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논문

현대 사회변동과 응용종교학의 패러다임 전환*: 진화인지종교학 기반 응용종교학의 필요성과 그 비전

심형준 1 , *
Hyoung-june Shim 1 , *
Author Information & Copyright
1서울대학교 인문학연구원 책임연구원
1Senior Researcher, Institute of Humanities, Seoul National University

© Copyright 2025, The Daesoon Academy of Sciences. This is an Open-Access article distributed under the terms of the Creative Commons Attribution Non-Commercial License (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nc/3.0/) which permits unrestricted non-commercial use, distribution, and reproduction in any medium, provided the original work is properly cited.

Received: Apr 25, 2025; Revised: Jun 04, 2025; Accepted: Jun 25, 2025

Published Online: Jun 30, 2025

국문요약

본 논문은 현대 사회의 종교 지형 변화 속에서 기존 응용종교학 패러다임의 한계를 진단하고, 진화인지종교학이 제시하는 인간의 종교적 특성에 대한 일반 이론을 토대로 한 새로운 응용종교학의 방향성을 모색한다. 미국, 일본, 유럽의 응용종교학 사례를 검토하여 그 특성과 한계를 분석하고, 세속화, 무종교 인구 증가, 자연종교 부상, 디지털 기술의 발전, 사회의 개인화 등 현대 사회의 변화가 기존 응용종교학에 제기하는 도전을 고찰한다. 인간의 종교적 행동과 관련된 인지 메커니즘에 대한 진화인지종교학의 과학적 이해가 어떻게 응용종교학의 새로운 토대가 될 수 있는지 논의하며, 특히 편견 완화, 사회적 협동 증진, 개인 치유, 미래 예측 등의 영역에서 더 효과적인 실천 방안을 제시한다. 이를 바탕으로 본 논문은 진화인지종교학의 과학적 통찰을 현대 사회의 다양한 도전에 접목하는 다섯 가지 테제를 제시한다. 이 테제들은 인간의 기본적 종교적 인지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를 토대로, 세속화, 자연종교화, 종교적 병리, 디지털 환경, 인공지능 등 현대 사회의 핵심 과제들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응용종교학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한다. 궁극적으로 본 연구는 인간의 종교적 특성에 대한 과학적 이해를 바탕으로 현대 사회의 실질적 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응용종교학의 미래 비전을 제시한다.

Abstract

This article diagnoses the limitations of existing paradigms in Applied Religious Studies (ARS) within the changing religious landscape of contemporary society and explores new directions based on the general theory of human religious characteristics proposed by Evolutionary Cognitive Science of Religion (ECSR). Through an examination of ARS cases from the United States, Japan, and Europe, this study analyzes their characteristics and limitations, while considering challenges posed by modern social changes including secularization, increasing non-religious populations, the emergence of natural religion, the development of digital technology, and societal individualization. This article discusses how scientific understanding of cognitive mechanisms related to human religious behavior, as revealed by ECSR, can serve as a new foundation for ARS, particularly offering more effective practical approaches in areas such as bias reduction, promotion of social cooperation, individual healing, and predictions regarding the future. Based on these insights, this article presents five theses for integrating scientific insights from ECSR into various challenges of modern society. These theses provide new directions for the proposed ‘Applied Scientific Studies of Religious Culture’ (ASSRC) that effectively address key contemporary issues — including secularization, natural religion, religious pathology, digital environments, artificial intelligence, etc. — founded on an understanding of basic religious cognitive mechanisms in humans. Ultimately, this research presents a future vision for ASSRC that contributes to solving practical problems in contemporary society based on scientific understanding of human religious characteristics.

Keywords: 응용종교학; 진화인지종교학; 종교문화의 변화; 인간의 기본 종교성; 디지털 종교문화; 종교학의 사회적 기여
Keywords: Applied Religious Studies; Applied Scientific Studies of Religious Culture; Evolutionary Cognitive Science of Religion; changes in religious culture; basic human religiosity; digital religious culture; social contribution of religious studies

1. 서론

응용종교학은 종교학 지식을 순수 학문적 담론을 넘어 사회적 현안 해결에 적용하려는 시도라고 볼 수 있다. 기존의 응용종교학 프로그램들1)은 종교 간 대화 촉진, 종교교육을 통한 문화이해 증진, 종교 전문인의 상담·자문 활동 등을 통해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하고자 했으며, 한편으로는 종교학 학위자의 진로를 학계 외 분야로도 확대하여 취업 연계를 도모하는 현실적 목표도 내포하고 있었다. 이러한 노력들은 “종교학이 어떤 사회적 쓸모가 있는가”라는 물음에 답하며 종교 현상에 대한 학문적 이해를 현실 세계의 문제들과 연결하려는 중요한 시도였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는 종교학 박사 학위자들이 학계 이외에도 공공기관, 박물관, 언론, 비영리기관 등 다양한 분야로 진출할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하는 움직임이 생겨났고, 이에 따라 미국종교학회(AAR)는 학계 외 다양한 분야의 진로 준비를 지원하는 응용종교학 위원회를 구성하였다.2) 이 위원회는 종교학 대학원생들이 학계뿐만 아니라 공공정책, 비영리 분야, 기업 컨설팅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약할 수 있도록 커리큘럼과 훈련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실제로 일부 미국 대학원에서는 종교와 공공정책, 종교와 의료, 종교와 환경 등의 응용 과정을 신설하여 학생들이 종교학 이론을 실제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을 기르도록 지원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도 21세기 초반부터 대학원 과정에 임상종교학(臨床宗教学)을 도입하여 종교적 상담과 영성 케어 등 실천적 소양을 갖춘 인력을 양성하려 했고, 학부 수준에서는 종교문화사(宗教文化士) 자격 인증제도를 통해 종교학 전공자들의 사회적 가치와 실용성을 입증하는 시도를 전개하였다. 임상종교학은 특히 2011년 동일본대지진 이후 재난 현장에서의 종교인 역할, 호스피스에서의 영적 돌봄 등 실제적 문제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발전해왔다.3)

유럽, 특히 북유럽과 독일의 종교학계에서도 응용종교학적 시도가 활발히 이루어졌다. 스웨덴, 덴마크 등의 국가에서는 공립교육 내 종교학 교육을 통해 다문화 사회의 상호이해를 증진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했으며, 독일의 경우 종교학자들이 정부 기관이나 언론에 자문을 제공하는 전문가로 활동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4) 이들 국가의 응용종교학적 접근은 주로 종교 다원성 관리, 종교적 갈등 예방, 그리고 세속화된 사회에서 종교의 공적 역할 재정립 등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이러한 노력들은 “종교학이 어떤 사회적 쓸모가 있는가”에 대한 물음에 답하면서, 종교 현상에 대한 학문적 이해를 현실 세계의 문제들과 연결하려는 응용종교학의 초기 방향성을 보여준다. 이러한 초기 응용종교학 프로그램들은 종교 간 이해 증진과 종교학의 사회적 기여라는 측면에서 일정한 성과를 거두었으며, 종교학의 실용적 가치를 입증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러나 이런 접근들의 한계는 주로 제도화된 종교 체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 있다. 기존의 응용종교학 접근들은 대체로 제도화된 종교 기관을 사회적 자원으로 간주하고, 공식적인 종교단체나 종교 지도자들과의 협력을 통해 사회 문제를 해결하려는 경향이 강했다. 또한 종교 간 대화나 공식적 종교문화 이해 증진과 같은 전통적 영역에 집중함으로써, 제도권 밖의 다양한 종교적 현상과 개인화된 영성 추구 경향을 충분히 포괄하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냈다.

그러나 현대 사회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 이러한 전통적 응용종교학 패러다임의 한계가 점차 드러나고 있다. 우선 주목할 바는 현대 사회에서 세속화5)와 무종교 인구의 증가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점이다. 서구 유럽과 동아시아를 중심으로 종교에 소속되지 않은 인구(이른바 “Nones”)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으며,6) 종교 권위의 사회적 영향력은 전반적으로 감소하고 있다.7) 이러한 상황에서 기존 응용종교학이 주로 전통적인 종교 공동체나 종교 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사회에 기여하려 했던 방식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세속화와 함께 주목해야 할 점은 “자연종교”8)의 확산, 즉 기존 제도권 종교와는 다른 형태의 영성 추구 현상이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산업화 이후 일부 사회에서는 기성 종교 참여가 감소한 대신 명상, 요가, 자연 숭배, 신영성운동 등 비제도권 영성에 대한 관심이 증가해왔다.9) 예컨대 서구권에서 이른바 “영적이지만 종교적이지는 않은”(SBNR) 삶의 방식이 젊은 층 사이에 퍼지고 있다.10) 한국에서도 최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무속, 점술, 타로 등 기존 제도종교와는 다른 형태의 영적 실천이 인기를 얻고 있으며, 이는 종교학의 주요 연구 주제에서 충분히 다루어지지 않았던 현상이다.11)

또 주목해야 할 부분은 디지털 기술과 미디어 환경의 변화가 종교 경험과 활동 양상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고 있다는 점이다. 인터넷과 소셜미디어 시대에 사람들은 온라인을 통해서 비대면 예배나 사이버 의례에 참여하거나 온라인 매체를 활용한 종교적 행동을 향유하기도 한다.12)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 응용종교학 패러다임은 주로 오프라인 공간에서의 종교 활동과 제도종교에 기반한 해결책에 집중해 왔기 때문에, 급격히 확장된 디지털 종교문화 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한다.

마지막으로 주목해야 할 부분은 사회의 집단활동 약화 및 개인화 경향이다. 로버트 퍼트넘이 지적한 바와 같이 후기 현대사회에서는 전반적인 사회적 자본과 공동체 활동의 감소가 나타나며, 종교도 예외가 아니다.13) 대면 모임, 신앙공동체 출석, 종교단체 참여 등이 전 세대에 비해 줄어들고, 대신 혼자서 신앙생활을 하거나 비공식 소모임 형태로 영성을 추구하는 경향이 늘고 있다.14) 이러한 맥락에서 기존 응용종교학 프로그램들이 가정했던 실용적 전제에 한계가 드러난다. 즉, 종교를 주로 집단적 현상으로 접근하고 종교단체를 통해 사회 구성원에게 효과적으로 다가갈 수 있다는 전제는 현대 사회의 개인화 경향 속에서 적용 범위가 제한될 수밖에 없다.

