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urnal of Daesoon Academy of Sciences
The Daesoon Academy of Sciences
연구논문

교과서의 증산사상 서술 경향과 향후 과제*: 고등학교 『윤리와 사상』 교과서를 중심으로

이호열1,**
Ho-yeol Lee1,**
1대진대학교 박사수료
1Ph.D. Candidate, Department of Daesoon Studies, Daejin University
**E-mail: win2510@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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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ceived: Apr 25, 2026 ; Revised: May 29, 2026 ; Accepted: Jun 25, 2026

Published Online: Jun 30, 2026

국문요약

본 연구는 2007년 교육과정 개정 이후 고등학교 『윤리와 사상』 교과서의 증산사상 수록의 배경과 교육과정 시기별 서술 경향을 분석하고, 그 한계를 비판적으로 검토하여 향후 교육적 개선 방향을 제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증산사상의 교과서 수록 배경에는 세 가지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였다. 유네스코의 ‘세계 문화 다양성 선언’(2001)에 따른 종교 다양성의 확산, 한류 열풍으로 촉발된 한국학에 대한 관심 증가와 연구지원 확대, 그리고 일본의 역사 교과서 왜곡과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응하는 국내 민족주의 경향의 고조가 2007년 교육과정 개편에 영향을 미쳤다.

교육과정 시기별로 보면, 증산사상은 2007년 개정에서 최초 게재 이후 2009년 개정에서 5개 출판사로 확대되며 서술이 심화·발전하였으나, 2015년 개정에서 탈민족주의 담론의 확산과 함께 수록 출판사와 분량이 축소되었고, 2022년 개정에서 고교학점제 시행에 따른 교육제도 개편으로 ‘한국 고유의 윤리 사상’ 단원 자체가 교과서에서 제외되었다. 교과서 서술 내용에 있어서는 증산사상의 본질에 부합하지 않는 난세에 관한 현실 인식 오류, 보은 개념의 누락, 이상사회에 대한 부정확한 서술, ‘신흥 종교’라는 용어 문제 등의 측면에서 향후 수정 보완의 여지를 남겼다.

향후 과제로 상생 윤리의 체계적 연구, 한국 고유 사상과의 연계성 규명, 증산사상 아카이브 사이트 구축, 역사·문화 답사 프로그램 운영, 교육과정 개정과정에서의 적극적 참여를 제언한다. 한류의 세계적 확산으로 한국 문화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지금, 증산사상의 학문적 정립과 교육적 확산은 민족종교 사상의 공교육 복귀라는 목표를 넘은 한국학의 과제이기도 하며, 한국의 독창적 상생·화합·평화의 이념을 가진 증산사상을 통해 한국 사상이 세계 윤리 담론의 장에 기여할 의미 있는 발걸음이 될 것이다.

Abstract

This study analyzes the background of Jeungsanism’s inclusion in high school ‘Ethics and Thought’ textbooks following the 2007 curriculum revision, examines its representation across successive curriculum periods, and proposes directions for future educational improvement.

Three complex factors contributed to its inclusion. First, the spread of religious pluralism prompted by UNESCO’s ‘Universal Declaration on Cultural Diversity’ (2001) created a favorable environment for new religious movements. Second, the Korean Wave generated growing interest in Korean Studies, leading to expanded government support for research on national religious thought. Third, the strengthening of nationalist historical consciousness in response to Japan’s history textbook distortions and China’s Northeast Project exerted their direct influences on the 2007 curriculum reform.

Examined by curriculum period, Jeungsanism first appeared in the 2007 revision and expanded to five publishers in the 2009 revision with increasingly detailed descriptions. However, following the 2015 revision, the rise of post-nationalist discourse reduced both the number of publishers and the volume of content. In the 2022 revision, the entire unit on “Korea’s Indigenous Ethical Thought” was eliminated amid a comprehensive restructuring accompanying the introduction of the high school credit system.

Textbook analysis revealed several limitations, including factual errors inconsistent with the essence of Jeungsanism, systematic omission of ‘boeun’ (報恩, the grateful reciprocation of beneficence), inaccurate descriptions of ‘hucheon seongyeong’ (後天仙境, the realm of immortals in the Later World), and the problem with the term ‘new religion.’

To address these limitations, this study proposes systematic research on the ethics of ‘sangsaeng’ (相生, mutual beneficence), investigation of Jeungsanism’s connections to Korea’s indigenous thought, development of a digital archive, and active participation by the new religions academic community in the curriculum revision processes. In an era of unprecedented global interest in Korean culture, articulating the universal value of Jeungsanism’s ideals of ‘sangsaeng’, harmony, and peace represents a meaningful contribution of Korean thought to global ethical discourse.

Keywords: 증산사상; 윤리와 사상; 교과서; 해원상생; 후천개벽; 민족종교; 교육과정 개정
Keywords: Jeungsan; Ethics and Thought; textbooks; haewon sangsaeng; hucheon gaebyeok; national religions; curriculum revision

Ⅰ. 서론

증산사상1)은 2007년 교육과정 개정과 함께 고등학교 『윤리와 사상』 교과서에 소개되어 2012년부터 고등학교 2학년을 대상으로 학교 수업 현장에서 다루어졌고, 2014학년도부터 대입 수능시험에 출제되기 시작하였다. ‘동학농민운동’이라는 역사적 사건으로 인해 대중적 인식의 기반이 넓은 동학은 오래전부터 다루어졌으나, 증산사상은 그동안 『윤리와 사상』 교과서에서 다루어지지 않았다. 교과서에 소개된다는 사실은 사회적인 공인을 뜻하기도 하며, 공교육을 통해 널리 사람들에게 알려진다는 측면에서 의미 있는 일이다. 또한, 한국 근대 신종교2) 사상이 역사적·학술적 평가와 함께 그 의의가 인정된다는 측면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교과서에 수록된 증산사상은 『윤리와 사상』 교과서의 「한국 고유의 윤리 사상」 단원에서 다루어졌다. ‘윤리와 사상’ 교과목은 본디 “한국인으로서의 주체적인 윤리관과 사상적 틀을 형성하는 것”이 목적으로 제시되어 있기에, 한국 고유 윤리 사상이 차지하는 비중과 역할은 작지 않다.3) 하지만, 지금까지 교과서에 소개된 한국 고유의 윤리 사상에 관한 연구는 유교와 불교에 관련된 연구가 대부분이었다. 유교, 불교 이외의 연구로는 배문규의 단군, 풍류도, 동학에 관한 연구가 있으나,4) 그 외 학자의 연구성과는 드문 상황이다. 또한, ‘종교’ 교과서에 관한 연구에서 고병철은 종교학 교육과정을 살펴보았고 김은영은 신종교와 대순진리회 관련 내용을 분석하기는 했으나,5) 그것은 종교교육의 관점에서 다루어진 것으로 ‘도덕’ 교과 체계 안의 윤리 사상 측면에서 증산사상을 본격적으로 검토한 연구는 지금까지 이루어진 바가 없다.

본 연구는 증산사상이 교과서에 게재된 사회문화적 배경을 알아보고, 교육과정 개정의 흐름에 따라 그 서술 경향이 어떻게 변화하였는지 살펴봄과 동시에 고등학교 『윤리와 사상』교과서의 지식 체계 속에서 증산사상의 사상사적 위치와 주요 개념들의 설명 방식을 고찰할 것이다. 이를 통해 증산사상에 관한 교과서 서술의 경향과 특징을 체계적으로 분석하여 교육적 개선 방향과 향후 과제를 제시하고자 한다.

다만 교과서 분석과 오류에 대한 대안 제시에 있어 학자들의 해석보다는 원전 자료를 기준으로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보아, 증산사상을 담고 있는 경전(經典)을 그 기준으로 하고자 한다. 증산사상은 증산 강일순(姜一淳, 1871~1909)의 행적과 가르침을 말하며, 증산사상을 담고 있는 경전은 최초의 경전인 『대순전경』을 비롯해 대순진리회의 『전경』, 증산도의 『도전』 등이 있으나 종통 계승이나 천지공사에 대한 해석, 신성성 관련 내용을 제외한 해원, 보은, 상생, 이상사회로서의 선경(仙境) 등 증산의 주요 가르침에는 큰 차이가 없기에,6) 가장 많이 출판되고 많은 사람이 읽고 있는 대순진리회의 『전경』을 교과서 분석의 중심으로 삼을 것이다.

이 논고가 ‘윤리와 사상’ 교과목에서 증산사상을 다루는 시론적 연구인 만큼, Ⅱ장에서 먼저 2000년대 초 사회·문화적 변화 속에서 증산사상을 교과서에 수록하게 된 배경을 먼저 탐구할 것이다. Ⅲ장에서는 2007·2009·2015·2022 교육과정 개정의 흐름을 살펴보고, 시기별 ‘윤리와 사상’ 교과목의 주요 특징을 알아본다. 이와 함께 신흥 종교 발생의 시대 배경과 해원, 보은, 상생 등 증산사상의 주요 내용에 관한 교과서 서술을 들여다본다. Ⅳ장에서 교과서의 증산사상 서술과 관련 주요 관점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향후 과제를 제안하는 것으로 논의를 마무리할 것이다.

본 연구는 교과서가 특정 종교사상을 민족종교, 사회운동, 역사적 현상 등의 틀로 위치 지으며 윤리 사상으로서의 성격을 어떻게 재구성하는지를 살펴보는 데 의의가 있다. 이는 또한, 증산사상 연구의 관점에서도 기존의 교단 중심 연구나 내부 신앙적 해석을 넘어, 공교육과 교과서라는 공적 지식 체계 속에서 증산사상의 구성과 서술을 살펴보고 그 방향성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더불어 향후 다른 근현대 종교사상이나 신종교 전반을 대상으로 한 비교 교과서 연구로 확장되거나 기초 자료로 활용될 가능성도 기대한다.

