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논문

2022년 종교 교육과정: 종교인 만들기와 ‘유사종교’ 발명 교육

고병철 1 , *
Byoung-chul Ko 1 , *
Author Information & Copyright
1한국학중앙연구원 수석연구원
1Senior Researcher, The Academy of Korean Studies

© Copyright 2023, The Daesoon Academy of Sciences. This is an Open-Access article distributed under the terms of the Creative Commons Attribution Non-Commercial License (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nc/3.0/) which permits unrestricted non-commercial use, distribution, and reproduction in any medium, provided the original work is properly cited.

Received: Jun 28, 2023; Revised: Aug 29, 2023; Accepted: Sep 15, 2023

Published Online: Sep 30, 2023

국문요약

이 글의 목적은 2022년 종교 교육과정의 형태와 내용을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데에 있다. 성찰의 관점은 종교 교육과정이 국가교육과정인 이상 모든 고등학생에게 적용될 수 있어야 하고, 공유될 수 있어야 하며, 종교 범주를 활용한 성찰의 장(場)으로 기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목적을 위해 제2장에서는 2022년 종교 교육과정의 형태와 내용을 고찰하였다. 형태상으로는 종래 교육과정과 유사하다는 점과 함께, 특히 종교 과목을 ‘진로선택’에 배치한 근거가 약하다고 지적하였다. 내용상 특징으로는 ‘종교인 만들기’라는 지향성과 ‘유사종교’론을 지적하였다.

제3장에서는 내용상 특징 가운데 ‘종교적 성찰을 통한 종교인 만들기’라는 지향성을 고찰하였다. 그리고 종교인 만들기라는 지향성을 위해, 기존 교육과정의 핵심인 ‘메타 인지적 기술로서의 성찰’ 개념을 ‘종교적 성찰’로 변형시키고 영성과 종교성 개념을 추가했다는 점 등을 지적하였다.

제4장에서는 내용상 특징 가운데 ‘종교와 유사종교’의 이분법을 고찰하였다. 이 부분에서는 ‘유사종교’ 개념이 조선총독부의 행정 용어(‘종교유사의 단체’)에 ‘해롭다는 인식’이 결합된 것이라는 점을 밝혔다. 또한 학교교육에서 ‘유사종교’를 판별하려는 것이 종교에 대한 조선총독부의 태도를 재생하는 것이고, 교사에게 종교와 유사종교를 판별하는 ‘자의적’ 기준을 만들어 끊임없이 유사종교를 ‘발명’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결과적으로, 2022년 종교 교육과정이 ‘종교적 성찰을 통해 종교인을 만들면서 유사종교를 발명하려는 교육과정’이라면, 종교 과목은 ‘종교를 위한 과목’이라는 시선에서 벗어나기 어렵게 된다. 게다가 이러한 시선이 정당성을 얻게 된다면 향후 사회적 논제는 종교 교육과정이 국가교육과정에 존재해야 하는지의 여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Abstract

The purpose of this article is to critically reflect on the 2022 national curriculum on religions. The perspective of this reflection is that since the religious curriculum is meant to be a national curriculum, it should be applicable to all high school students, be shareable, and function as a place for meta-reflection regarding the proper use of the category of religion.

For this purpose, I reviewed the form and content of the 2022 curriculum on religions in Section 2. The form of the 2022 curriculum on religions looks similar to the previously utilized curriculum. However, the main change is that the subject of religions was arbitrarily placed into the category of ‘subjects for choosing a career.’ And the 2022 curriculum on religions has two characteristics in terms of content: the orientation of ‘making religious people (spiritual formation)’ and the reemergence of the concept of ‘pseudo-religion.’

In Section 3, I delved into the orientation of ‘making religious people through religious reflection’ among the characteristics of the 2022 curriculum on religions. In this process, I discovered that the concept of ‘reflection as a metacognitive technology,’ which was the core of the prior curriculum and school education, was transformed into the concept of ‘religious reflection,’ and the concepts of spirituality and religiosity were also added.

In Section 4, I delved into the dichotomy of ‘religion and pseudo-religion.’ ‘Pseudo-religion’ is a new focus in the 2022 curriculum on religions. In this process, I revealed that the concept of ‘pseudo-religion’ is a combination of an outdated administrative term of the Japanese Government-General of Korea during Japan’s occupation of Korea, and as such, the term is inherently value-laden and harmful. I also revealed that determining ‘pseudo-religion’ in school education regenerates the colonial Japanese Government-General’s biased attitudes toward Korean religions and forces teachers to ‘invent’ (detect or personally appraise) modern day pseudo-religions through arbitrary judgements.

The ‘curriculum to emphasize religious reflection and detect pseudo-religions in order to create religious people’ can distort the subject of religion in the national curriculum as into a ‘subject for religion (promotion or degradation).’ If this distortion continues, the appropriateness of curriculum on religions existing within the national curriculum will eventually become a subject of debate.

Keywords: 국가교육과정; 2022년 종교 교육과정; 진로선택; 종교인 만들기; 영성과 종교성; ‘유사종교’ 발명
Keywords: National Curriculum; 2022 Curriculum on religions; Career Electives; Making a Religious Person; Spirituality and Religiosity; the ‘Invention’ of Pseudo-Religion

Ⅰ. 들어가면서

2022년 12월, 현 정부 출범 7개월 만에 교육부가 2022 개정 교육과정(이하 2022년 교육과정)을 고시한다. 이 교육과정은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공통 교육과정’, 고등학교에서 ‘학점 기반 선택 중심 교육과정’으로 편성·운영되고, 2024년부터 초등학교 1·2학년, 2025년부터 2027년까지 중·고등학교 1~3학년에 순차적으로 적용된다.1) 이에 따라 2022년 종교 교육과정도 2025년부터 고등학교에 순차적으로 적용된다.

2022년 교육과정은 ‘교과 중심’의 대안으로 등장한 2015년 ‘역량 중심 교육과정’을 계승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이 교육과정의 성격은 종래 ‘학습자의 자율성과 창의성 신장’에 “자신의 삶과 학습을 스스로 이끌어가는 주도성”을 추가한 ‘학생 중심 교육과정’이다. 그리고 추구하는 인간상과 핵심역량의 내용은 종래의 ‘자주적’과 ‘의사소통 역량’이라는 표현이 각각 ‘자기주도적인’과 ‘협력적 소통 역량’으로 바뀐 정도이다.2)

이러한 역량 중심 교육과정은 OECD가 주도한 ‘데세코(DeSeCo; Defining and Selecting Key Competencies, 1997-2003)’와 그 추가 버전인 ‘Education 2030(2015)’ 프로젝트의 역량(competency)과 성찰 개념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데세코에는 세계의 특징을 ‘변화·복잡성·상호의존성으로 규정하고 이 세계에서 개인·사회의 성공을 위해 개인적·제도적 역량 및 응용이 필요’하다는 입장, 여러 능력을 맥락에 맞게 조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 그리고 핵심역량의 중심이 ‘성찰적 사유와 행위’에 있다는 주장이 담겨 있다.3)

‘Education 2030’ 프로젝트는 교육 목표가 삶의 질과 관련된 웰빙(well-being)을 위해 ‘직업 준비 수준을 넘어서야’ 하고, 학생이 변화 주도자(change agents)가 되어야 하며, 학습자가 삶을 구현하고 타인의 삶에 기여하도록 교육이 주도성·목적의식·역량을 갖추게 할 수 있다는 입장에서 학습자 주도성(learner agency, 행위주체성)과 그에 따른 변혁적 역량(transformative competencies)을 핵심역량에 추가하고 있다. 여기서 주도성은 ‘세계에 참여해 사람·사건·상황에 더 나은 영향을 미칠 책임감’을, 변혁적 역량은 ‘새로운 가치 창출, 긴장과 딜레마 조정, 책임감 갖기’를 포괄하는 개념이며,4) 학생이 자기 삶과 주변 세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능력과 의지를 갖고 있다는 신념을 전제한다.5)

