각 민족의 물질적 효용과 정신적 정수의 통합으로 해결하려는 조화적 성격도 여기에 내포되어 있다.

물화상통의 취지는 전 지구적 물화 유통을 통한 상생의 문화 조성 및 인류 복리 증진에 있다. 종도들이 여러 우물과 물독의 물을 교차하여 섞은 행위는 각기 다른 특색을 지닌 공동체(우물)의 산물(우물물)이 하나의 공유 공간(물독)에 집적되어 조화를 이루는 과정을 상징한다. 소통과 융합을 인류의 보편적 질서로 정립하고자 한 종교적 상징 체계로 정의할 수 있다.

그렇다면 증산이 물화상통을 새 생활법의 근간으로 세운 근본 이유는 무엇인가? “각 민족 사이에 나타난 여러 갈래 문화의 정수를 뽑아 통일하시고 물샐틈없이 도수를 짜 놓으시니라”는 구절은 선천의 문명적 자산을 폐기하는 것이 아니라, 각 공동체가 축적해 온 문화적 정수의 효용성을 인정하여 이를 후천 문명의 토대로 삼으려 했음을 함축한다. 물질문명 자체를 부정하기보다 이를 운용하는 정신적 가치를 조화시킴으로써 물질의 폐해를 제어하고 효용을 극대화하려는 실천적 의지의 표명이다.

물화상통의 원리는 오늘날 정보 통신 기술의 발달과 초연결 구조를 통해 구체화되고 있다. 디지털 환경의 보편적 공유 체계는 과거의 폐쇄적 독점 구조를 해체하며 물화상통이 현대인의 일상에 투영되는 계기를 마련한다. 해원기의 과도적 과정은 인류가 자각과 담론을 통해 상생의 질서를 모색하는 긍정적 이행 단계에 있음을 함축한다. 물화상통 공사는 이행기를 거쳐 개벽 이후 도래할 후천 세계에서 온전한 상생의 질서로 정립될 것이다.

현대의 지구촌화는 물화상통 공사가 지향하는 상생의 가치가 현실 세계에서 구현되어 가는 역사적 궤적이라 할 수 있다. 논자는 물화상통에 내재된 융합의 원리가 후천 창생의 존재 방식이자 새 생활법의 실천적 양식으로서 지니는 학술적 의미를 고찰하여 대순사상 동서 교류론의 지평을 확장하고자 하였다. 제시된 고찰이 후천의 생활 양식을 새롭게 조망하고, 대순사상의 현대적 실천 가능성을 조망하는 토대가 되기를 고대한다.

Notes

대순진리회 교무부, 『전경』 13판 (여주: 대순진리회 출판부, 2010), 공사 2장 23절 참조. 해당 구절에서 증산은 “새 생활법으로서 물화상통을 펼치셨도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 논문에서는 논의의 일관성과 효율적인 전개를 위해, 해당 공사의 전 과정을 ‘물화상통 공사’로 명명하여 논의를 진행하고자 한다. 그리고 『전경』 본문에는 한자가 병기되어 있지 않으나, 같은 내용을 다룬 『대순전경』 6판 4장 43절을 보면 우물과 관련한 내용과 함께 “이는 물화(物貨) 상통(相通)이니 만국인민의 새 생활법이니라”라는 기록이 있다.

이경원, 「강증산 천지공사의 종교적 상징체계에 관한 연구」, 『신종교연구』 14 (2006); 송태일, 「대순사상의 종교적 상징 연구 : 물, 불, 땅 상징을 중심으로」, 대진대학교 석사학위 논문 (2006); 정필관, 「대순사상의 종교적 상징 연구 : 물[水] 상징을 중심으로」, 대진대학교 석사학위 논문 (2010); 차선근, 「강증산과 위백양의 수화론 비교연구」, 『종교연구』 83 (2023).

잔스촹, 「대순사상의 인문정신과 인류평안의 이념」, 『대순사상논총』 21 (2013), pp.212-213.