Ⅱ. 교과서의 증산사상 수록의 배경

먼저 증산사상이 교과서에 수록된 배경을 알아보기 위해 7차 교육과정이 고시(1997. 12. 30.)된 이후 교육과정 개정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던 시기에 걸쳐 국내외에서 발생한 중요 사건과 그로 인한 사회·문화적 변화 흐름을 알아보고자 한다. 그리고 그것이 교육과정 개정의 논의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살펴볼 것이다. 그 이유는 중요 사건에 대한 사회적 대응과 논의가 증산사상이 교과서에서 어떤 위상과 관점으로 다루어지는가의 문제와 관련되기 때문이다. 특히 최초 게재된 2007년 교육과정 개정을 위한 기초연구가 2004년부터 시작되었고, 2005년에 각계각층 관계자들의 토론과 이견조율, 개선 방향에 대한 광범위한 의견 조사, 워크숍과 협의회, 그리고 연구 결과에 대한 공청회 등의 과정이 진행되었기에 이 시기를 즈음한 사회·문화적 변화와 시대적 요구에 주목하는 것이다.7)

1. 유네스코 문화 다양성 선언과 종교 다양성

2001년 9월 미국 뉴욕에서 발생한 9·11테러는 전 세계인에게 공포와 불안감을 안겨주었다. 9·11테러는 새뮤얼 헌팅턴(Samuel P. Huntington, 1927~2008)이 주장한 ‘문명 충돌론’, 즉 탈냉전 시대의 주요 갈등이 이데올로기가 아닌 문명과 문화적 정체성에서 비롯될 것이라는 그의 주장을 마치 현실로 확인시켜 주는 사건처럼 보였다. 특히 그가 “종교는 문명을 규정하는 핵심적 특성이다.”8)라고 하여 문명을 정의·분류하는 데 있어 기준으로 삼은 것이 바로 ‘종교’였다는 점에서 크게 놀라운 것이었다. 이로 인해 9·11테러 직후 국제 사회에서는 이슬람주의자들의 테러를 ‘문명 간 대립’으로 해석하려는 경향이 빠르게 확산되었다.

이러한 흐름에 대응하여 유네스코(UNESCO)는 9·11테러 불과 두 달 후인 2001년 11월 파리 총회에서 「세계 문화 다양성 선언」을 만장일치로 채택하였다. 이는 문명 간 대립을 유발하는 문화적 차이를 ‘충돌’이 아닌 ‘다양성’이라는 관점으로 수용함으로써 갈등과 충돌을 막고자 한 프레임 전환의 시도였다. 문화의 정체성·다양성·다원주의를 명시한 이 선언은 단지 선언에 머물지 않고 2005년 제33차 유네스코 총회에서 148개국(한국 포함)이 채택한 「문화 다양성 협약」으로 이어졌으며, 문화 다양성 협약은 2007년 54개국의 비준을 통해 국제법으로 발효되면서 규범화되었다.9)

새뮤얼 헌팅턴에 따르면 종교는 문명의 정체성 형성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며 “문명 충돌론은 결국 종교 충돌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10)라는 주장도 있듯이, 문화 다양성 선언은 곧 종교 다양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포함한다 할 것이다. 특히 9·11테러의 배경에 숨어있는 기독교 문명과 이슬람 문명의 대결 양상을 고려한다면, 이 선언은 여러 종교 문화의 공존을 인정함으로써 갈등을 방지해야 한다는 내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문화 다양성 선언은 한국 사회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2005년은 한국이 문화 다양성 협약에 참여하면서 동시에 새로운 교육과정 개정 논의가 진행되던 중요한 시기였다. 2000년대 초 국제결혼으로 국내 이주여성이 급증하며 2005년 이주여성의 처우가 사회적 이슈가 되었고, 2006년에는 ‘다문화’ ‘다문화주의’ 등의 용어가 널리 사용되기 시작하였다.11) 이후 다문화는 한국 사회의 지속적인 정책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2007년 고등학교 개정 교육과정』 총론에서 ‘다문화 교육’이 범교과 학습 통합 운영 주제로 최초 포함되었고, 『2007년 고등학교 교육과정 도덕과 해설』에서도 ‘다문화’라는 용어가 19회 언급되는 등 문화 다양성 개념이 반영되었다.

다문화주의는 “다양한 언어, 문화, 민족, 종교 등을 통해서 서로의 정체성 (identity)을 인정하고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사회적 질서”12)를 말하며, 다문화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종교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은 필수 불가결한 요소이다. 결국 유네스코 문화 다양성 선언과 협약은 그동안 다종교사회(무속, 불교, 유교, 개신교, 가톨릭, 원불교, 증산교 등)의 길을 걸어오던 국내에서 다양한 종교를 상호 인정해야 한다는 인식을 사회적으로 더욱 가속화하는 데 영향을 미쳤으며, 증산교 등 한국 신종교 관련 내용이 교과서에 수록될 수 있는 우호적인 사회·교육적 환경을 간접적으로 형성하였다고 볼 수 있다.

2. 한류 유행과 한국학에 대한 관심 증가

동학을 비롯한 한국 근대 신종교는 대체로 19세기 개항기 제국주의 열강의 침입과 서양 문물의 전래로 혼란스러웠던 시기에 반외세·반봉건이라는 근대 민족의식을 기반으로 형성되었으며, 외세의 압박에 저항하는 민족정신의 구심점이 되어왔다. 이런 까닭에 신종교는 격동의 근대사를 통하여 근대 이후 민족주의가 성립되는 데 상당한 역할을 하였다고 평가받으며, 한국 민족주의의 주요 흐름으로 자리한다.13) 윤이흠은 이러한 신종교를 ‘민족종교’로 부를 것을 제안하며, 신종교의 종교적 신념의 핵심이 민족애와 민족주의이므로 그 사상적 특성이 이들을 한국 민족종교라고 하기에 충분한 자격을 준다고 주장하였다.14)

그러나 일제 강점기 조선총독부가 증산교를 비롯한 민족종교를 ‘유사종교’15)라는 굴레를 씌워 탄압하였기 때문에 증산사상은 오랫동안 왜곡된 인식과 편견에 가려진 채 그 존재와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 이러한 편견을 극복하며 증산사상에 관한 학술 연구가 본격화된 것은 1974년 ‘증산사상연구회’(회장 배용덕)가 출범하면서부터이다. ‘증산사상연구회’는 배용덕을 중심으로 노길명·김홍철·김형효·최동희 등 국내 철학·종교학 분야의 저명한 학자들의 참여를 통해 20여 년간 수백 편의 논문을 발표하는 등 학술 연구성과를 꾸준히 축적하였다.16) 한국종교학회(1970 설립), 대순사상학술원(1991 설립), 한국신종교학회(1999 설립) 등도 증산사상 연구에 중요한 역할을 하였으며, 1998년부터 2002년 사이에는 안후상 등이 보천교[증산계 교단]의 일제강점기 민족운동을 다룬 연구들을 발표하면서17) 증산계 교단이 민족 운동사의 관점에서 재조명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였다.

이처럼 민족종교 사상으로서의 증산사상 연구가 지속되던 가운데, 1990년대 말부터 시작된 ‘한류’라는 문화 현상은 한국학에 대한 관심을 크게 증폭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K-드라마 ‘겨울연가’는 2003~2004년 일본 NHK를 통해 방영되며 30~50대 여성 시청자층을 중심으로 거대한 사회적 열풍을 일으켰고, ‘대장금’ 역시 2004~ 2005년 일본과 중국에서 큰 인기를 얻은 이후 이란·중동 지역에서 평균 70~80%라는 경이적인 시청률을 기록하며 아시아를 넘어 중동까지 한류를 확산시켰다.18) 한류 열풍은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와 함께 우리 문화에 대한 자신감을 불러일으켰으며, 일본인의 한국어 강좌 수강 증가와 한국 방문 확대 등 이전에 보지 못했던 현상들을 낳으며 한국학·한국 관련 지식에 대한 수요 기반을 확장하였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문화관광부의 후원으로 윤이흠·노길명·김홍철 등 국내 저명한 종교학자들이 집필한 『민족종교의 개벽사상과 한국의 미래』(2004)가 발간되었고,19) 2005년에는 ‘정신문화연구원’이 ‘한국학중앙연구원’으로 개편되면서 매년 ‘한국학진흥사업’과 ‘해외한국학지원사업’을 시행하는 등 본격적인 한국학 연구지원에 힘을 기울였다. 이에 따라 UCLA의 로버트 버스웰 교수를 책임자로 한 ‘한국 고전 총서 : 철학 및 종교 시리즈’가 한국학진흥사업의 ‘한국학술번역사업’(2007)으로 지원되었고,20)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개정·증보사업이 2007년부터 시작되었으며,21) 이후 ‘신종교’ 항목의 독립 항목 편성과 함께 증산사상 관련 용어가 추가되어 온라인을 통해 일반 대중에게 공개되었다.

한류 유행이 한국 사상 연구를 직접적으로 촉진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문화관광부 후원의 민족종교 관련 서적 발간과 한국학진흥사업의 시행 사례에서 보듯이 한국학 전반에 대한 관심 증가와 연구 지형 변화의 계기가 되었다는 점은 분명하다. 특히 1970~2000년대에 걸쳐 축적된 증산사상 연구의 학문적 성과 위에 형성된 민족종교로서의 위상과 한류로 촉발된 한국학에 대한 관심 증가 그리고 정부의 연구지원 확대라는 흐름은, 교육과정 개정 논의 과정에서 한국 고유 사상을 보다 적극적으로 포함하자는 주장이 강화되는 분위기를 형성하며 한국 신종교 사상이 주목받을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하였다고 볼 수 있다.

3. 동북아시아 역사 왜곡 문제와 민족주의의 대두
1) 일본의 ‘역사 교과서’ 왜곡과 독도 문제

2001년 일본의 역사 교과서 왜곡 문제는 한일관계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 일본 문부과학성의 검정을 통과한 8종의 중학교 역사 교과서 가운데, 우익 단체인 ‘새로운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이하, 새역모)’이 편찬한 교과서가 포함됨으로써 외교적·사회적 파장이 커진 것이다. 문제가 된 교과서 내용은 일본의 침략전쟁을 미화하고, 종군위안부 문제 등 일본 군부의 만행을 삭제·축소했으며, ‘임나일본부설’을 교묘히 추가해 한국 지배의 정당화 논리를 고대사까지 끌고 간 점이었다.