이러한 배경에서 보면, 2022년 교육과정은 역량기반교육(Competency-Based Education, CBE)을 추구한다. 이 교육은 ‘맥락·상황이 복잡하고 불확실하다는 전제와 학생이 지식의 수동적 흡수자가 아니라는 인식’을 전제로, ‘스스로 주도하고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역량’을 추구하면서, 학교교육의 중심을 ‘무엇을 아는가’에서 ‘할 수 있는가’로 옮긴다.6) 이것은 학생 주도성(student agency)이라는 표현처럼, 학생이 에이전시(agency), 즉 ‘불확실한 상황·맥락에서 적절한 지식을 선택·활용하고 책임질 수 있는 주체적 행위능력을 가진 행위자(agent)’이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 글의 주제는 2022년 교육과정에 포함된 종교 교육과정이다. 2022년 교육과정이 2015년 교육과정과 역량 및 성찰 개념을 공유하는 데에 비해, 2022년 종교 교육과정이 2015년 종교 교육과정과 다른 방향을 내세웠다는 데에서 이 주제가 주목을 끈다. 2022년 종교 교육과정에 대해서는 한국종교교육학회가 2023년 4월 춘계학술대회(공동 주최, 주제: ‘삶과 종교’ - 종교교육의 사회적 역할)에서 처음 다룬 바 있다. 다만 당시 천주교·불교·개신교 발표자들은 2015년과 2022년 교육과정의 배경이 유사해서 ‘역량’뿐 아니라 ‘성찰’ 개념을 공유한다는 점을 간과한다. 게다가 2015년 종교 교육과정의 핵심이 ‘성찰’이 아니라 ‘객관적 지식 위주의 종교교육’인 것처럼 왜곡하면서, ‘[유사종교가 아닌] 종교로부터의 배움’을 지향한 2022년 종교 교육과정을 긍정하기도 한다.7) 이런 맥락에서 2022년 종교 교육과정의 내용은, 2022년 교육과정의 폐지나 개정이 결정되는 2027년 전후에 기존 교육과정처럼 비판받을 수 있겠지만, 엄밀히 검토될 필요가 있다.

이 글의 목적은 2022년 종교 교육과정의 형태와 내용의 특징을 파악하고 그 특징을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데에 있다. 비판적 성찰의 지점은 ‘종교적 성찰’론과 ‘유사종교’론이다. 이 글의 관점은 종교 교육과정이 국가교육과정인 이상 모든 고등학생에게 적용될 수 있어야 하고, 공유할 수 있는 내용이어야 하며, 종교 범주를 활용한 성찰의 장(場)으로 기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글의 관점을 구체화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모든 학생에게 적용될 수 있어야 한다는 부분은 종교 교육과정이 국가교육과정의 하나라는 점에 토대를 두고 있다. 실제로 국가교육과정은 법제상 <유아교육법>과 <초·중등교육법>에 따라 유치원과 초·중(고등공민)·고등(고등기술) 및 특수·각종학교에서 운영되는 교육과정이다.8) 둘째, 공유할 수 있는 내용이어야 한다는 부분은 종교 교육과정이 모든 학생에게 적용되려면 내용의 편협성이나 혼란이 적어야 한다는 점에 토대를 두고 있다. 셋째, 종교 교육과정이 종교 범주를 활용한 성찰의 장으로 기능해야 한다는 부분은 종교를 인식 범주이자 개념으로 접근할 필요성에 토대를 두고 있다. 종교 범주와 개념은 학습자가 종교 관련 교육 내용을 대상화하고 그 배경과 의도 등을 성찰하는 데에 유용하기 때문이다.

이 글은 목적과 관점에 따라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첫 번째는 2022년 종교 교육과정의 형태와 내용상 특징을 살피는 부분이다. 두 번째와 세 번째는 내용상 특징 가운데 각각 ‘종교적 성찰’ 및 ‘종교인 만들기’라는 지향성과 ‘유사종교’론을 살피는 부분이다. 2022년 7월부터 국가교육과정의 수립 주체가 된 ‘국가교육위원회’ 차원에서 향후 변화를 모색할 때 이 글이 다소라도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Ⅱ. 종교 교육과정의 형태와 내용

첫 번째로 다룰 부분은 2022년 종교 교육과정의 형태와 내용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종교 교육과정이 고등학교 교육과정의 일환이기에 고등학교 교육과정의 틀에서 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고등학교 교육과정의 변화는 2015년 교육과정(‘종래 교육과정’)을 참조할 때 드러날 수 있다.

2022년 교육과정 문서체제는 ‘종래 교육과정’의 ‘성격, 목표, 내용 체계, 성취기준, 교수·학습, 평가’ 등의 항목을 유지하면서, ‘성격’ 앞에 ‘교육과정 설계의 개요’ 부분을 추가한다.9) 그 외에 교과 편성, 교과의 구분, 보통교과의 구분, 교양 과목의 배치 등의 틀은 ‘종래 교육과정’의 경우와 유사하다. 다만 그 세부적인 내용에서 양자 사이에 차이가 있다.

구체적으로, 2022년 고등학교 교육과정은 ‘종래 교육과정’과 유사하게 ‘교과(군)와 창의적 체험활동(이후, 창체)’으로 편성된다. 교과는 모든 고등학교에 적용되는 ‘보통교과’와 특성화 및 산업수요맞춤형 고등학교에만 적용되는 ‘전문교과’로 구분된다. 보통교과[10개 교과(군)]는 ‘공통과목과 선택과목’으로 구성된다. 교양 과목(10개)은 모두 선택과목에 배치되어 있다.

다만, 2015년 교육과정에 비해 교과(군)의 총이수학점 축소, 창체 내의 ‘봉사활동’ 삭제, 보통교과의 기본 학점 축소 등 여러 차이도 있다. 이 가운데 종교 교육과정과 관련된 부분은 선택과목의 기본 학점을 정할 때 체육·예술·교양과 그 외 과목을 다르게 만든 부분, 교양 과목(총10개) 중 ‘보건, 진로와 직업, 논술’을 제외한 7개 과목명을 바꾸었다는 점, 교양 과목을 ‘일반선택’에서 ‘일반-진로-융합선택’으로 분산 배치했다는 점 등이다.10)

종교 교육과정에서 형태상 특징은 ‘종교 과목 배치와 학점, 교과영역의 수와 내용체계, 종교 관련 지침’ 부분에서 볼 수 있다. 첫째, 종교 교과(‘생활과 종교’)는 ‘진로선택’에 속해 있고, ‘기술~교양’ 교과(군)의 필수이수학점(일반 고교 16학점, 특수목적 고교 12학점 이상)을 고려해 ‘최소 2학점~최대 4학점’으로 개설될 수 있다. 그에 비해 ‘종래 교육과정’에서는 종교 교과(‘종교학’)가 ‘일반선택’에 속해 있고, ‘선택과목의 기본 5단위, 교양 교과의 증감 3단위 내’로 개설될 수 있고, ‘기술~교양’ 교과(군)의 필수이수학점을 고려해 ‘최소 2단위~최대 8단위’로 설정된다.

둘째, 종교 교과의 영역 수는 4개(‘인간과 종교, 다양한 종교에 대한 이해, 종교 문화유산, 변화하는 사회와 종교’)로, 총 10개 핵심 아이디어, 34개 범주(‘지식·이해’ 12개), 14개 성취기준으로 구성되어 있다. 영역 수는 ‘종래 교육과정’의 6개 영역 중에서 Ⅱ장(종교의 구성)과 Ⅲ장(종교의 세계관)이 통합되고(‘다양한 종교에 대한 이해’), Ⅵ장(개별 종교들의 이해)이 삭제된 결과이고, 핵심 아이디어는 종래 ‘핵심 개념’이나 ‘일반화된 지식’을 변형한 것이다. 성취기준 수는 종래 41개에서 14개가 되어 학습 성취량이 준 것이다. 성취기준의 진술 방식은 종래 ‘내용요소[=지식·이해] +기능[=과정·기능]’에 ‘가치·태도’가 추가되어 있다.11)

셋째, 종교 과목에 관한 두 개 지침은 ‘종래 교육과정’과 동일하다. 그 내용은 ‘종교에 관한 고정 관념이나 편견을 가지지 않게 지도한다’는 것과 ‘복수 과목을 편성해 종교 과목을 개설하되 학교 선택권에 따라 단수 개설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두 개의 지침은 교육과정 ‘설계·운영의 방향과 일반 원칙’ 중 ‘교육기회 제공’ 부분에 실려 있어서,12) 학습자에게 공정한 교육기회를 제공하려는 취지를 담고 있다. 그렇지만 ‘복수 과목 개설’ 지침은 종교 교과에 국한되고 있어서, 교양 과목 간 개설 조건의 형평성과 종교 과목에 대한 이중적 시선의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이상의 내용 가운데 종교 과목을 ‘진로선택’에 배치한 부분은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 이 부분은, 진로선택에 배치된 다른 과목도 제기할 질문이겠지만, 교육부·한국교육과정평가원 측이 ‘종교로부터 배움’을 지향하는 2022년 종교 교육과정에서 종교교육을 통한 진로를 무엇으로 상상했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한다. 언뜻, 보통교과(‘공통[5개] +선택’) 중에서 선택과목을 ‘일반-진로-융합’으로 분류하다보니 교양 교과(군)도 ‘기계적으로’ 분류한 결과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렇지만 이런 배치는 교육 목표가 ‘직업 준비 수준을 넘어서야’ 한다는 ‘Education 2030’의 지적과 어울리지 않는다. 또한 기존 세계에 적응시키는 직업교육(general education)이 아니라 기존 세계에서 자유로움을 경험하는 자유교육(liberal education)이라는 교양교육의 의미를 퇴색시킨다.

