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논문

구천응원뇌성보화천존(九天應元雷聲普化天尊) 신격의 서사적 상상력 탐구: 『봉신연의(封神演義)』의 문중(聞仲)과 『전경』의 강증산(姜甑山) 서사를 중심으로

유수민 1 , *
Su-min Yoo 1 , *
Author Information & Copyright
1Adjunct Professor, KAIST
*한국과학기술원 겸직교수, E-mail: arosean@naver.com

© Copyright 2020, The Daesoon Academy of Sciences. This is an Open-Access article distributed under the terms of the Creative Commons Attribution Non-Commercial License (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nc/3.0/) which permits unrestricted non-commercial use, distribution, and reproduction in any medium, provided the original work is properly cited.

Received: May 27, 2020; Revised: Jun 30, 2020; Accepted: Aug 01, 2020

Published Online: Aug 31, 2020

국문요약

본 논문은 명대 소설 『봉신연의(封神演義)』의 문중(聞仲) 서사와 대순진리회 경전 『전경』의 강증산(姜甑山) 서사를 비교 고찰함으로써, 구천응원뇌성보화천존 신격을 서사적 상상력의 차원에서 논의하고자 하였다.

논의는 다음의 세 가지 차원에서 진행되었다. 첫째, 『봉신연의』 문중 서사에 고조선 신화의 뇌신(雷神) 이미지와 한국 선도 전통의 문화적 맥락이 반영되어 있고, 그러한 문화적 맥락이 다시 『전경』 강증산 서사에서도 곳곳에 나타나 있음을 살펴보았다. 둘째, 『봉신연의』 문중 서사에 표현된 ‘봉신(封神)’이라는 개념의 본질을 『전경』 강증산 서사에 나타나는 ‘해원(解冤)’ 사상과 관련지어 고찰하였다. 셋째, 『봉신연의』에서 문중이 속해 있는 ‘절교(截敎)’라는 집단이 가지는 이류(異類) 포용의 특성을 『전경』에서 강증산이 추구하는 ‘상생(相生)’의 가치와 관련지어 논의하였다.

본 논문에서 도출한 구천응원뇌성보화천존 신격의 서사적 상상력에는 은(殷)을 포함한 동이계 종족의 설화와 문화에 대한 ‘망탈리테(mentalité)’가 반영되어 있었다. 이는 해당 신격이 태생적으로 한국 고유의 선도(仙道) 전통 및 한국 도교와 깊은 관련이 있음을 의미한다.

Abstract

This study examines the God, Jiutian Yingyuan Leisheng Puhua Tianzun (九天應元雷聲普化天尊, ‘The Supreme God of the Ninth Heaven, Celestial Worthy of Universal Creation through His Thunderbolt, the Originator with Whom All Beings Resonate’ in Daesoon Jinrihoe), in terms of narrative imagination, by investigating the narrative of Wen Zhong (聞仲) in Investiture of the Gods (Fengshenyanyi 封神演義) and the narrative of Kang Jeungsan (姜甑山) in The Canonical Scripture (Jeongyeong 典經).

This examination occurs along three dimensions: Firstly, I look into the cultural contexts of the image of the Thunder God (雷神) in Gojoseon (古朝鮮) mythology and the Korean seondo (仙道) tradition both of which are reflected in the narrative of Wen Zhong. At the same time, I also argue that the cultural contexts examined above are able to be found in the narrative of Kang Jeungsan. Secondly, I consider the essential meaning of the concept of “deifying” (封神) in the narrative of Wen Zhong and its connection to “the resolution of grievances” (haewon 解冤) in the narrative of Kang Jeungsan. Thirdly, I consider the traits of embracing heterogeneous things (異類) in the religious group “Jiejiao” (截敎) that Wen Zhong belonged to in relation to the values of “mutual beneficence” (sangsaeng 相生) that Kang Jeungsan pursued.

In this study’s conclusion, I posit that the “mentalité” of Dong-yi (東夷) culture and tales including Yin (殷) is identifiable in narrative imagination applied to the God, Jiutian Yingyuan Leisheng Puhua Tianzun. This means that the nature of Jiutian Yingyuan Leisheng Puhua Tianzun is closely related to the tradition of Korean seondo and Korean Daoism.

Keywords: 구천응원뇌성보화천존(九天應元雷聲普化天尊); 뇌신(雷神); 『봉신연의(封神演義)』; 『전경』; 문중(聞仲); 강증산; 서사적 상상력; 망탈리테(Mentalité); 동이(東夷)
Keywords: Jiutian Yingyuan Leisheng Puhua Tianzun (九天應元雷聲普化天尊); Thunder God (雷神); Fengshenyanyi (封神演義); The Canonical Scripture (Jeongyeong 典經); Wen Zhong (聞仲); Kang Jeungsan (姜甑山); Narrative Imagination; Mentalité; Dong-yi (東夷)

Ⅰ. 서언

중국 명대(明代) 장편 신마소설(神魔小說) 『봉신연의(封神演義)』는 ‘무왕벌주(武王伐紂)’의 은주혁명(殷周革命) 서사를 기본 뼈대로 하고 있지만, 흔히 도교 및 민간신앙 신들의 성립 과정을 담고 있는 소설로 이해된다. 이 소설에서 은(殷) 왕조의 태사(太師) ‘문중(聞仲)’은 사후에 도교의 뇌신(雷神) 구천응원뇌성보화천존에 봉해지는 인물이며, 문중이 봉해지는 구천응원뇌성보화천존은 흥미롭게도 한국의 신종교 대순진리회에서 강증산(姜甑山)이 천지공사를 마친 후 임어(臨御)한 최고 신격의 명칭인 구천응원뇌성보화천존강성상제(九天應元雷聲普化天尊姜聖上帝)와 맨 끝의 강성상제를 제외하면 동일하다. 그렇다면 『봉신연의』의 인물 문중은 도교의 구천응원뇌성보화천존뿐 아니라 대순진리회의 최고 신격 구천응원뇌성보화천존강성상제와도 모종의 상관성을 가지고 있을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그러나 사실상 도교의 구천응원뇌성보화천존과 대순진리회의 구천응원뇌성보화천존강성상제를 동일한 신으로 볼 수 있느냐는 문제는 대내외적으로 여전히 논의의 대상이다. 구천응원뇌성보화천존이 대순진리회의 최고 신격인 반면, 도교에서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도교에서 최고 신격은 원시천존(元始天尊)이고 구천응원뇌성보화천존은 북송말 이후 급부상한 종파인 신소파(神霄派)에 의해 부각된 신격이다. 이러한 상위(相違)에 대해 2011년과 2012년 박마리아1)를 시작으로, 차선근(2013)2), 리웬구어(李遠國, 2013)3), 위꿔칭(于國慶, 2013)4), 박용철(2017)5) 등의 학자들이 논의한 바 있다. 박마리아, 박용철은 두 신격을 근본적으로 다른 신으로 보았고, 차선근, 리웬구어, 위꿔칭은 두 신격이 약간의 차이점은 있지만 기본적으로 같거나 연관성을 가진다고 보았다. 전자의 연구가 두 신격을 다른 신격으로 보는 것은 대순진리회에서 구천응원뇌성보화천존이 지고신의 성격을 가지기 때문일 것이고, 후자의 연구가 두 신격을 기본적으로 같거나 연관성을 가진다고 보는 것은 명칭뿐 아니라 그 권능에 있어서도 상당 부분 유사성이 나타나기 때문일 것이다.

본 논문은 이러한 상반된 논의에 대한 의문에서 출발한다. 동일한 명칭을 가진 두 신격이 같은 신인지 다른 신인지 기존에는 주로 종교, 철학, 사상적 차원에서 논의가 전개되었고 그 결과 상반된 결론이 도출되었다. 그러나 본 논문은 어느 한쪽의 입장에 찬동하기보다는, 이 문제를 다루는 기존의 주류적 관점에서 벗어나 조금 다른 시각으로 접근해보고자 한다. 즉, 구천응원뇌성보화천존이라는 신격을 서사적 상상력의 차원에서 고찰해보는 것이다.

『봉신연의』는 분명히 소설이기는 하지만 허무맹랑한 허구만을 담고 있지 않다.6) 대만 출신의 중국 민속학자인 호만천(胡萬川, 1947~)은 이 소설이 연의(演義)의 형식을 빌어 봉신을 말하는 작품이며, 많은 신들이 신이 되기 이전의 고사들의 총집이라고 논했다. 즉, 신들의 유래에 대한 해설적 성격을 띠는 해설집이라는 것이다. 실제 중국 민간신앙에 큰 영향을 준 것은 이 때문이다.7) 아닌 게 아니라 현재 편자로 알려진 허중림(許仲琳) 이외에 저자로 거론되는 육서성(陸西星, 1520~1601)은 『남화진경부묵(南華眞經副墨)』을 쓴 저명한 도사로서, 풍부한 도교 지식 및 민간 설화를 집대성하여 이 소설을 썼을 것으로 여겨진다.8) 게다가 이 소설은 민간의 각종 설화를 바탕으로 하므로 아무리 문인의 손을 거쳤다 하더라도 분명히 기층민들의 인식 및 정서를 반영하며, 이는 관방의 손을 거쳤을 도교 경전에 수록된 내용과 결을 달리한다. 이렇게 설화에 기반하여 생성된 서사적 상상력은 설령 실제 역사와는 다를지라도 엄연히 존재하는 기층민들의 집단적 감성의 현실이라 할 ‘망탈리테(mentalité)’를 반영하게 된다. 한편, 리오타르(J. Lyotard)에 의하면 설화적 지식은 논증에 의존하지 않고 전달의 화용론에 의해 신뢰를 획득한다.9) 그렇다면 바로 이러한 설화적 지식과 집단적 감성이 풍부히 담긴 『봉신연의』를 통해 도교의 구천응원뇌성보화천존 신격의 서사적 상상력을 탐구하는 것은 도교 경전을 통한 것보다 어느 면에서 유효한 접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한편으로, 대순진리회의 종교 경전인 『전경』 역시 강증산의 비범한 언행과 신이한 이적, 그리고 주요 사상들을 풍부한 설화적 스토리텔링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아무리 종교 경전이라 하더라도 신앙대상에 대해 교리적 서술만 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반드시 그에 대한 서사적 서술을 포함하게 되어있는 까닭이다. 그러므로 『전경』에 나타난 구천응원뇌성보화천존 신격에 임어하는 강증산에 대한 서사를 서사적 상상력의 차원에서 탐구해볼 필요가 있으며, 이는 해당 신격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데에 일정 정도 기여할 수 있으리라 여겨진다.10)

하나는 소설이고 하나는 종교 경전이지만, 두 텍스트를 구성하는 공통 요소는 구천응원뇌성보화천존이라는 신격을 둘러싼 서사이고 서사는 서사적 상상력이라는 나름의 메커니즘에 의해 추동된다. 그러므로 우리는 구천응원뇌성보화천존에 대한 서사적 상상력이라는 화두 아래 두 텍스트를 비교 고찰해볼 수 있을 것이다. 본 논문은 이러한 맥락에서 『봉신연의』 문중 서사의 세부내용과 『전경』에 등장하는 강증산의 언행 및 사상 내용을 비교 고찰하고, 이를 통해 두 인물에 대한 서사적 상상력을 다각도로 탐구하게 될 것이다. 구체적 논의의 과정에서 관련 설화 서사 및 한국 선도 문화전통에 대한 선행연구, 그리고 구천응원뇌성보화천존 신격에 대한 종교적, 사상적 선행연구를 참조할 것이다.