이러한 역사 교과서 왜곡에 대해, 정연태는 “일본의 장기적인 경기침체로 인해 국민의 자긍심이 최악의 상태에 이르러 이를 타개하기 위해 역사를 미화하고 왜곡하는 것”22)이라 분석하였다. 또한, 한영우는 ‘국내 역사 교육의 퇴행’ 문제를 지적했고, 안병욱은 “현행 국정교과서 체제를 검정 교과서 체제로 바꾸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23)

이 사태는, 애초의 우려와 달리 일본 내 반대 여론으로 인해 ‘새역모’ 간행 교과서를 채택한 학교가 전체의 0.04% 수준에도 못 미치는 저조한 채택률을 보이면서24) 진정 국면으로 진입하는 듯했다. 하지만, 2005년 2월 주한 일본대사 다카노 도시유키에 의해 제기된 ‘독도는 일본의 영토’라는 주장과 이에 관한 일본 정부의 방조적 태도는 또다시 한일관계를 급속히 냉각시켰고, 그해 3월, 시마네현의 ‘다케시마의 날’ 조례 제정은 한·일 간의 갈등을 중앙정부에서 지방정부로 확산시키는 시발점이 되었다. 또한, 같은 해 4월, 일본의 문부과학성이 검정 통과시킨 중학생용 교과서에 ‘독도가 일본 고유의 영토’라는 문장이 들어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한국의 대일 감정은 악화일로로 치달으며 일본에 대한 비판적 분위기는 최고조에 달하였다.25)

당시 일본을 ‘평화 번영 정책’의 주요 협력자로 간주하고 우호적인 협력관계를 유지하려 했던 노무현 정부도 시마네현 사태를 계기로 NSC 상임위원회의 성명문을 통해 대일정책의 전환을 공포(2005. 3. 17.)하고, 과거사 및 독도 문제 등에 대해 향후 단호한 대처를 해나갈 것을 선언하며 초강경 대일정책으로 전환하였다.26) 이러한 일련의 흐름은 국내 민족주의 감정을 강하게 자극하며 양국 간의 갈등을 심화시키는 심각한 국면으로 치닫게 하였다.

2) 중국의 동북공정과 동북아역사재단의 설립

한편 또 다른 역사 왜곡은 중국에 의해 벌어지고 있었다. 2002년 2월, 중국 국무원 산하 사회과학원 직속의 ‘변강사지 연구중심(邊疆史地硏究中心)’은 약 2백억 위안(한화 약 3조 원)에 달하는 국가적 자금을 투입하여 ‘동북공정(東北工程, 2002~2007)’이라는 대규모 역사 연구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하였다. 동북공정의 핵심 목적은 중국 동북 3성(길림성·요녕성·흑룡강성) 일대에 존재하였던 고구려·발해 등 한민족의 고대국가를 중국의 지방 정권 역사로 편입시키는 데 있었으며, 나아가 해당 지역에서 발원한 모든 민족과 역사를 중국의 민족사와 역사 체계 속에 포섭하려는 더 광범위한 의도를 내포하고 있었다.27)

이러한 동북공정은 2003년 국내 언론에 의해 본격적으로 보도되면서 한국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28) 국가적 차원의 대규모 자금과 조직이 동원된 체계적인 역사 왜곡이 진행 중이라는 사실은 학계와 국민 모두에게 심각한 위기의식을 불러일으켰다. 동북공정은 단순한 역사 해석의 문제를 넘어 영토 분쟁, 한반도 통일 이후의 국경 문제 등 현실적이고 중대한 외교적 함의를 지닌 사안으로 받아들여졌으며,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양국 관계의 새로운 갈등 요인으로 급부상하였다.

이에 한국 학계와 시민사회는 일제히 반발하였고, 관련 서적의 출판이 잇따르면서 정부 차원의 전문 대응 기관 설립을 촉구하는 여론이 들끓었다. 정부가 민간 중심의 대응 원칙 아래 ‘고구려역사재단’(2004)을 설립하였으나, 이후 사회적 요구와 정책적 필요성이 맞물리면서 ‘고구려역사재단’을 통합·확대하여 ‘동북아역사재단’(2006)으로 개편하였다. 이는 민족주의를 지향해야 한다는 정부 측 입장이 주도적으로 내세워진 결과였으며, 동북아역사재단은 동북공정 문제에 국한하지 않고 독도 문제를 포함한 일본의 역사 왜곡 문제까지 포괄하는 정부 주도의 전략 연구기관으로 자리매김하였다.29) 이는 동북공정과 독도 문제라는 이중적 역사 갈등 속에서 한국 사회 전반에 걸쳐 민족주의 역사 인식을 강화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광범위하게 형성된 결과였다.

7차 교육과정(1997년 고시) 이후 교과서 개정의 배경이 된 주요 사회·문화적 흐름을 정리해 보자. 2001년 유네스코의 ‘문화 다양성 선언’을 계기로 종교 다양성에 대한 인식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해 가는 가운데, 2002년 한일 월드컵의 성공적 개최와 세계 4강 신화, 그리고 K-드라마를 중심으로 한 한류 열풍이 아시아 전역으로 확산하면서 우리 문화에 대한 자긍심이 크게 고양되고 한국학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졌다. 다른 한편으로 2001년 일본의 역사 교과서 왜곡 사태, 2003년 중국 동북공정의 실체가 국내에 알려지면서 촉발된 고대사 논쟁, 그리고 2005년 독도 문제를 둘러싼 한일 갈등이 연이어 불거지며 주변국과의 역사 마찰이 지속되는 가운데, 한국 사회에서는 주변국의 역사 왜곡에 단호히 대응해야 한다는 민족주의 경향이 고조되었다. 2007년 교육과정 개편은 바로 이 같은 복합적인 사회·문화적 배경과 시대적 요구 속에서 진행되었다.

Ⅲ. 교육과정 개정의 주요 흐름과 교과서 분석

교과서는 공교육에서 다음 세대에게 전할 정신문화 유산과 지식 전달의 기준을 제시하는 매개체이다. 국가 교육과정은 사회문화적 변화 속에서 정부 교육 정책, 학자들의 의견, 사회단체의 요구 등 다양한 주장이 맞물리면서 개정이 이루어지며, 그러한 교육과정은 교과서 내용의 기준과 함께 서술의 방향성을 제시한다. 따라서 교과서 내용을 살피기에 앞서 교과서 내용 구성에 영향을 미치는 교육과정의 개요와 흐름을 먼저 이해하고 관련 자료를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1. 교육부 자료에 나타난 증산사상 교과서 수록의 근거

교육인적자원부에서 2007년 6월 발행한 『2007 개정 교육과정 개요』에서는 교육과정 개정의 배경이 나타난다. 이 자료에서 교육 당국은 사회·문화적 변화를 반영한 교육 내용 및 내용 체계 개편 필요를 언급하였고, 특히 ‘역사 교육 강화’ 항목에서 당시 역사 교육 강화에 대해 90.3%의 지지율을 보인 한국리서치 여론 조사(2006. 9. 23) 결과를 근거로 들어 “주변국들의 역사 왜곡에 대한 능동적 대처 및 세계화 시대에 적합한 역사 교육 필요”라는 방향성을 제시하였다.30) 이에 따라 선택과목으로 ‘동아시아사’ 과목이 신설되고, 고등학교 1학년 역사 과목 시수가 주당 2시간에서 3시간으로 늘어났으며, ‘윤리와 사상’ 과목도 주당 4단위에서 6단위로 확대되었다.31)

이어서 『2007 개정 고등학교 교육과정 (Ⅰ)』(별책 4) 중 「도덕과 교육과정」 편에서는 “한국의 고유 사상에는 어떤 것들이 있으며 어떻게 전개되었는지를 이해한다”라고 제시하면서 ① 신화(단군신화, 주몽신화, 박혁거세신화)에 나타난 고유 사상, ② 화랑도, ③ 무속 신앙, ④ 근대의 신흥 종교 사상을 명시하였다.32) 눈에 띄는 것은 주몽신화, 박혁거세신화가 추가되었으며, ‘한국 고유 사상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에 대해 ‘고유 사상과 민족주의’를 토론 항목으로 제시하였다는 점이다. 여기서 단군신화 이외에 주몽 신화, 박혁거세 신화를 추가함으로써 고대 한국 사상의 기원을 확장하고 체계화하려는 의도가 엿보이며, ‘고유 사상과 민족주의’를 토론 항목으로 제시한 것은 한국 고유 사상이 가지는 민족주의적 특성을 탐구하라는 의도로 파악된다.

이와 같은 구체적인 내용을 종합적으로 볼 때, 2007 교육과정에서는 주변국의 역사 왜곡에 대응하는 민족의식 강화의 방향성이 강조되었으며, 이러한 기조가 도덕 교과의 윤리 교육으로까지 확장되었고 신흥 종교 사상이 가지는 민족주의적 성격을 반영하여 『윤리와 사상』 교과서에 ‘근대의 신흥 종교 사상’이라는 소단원에서 동학 외에 증산교와 원불교가 추가된 것으로 이해된다.

또한, 2009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2009 개정] 고등학교 도덕과 해설』의 「한국의 고유 윤리 사상」 항목에서 다음과 같이 근대 신흥 종교의 ‘주제 설정의 취지’를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밝혔다.

신흥 종교 사상에 내재한 우리 민족의 가치관에 대해 탐색함으로써 왜 한국적인 것은 한국적인 것이 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이해하고, 나아가 현대 사회에 당면한 여러 문제들을 해결하는 단초로서의 한국 고유사상에 대한 창조적인 수용 자세를 견지한다.

그리고 ‘주요 교수·학습 내용’에서는 “근대의 신흥 종교 사상들은 당시의 사회적 배경과 밀접하게 연관시켜 본질적 내용들을 명확하게 제시하여야 한다.”라고 서술의 방향성을 명시하였다.33)

2. 교육과정 개정의 주요 흐름

우리나라 공교육에서 교육과정은 지금까지 총 7차례의 전면 개편을 거쳤고, 이후 사회 변화에 대응하기 위하여 수시개정 체제로 전환하였다. 7차 교육과정(1997. 12. 30 고시) 이후 지금까지 2007년34), 2009년, 2015년, 2022년에 수시개정이 이루어졌고 2011년의 부분 개정을 포함하면 총 5차례의 개정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2011년 개정은 2009년 개정의 각론에 해당하기에 여기서는 따로 언급하지 않는다. 따라서 윤리와 사상 교과서에 게재된 증산사상과 관련된 본 연구에서 분석 대상으로 하는 교육과정은 2007년, 2009년, 2015년 그리고 2022년의 개정 교육과정이다.35)

먼저 2007년 개정 교육과정은 2007년 2월 28일 발표된 이른바 ‘수시·부분 개정’ 방식의 교육과정으로, 기존 제7차 교육과정의 골격을 유지하면서 내용의 과다함을 해소하고 학교 현장의 자율성을 확대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이 틀 안에서 ‘윤리와 사상’은 대학입시 수능시험의 사회탐구 영역의 선택과목으로 유지되었고, 도덕·윤리 교과는 검정 교과서 체제로 전환되면서 교과서를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졌다. 교과서의 단원 구성은 제7차 교육과정의 기본 틀을 이어받아 크게 네 영역으로 편제되었고, 세부 구조와 서술이 부분적으로 강화되었다. 증산사상은 ‘Ⅱ. 동양과 한국 윤리 사상’ 단원의 ‘한국 고유의 윤리 사상’이라는 중단원에서 소개되었다.