게다가 국가교육과정이 ‘종교인 만들기’와 관련된 진로를 지향하는 것이라면 헌법상 정교분리 원칙이나 교육법상 국·공립학교의 특정 종교를 위한 교육 금지 원칙을 고려할 때 국가 스스로 원칙을 무너뜨린 것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또한 이력서에서 ‘종교란’이 차별 항목으로 인식되어 삭제되는 사회적 추세와 맞지 않는다는 비판에도 직면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국가인권위원회는 2002년에 50명 이상 채용 업체(민간대기업 34/공기업 4)에 대한 채용차별 실태조사를 하면서 입사지원서의 ‘삭제 대상 항목’에 ‘종교 기재란’을 포함한 바 있다.13)

그런데 종교 과목의 ‘진로선택’ 배치를 옹호하는 입장도 있다. 이 입장에서는 ‘진로선택’의 의미를 ‘자신의 삶과 세상에 대해 탐구하는 것’이라는 식으로 포괄적으로 이해하면 이상하지 않다는 논리를 전개한다.14) 그렇지만 이러한 ‘진로선택’의 포괄적 이해론이 정당하다면 이 논리는 종교 교과뿐 아니라 진로선택에 배치되지 않은 다른 교과나 대부분의 교양 교과에도 적용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자기 합리화 또는 견강부회(牽强附會)식 주장에 지나지 않는다.

종교 교육과정의 내용상 특징으로는 우선, ‘종교인 만들기’라는 지향성을 들 수 있다. 이 지향성은 ‘종교로부터, 종교적 지혜로부터, 종교적 관점에서, 종교적 차원에서, 종교적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종교 전통으로부터, 종교적 성찰을 통해, 종교적 통찰과 지혜를 적용하여, 종교로부터 익힌 통찰과 지혜를 활용하여’ 등의 여러 표현에서 유추할 수 있다. 자세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15)

[교육과정 설계의 개요] “종교로부터 얻은 삶의 지혜를 통해 학습자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 종교적 지혜로부터 추출한 ‘변화하는 사회와 종교’라는 영역을 … .”

[성격] “종교적 관점에서는 인간의 영성적 차원도 교육에서 고려되어야 할 중요한 부분으로 간주한다. … 이 과목에서는 학습자가 경험하는 일상의 삶과 생활의 주제들을 학습의 주제와 관련하여 다룸으로써 종교적 차원에서 삶과 사회 현상들을 바라보고, 삶의 의미에 대해 성찰하고, 개인과 사회 공동체 모두에게 선이 되는 종교적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실천적인 학습 경험을 포함한다. 이를 통해 종교 전통으로부터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할 수 있는 지식과 의지 그리고 실천력을 기르고, 종교적 지식과 가치를 통합할 수 있는 융합적 사고력을 익히게 될 것이다. … 학습자는 질문에 대한 종교적 성찰을 통해 자신의 삶과 생활, 사회에 대한 이해의 폭을 심화하고, 변화하는 사회에서 지혜로운 시민으로서 삶의 태도를 기르게 될 것이다.”

[목표] “종교가 인간 삶에 미치는 영향과 역할을 이해하고, 다양한 종교의 전통을 이해하고 분석하며 성찰하는 데 있다. 이를 통해 학습자들은 다종교 사회에서 종교적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태도를 기르며, 삶의 문제에 대해 종교적 통찰과 지혜를 적용하여 실천할 수 있다. 또한 다양한 종교 문화유산에 대한 융합적 접근의 탐구를 통해 융합적 사고력과 창의력을 기르고, 종교로부터 익힌 통찰과 지혜를 활용하여 현대 사회의 주요 이슈와 미래 사회의 변화에 학습자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대응하는 세계시민으로서 살아갈 수 있는 역량을 기른다.”

종교 교육과정의 세부 목표(4개) 진술문에도 ‘종교인 만들기’를 지향하는 표현이 있다. 구체적으로, 목표 진술문에는 ‘개인의 삶과 사회의 문제를 종교적으로 성찰한다’, ‘일상의 삶과 사회 변화에 도움이 되는 종교적 통찰과 지혜를 발견하고 익힌다’, ‘생활과 문화유산 안에 남겨진 종교적 특성과 종교적 아름다움을 발견·분석하고’, ‘종교로부터 배운 지혜를 개인의 삶과 사회 변화를 위한 실천에 적용하고’라는 표현이 들어 있다. 이 표현들은 2022년 종교 교육과정이 ‘종교인의 자리에서 개발된 것’임을 시사한다.

다음으로, 종교 교육과정의 내용상 특징으로 ‘유사종교’론을 지적할 수 있다. 2022년 종교 교육과정은 ‘유사종교’를 명시해서 ‘종교-유사종교의 구도’에 따른 교육을 지향하고 있다. 이러한 지향성은 누군가가 믿거나 생각하는 ‘종교’를 모종의 ‘선’으로 보고 그것으로부터 배워야 한다는 의도를 내재한다는 점에서 ‘종교인 만들기’라는 지향성과 연결되어 있다. 그렇다면 유사종교론도 2022년 종교 교육과정이 ‘종교인의 자리에서 개발된 것’임을 시사한다.

Ⅲ. ‘종교적 성찰’과 종교인 만들기

두 번째로 다룰 부분은 내용상 특징 가운데 ‘종교인 만들기’라는 지향성이다. 이 지향성과 관련해 주목할 부분은 ‘성찰’ 개념이다. 앞서 서술한 것처럼, 2022년 교육과정의 배경인 데세코와 ‘Education 2030’ 프로젝트는 핵심역량을 제안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성찰(reflectiveness)’과 연관시키고 있다. 그런데 2022년 종교 교육과정에서 ‘종교인 만들기’라는 지향성은 ‘성찰’ 개념을 특수하게 변형시키고 있다. 그렇다면 데세코와 ‘Education 2030’, 그리고 2022년 종교 교육과정에서 말하는 성찰 개념과 그 차이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데세코에서는 ‘성찰적 사유와 행위(to think and act reflectively)가 핵심역량의 중심(the heart of key competencies)’이라고 보고 있다. 성찰적 사유는 생각·흡수·연관·변형·적응 등의 복합적인 정신적 과정, 그리고 사유 주체까지도 대상화하는 과정을 거쳐 실천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성찰은 ‘사유에 관한 사유(thinking about thinking)라는 메타인지 기술(metacognitive skills), 창의적 능력과 비판적 입장의 활용’ 등을 필요로 하고, 개인에게 사회적 압력으로부터 거리를 두고, 다른 관점을 취하고, 독립적 판단을 하고, 자기 행동에 책임을 지는 사회적 성숙 수준에 도달할 것을 요구한다.16)

‘Education 2030’에서는 학생 주도성과 변혁적 역량을 추가하면서 역시 성찰(reflection)을 중시한다. 학생 주도성은 ‘변화를 위한 목표 설정, 성찰, 책임 있는 행동’과 관련된 능력으로 규정된다. 변혁적 역량에서는 ‘성찰·예측·행동을 하나의 과정으로 하는 지식·기술·태도·가치의 운용’을 강조한다. 여기서 ‘성찰·예측·행동 과정’은 이미 알려지거나 전제된 것에서 물러나 다른 관점에서 보면서 비판적 입장을 취할 수 있는 성찰적 실천(reflective practice)에서 시작해, 미래의 필요성이나 현재 행동의 결과를 예견하기 위한 분석적·비판적 사유와 같은 인지적 기술을 활용하는 예측을 거쳐, ‘책임 있는 행동’이 가능하다는 ‘연속된 과정’을 의미한다.17)