이상의 변화들은 기존 응용종교학 패러다임, 즉 종교학 지식을 전통적 종교 맥락에 적용하여 사회 문제를 다루려는 접근 방식이 현대의 세속화되고 다원화된 환경에서 큰 한계를 보인다는 점을 시사한다. 학계 내부에서도 종교학이 이제 과학적 방법과 응용을 더 적극적으로 수용하지 않으면 학문적 생존과 사회 기여 모두 어려워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15) 이러한 문제의식을 배경으로 본 논문은 비교적 최근 부상한 진화인지종교학(evolutionary cognitive science of religion)이 제시하는 인간의 종교적 특성에 대한 일반 이론에 주목한다. 진화인지종교학은 종교 현상을 인간의 보편적 인지구조와 진화적 적응의 관점에서 분석함으로써, 종교적 신념과 행동의 근본 메커니즘을 과학적으로 설명하는 접근법이다.

인간의 종교적 특성에 대한 이러한 진화인지적 이해는 단순히 학문적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가치를 지닌다. 이러한 맥락에서 본 논문은 이러한 과학적 지식이 세속화, 다원화된 현대 사회에서 응용종교학의 새로운 토대를 제공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인간의 기본적인 종교적 인지 경향을 이해함으로써, 우리는 단순히 제도권 종교에 의존하지 않고도 다양한 사회 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창의적이고 효과적인 개입 방안을 설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본 논문은 현대 사회의 변화 속에서 해외 응용종교학 프로그램의 사례를 검토하고, 이들이 보여주는 특성과 한계점을 체계적으로 분석한다. 이어서 진화인지종교학에서 제시하는 인간 종교성에 관한 일반 이론을 소개하며, 이러한 과학적 이해가 새로운 응용종교학의 토대로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탐구한다. 특히 현대 사회의 종교 지형 변화에 따른 구체적인 과제들에 대응하기 위해, 진화인지적 통찰을 적용한 전략적 접근법을 제시한다. 이러한 분석을 통해, 응용종교학이 인간의 종교적 인지 특성에 관한 과학적 이해를 바탕으로 현대 사회의 실질적 문제 해결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 논의한다. 또한 이 과정에서 종교학의 학문적 가치와 사회적 유용성을 동시에 향상시킬 수 있는 방안을 탐색한다. 궁극적으로 본 논문은 진화인지종교학적 통찰에 기반한 새로운 응용종교학이 현대 사회의 다양한 도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면서, 종교학의 미래를 위한 생산적인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Ⅱ. 기존 응용종교학의 동향과 의의

응용종교학에 대한 논의는 각국의 사회문화적 맥락과 학문적 전통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전개되어 왔다. 본 장에서는 대표적인 모델로 평가받는 미국, 일본, 유럽의 사례를 분석한다. 이들 사례는 응용종교학이 추구해 온 방향성과 성과를 보여주는 동시에, 현대 사회의 변화 속에서 드러나는 한계를 파악하는 출발점이 된다. 한국의 경우, ‘응용종교학’이라는 표제 하에 체계적인 프로그램이 형성되기보다는 종교학의 사회적·산업적 활용과 관련된 개별적 논의들이 있어 왔기에, 본고에서는 보다 제도화된 해외 사례 분석에 집중하여 패러다임 전환의 필요성을 논하고자 한다.

1. 미국 : 전문직 진출과 공공 담론 참여

미국의 종교학 교육과 연구는 전통적으로 비교종교학, 종교사 등 학술적 접근에 집중해왔다. 그러나 최근 수십 년 사이 인문학 위기와 박사 학위자의 과잉 배출로 인한 취업난 등 현실적 문제가 대두되면서 응용종교학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16) 미국종교학회(AAR)는 2010년대 후반부터 종교학 박사들이 학계 이외 분야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모색하기 위해 “Applied Religious Studies Committee”를 신설하고 정규 세션과 웨비나를 통해 관련 논의를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17)

이 위원회의 주된 목표는 대학원 교육과정 개혁을 통해 학생들의 다양한 경력 개발을 지원하고, 종교학 지식을 비학문적 직업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다.18) 이를테면 종교학 석·박사 소지자가 정부 정책 자문, 박물관 학예사, 언론의 종교전문 기자, 비영리 단체 활동가, 혹은 기업의 문화 컨설턴트 등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관련 실무 역량을 교육 과정에 포함시키려는 노력이다. 이는 응용종교학의 중요한 축이 ‘종교학의 사회적 유용성을 높이는 것’임을 보여준다.

구체적인 사례로, 미국 조지아주립대학교(GSU) 종교학과에서는 응용종교학의 일환으로 “종교와 노년(Religion and Aging)”, “비영리 운영(Nonprofit Management)” 등과 같은 응용 석사과정 프로그램을 개설하였다.19) 이들은 종교학과와 고령화연구소, 공공정책대학 등 교내 다른 기관이 협력하여 학제간 커리큘럼을 구성함으로써, 종교학 전공 학생들이 노인복지나 공공행정 분야의 지식을 함께 습득하도록 하고 있다.20) 이러한 프로그램은 지역의 종교기관들과 긴밀히 협력하여 운영되는데, 예를 들어 학생들은 교회나 사원의 노인 프로그램에서 실습을 하거나, 종교 기반 비영리단체에서 인턴십을 수행한다.

이러한 프로그램의 특징은 종교학 이론과 실제 현장의 접목이다. 학생들은 한편으로 세계 종교에 대한 이해, 종교심리 등의 지식을 배우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현장 실습이나 인턴십을 통해 노인 요양시설에서의 영적 돌봄, 비영리 단체의 종교문화 자문 같은 실무를 경험한다. 이를 통해 배출된 인력은 예컨대 노인 대상의 영성 상담사, 다문화 환경의 비영리 조직 관리자 등으로 취업하여 종교학 지식의 사회적 응용을 직접 실천하게 된다. 이러한 미국 프로그램의 목표는 뚜렷하다. 즉, 순수 학문으로서의 종교학이 아니라 비판적 사고, 문화 간 소통 능력, 윤리적 통찰 등 종교학을 통해 기른 역량을 현실 문제 해결과 직업 세계에서 발휘하도록 도와주는 것이다.21)

또 다른 측면에서, 미국의 응용종교학은 공공담론과 정책 영역에서의 종교학 기여로도 나타난다. 예를 들어 종교분쟁과 평화 구축에 관한 연구는 종종 정부 및 국제기구뿐만 아니라 기독교, 이슬람, 유대교 등 다양한 종교공동체와의 협업으로 이어져 분쟁 해결에 활용된다.22) 조지타운대학교의 버클리 종교·평화·세계문제센터(Berkley Center for Religion, Peace, and World Affairs)는 종교 지도자들과 협력하여 중동 지역의 종교 간 대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이를 통해 실질적인 갈등 완화에 기여하고 있다.

2001년 9·11 테러 이후 미국 사회에서는 종교학자들이 대중매체와 공공포럼에서 이슬람에 대한 올바른 지식을 전파하고, 종교적 관용을 촉구하는 사례가 늘었다. 이는 응용종교학의 하나로서 종교학의 공공 참여(public engagement)를 보여준다. 다시 말해, 미국에서는 응용종교학이 한편으로는 교육과정 개혁을 통해 학생들의 취업 역량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다른 한편으로는 대중교육과 정책자문을 통해 사회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모두 종교학 지식이 현실 세계에서 보다 널리 쓰일 수 있게 하려는 노력이다.

2. 일본 : 임상적 적용과 사회 교육

일본은 서구와는 다른 사회문화적 배경에서 응용종교학적 시도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사례를 제공한다. 일본은 전통적으로 국민 대부분이 특정 종교를 강하게 신앙하기보다는 복합적 종교문화 속에서 살아가는 특징이 있었고, 전후 세속화가 진행되어 “무종교” 정체성이 높게 표출되는 사회로 알려져 있다.23) 이런 환경에서 일본의 종교학계는 오래전부터 종교지식의 사회 환원에 관심을 가져왔다. 특히 1995년 옴진리교 사건과 2011년 동일본대지진 같은 충격적 사건들은 종교 연구자들에게 현실 참여의 필요성을 강하게 환기시켰다. 그 결과 탄생한 것이 임상종교학(臨床宗教学)이다.

임상종교학은 심리임상이나 의료현장에서 영적 돌봄(spiritual care)을 제공하기 위한 지식과 기술을 연구·교육하는 분야로, 도쿄대학교 대학원 등이 중심이 되어 개척한 영역이다. 예컨대 중증 환자나 재난 피해자의 트라우마 치유를 위해 종교인의 돌봄이나 의례적 치유를 활용하는 방법을 탐구하고, 불교 승려나 목회자들이 임상 현장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세속 대학에서 훈련을 제공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도호쿠대학교의 경우 ‘임상종교사’ 양성 프로그램을 통해 불교, 기독교, 신도 등 다양한 종교 전통의 성직자들이 병원이나 재난 현장에서 종파를 초월한 영적 돌봄을 제공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있다.

이는 종교학자와 의료인, 임상심리 전문가가 협력하여 죽음학(thanatology)과 영성 상담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식으로 진행되었으며, 일본 사회에서 호스피스 영적돌봄이나 재해 카운셀링 체계 확립에 일정 부분 기여하였다.24) 이처럼 일본의 임상종교학은 응용종교학의 한 형태로서 종교의 치유적 기능을 현대 맥락에 되살리고자 한 시도로 평가된다.

동시에 일본종교학회는 종교학 교육을 사회에 연결하는 제도로 「종교문화사」 자격 인증 제도를 도입하고자 했다.25) 이 제도는 대학에서 일정 학점 이상의 종교학 관련 과목을 이수하고 시험에 합격한 자에게 종교문화사라는 민간자격을 부여하는 것으로, 2010년대 초부터 시행되었다. 종교문화사는 종교에 관한 폭넓은 지식과 교양을 갖춘 사람을 의미하며, 이들이 학교나 지역사회에서 종교문화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높이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었다.26) 이를 추진한 센터(宗教文化教育推進センター)는 종교문화사가 사회에 적용 가능한 지식으로서 세계 및 일본 종교의 역사, 가르침, 의례, 그리고 현대사회에서의 역할 등을 숙지하도록 교육목표를 설정하였다. 예를 들면 중등학교 사회과 교사가 이 자격을 취득하면, 학교 현장에서 종교 관련 이슈를 다룰 때 보다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고 학생들의 편견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식의 기대다. 그러나 이 제도는 일본 종교학계 내부에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일부는 학문적 지식을 자격시험 형태로 평가하여 “자격증화”하는 것이 학문의 자율성을 훼손하고 실효성도 불투명하다고 비판했다.27) 또한 종교문화사 자격을 취득한 이들의 구체적 활용처가 모호하다는 현실적인 문제도 제기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실험은 대학 교육 단계에서부터 종교학 지식을 보다 실용적 형태로 사회에 환원하려는 노력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아울러 일본의 사립대학들을 중심으로 응용종교학 대학원 과정도 등장하였다. 대표적인 예가 2000년대 후반에 설립된 소피아(上智)대학교 응용종교학 대학원 과정이다. 이 과정은 “삶과 죽음의 문제에 대한 종교적 접근”이라는 테마 아래 현대 글로벌 사회의 윤리적·문화적 쟁점(생명윤리, 다문화 갈등 등)에 대응하는 실천적 지식을 가르치고자 하였다. 특히 해당 과정은 종교간 충돌, 과학기술과 전통 가치의 갈등 등 공공영역의 현안을 다루며, 이를 임상적이고 실천적인 방식으로 해결할 방법을 모색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구체적으로는 다가오는 초고령화 사회에서 죽음과 삶의 질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종교가 기여할 수 있는 바(예: 존엄사에 대한 종교윤리적 고찰, 사별가족에 대한 영적 위로)를 교육하고, 영성에 기반한 돌봄의 방법론을 학생들에게 체득시키는 프로그램을 운영하였다. 이를 통해 종교학 전공자가 호스피스, 상담센터, 지역 복지기관 등에서 활약할 수 있도록 인재를 양성하고자 한 것이다.