표 1. 『윤리와 사상』교과서 목차 (교학사, 2007년 개정)
『윤리와 사상』
Ⅰ. 윤리 사상과 사회사상의 의의
Ⅱ. 동양과 한국 윤리 사상
Ⅲ. 서양 윤리 사상
Ⅳ. 사회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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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2. Ⅱ. 동양과 한국 윤리 사상 단원 목차 (교학사, 2007년 개정)
Ⅱ. 동양과 한국 윤리 사상
1. 동양과 한국 윤리 사상의 흐름
2. 유교 윤리 사상
3. 불교 윤리 사상
4. 도교 윤리 사상
5. 한국 고유의 윤리 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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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개정 교육과정에서 ‘윤리와 사상’ 과목은 기본적으로 2007 교육과정과 그 체계와 내용에 있어 변화가 없으나, ‘인성교육 강화’ 차원에서 부분적인 수정과 보완이 이루어졌다.36) 증산사상 관련해서는 2007 교육과정의 2개 출판사(천재교육, 교학사)에서 2009년에 3개 출판사(지학사, 미래엔, 금성출판사)가 추가로 참여하면서 서술의 범위와 내용이 다양해졌다.

2015년 개정 교육과정은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기 위한 ‘역량 중심 교육과정’이라는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이 도입되었다. 교과서 서술 방식에 있어서는 학생들의 흥미를 유발하고 사고를 자극하기 위해 주제에 대한 핵심 질문을 단원 제목으로 제시하고 그 해답을 찾아가는 교수-학습 방법론(Deeper Learning)37)을 적용한 것이 이전 교육과정과 다른 두드러진 변화였다. 또한, 평화 사상이 새롭게 추가되어 지구 공동체 문제에 대한 연대와 협력의 차원에서 세계시민주의38)가 강조되는 특징을 보인 반면, 상대적으로 민족주의 색채를 지닌 항목들의 서술은 축소되는 양상이 나타났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 천재교과서, 미래엔, 교학사, 씨마스, 비상교육 등 5개 출판사가 참여했으나, 천재교과서, 미래엔, 교학사 외 나머지 씨마스, 비상교육의 교과서에서는 증산사상이 언급되지 않았다.

2022년 개정 교육과정의 핵심 키워드는 고교학점제와 진로 교육이었다. 교육부는 미래 사회를 대비하기 위해 우리 교육을 입시 중심에서 학생 성장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보았고,39) 이를 위해 교육과정을 고교학점제를 중심으로 전면 개편하였다. 이로 인한 가장 큰 변화는 학생이 자신의 진로에 맞게 과목을 자율적으로 선택·이수하는 학점 기반 운영체제로 전환하였다는 점이며, 이로 인해 고등학교 과목은 공통과목, 일반 선택, 진로 선택, 융합 선택의 네 가지 유형으로 재편되었다. 하지만 교육적 취지와 달리 현실의 교육 현장에서는 상당한 반발과 문제점이 발생하여 제도에 대한 재검토의 여지를 남기고 있다.

이러한 2022년 개정에서 ‘현대 사회와 윤리’ 과목이 일반 선택으로 남고, 이전에 함께 일반 선택과목이었던 ‘윤리와 사상’은 진로 선택으로 밀려났다. 그리고 ‘통합사회’ 체제로 바뀐 대입 수능시험에서는 ‘통합사회’ 과목 안에서 윤리 문항이 출제되다 보니 ‘윤리와 사상’ 과목은 향후 수학능력시험에서 빠지게 되었다.40) 그뿐 아니라 내용 면에서도 단군신화·화랑도와 함께 동학·증산교·원불교를 비롯한 한국 신흥 종교사상 등이 소개되던 ‘한국 고유의 윤리 사상’ 단원 전체가 『윤리와 사상』 교과서에서 제외되었다.

3. 교육과정 시기별 증산사상의 주요 내용
1) 2007년 개정 교육과정 : 교과서 최초 게재

2007년 교육과정 개정은 고등학교 『윤리와 사상』 교과서에서 증산사상이 공교육의 장에 처음 등장하는 전환점이었다. 국정교과서 체제에서 검인정 교과서 체제로 전환된 이 시기에, 증산교와 원불교가 ‘근대의 신흥 종교사상’이라는 단원으로 새롭게 추가되었고, 교육부 검정을 통과한 2개 출판사(천재교육, 교학사)의 교과서는 2012년 3월부터 학교 수업 현장에서 사용되기 시작하였다.

이때 천재교육 교과서는 신흥 종교를 “우리 민족의 고유 사상을 바탕으로 유불도 사상을 주체적으로 수용한 새로운 민중 종교”41)라고 정의하고, 그 발생 배경에 관하여 조선 말기의 세도정치와 사회·경제적 문란이라는 내부 모순과 서양 열강의 통상 압력이라는 외부 위기 속에서 발생하였음을 서술하였다. 특히, 이 종교 사상들에 “당시의 혼란을 극복하고 새로운 세계를 열고자 하는 백성의 열망”42)이 담겨 있다고 언급하였으며, 증산교에 관해서는 보은 개념과 함께 해원상생을 중심으로 윤리적 함의를 설명하였다.

교학사 교과서는 조선 말기 수탈과 외세 침입의 위기를 맞이하여 피폐해진 백성들이 성리학적 사유를 거부하고, 평등하고 자유로운 세상을 갈구하게 된 시대적 맥락에서 동학, 증산교, 대종교, 원불교 등 신흥 종교의 발생과 민족주의적 특성을 비중 있게 다루었다.43) 그리고 원불교가 동학과 증산교에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을 명시하였는데,44) 이는 ‘개벽 사상’이라는 공통된 배경 아래 사상적 연계성을 가진다는 점을 표현한 것으로 이해된다.

2007 개정 교과서는 첫 게재인 만큼 증산교의 교리에 대한 기초적인 소개에 머물렀다는 한계는 있지만, 신흥 종교 발생의 배경에 대해 조선 말기 유교 사회의 한계 속에서 백성들의 피폐해진 삶과 서양 함선의 출현과 통상 요구 등 대외적인 위협에 대응하여 발생하였음을 서술하며 대내적인 요인과 대외적인 요인을 함께 균형 있게 투영하였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2) 2009년 개정 교육과정 : 서술의 확장과 심화

2009년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2014년 3월 발행된 5개 출판사 교과서들은 대체로 2007년 개정 교육과정에서 보인 신흥 종교의 민족종교 정체성을 이어받으면서도, 추가된 3개 출판사에서 증산사상에 대한 서술이 이전에 비해 풍부하고 체계적인 형태로 나타났다는 점이 주목된다.

첫째, 지학사 교과서는 ‘천지공사(天地公事)’라는 핵심 개념과 상극(相克)이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포함하였다. 그리고 증산교가 위기에 빠진 세상을 구하고 상생의 시대를 열기 위해 인간의 상극적 원한을 풀어주는 해원(解冤)과, 하늘과 땅의 운행 질서를 근본적으로 바로잡는 천지공사를 강조하였음을 설명하였다.45)

둘째, 미래엔 교과서는 신흥 종교를 “고유 사상을 바탕으로 유교, 불교, 도교 사상을 주체적으로 수용한 새로운 민족종교”46)로 정의하고, 동학 농민운동의 실패 이후 새로운 이상사회를 갈망하던 민중이 증산교에 주목하게 된 역사적 배경을 설명하였다. 또한, 세상의 잘못이 오랜 신분·남녀 차별로 인해 쌓인 원한에서 비롯된다는 인식 위에서 해원(解冤)·상생(相生)·보은(報恩)의 가르침이 갖는 의미를 적절하게 서술하였다.47)

셋째, 금성출판사 교과서는 “증산교는 ‘해원상생(解冤相生)’을 주요 교리로 하여 민중들의 마음을 얻었다.”라고 하면서, 해원상생이란 “고통받는 사람들을 구제하기 위해 원한을 풀어주어 함께 살아가자는 뜻”으로 풀이하며 그 바탕에 인간 존중 사상이 깔려 있음을 언급하였다.48)

이처럼 2009년 개정 교과서들은 증산사상의 발생 배경과 핵심 교리를 다각도로 서술함으로써, 공교육 내 증산사상 이해의 깊이를 한 단계 높였다는 데 의의가 있다.

3) 2015년 개정 교육과정 : 수록 출판사와 서술 분량의 감소

2012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글로벌 교육 우선 구상(Global Education First Initiative, GEFI)」을 발표하며, 교육을 통해 평화, 상호 존중, 환경 보전에 기여하는 능동적 세계시민을 길러내야 한다는 교육 기조를 국제 의제로 공식화면서 ‘세계시민 교육’이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하였다.49) 이와 함께 2013년 당시 뉴라이트 계열의 교학사 역사 교과서 논란과 2015년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 실패의 과정50)을 거치며 민족주의 서사는 점차 힘을 잃어갔다.

이러한 세계시민 교육과 탈민족주의 담론 확산의 흐름 속에서 2015 개정 교육과정 『윤리와 사상』 교과서의 증산사상 서술은 두 가지 측면에서 뚜렷한 변화를 보였다.

첫째, 수록 출판사와 서술 분량이 감소하였다. 2009년 개정 시기에 5개 출판사 모두가 증산사상을 다루었던 것과 달리, 2015 개정 이후에는 천재교과서·미래엔·교학사 3개 출판사만이 이를 언급하였고, 비상교육과 씨마스는 증산사상을 아예 언급하지 않았다. 이는 민족종교 관련 내용이 교육 내용 선택 과정의 우선순위에서 밀린 결과로 볼 수 있으나, 민족종교 사상이 공교육 교과서에 지속적으로 수록·유지되었다는 점에서는 여전히 의의가 있다.