또한 ‘Education 2030’은 질 높은 학습 시간으로 전환하는 것 등의 공통 과제들과 이 과제들에 대응하기 위한 교육과정과 교육 시스템의 설계 원칙(design principles)을 제시할 때에도 ‘성찰’을 강조한다. 그에 따르면, 교육과정은 ‘학생이 이전에 가진 지식·기술·태도·가치를 인식하도록 설계해야’ 하고, 주제는 학문분야 논리에 대한 성찰을 포함해 깊은 성찰이 가능한 것으로 선정해야 한다.18)

그렇다면 이런 성찰 개념은 국가교육과정에서 어떻게 반영되고 있을까? 우선, 2015년 교육과정의 경우에는 교육과정 구성의 중점과 평가 부분에 데세코와 유사한 성찰 개념을 사용하고 있다. 학습과정을 중시하는 평가를 강화하고, 평가 결과에 대한 정보 제공과 추수 지도를 통해 ‘자신의 학습을 지속적으로 성찰하고 개선’하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이다.19) 다음으로, 2015년 종교 교육과정에서는 “종교와 연관된 지식, 경험, 생활 등에 관해 스스로 성찰할 수 있는 안목과 태도”가 “종교에 관한 인지적 능력과 정의적 능력뿐 아니라 자발적인 실천 능력으로” 이어진다고 보고, 핵심역량에 ‘비판적 성찰 능력’과 함께 다종교·다문화 사회에서 종교와 관련된 가치를 성찰할 수 있는 ‘다문화감수성’을 포함하는 방식으로 반영되고 있다.20)

그런데 2022년 교육과정의 경우에는 총론과 종교 교육과정에 나타난 성찰 개념이 다르다. 총론의 경우에는 ‘교육과정 구성의 중점, 핵심역량, 고등학교 교육 목표, 평가’ 등에서 ‘학습이나 삶[의미·가치]에 대한 성찰’을 요청하고 있어서,21) 2015년 교육과정에 비해 성찰의 범위가 좀 더 넓게 나타난다. 그에 비해 종교 교육과정에서는 성찰 개념이, 비록 종교의 대상화 부분도 있지만, 대체로 ‘종교적 성찰’로 변형되어 있다. 이 ‘종교적 성찰’ 개념은 ‘종교인의 자리를 전제하는 것’이기 때문에 메타 인지적 기술이 갖는 개념적 지향성과 다른 것이다.

구체적으로, 종교 교육과정의 성찰 관련 내용을 보면, 성격 부분에 “종교적 차원에서 삶과 사회 현상들을 바라보고, 삶의 의미에 대해 성찰하고”와 ‘질문에 대한 종교적 성찰을 통해’라는 표현이 있다. 목표 부분에는 “다양한 종교의 전통을 이해하고 분석하며 성찰하는 데 있다.”는 표현과 ‘개인의 삶과 사회의 문제를 종교적으로 성찰한다.’는 표현이 병존한다. 성취기준 부분을 보면, 제1영역(‘인간과 종교’)에 “궁극적 질문에 대해 종교적으로 성찰”, “삶과 연결된 고민을 종교적인 관점으로 성찰하고 해석” 등의 표현, 제3영역(‘종교 문화유산’)에 “삶의 과정을 통과 의례를 중심으로 성찰”, “통과 의례를 설정하고 이를 중심으로 종교적 삶의 모습을 성찰” 등의 표현, 제4영역(‘변화하는 사회와 종교’)에 “인간의 삶에 대한 종교적 성찰과 비종교적 성찰의 차이를 구분”, “학습자 스스로 무엇을 배우고 느꼈는지에 대한 성찰” 등의 표현이 있다. 교수·학습 부분에는 “사건과 현상에 대해 종교적 성찰”, “삶의 경험에 대해 종교적 관점에서 성찰” 등의 표현이 있다. 그리고 평가 부분에는 “학습자 스스로 배움의 과정에 대해 성찰”한다는 표현이 있다.

이러한 ‘종교적 성찰’ 개념은 종교인에게 좀 더 ‘종교적으로 사유’하고, 비종교인에게 ‘종교인 또는 신앙인이 되도록 요구’하는 것으로, 데세코와 ‘Education 2030’의 성찰(reflection; reflexivity) 개념을 축소 또는 변형시킨 것으로, 2022년 교육과정이 추구한 성찰 개념과도 다르다. 여기서 축소는 ‘종교적 성찰’을 강조하다보면 비종교인 학생이 성찰의 주체에서 배제된다는 것을, 변형은 ‘종교에 대한 메타 인지적 기술로서의 성찰’이 ‘종교적 성찰’로 전환되면서 개인과 사회로부터 형성되는 종속변수로서의 종교적 측면이 성찰 대상에서 배제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지만 ‘종교[전통]에 대한 성찰’과 ‘종교적 성찰’은, 물론 진자운동처럼 양끝을 넘나들 수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외부자 관점과 내부자 관점의 차이처럼 이질적이다. 그리고 ‘종교적 성찰’이라는 지점에 이르면, ‘비종교인 학생은 학교교육에서 본인이 원하지 않는 종교적 성찰을 해야 하는 이유나 종교로부터 지혜를 배워야 하는 이유’를 묻게 된다. 이에 대한 설득 없이 ‘종교적 성찰’이 강조되는 한, 비종교인 학생이 종교교육에서 배제되거나, 일반학교가 종교 교과 편성을 꺼리거나, 교육부가 종교 교과를 ‘특정 종교를 위한 교과’로 인식하는 현상 등은 지속될 것이다.

한편, ‘종교인 만들기’라는 지향성과 관련해, 종교 교육과정에 담긴 ‘영성’과 ‘종교성’이라는 표현, 과목 명칭의 변화 등에도 주목할 수 있다. 우선, 종교 교육과정의 성격, 내용체계, 성취기준에는 ‘영성적 차원’, ‘종교성과 영성’이라는 표현이 있다. 여기서 영성적 차원은 ‘종교적 관점에서 교육을 볼 때 고려되어야 할 부분’으로 간주되고 있어, ‘종교적 성찰’ 개념과 마찬가지로 ‘종교인 만들기’라는 지향성에서 자유롭지 않다. 물론 영성이 기독교 중심의 용어라거나 종교성과 어떤 관계에 있는지가 명확하지 않다는 비판도 가능할 것이다.

다음으로, 과목명이 ‘삶과 종교’로 바뀐 부분에 대해서는 기존의 ‘종교학’ 교과를 ‘삶’과 관련된 교육과정으로 바꿔야 한다는 현장의 의견이 반영된 것이라는 주장이 있다.22) 이 주장을 학생에게 친근하도록 ‘학문 명칭’을 피한 것이라거나 ‘역량 중심 교육과정’에서 ‘삶’에 대한 강조를 반영한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물론 교양 교과 전체를 보면, 과목명이 유지된 경우(‘논술, 보건, 진로와 직업’), ‘인간’이 추가된 경우(‘인간과 경제활동[←실용 경제], 인간과 심리[←심리학], 인간과 철학[←철학]’), 그리고 ‘교육의 이해(←교육학), 논리와 사고(←논리학), 생태와 환경(←환경), 삶과 종교(←종교학)’ 등처럼 형태가 다른 경우들이 혼재해 있어, 과목명의 변경 기준이 다르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고 해도, 유독 종교 교과에만 ‘삶’을 추가한 기준이나 배경은, 교육부가 과목명 변경 사유를 공개하지 않는 한, 여전히 모호하다.