소피아대의 응용종교학 대학원은 “일본 최초의 응용종교학 분야 전문 교육기관”으로 소개되었으며, 학계와 사회의 가교 역할을 할 전문가 배출을 표방했다.28) 요컨대 일본의 응용종교학은 임상적 응용(상담·영적돌봄)과 문화교육적 응용(종교문화사) 두 축을 중심으로 발전해왔으며, 이는 일본 사회의 특수한 맥락 ― 비교적 낮은 제도권 종교 참여율, 그러나 잠재된 영성 욕구와 다종교 공존의 문화 ― 에 대응하려는 노력이라고 볼 수 있다.

3. 유럽의 응용종교학 : 정책 자문, 사회 통합, 그리고 공교육 모델

유럽의 종교학 전통은 19세기 이래로 비교종교학(종교현상학)과 종교사 연구를 양대 축으로 발전해왔다. 그러나 20세기 후반 다문화 사회의 도래와 종교적 지형 변화에 따라 종교학의 지식을 사회에 실제로 적용하려는 흐름이 두드러졌다.29) 독일을 비롯한 유럽 대륙의 종교학자들은 학문적 연구를 넘어서 정책 자문, 교육, 상담 등 실천적 영역에서도 적극적으로 기여해야 한다는 공통된 인식을 갖게 되었다. 대표적으로 정부와 언론이 편견 없이 종교 현상을 이해할 수 있도록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거나, 공교육에서 종교문해력(religious literacy)을 증진하기 위한 콘텐츠 제작과 공급에 힘쓰고 있다.30)

독일에서는 일부 대학이 “응용종교학”(Angewandte Religionswissenschaft)이라는 명칭으로 관련 교과목과 세미나를 개설하며 실질적인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보훔(Ruhr-Universität Bochum) 대학교는 학부 과정에서 응용종교학 세미나를 통해 학생들이 종교 관련 기관에서 현장 실습(praktikum)을 수행하도록 제도화하였다.31)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종교 박물관, 언론사, 종교 간 협력을 위한 NGO 등 다양한 기관에서 인턴십을 경험하며,32) 특히 이슬람 공동체와의 통합 프로젝트나 난민 지원 종교단체 등과 협력하고 있다. 이러한 실습 제도는 학생들이 실무 역량을 갖추어 취업에 유리하게 만들 뿐 아니라, 현장 기관들도 최신 학술 지식을 실제 업무에 접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한 독일 종교학계는 일반 시민들을 위한 ‘종교정보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도 사회적 기여를 하고 있다. 이는 주로 새로운 종교운동이나 이주민 종교와 같은 낯선 종교 현상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여 사회 내 오해나 편견에서 비롯된 갈등을 줄이는 데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방식의 정보 제공은 독일의 응용종교학이 현실 사회에서 겪는 종교 관련 문제를 직접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노력의 하나로 평가된다.33)

북유럽 국가에서도 공교육 내 종교교육(RE)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종교학의 사회적 적용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스웨덴과 덴마크 등에서는 공립학교에서 신학이 아닌 종교학 분야에서 훈련받은 교사들이 세계종교와 윤리 등을 학생들에게 가르친다. 덴마크의 팀 옌센(Tim Jensen)은 공립교육에서 모든 학생에게 종교학적 소양을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하며,34) 종교 다원사회에서의 편견 감소와 문화적 이해 증진을 목표로 삼았다. 북유럽의 종교학자들은 이에 따라 교사 교육 프로그램 개발과 교과서 집필 등의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며, 종교학 지식을 다음 세대의 교양으로 확산시키는 데 기여하고 있다.

특히 영국은 유럽의 공교육 내 응용종교학 모델 중 가장 모범적인 사례로 평가받는다. 영국의 공교육에서 종교교육(RE)은 법적으로 보장된 필수 과목이며, 특정 신앙을 강요하지 않고 다양한 종교와 비종교적 세계관을 객관적으로 이해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 교육 모델의 핵심 목표는 ‘종교문해력(religious literacy)’과 ‘공동체 결속(community cohesion)’의 증진이며, 학생들은 다문화 사회에서 필수적인 상호 존중과 비판적 사고 능력을 키우도록 교육받는다. 교사 양성 프로그램인 PGCE(Postgraduate Certificate in Education)를 통해, 예비 교사들은 교육 이론과 함께 다양한 종교적 배경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현장 실습을 필수적으로 거치며 종교교육의 실질적 역량을 키우고 있다.

영국의 또 다른 대표적 사례는 런던정보종교운동네트워크(INFORM)의 활동이다.35) INFORM은 새로운 종교운동이나 종교적 극단주의에 대해 객관적이고 편견 없는 정보를 정부, 언론, 일반 대중에게 제공하는 기관으로, 종교학자들이 직접 운영하고 있다. INFORM은 사회적 우려가 높은 사이비 종교나 극단주의 문제에 대해 감정적 대응이 아닌 학문적 분석을 제공함으로써, 균형 잡힌 공론 형성을 돕고 있다.

스웨덴은 세속화된 사회 환경 속에서도 응용종교학의 이론적 지평을 확장하는 데 선도적인 역할을 했다. 웁살라(Uppsala) 대학 등은 1970년대부터 “응용종교학” 용어를 채택하여 논의를 진행해왔으며,36) 최근에는 ‘세계관 연구(worldview studies)’를 제안하여 전통적 종교뿐 아니라 세속적 신념 체계까지 포함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37) 이는 현대 사회의 다양한 의미체계와 공존의 방안을 탐구하고 사회 통합과 윤리 담론에 기여하고자 하는 실천적 접근이다. 이처럼 스웨덴의 사례는 응용종교학의 이론적 확장을 통해 사회 통합과 다원주의적 공존을 모색하는 노력을 잘 보여준다.38)

유럽의 응용종교학은 정책 자문, 사회 통합, 공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독일은 현장 실습과 종교정보 제공을 통한 사회적 실천을 강조하고 있으며, 북유럽 국가들은 교육 시스템 내에서 종교학적 지식을 활용하여 편견 감소와 문화 이해 증진을 추구한다. 영국은 공교육 내에서 종교교육의 모범을 제시하고, INFORM을 통해 사회적 문제에 학문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러한 다양한 사례들은 모두 종교학이 학문적 연구를 넘어 현실 사회의 실질적인 문제 해결에 기여하고자 하는 적극적인 시도의 일환이다.

Ⅲ. 현대 상황 속 기존 응용종교학의 한계

앞서 살펴본 기존의 응용종교학 프로그램들은 각국의 맥락에서 종교학의 사회적 유용성을 입증하고 현실 문제 해결에 기여하려는 중요한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들은 대부분 제도화된 종교 기관 및 신앙 공동체와의 협력을 중요한 전제로 삼고 있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바로 이 지점에서 급변하는 현대 사회의 새로운 종교 지형과 맞물려 그 한계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우선 현대 사회의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인 세속화와 무종교 인구의 증가 현상은 기존 응용종교학 접근의 첫 번째 한계를 보여준다. 많은 국가에서 종교에 소속되지 않은 인구가 급증하고 있으며, 특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이른바 “무종교(Nones)” 정체성이 확산되고 있다. 한국의 경우 2015년 인구조사에서 무종교인 비율이 56%에 달했으며, 2022년 갤럽 조사에서는 그 비율이 63%까지 상승했다.39) 미국과 유럽에서도 신앙 없는 인구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존 응용종교학이 주로 종교기관이나 신앙공동체와의 협력을 통해 사회 기여를 모색하던 방식은 점점 더 제한적인 영향력을 가질 수밖에 없다. 특히 종교 간 대화나 다종교 이해 증진과 같은 전통적 응용종교학 프로그램은 종교에 관심이 없거나 종교적 정체성을 갖지 않은 이들에게는 별다른 호소력을 갖지 못한다.

이와 함께 주목해야 할 변화는 제도권 종교의 쇠퇴와 동시에 비제도적이고 자유로운 영성 추구 양상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전통적 종교기관에 소속되지 않으면서도, 개인적 차원의 영적 탐색이나 초자연적 신념을 추구하는 ‘믿지만 소속되지 않는(believing without belonging)’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40) 이른바 ‘종교적 브리콜라주’(religious bricolage), ‘카페테리아식 종교’(Cafeteria religion) 등으로 불리는 이러한 현상은 서구와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에서 뚜렷하게 관찰된다. 특히 한국의 젊은 세대 사이에서 무속, 점술, 타로와 같은 영적 실천들이 인기를 얻고 있는데, 이는 종교학의 주요 연구 주제에서 충분히 다루어지지 않았던 현상이다. 이러한 개인화된 영성 추구 경향은 기존 응용종교학이 전제하던 종교기관 중심의 접근을 무력화시킨다. 종교가 점점 더 개인의 사적 영역으로 이동하면서, 종교 공동체를 통한 사회 개입 방식의 효과가 제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기존 응용종교학 프로그램들이 대부분 기독교회, 불교 사찰, 이슬람 모스크 등과 같은 전통적 종교기관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러한 개인화된 영성 추구자들에게는 접근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를 갖고 있다.