둘째, 소단원의 제목과 서술 관점이 변화하였다. 신흥 종교는 기존의 ‘근대의 신흥 종교 사상’이라는 항목 대신 ‘외세의 침투와 한국 전통 윤리 사상의 대응’이라는 제목 아래 위정척사·개화사상과 함께 소개되었다.51) 이러한 서술 방향은 신흥 종교를 단순히 종교사적 현상이 아니라 근대 격변기 한국 전통 윤리 사상의 주체적 대응이라는 사상사적 맥락 위에 위치시킨 것으로, 그 위상을 일정 부분 끌어올린 구도의 변화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위정척사파의 의병 활동이나 개화파의 애국계몽운동에 비해, 동학[천도교]의 3·1운동 참여나 증산계 교단의 독립운동자금 지원, 물산장려운동 주도 등 신흥 종교의 구체적인 민족운동이 서술되지 않아 오히려 비교되는 모습으로 비추어진 측면이 있다. 또한, 이러한 방식의 서술은 신흥 종교 발생 배경의 하나인 조선 말기 유교 사회의 한계와 사회적 모순이 가려지고, 이를 극복하려 했던 신흥종교의 사회 개혁 사상이 드러나지 않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4) 2022년 개정 교육과정 : 「한국 고유의 윤리 사상 단원」 제외

2022년 개정 ‘윤리와 사상’ 교과목은 고교학점제로 교육과정이 크게 개편되면서 일반 선택과목에서 진로 선택과목으로 밀려났고, 수능시험에서도 제외되면서 교과서 분량이 간소화되었다. 이전의 교과서에서 첫 단원으로 시작하던 ‘인간과 윤리 사상’ 대단원이 삭제되었고, ‘II. 한국 윤리 사상’ 대단원 안에서 단군신화, 화랑도, 근대 신흥종교 사상을 소개하던 ‘한국 고유의 윤리 사상’이라는 중단원도 제외되었다.

교과서는 <표 3>과 같이 네 영역으로 단순화되어 기본 편제를 이루며, <표 4>에서 보듯이 2022년 개정 『윤리와 사상』 교과서의 ‘II. 한국 윤리 사상’ 단원에는 결국 유교, 불교 관련 내용만 남았다.

표 3. 『윤리와 사상』교과서 목차 (미래엔, 2022년 개정)
『윤리와 사상』
Ⅰ. 동양 윤리 사상
Ⅱ. 한국 윤리 사상
Ⅲ. 서양 윤리 사상
Ⅳ. 사회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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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4. Ⅱ. 한국 윤리 사상 단원 목차와 내용 (미래엔, 2022년 개정)
Ⅱ. 한국 윤리 사상
1. 사상적 차이는 어떻게 해소되고 조화될 수 있는가?
 - 불교의 화쟁 사상과 선교 통합의 노력
2. 도덕적 감정은 어떠한 방식으로 발현되는가?
 - 이황과 이이의 이기론과 본성론, 사단칠정론
3. 도덕적 실천은 어떻게 가능한가?
 - 조식, 정제두, 정약용의 실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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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개정 『윤리와 사상』에서 증산사상을 포함한 단군신화·화랑도·동학 등 한국 고유 윤리 사상이 제외된 것은 제도적 요인과 이념적 요인으로 나누어 분석해 볼 수 있다. 제도적 요인으로는 고교학점제와 함께 ‘윤리와 사상’ 과목의 진로 선택과목으로의 전환에 따른 학습 내용 감축, 이념적 요인으로는 세계시민교육과 탈민족주의 경향의 강화를 들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증산사상이 2007년 최초 등재 이후 2009년 확대되었다가 2015년 축소되고 2022년에 제외되는 궤적을 그리는 것으로, 한국 공교육 내에서 민족 고유 사상의 위상이 시대적 교육이념과 제도적 변화에 민감하게 영향을 받는지를 잘 보여준다. 그리고 공교육으로의 복원을 위해 향후 교육과정 개정과정에서 한국 민족 종교사상의 교육적 가치와 서술 방식에 대해 더 깊이 있는 사회적 관심과 학술적 논의가 필요함을 말해 준다.

표 5. 교육과정 시기별 ‘윤리와 사상’ 검정 교과서
교육과정 출판사 지은이 발행일 검정일
7차 교육과정 지학사 서울대 국정교과서 편찬위원회 2003. 3. 1. 국정 교과서
2007 개정 교학사 박효종 외 7인 2012. 3. 1. 2011. 8. 19
천재교육 박찬구 외 9인 2012. 3. 1. 2011. 8. 19
2009 개정 교학사 박효종 외 9인 2014. 3. 1. 2013. 8. 30
천재교육 박찬구 외 9인 2014. 3. 1. 2013. 8. 30
미래엔 정창우 외 11인 2014. 3. 1. 2013. 8. 30
지학사 박병기 외 7인 2014. 3. 1. 2013. 8. 30
금성출판사 김선욱 외 7인 2014. 3. 1. 2013. 8. 30
2015 개정 교학사 황인표 외 9인 2019. 3. 1. 2018. 9. 14
천재교과서 변순용 외 10인 2019. 3. 1. 2018. 9. 14
미래엔 정창우 외 9인 2019. 3. 1. 2018. 9. 14
비상교육 류지한 외 8인 2019. 3. 1. 2018. 9. 14
씨마스 박찬구 외 5인 2019. 3. 1. 2018. 9.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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Ⅳ. 교과서 서술의 한계와 향후 과제

1. 증산사상 주요 내용 서술의 한계와 비판적 제언

증산사상에 대한 교과서 서술은 종교사상의 고유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인문학적 관점과 해석을 통해 적절한 내용으로 서술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하지만 종교사상의 본질과 전혀 다른 서술은 해당 종교의 교리를 잘못 인식하게 만드는 문제를 발생시키기 때문에, 짧은 교과서 내용의 오류가 오랫동안 지워지지 않는 인식과 관념의 틀을 만들 수 있다는 측면에서 교과서 서술 내용에 대한 검토는 필수적이다. 종교사상의 체계는 고통스러운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여 현실의 문제를 극복할 실천 윤리를 제시하고 그것을 통해 도달하고자 하는 이상사회를 설명하는 논리 체계를 가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지금까지 살펴본 교과서의 증산사상에 관한 내용을 난세에 대한 현실 인식, 해원·보은의 상생 윤리 그리고 이상사회를 중심으로 분석해보고, 그 외 문제점에 관하여 대안적 서술을 제안하고자 한다.

1) 난세에 대한 현실 인식

교학사(2007 개정) 교과서는 증산교에서 “세상의 어지러움이 인간의 아집과 기성 종교의 타락에 있다고 보았다.”52)라고 하였는데, ‘인간의 아집과 기성 종교의 타락’을 난세의 이유로 언급한 것은 증산사상 경전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 내용으로 이는 증산사상의 문제의식과 전혀 부합하지 않은 주장을 서술한 것이다. 게다가 교과서에서 기성 종교의 타락을 언급한 것은 타 종교에 대한 비판으로 인해 종교 간 반목을 가져올 수도 있는 적절하지 못한 수사임에도 불구하고 이 내용은 교학사(2015 개정) 교과서에서도 그대로 반복 서술되었다.53) “신종교의 발생은 기본적으로 기성종교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54)이라는 이재헌의 언급처럼, 조선 말기 유교나 불교가 당시 현실의 문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한계를 신흥 종교의 발생 배경으로 볼 수는 있으나, 그것이 증산교의 가르침이나 주장은 아니다.

『전경』에서는 현실 문제의 원인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언급하고 있다.

선천에서는 인간 사물이 모두 상극에 지배되어 세상이 원한이 쌓이고 맺혀 삼계를 채웠으니 천지가 상도(常道)를 잃어 갖가지의 재화가 일어나고 세상은 참혹하게 되었도다.55)

이러한 현실 인식에 관하여 미래엔(2009 개정) 교과서는 “세상이 잘못되는 것은 신분 차별이나 남녀 차별 등으로 수모와 박해를 받은 사람들의 원한이 오랫동안 쌓여 왔기 때문”56)이라고 하였는데, 이는 현실의 문제를 해원상생의 관점에서 인문학적으로 해석한 서술로서, 교학사(2007 개정) 교과서의 서술 오류를 대체할 수 있는 타당한 설명이라 여겨진다.

2) 해원, 보은, 상생의 실천 윤리와 그 필요성

대부분의 교과서가 증산사상의 핵심을 ‘해원상생’으로 서술한 것은 타당하나, 현실의 문제 인식에서 해원상생의 필요성으로 이어지는 논리적 연결이 보완되어야 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증산사상에서는 현실의 문제를 ‘상극으로 인해 원한이 쌓이고 맺혀 세상이 상도(常道)를 잃게 된 것’(『전경』, 공사 1장 3절 참고)으로 바라본다. 그것을 달리 말하면, 인간사회의 상극적 구조 속에서 신분 차별과 남녀 차별이 발생하였고 그로 인해 원한이 발생되고 누적되어 온 점이 세상이 잘못된 원인이며, 이 원한 발생을 방지하기 위해 상극의 구조에서 벗어나야 하고 발생된 원한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해원상생이 필요한 것이다. 비교적 이러한 인과적 연결성을 바탕으로 서술한 것은 다음의 미래엔(2009 개정) 교과서가 유일하다.

세상이 잘못되는 것은 신분 차별이나 남녀 차별 등으로 수모와 박해를 받은 사람들의 원한이 오랫동안 쌓여 왔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따라서 원한을 푸는 해원(解寃)과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사는 상생(相生), 작은 은혜에도 보답하는 보은(報恩)을 강조하였다.57)

즉, 종교사상의 관점에서 신분·남녀 차별로 인한 원한이 현실의 문제이며, 그 해결책이 해원상생임을 논리적으로 서술한 이 방식은 조선 말 시대적 배경과 신분제 모순의 상황을 보완하여 향후 교과서에서 보다 확산될 필요가 있다.

또한, 증산사상에서 해원(解冤)과 보은(報恩)은 상생 윤리를 이루는 양대 핵심 개념이다.58) 해원상생이 널리 알려진 것에 비해 보은은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아 왔으나, 보은 역시 증산사상의 중요한 실천 윤리에 해당한다. 왜냐하면 도리(道理)로서의 보은이 실천되지 않을 때 또 다른 원을 잉태할 수 있으며, 해원과 보은은 원리적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교과서 서술도 대부분 이 점이 반영되어 천재교육 교과서는 2007·2009·2015 개정 교과서 전반에 걸쳐 해원과 보은 개념을 일관되게 함께 소개하였다. 미래엔 교과서 역시 2009·2015 개정 교과서 모두에서 해원·상생·보은을 함께 언급하는 일관성을 유지하였다. 반면 교학사는 2007·2009·2015 개정 교과서 전반에 걸쳐 보은 개념을 언급하지 않고 해원과 상생만을 강조하였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3) 이상사회에 관한 서술

2007년 첫 수록 시기의 교과서는 그것이 가지는 긍정적 의미와 함께 한계를 보이며 몇 가지 오류가 발견된다. 천재교과서(2007 개정)에서 “사랑과 정의가 넘쳐흐르는 사회를 이상사회로 삼았다.”라고 했는데, 여기서 ‘사랑과 정의가 넘쳐흐르는 사회’는 인의(仁義)가 실현되는 세상을 달리 풀이한 설명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이는 증산사상에서 제시한 이상사회와는 전혀 부합하지 않는 서술로서, 이후 EBS 수능교재에서도 ‘사랑과 정의가 넘쳐흐르는 사회’가 증산교의 이상사회로 반복되는 오류가 이어졌다.