주목할 부분은 과목명 변경(‘삶과 종교’)이 발생시킬 수 있는 효과이다. ‘명칭 변경이 정체성의 변화’라는 입장을 가진 측에서는 ‘종교에 관한 교육’에서 ‘종교교육 또는 종교적 교육’으로 바뀐 것이라고 인식하듯이,23) ‘삶과 종교’라는 과목명은 ‘삶에서 종교가 중요하다’거나 ‘모종의 종교가 선’이라는 인식을 만들어낼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인식을 당연시하는 연구자들은 대체로 특정 신앙이나 영성을 지향하는 교육과정을 지향한다. 그렇지만 이런 인식은 삶과 종교의 연관성을 다르게 해석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보편적이지 않다. 오히려 이러한 종교적 인식이 국가교육과정에 반영된다면 종립학교 이외의 학교들이 종교 교과 편성을 꺼려 국가교육과정이 모든 학생에게 적용될 가능성을 잃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Ⅳ. ‘유사종교’ 발명과 종교 편견

세 번째로 다룰 부분은 종교 교육과정의 내용 가운데 ‘유사종교’론이다. ‘유사종교’라는 표현은 ‘교육과정 설계의 개요, 제4영역[변화하는 사회와 종교]의 내용체계·성취기준, 교수·학습의 방향’ 부분에 들어 있다. 구체적으로, ‘교육과정 설계의 개요’에 “종교와 유사 종교를 비교하여 구별하고, … 종교적인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할 수 있도록 설계하였다.”는 내용, 제4영역의 내용 체계에 “종교와 유사 종교 비교·분석하기”, ‘성취기준’에 “종교와 유사 종교를 구분할 수 있는 관점”, ‘성취기준 해설’에 “종교와 유사 종교를 구별” 등의 표현이 있다. 그리고 ‘교수·학습의 방향’에 “종교적 가치와 유사 종교의 비종교적 측면을 구분할 수 있도록 학습 경험을 구성”한다는 표현이 있다.24)

그런데 ‘유사종교의 비종교적 측면’, ‘종교적이지 않은 것’ 등의 의미가 명확하지 않더라도,25) ‘유사종교’라는 용어가 국가교육과정에 명시된 것은 처음이다. 이와 관련해, 2012년 종교 교육과정이 ‘무속 신앙을 미신으로 여기거나 신종교를 이상한 종교로 여기는 편협한 부정적 인식을 교정’해야 한다는 맥락에서,26) 2015년 종교 교육과정이 ‘종교를 사이비 종교와 그렇지 않은 종교로 구분하는 통념이 종교의 자유를 위축’시킨다는 맥락에서27) 각각 ‘미신’과 ‘사이비종교’라는 용어를 사용한 바 있지만, 그 맥락은 ‘미신’과 ‘사이비종교’에 대한 인식의 성찰이다. 그에 비해 2022년 종교 교육과정은 ‘유사종교’를 종교와 다른 것으로 본질화하고 만들어내려고 한다.

일반적으로 ‘유사종교’ 개념은 두 가지 맥락에서 사용된다. 어떤 경우에는 ‘종교’를 정의하면서 스포츠, 연예인, 주의(isms: 공산주의, 민족주의 등)가 붙는 정치적·철학적 시스템, 남방불교 같은 무신론 시스템(atheistic or nontheistic system) 등의 ‘주변 현상’들을 묶기 위해 유사종교라는 용어를 사용한다.28) 여기서 유사종교는 스스로 종교정체성을 내세우지 않는 경우를 이해하기 위한 범주적 장치이다. 다른 경우에는 종교정체성을 내세운 단체에 ‘진짜와 가짜’의 이분법을 적용하면서 유사종교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여기서 유사종교는 ‘표면적으로 종교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종교가 아니’라고 공격하기 위한 장치로 기능한다.

그런데 보편교육을 지향하는 학교교육에서는 두 경우 모두 문제를 발생시킨다. 우선, 유사종교가 ‘릴리젼(religions)과 쿼시릴리젼(quasi- religions) 구도’에서 사용된다면 종교정체성의 유무를 판단할 보편적 기준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기준을 설정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게다가, 비록 니니안 스마트가 민족주의 등 세속적 이념을 세계관 분석의 대상으로 삼은 바 있지만,29) 두 범주의 간극이 벌어질수록 ‘종교적인 것’을 통해 ‘주변 현상’을 이해하는 작업은 어렵게 된다. 다음으로, 종교정체성을 내세운 단체에 ‘진짜와 가짜’의 이분법을 적용해 유사종교로 규정하는 경우에는 국가적 차원의 문제도 발생한다. 정교분리원칙을 가진 국가가 학교라는 공적 공간에서 ‘진짜와 가짜 종교단체를 구별하는 교육’을 허용한다는 것은 종교 영역에 개입해 그 자유를 억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진짜와 가짜’의 이분법이 가치평가와 결합해 ‘릴리젼(religions)과 슈도릴리젼(pseudo-religions, 사이비종교)’의 구도로 전환된다면 사회문제로 부각될 수도 있다.

이처럼 학교교육에서 ‘종교와 유사종교’ 판별 교육이 문제가 된다면, 국가교육과정에 유사종교 개념이 왜 들어 있고 어떤 내용인지를 물을 수밖에 없다. 물론 ‘유사종교’의 판별 기준이 ‘종교’라면 종교 개념의 내용에 대해서도 다시 물어야 한다. 그렇지만 종교 교육과정에서는 ‘유사종교 = 종교적이지 않는 것’ 수준의 정보만 있어서 ‘유사종교’의 의미를 파악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 그렇다면 ‘유사종교’의 의미를 파악하려면 그 용어를 사용 또는 허용한 종교 교육과정 개발자나 교육부·한국교육과정평가원 측의 인식 배경이 되는 역사적 맥락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역사에서 ‘유사종교(類似宗敎)’는 ‘종교유사의 단체(宗敎類似の團體)’라는 용어가 변형된 것이다. ‘종교유사의 단체’는 ‘종교 공인제’를 전제로 총독이 고시하는 단체를 가리키기 위해 만들어진 범주이다. 구체적으로, ‘종교 공인제’의 경우에는 통감부가 1906년 11월 <종교선포에 관한 규칙>의 적용 범위를 ‘제국의 신도·불교·기타종교[기독교]’로 국한하면서 시작된다. 다만, 이 규칙에는 ‘유사종교’나 그에 해당하는 범주가 없다.30) 그에 비해, 총독부는 1915년 <포교규칙>을 적용하는 ‘종교를 신도·불도·기독교(神道·佛道·基督教)’로 국한하고, 총독이 필요시 <포교규칙>을 준용할 단체를 의미하는 ‘종교유사의 단체’를 고시할 수 있게 한다(제15조).31)

1915년 <포교규칙> 이후 총독부는 1920년대의 『조선총독부시정연보』(1922), 1930년대의 『경기도의 교육과 종교』(1933), 1940년대의 『시정30년사』(1940) 등처럼,32) ‘종교유사의 단체’ 또는 ‘종교유사단체’라는 범주를 활용한다. <포교규칙> 이후 일본에서도 ‘종교유사단체’라는 용어가 유통된다. 예를 들어, 1916년 신의진언종 지산파(新義真言宗智山派) 자료에 <포교규칙>이 포함되어 있다.33) 이처럼 <포교규칙> 직후 ‘종교유사단체’라는 용어가 일본에서 유통된 배경은 조선 포교를 기획한 일본 종교단체라면 <포교규칙>을 준수해야 했다는 데에서 찾을 수 있다.

다만, 일본에서 ‘유사종교’에 대해 내무성·사법성과 문부성의 정책적 방향이 달랐다는 지적이 있다. 비록 1930년대 중반에 ‘공인종교와 유사종교의 구별이 애매’해졌지만, 내무성·사법성이 ‘유사종교’를 단속[取締] 대상으로 취급한 데에 비해, 문부성이 종교행정상 관리를 위해 ‘회유(懷柔)’ 대상으로 취급했다는 것이다.34) 그렇지만 조선에서는 총독이 ‘종교유사단체를 고시한 행정 사례’가 없이 경찰 조직이 ‘종교유사단체’를 전적으로 통제하면서 종교와 달리 사회·정치적으로 항상 무언가 문제를 일으키는 존재’라는 인식을 확산시킨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유사종교’에 대한 두 계통의 흐름을 총독부의 종교행정 조직과 경찰 조직에 적용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조선에서 주목할 부분은 ‘종교유사단체’가 점차 부정적 가치평가와 결합해 ‘유사종교’ 개념으로 연결된다는 점이다. 1915년 <포교규칙>에서 ‘종교유사의 단체’는 ‘신도·불교·기독교와 유사해서 동일한 규정을 적용할 만한 단체’를 가리키던 행정용어로, 실제 자료에서도 활용된다. 그렇지만 총독부나 언론이 종교유사단체가 해악을 끼친다는 이야기와 함께 ‘유사종교’ 표현을 퍼뜨리면서 유사종교에는 ‘가짜 종교’이자 ‘없어져야 할 것’이라는 인식이 담기게 된다. 이 과정은 초기에 종교유사단체가 ‘외견상 종교와 닮은’ 쿼시릴리젼(quasi-religions)에 가까웠다면, 점차 ‘가짜 종교로 없어져야 할’ 슈도릴리젼(pseudo-religions)으로 전환되었다고 정리할 수 있다. 물론 이 전환은 ‘종교유사단체’ 이면에 슈도릴리젼(pseudo-religions)의 지향성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슈도릴리젼으로서의 유사종교’ 개념은 해방 이후로 이어진다.