현대 사회의 또 다른 특징인 디지털 기술과 미디어 환경의 변화 역시 기존 응용종교학 패러다임에 도전을 제기한다. 인터넷과 소셜미디어의 발달로 종교 정보의 생산과 유통, 종교적 경험의 방식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에는 온라인 종교활동이 대중화되었으며, 메타버스 예배, 디지털 순례, 온라인 명상 커뮤니티 등 새로운 형태의 종교 실천이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디지털 종교 환경에서는 기존의 물리적 공간과 제도 중심의 종교 이해가 적용되기 어렵다. 온라인상에서는 종교적 권위와 위계가 재구성되고, 종교 담론의 생산과 유통이 훨씬 더 분산적, 민주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더불어 알고리즘에 의한 종교정보의 필터링, 종교적 확증편향의 강화, 종교적 극단주의 콘텐츠의 확산 등 디지털 종교환경 특유의 문제도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기존의 응용종교학은 이러한 디지털 환경의 특성과 문제에 대응할 준비가 부족한 상태이다.

현대 사회에서 나타나는 종교적 갈등과 폭력의 새로운 양상 역시 기존 응용종교학으로는 대응하기 어려운 과제를 제시한다. 21세기 들어 종교 갈등은 초국가적 테러리즘, 혐오 범죄, 온라인 극단주의 선동 등 새로운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특히 종교적 극단주의가 디지털 미디어와 결합하면서 그 영향력과 위험성이 증폭되고 있다. 이러한 복잡한 문제들은 단순히 종교 간 대화나 다종교 이해 증진과 같은 전통적 접근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 기존 응용종교학에서 시도했던 종교 지도자 간 대화나 종교 공동체 간 교류 프로그램은 개인 차원에서 급진화되는 종교적 극단주의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우며, 특히 온라인 공간에서 확산되는 종교적 혐오와 폭력 선동에는 거의 무력한 상태이다. 종교적 극단주의의 심리적, 사회적, 정치적 메커니즘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이에 기반한 맞춤형 개입 전략이 필요하지만, 기존 응용종교학 프로그램들은 이러한 복잡한 현상에 체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이론적, 방법론적 도구를 충분히 갖추지 못하고 있다.

또한 급속한 기술 발전, 특히 인공지능(AI)의 발달은 종교와 기술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질문을 제기하고 있다. AI 챗봇과의 종교적 대화, AI가 생성한 종교 예술과 텍스트, 로봇 승려의 등장 등 인간의 종교적 경험과 AI 기술의 교차점에서 다양한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더 나아가 일부에서는 AI 자체를 종교적 대상으로 여기는 ‘기술종교(techno-religion)’의 흐름도 감지된다. 이러한 현상들은 종교의 본질, 종교적 권위, 종교 경험의 진정성 등에 관한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한다. 그러나 기존의 응용종교학은 이처럼 급변하는 기술환경과 종교의 관계를 깊이 있게 탐구하거나, 이에 대한 윤리적, 실천적 대응을 제시하는 데 한계를 보이고 있다.

더불어 현대 사회의 급격한 인구구조 변화, 특히 노령화와 저출산 현상은 종교기관의 지속가능성과 역할에 관한 새로운 도전을 제기한다. 많은 종교기관들이 신도 감소와 고령화로 인한 위기에 직면해 있으며, 이는 종교의 사회적 영향력과 존재 방식에 근본적인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응용종교학은 변화하는 인구구조 속에서 종교 혹은 인간의 종교적 특성의 의미와 역할을 재정립하고, 변화된 환경에서 종교학자의 사회적 역할이 무엇인지 모색해야 하지만, 기존의 접근은 이러한 구조적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방법론적 측면에서도 기존 응용종교학의 한계가 드러난다. 전통적인 응용종교학 프로그램들은 주로 역사적, 문헌적, 질적 연구 방법에 의존해왔으며, 최근의 과학적 방법론이나 데이터 기반 접근법을 충분히 통합하지 못했다. 예를 들어, 종교 간 편견 감소 프로그램의 효과를 평가할 때도 주로 참가자의 주관적 보고에 의존할 뿐, 뇌과학적 측정이나 행동 실험을 통한 객관적 검증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현대 사회의 복잡한 종교 현상을 이해하고 효과적인 개입 전략을 설계하기 위해서는 인지과학, 뇌과학, 진화심리학, 데이터과학 등 다양한 학문 분야의 방법론과 통찰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종교의 인지적, 심리적, 신경생물학적 기반에 대한 이해는 종교 현상을 더 깊이 파악하고, 보다 효과적인 응용 방안을 개발하는 데 중요한 기여를 할 수 있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기존 응용종교학은 급변하는 현대 사회의 종교 지형과 다양한 과제들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데 여러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종교 현상에 대한 새로운 이론적 이해와 방법론적 혁신이 필요하다. 특히 인간 종교성의 기본적 특성과 메커니즘에 대한 과학적 이해를 바탕으로, 세속화된 현대 사회에서도 인간의 종교적 특성을 보이게 하는 인지 편향이 어떻게 발현되고 작용하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진화인지종교학이 제공하는 이론적 틀은 새로운 응용종교학의 기반으로서 중요한 가능성을 제시한다.

Ⅳ. 진화인지종교학이 제시하는 인간의 종교적 특성에 대한 일반 이론

진화인지종교학(evolutionary cognitive science of religion)은 인간의 종교적 특성을 인지과학과 진화론의 관점에서 연구하는 학제간 분야다.41) 1990년대 후반부터 본격화된 이 분야는 왜 인간은 보편적으로 종교를 갖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과학적 해답을 모색해왔다.42) 진화인지종교학의 연구자들은 인류 보편의 심리적 기제가 종교의 발생과 전파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보고, 현대인 및 고대인의 사례를 통해 이를 입증하고자 한다.43)

진화인지종교학의 접근은 엘리아데의 homo religiosus 개념이나 막스 뮐러의 자연종교론, 뒤르켐의 사회기능론 등 기존 종교학 이론들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출발점을 갖는다. 엘리아데가 인간의 종교성을 현상학적으로 기술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진화인지종교학은 왜 그러한 종교성이 나타나는지를 인지적 메커니즘으로 설명하려 한다. 막스 뮐러가 자연현상의 인격화를 언어와 신화의 관점에서 해석했다면, 진화인지종교학은 과활성 행위자 탐지 장치(HADD)와 같은 구체적인 인지 편향을 실험적으로 검증한다. 뒤르켐이 종교의 사회적 기능을 강조하며 집단 수준의 분석에 주력했다면, 진화인지종교학은 개인의 인지 과정에서 출발하여 그것이 어떻게 집단 현상으로 확산되는지를 추적한다.44)

진화인지종교학의 기본 전제는 인간 두뇌의 작동 방식이 특정한 유형의 신념과 행위를 용이하게 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인간은 진화 과정에서 살아남기 위해 원인-결과를 탐지하고 의도를 추론하는 인지능력을 발달시켜왔는데, 이러한 능력이 과잉 적용되면 보이지 않는 행위자나 초자연적 존재를 상정하게 된다는 가설이 제시된다.45) 이를테면 흔들리는 풀숲을 보고 그 뒤에 숨은 행위자(agent)46)를 가정하는 경향은 생존에 유리했지만, 현대에는 바람 같은 자연현상에도 영적 존재의 의도를 읽는 과활성 행위자 탐지 장치(HADD: Hyperactive Agency Detection Device)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47) 마찬가지로 인간은 타인의 마음을 읽는 능력(Theory of Mind)이 뛰어난데, 이것이 확대되어 자연물이나 무형의 존재에게도 마음과 의도를 부여하게 되면 영혼, 신 개념이 형성될 수 있다.48) 이러한 인지적 특성들은 전 세계 문화권에서 유사한 유형의 초자연 신념(예: 보이지 않는 영혼, 다양한 신령들)에 도달하게 만드는 보편적 토대로 작용한다는 것이 진화인지적 설명이다.49)

또한 진화인지종교학은 종교적 개념들이 인간 기억과 사고에 특별한 매력을 갖는 방식을 밝히고자 한다. 대표적인 이론 중 하나는 ‘최소 반직관적 개념’(MCI: minimally counterintuitive concepts)의 효과에 관한 것이다. 예를 들어 반인반수의 신, 처녀에서 태어난 영웅 같은 이야기는 우리의 일상 경험과 부분적으로 어긋나지만, 이해하기 어렵지 않은데, 이러한 살짝 어긋난 개념들이 평범한 이야기보다 기억에 더 잘 살아남고 전승되기 쉽다는 것이다.50) 이는 왜 종교 신화나 동화 속 존재들이 기괴하면서도 인류에게서 보편적으로 등장하는지를 설명해준다. 즉 인지적 기억 편향 때문에 초자연적 개념이 문화적 지속력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진화심리학적 접근은 나아가 종교의 진화적 기능에 대한 논의를 전개한다. 초기 연구자들은 종교를 인지능력의 부산물(by-product)로 보았지만, 점차 일부 요소는 적응적 기능을 했을 가능성이 제기되었다.51) 특히 사회학자와 인류학자들은 종교가 집단 형성과 유지에 기여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52) 한 집단 내에서 공유된 신념과 의례는 구성원 간 협동심과 신뢰를 증진시키고, 공동체의 결속을 강화하여 그 집단이 다른 집단보다 유리한 생존조건을 누리게 했다는 것이다.53) 예를 들어, 집단 구성원 모두가 벌이는 고통스럽거나 비용이 큰 의례(금식, 할례, 화형제 참여 등)는 일종의 고비용 신호(costly signaling)로 해석된다.54) 진정한 신념과 헌신 없이는 그런 대가를 치르기 어려우므로, 의례 참여는 서로의 헌신도를 확인시켜주고 공공재 게임의 사기꾼을 걸러내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55) 그 결과 종교 의례를 통한 결속이 강한 집단이 내부 협력을 극대화하여 생존 경쟁에서 유리해졌다는 가설이 제시된다.56)

또 하나의 중요한 이론은 “거대한 신(Big Gods)” 가설이다.57) 인류 역사에서 소규모 사회에서는 조상령이나 자연령 등 비교적 제한적 능력의 신들이 숭배된 반면, 인구가 커지고 익명성이 높아진 대규모 사회에서는 전지전능하며 도덕적 규범을 부과하는 신(예: 유일신교의 신)이 등장하여 사회 통합에 기여했다는 주장이다.58) 처벌하는 전능한 신의 존재를 믿으면 개인이 부정행위를 저질렀을 때 신의 눈을 의식해 자제하게 되고, 심지어 서로 낯선 사람끼리도 같은 신을 믿는다면 신앙을 기반으로 확장된 협력이 가능해진다.59) 이러한 심리 메커니즘이 없으면 규모가 큰 사회에서는 규범 준수가 어려운데, 초자연적 처벌이라는 개념이 문화적으로 채택되면서 도덕 질서 확립에 기여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60) 이 가설을 뒷받침하기 위해 심리실험과 비교문화 연구들이 수행되었는데, 익명 상황에서 “신은 모든 것을 보고 판단한다”는 점을 상기시킨 집단이 그렇지 않은 통제집단보다 정직하게 행동하는 경향이 관찰되는 등 일정한 근거가 확보되었다.61)

요컨대 진화인지종교학은 인지적 보편성과 진화적 선택 압력을 함께 고려하여, 인간 종교성의 기원을 설명하는 일반 이론을 구축하고 있다.62) 이러한 이론의 중요한 특징은 경험적 검증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인류학적 현지조사, 실험심리학, 뇌영상 연구, 고고학 자료 분석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가설을 테스트함으로써 종교 현상에 대한 과학적 이해를 축적한다.63) 예를 들어 제의의 스트레스 완화 효과는 호르몬 측정을 통해 확인되고,64) 공동체 의례가 신체 동기화를 일으켜 친밀감을 높이는 현상은 실험실에서 재현되기도 한다.65) 또한 전세계 100여 개 사회를 비교한 연구에서 형벌적 신에 대한 믿음이 있는 문화일수록 집단 내 협력이 높다는 상관관계가 확인되기도 했다.66) 이런 연구 축적을 통해 진화인지종교학은 “종교는 왜 존재하며 어떻게 기능하는가”에 대한 설득력 있는 답변을 제공하고자 한다. 물론 종교의 복잡성을 모두 단일 모형으로 설명할 수는 없으나, 최소한 인간 보편의 심리 기제와 사회적 기능이라는 측면에서 종교의 핵심을 파악하려는 시도라 할 수 있다.