고남식, 「증산의 강세지(降世地)인 정읍시(井邑市)에 나타난 구천상제(九天上帝) 신앙과 그 양상」, 『대순사상논총』 40 (2022), pp.222-223.

대순진리회 교무부 출판팀, 「세상을 구한 발자국 : 5화. 물화상통을 펼치시다」, 『대순회보』 271 (2023).

본고는 물화상통 공사의 상징성을 분석하기 위해 에른스트 카시러(Ernst Cassirer, 1874~1945)의 상징 이론을 원용한다. 카시러에 따르면 인간은 언어와 종교 같은 상징적 그물망 속에서 삶을 영위하는 ‘상징적 동물’이다. 그는 인간의 인식이 정신의 자발적 활동을 통해 경험에 의미를 부여하는 ‘상징적 형식’의 과정이라고 보았다. 이러한 관점에서 ‘우물물을 섞는 행위’는 인류의 새로운 세계관을 조직하고 해원상생의 가치를 현실에 구현하는 ‘구성적 종합 행위’이자 ‘상징적 인식’의 과정으로 고찰될 수 있다. 상세한 논의는 Ernst Cassirer, An Essay on Man: An Introduction to a Philosophy of Human Culture (New Haven: Yale University Press, 1944); 에른스트 카시러, 『상징형식의 철학 제1권 : 언어』, 박찬국 역 (서울: 아카넷, 2011), pp.21-46; 신응철, 「카시러 『문화과학의 논리』의 문제의식과 두 문화」, 『현대유럽철학연구』 51 (2018), pp.253-276을 참고.

『전경』, 공사 1장 3절. 천지공사의 정의에 관한 상세한 내용은 차선근, 「한국 종교의 해원사상 연구 : 대순진리회를 중심으로」 (한국학중앙연구원 박사학위 논문, 2021), p.101 참조. 천지공사의 교리적 의의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이경원, 「구천상제론의 시각에서 본 천지공사의 실제와 교리적 의의에 관한 연구」, 『대순사상논총』 22 (2014) 참조.

같은 책, 교법 3장 23절.

같은 책, 교법 3장 38절.

같은 책, 교법 3장 40절.

같은 책, 예시 29절.

같은 책, 예시 73절.

같은 책, 공사 2장 23절.

『간이집』 2권, 「신도비명(神道碑銘)」, “嶺南, 素號地大物衆, 又方甲戌籍兵.” 본 글에서 한국문집총간에 실린 글의 인용문은 ‘한국고전종합DB’의 번역을 참고하였다.

『기언』 35권 외편, 「동사(東事)」, “全州江海之都會, 物貨之途.”

『정조실록』 48권, 정조 22년(1798년) 5월 2일, “至於錢者, 本以通貨, 非爲取利也.”

왜관(倭館)은 조선 시대 일본인이 거주하며 조선과 일본 간의 외교 의례와 무역이 이루어졌던 공간이며, 역설(譯舌)은 사역원에 소속되어 이러한 대외 교류 시 외국어의 통역과 번역을 담당하던 벼슬아치를 의미한다.

『비변사등록』 196책, 순조 5년(1805년) 10월 16일, “大抵凡係倭館事, 無論公私, 一任之於譯舌, 故渠輩看作奇貨, 輒稱公幹, 與彼人無時相接, 或以物貨相通, 或以賣買爲託, 其中間幻弄之弊, 彼此陰秘之狀, 自前已然, 以至今日而極矣.” 본 글에서 한국사 기록물의 인용문은 국사편찬위원회의 ‘한국사데이터베이스’의 번역을 참고하였다.