쿼시릴리젼(quasi-religions)에서 슈도릴리젼(pseudo-religions), 즉 ‘종교유사단체’에서 ‘유사종교’로의 전환 흐름은 언론 기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1910년대의 경우, <포교규칙> 공포 이후 언론에 ‘종교유사단체’라는 용어가 사용된다. 예를 들어, 1917년 9월 기사에는 평양 소식을 전하는 부분에 ‘종교유사단체’ 항목을 두고 있다. 1920년대에는, ‘족생(簇生)하는 종교’라는 표현처럼, 종교단체가 많아지면서 ‘종교유사단체’를 언급한 기사들도 증가한다.35) 경찰 조직도 ‘종교-종교유사단체’의 이분법으로 ‘신도·기독교·불교’ 관련 정보와 ‘천도교·시천교·보천교’ 등 관련 정보를 구분해 정리한다.36) 그리고 1928년 12월에 증산계의 8개 종교단체를 ‘유사종교단체’로 표현한 기사처럼,37) 경우에 따라 ‘유사종교단체’라는 표현이 사용되기도 한다.

특히 신종교단체가 증가한 1920년대부터 주목할 부분은, 보천교가 ‘사이비종교’로 표현되었듯이, ‘사교(邪敎), 사이비 종교단체, 의사미신(疑似迷信) 종교단체’38) 등의 용어들이 점차 ‘종교유사단체’와 결합되었다는 점이다. 이러한 결합 경향은 1930년대에 더 강해진다. 예를 들어, 1932년 1월 기사는 ‘종교유사단체’를 ‘불온한 행동’과 연결시키고, 1934년 11월 기사는 경찰들이 수운교(水雲敎)의 기념제와 위령제에 참관한 이유를 최근 ‘종교유사단체’가 ‘괴이한 풍설을 유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39)

게다가 1930년대 중반 이후에는 집회 해산이나 지부 설치 금지와 함께 ‘단체 해산’ 사례도 증가하면서 부정적 인식도 강해진다. 예를 들어, 1934년 5월 금강도(金剛道, 현 금강대도)의 대전 도청 앞 광장 집회(총회와 포교강연회)에 대한 해산 명령, 1936년 6월경 증산교의 경성 지부 설치에 대한 중지 명령, 동년 8월 증산교의 평양포교소에 대한 해산 명령과 경북 상주군 동학교본부(東學敎本部)의 해산 유도 등의 사례가 있다.40) 이와 관련해 ‘종교유사단체’는 ‘사회의 안녕질서’를 기준으로 ‘철퇴를 가할 부정(不正)한 단체와 선도(善導)할 단체’로 구분되거나, ‘신흥 유사종교’가 ‘아편 이상의 오류와 폐해’를 준다고 묘사되기도 한다.41)

특히 중일전쟁(1937.7~1945.9) 전후부터는, 비록 제2차 오모토교(大本敎) 사건 관련 기사도 있지만,42) 백백교 사건43)이 부각되면서 ‘유사종교’를 언급한 기사들이 증가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종래의 ‘종교유사단체’를 부정적으로 묘사하고 해산 대상으로 삼는 경향이 강해진다.44) 구체적으로, 1937년 상황을 보면, 1월에 수운교의 동본원사(東本願寺) 귀속 사건을 ‘유사종교의 일대 전환기’로 평가하고, 3월에 농촌진흥운동과 심전개발운동의 효과로 탈교자가 많아져 ‘종교유사단체’가 몰락하는 경향이 보도된다.45) 4~5월경에는 경무국이 백백교 사건을 명분으로 유사종교단체의 전국적 단속 방침을 세운 후 각 경찰서가 백백교와 인천교(人天敎), 선도교, 인도교 등의 검거에 착수하고, 그 외에 도화교(桃花敎)나 청림교(靑林敎) 등을 감시한다. 6월에는 경무국이 ‘유사종교’로 인한 피해 증가를 이유로 중추원참의(參議)회의 안건에 ‘악질의 유사종교단체 박멸 문제’를 포함시키고,46) 그 후 경무국 방침에 따라 도별로 ‘유사종교’의 취체가 진행된다.47)

이어, 1938년 상황을 보면, 1월 기사는 ‘1937년 총독부 통치의 가장 중대한 사실의 하나가 사교 정벌(邪敎 征伐)’이었고, 그 동안 ‘47개 집단이 박멸되어 사교 정벌이 대략 끝났지만, 사변 후에도 사교 탄압을 강화할 것’이라고 보도한다.48) 실제로 ‘유사종교에 대한 전국적 검거 방침’은 1938년에도 지속된다. 이와 관련해, 총독부는 ‘유사종교’ 중 ‘음사사교(淫祠邪敎)로 인정되는 것’을 구별해 단속한다. 또한 6월경의 도지사회의와 경찰부장회의에서는 미나미 지로(南次郞)가 5대 시정 강령 중 국체명징에 이어, 내선일체 방해에 대한 단호한 처단 방침을 밝히고, 내선일체 구현을 위해 종교방면에서 ‘유사종교’ 취체와 불교·기독교·유교 등의 일본화를 주문한다.49)

이러한 탄압과 해산 경향은 1939년 이후에도 지속된다. 예를 들어, 1939년에는 경기도 경찰부 고등과가 무극정도교(無極正道敎)를 재건하려는 간부들을 검거하거나, 평안남도 경찰부 고등과가 6개 단체를 ‘미신단체와 사교(邪敎)에 유사한 종교단체’로 규정하고 해산을 유도한 사례, 1940년에는 인도교(전신 甑山敎)의 교주와 간부들의 재판 사례 등을 확인할 수 있다.50)

이처럼 총독부의 ‘유사종교’ 검거·재판·해산 조치 등이 지속되는 과정에서 ‘유사종교’가 ‘기형적 현상’이라는 인식이 고착화된다. 이와 관련해, 1940년 6월 사설은 ‘유사종교’가 ‘사회발전과정에서 나타나는 기형적 현상’이고, 사교(邪敎)는 민도(民度)가 풍부하고 과학이 보급된 사회에서 자리를 잡을 수 없기 때문에 유사종교에 대한 철저한 탄압과 적극적 취체에 앞서 ‘민지(民知)의 발달과 경제의 윤택화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 ‘교육의 보급’이 중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51) 이에 따르면, ‘유사종교’는 ‘국민의 지혜와 경제가 발달하지 못해 생긴 잘못된 믿음과 가르침’이 된다.

흥미롭게도, 총독부와 당시 언론의 유사종교 개념은 해방 이후에 그대로 유통된다. 이 개념의 부정적 경향은 1946년에 경기도 경찰부가 압수수색한 정민회(正民會)가 ‘유사종교단체’와 ‘사교’로 표현된 사례, 1947년에 서울시 학무국(사회교육과)이 ‘가톨릭·기독교·불교’를 제외한 서울시 내 종교단체를 ‘종교유사단체’로 표현하면서 신고를 종용한 사례, 1949년에 서울대 교수와 대학생 17명이 ‘유사종교단체의 해체’를 위해 문교부 후원을 받아 계룡산학술연구 모임을 운영한 사례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52) 게다가 이 개념은 1950년대와 1960년대를 거쳐,53)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다.

‘유사종교’ 개념의 역사적 변화를 보면, 한국 사회에서 ‘유사종교’ 개념은 대체로 ‘종교유사단체’를 의미하는 쿼시릴리젼(quasi-religions)보다 ‘가짜 종교로 없어져야 할 것’을 의미하는 슈도릴리젼(pseudo-religions)에 가까워 보인다. 종교 교육과정에 명시된 ‘유사종교’도, 별도의 개념 정의가 없는 한, 이러한 역사적 흐름에서 이해될 수 있다. 그렇다면 종교 교육과정은 조선총독부가 빚어낸 ‘종교-유사종교’의 이분법을 계승해 ‘유사종교의 본질론’을 재생하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종교 교육과정이 ‘교육과정 설계의 개요’ 부분에 “종교와 유사 종교를 비교하여 구별하고, … 종교적인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았지만,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삼는 학교교육 차원에서 ‘종교적인 것과 종교적이지 않은 것’을 구분할 수 있는 기준은 명확하지도 않고 보편적이지도 않다. 예를 들어, 무속 단체들, 신종교단체들, 개신교의 일부 교단이 ‘이단’이나 ‘사이비’로 비판하는 교파들, 불교계의 군소 종파들은 판단하는 사람과 맥락에 따라 ‘종교’로 보이거나 ‘유사종교’로 보일 수 있다.