증산사상에서 이상사회는 후천선경(後天仙境)이며, 『전경』에서는 다음과 같이 나타난다.

후천에는 또 천하가 한 집안이 되어 위무와 형벌을 쓰지 않고도 조화로써 창생을 법리에 맞도록 다스리리라. 벼슬하는 자는 화권이 열려 분에 넘치는 법이 없고 백성은 원울과 탐음의 모든 번뇌가 없을 것이며 병들어 괴롭고 죽어 장사하는 것을 면하여 불로불사하며 빈부의 차별이 없고 마음대로 왕래하고 하늘이 낮아서 오르고 내리는 것이 뜻대로 되며 지혜가 밝아져 과거와 현재와 미래와 시방 세계에 통달하고 세상에 수·화·풍(水火風)의 삼재가 없어져서 상서가 무르녹는 지상선경으로 화하리라.59)

즉 증산사상에서 이상사회를 인문학적으로 표현하면 ‘만민이 평등하며 궁핍과 다툼이 사라지고 무병장수하는 지상선경(地上仙境)’이라 할 수 있다. 천재교과서(2007 개정)의 오류가 수정되어 미래엔 교과서(2009 개정)에서는 “동학 농민 운동이 실패하자 새로운 세상을 기대했던 백성들은 궁핍과 차등이 없고 무병장수하는 이상사회를 제시한 증산교에 관심을 가졌다.”60)는 서술로 역사적 배경 설명과 함께 증산사상의 후천선경이라는 이상사회를 인문학적으로 비교적 적절하게 설명하였다.

4) ‘신흥 종교’라는 용어의 문제

『윤리와 사상』 교과서에서 동학[천도교]·증산교·원불교 등 한국 근대 이후 발생한 자생 종교들을 지칭하는 용어로 ‘신흥 종교’라는 표현을 사용하였는데, 이 용어는 교육적 가치와 학문적 객관성 측면에서 문제를 안고 있어 재검토가 필요하다.

일제 강점기에 조선총독부가 동학 이후 발생한 한국 근대 종교를 ‘유사종교(類似宗敎)’로 규정하며 탄압하였는데, 해방 이후 ‘유사종교’를 대신하여 등장한 ‘신흥 종교’라는 표현은 여전히 부정적 시선을 내포하고 있다. ‘신흥 종교’라는 용어는 동학(1860년) 이후 짧지 않은 역사 속에서 수십만에서 수백만 신도와 체계적인 교리·교단 조직을 갖춘 천도교·증산교·원불교 등의 종교들을 ‘덜 된 종교’로 격하시키는 부정적 인식을 포함하여 교육적 가치를 떨어뜨린다.

김태연은 이와 관련하여 “‘신흥종교’ 개념은 ‘유사종교’보다는 덜 부정적인 표현이지만, 새롭게 등장했기에 아직은 ‘종교’로서의 면모로는 미완성이라는 뉘앙스가 강하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61)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도 「신종교」항목(황선명 저)에서 이 점을 명시적으로 지적하며, 신흥 종교에 대해 “그 용어에 함축된 경멸적이고 이탈적인 의미 때문에 이제는 보다 중립적이고 객관성을 띤 신종교라는 용어가 일반적으로 사용된다”고 밝히고 있다. 실제로 1999년 창립된 한국신종교학회는 학술지 『신종교연구』를 통해 ‘신종교’를 학술 표준 용어로 정착시켰으며, 학계에서는 이미 ‘신종교’라는 용어가 ‘신흥종교’를 대체하여 널리 사용되고 있다.

『윤리와 사상』 교과서는 다양한 사상과 문화를 공정하고 균형 있게 서술해야 할 교육적 책무를 지닌다. 따라서 학생들이 특정 윤리 사상에 대해 편향된 시각을 가지지 않도록, 학문적 객관성 측면에서 향후 교과서에서는 ‘신흥 종교’라는 용어를 ‘신종교’로 바꾸는 것이 합당하다.

5) 기타 (특정 교단의 명칭 사용)

무엇보다 지적해야 할 큰 문제는 그동안 대다수 교과서에서 ‘증산교’로 통칭하던 것을 교학사(2015 개정) 『윤리와 사상』 교과서에서는 특정 교단의 명칭인 ‘증산도’로 표기하고 해당 교단의 심볼까지 그대로 게재하였다는 점이다. 이는 교과서가 마땅히 견지해야 할 중립적·객관적 태도에서 벗어난 것으로, 특정 종교 교단의 개입 의혹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논란의 소지를 안고 있다. 공교육의 교과서가 어느 특정 교단을 대표하거나 홍보하는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에서 교과서 편찬 및 검정 과정 전반에 대한 공정한 검토가 요구된다.

2. 향후 과제

교과서에서 증산사상의 서술을 더 발전시키고 사회적으로 확산하기 위해서는 학술적 과제와 실천적 과제를 향후 과제로 생각해 볼 수 있다. 학술적 과제로는 상생 윤리의 체계적 연구, 증산사상의 한국 고유 사상과의 연계성 연구, 증산사상 아카이브(Archive) 사이트 구축이 필요하며, 교육적 정착을 위한 실천적 과제로 역사·문화 답사 프로그램 운영, 향후 교육과정 개정에 적극 의견 개진할 것을 제안한다. 교과서에 증산사상을 수록하게 된 목적은 본질적으로 해당 사상을 널리 국민들에게 교육시켜 알리고자 하는 데 있으므로, 그에 부응하여 학술적 과제 외에 이를 뒷받침하고 보조할 실천적 과제도 필요한 것이다.

1) 상생 윤리의 체계적 연구 필요

고등학교 『윤리와 사상』 교과서에 증산사상이 소개되면서 오랫동안 일제 강점기의 ‘유사종교’로 낙인된 편견에서 벗어나 마침내 공교육의 장에 등장하게 된 것은 그 자체로 작지 않은 의미를 지닌다. 하지만 교과서에 소개된 증산사상의 내용은 여전히 기초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상생(相生)이라는 핵심 개념조차 충분한 윤리학적 토대 없이 단편적으로 소개되어왔다. 이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상생 윤리에 대한 보다 체계적이고 심화된 학술 연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어떤 사상이 교과서에 수록되고 그 서술이 심화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학계에서의 탄탄한 연구 축적이 선행되어야 한다. 교과서 집필자들은 학술 성과를 바탕으로 내용을 선별하고 구성하기 때문이다.

증산사상의 근간을 이루는 해원상생(解冤相生)의 윤리는 단순히 ‘원한을 풀고 함께 살아가자’라는 감성적 구호에 그치지 않는다. 이 개념은 상극(相克)으로 인한 대립적 관계를 해소하고 더불어 발전하는 상생과 조화의 이상사회를 향한 실천 원리이며, 1990년대 중반 이후 한국 사회에 나타난 상생 키워드의 확산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

이러한 맥락과 함께 상생 윤리 연구는 몇 가지 방향에서 더욱 체계화되어야 한다. 첫째, 상생 윤리의 사회적 실천 가능성을 구체화하는 응용 연구가 이루어져 갈등과 혐오가 만연한 현대사회에서 해원상생의 이념이 공존과 치유의 윤리적 자원으로 활용되도록 해야 한다. 둘째, 상생 윤리를 동서양 윤리학과 연결하는 학제적 연구가 이루어져 상생의 조화(調化) 사상이 타자 배려의 윤리, 돌봄 윤리, 생태 윤리, 평화 윤리 등 현대 윤리학의 주요 담론과 연계하여 풍부한 접점을 형성하도록 해야 한다. 셋째, 이러한 연구성과를 한국윤리학회 및 한국윤리교육학회 등 교과서 집필 주체들과 적극적으로 공유함으로써 학술연구와 교육 현장 사이의 순환적 연결고리를 강화해야 한다.

『윤리와 사상』 교과서는 교육 현장에서 미래 세대가 우리 민족 고유의 사상을 이해하고 성찰하는 첫 번째 창(窓)으로 역할한다. 증산사상의 정수(精髓)인 상생 윤리가 그 창을 통해 보다 명료하고 깊이 있게 전달될 수 있도록, 학계의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연구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2) 증산사상의 한국 고유 사상과의 연계성 연구

고등학교 『윤리와 사상』 교과서는 근대 신흥 종교를 “고유 사상을 바탕으로 유교, 불교, 도교 사상을 주체적으로 수용한 새로운 민족종교”62)라 정의 내리고 있다. 하지만 아직 교과서에 보이는 삼교(三敎)의 주체적 수용이라는 설명은 신흥종교의 외형적 모습을 기술하는 데 그칠 뿐, 실제 선행 연구에 있어서도 증산사상이 우리 민족의 어떤 고유 사상을 바탕으로 했는지는 명확하게 설명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증산사상의 핵심 이념들이 한국 고유 사상의 유전자를 계승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증산의 인존사상(人尊思想)에는 한국 고유의 애민(愛民)정신과 신명을 잘 받드는 종교적 심성이 깊이 어우러져 있다. 해원상생(解冤相生)의 이념은 인류의 고통과 갈등의 근원을 ‘원(冤)’으로 보고 풀어냄으로써 이상사회로 가는 길을 제시했다는 측면에서 사상적 독자성을 가지지만, 공존과 화합이라는 한국의 전통적 가치관과도 상응한다. 또한, 해원상생으로 도달하는 후천선경이라는 평화 세계의 비전은 본질적으로 한국인의 평화 애호 정신과도 지향성을 함께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독창적인 것으로 인정받는 증산사상은 한국 고유 사상의 심층적 바탕 위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다.