『선조실록』 8권, 선조 7년(1574년) 4월 3일. “所謂長甸子者, 距二十餘里設鎭之後, 唐人蔓延開墾, 漸次成村, 則與我國人烟相接, 物貨相通.” 또한 율곡 이이가 쓴 『석담일기(石潭日記)』에는 “중국에서 진보(鎭堡)를 만들고 차차 개간하여 장차 인가가 서로 인접하게 되고 계견(鷄犬) 소리가 서로 들리고 물화가 서로 통하게 된다면 간사한 자의 농간과 분쟁의 폐단으로 반드시 사단(事端)이 일어날 것입니다.”라는 기록도 있다. 『石潭日記』, 上卷, 萬曆二年甲戌(1574년, 선조 7). “中朝設鎭, 蔓延開懇, 至於與我國, 人烟相接, 雞犬相聞, 物貨相通, 奸細之虞, 紛爭之弊.”

『승정원일기』 53책, 인조 14년(1636년) 8월 1일. “下有王爵之人, 素知貴國之於中原, 物貨相通往來, 彼此懋遷有無.”

『대한학회월보』 5호, 「職分과 事業의 合力關係」(1908년 06월 25일), “商者 物貨相通에 機關이니 國內各處에 交換과 國外諸方에 交易을 發達야 物品을 相換며 有無을 通用야 一國人民의 便利가 되니 此 一大分業이라.”

『환재집』 6권, 「헌의(獻議)」, 「淸錢革罷後, 措畫救弊議」(갑술년[1874] 정월 13일 어전에 올린 계사), “民間貨路, 流通無滯, 然後公家需用, 漸有灌輸之道矣. … 錢與物輕重貴賤, 必得其平, 然後不爲民國之害.”

이러한 생활 양식의 전환은 에른스트 카시러(Ernst Cassirer, 1874~1945)의 관점에서 볼 때, 단순한 경제적 관습의 변화에 국한되지 않고 인간 정신이 세계에 부여하는 ‘상징적 형식’의 변혁으로 규정된다. 카시러는 인간의 모든 의식 활동에 고유한 ‘의미기능’이 수반된다고 보았다. 그는 정신이 외부 세계를 수동적으로 수용하는 데 머물지 않고, 특유의 자발성을 전개하여 경험 내용에 형식을 부여하는 행위를 ‘상징적 기능’이라 칭하였다. 따라서 증산이 물화상통을 ‘새 생활법’이라 명시한 것은 선천의 생활 양식을 해체하고 ‘상생’이라는 새로운 상징적 형식을 통해 인류 문명을 재구성하려는 정신의 자발적 의지가 투영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본고에서 논증하는 물화상통 공사는 선천의 상극적 역사와 불균형한 현실을 종교적 신념에 기초하여 상생의 질서로 재구축하려는 상징적 실천이다. 이는 종교적 상징 체계가 파편화된 현실의 역사적 맥락을 포섭하여 새로운 가치 질서로 변용시키는 과정으로 이해된다. 따라서 여기서 도출된 ‘새 생활법’은 후천의 보편적 가치를 현실 세계에 투사함으로써 인류 문명의 존재 양식을 재규정하는 종교적 지평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구미래, 「우물의 상징적 의미와 사회적 기능」, 『비교문속학』 23 (2012), pp.320-322 참고. 구미래는 우물을 재생의 성소이자 공동체의 소통을 지탱하는 사회적 공간으로 고찰하였다. 우물의 상징성에 관한 연구로는 강정원, 「근대화와 동제의 변화 : 부천 먼마루 우물고사를 중심으로」, 『한국문화인류학』 35 (2002); 권태효, 「우물의 공간적 성격과 상징성 연구」, 『민족문화연구』 56 (2012) 참조.

우물 신앙에 관한 논의는 이필영, 「우물신앙의 본질과 전개 양상 : 민속학 자료를 중심으로」, 『역사민속학』 26 (2008); 권태효, 앞의 글(2012) 참조.

『주역』, 「정괘(井卦)」, “改邑不改井.”

『맹자』, 「등문공(滕文公)」 상(上) 3, “死徙無出鄕, 鄕田同井. 出入相友, 守望相助, 疾病相扶持, 則百姓親睦.”