이처럼 ‘유사종교’ 판별 기준의 모호성에도 불구하고, 학교교육에서 종교-유사종교의 이분법이 도입된다면, 교사들은 학생에게 ‘유사종교’를 설명해야 할 위치에 있기 때문에 ‘유사종교를 끊임없이 발명’해야 할지 모른다. 게다가 ‘유사종교’ 개념과 ‘진짜와 가짜의 이분법’이 결합하는, 즉 ‘진짜와 가짜의 이분법’ 속에서 특정 단체를 ‘유사종교’로 명명하는 순간에 인식 대상이 ‘유사종교인’이 되어 인식 주체와 질적으로 떨어진 존재가 되는 문제도 발생한다. 또한 ‘유사종교’라는 발언은 ‘마치 기성 종교가 공인된 것 같은 효과’와 함께 ‘다양한 교단들을 존중하기보다 소외시키는 효과’54)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런 지점들은 학교교육에서 유사종교론이 종교적 편견(prejudice)을 조장해 차별(discrimination)로 이어지는 교육으로 흐를 위험성을 시사한다. 이런 맥락에서 ‘종교라는 것’을 본질화하지 않고 비판적으로 성찰하면서 자기 인식을 확장해야 하는 학교교육에서 유사종교론이 학생과 우리의 미래 사회를 위해 미칠 영향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

Ⅴ. 나오면서

이상에서 기술한 것처럼, 이 글의 목적은 2022년 종교 교육과정의 형태와 내용을 파악하면서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데에 있다. 성찰의 대상은 특히 ‘종교적 성찰’론과 ‘유사종교’론이다. 그리고 관점은 종교 교육과정이 국가교육과정인 이상 모든 고등학생에게 적용될 수 있어야 하고, 공유할 수 있는 내용이어야 하며, 개인과 사회 현상을 성찰하는 장으로 기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목적과 관점에서 접근하면, 종교 교육과정의 형태상 특징 가운데 종교 과목을 ‘진로선택’ 범주에 배치한 부분은 정교분리나 사회적 추세나 교양교육 개념 등을 고려할 때 적절하지 않다. 내용상 특징 가운데 ‘종교인 만들기’라는 지향성과 ‘유사종교’론도 역시 모든 학생을 포괄하지 않으려고 한다는 점에서 적절하지 않다.

특이하게도 2022년 교육과정이 2015년 교육과정의 역량과 ‘메타 인지적 기술로서의 성찰’ 개념을 공유·계승한 것과 달리, 2022년 종교 교육과정은, ‘개별 종교들의 이해’ 영역의 삭제에도 불구하고, ‘종교적 성찰’ 개념을 도입하고 ‘종교로부터 배우고 종교와 유사종교를 구별하려고’ 한다. ‘종교적 성찰’과 ‘유사종교’ 개념을 ‘종교인 만들기’라는 지향성을 위해 활용하는 셈이다. 그런데 교육과정 총론에서의 ‘성찰’이 메타 인지적 기술이라면, 종교 교육과정에서의 ‘종교적 성찰’은 메타 인지적 기술이 아니라 ‘종교인의 자리’에서 이루어지는 종교 내적 기술이기 때문에 사실상 성찰이 아니며 보편적 적용도 어렵다. 또한 종교 교육과정에 도입된 영성과 종교성 개념도 ‘종교인 만들기’라는 지향성과 무관하지 않다. 물론 교과명 변경을 포함해 ‘종교인 만들기’라는 지향성이 학습자를 삶의 주체로 본 기획인지, ‘삶과 종교를 연관시키려는 기획’인지는 재고할 부분이다.

게다가 ‘종교와 유사종교 판별 교육’은 조선총독부가 신도·불교·기독교 이외의 종교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심지어 ‘사교’나 ‘사이비종교’로 발명해 해산과 사회적 매장을 유도하던 태도를 재생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종교 교육과정에 따르면, 교사들은 종교와 유사종교를 판별하는 자의적 기준을 만들어, 끊임없이 유사종교를 ‘발명’해서 학생과 공유해야 하는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2022년 종교 교육과정에 담긴 ‘종교적 성찰’ 및 ‘종교와 유사종교의 판별’ 시도가 학습자 전체의 보편교육을 위한 국가교육과정의 자리에 적절한지는 재고할 필요가 있다. 게다가 2022년 종교 교육과정에서는 종교 과목에만 적용된 ‘복수과목 개설’ 조치도 종래처럼 형평성이나 교육부의 이중적 시선을 이유로 비판할 수 없게 된다. 오히려, ‘종교적 성찰을 통해 종교인을 만들고 그 차원에서 유사종교를 발명하려는 교육과정’이라면 종교 과목이 특정 종교를 위한 과목이라는 시선이 정당성을 갖게 되어 학생의 자유 보장과 보호 차원에서 ‘복수과목 개설’ 조치 등이 필요하게 된다.

끝으로, 자신이 믿거나 긍정하는 종교를 ‘선’이라고 여기는 것이 삶의 한 현상일 수 있다. 그렇지만 보편교육을 지향하는 학교교육을 통해 학생의 개인적·사회적 삶을 자신이 생각하는 특정 종교 안으로 끌어들이려는 현상은 재고 대상이다. 이런 태도를 가진 연구자나 교사들이 국가교육과정에 관여하는 한, 종교 교육과정에 대한 논란은 지속될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2015년 종교 교육과정의 핵심 성격을 ‘성찰’이 아니라 ‘객관적 지식교육’이라고 끊임없이 왜곡하는 현상도 예견되는 일이다. 그래서 2022년 종교 교육과정은 ‘국가 수준의 종교교육이 어떤 자리에서, 누구 또는 무엇을 위해, 어떤 방향으로 기획되어야 하는지’라는 물음을 성찰하는 계기가 되는지도 모른다. 향후 종교 교육과정에 대해 ‘모든 학생을 위한 자리에서, 개인과 사회와 세계를 위해, 사회적 공존과 정의가 조화되는’ 최소한의 방향을 떠올려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2년 종교 교육과정이 ‘가보지 않은 길일 수도 있기에’ 아직은 지켜볼 필요도 있다.

Notes

1) 《국가교육과정정보센터》 (https://ncic.re.kr, 2023. 5. 10. 검색); 교육부, 《초·중등학교 교육과정 총론》 (고시 제2022-33호 [별책 1], 고시 2022. 12. 22. 폐지·개정 등 조치 2027. 2. 28.) (2022), p.15.

2) 교육부, 《초·중등학교 교육과정 총론》 (2022), pp.1-6.

3) OECD, The Definition and Selection of Key Competencies : Executive Summary, (2005), pp.3-19. 《VOCEDplus》(https://www.voced.edu.au/content/ngv%3A48358, 2023. 5. 10. 검색).

4) OECD, Future of Education and Skills 2030, (2018), pp.2-6; 《OECD》(https://www.oecd.org/education/2030-project/contact, 2023. 5. 10. 검색).

5) 《OECD》(https://www.oecd.org/education/2030-project, 2023. 5. 10. 검색).

6) 김광민, 「역량기반 교육의 매력과 한계」, 『도덕교육연구』 20-2 (2009), pp.171-197.

7) 《한국종교교육학회》, 「학술대회 안내」 (http://www.kasre.or.kr/?c=5/92&uid=232, 2023. 5. 10. 검색). 『2023 한국종교교육학회 춘계학술대회 자료집』 (2023), p.70, p.78, p.103.

8)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약칭: 국가교육위원회법)> (시행 2022. 7. 21. 법률 제18298호, 제정 2021. 7. 20.) 제12조(국가교육과정 기준 및 내용의 고시 등).

9) 교육부, 《초·중등학교 교육과정 총론》 (2022), pp.23-27.

10) 교육부, 《초·중등학교 교육과정 총론》 (고시 제2015-74호 [별책 1], 고시: 2015. 9. 23.) (2022), pp.14-17.