학술적 관점에서 볼 때, 어떤 사상의 특징은 그것이 인접 학문 및 사상적 전통과 맺는 관계성 속에서 더욱 선명하게 드러나기도 한다. 따라서 학문적 입지를 확고히 하기 위해서는 증산사상 자체에 관한 심층 연구와 함께 한국 고유 사상과의 연계성을 탐구하는 체계적 연구가 향후 학술 연구의 주요 방향의 하나로 설정될 필요가 있으며, 이는 한국사상의 정수(精髓)로서의 증산사상이 가지는 사상사적 정통성을 밝히며 증산사상이 한국학의 범주 안에 확고히 자리매김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3) 증산사상 아카이브(Archive) 사이트 구축

그동안 교과서에 증산사상의 본질과 관련 없는 내용이 서술된 것은 어찌 보면 증산사상에 대한 공신력 있는 자료가 널리 공개되지 못한 것도 그 이유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오류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증산사상 관련 자료를 체계적으로 집약하고 누구나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증산사상 아카이브 사이트의 구축’이 필요하다. 아카이브 사이트란 학술 문헌과 소장 자료, 사진 등을 디지털화하여 한데 모아 관리하고, 체계적인 검색기능을 통해 이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손쉽게 찾을 수 있도록 구축한 ‘온라인 디지털 도서관’을 말한다. 그 기대 효과는 세 가지 측면에서 설명될 수 있다.

첫째, 학자들의 학술 연구 진작이다. 현재 흩어져 있는 증산사상 관련 논문, 학술지, 원전 자료 등을 한곳에 집약하고 국내외 연구자들이 자유롭게 접근하도록 함으로써 학술 연구의 기반이 획기적으로 확대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둘째, 자료의 디지털화와 영구 보존이다. 증산사상 관련 문헌, 사진, 의례 기록, 역사 자료 등을 디지털화하여 체계적으로 보존함으로써 증산사상의 역사적·문화적 유산을 미래 세대에 온전히 계승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 셋째, 일반 대중을 위한 정통한 지식 체계의 전달이다. 학술적으로 검증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여 일반인들의 증산사상에 대한 올바른 이해 형성을 돕고, 한류 확산으로 높아진 한국 사상에 대한 국제적 관심에 부응하여 다국어 서비스까지 추가한다면 증산사상을 세계에 알리는 효과적인 창구가 될 것이다.

4) 역사·문화 답사 프로그램 운영

증산사상이 교과서에 수록됨으로써 교육 현장에서 증산사상을 전파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생겼으나, 정작 학교 교육 현장에서 한국 근대 신종교 사상을 확산하는 데 장애가 되는 현실적인 어려움은 교사들 스스로가 이 분야에 대한 충분한 지식과 이해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직 교사들의 상당수는 학창 시절에 동학·증산교·원불교 등 한국 근대 신종교에 관한 체계적인 교육을 받지 못한 세대로, 교육과정 개편으로 해당 내용이 교과서에 포함되었음에도 별도의 전문적인 교육과정 없이 스스로 공부하며 학생들을 가르쳐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이러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실질적인 방안으로 고등학교 역사 및 윤리 교사를 대상으로 한 역사·문화 답사 프로그램의 운영이 적극적으로 검토되어야 한다.

정읍은 동학농민운동의 역사적 발상지이자 황토현 전적지, 동학농민혁명기념관을 비롯하여 증산교 관련 유적지를 동시에 보유한 국내 유일의 역사·문화 도시이다. 또한, 정읍은 개항기 민족적 위기의 역사 현장을 직접 체험하며 근대 신종교 사상의 역사적 맥락을 생생하게 이해할 수 있는 천혜의 교육 환경을 갖추고 있어 이 프로그램의 최적지로 손꼽힌다.

정읍시에서도 문화관광의 필요성이 절실하므로, 대학과 정읍시가 협력하여 이론 강의와 현장 답사를 결합한 형태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이를 전국 단위로 확장한다면 한국 근대 신종교의 역사적 실상이 교육 현장에서 보다 깊이 있게 전달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한국 근대 신종교에 대한 인식과 사회적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도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다.

5) 향후 교육과정 개정에 적극 의견 개진

증산계 교단과 종교 학계에서는 그동안 정부의 교육과정 개정의 과정에 사실상 관여하지 않아 왔다. 이는 결과적으로 교과서에서 일부 오류가 반복되는 문제를 초래하였고, 더욱 심각한 것은 2022년 개정 교육과정에서 『윤리와 사상』 교과서의 ‘한국 고유의 윤리 사상’ 단원이 통째로 제외되었다는 사실이다. 이로 인해 동학·증산교·원불교 등 한국 근대 신종교는 물론, 교육기본법 제2조에 명시된 홍익인간의 교육이념의 근원인 단군 관련 내용마저 교과서에서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이는 단순한 교과 내용의 조정이 아니라, 대한민국 공교육에서 한국 고유 사상 교육의 정체성 자체가 뿌리째 흔들리는 충격적인 사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현실을 직시할 때, 종교 학계를 포함한 한국 사상 관련 학계가 향후 교육과정 개정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향후 교육과정 개정과 관련하여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주관하는 토론회 및 공청회에 적극 참석해서 학문적 견해를 제시하고, 온라인 국민 참여 게시판 등 공개적인 의견 수렴 창구를 통해 한국 고유 윤리 사상의 교육적 가치와 필요성을 사회에 널리 알려야 할 것이다. 또한, 그동안 교과서에서 반복되어 온 오류들에 대해서도 학문적 근거를 바탕으로 체계적으로 지적하고 비판함으로써, 잘못된 서술이 바로잡힐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Ⅴ. 결론

본 연구에서는 고등학교 『윤리와 사상』 교과서에 소개된 증산사상의 수록 배경과 교육과정 개정의 흐름을 분석하고, 교과서 주요 내용과 함께 그 서술의 한계를 비판적으로 검토하면서 향후 과제를 제시하였다. 지금까지의 논의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증산사상의 교과서 수록은 유네스코 문화 다양성 선언과 종교 다양성의 확산, 한류 유행으로 촉발된 한국학에 대한 관심 증가, 그리고 동북아시아 역사 왜곡에 대응하는 민족주의 의식의 강화라는 복합적인 시대적 요구가 교육과정에 반영된 결과였다. 2007년 교육과정 개정을 기점으로 증산사상이 ‘한국 고유의 윤리 사상’ 단원에 포함된 것은, 증산사상이 조선 말 개항기의 대내외적인 위기에서 도탄에 빠진 민중들의 삶에 희망을 주고 민족 주체성과 민족의식의 구심점 역할을 하였다는 점을 공인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이를 통해 오랫동안 일제 식민지 정책의 유산으로 ‘유사종교’라는 편견 속에서 소외되어 온 한국 민족종교의 사회적 위상을 확보하게 된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

둘째, 교육과정 시기별 분석을 통해 들여다보면, 증산사상의 교과서 서술은 2007년 최초 수록 이후 2009년 개정 교육과정에서 5개 출판사로 확대되며 일정한 발전을 이루었으나, 2015년 개정에서는 수록 출판사 수가 3개로 줄어드는 등 퇴보하는 양상을 보였다. 이는 교과서에서 탈민족주의 경향이 반영된 까닭으로 분석된다. 그리고 고교학점제 시행을 중심으로 한 2022년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한국 고유의 윤리 사상’ 단원 자체가 교과서에서 제외됨으로써, 증산사상을 비롯한 동학·원불교 등 한국 근대 신종교 사상 전반이 공교육에서 자취를 감추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이는 교육기본법 제2조에 명시된 홍익인간의 교육이념의 근원인 단군 관련 내용의 삭제로까지 확장되었다는 점에서, 단순한 교과 내용의 조정을 넘어 한국 고유사상에 대한 교육 기반 자체가 흔들리는 중대 사태로 판단된다.

셋째, 교과서 서술의 내용에서는 긍정적인 측면과 근본적인 한계가 동시에 공존한다. 교과서는 증산사상을 주로 개항기 민족적 위기 상황 속에서 민족의식의 구심점 역할을 한 역사적 현상으로만 조명하였다. 그런 과정에서 해원상생 이념을 중심으로 증산사상에 대한 기초적인 소개가 이루어졌으며, 민족주의적 성격이 부각되었다.

하지만, 교육과정의 개정을 거치면서 증산사상이 지닌 철학적·윤리적 깊이를 더 발전적으로 드러내지는 못하였다. 근대 신흥종교에 대하여 “고유 사상을 바탕으로 유교, 불교, 도교 사상을 주체적으로 수용한 새로운 민족종교”63)라는 교과서의 정형화된 표현은 증산사상의 외형적 모습만을 기술하는 데 그쳐, 인존사상(人尊思想)·해원상생(解冤相生)·후천개벽(後天開闢)으로 대표되는 증산사상의 본질적 가치와 독창적 사상 체계를 담아내기에는 부족했다. 게다가 일부 출판사의 교과서 서술에서는 증산사상의 본질과 부합하지 않는 난세에 관한 현실 인식 오류, 보은 개념의 누락, 이상사회에 대한 부정확한 서술이 이루어져 수정 보완이 필요하고, 교육과정에서 ‘신흥 종교’라는 용어의 문제는 향후 재검토의 여지를 남겼다.

이러한 연구를 바탕으로, 향후 증산사상의 학문 확산을 위한 학술적 과제로 상생 윤리의 체계적 연구, 한국 고유 사상과의 연계성 규명, 증산사상 아카이브 사이트 구축을, 교육적 정착을 위한 실천적 과제로 역사·문화 답사 프로그램 운영, 교육과정 개정 과정에 적극적 참여를 제언한다.

첫째, ‘상생 윤리의 사회적 실천 가능성을 구체화’하는 응용 연구를 체계적으로 접근하여 증산사상의 핵심 개념인 해원상생 이념이 갈등과 혐오가 만연한 현대사회에서 공존과 치유의 윤리적 자원으로 활용되도록 한다. 둘째, ‘증산사상과 한국 고유사상의 연계성 연구’를 통해 인존사상·상생 이념·후천 평화 세계의 비전이 한국 사상의 인본사상·공존과 화합·평화 애호 정신과 맺는 사상사적 연속성을 선명하게 드러냄으로써, 증산사상의 한국 사상사적 정통성을 밝히고 한국학의 범주 안에서 확고히 자리매김하도록 한다. 셋째, 학자들의 학술 연구 진작을 위한 ‘증산사상 아카이브 사이트 구축’을 통해 현재 흩어져 있는 증산사상 관련 논문, 학술지, 원전 자료 등을 한곳에 집약하고, 관련 문헌과 역사 자료를 디지털화하여 국내외 연구자들이 자유롭게 접근하도록 함으로써 학술 연구의 기반을 갖추어야 한다. 이는 일반 대중들도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열린 지식의 공간으로도 활용될 것이다. 넷째, 정읍시와의 연계를 통한 현직 교사 대상의 ‘역사 문화 답사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교육 현장에서의 실질적인 교육 역량을 끌어올려야 한다. 다섯째, ‘교육과정 개정의 과정에 적극 참여’를 통해 증산사상을 포함한 한국 고유 윤리 사상이 공교육에 복귀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어떤 의미에서 증산사상의 학문적 연구와 교육적 확산은 단순히 하나의 종교사상을 알리는 차원을 넘어선다. 한류의 세계적 확산으로 한국 문화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지금, 한국 사상의 고유성과 보편적 가치를 세계에 알리는 일은 한국학의 과제이기도 하다. 특히 증산사상이 지닌 상생과 화합, 평화와 공존의 이념은 갈등과 분열이 심화하는 21세기 인류가 절실히 필요로 하는 정신문화 유산으로서, 이에 대한 학문적 정립과 교육을 통한 확산은 한국 사상이 세계 윤리 담론의 장에 기여할 의미 있는 발걸음이 될 것이다.