본 논문에서 진행될 『봉신연의』 문중 서사에 대한 고찰은 도교 구천응원뇌성보화천존 신격의 근원적 유래라 할 고조선의 뇌신 신앙 전통에 대한 연구와 깊이 관련되며, 그것은 다시 한국 도교 전통을 잇는 신종교 대순진리회가 구천응원뇌성보화천존을 최고 신격으로 삼은 경위에 대한 논의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11) 또한, 『봉신연의』 문중 서사에 표현된 봉신의 개념 및 이류의 포용과 관련된 내용은 『전경』에 서술된 강증산의 해원 사상 및 상생의 추구와 연관지어 논의가 진행될 것이다.

Ⅱ. 고조선 신화의 뇌신(雷神) 이미지와 한국의 선도(仙道) 전통

이 장에서는 『봉신연의』 문중 서사의 설화적 바탕이 되는 뇌신(雷神) 이미지를 고조선 신화 및 한국의 선도(仙道) 전통과 관련지어 고찰한 후, 『전경』 강증산 서사에 나타난 뇌신과 관련된 설화적 요소 및 한국 선도 전통의 흔적들을 순차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이러한 고찰을 진행하는 것은 문중과 강증산이 각각 구현하고 있는 뇌신의 이미지가 고조선 신화 및 한국의 선도 전통을 매개로 깊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우선 『봉신연의』 문중 서사의 바탕이 되는 설화적 배경을 서술하기로 한다.

1. 『봉신연의(封神演義)』 문중(聞仲) 서사의 설화적 배경

『봉신연의』에 등장하는 문중은 절교(截敎)의 벽유궁(碧游宮) 금령성모(金靈聖母) 문하의 선인(仙人)이자 은(殷) 제을(帝乙)의 탁고대신으로, 주왕(紂王)을 보좌하는 태사(太師)로서 강자아(姜子牙)가 이끄는 주(周)나라 군대와 싸우는 인물이다. 은주(殷周) 간 전쟁이 끝난 이후 문중은 뇌부(雷部)의 구천응원뇌성보화천존에 봉해진다.

『봉신연의』 제27~52회에 등장하는 문중의 외형을 살펴보면 그가 지닌 무기는 ‘자웅편(雌雄鞭)’이고 그가 타고 다니는 짐승은 ‘묵기린(墨麒麟)’이다. 자웅편은 한 쌍의 교룡이 변신한 것으로 휘두르면 우렛소리가 나는 채찍이며, ‘금편(金鞭)’이라고도 불린다. 한편 『설문해자(說文解字)』에서 ‘기린은 어진 짐승이다(麒, 仁獸也)’라고 하였고, 『논형(論衡)』 「강서(講瑞)」에서는 ‘기린은 짐승 중 성스러운 존재이다(麒麟, 獸之聖者也)’라고 하였다. 문중이 자웅편을 휘두르고 묵기린을 타고 다니는 모습은 『구천응원뇌성보화천존옥추보경집주(九天應元雷聲普化天尊玉樞寶經集注)』에 묘사된 형상을 참고했을 것으로 여겨진다.12) 이외에도 문중은 ‘구운열염관(九雲烈焰冠)’이라는 모자를 쓰고 있다. 구운열염관은 문중이 절룡령(絶龍嶺)에서 궁지에 몰렸을 때 하늘로 날아오르다가 연등도인(燃燈道人)의 자금발우(紫金鉢盂)에 부딪쳐 그것이 벗겨지며 죽음의 순간을 맞게 되면서 그 존재가 묘사되어 있다.

이제, 『봉신연의』 에 표현된 문중의 형상에서 잠깐 눈을 돌려, 그가 사후 봉해지는 구천응원뇌성보화천존의 신격이 신화 및 도교에서 어떠한 맥락으로 등장하는지 살펴보겠다. 주지하듯 구천응원뇌성보화천존은 명실공히 ‘뇌신(雷神)’의 신격을 지닌다. 중국 도교에서 이 뇌신과 관련된 신앙은 북송말 이후 신소파(神霄派)에 의해 부각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그 대표적 경전은 바로 『구천응원뇌성보화천존옥추보경(九天應元雷聲普化天尊玉樞寶經)』이다.

그런데 사실상 뇌신 신앙은 중국 도교에서 부각되기 훨씬 이전 시기에 이미 고조선 지역에 존재하고 있었던 것으로 여겨진다. 뇌신 신앙의 배경설화로 알려진 구천응원뇌성보화천존 이야기에는 풍백(風伯), 우사(雨師) 등이 등장하는데, 이러한 서사구도는 고조선 지역의 신화 및 그 계통을 잇는 동이계 신화의 내용을 집약한 것이기 때문이다.13) 고조선의 단군신화를 보면 천신인 환인(桓因)의 아들 환웅(桓雄)이 풍백, 우사, 운사(雲師)를 비롯해 3천 무리를 이끌고 하늘에서 태백산으로 내려와 웅녀와 결합하여 단군왕검을 낳는다.14) 여기서 우리가 유추할 수 있는 것은 환인의 신격은 천신(天神)이고, 그 아들 환웅은 풍백, 우사, 운사를 거느린 뇌신이라는 사실이다. 뇌신으로서의 환웅이 지녔던 호풍환우(呼風喚雨)의 능력은 황제(黃帝)와의 전투 탁록대전(涿鹿大戰)에서 풍백과 우사를 불러 폭풍우를 일으켰던 치우(蚩尤), 비류국에 장맛비를 퍼붓다가 그치게 했던 주몽 등의 동이계 신화에서 계속 재현된다. 즉, 고조선 신화 및 그 계통을 잇는 동이계 신화는 뇌신의 풍(風)ㆍ운(雲)ㆍ뇌(雷)ㆍ우(雨)의 신화적 상징체계를 갖추고 있는 것이다.

또한, 뇌신은 천신의 뿌리를 가지므로 우주를 다스리는 지고의 주재자로 여겨진다. 그러므로 뇌신 신앙은 태일성(太一星)과 북두칠성을 숭배하는 고구려의 성수(星宿) 신앙과도 관련이 깊다. 우주의 중심으로 여겨졌던 북극성, 즉 태일성이 북두 뇌거(雷車)를 탄 뇌신 환웅의 모습으로 읽혀지는 것은 이러한 맥락에서이다.15) 동이계 신화 내용을 표현한 고구려 고분벽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별자리는 바로 이 성수 신앙과 깊은 관련이 있다.

이처럼 고조선의 뇌신 신앙은 동이계 신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을 뿐 아니라 고대 동북아 지역 샤머니즘과도 연원적으로 밀접한 관계에 있다.16) 가령 주몽 신화에서 주몽은 뇌신의 신격을 가지면서 동시에 그 신이한 영웅적 능력은 샤머니즘의 주술적 행위로 풀이될 수 있다. 『동명왕편(東明王篇)』에는 주몽이 어별교(魚鼈橋)를 놓아 부여군의 추적을 따돌리거나 비류국에 장맛비를 퍼붓다가 그치게 하는 내용이 등장하는데 여기서 주목할 점은 그가 활용했던 도구가 채찍이라는 사실이다. 채찍은 전쟁에서 활용되는 무기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샤먼의 무구(巫具)로 기능한다.17) 주몽이 채찍을 휘둘러 조화를 보인 술법을 뇌법(雷法)으로 이해하면 어별교는 빙뢰(氷雷)를, 비류국의 홍수는 수뢰(水雷)를 구사한 것이 된다.18)

주몽의 아버지 해모수(解慕漱)도 비슷한 맥락에서 논의된다. 『동명왕편』에 묘사된 해모수 형상을 보면 오우관(烏羽冠)을 쓴 채 채찍을 휘두르며 오룡거(五龍車)를 타고 채색구름이 떠있는 하늘에서 내려온다.19) 채찍을 휘두르며 오룡거라는 신성한 동물로 이루어진 수레를 타고 있는 형상에서 해모수와 주몽이 동일한 신화적 상징체계를 가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해모수의 형상에서는 특히 ‘오우관’, 즉 까만 깃털로 만든 모자가 눈에 띈다. 샤먼의 모자는 마귀를 쫓고 정령들을 제어하는 주술적 권능을 드러내는 무구(巫具)로 기능한다.20) 동시에 그것은 까만 깃털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곧 태양을 상징하는 삼족오(三足烏)를 연상시키며, 이는 해모수가 태양신이며 동이계의 신화 영웅임을 보여준다.

이제 다시 『봉신연의』로 되돌아가 살펴보면, 지금까지 논의한 고조선 신화 계통의 상징체계가 문중의 형상에 잘 재현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상술했듯, 문중은 ‘자웅편’이라는 채찍을 들고 ‘묵기린’을 타고 다니며, 머리에는 ‘구운열염관’이라는 모자를 쓰고 있다. 이 모습은 흡사 주몽과 해모수의 형상을 결합해놓은 듯한 인상을 주며, 특히 각각의 명칭이 동이계 뇌신의 이미지를 더욱 배가시킨다. 우선 자웅편은 한 쌍의 교룡이 변신한 것으로, 휘두르면 바람과 우렛소리가 나는 황금빛 채찍이다. 그리고 묵기린은 검은빛을 띠는 기린으로서 주몽이 탔던 기린마와 같은 계열의 동물이다. 『설문해자』에서 기린을 어진(仁) 짐승이라고 서술하고 있는데, ‘인(仁)’은 고자(古字)에서 곧 ‘이(夷)’, 즉 동이(東夷)를 의미하므로 기린은 동이와 관련이 깊은 서수(瑞獸)라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구운열염관이라는 모자는 그 이름부터 구름과 번개를 연상시킨다. 이러한 설정들에서 우리는 『봉신연의』의 인물 문중에게 고조선 및 동이계 신화 인물들과 관련 깊은 뇌신의 외형적 형상이 충실히 반영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한편, 『봉신연의』 문중 서사에는 ‘금오도(金鰲島)’와 ‘삼선도(三仙島)’라는 지명이 등장한다. 문중은 전쟁 중 수세에 몰리자 지원을 요청하러 가는데, 이때 십천군(十天君)에게 도움을 청하러 간 곳이 ‘금오도’이며, 문중의 도우 조공명(趙公明)이 여동생들인 운소(雲霄) 세 자매를 찾아간 곳이 동부의 ‘삼선도’이다. 그런데 이 두 지명은 단지 소설 속 지명이 아니다. 이들은 사실 고조선 신화를 근간으로 하는 한국 선도 문화와 깊은 관련이 있는 장소이다.