이상의 내용을 바탕으로 진화인지종교학이 제시하는 인간 종교성에 대한 잠정적 일반 이론67)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 ♦ 인간의 두뇌는 초자연적 신념이 자연스럽게 생겨나기 쉬운 방식으로 진화해왔다.68) 즉 에이전트 탐지, 마음추론, 서사 기억 등의 보편적 인지작용이 종교 개념 형성의 토대가 된다.

  • ♦ 종교적 신념과 의례는 문화마다 다양하지만, 그 밑바탕에는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주제와 패턴이 있다.69) 예컨대 영혼 개념, 정화 의식, 희생 의례, 창조 신화 등은 개별적 연결고리는 없어 보여도 인지적으로 유사한 기능을 한다.

  • ♦ 종교는 개인 차원에서는 심리적 안정과 의미 제공의 역할을 하고(예: 불확실성과 공포를 줄이는 수술적 사고),70) 집단 차원에서는 사회 통합과 규범 강화에 기여해왔다.71)

  • ♦ 이러한 기능 때문에 종교 현상은 진화 과정에서 선택 압력의 영향을 받았거나 최소한 사회문화적 진화를 통해 확산되었을 가능성이 크다.72)

  • ♦ 궁극적으로 종교성은 인간 본성의 일부로서, 무신론자라 할지라도 그 행동이나 심리에 문화화된 종교적 요소(규범의 내재화, 의례성 등)를 가지고 있을 정도로 깊이 자리잡은 보편적 속성이다.73)

이러한 일반 이론은 기존 역사문화적 종교학이 축적한 풍부한 사례 지식과 상호보완적 관계를 맺는다. 하나는 각론을, 다른 하나는 총론을 제공한다고 할 수 있다. 다음으로, 이 진화인지종교학적 총론이 새로운 응용종교학의 토대로서 어떤 가능성을 제공하는지 살펴본다.

Ⅴ. 진화인지종교학이 새로운 응용종교학에 제공하는 토대

진화인지종교학의 일반 이론은 단지 종교를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지식을 현실 문제 해결에 응용할 수 있는 여러 단서를 제공한다. 과학적으로 검증된 종교 이해를 바탕으로 하면 응용종교학의 기획이 보다 효과적이고 창의적으로 될 수 있기 때문이다.74) 몇 가지 측면에서 그 토대와 가능성을 논의해보겠다.

첫째, 진화인지종교학은 편견과 갈등 해결을 위한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한다. 인지과학의 연구에 따르면 인간은 자기 집단과 타집단에 대해 내재적 편향을 지니는데, 종교도 이러한 편향의 대상이 되기 쉽다. 즉 타종교 집단에 대해 경계심이나 부정적 고정관념을 갖는 것이 어느 정도 인간의 심리 경향임이 밝혀졌다.75)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편견을 버리자”는 도덕적 호소만으로는 부족하며, 인지적·정서적 개입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공감 능력 증진과 타자에 대한 긍정적 접촉이 편견 감소에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76) 이를 종교 간 이해 증진 프로그램에 적용할 수 있다.

진화인지종교학의 관점에서 보면, 타집단에 대한 경계심은 진화사적으로 생긴 것이므로 완전히 없앨 수는 없어도 의식적 훈련과 상황 설계로 약화시킬 수 있다. 실제로 마셜 루이스는 실험적 종교학 기법으로 종교적 편협성을 줄일 수 있음을 보였다.77) 참가자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종교인의 삶을 가상으로 체험하게 하거나(가령 VR로 다른 신앙 의례 참여를 간접경험), 상호 협력이 필요한 과제를 다른 종교 신자와 함께 수행하게 함으로써, 타종교인에 대한 공감과 신뢰를 의도적으로 증가시켰다. 그 결과 이전보다 상대 종교 집단에 대해 관용적 태도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상승하는 효과가 관찰되었다.78)

이러한 접근은 기존 응용종교학의 종교 간 대화 프로그램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기존 프로그램들이 주로 종교 지도자들 간의 공식적 대화나 종교 교리에 대한 지식 전달에 초점을 맞췄다면, 진화인지종교학 기반의 접근은 인간의 인지편향 자체를 타겟으로 한다. 예를 들어, 뇌의 거울뉴런 시스템을 활성화시키는 체화된 경험(embodied experience)을 통해 집단 간 경계를 약화시키고, 옥시토신 분비를 촉진하는 협력 활동을 통해 신뢰를 구축하는 등, 신경생물학적 메커니즘에 기반한 개입 전략을 사용한다.

이러한 연구는 응용종교학이 과학적 근거에 기반하여 프로그램을 설계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즉, 인간 심층의 심리 기제를 이해하면 보다 정교하게 편견 완화 전략을 짤 수 있고, 이것을 사회 통합이나 갈등 해결에 활용할 수 있다. 기존 응용종교학이 주로 ‘대화와 교육’에 의존했다면, 진화인지종교학적 접근은 ‘체험과 뇌과학적 개입’까지 포함하는 새로운 방법을 가능하게 한다.

그러나 동시에 이러한 인지과학적 접근은 악용될 위험성도 내포하고 있다. 타집단에 대한 경계심이 인간의 자연스러운 경향이라는 사실은, 정치적 선동가나 극단주의 집단에 의해 종교적 갈등을 부추기는 데 이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내집단-외집단 편향을 의도적으로 강화하여 종교적 증오를 조장하거나, 위협 인식을 조작하여 특정 종교 집단에 대한 공포를 확산시킬 수 있다. 따라서 응용종교학자들은 이러한 지식의 윤리적 사용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악용 사례를 모니터링하며 대응하는 시스템도 함께 구축해야 한다.

둘째, 진화인지종교학은 종교의 긍정적 사회 기능 강화에 기여할 수 있다. 예컨대 종교의 친사회적 역할 ― 이웃간 신뢰 구축, 도덕성 함양, 봉사 활동 독려 등 ― 은 오랫동안 질적으로 논의되어 왔지만, 최근 과학적 연구들은 구체적으로 어떤 조건에서 종교가 친사회성을 촉진하는지를 규명하고 있다.79) 집단 내 감시하는 눈(공동체 내의 상호감시나 전지적 존재에 의한 감시 인식), 엄격한 윤리적 교리, 정기적 상호작용 의례 등이 결합될 때 협력이 증진된다는 것이 밝혀졌는데,80) 이러한 지식을 활용하면 응용종교학은 현대사회에서 새로운 공동체 연대를 구축하는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세속화된 사회라 해도 공유된 신념이나 가치를 중심으로 소집단을 형성하여 일정한 의례나 모임을 갖도록 디자인하면(예컨대 환경운동가들의 주기적 의식, 회사 내 윤리 서약과 같은 의전 등), 전통 종교가 담당했던 사회적 접착제 역할을 일부 재현할 수 있다. 이는 진화인지종교학이 밝힌 의례의 심리적 효과(의례 동조가 친밀감과 협동을 높임81))를 세속적 맥락에 적용한 사례가 될 것이다.

기존 응용종교학이 주로 전통적 종교 공동체의 사회 봉사 활동을 지원하거나 조직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진화인지종교학적 접근은 종교적 메커니즘 자체를 세속적 맥락에 적용할 수 있게 한다. 예를 들어, 기업의 조직문화 구축에 종교 의례의 원리를 적용하거나, 시민단체의 결속력 강화에 종교적 상징과 내러티브를 활용하는 것이다. 실제로 일부 기업들은 이미 ‘기업 종교’라 불릴 만한 강력한 문화적 정체성과 의례를 발전시켜왔는데, 이는 종교적 메커니즘이 세속적 맥락에서도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더 나아가 응용종교학자는 특정 공동체(지역, 조직 등)의 특성에 맞게 “의례적 디자인”을 제공하는 컨설턴트로 활동할 수도 있다.82) 오늘날 기업들이 조직 문화를 위해 비전 선언식이나 워크숍을 활용하는데, 종교 의례 연구를 접목하면 이러한 이벤트를 더욱 효과적으로 만들어 팀 결속을 다지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이렇듯 종교학 지식을 세속 공동체의 설계에 응용하는 일은 이제 가능성을 띠고 있으며, 이는 진화인지 이론이 준 통찰 ― 의례와 신념의 결속 효과 ― 에 힘입은 바 크다.

하지만 이러한 지식 역시 악용될 소지가 있다. 의례의 결속 효과는 사이비 종교나 극단주의 집단에서도 널리 활용되는 메커니즘이다. 고비용 신호 이론에 기반한 극단적 헌신 요구, 정체성 융합을 통한 개인성 말살, 집단 사고를 강화하는 의례적 실천 등은 구성원들을 조작하고 착취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 특히 취약계층이나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개인들이 이러한 조작의 표적이 되기 쉽다. 따라서 응용종교학은 건전한 공동체 형성과 병리적 집단 조작을 구별하는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고, 후자를 예방하고 치료하는 방안도 함께 개발해야 한다.