『영조실록』 120권, 영조 49년(1773년) 1월 10일, “上曰: 唐堯之民歌曰: 耕田而食, 鑿井而飮.”

『고종실록』 11권, 고종 11년(1874년) 1월 13일, “第八域民生, 耕食鑿飮, 涵泳於雨露之中, 大小長吏, 一心奉公, 有何未盡之政?”

『태종실록』 29권, 태종 15년(1415년) 3월 4일, “命城中五家共鑿一井.”

같은 책 27권, 태종 14년(1414년) 3월 17일, “罷知楊根郡事盧尙仁職. 山下平地有三新家, 家各鑿井.”

구미래, 앞의 글, pp.328-329 참고.

카시러의 이론을 원용하면, 증산의 물화상통 공사는 사물을 단순한 도구로 규정하는 시각에서 탈피하여 만물을 유기적 연관 체계로 파악하는 인식론적 전환이라 할 수 있다. 카시러는 물리적 법칙으로만 세상을 보는 ‘사물-지각’과 대상에 담긴 고유한 의미를 읽어내는 ‘표정-지각’을 구분하고, 인간의 인식이 상징을 통해 능동적으로 세계를 구성해 가는 과정임을 강조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종도들이 여러 우물물을 옮겨 섞는 행위는 개별 물질의 단순한 혼합이 아니다. 이는 상극의 원리로 파편화된 선천의 세계관을 해체하고, ‘해원상생(解冤相生)’이라는 새로운 의미 불변항을 통해 인류 문명을 유기적으로 재구성하려는 ‘정신의 자발적 의지’가 투영된 상징적 공사로 정의된다. 이에 대한 카시러의 이론적 배경은 신응철, 「카시러 『문화과학의 논리』의 문제의식과 두 문화」, 『현대유럽철학연구』 51 (2018), pp.261-265 참고.

폴라니에 따르면, 근대 시장경제는 이익과 효율을 앞세워 경제를 공동체의 도덕적 규범으로부터 분리해 냈다. 그는 이 과정에서 인간과 자원이 거래 대상으로 전락하며 사회적 유대가 파괴되는 현상을 경고하였다. 이러한 폴라니의 이론적 틀을 원용하면, 물화상통 공사는 경제 행위를 인간적인 유대와 공동체적 가치 안으로 다시 결합하는 과정으로 해석할 수 있다. 즉, 시장 논리에 의한 상극적 경쟁으로 쌓인 원(冤)을 풀고, 독점적 권리를 내려놓아 타자의 몫을 마련하는 ‘해원상생’의 실천적 모델인 셈이다. 결국 이는 물질적 풍요가 인간의 도덕적 의지와 결합할 때 비로소 진정한 문명적 안정이 가능함을 시사한다. Karl Polanyi, The Great Transformation: The Political and Economic Origins of Our Time (New York: Farrar & Rinehart, 1944); Mark Granovetter, “Economic Action and Social Structure: The Problem of Embeddedness,” American Journal of Sociology 91:3 (1985), pp.481-510.

『전경』, 예시 12절.

같은 책, 예시 29절.

같은 책, 교운 1장 9절, “ … 다만 천상과 지하의 경계를 개방하여 제각기의 지역을 굳게 지켜 서로 넘나들지 못하던 신명을 서로 왕래케 하고 그가 사후에 동양의 문명신(文明神)을 거느리고 서양에 가서 문운(文運)을 열었느니라. 이로부터 지하신은 천상의 모든 묘법을 본받아 인세에 그것을 베풀었노라. 서양의 모든 문물은 천국의 모형을 본뜬 것이라” 여기서 지하신은 천상신과 대비되는 개념으로, 지상의 여러 신명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대순사상에서 천상과 지하는 하늘과 땅의 층위로 대비되며, 이와 연관된 신명들의 위상 또한 이와 동일한 맥락에서 파악할 수 있다.