우선 금오도는 우리나라 최초의 한문소설 『금오신화(金鰲新話)』를 쓴 김시습의 집필 장소로 잘 알려져 있다. 김시습은 한국 고유의 선도를 계승하는 조선 단학파(丹學派)의 개조(開祖)이다. 단학파는 한국 선도의 흐름을 대변하는 주체적이고 자생적인 역사의식 및 문화사관을 가진 사족 계층 중심의 수련 도교 집단으로, 그 뿌리를 단군 신앙을 핵심으로 한 국수사상에 두고 있다.21) 단학파 개조 김시습의 집필 장소인 금오산이, 『봉신연의』에서는 문중의 든든한 도우들인 십천군의 거처 금오도로 설정되어 있다.

또한, 삼선도는 서쪽 곤륜산(崑崙山)과 대척점에 있는 동쪽 삼신산(三神山) 이미지와 겹쳐진다. 예부터 삼신산은 발해에 있는 것으로 여겨졌으므로22), 우리나라와 관계가 깊다. 삼신산은 한국 고유의 신선설 및 이를 바탕으로 하는 한국 선도의 핵심을 구성하는 주요 지명으로 언급되는데, 이러한 맥락에서 단학파는 삼신산이 한국에 있다고 주장해왔다. 한국 선도 문화에서 중요한 위상을 지니는 삼신산의 이미지가, 『봉신연의』에서는 문중의 도우 조공명의 여동생들이 사는 삼선도로 설정되어 있다.

이러한 점들을 의식하고 『봉신연의』 문중 서사를 살펴보면 한국 선도 문화전통의 맥락이 곳곳에 반영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봉신연의』의 창작은 경전화된 도교뿐 아니라 민간 설화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이루어졌다. 그렇다면, 『봉신연의』에서 문중이 사후에 뇌신 구천응원뇌성보화천존으로 봉해진다는 설정은 단순한 도교적 신격화가 아닌, 전술한 고조선 지역에서 유래한 뇌신 신앙 및 동이계 신화의 문화적 맥락을 반영하여 이루어진 것이라 볼 수 있다.

2. 『전경』 강증산(姜甑山) 서사에 나타난 설화적 요소

이제 상술한 내용을 염두에 둔 채 『전경』에 나타난 강증산 서사를 살펴보고자 한다. 주지하듯, 『전경』에 묘사된 강증산의 출생 및 이적에는 뇌신적 면모가 자주 보이며, 이를 앞서 논의한 고조선 지역 신화와 한국 선도 문화전통, 그리고 『봉신연의』 문중 서사와의 관련성 아래 살펴보면 더욱 의미심장하다.

우선, 강증산이 호풍환우(呼風喚雨)하고 뇌성벽력(雷聲霹靂)을 일으키는 능력은 『전경』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상제께서 삼계의 대권을 수시수의로 행하셨느니라. 쏟아지는 큰 비를 걷히게 하시려면 종도들에게 명하여 화로에 불덩이를 두르게도 하시고 술잔을 두르게도 하시며 말씀으로도 하시고 그 밖에 풍우ㆍ상설ㆍ뇌전을 일으키는 천계대권을 행하실 때나 그 외에서도 일정한 법이 없었도다.23)

위 기록은 강증산이 천지공사를 행할 때 주로 사용한 술법이 풍우ㆍ상설ㆍ뇌전을 중심으로 하는 뇌법(雷法)이었음을 말해준다. 뇌법은 바로 뇌신의 주요 술법이다. 그렇다면 강증산이 사용한 뇌법은 어떤 형상으로 묘사되는가? 다음 기록을 보자.

사람들의 근접을 일체 금하고 불음불식의 공부를 계속하셔서 사십구일이 지나 … 마침내 칠월 오일에 오룡허풍(五龍噓風)에 천지대도를 열으시고 … 24)

위 기록은 강증산이 전주 모악산 대원사에서 공부를 마치고 ‘오룡허풍’, 즉 다섯 마리의 용으로 바람을 일으켜 천지대도를 여는 순간을 서술한다. 이 순간 강증산의 모습은 흡사 하늘에서 ‘오룡거’, 즉 다섯 마리의 용이 끄는 수레를 타고 내려오는 해모수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해모수가 탄 오룡거 형상은 훗날 『태평경』의 ‘승운가룡도(乘雲駕龍圖)’에도 재현되어 있는 신화적 상징체계이다.25) 강증산이 사용한 뇌법은 바로 이 상징체계에 힘입어 그 실체가 구체화됨을 볼 수 있다.

뇌신은 뇌법을 통해 악을 징치하는 역할을 한다. 뇌신적 권능을 행사하는 강증산 역시 악행에 대해 벌을 내리기도 하는데, 여기서 악행이란 바로 하늘의 뜻을 거스르는 행위를 뜻한다.

「내가 이제 아침에 객망리 주막 앞을 지날 때에 한 소부가 길가의 풀에 내린 이슬을 떨며 지나가기에 그 연유를 물으니 그 소부가 친정의 부음을 듣고 가노라 하더라. 조금 후에 그 뒤를 한 노구가 지팡이를 짚고 가며 소부의 자취를 묻는도다. 내가 그 연유를 따져 물었더니 그 노구가 「앞에 간 소부는 나의 며느리이나 가운이 불행하여 어제 밤에 자식을 잃었는데 며느리가 장사를 치르기 전에 오늘 새벽에 도망갔나이다. 며느리는 저희끼리 좋아서 정한 작배(作配)이니다」고 대답하더라 … 대저 부모가 정하여 준 배필은 인연(因緣)이요 저희끼리 작배한 것은 천연(天緣)이라. 천연을 무시하여 인도를 패하려 하니 어찌 천노를 받지 아니하랴. 그러므로 오늘 내가 벽력으로써 응징하였노라」고 하셨도다. 그 며느리는 벽력에 죽었노라고 전하는도다.26)

언뜻 생각하면 친정의 부음을 듣고 돌아가는 소부에게 벽력으로 응징한 것은 다소 과하다는 느낌이 들지만, 강증산은 응징의 원인에 대해 소부가 ‘천연(天緣)을 무시한 것’에 있음을 설명한다. 천연, 즉 하늘이 맺어준 인연을 저버리는 것은 곧 하늘의 뜻을 어기는 것이다. 강증산은 이에 대해 벽력으로 응징하고 있다.

뇌신은 뇌법을 통해 위험에 빠진 사람을 구하기도 한다. 『전경』에는 강증산의 종도 유덕안이 관군에 의해 동학군으로 오해받아 형장에 끌려갔다가 극적으로 살아난 이야기가 서술되어 있다.

… 두 사람이 먼저 참형되고 덕안의 차례가 되었을 찰나에 하늘이 캄캄하여지고 천둥치고 번개가 번쩍이며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지라. 관군들은 지레 겁을 먹고 도망하였으나 비바람을 그치지 않고 밤은 깊어 사방이 보이지 않아 덕안이 정신을 차리니 두 사람의 시체만이 짙은 어둠 속에 뒹굴어 있었도다. … 상제께서 덕안을 보시고 「험한 시국에 위급한 환경을 당하여 고통이 많았도다」 말씀하며 위로하시니 그는 더욱 자신의 재생을 상제의 덕화라고 굳게 믿으며 재생의 감격을 되새기니라. … 27)

이 일화는 중국 송대(宋代)의 지괴(志怪)집 『이견지(夷堅志)』에 나오는 오(吳) 땅의 주거(周擧)라는 자가 도사로부터 뇌법을 배워 도적으로부터 목숨을 지킨 이야기와 매우 흡사하다. 주거는 마을에서 돌아오는 도중에 한 도사에게서 도적을 만나 목숨을 잃을 것이라는 예언을 듣는데, 놀란 그에게 도사가 ‘구천응원뇌성보화천존’이라는 열 글자를 주문으로 외우면 살아날 것이라고 일러준다. 예언대로 주거는 도적에게 습격을 당하지만, 도사가 일러준 대로 열심히 주문을 외우자 갑자기 뇌성(雷聲)이 울리며 결국 놀란 도적이 달아남으로써 목숨을 건진다.28)

뇌신은 이렇듯 엄청난 권능에도 불구하고 늘 민생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는데, 바로 이 점이 중국에서도 송대(宋代) 이후 뇌신이 민간에서 급속히 인기를 얻으며 널리 숭배된 이유일 것이다. 전통사회에서 민생은 당연히 농업과 연관되므로, 『전경』에는 특히 농업을 위한 가뭄 해소 이야기가 여러 차례 등장한다.29) 그중 하나를 제시한다.

상제께서 인사를 드리는 김 갑칠에게 농사 형편을 물으시니 그는 「가뭄이 심하여 아직까지 모를 심지 못하여 민심이 매우 소란스럽나이다」고 아뢰었도다. 상제께서 그 말을 들으시고 「네가 비를 빌러 왔도다. 우사(雨師)를 너에게 붙여 보내리니 곧 돌아가되 도중에서 비가 내려도 몸을 피하지 말라」고 이르시니라. 갑칠은 발병 때문에 과히 좋아하지 아니하니라. 상제께서 눈치를 차리시고 「사람을 구제함에 있어서 어찌 일각을 지체하리오」 하시고 가기를 독촉하시니라. 갑칠이 서둘러 돌아가는 길에 원평에 이르러서 비가 내리기 시작하였도다. 잠깐 사이에 하천이 창일하여 나무다리가 떠내려가게 되니라. 행인들은 모두 단비라 일컬으면서 기뻐하는도다. 흡족한 비에 모두들 단숨에 모를 심었도다.30)

강증산이 우사를 통해 비를 내려 농업과 민생을 돌보는 모습은 그가 뇌신적 권능을 드러낸다는 점 이외에도 동이계 신 신농(神農)의 후예로 서술되어 있다는 사실31)과 무관하지 않다. 우선, 탁록대전에서 풍백과 우사를 거느리며 서방 황제와 치열한 전투를 벌였던 치우가 바로 염제(炎帝) 신농의 후예이다. 또한, 신농은 농업과 의약을 발명한 신으로 일컬어지며 이는 필연적으로 민생과 관련된다. 『전경』에 서술된 강증산의 일화들은 농업을 위한 가뭄 해소의 능력뿐 아니라 의술을 행하고 약방을 차리는 등의 모습을 통해 신농의 이미지와 친연관계에 있음을 보여준다.