셋째, 개인 복지와 치유 영역에서 진화인지종교학의 통찰은 응용 프로그램 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 예컨대 종교적 신념과 실천이 정신건강과 신체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수많은 연구에서 밝혀졌다.83) 규칙적인 명상이나 기도는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를 낮추고, 신앙 공동체의 사회적 지지는 우울증 발병을 억제하며, 신념 체계는 삶의 의미를 부여하여 회복탄력성을 높인다.84) 진화인지종교학은 이러한 효과들의 기저 기제를 설명해준다.

예컨대 공동기도나 찬송 중에 나타나는 동시성 행동(synchronized behavior)은 집단 뇌파 패턴을 부분적으로 동기화하여 소속감과 긍정적 정서를 상승시킨다(일종의 “신경 공명” 현상).85) 또 불안을 느낄 때 의례적 행동(만트라 암송, 묵주 돌리기 등)에 집중하면 해마와 편도체 활동이 안정화되어 걱정이 경감된다는 보고도 있다.86) 이런 과학적 이해를 토대로, 응용종교학은 현대인에게 도움이 될 영적 돌봄 기법을 개발할 수 있다.

기존 응용종교학의 영적 돌봄이나 종교 상담이 주로 특정 종교 전통 내에서의 목회 상담이나 불교 상담 등에 국한되었다면, 진화인지종교학적 접근은 종교 전통을 초월한 보편적 메커니즘에 초점을 맞춘다. 이는 무종교인이나 ‘영적이지만 종교적이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적용 가능한 프로그램 개발을 가능하게 한다.

예를 들어 비종교인이라도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챙김(mindfulness)이나 명상 앱에 전통 종교의 효과적 요소(염불의 호흡 리듬, 묵상의 시각화 기법 등)를 접목하여, 임상 심리치료와 접목하는 시도는 이미 일부 진행 중이다.87) 현대의 많은 명상 앱들이 불교의 위빠사나나 선 전통에서 종교적 요소를 제거하고 순수한 기법만을 추출하여 활용하는 것도 이러한 접근의 예시이다. 그러나 진화인지종교학적 이해는 단순한 기법의 차용을 넘어, 왜 그러한 기법이 효과적인지를 신경과학적으로 설명하고 최적화할 수 있게 한다.

또한 병원에서 환자 대상 영적 돌봄을 할 때, 막연히 경전 구절을 읽어주는 것을 넘어서 과학적으로 검증된 치유 의례를 활용하도록 교육함으로써 효능을 높일 수 있다. 예컨대 심장병 환자는 그룹 기도에 참여하면 회복률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88)고 할 때, 응용종교학자는 어떤 형식의 기도가 이런 효과를 내는지 분석하여 의료진과 협의 하에 환자 지원 프로그램을 설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종교적 돌봄도 의료 팀의 근거기반 치료의 한 부분으로 인정받을 수 있고, 종교학의 응용 영역이 전문화되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이 영역에서도 상업적 착취와 사이비 치료의 위험이 존재한다. 종교적 치유 효과를 과장하여 의학적 치료를 거부하게 만들거나, 취약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검증되지 않은 ‘영적 치료’를 고가에 판매하는 사례들이 있다. 특히 암 환자나 만성질환자들이 절박한 심정에서 이러한 사이비 치료에 의존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응용종교학은 과학적으로 검증된 접근과 사이비 치료를 명확히 구별하고, 의료 전문가들과의 협력 하에서만 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하도록 하는 윤리적 기준을 확립해야 한다.

넷째, 진화인지종교학은 응용종교학으로 하여금 보다 거시적인 시각에서 사회 현상을 조망하도록 돕는다. 전통적으로 응용종교학은 개별 사회문제(교육, 복지, 갈등 등)에 초점을 맞추어 사례별 대응책을 제시하는 경향이 있었다. 반면 진화인지종교학은 인류 진화와 문명사적 변화라는 큰 틀에서 종교의 역할 변화를 설명하기에, 응용종교학도 그러한 장기적 관점을 반영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오늘날 종교의 지형 변화를 장기적 추세 속에서 파악하고 대응하도록 돕는다. 세속화, 탈종교화, 새로운 영성의 부상은 진화문화적 관점에서 볼 때 사회적 환경 변화에 대한 인간 종교성의 적응 현상으로 이해될 수 있다.89)

응용종교학자는 이러한 거시적 통찰을 바탕으로 미래를 예측하고 선제적으로 대비할 수 있다. 가령 인공지능 시대에 등장할 수 있는 가상 종교현상이나, 생명연장 기술 발전에 따른 죽음관 변화 등 새로운 도전에 대해, 인간의 기본 종교성 틀을 고려하면서 대응책을 미리 연구할 수 있다.90) 이처럼 진화인지적 토대는 응용종교학을 수동적 문제 해결자가 아니라 능동적 미래 설계자로 역할하게 할 잠재력이 있다.

기존 응용종교학이 현재의 문제에 대한 즉각적 대응에 초점을 맞췄다면, 진화인지종교학적 접근은 인간 종교성의 진화적 궤적을 이해함으로써 미래의 종교적 변화를 예측하고 준비할 수 있게 한다. 예를 들어, 도시화와 개인주의의 증가가 전통적 종교 공동체를 약화시키는 것은 예측 가능한 패턴이며, 이에 대응하여 새로운 형태의 종교적 표현이 나타날 것을 예상할 수 있다.

정리해 보자면, 진화인지종교학의 통찰을 흡수한 새로운 응용종교학은 인간 종교성에 대한 과학적 이해를 무기로 하여, 편견 완화, 사회적 협동 증진, 개인 치유, 미래 예측 등 다방면에서 더 효과적이고 신뢰할 만한 실천 방안을 개발할 수 있다. 이는 응용종교학이 현대 사회의 복잡한 문제들에 대응하여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준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는 이러한 과학적 지식이 악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항상 경계해야 한다. 인간의 종교적 인지 메커니즘에 대한 깊은 이해는 사람들을 조작하고 착취하는 데도 사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새로운 응용종교학은 윤리적 기준과 보호 장치를 개발하는 것을 핵심 과제로 삼아야 하며, 지식의 선용을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부차적인 고려사항이 아니라, 응용종교학의 정당성과 지속가능성을 보장하는 필수적 요소이다.

Ⅵ. 현대 사회 종교 지형의 변화와 새로운 응용종교학의 과제

오늘날 특히 한국의 종교 지형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응용종교학이 해결해야 할 사회적 과제도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현대 사회의 주요 변화로는 무종교 인구의 증가, 자유분방한 개인 종교성의 확산, 디지털 종교문화의 등장, 그리고 AI 시대의 도래 등을 들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우리는 진화인지종교학의 과학적 통찰을 기반으로 새로운 응용종교학의 방향성을 규정하는 몇 가지 테제(theses)를 제안할 수 있다.

테제 1: 세속화와 다원화 시대에 응용종교학은 인간의 인지구조에 기반한 소통과 포용 전략을 개발해야 한다. 전통 종교의 영향력이 약화되는 반면 무종교 인구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2015년 인구조사에서 이미 절반 이상(약 56%)이 자신을 무종교로 분류했고, 2022년 설문에서는 무종교 비율이 63%까지 상승했다. 진화인지종교학적 관점에서 보면, 이러한 세속화 현상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기본 인지구조 ― 과활성 행위자 탐지 장치(HADD), 목적론적 사고 경향, 마음이론 능력 ― 는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응용종교학은 인간의 인지적 경향을 고려한 효과적인 소통 전략을 개발해야 한다.

기존 응용종교학의 종교 간 대화 프로그램은 주로 종교 지도자들의 만남이나 교리적 차원의 이해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진화인지종교학적 접근은 인간의 인지편향 자체를 다룬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예를 들어, 종교 간 편견 감소를 위한 프로그램은 단순한 정보 전달보다 체화된 경험(embodied experience)을 통한 접근이 더 효과적이다. 마셜 루이스의 실험적 종교학 연구에 따르면,91) 참가자들에게 낯선 종교인의 삶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하는 시뮬레이션 활동은 거울뉴런 시스템을 활성화하여 집단 간 공감을 증진시킨다.

이러한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응용종교학자는 다원화 사회에서 효과적인 종교 간 이해 프로그램을 설계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이러한 접근은 종교인뿐만 아니라 무종교인들도 포함하는 포용적 프로그램으로 확장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세계관 대화’ 프로그램을 통해 종교적 세계관과 세속적 세계관을 동등하게 다루면서 상호 이해를 증진시킬 수 있다.

테제 2: 자연종교화 경향과 종교 소비 증대에 대응하여 응용종교학은 인간의 기본적 종교성을 건전하게 충족시키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현대인은 기존의 제도 종교 대신 보다 개인화된 영성이나 자연스러운 종교 활동을 추구하는 경향이 증가하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 무속 신앙과 운세 상담이 젊은 층 사이에 다시 인기를 얻고 있으며, 실제로 2022년 조사에 따르면 한국 성인 10명 중 4명이 점집이나 철학관을 이용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 이러한 현상은 진화인지종교학적 관점에서 볼 때 예측 가능한 결과이다. 보이어와 아트란의 연구에 따르면,92) 인간은 불확실성과 불안에 대응하기 위해 패턴 인식과 의미 부여 기제를 발달시켰다. 점술과 같은 실천은 이러한 인지적 경향성을 충족시키며, 특히 통제감이 약하게 느껴지는 상황에서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기존 응용종교학은 이러한 현상을 미신으로 치부하거나 무시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진화인지종교학적 접근은 이를 인간의 기본적 인지 체계의 작용 결과로 이해하고, 보다 건설적인 대안을 제시한다. 응용종교학은 이러한 기본적 인지 체계의 작용을 인정하면서도, 보다 건강한 방식으로 이를 유도할 수 있는 대안을 개발해야 한다. 예를 들어, 불교의 명상이나 기독교의 영성 훈련과 같은 전통적 실천들을 현대적 맥락에 맞게 재해석하여, 개인의 불안 관리와 의미 추구를 돕는 세속적 프로그램으로 제공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MBSR(Mindfulness-Based Stress Reduction)과 같은 의학적으로 검증된 명상 프로그램, 의미치료(logotherapy)에 기반한 삶의 목적 탐색 워크숍, 자연과의 연결을 통한 영성 체험 프로그램 등이 개발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문화적 차용이 아니라, 인간 인지구조의 기본적 작용방식에 대한 과학적 이해를 바탕으로 한 접근이다. 특히 현대 한국 사회에서 증가하는 1인 가구와 사회적 고립 현상을 고려할 때, 개인의 영적 욕구를 건전하게 충족시키면서도 사회적 연결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의 개발은 시의성이 있을 것이다.