Notes

이 논문은 2020년 『대순회보』에 게재된 필자의 ‘교과서에 소개된 대순사상을 접하며’라는 글을 학술적으로 심화, 확장한 것이다.

증산사상이 증산계 모든 종단의 사상을 통칭하는 용어로 여겨지는 경향이 있지만, 실제로 증산의 신위(神位)에 대한 해석, 교리, 의례, 경전과 관련해서는 각 종단 사이에 간극이 존재한다. 이로 인해 학계에서는, 증산의 가르침이 정산(鼎山, 1895~1958)에 의해 해석·체계화되고 우당(牛堂, 1917~1996)에 의해 계승된 대순사상이 증산사상과 구분하여 다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 글에서는 공교육 체계 안에 자리하는 교과서의 특성상, 부득이하게 증산사상과 대순사상을 구분하지 않고 증산사상이라는 용어 하나로 통칭하여 사용한다. 차선근, 「대순사상의 정체성과 그 연구자료의 문제」, 『대순종학』 1 (2021), pp.27-30 참고.

이 글에서는 종교학자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신종교’라는 지칭을 사용하고자 한다. 하지만 『윤리와 사상』교과서에서는 ‘신흥 종교’로 지칭하였기에 교과서 내용과 관련될 때는 ‘신흥 종교’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박학래, 「고등학교 ‘윤리와 사상’의 교육과정에 대한 비판적 고찰 : 2009 개정 교육과정 중 ‘한국의 윤리 사상’을 중심으로」, 『윤리연구』 83-1 (2011), p.195 참고.

배문규, 「고등학교 윤리 교과서와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서술된 동학 윤리 사상 검토 동학과 유불도 관계를 중심으로」, 『윤리교육연구』 31 (2013); 배문규, 「고등학교 교과서 ‘윤리와 사상’에 나타난 풍류도(風流道) 서술 내용 개선 연구」, 『윤리교육연구』 49 (2018); 배문규, 「중학교 교과서에 응용할 수 있는 단군(檀君) 건국 이야기」, 『윤리교육연구』 75 (2025).

고병철, 「국가 교육과정(종교학)의 개정 흐름과 2015 종교학 교육과정」, 『종교교육학연구』 51 (2016); 김은영, 「국가교육과정 종교 교과의 신종교 서술 고찰 : 대순진리회 관련 사례를 중심으로」, 『대순사상논총』 50 (2024).

『대순전경』(6판)에서는 해원 21회, 은혜 7회, 보은 3회, 상생 2회, 선경 10회, 『전경』(13판)에서는 해원 30회, 은혜 5회, 보은 1회, 상생 8회, 선경 10회, 『증산도 도전』(개정신판)에서는 해원 82회, 은혜 51회, 보은 10회, 상생 23회, 선경 109회 등장하며, 해원, 보은, 상생, 선경 등 주요 개념은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2005년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하 KICE로 칭함)이 ‘도덕과 교육과정’ 개선과 관련하여 각계각층의 이해 당사자와 심도 있는 토론, 광범위한 의견 조사, 워크숍, 공청회 등을 통하여 새로운 도덕과 교육과정에 대한 방향을 잡아가던 때였다. 이상성, 「고등학교 도덕·윤리교육과 동양 윤리」, 『동양철학연구』 47 (2006), p.91 참고.

새뮤얼 헌팅턴, 『문명의 충돌』, 이희재 옮김 (서울: 김영사, 2001), p.56.

문시연, 「‘문화 다양성 vs 세계화’ 논란에 관한 연구」, 『프랑스학연구』 41 (2007), p.170 참고. 법적 구속력이 있는 「문화 다양성 협약」을 미국과 이스라엘은 반대하였는데, 문화콘텐츠 수출국인 미국은 문화산업과 관련된 경제적 이해관계를 이유로 이스라엘은 미국과의 외교 공조 차원에서 반대하였다. 「문화 다양성 협약」은 2010년 국내에서도 정식 발효되었고, 2014년 ‘문화 다양성의 보호와 증진에 관한 법률’ 제정을 통해 국내법적 기반도 마련되었다.

박성호, 「한국 다문화 형성과 종교의 역할」, 『종교와 문화』 22 (2012), p.158.

같은 글, p.159.

같은 글, p.160.

이재헌, 「한국 신종교 민족주의 운동의 변화와 전개」, 『신종교연구』 26 (2012), pp.28-29 참고.

윤이흠, 「한국민족종교의 역사적 실체」, 『한국종교』 23 (1998), p.93.

‘유사종교’는 일제가 한민족의 민족정신 말살을 위해 한국혼과 민족의식을 바탕으로 창립된 종교를 탄압하기 위해 사용하기 시작한 개념이다. 윤선자, 「일제의 종교정책과 신종교」, 『한국근현대사연구』 13 (2000), p.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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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후상의 「보천교와 물산장려운동」(1998), 성주현의 「1920년대 초 태을교인의 민족운동」(2002)의 논문 등이 이와 관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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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2월 28일 고시한 ‘2007 개정 교육과정’은 과거의 개정과 달리 ‘수시·부분 개정’ 방식에 따라 이루어졌기에 ‘제8차 교육과정’ 대신 ‘2007 개정 교육과정’ 혹은 ‘2007 교육과정’이라 부른다. 이후 교육과정 개정도 마찬가지이다.

2007, 2009, 2015 개정은 각각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기에 이루어졌고, 2022 개정은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하여 윤석열 정부에서 확정 발표하였다.

정창우, 「도덕과 교육과정 개정의 방향과 과제」, 『한국도덕윤리과교육학회 학술대회 자료집』 (2020), p12 참고.

지식을 단순 암기하는 것을 넘어 개념을 이해하고 문제 해결에 적용하며, 필요에 따라 지식을 확장·생성하는 학습방법.

“지구 공동체의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그 해결을 위해 모든 민족과 국가 사이의 협력과 연대를 지향하며, 인종, 민족, 국가의 경계를 넘어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추구하며 인류 전체를 단일한 세계의 시민으로 보는 관점.” (변순용 외, 「고등학교 윤리와 사상」 (서울: 천재교과서, 2019), pp.209-210).

교육부, 『초·중등학교 교육과정 총론』(교육부 고시 제2022-33호 [별책 1]), pp.4-5.

수능시험 ‘통합사회’(25문항)에서는 일반사회·역사·지리·윤리 과목이 함께 출제되며, 과목 간 융합형 문제도 제시된다. ‘동아시아사’ 과목도 ‘동아시아 역사 기행’이라는 명칭으로 변경되었다.

박찬구 외, 『고등학교 윤리와 사상』 (서울: 천재교육, 2012), p.117.

같은 책, p.117.

박효종 외, 『고등학교 윤리와 사상』 (서울: 교학사, 2012), p.105.

같은 책, p.106.

박병기 외, 『고등학교 윤리와 사상』 (서울: 지학사, 2014), p.11.

정창우 외, 『고등학교 윤리와 사상』 (서울: 미래엔, 2014), p.119.

같은 책, p.120.

김선욱 외, 『고등학교 윤리와 사상』 (서울: 금성출판사, 2014), p.107.

심희정·김찬미, 「세계시민교육 국내 연구동향 분석 : 2000년부터 2018년 등재학술지 게재 논문을 중심으로」, 『한국교육』 45-3 (2018), p.7 참고.

박병섭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 시기에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을 시도하였으나 학자들의 반대가 심하였고 그 과정에서 민족국가를 바라보는 ‘국가주의’와 ‘민족주의’의 두 관점이 대립하였다. 이때 어느 쪽도 명쾌한 승리를 거두지 못한 채 양측 모두의 한계를 드러냈는데, 이로부터 민족주의 패러다임이 점차 힘을 잃은 것으로 분석된다. 박병섭, 「국사 교과서 논쟁과 민족 정체성의 투쟁」, 『사회와 철학』 31 (2016), pp.66-67 참고.

이러한 관점은 박맹수의 주장을 바탕으로 이병한, 조성환 등이 위정척사파, 개화파 외에 한국의 자생적 근대화의 길을 가고자 했던 신흥종교를 중심으로 한 세력을 ‘개벽파’로 구분한 것과도 관련된다. 조성환, 『한국 근대의 탄생』 (서울: 모시는사람들, 2018), pp.25-26 참고.

박효종 외, 『고등학교 윤리와 사상』 (서울: 교학사, 2012), p.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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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 공사 1장 3절, 이와 유사한 내용으로, 『대순전경』에서는 “선천에는 상극지리(相克之理)가 인간사물(人間事物)을 맡았으므로 모든 인사가 도의에 어그러져서 원한이 맺히고 쌓여 삼계(三界)에 넘침에 마침내 살기(殺氣)가 터져나와 세상에 모든 참혹한 재앙을 일으키나니” (『대순전경』 5장 4절)라고 하였다.

정창우 외, 『고등학교 윤리와 사상』 (서울: 미래엔, 2014), p.120.

같은 책, p.120.

대순진리회에서는 해원상생과 보은상생을 양대 진리로 삼고, 『대순전경』에서도 ‘해원’이 21회, ‘보은’ 관련 용어(은혜 포함)가 10회 등장한다. 증산도에서는 『생활 도전(해원판)』, 『생활 도전(보은판)』을 각각 발간하고 있기도 하다.

『전경』, 예시 81절, 『대순전경』에서는 5장 16절에서 후천선경에 대한 세부 서술이 나타난다.

정창우 외, 『고등학교 윤리와 사상』 (서울: 미래엔, 2014), p.120.

김태연, 「‘신종교’ 연구에 대한 비판적 성찰 : ‘신종교’ 개념 문제를 중심으로」, 『종교문화비평』 31 (2017), p.290.

정창우 외, 『고등학교 윤리와 사상』, (서울: 미래엔, 2014), p.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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