한편, 고조선 지역의 뇌신 신앙을 바탕으로 출현한 성수 신앙은 곧 북두칠성을 숭배하는 신앙으로, 동이계 신화 내용을 표현한 고구려 고분벽화에 북두칠성의 별자리가 자주 발견된다. 북두칠성은 곧 뇌신의 신격과 상통하므로 인간의 선악을 심판하고 복록과 재앙을 내리는 권능이 있는 것으로 믿어진다. 이와 관련하여 『전경』에서 강증산은 북두칠성을 숨기는 능력을 보여주고 있어 흥미롭다.

… 진묵은 밤마다 북두칠성을 하나씩 그 빛을 가두어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게 하여 七일 만에 모두 숨겨버렸다 하나이다. … 이 말을 상제께서 들으시고 말씀하시기를 「진실로 그러하였으리라. 내가 이를 본받아 한 달 동안 칠성을 숨겨서 세상 사람들의 발견을 시험하리라」 하시고 그날 밤부터 한 달 동안 칠성을 다 숨기시니 세상에서 칠성을 발견하는 자가 없었도다.32)

그런가 하면 북두칠성을 천지공사의 중요한 힘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덕찬은 백지 한 장에 칠성경을 쓰라고 상제께서 말씀하시기에 그 글과 모양의 크고 작음을 여쭈었더니 상제께서 가라사대 「너의 뜻대로 쓰라」 하시므로 덕찬이 양지 한 장에 칠성경을 가득 차게 쓰고 나니 끝에 가서 석 자 쓸 만한 곳이 남으니라. 상제께서 그 여백에 칠성경(七星經)이라고 석 자를 쓰신 후 불사르셨도다.33)

강증산이 북두칠성을 자유자재로 숨길 수 있고 그 힘을 천지공사에 활용한다는 사실은 그가 고구려 성수 신앙을 적극 수용하고 있음을 뜻하며, 이는 그에게 고조선 및 동이계 신화 계통에 대한 깊은 이해 및 천착이 있었음을 의미한다고 하겠다. 그 결과 우리는 상술한 강증산 서사들에서 흡사 고조선 및 동이계 신화 속 뇌신의 형상과 능력이 그에게 재현되어 있는 듯한 인상을 받게 된다.

마지막으로, 『봉신연의』 문중 서사에 등장했던 지명 ‘삼선도’의 다른 이름인 ‘삼신산’과 관련하여 『전경』의 기록을 살펴본다.

이곳은 예로부터 봉래산(蓬萊山)ㆍ영주산(瀛洲山) 일명 신선봉(一名 神仙峰)ㆍ방장산(方丈山)의 세 산이 삼신산(三神山)으로 불리어 오던 곳이로다. 방장산(方丈山)으로부터 내려오는 산줄기에 망제봉(望帝峰)과 영주산(瀛洲山)이 우뚝 솟으니 그 뒷기슭과 함께 선인포전(仙人布氈)을 이룩하고 있도다. 망제봉(望帝峰)의 산줄기가 기복연면하여 시루산을 이룩하였도다. 이 시루산 동쪽 들에 객망리(客望里)가 있고 … 객망리에 강씨 종가인 진창 어른부터 六대에 이르렀을 때 상제께서 탄강하셨으니, 상제의 성은 강(姜)씨이요, 존휘는 일순(一淳)이고 자함은 사옥(士玉)이시고 존호는 증산(甑山)이시니라.34)

위 기록에서 삼신산은 강증산의 탄생 장면에 신화적 아우라를 더해주는 장소로 기능한다. 삼신산은 도교 선향전설에서 불사를 획득한 신선이나 천신들이 거주하는 장소이자, 단학파와 같은 한국 선도 문화의 전통에서 한국에 있다고 여겨지며 매우 중시되어 온 곳이다. 『봉신연의』에서는 문중의 도우 조공명이 운소 세 자매를 찾으러 간 곳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전경』에서 강증산의 탄생지를 삼신산과 관련지어 서술한 것은 설화적 측면에서 봤을 때 다음의 두 가지 점에서 의미를 지니게 된다.

첫째, 강증산은 신선 또는 천신의 신성성을 저절로 담보하게 된다. 삼신산은 평범한 사람이 살 수 없고 반드시 불사의 경지에 도달한 신선이나 천신만이 살 수 있다. 그러므로 『전경』의 기록은 강증산이 그만큼 비범하고도 신성한 출생을 지니고 있음을 의미한다. 나아가, 삼신산이 한국에 있다고 주장해온 단학파의 입장을 고려하건대 단학파와 친연성이 있는 강증산의 사상이 한국 선도의 주체적 역사의식 및 문화사관을 반영하고 있다는 문화적 함의도 지닌다.35)

둘째, 강증산의 구천응원뇌성보화천존 신격 임어의 개연성이 풍부해진다. 삼신산은 강력한 설화적 바탕에서 지어진 『봉신연의』에서 문중 즉 구천응원뇌성보화천존을 돕는 운소 세 자매의 거처이기 때문이다. 사실상 ‘운소(雲霄)’라는 이름 자체가 구름이 가득한 삼신산 지형의 특성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여겨진다.36) 그러므로 삼신산 출신의 구름 자매들이 문중의 지휘 아래 움직이는 『봉신연의』 서사는 강증산의 구천응원뇌성보화천존 신격 임어의 개연성을 더욱 공고하게 만든다.

이상 『봉신연의』의 문중과 『전경』의 강증산이 각각 구현하고 있는 뇌신의 이미지가 고조선 신화 및 한국 선도 전통을 매개로 깊은 관련이 있음을 살펴보았다. 이는 곧 소설 서사로서의 문중 서사와 종교 서사로서의 강증산 서사를 관련지어 논의해볼 수 있는 중요한 연결고리이다. 그렇기에 설화적 바탕을 가진 소설 서사가 실제 종교 신격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데에 일정 정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맥락 아래, Ⅲ장과 Ⅳ장에서는 두 인물의 서사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사상과 가치 추구에 대한 비교 관점에서의 논의가 진행될 것이다.

Ⅲ. 봉신(封神)의 본질 : 해원(解冤) 메커니즘

이 장에서는 『봉신연의』 문중 서사에 표현된 봉신의 본질을 『전경』 강증산 서사에 나타나는 해원 사상과 관련하여 비교 고찰해보기로 한다. 『봉신연의』에서 문중은 뛰어난 능력에도 불구하고 전쟁에서 거듭 패배하여 결국 봉신되는 대표적 포한(抱恨)의 존재이다. 한편, 『전경』에서 강증산은 천지공사를 위해서는 이 같은 포한의 정서를 반드시 해원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수차례 역설한다.

실제 역사에서 ‘태사(太師)’라는 작위는 은(殷) 왕조 당시에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봉신연의』 작자는 ‘무왕벌주(武王伐紂)’라는 역사적 사건의 서사 안에 태사 문중이라는 인물을 배치함으로써 패망한 은 민족의 원념(怨念)을 대변하는 존재를 설정하고자 하였다. 『봉신연의』에서 태사 문중은 무왕(武王)과 강태공이 이끄는 주(周) 군대와의 전투에서 패배를 거듭하고 결국 죽음에 이른다. 소설은 ‘봉신’이라는 개념을 통해 이러한 과정을 상징적으로 묘사한다.

『봉신연의』의 세계관을 들여다보면 본래 천계(天界), 선계(仙界), 인간계(人間界)로 구성되어 있었다. 언젠가부터 어지러워진 선계를 정리하기 위해 선계의 신들은 ‘신계(神界)’를 창설할 계획에 합의하는데 이것이 바로 봉신 계획으로, 전쟁에서 희생되는 자들을 신으로 봉하는 계획이다. 봉신 계획은 무왕벌주 사건과 맞물리며 진행된다. 즉 인간계에서 무왕벌주가 이루어지는 동안, 선계에서는 그와 맞물려 천교(闡敎)와 절교(截敎) 간의 싸움이 일어나는 것이다. 그런데 애초에 두 집단은 공평한 싸움을 할 수 없는데, 천교의 주도로 봉신 계획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천교 선인 강태공이 주 군대를 이끌면서 문중은 천명에 의해 패배할 수밖에 없게 되고, 이렇게 문중은 패망한 은의 원념을 대변하는 존재로 그려진다.

우리가 주목할 것은 문중의 비극적 서사가 소설에서 민중의 공감적 정서를 창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봉신연의』 제52회를 보면 문중의 군대가 패전을 거듭하고 거의 모든 전력을 잃은 채 청룡관으로 가는 길에 한 촌락에 머무르는데, 그곳의 이길(李吉)이라는 노인이 그 군대가 문중의 군대라는 사실을 알고 성심을 다해 따뜻한 식사를 대접한다. 사실상 전체적 서사 전개와 전혀 연관성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문중 서사의 한 부분으로 서술되어 있는 이 장면은 『봉신연의』 작자가 문중 서사를 그려낸 의도를 가장 잘 집약하여 보여주는 대목이라 볼 수 있다. 이 소설은 비록 문인의 필치 아래 쓰였지만 설화를 그 바탕으로 하기에 민간의 정서를 반영하며, 이 장면은 패망한 은 왕조의 태사 문중에 대한 민간의 공감적 정서를 서술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측면에서 봉신의 본질에 대해 접근해볼 수 있다. 서두에서 서술했듯 『봉신연의』는 도교 및 민간신앙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봉신은 바로 그 신격화 원리와 관련된다. 도교의 근원인 신선설의 중심된 인격 주체는 방사(方士)이고 다시 방사의 전신은 무사(巫師)이다.37) 무사는 곧 샤먼(shaman)으로, 샤머니즘의 성격을 띤 신선설이 도교에 통합되면서 샤머니즘적 무속 원리 및 교의 역시 도교 속에 온존(溫存)된다. 샤머니즘은 바로 ‘해원’적 성격을 그 본질로 하며 이러한 기능은 특히 초기 도교 경전인 『태평경』에서 뚜렷하게 볼 수 있다.38) 우리는 『봉신연의』 문중 서사에서 이 같은 샤머니즘적 무속 원리가 봉신의 과정과 밀접하게 연관되는 것을 목도하게 된다.