테제 3: 종교적 병리 현상에 대응하여 응용종교학은 인지-행동 메커니즘에 기반한 예방과 치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종교 자체는 긍정적 심리·사회적 효과를 줄 수 있지만, 그 왜곡된 형태는 개인과 사회에 해를 끼치는 종교적 병리 상태를 낳는다. 진화인지종교학은 왜 특정 종교적 실천이 병리적 행동 패턴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 설명한다. 종교적 극단주의 집단이 요구하는 고통스러운 의례나 헌신적 행위는 소시스와 알코르타가 설명한 ‘고비용 신호 이론’(costly signaling theory)에 따라 집단 결속을 강화하는 기능이 있다.93) 또한 화이트하우스(Whitehouse)의 ‘정체성 융합’(identity fusion) 연구는 강렬한 감정적 경험을 공유하는 종교 의례가 어떻게 개인과 집단의 경계를 흐리게 만들어 극단적 헌신으로 이어지는지 보여준다.94)

기존 응용종교학은 종교적 병리 상태를 주로 개인의 심리적 문제나 특정 집단의 일탈로 접근했다. 그러나 진화인지종교학적 이해는 이를 인간의 정상적인 인지 메커니즘이 극단적으로 작동한 결과로 본다. 이러한 과학적 이해를 바탕으로, 응용종교학은 종교적 병리 상태의 예방과 치료를 위한 맞춤형 접근법을 개발할 수 있다.95) 예를 들어, 인지편향 재구성 훈련, 비판적 사고 증진 프로그램, 그리고 건강한 소속감을 제공하는 대안적 공동체 형성 등이 포함될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종교적 가스라이팅 피해자를 위한 인지행동치료 프로토콜 개발 및 전문 상담 프로그램, 종교적 극단주의 예방을 위한 학교 교육 커리큘럼 개발 등이 될 것이다. 특히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종교적 메시지의 비판적 평가 능력을 기르는 교육은, 종교적 병리 상태로 빠져들기 쉬운 인지적 취약성을 보완하는 데 효과적일 것이다.

테제 4: 디지털 시대에 응용종교학은 인간의 종교적 인지와 온라인 환경의 상호작용을 분석하고 건강한 디지털 종교문화 형성에 기여해야 한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종교 활동과 소통이 온라인으로 확장되면서, 새로운 형태의 종교적 표현과 문제가 등장하고 있다. 인터넷과 소셜미디어는 종교 정보의 민주화를 가져왔지만, 동시에 알고리즘에 의한 확증편향 강화와 종교적 허위정보 확산이라는 부작용도 초래했다. 진화인지종교학적 관점에서 보면, 종교적 콘텐츠는 온라인 환경에서 특별한 전파력을 갖는다. 보이어의 ‘최소반직관성’(MCI) 이론에 따르면,96) 우리의 인지체계는 일상적 기대를 약간만 위반하는 개념에 특별히 주목하고 이를 더 쉽게 기억한다. 종교적 주장이나 음모론은 이러한 인지적 특성을 자극하여 디지털 환경에서 빠르게 확산된다.

기존 응용종교학은 주로 오프라인 종교 활동에 초점을 맞췄으며, 디지털 환경의 특수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다. 그러나 진화인지종교학적 접근은 온라인 환경이 인간의 종교적 인지를 어떻게 증폭시키거나 왜곡시키는지를 이해할 수 있게 한다. 응용종교학은 이러한 인지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디지털 종교문화 리터러시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사용자들이 온라인 종교문화 콘텐츠를 비판적으로 평가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 예를 들어, 소셜미디어에서 종교적 혐오 발언을 식별하고 대응하는 방법, 종교적 딥페이크를 구별하는 기술, 알고리즘의 필터 버블을 인식하고 다양한 관점을 접하는 전략 등을 교육할 수 있다.

또한 종교적 허위정보의 확산 패턴을 모니터링하고 분석하는 시스템을 개발하여, 종교 간 갈등이나 극단주의가 온라인에서 증폭되는 것을 사전에 감지하고 대응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기술적 접근이 아니라, 인간의 종교적 인지 특성과 디지털 환경의 상호작용에 대한 과학적 이해를 바탕으로 한 체계적 대응으로서 모색될 필요가 있다. 특히 한국의 경우 높은 인터넷 보급률과 소셜미디어 사용률을 고려할 때, 온라인 종교 문화의 부정적 측면에 대응하는 것은 중요한 과제이다.

테제 5: AI 시대의 도전에 맞서 응용종교학은 인간의 행위자 인식 경향을 고려한 인공지능-종교성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 AI(인공지능)의 발달은 종교적 서비스 영역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부에서는 AI를 구원자나 예언자처럼 여기는 움직임도 포착되며, 로봇 승려가 법문을 설하는 실험 등이 시도되고 있다. 진화인지종교학의 관점에서 보면, 인간이 AI에 종교적 의미를 부여하는 현상은 우리의 과활성 행위자 탐지 기제(HADD)와 마음 이론(Theory of Mind) 능력의 자연스러운 확장으로 볼 수 있다. 거스리의 연구에 따르면,97) 인간은 의도와 의식을 지닌 행위자를 탐지하고 이해하는 데 특화된 인지체계를 가지고 있으며, 이는 때때로 비생명체에도 적용된다. 고도로 발달한 AI는 의도를 가진 행위자처럼 보이기 때문에, 우리의 종교적 인지 메커니즘을 자극할 수 있다.

기존 응용종교학은 AI와 종교의 관계를 거의 다루지 않았으나, 진화인지종교학적 이해는 왜 사람들이 AI에 종교적 속성을 부여하는지를 설명할 수 있다. 응용종교학은 이러한 인지적 경향을 이해하고, AI와 종교의 관계에 대한 윤리적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 예를 들어, 종교적 조언이나 체험을 유도하는 AI의 개발과 사용에 관한 지침, AI가 종교적 경험과 공동체에 미치는 영향 평가, 그리고 AI 시대에 인간의 건강한 영성을 보존하는 방안 등을 연구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AI 종교 상담의 한계와 가능성, 가상현실 종교 체험의 윤리적 기준, AI가 생성한 종교적 콘텐츠의 진정성 문제 등을 다룰 수 있다.

또한 AI를 활용한 종교문화 교육이나 상담 프로그램을 개발할 때, 인간의 종교적 인지 특성을 고려하여 설계함으로써 기술과 영성의 건강한 통합을 도모할 수 있다. 예를 들어, AI 챗봇을 활용한 기초적인 종교 정보 제공은 가능하지만, 깊은 영적 상담이나 실존적 위기 상황에서는 인간 상담자의 역할이 여전히 중요하다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

이상의 테제들을 통해, 현대 사회에서 응용종교학이 나아가야 할 대응 전략의 청사진이 그려진다. 진화인지종교학에 기반한 새로운 응용종교학은 인간의 기본적인 종교적 인지 경향을 과학적으로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세속화·다문화 시대의 포용, 개인영성 시대의 방향 제시, 종교병리의 예방과 치유, 디지털·AI 시대의 선제적 대응이라는 축으로 새로운 지평을 열어야 한다. 이러한 응용종교학은 학문적 엄밀성과 사회적 유용성을 동시에 추구함으로써, 종교학의 현대적 의의를 확립하고 인류 공동의 도전에 대응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다만 현 한국 상황에서는 특히 테제1(세속화 대응)과 테제3(종교적 병리 예방)이 가장 시급한 과제이며, 나머지 테제들은 중장기적 관점에서 단계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Ⅶ. 결론 : 새로운 응용종교학의 비전과 사회적 기여

지금까지 진화인지종교학이 제공하는 이론적 토대를 바탕으로 현대 사회의 맥락에 부응하는 새로운 응용종교학98)의 테제들을 제시하고, 이를 통해 구체적인 사회 문제 대응 방안을 모색해보았다. 결론적으로, 새로운 응용종교학은 “과학으로 뒷받침되고, 현실에 뿌리내린 종교학”으로서 다음과 같은 비전을 가진다.

첫째, 새로운 응용종교학은 인간의 종교적 인지 경향에 대한 과학적 이해를 바탕으로 현대 사회가 직면한 현실 문제 해결에 적극 기여함으로써 종교학의 사회적 유용성을 극대화한다. 인구 감소와 다문화 사회화, 종교 인구 지형의 변화, 디지털 혁명과 AI의 도전 등 21세기의 과제들은 종교 현상과 밀접히 연결되어 있다. 응용종교학은 이러한 문제들을 외면하지 않고 정면으로 다루며, 인간의 종교적 인지 특성에 관한 과학적 분석을 통해 효과적인 해법을 제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다문화 사회에서의 종교적 편견 감소를 위한 프로그램은 단순히 다른 종교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보다, 인간의 과활성 행위자 탐지나 내집단-외집단 구분 경향과 같은 인지적 특성을 고려하여 설계될 때 더 효과적일 수 있다. 마찬가지로, 종교적 극단주의에 대한 대응은 고비용 신호(costly signaling)와 정체성 융합(identity fusion)과 같은 메커니즘을 이해함으로써 더 정교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 온라인 종교 콘텐츠의 확산 역시 최소 반직관성(MCI)의 인지적 매력도를 고려할 때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이처럼 인간의 종교적 인지 경향에 대한 과학적 이해를 응용함으로써, 종교학은 다문화 갈등 현장에 투입될 종교문화 전문가, 노년층의 정신건강을 돌볼 영적 돌봄 코디네이터, 온라인 혐오를 감시할 디지털 종교 큐레이터 등 새로운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이는 종교학이 학회 담론에 머무르지 않고 현장의 변화를 이끄는 주체로 거듭남을 의미한다.

둘째, 새로운 응용종교학은 학제간 융합과 혁신을 통해 종교학의 학문적 지평을 넓힌다. 진화인지과학, 데이터과학, 뇌과학, 임상심리, 환경학 등 인접 분야와 활발히 교류함으로써, 종교 연구의 방법과 내용을 풍부하게 한다. 이는 종교학이 인문학과 사회과학의 전통적 경계를 넘어 통섭 학문으로 발돋움하게 한다. 진화인지종교학의 연구 성과들이 보여주듯이, 의례의 신체적 동기화가 집단 결속에 미치는 영향, 도덕적 판단에서 초자연적 감시자 개념의 역할, 종교적 실천이 스트레스 호르몬에 미치는 영향 등은 전통적인 종교학 방법론만으로는 충분히 탐구하기 어려운 주제들이다.