11) 성취기준 수 축소 부분은 2021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종교학 교육과정 자체 검토의견을 반영한 것이다. 김영은·양영자·안지연·임유나·조상식, 『고교학점제 대비 학생 선택권 확대를 위한 교과 교육과정 구성 방안 연구 : 교양, 학교장 신설 과목 구성 방안 등』(연구보고 CRC 2021-15) (한국교육과정평가원, 2021), pp.90-102, pp.263-266.

12) 교육부, 《초·중등학교 교육과정 총론》(2022), p.13, p.34.

13) 《국가인권위원회》, 「보도자료-입사지원서의 차별적 항목 자진삭제(2003. 3. 12.)」(https://www.humanrights.go.kr/base/main/view, 2023. 5. 10. 검색).

14) 김경이, 「2022 개정교육과정에 따른 종교교과교육 ‘삶과 종교’」, 『2023 한국종교교육학회 춘계학술대회 자료집』 (2023), p.65.

15) 교육부, 《고등학교 교양교과 교육과정》 (고시 제2022-33호 [별책 19]) (2022), pp.91-104.

16) OECD, Op. cit., (2005), p.5, pp.8-9.

17) OECD, Op. cit., (2018), p.6. 《OECD》 (https://www.oecd.org/education/2030-project, 2023. 5. 10. 검색).

18) Op. cit., pp.6-7.

19) 교육부, 《초·중등학교 교육과정 총론》 (고시 제2015-74호 [별책 1], 2015. 9. 23) (2022), p.3, p.33.

20) 교육부, 《고등학교 교육과정》 (고시 제2015-74호 [별책 4]), 2015. 9. 23) (2015), pp.1470-1484.

21) 교육부, 《초·중등학교 교육과정 총론》 (2022), pp.5-7, p.12.

22) 김경이, 앞의 글, p.65.

23) 이종철, 「2022 개정교육과정에 따른 삶과 종교 교과서 문제」, 『2023 한국종교교육학회 춘계학술대회 자료집』 (2023), p.103.

24) 교육부, 《고등학교 교양교과 교육과정》 (고시 제2022-33호 [별책 19]) (2022), pp.91-104.

25) 김경이, 앞의 글, p.70.

26) 교육과학기술부, 《고등학교 교양교과 교육과정》 (고시 제2012–3호 [별책 19]) (2012), p.115.

27) 교육부, 《고등학교 교양교과 교육과정》 (고시 제2015-74호 [별책 19]) (2015), p.62.

28) William H. Swatos, Jr. (ed.), Encyclopedia of Religion and Society, Altamira press, 1998, pp.502-503(‘surrogates for religion’); 우혜란, 「동시대 종교현상으로서 ‘유동적 종교’(Fluid Religion)에 대한 논의」, 『종교와 문화』 30 (2016), p.37.

29) 니니안 스마트, 『현대종교학』, 강돈구 옮김 (서울: 청년사 1991); 니니안 스마트, 『종교와 세계관』, 김윤성 옮김 (서울: 이학사, 2000).

30) 장혜진, 「한국통감부시기의 ‘종교 선포에 관한 규칙’에 대한 일고찰」, 『원불교사상과 종교문화』 71 (2017), pp.178-180; <宗教ノ宣布ニ關スル規則> (府令 第45号, 明治39. 11. 17, 시행 12. 1), 『官報』, 1906. 1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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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朝鮮総督府 編, 『朝鮮総督府施政年報 自大正7年度至大正9年度』, 朝鮮総督府, 1922(大正11), p.145; 朝鮮総督府, 『京畿道ノ教育ト宗教』, 朝鮮総督府, 1933(昭和8), pp.125-128; 朝鮮総督府, 『施政三十年史』, 朝鮮総督府, 1940(昭和15), pp.853-854.

33) 宮本隆範 編, 『新義真言宗智山派宗規類纂』 (東京: 智嶺新報社, 1916(大正5), pp.11-13(第四輯 布教). 1927년 호치(報知)신문사는 ‘종교유사단체’라는 명칭으로 ‘신도유사단체, 불교유사단체, 그리스도교(キリスト)유사단체’를 분류하기도 한다(報知新聞社調査部 編, 『報知年鑑 昭和2年』 (東京: 報知新聞社調査部, 1927), pp.887-888.

34) 青野正明, 『帝国神道の形成 : 植民地朝鮮と国家神道の論理』 (東京: 岩波書店, 2015), pp.314-318.

35) 《매일신보》, 1917. 9. 7; 《동아일보》, 1920. 7. 22; <朝鮮人の宗敎類似團體>, 『朝鮮及滿洲』 제179호, 1922(10월); <朝鮮人の宗敎類似團體>, 『朝鮮及滿洲』 제180호, 1922(11월); <朝鮮人の宗敎類似團體>, 『朝鮮及滿洲』 제181호, 1922(12월); 金泰勳 編, 『朝鮮及滿洲(21-30)』 (東京 : 皓星社, 2001)

36) <宗敎竝宗敎類似團體>(경성지방법원검사국문서), 『大正13年 管內狀況』, 《국사편찬위원회》, 「국내 항일운동 자료」 (http://db.history.go.kr/id/had_185_0070, 2023. 5. 10. 검색).

37) 《매일신보》, 1928. 12. 21.

38) 《매일신보》, 1925. 12. 19; 《매일신보》, 1921. 1. 27; 《매일신보》, 1921. 1. 29; 《매일신보》, 1925. 4. 7; 《조선일보》, 1925. 10. 30; 《동아일보》, 1925. 9. 22.

39) 《매일신보》, 1932. 1. 16; 《매일신보》, 1934. 11. 22.

40) 《매일신보》, 1934. 5. 14; 《京城日報》, 1936. 6. 26;《京城日報》, 1936. 8. 11;《京城日報》, 1936. 8. 12. 여기서 증산교는 임치산(林致山)과 이호준(李豪俊)과 임정삼(林正三) 등이 보천교에서 나와 세운 ‘신종교단체’이다(《동아일보》, 1926. 11. 19.).

41) 《매일신보》, 1936. 7. 9; 《京城日報》, 1936. 10. 6.

42) 「公認宗敎の解散, ひとのみちが嚆矢」, 《朝鮮新聞》, 1937. 4. 29.

43)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백백교 항목에 따르면 백백교는 1923년 우광현(禹光鉉)이 창시했다고 하나, 1922년 기사에 ‘백백교’라는 용어가 있다. 1930년 7월 검거 후 전멸된 것으로 파악되었다가 1937년에 백백교의 존재가 드러난다(《동아일보》, 1922. 5. 30; 《조선일보》, 1930. 7. 24; 《동아일보》, 1931. 2. 11; 《조선일보》, 1937. 4. 13.).

44) 일본 정부는 오모토교(大本敎)에 대해 1921년에 이어, 1935에 탄압을 가해 해산에 이르게 하는데, 그 영향이 조선에까지 미치게 된다(《매일신보》, 1936. 3. 7.).

45) 《京城日報》, 1937. 2. 14; 《京城日報》, 1937. 2. 16; 《京城日報》, 1937. 2. 17; 《京城日報》, 1937. 2. 18; 《京城日報》, 1937. 3. 27.

46) 《京城日報》, 1937. 4. 13; 《朝鮮新聞》, 1937. 4. 14; 《매일신보》, 1937. 5. 7; 《조선일보》, 1937. 6. 6.

47) <宗敎 및 類似宗敎-類似宗敎>, 『治安狀況(昭和13, 江原道)』 《국사편찬위원회》, 「국내 항일운동 자료」 (http://db.history.go.kr/id/had_190_0340, 2023. 5. 10. 검색). 강원도는 1937년 8월부터 10월까지 ‘호구조사(戶口調査)’를 토대로 ‘유사종교’ 취체를 진행한다.

48) 《조선일보》, 1938. 1. 14.

49) 《매일신보》, 1938. 1. 15; 《동아일보》, 1938. 6. 17.

50) 《동아일보》, 1939. 3. 26; 《조선일보》, 1939. 8. 31; 《조선일보》, 1940. 2. 7.

51) 《매일신보》, 1940. 6. 6.

52) 《동아일보》, 1946. 7. 28; 《동아일보》, 1946. 8. 1; 《경향신문》, 1947. 2. 13; 《경향신문》, 1949. 7. 15; 《충청매일》, 1949. 12. 1.

53) 《마산일보》, 1954. 5. 14; 《마산일보》, 1965. 8. 7.

54) 강돈구, 『어느 종교학자가 본 한국의 종교교단』 (서울: 박문사, 2017), p.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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