소설 속 봉신의 과정은 ‘무왕벌주’라는 역사적 사건과 맞물리며 일어난다. 무왕벌주 사건은 패권이 은에서 주로 이행하는 과정인데, 그렇다면 봉신은 그 과정에서 일어났던 문화적 패러다임의 변화를 반영하는 어떤 현상을 의미한다고 여겨진다. 즉 패권 왕조가 교체되면서 은 및 동이계 문화는 억압되어 제도권을 떠나 기층에 잠복하게 되는데, 도교 문화 역시 관방의 지식인이 아니라 민간의 무사 혹은 방사에 의해 나름의 체계를 형성해나가게 된다. 이 과정에서 은 및 동이계 문화는 희생자, 피지배층, 소외 계층 등에 대해 발휘하는 동정, 위무, 승화 등 일종의 보상기제로서의 기능을 가지게 되며, 그것은 바로 샤머니즘 자체가 갖고 있는 해원의 본질과 관련된다. 그렇다면 봉신은 일종의 보상기제의 행위로 파악될 수 있다. 즉, 봉신이란 패권 이행 과정에서 샤머니즘 왕조였던 은의 패러다임이 변화 혹은 왜곡되며 주가 추구했던 인문화의 방향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현시함과 동시에, 주에 의해 희생된 은의 영웅들을 위무하는 보상기제적 층위의 행위로 이해된다.

『봉신연의』에서 봉신 의식은 승자 쪽인 강태공이 희생된 영혼들을 불러 거행된다. 하지만 실제로 희생된 이들의 신격화는 샤머니즘의 해원적 보상기제에 의해, 패망한 은 유민들 사이에서 자발적으로 이루어졌을 확률이 크다. 그러므로 소설 속 봉신의 본질은 주에 의해 희생된 은 영웅들이 샤머니즘의 해원적 본질에 의해 민간에서 신격화되는 원리이며, 이것을 강태공 혹은 관방에서 정치적 통합의 이데올로기로 합리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39) 그렇다면 소설에서 문중에게 한 노인이 성심을 다해 예우하며 식사를 대접하는 장면을 서술한 것은 이같은 해원적 본질에 의한 신격화 원리를 문학적으로 표현한 것이라 하겠다.

『봉신연의』에 표현된 은 태사 문중의 원념, 그리고 이에 대한 민중의 공감적 정서는 『전경』에서 강증산이 여러 차례 강조한 해원의 개념과 긴밀히 연관된다.

강증산은 세상의 참혹함은 원한이 쌓이고 맺혀 삼계를 채우고 천지가 상도를 잃어 갖가지 재화가 일어났기 때문이라고 말한다.40) 그러면서 원활한 천지공사를 위해 우선 요(堯)의 아들 단주(丹朱)의 원념을 풀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상제께서 七월에 「예로부터 쌓인 원을 풀고 원에 인해서 생긴 모든 불상사를 없애고 영원한 평화를 이룩하는 공사를 행하리라. 머리를 긁으면 몸이 움직이는 것과 같이 인류 기록의 시작이고 원(冤)의 역사의 첫 장인 요(堯)의 아들 단주(丹朱)의 원을 풀면 그로부터 수천 년 쌓인 원의 마디와 고가 풀리리라. 단주가 불초하다 하여 요가 순(舜)에게 두 딸을 주고 천하를 전하니 단주는 원을 품고 마침내 순을 창오(蒼梧)에서 붕(崩)케 하고 두 왕비를 소상강(瀟湘江)에 빠져 죽게 하였도다. 이로부터 원의 뿌리가 세상에 박히고 세대의 추이에 따라 원의 종자가 퍼지고 퍼져서 이제는 천지에 가득 차서 인간이 파멸하게 되었느니라. 그러므로 인간을 파멸에서 건지려면 해원공사를 행하여야 되느니라」고 하셨도다.41)

단주는 요에서 순(舜)으로의 왕위 계승 과정에서 배제된 요의 아들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강증산이 패배자 단주의 원한에 공감하고 있다는 점이다. 나아가 강증산이 단주의 원한을 풀어주어야 한다고 언급한 것으로부터, 중국 중심의 정통 문화사관이 반영된 선양신화(禪讓神話)에 대한 그의 비판적 관점도 감지된다.42)

이러한 비판적 관점은 신농에 대한 특별한 지위 부여와도 무관하지 않다. 『전경』은 강증산이 신농의 후예이며(행록 1장 1절), 신농의 제사를 행할 것(행록 5장 15절), 그리고 해원의 때를 당하여 모든 신명이 신농의 은혜에 보답할 것(예시 22절) 등을 서술한다. 신농이 어떠한 신이던가? 바로 대륙 신계의 전쟁에서 패퇴한 동이계의 신이다. 신농을 비롯한 그 후예들은 상고시대 황제 및 그 후예들에게 패배하여 동쪽 변방으로 밀려나 한을 품은 존재들이다.

동쪽 변방으로 밀려난 신농에 대한 특별한 지위 부여는 곧 패배자 단주에 대한 동정적 시각 견지와 같은 맥락의 것으로 이해된다. 강증산의 이들에 대한 주목은 곧 중원과의 대결 구도에서 발생했던 희생자, 패배자, 약자의 입장에 대해 발휘하는 동정, 위무, 승화 등의 보상기제로서의 기능, 즉 해원의 메커니즘을 생성한다.43) 『봉신연의』 문중 서사는 바로 이 지점에서 강증산의 해원 사상과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게 된다. 즉, 서쪽 주나라에 패배하여 희생된 동쪽 은나라 태사 문중의 원념은, 중국 정통 문화사관에 의해 배제된 단주 및 동이계 신들의 원한과 동궤에 있다. 다만 『봉신연의』가 이에 대해 ‘봉신’이라는 개념을 앞세워 문학적 상징화를 성취했다면, 『전경』은 ‘해원’이라는 개념을 앞세워 종교적 교리화를 이룩했다는 차이가 있다. 하지만 전술했듯 봉신의 본질이 해원의 메커니즘에 의해 민간에서 신격화된 원리라는 점을 상기한다면, 두 개념이 표현하고 있는 내용은 본질적으로 서로 깊이 관련된다.

강증산이 “나는 해마(解魔)를 위주하므로 나를 따르는 자는 먼저 복마(伏魔)의 발동이 있으리니 복마의 발동을 잘 견디어야 해원하리라.”(교법 2장 15절)라고 한 것은 해원의 작동 메커니즘과 관련하여 매우 중요한 언술이다. 『전경』에는 자기 손자를 고의로 죽였다고 생각하고 보복하려는 장효순의 패악질을 당하고 있는 강증산에게 종도들이 그 이유를 묻자 다음과 같이 대답하는 장면이 나온다.

어느 날 종도들이 상제를 뵈옵고 「상제의 권능으로 어찌 장효순의 난을 당하셨나이까」고 여쭈니라. 상제께서 「교중(敎中)이나 가중(家中)에 분쟁이 일어나면 신정(神政)이 문란하여지나니 그것을 그대로 두면 세상에 큰 재앙이 이르게 되느니라. 그러므로 내가 그 기운을 받아서 재앙을 해소하였노라」고 이르셨도다.44)

이 일화는 해원의 전제는 바로 ‘원(冤)’이라는 점,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우선 “복마의 발동을 잘 견디어야” 하는 해원의 역설적 메커니즘을 말해준다. 1907년 강증산과 그 종도들이 의병으로 오해받아 겪었던 고부화액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설명된다.45)

동시에, 원이라는 것은 그 자체로 큰 힘을 가지고 있음을 말하고 있기도 하다. 강증산은 바둑의 시조 단주의 해원도수를 회문산(回文山) 오선위기혈(五仙圍碁穴)에 붙여 조선 국운을 돌리려 했으며(공사 2장 3절), 김봉곡에게 참혹히 죽은 후 원을 품고 서양에 가서 문화 계발에 역사한 진묵(震黙)을 해원시켜 조선에 선경을 건설하고자 하였는데(권지 2장 37절), 이는 바로 원의 정서가 가진 막강한 힘을 해원의 메커니즘을 통해 순화하여 천지공사에 사용하려 하였음을 보여준다.

해원의 이러한 메커니즘을 통해 본다면 『전경』에서 강증산이 화천하기 전 “온누리가 멸망하게 되었는데 모두 구출하기 어려우니 어찌 원통하지 않으리오.”(행록 5장 24절)라고 한 한탄의 목소리와 『봉신연의』에서 끝내 나라를 구하지 못하고 패배한 은 태사 문중의 원혼이 조가로 날아가 주왕에게 훗날을 당부하는 원념의 목소리(『봉신연의』 제52회)는 그들의 훗날 신으로서의 막강한 힘을 예비하는 것처럼 보인다.

Ⅳ. 이류(異類)의 포용 : 상생(相生)의 가치

이 장에서는 『봉신연의』에서 문중이 속해 있는 절교(截敎)라는 집단이 가지는 특성과 『전경』에서 강증산이 추구하는 상생의 가치를 관련지어 논의해보기로 한다.

『봉신연의』에서 문중은 은나라 태사이자 절교 선인으로 등장한다. 허구적으로 형상화된 종파인 절교는 역사적 사건인 무왕벌주의 과정에서 은 주왕(紂王)의 편에 서서 전쟁에 임하는 집단으로, 이러한 서사 전개의 중심에는 바로 문중이 자리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문중의 형상에 대한 다각적 이해를 위해 문중이 속한 절교는 어떤 집단이며, 절교와 대비되는 천교(闡敎)는 또 어떤 집단인지, 그리고 두 집단이 각각 어떠한 특성을 가지는지에 대해 고찰해볼 필요가 있다.

『봉신연의』에서 무왕벌주 사건과 맞물리면서 진행되는 봉신 계획은 홍균도인(鴻鈞道人)의 세 제자 원시천존(元始天尊), 통천교주(通天敎主), 태상노군(太上老君)에 의해 시작되었다. 원시천존과 통천교주는 각기 자신의 종파를 만들어 제자 선인들을 길러내는데, 천교와 절교는 바로 원시천존과 통천교주가 각각 이끄는 종파의 이름을 가리킨다. 이 두 종파는 각각 실제 도교의 종파로 간주되어 연구되기도 했다.46) 물론 실제 종파와의 연관성을 연구하는 작업이 의의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서사적 상상력에 초점을 둔 본 논문이 관심을 가지는 부분은 바로 소설 안에서 상징적으로 표현된 이들 천ㆍ절교의 본질적 특성이다.

『봉신연의』 서사는 서기(西岐)의 재상이 된 강태공이 자신의 스승 원시천존으로부터 ‘봉신방(封神榜)’을 전달받아 봉신 계획을 집행하기 시작하면서, 인간계의 무왕벌주 전쟁이 곧 선계의 천ㆍ절교 전투로 확대되며 전개된다. 은의 태사이자 절교의 선인인 문중은 이 과정에서 절교의 여러 선인들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하지만 봉신 계획은 강태공이 속한 천교의 주도로 이루어지므로, 은나라 편에 선 절교의 선인들은 절대다수가 천명(天命)에 의해 패배하고 봉신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인다.