『대순전경』 6판 6장 140절에는 “천(天)이 이기예(以技藝)로 여서인(與西人)하여 이복성인지역(以福聖人之役)하고 천(天)이 이조화(以造化)로 여오도(與吾道)하여 이제서인지악(以制西人之惡)이니라”라는 구절이 있는데, 이는 증산이 조화의 도로 서양문명의 악폐를 제어하겠다는 내용이다. 여기서 서양문명은 기예로 표현되고 증산의 도는 조화로 표현된다.

대런 애쓰모글루, 제임스 A. 로빈슨,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서울: 시공사, 2012), pp.605-613 참고. 저자들은 국가 간 부의 격차가 발생하는 근본 원인을 지리나 문화가 아닌 제도의 차이에서 찾는다. 특히 본문에서 언급한 포용적 제도는 기술 혁신을 수용하는 창조적 파괴를 허용하여 문명을 진보시키는 반면, 착취적 제도는 기득권 유지를 위해 새로운 물화의 유통과 혁신을 억압함으로써 국가를 실패로 이끈다고 분석한다.

Karl Polanyi, Conrad M. Arensberg, and Harry W. Pearson, eds., Trade and Market in the Early Empires: Economies in History and Theory (Glencoe, IL: Free Press, 1957).

차선근은 선천에서 후천으로의 이행기를 해원기, 병겁기, 개벽기로 구분하여 고찰하였다. 본고는 이러한 시각을 수용하여 논의를 전개한다. 차선근, 「대순진리회의 개벽과 지상선경」, 『신종교연구』 29 (2013), p.227.

이정립은 해원을 증산 사상의 핵심이자 천지공사와 상생·협동 등 모든 교화 이념의 토대가 되는 도덕 구조로 보았다. 그는 인류를 원적(寃的) 동물로, 인류사를 원의 역사로 규정하며 원의 범주를 개인에 국한하지 않고 민족과 역사적 층위로 확장하였다. 이경원에 따르면 천지공사는 해원상생의 이념을 실현하기 위한 증산의 주요 활동이었으며, 증산은 후천개벽을 위해 천지공사의 과정에서 신명계의 도수를 조정하는 작업부터 행하였다. 이정립, 「해원사상」, 『증산사상연구』 3, (1977), pp.168-172; 이경원, 「강증산의 신종교적 영성과 도덕적 비전」, 『신종교연구』 21 (2009), pp.194-201.

『전경』, 교법 1장 31절.

최동희는 “相生과 解寃은 깊은 관계를 가질 수 밖에 없다. 서로 寃을 풀어주는 것이 서로 살리는 根本條件이 되기 때문이다. 적어도 倫理 쪽에서 본다면 寃을 풀어주는 것이 곧 서로 살리는 길이라고 말할 수 있다. 甑山이 밝힌 解寃에는 宗敎的인 意味가 있다.”라고 주장한다. 최동희, 「해원의 윤리적 의미」, 『증산사상연구』 11 (1985), p.110.

이와 같은 세계관의 전환은 카시러가 제시한 ‘의미 불변항’을 통해 죽어 있는 기념물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문화의 재생’ 과정과 궤를 같이한다. 카시러에 따르면 문화 세계의 본질은 물리적 고정성이 아니라 인간 정신이 부여한 의미, 즉 ‘의미 불변항’에 근거한다. 따라서 물화상통 공사는 상극적 논리로 인해 생명력을 상실한 선천의 물화들에 ‘해원상생’이라는 새로운 의미 불변항을 부여함으로써 문명을 실질적으로 부활시키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대한 논의는 신응철, 앞의 글, pp.270-272 참고.

『전경』, 행록 3장 44절, “天用雨露之薄則必有萬方之怨, 地用水土之薄則必有萬物之怨, 人用德化之薄則必有萬事之怨, 天用地用人用統在於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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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고전종합DB》 https://db.itkc.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