이러한 서사 전개 과정에서 우리가 주목할 것은 천ㆍ절교가 지닌 본질적 특성의 차이이다. 두 집단의 특징을 잘 살펴보면 천교는 인간 출신으로 득선(得仙)한 자들 위주로 구성된 집단이지만, 절교는 인간뿐 아니라 동물이나 사물의 신분으로 득선한 자들도 두루 포함하는 집단이다. 그렇기에 절교의 수법은 종종 정통이 아니라 ‘좌도방문(左道旁門)’의 술법인 것으로 묘사된다. 이러한 문학적 상징화는 주와 은의 지배적 패러다임과 깊은 관련이 있다. 즉, 소설은 동물이나 사물을 배제한 인간 중심적 사고를 근간으로 하는 주나라의 인문화 지향 패러다임을 천교라는 집단으로, 인간뿐 아니라 인간을 둘러싼 온갖 동물, 사물과의 소통을 추구하는 은나라의 샤머니즘적 패러다임을 절교라는 집단으로 형상화한 것이다. 소설에서 중심 서사로 다뤄지는 봉신의 과정은 무왕벌주라는 사건과 맞물리면서 샤머니즘 왕조였던 은나라의 패러다임이 변화 혹은 왜곡되며 주나라가 추구했던 인문화 지향 패러다임의 방향으로 나아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이 소설은 천ㆍ절교 특성의 상징적 형상화를 통해 패권 왕조가 은(殷)에서 주(周)로 교체된 역사적 사건이 단순히 왕조의 교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그 지배적 패러다임의 전면적 교체가 이루어진 사건임을 말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설정과 관련하여 ‘신공표(申公豹)’라는 허구적 인물의 소설적 형상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는 천교에 속한 인물이지만 천교를 배신하고 절교를 돕는 인물로 그려진다. 『봉신연의』 제37회에서 강태공이 스승 원시천존으로부터 봉신방을 받아들고 하계로 내려가려고 할 때, 신공표는 같은 문하의 사형(師兄)인 강태공을 불러세워 은 주왕을 도와 주나라를 멸망시키자고 유혹한다. 하지만 원시천존의 제자 남극선옹과 백학동자가 나타나 신공표를 저지하고, 신공표는 원한에 가득 차서 ‘내 곧 서기에 피가 바다처럼 출렁이고 백골이 산처럼 쌓이게 만들어줄 것’이라고 외치며 그 자리를 떠난다. 그 뒤로 수많은 절교 선인들이 신공표의 부추김으로 전쟁에 참여하게 되고, 서기군과 천교 측은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천교 선인이며 원시천존의 제자임에도 불구하고 스승의 뜻을 거역하고 원한에 가득 차 은 주왕의 편에 서서 절교를 돕는 신공표의 형상은, 자신보다 도력이 훨씬 못 미치는 강태공에게 봉신 계획이라는 중차대한 일을 맡긴 스승에 대한 원한의 표출 및 좌도방문의 술법에 도통할 수밖에 없는 그 자신의 출신적 한계에 기인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신공표는 강태공을 사형이라고 부르면서도 ‘도술 수행이 기껏 40년밖에 되지 않는다’고 얕보면서 자신의 도술은 몇천 년의 것이라고 말하는데, 이는 그가 원시천존 문하에 들어가기 이전부터 오랜 시간 이미 수련을 쌓아왔음을 의미한다. 소설에서 선인이 되기 위해서는 우선 인간 형상이어야 하므로 오랜 수련 기간은 그의 본래 출신이 인간이 아닌 이류(異類)라는 점을 말해주며, 그가 좌도방문의 술법에 도통한 것은 바로 이 때문으로 유추된다.

바로 이점에 착안하여 현대의 『봉신연의』 관련 콘텐츠에서는 신공표를 중요한 안타고니스트로 부각시키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사실 『봉신연의』 원전에서는 신공표가 이류 출신이라는 점을 상술한 바와 같이 암시하고는 있지만, 전면적으로 명시하고 있지는 않다. 그런데 그가 좌도방문의 술법을 쓰며 절교의 선인들을 돕는다는 원전의 이야기와 그의 이름을 구성하는 표(豹)라는 글자는 현대의 문화콘텐츠에서 그가 표범 출신이라는 설정을 만들어냈다. 가령 최근에 온 중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애니메이션영화 <나타지마동강세(哪吒之魔童降世)>(2019)에 중요한 안타고니스트로 등장하는 신공표는 동문 중 자신이 가장 열심히 수련했지만, 인간이 아니라 동물 출신이라는 이유로 스승 원시천존으로부터 중용받지 못하였음을 한탄한다.47)

『봉신연의』에 묘사된 이러한 천ㆍ절교 집단의 특징적 대비를 증산 사상과 관련하여 논의해볼 수 있는 유효한 지점은, 바로 문중이 속해 있는 절교 집단이 인간의 신분으로 득선한 자들만을 정통으로 인정하는 천교 집단과는 달리 인간뿐 아니라 동물 및 사물의 신분으로 득선한 자들도 널리 포함한다는 사실이다. 즉, 『봉신연의』에서 문중이 속해 있는 절교 집단은 인간만이 아니라 이류도 포용하는 호혜적 가치를 실현하고 있으며, 이는 『전경』에서 강증산이 실현하고자 한 상생의 가치와 밀접하게 관련된다.

『전경』에서 강증산은 해원을 통해 상생의 가치를 실현해야 함을 여러 번 강조하는데, 특히 인간뿐 아니라 동물들의 해원에 대해 주관하는 모습도 서술되어 있어 주목을 요한다.

상제께서 대원사에서의 공부를 마치고 옷을 갈아입고 방에서 나오시니 대원사 골짜기에 각색의 새와 각종의 짐승이 갑자기 모여들어 반기면서 무엇을 애원하는 듯하니라. 이것을 보시고 상제께서 가라사대 「너희 무리들도 후천 해원을 구하려 함인가」 하시니 금수들이 알아들은 듯이 머리를 숙이는도다. 상제께서 「알았으니 물러들 가 있거라」고 타이르시니 수많은 금수들이 그 이르심을 좇는도다.48)

강증산은 후천 해원의 공사를 진행하면서 금수(禽獸)들의 입장 역시 적극적으로 헤아리고자 하였는데, 여기에는 그들 역시 인간과 마찬가지로 세계의 구성원이라는 사실, 그러므로 이들에게도 맺혀있는 원한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 전제된다. 즉 이류에 대한 포용적 시각을 견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인간과 동물을 막론하고 세계를 구성하는 모든 존재들 사이에 상생의 도를 실현하기 위하여 강증산은 ‘신명(神明)’의 조화를 강조한다.

상제께서 「선천에서는 인간 사물이 모두 상극에 지배되어 세상이 원한이 쌓이고 맺혀 삼계를 채웠으니 천지가 상도(常道)를 잃어 갖가지의 재화가 일어나고 세상은 참혹하게 되었도다. 그러므로 내가 천지의 도수를 정리하고 신명을 조화하여 만고의 원한을 풀고 상생(相生)의 도로 후천의 선경을 세워서 세계의 민생을 건지려 하노라. … 」49)

위 내용에 의하면 상생의 도를 실현하기 위한 전제는 바로 천지의 도수를 정리하고 신명을 조화하여 만고의 원한을 푸는 것이다. 여기서 신명이라는 것은 다른 말로 ‘천지신명(天地神明)’이라고도 하며, 곧 하늘과 땅의 신령을 가리킨다. 태초의 숭배대상으로서의 신(神)은 본래 자연신이었으며 그중 태양은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서, 최고신으로서의 천신(天神)의 상징이 바로 태양이었다.50) 그러므로 신(神)이라는 글자가 원래 일월성(日月星)의 자연을 의미한다면, 그 빛나는 특성에 의해 명(明)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며, 명(明)은 글자 그대로 태양과 달의 밝음을 의미한다.51) 특히 태양의 밝음은 곧 따뜻함을 의미하여 생명의 원초적인 바탕이 된다. 그렇다면 신명이라는 것은 숭배대상으로서의 자연계의 신을 의미함과 동시에 모든 생명의 근원적 역할을 하는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장자』에서는 인간의 생명, 정신작용을 표현하기 위해 신(神)이라는 용어를 적극 사용하는데, 이는 이전의 외재적 의미의 초월적 신을 인간 존재에도 내재하는 것으로 사유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이는 『장자』의 사상이 무풍(巫風)이 우세하던 초(楚) 문화를 배경으로 한다는 사실과도 관련된다. 샤머니즘의 무술(巫術)에서 신의 의지를 파악하는 방법은 곧 ‘신인합일(神人合一)’을 통해서인데, 『장자』에 등장하는 신인(神人) 개념은 곧 이를 표현한 것이다. 즉, 신인은 곧 과거 숭배대상이었던 외부적 신이 가지는 초월적 능력을 내재적으로 체현하는 존재라 할 수 있다.52)

신이 자연계의 외부적 존재로서만이 아니라 인간에게도 내재한다고 파악하는 이러한 사유는 증산 사상에도 나타난다. 증산 사상에서 인간은 신을 품고 있는 존재로서 신의 가치를 알고 그 이상적 진리를 실현하는 주체로서 이해된다. 그러므로 인간사의 모든 일이 신과의 관련하에 있으며 신과 인간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모든 역사가 이루어져 왔다고 파악한다.53) 이는 인간이 자연과 동떨어진 별개의 존재가 아니라 자연에 속한 일부로서 천지에 합일하고 신명의 조화를 추구하며 살아갈 필요가 있음을 역설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는 레비 브륄(L. Lévy-Bruhl)이 말했던 ‘참여의 법칙(the law of participation)’을 참조해볼 수 있다. 그것은 신화시대의 인류들이 자신과 자연을 신비적인 통일체로 인식하고 소통했던 방식으로, 이 세상이 인간뿐 아니라 천지와 자연의 만물이 함께 연결된 채 구성되어 있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한다.54) 그것은 관계성과 영원성의 원리로서, 인간이 천지와 합일하고 이를 통해 세계의 흐름과 운동에 함께 할 수 있다는 생명 사상의 근원이 된다. 이러한 원리는 곧 인간, 자연, 동물 등 세계의 모든 구성원들 간의 신명을 조화하여 상생의 가치를 구현하고자 한 증산 사상의 바탕이 되며,55) 동시에 『봉신연의』에서 문중이 속한 절교 집단이 이류도 포용하는 호혜적 가치를 실현하는 집단으로 형상화된 배경이기도 할 것이다.

Ⅴ. 결론

본 논문은 구천응원뇌성보화천존 신격을 명대 소설 『봉신연의』의 문중 서사와 대순진리회 경전 『전경』의 강증산 서사에 대한 고찰을 통해 서사적 상상력의 차원에서 논의해보고자 하였다. 이제 논의를 요약하고, 본고에서 도출된 구천응원뇌성보화천존 신격의 서사적 상상력이 어떠한 의미를 지니는지에 대한 나름의 결론을 맺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

서두에서 언급했듯 그간 신앙대상으로서의 구천응원뇌성보화천존 신격에 대한 연구는 주로 종교, 철학, 사상의 차원에서 행해져 왔다. 하지만 신격에 대한 서술은 아무리 종교 경전이라 하더라도 근본적으로 스토리텔링에 빚지는 바가 크다. 그러므로 서사적 차원에서 『전경』에 접근해보는 것은 구천응원뇌성보화천존 신격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데에 도움이 된다. 또한, 설화적 바탕의 소설 『봉신연의』는 도교 경전이 담아낼 수 없는 이면의 스토리를 풍부히 담아내고 있어 도교 신 구천응원뇌성보화천존 신격에 대한 다각적 이해를 가능하게 한다. 본고는 이러한 점에 착안하여 『봉신연의』 문중 서사와 『전경』 강증산 서사를 다음의 세 가지 측면에서 비교 고찰하였다.

Ⅱ장에서는 『봉신연의』 문중 서사에 고조선 신화의 뇌신 이미지와 한국 선도 전통의 문화적 맥락이 반영되어 있고, 그러한 맥락이 다시 『전경』 강증산 서사에서도 곳곳에 나타나 있음을 고찰하였다. 본고는 이러한 고찰을 바탕으로 문중과 강증산 형상에 구현된 뇌신의 이미지가 고조선 신화 및 한국의 선도 전통을 매개로 깊이 관련되어 있음을 논의하였다.

Ⅲ장에서는 『봉신연의』 문중 서사에 표현된 ‘봉신’이라는 개념의 본질을 『전경』 강증산 서사에 나타난 ‘해원’ 사상과 관련지어 고찰하였다. 소설에서 묘사되는 봉신의 본질은 패배자의 입장에 대해 발휘하는 동정, 위무, 승화 등의 보상기제로서의 기능, 즉 해원의 메커니즘과 관계된다. 그러므로 본고는 『봉신연의』에 묘사된 은 유민들의 영웅이자 패배자인 문중의 봉신이 『전경』이 강조하는 단주 및 동이계 신들의 해원과 깊은 관련이 있다고 보았다.

Ⅳ장에서는 『봉신연의』에서 문중이 속해 있는 ‘절교(截敎)’라는 집단이 가지는 이류 포용의 특성과 『전경』에서 강증산이 추구하는 ‘상생’의 가치를 관련지어 고찰하였다. 절교 집단은 인문화를 지향하는 주 왕조 이전의 은 왕조가 표방했던 샤머니즘 패러다임을 문학적으로 형상화한 것으로, 인간뿐 아니라 이류도 포용하는 호혜적 가치를 실현한다. 본고는 절교의 이러한 특성이 『전경』의 강증산이 세계의 신명(神明)을 조화하여 상생의 가치를 추구한 업적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논의하였다.

본 논문에서 『봉신연의』와 『전경』을 통해 도출한 구천응원뇌성보화천존의 서사적 상상력의 본질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그것이 은을 포함한 동이계 종족의 설화와 문화를 바탕으로 한다는 점이다. 이는 신격에 대한 이해와 관련하여 매우 중요한 실마리가 된다. 동이계 종족의 설화와 문화는 한국 고유의 선도 전통으로 계승될 뿐 아니라, 나아가 도교 자체의 발생과도 깊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56)

한국의 선도 전통은 삼국시대, 신라, 고려, 조선까지 이어지며 그 전개 과정에서 중국문화에 동화되는 것을 끊임없이 경계하고 자주적인 문화건설을 모색해왔다. 한국 도교는 바로 이러한 전통의 바탕 위에 성립한 것으로서, 도교의 발생 이후 중국에서 전개되어온 중국 도교와는 구분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도교의 역사적 전개 과정에서 중국 도교의 수입에도 불구하고 한국 도교가 여전히 독자적 색깔을 지니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한국 도교의 이러한 특성은 조선 말 신종교 운동에도 발현된다. 1592년 소격서(昭格署) 폐지 이후 더 이상 관방에서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된 도교는 이후 사대부들의 개인적 수련 도교 단학파와 민간 도교 등으로 계승되었고, 도교의 중요한 신격들은 민속의 신으로 자리잡아 갔다. 이때 민간 도교는 주로 동방 이족신계(異族神系)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었으며, 조선 말기에 이르면 새로운 종교 운동으로 변천된다. 외세의 침입으로 인해 민족의 운명이 위태로웠던 시기, 구세(救世)와 민족자존의 기치를 들고 들불같이 일어났던 신종교 운동의 중심에 바로 강증산이 있다.

강증산을 신앙하는 대순진리회가 구천응원뇌성보화천존을 최고 신격으로 삼은 바탕에는 바로 이러한 문화적 맥락이 암류(暗流)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앞서 논의했듯, 구천응원뇌성보화천존 신격의 서사적 상상력에는 동이계 종족의 설화와 문화에 대한 망탈리테가 반영되어 있다. 그렇다면 『전경』 강증산 서사에 담겨진 집단 심성이란 바로 강증산이 동이계 문화에서 기원하는 한국 도교 전통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봉신연의』 문중 서사 역시 무왕벌주라는 역사적 사건과의 직조를 통해 구천응원뇌성보화천존이 동이계 출신의 신격이라는 집단 기억을 담고 있다.

구천응원뇌성보화천존 신격의 서사적 상상력을 둘러싼 망탈리테와 관련하여 『옥추경(玉樞經)』의 한국 유전 상황이 흥미롭다. 혜경궁 홍씨가 남편 사도 세자의 발작 원인을 귀속시켰던 『옥추경』은 중국의 『구천응원뇌성보화천존옥추보경』이 고려 때 들어와 꾸준히 유전되며 재생산된 도교 경전으로, 조선 초 도사 선발 시 꼭 공부해야 하는 경전이기도 했다. 소격서가 폐지되면서 이 책은 사찰을 통해 민간에서 유전되며 여러 판본을 양산하고 민족의 경전으로 자리매김했다.57) 그런데 정작 중국 도교에서 『옥추경』과 이에 가탁된 구천응원뇌성보화천존은 그다지 중시되지 않았다.58) 그랬던 이 경전이 조선에서 크게 중시되며 대유행했던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더구나 지금까지도 한국 무당들 사이에서는 저자가 ‘문태사’라는 인식과 함께 이 책이 중시되고 있다. 『옥추경』 저자가 문태사라는 인식은 분명 조선 시기 『봉신연의』의 유행에 기인한다. 그러나 『옥추경』이 중시되는 현상 그 자체는 고조선 신화에서 비롯된 뇌신 신앙의 전통에 대한 집단 심성과 무관하지 않다.

본 논문은 구천응원뇌성보화천존 신격을 서사적 상상력의 관점에서 탐구해보았고, 이를 통해 이 신격이 태생적으로 한국 고유의 선도 전통 및 한국 도교와 깊은 관련이 있음을 논의했다. 향후 『봉신연의』뿐 아니라 다른 서사 텍스트 고찰을 통해서도 구천응원뇌성보화천존 신격 이해의 폭을 넓히기 위한 연구가 풍부히 진행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Footnotes

1) 박마리아, 「대순진리회와 도교의 신앙체계에 관한 비교」, 『신종교연구』 24 (2011)과 박마리아, 「대순진리회의 구천응원뇌성보화천존강성상제와 도교 중의 구천응원뇌성보화천존에 관한 비교」, 『동아시아 신종교의 흥기와 전파 그리고 현대사회』 (대만: 『전경』 번체본 출간기념 학술행사 발표집, 2012).

2) 차선근, 「대순진리회 상제관 연구 서설 (Ⅰ) - 최고신에 대한 표현들과 그 의미들을 중심으로」, 『대순사상논총』 21 (2013).

3) 리웬구어(李遠國), 「구천응원뇌성보화천존 신앙 연구」, 『대순사상논총』 21 (2013).

4) 위꿔칭(于國慶), 「대순진리회 구천상제 신앙과 도교 보화천존 신앙 비교」, 『대순사상논총』 21 (2013).

5) 박용철, 「구천응원뇌성보화천존상제 신격 연구」, 『대순사상논총』 29 (2017).

6) 魯迅, 『중국소설사략』, 조관희 옮김, (서울: 살림, 2000), pp.396-397.

7) 胡萬川, 「『封神演義』中“封神”的意義」, 『’93中國古代小說國際硏討會論文集』 (北京: 開明出版社, 1996).

8) 齊裕焜, 『明代小說史』 (杭州: 浙江古籍出版社, 1997), p.190.

9) 장 프랑수아 리오타르, 『포스트모던적 조건』, 이현복 옮김 (서울: 서광사, 1992), pp.67-68.

10) 스토리텔링이 인간의 생존에 절대적 역할을 했다고 보는 브라이언 보이드는 ‘종교적 신념을 낳는 것은 교리보다 이야기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자세한 내용은 브라이언 보이드, 『이야기의 기원』, 남경태 옮김 (서울: 휴머니스트, 2013), pp.282-292 참조.

11) 해당 논의를 진행하기에 앞서 미리 밝혀둘 점이 있다. 본고의 목적은 강증산의 여러 권능 중 설화적 맥락에서 뇌신적 권능을 집중적으로 논의하는 데 있다. 따라서 이러한 서술이 곧 삼계의 대권을 주재하는 강증산의 역할을 뇌신의 범위 안으로 축소시키는 것이 아님을 밝혀둔다.

12) “九天普化君, 化形十方界. 披發騎麒麟, 赤腳躡層冰. 手把九天氣, 嘯風鞭雷霆. (구천보화군은 시방에 형상을 나타낸다. 머리를 풀고 기린을 타고 있으며, 맨발로 층층의 얼음을 밟고 있다. 손으로는 구천의 기를 쥐었으며, 바람을 부르고 뇌정을 다스린다.)”

13) 안동준, 「고조선 지역의 무교가 중원 도교문화에 미친 영향」, 『한국 도교문화의 탐구』 (파주: 지식산업사, 2008), pp.30-31.

14) 『三國遺事』 卷1, 「紀異」 第1.

15) 오늘날 태일성은 북두칠성 위로 밀려나 있지만, 상고시대에는 북극성이었다. 5~6천 년 전에는 북두칠성과 북극성이 일치하여 북극성이 북두의 괴성(魁星) 중앙에 자리 잡았다. 때문에 그 시대의 북두성은 7성이 아니라 5성으로 인식되었다. 산동성 무씨사(武氏祠) 화상석을 보면 뇌신으로 형상화된 북극성이 제거(帝車)로 형상화된 괴(魁) 4성 안에 실려 있는 모습이 확인된다. 북두칠성의 변화에 대해서는 陸思賢ㆍ李迪, 『天文考古通論』 (北京: 紫禁城出版社, 2000), p.101 참조. 산동성 무씨사 화상석의 도상 분석에 대해서는 안동준, 앞의 책, pp.28-29 참조.

16) 가령 이능화는 고구려 사무(師巫)를 주(周) 태사(太師)나 만주(滿洲) 살만(薩滿, shaman)에 비교했고, 무(巫)를 뜻하는 차차웅(次次雄)이라는 신라의 왕호는 환웅(桓雄)에서 유래했다고 보았다. 관련 내용은 이능화, 『朝鮮巫俗考』, 서영대 역주 (파주: 창비, 2018(5쇄)), pp.85-86과 pp.93-94 참조.

17) 채찍은 샤먼에게 있어서 제사와 출정, 수렵과 먼 여행 등에 휴대하는 구마(驅魔) 기능을 가진 법기이다. 관련 내용은 富育光, 『薩滿論』 (瀋陽: 遼寧人民出版社, 2000), p.282 참조.

18) 안동준, 앞의 책, p.33.

19) “漢神雀三年壬戌歲, 天帝遣太子降遊扶余王古都, 號解慕漱. 從天而下, 乘五龍車, 從者百餘人, 皆騎白鵠. 彩雲浮於上, 音樂動雲中. 止熊心山, 經十餘日始下, 首戴烏羽之冠, 腰帶龍光之劒. (한 신작 3년 임술년에 천제가 태자를 보내어 부여왕의 옛도읍에 내려와 놀았는데 이름이 해모수였다. 하늘에서 내려오는데 오룡거 타고 따르는 사람 백여 인은 모두 흰 고니를 탔다. 채색구름은 위에 뜨고 음악 소리는 구름 속에서 울렸다. 웅심산에 머물렀다가 10여 일이 지나서 내려오는데 머리에는 오우관을 쓰고 허리에는 용광검을 찼다.)”

20) 富育光, 앞의 책, pp.238-252.

21) 정재서, 『한국 도교의 기원과 역사』 (서울: 이화여자대학교 출판부, 2006), pp.120-122.

22) 『사기(史記)』 「봉선서(封禪書)」 및 『한서(漢書)』 「교사지(郊祀志)」에 기록되어 있다.

23) 『전경』, 공사 1장 4절.

24) 『전경』, 행록 2장 12절.

25) 정재서는 승운가룡도가 『태평경』의 발생지인 요동 일대에 유행하던 해모수 신화를 바탕으로 성립되었을 가능성을 제시한 바 있다. 관련 내용은 정재서, 「고구려 고분벽화의 신화ㆍ도교적 제재에 대한 새로운 인식」, 『동양적인 것의 슬픔』 (서울: 살림, 1996), pp.140-144 참조.

26) 『전경』, 행록 3장 36절.

27) 같은 책, 행록 1장 26절.

28) 『夷堅丙志』 卷六, 「十字經」.

29) 『전경』, 행록 4장 15절, 행록 4장 27절, 행록 4장 31절 등.

30) 같은 책, 행록 4장 31절.

31) 같은 책, 행록 1장 1절.

32) 같은 책, 행록 1장 31절.

33) 같은 책, 행록 4장 12절.

34) 같은 책, 행록 1장 2~5절.

35) 강증산과 단학파의 친연성에 대해서는 정재서, 「강증산의 중국신화 수용과 그 의미」, 『대순사상논총』 25上 (2015), pp.5-6 참조.

36) 『史記』 「封禪書」에서 삼신산에 대해 ‘이르기 전에 멀리서 바라보면 마치 구름과 같다(未至, 望至如雲)’고 하였다.

37) 王瑤, 『中古文學史論』 (北京: 北京大學出版社, 1986), pp.153-155.

38) 정재서, 『한국 도교의 기원과 역사』, pp.126-127.

39) 정재서, 『동아시아 상상력과 민족 서사』 (서울: 이화여자대학교 출판부, 2014), pp.105-106.

40) 『전경』, 공사 1장 3절.

41) 같은 책, 공사 3장 4절.

42) 반존화적(反尊華的), 주체적 역사의식을 견지한 단학파는 중국 상고문화에 대한 인식에 있어 중원 중심의 체계적, 구조적 문화사관을 그대로 따르지 아니한다. 정재서는 단학파와 친연성이 있는 강증산이 중국의 정통 문화사관을 바탕으로 한 선양신화를 회의와 균열의 시각으로 바라보았음을 논의했다. 관련 내용은 정재서, 「강증산의 중국신화 수용과 그 의미」, pp.11-16 참조.

43) 고남식은 해원 사상을 논하면서 음양관계로 볼 때 양적 요소, 양적 계층과 대응돼 원을 갖고 있는 음적 요소, 음적 계층을 해원시켜야 상생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원리에 대해 논의했다. 그는 『전경』에 근거하여, 해원해야 할 음적 요소 및 음적 계층을 단주뿐 아니라 동학 신명, 중국, 김경흔, 도통하지 못한 도인, 진묵, 최익현, 박영효, 진시황, 종도 최운익, 일본, 역신, 땅, 선령신, 여인, 강증산과 유년 시절 같은 서당을 다니다 죽은 아이, 신농씨와 강태공, 무명 약소민족이었던 조선으로 보고 논의를 전개했다. 이러한 시각에 의하면 역사적으로 중원과의 대결 구도에서 발생했던 희생자, 패배자, 약자의 입장 또한 음적 요소 및 음적 계층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음양관계로 본 해원 공사에 대한 논의는 고남식, 「전경에 나타난 원의 양상과 해원」, 『대순사상논총』 4 (1998), pp.459-474 참조.

44) 『전경』, 행록 3장 8절.

45) 강증산의 일대기와 사상을 담은 영화 『화평의 길』 (1984)에서 고부화액을 당하는 내용 중 강증산은 고부 경무청 일경의 문초에 대해 “상도를 잃은 천지의 도수를 정리하고 신명을 조화하여 만고에 쌓인 원한을 풀고 해원상생의 도를 세워 후천선경을 열어 중생을 널리 건지려고 함이다”라고 답한다. 이 대사는 『전경』 공사 1장 2절의 내용으로, 그것이 영화에서 고부화액 상황의 대사로 설정된 것은 고부화액이 곧 해원 공사의 한 과정임을 말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강증산의 해원 사상에 대해 영화 <화평의 길>을 통해 분석한 논구는 안신, 「강증산의 해원사상에 대한 이해 – 영화 <화평의 길>(1984)을 중심으로」, 『대순사상논총』 23 (2014) 참조.

46) 가령 柳存仁(Liu Tsun-yan, Buddhist and Taoist Influences on Chinese Novels (Wiesbaden: Kommissionsverlag, O. Harrassowitz, 1962))이 천교와 절교를 도교의 두 가지 종파로 분석한 이래로, 胡文輝(「『封神演義』的闡敎和截敎考」, 『學術硏究』 (1990(2)))는 천교를 전진교(全眞敎)에, 절교를 정일교(正一敎)에 비유했고, 李建武(「再考『封神演義』的闡敎和截敎」, 『明淸小說硏究』 (2008(4)))는 천ㆍ절교를 모두 전진교와 정일교가 혼융된 도교로 보았다.

47) 관련 내용은 유수민, 「‘현대의 신화’ 창조 – 중국 애니메이션 <나타지마동강세(哪吒之魔童降世)>의 나타(哪吒) 캐릭터 스토리텔링에 대한 고찰」, 『중어중문학』 78 (2019), pp.258-260 참조.

48) 『전경』, 행록 2장 15절.

49) 같은 책, 공사 1장 3절.

50) 허신(何新)은 『한서(漢書)』 「교사지(郊祀志)」에서 ‘신명(神明)은 해이다’라고 한 장안(張晏)의 주를 인용하여, 신명은 곧 태양신의 존칭이나 찬양의 말이라고 논의했다. 관련 내용은 허신(何新), 『신의 기원』, 홍희 옮김 (서울: 동문선, 1999), p.42 참조.

51) 우실하는 ‘밝을 명(明)’ 자의 옛 글자인 ‘囧’자의 갑골문 형태는 ‘밝음의 신(明神)’, ‘천지신명(天地神明)’과 관련된 상징을 상형한 것이라고 논의했다. 관련 내용은 우실하, 「삼태극(三太極)/삼원태극(三元太極) 문양의 기원에 대하여」, 『정신문화연구』 29-2 (2006), p.214 참조.

52) 이재봉, 「『장자(莊子)』의 신명(神明)에 대한 고찰」, 『대동철학』 49 (2009), pp.144-145.

53) 정대진, 「신인조화의 이해」, 『대순사상논총』 3 (1997), pp.6-8.

54) 뤼시앙 레비브륄, 『원시인의 정신세계』, 김종우 옮김 (파주: 나남출판, 2011), pp.47-82의 내용 참조.

55)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상생의 가치 구현은 생태주의 세계관과 맞닿아 있다. 우리가 오늘날 맞닥뜨린 전지구적 환경문제는 바로 인간 중심적 사고에 의한 폐해이다. 증산 사상이 담고 있는 인간, 자연, 동물 간의 상생적 가치 구현에 대한 인식은 바로 미래사회의 생명 보존을 위한 중요한 열쇠가 된다. 생태주의와의 관련성을 포함한 상생의 사상적 본질에 대한 여러 논의에 대해서는 이경원, 「대순진리회의 ‘상생’ 이념에 관한 연구」, 『대순사상논총』 18 (2004) 참조.

56) 정재서는 도교의 발생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논했다. “도교의 발생 지역은 발해만(渤海灣) 일대의 동이계 신화 구역으로 추정되며 이러한 의미에서 한ㆍ중 양국은 그 기원을 공유하고 있다 하겠다. 왜냐하면 발해만 일대는 고대의 한국과 중국이 영토적, 문화적으로 경합했던 지역이기 때문이다.” 관련 내용은 정재서, 『한국 도교의 기원과 역사』, p.278 참조.

57) 우리나라의 『옥추경』 판본 상황 및 유전 과정에 대해서는 구중회, 『옥추경 연구』 (서울: 동문선, 2006), pp.85-110과 pp.146-169 참조.

58) 명대 홍치원년(弘治元年, 1488)에 주홍모(周洪謨)는 구천응원뇌성보화천존, 풍운과 뇌우의 신 외 몇몇 신들은 근거를 명확히 알 수 없으니 사전(祀典)에서 뺄 것을 주청하기도 했다. 관련 내용은 卿希泰, 『中國道敎史』 第3卷 (成都: 四川人民出版社, 1996), p.523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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