그러나 이러한 이해는 응용종교학이 효과적인 개입 방안을 설계하는 데 필수적이다. 예컨대 공동체 의례의 집단 결속 효과를 이해하면, 세속 맥락에서도 유사한 심리적 효과를 낼 수 있는 집단 활동을 설계할 수 있다. 또한 목적론적 사고 경향에 대한 이해는 환경 윤리 교육 프로그램을 더 효과적으로 만들 수 있다. 이러한 학제간 연구를 통해 종교학자들은 새로운 연구 기술을 습득하고, 다른 분야 연구자들과 협업하면서 창의적 연구 질문을 발굴할 것이다.

셋째, 새로운 응용종교학은 학문 후속세대의 진로 다변화와 전문직 발전에 기여한다. 종교학을 전공한 이들이 학계 이외에 나아갈 수 있는 다양한 전문 직업 영역을 개척함으로써, 종교학도의 취업 및 사회진출 기회를 확대할 수 있다. 앞서 제시한 디지털 분야, 상담·치유 분야, 정책 분야 등은 모두 잠재적 일자리이자 전문직 영역이다. 이는 종교학 교육에 대한 사회의 인식을 변화시켜, 종교학 전공이 실용성과 공헌도를 갖춘 전공으로 인정받도록 한다.

특히 인간의 종교적 인지 메커니즘에 대한 과학적 이해를 갖춘 전문가들은, 종교 현상이 관련된 다양한 사회 문제에 대응하는 데 독특한 기여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종교적 편견이나 갈등이 인간의 기본적 인지 편향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이해하는 전문가는, 이러한 문제를 단순한 도덕적 비난이나 교육적 계몽으로 접근하는 것의 한계를 인식하고, 보다 효과적인 개입 방안을 설계할 수 있다.

넷째, 본 논문에서 제시한 테제들은 세속화와 다원화 시대의 종교문해력, 개인화된 영성 추구의 증가, 종교적 병리 현상, 디지털 종교문화의 확산, AI와 종교의 상호작용 등 현대 사회의 주요 도전에 응용종교학이 기여할 수 있는 구체적 방향을 제시한다. 이러한 영역들에서 진화인지종교학적 통찰은 인간의 종교적 인지 경향을 고려한 효과적인 개입 전략을 설계하는 데 중요한 기반을 제공한다.

다섯째, 새로운 응용종교학은 종교학 연구의 사회적 가치를 높이고 학문의 지속가능성을 강화한다. 현대 사회에서 인문학과 사회과학은 점점 더 그 실용적 가치를 증명하도록 요구받고 있다. 진화인지종교학에 기반한 응용종교학은 종교 연구가 단순한 문화적 호기심이나 역사적 관심의 대상을 넘어서, 현대 사회의 중요한 도전에 대응할 수 있는 실질적 지식과 기술을 제공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종교학의 사회적 위상을 강화하고, 학문으로서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비전의 실현은 한국 종교학계의 현실적 제약을 극복해야 가능하다. 첫째, 학제간 연구 역량의 부족이다. 대부분의 한국 종교학자들은 전통적인 인문학적 방법론에 익숙하며, 인지과학이나 진화심리학 등 과학적 방법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둘째, 종교학에 대한 사회적 인식 부족이다. 종교학의 실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낮아, 응용종교학 프로그램에 대한 수요와 지원이 제한적이다. 셋째, 연구비 지원 체계의 미비이다. 학제간 연구나 응용 연구에 대한 연구비 지원이 부족하여, 새로운 시도를 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가 있다. 넷째, 제도적 기반의 부재이다. 응용종교학을 체계적으로 교육하고 연구할 수 있는 대학원 과정이나 연구센터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우리는 종교가 인간의 인지 구조에 깊이 뿌리내린 현상임을 이해함으로써, 세속화와 다원화가 진행되는 현대 사회에서도 종교적 인지 경향이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지 통찰할 수 있다. 이는 종교 그 자체에 대한 연구를 넘어, 인간의 행동과 신념 형성의 근본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것으로, 인간 사회의 다양한 도전과제에 대응하는 기반이 된다.

다시 말해, 새로운 응용종교학은 학문적 탐구와 사회적 실천의 접점을 체현함으로써, 종교학의 존재 의의를 현대에 새롭게 각인시키는 역할을 할 것이다. 새로운 응용종교학의 여정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앞으로 축적될 수많은 국내외 연구와 현실 적용 사례들이 이 비전을 더욱 구체화하고 풍부하게 만들어갈 것을 기대해 본다.

Notes

* 이 논문은 2021년 대한민국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연구임(NRF-2021S1A5B5A16076820).

1) 국내에서는 ‘응용종교학’이라는 표제 하에서 관련 논의가 이루어지지는 않았고, 종교학의 사회적 활용 혹은 산업적 활용과 관련된 다양한 논의가 있었다. 예를 들어, 신광철, 「문화콘텐츠와 종교학」, 『종교연구』 44 (2006); 이남희, 「문화원형사업과 공연 문화콘텐츠」, 『원불교사상과 종교문화』 42 (2009); 김재명, 「종교학과 의료인문학」, 『종교연구』 79-3 (2019) 등이 그것이다. 이 글에서는 ‘응용종교학’이라는 표제가 직접적으로 쓰인 해외 사례에 더 주목하기 위해 국내 논의에 대해서는 자세히 다루지 않았다.

2) American Academy of Religion, “Applied Religious Studies Committee,” https://aarweb.org (2022).

3) 井川裕覚, 「3·11後の死生学――実践宗教学と臨床宗教師の試み」, 『鶴見大学仏教文化研究所紀要』 24 (2019), pp.13-27.

4) T. Jensen, “Why Religion Education Ought to Be Part of the Public-School Curriculum,” Numen 58:2-3 (2011), pp.131-164; W. Reiss, “Anwendungsorientierte Religionswissenschaft,” in W. Reiss (Ed.), Religionswissenschaft in Anwendung (2012), pp.1-20.

5) 본 논문에서 ‘세속화’는 사회에서 종교의 공적 영향력 감소와 개인의 종교 참여율 하락을 의미하며, 종교 자체의 소멸이 아닌 종교 표현양식의 변화를 포함하는 개념으로 사용한다.

6) P. Zuckerman et al., The Nonreligious: Understanding Secular People and Societies (Oxford University Press, 2016); M. Hout & C. S. Fischer, “Explaining why more Americans have no religious preference,” Sociological Science 1 (2014), pp.423-447.

7) P. Norris & R. Inglehart, Sacred and Secular: Religion and Politics Worldwide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04).

8) 진화인지종교학에서 말하는 ‘자연종교’는 제도화된 종교와 달리 인간의 기본적 인지경향(행위자 탐지, 목적론적 사고 등)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종교적 신념과 실천을 의미한다. cf. 심형준, 「종교와 사회성의 진화에 관한 최근 연구의 주요 쟁점과 종교학 분야에의 시사점」, 『종교연구』 81-3 (2021), p.14, n.12.

9) P. Heelas & L. Woodhead, The Spiritual Revolution: Why Religion Is Giving Way to Spirituality (Blackwell, 2005); B. Taylor, Dark green religion: Nature spirituality and the planetary future (University of California Press, 2010).

10) D. Houtman & S. Aupers, “The spiritual turn and the decline of tradition,” Journal for the Scientific Study of Religion, 46:3 (2007), pp.305-320.

11) 심형준 외, 「한국의 온라인 종교문화에 대한 시론적 연구 : 온라인 종교활동과 종교적 표현상의 특이 사례를 중심으로」, 『대순사상논총』, 45 (2023), pp.187-226.

12) H. A. Campbell (Ed.), Digital religion: Understanding religious practice in new media worlds (Routledge, 2013); 심형준 외, 같은 글.

13) R. D. Putnam, Bowling Alone: The Collapse and Revival of American Community (Simon & Schuster, 2000).

14) R. Wuthnow, After the baby boomers: How twenty- and thirty-somethings are shaping the future of American religion (Princeton University Press, 2007).

15) L. H. Martin & D. Wiebe, “Religious studies as a scientific discipline,” Journal of the American Academy of Religion 80:3 (2012), pp.587-597.

16) S. A. Smith, Manifesto for the Humanities: Transforming Doctoral Education in Good Enough Times (University of Michigan Press, 2015); M. H. Bassett & D. McConeghy, D., “Applied Religious Studies at Georgia State University,” The Religious Studies Project(https://religiousstudiesproject.com) (2019, September 23).

17) American Academy of Religion, Op. cit.

18) Ibid.

19) Bassett & McConeghy, Op. cit.

20) Ibid.

21) Ibid.

22) R. S. Appleby, The ambivalence of the sacred: Religion, violence, and reconciliation (Rowman & Littlefield, 2000); D. Little & R. S. Appleby, Peacemakers in action: Profiles of religion in conflict resolution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04).

23) 井上順孝, 「宗教の境界線―学生に対する意識調査から」, 『國學院大學研究開発推進機構日本文化研究所年報』 6 (2013), pp.40-66.

24) 井川, Op. cit.

25) 藤原聖子, 「宗教文化士と学士力認定制度が宗教学会になげかけるもの : 評価·アカウンタビリティの要請とその危うさ」, 『宗教研究』 82:4 (2009), pp.884-908.

26) Ibid.

27) 藤原, Ibid.

28) 《Sophia University》, “Graduate School of Applied Religious Studies,” (https://www.sophia.ac.jp/eng/academics/g/g_religious, 2025. 1. 17. 검색).

29) Reiss, “Anwendungsorientierte Religionswissenschaft,” (2012).

30) D. Lüddeckens & K. von Stuckrad (Eds.). Religion in the public sphere (Transcript Verlag. 2018).

31) Reiss, Op. cit.

32) OpenRUB. “Angewandte Religionswissenschaft: Praktikum und Projekte.” Ruhr-Universität Bochum, (https://religionswissenschaft.rub.de/applied).

33) E. Barker, “Inform: bringing the sociology of religion to the public space.” In P. Côté (éd.), Chercheurs de dieux dans l'espace public-Frontier Religions in Public Space (Les Presses de l'Université d'Ottawa. 2001)에 나타난 영국 INFORM과 유사한 모델이다.

34) T. Jensen, “Why Religion Education, as a Matter of Course, ought to be Part of the Public School Curriculum.” In L. Franken, & P. Loobuyck (Eds.), Religious Education in a Plural, Secularised Society. A Paradigm Shift (Waxmann Verlag, 2011).

35) Barker, Op. cit.

36) Bergman, J. “Tillämpad religionsvetenskap: konfessionellt öppen praktisk-teologisk övningstermin”(Ds U 1977:6) (Stockholm: Utbildningsdepartementet, 1977).

37) Ann Taves and Egil Asprem, “Scientific Worldview Studies: A Programmatic Proposal,” In Anders Klostergaard Petersen, et al. (Eds.), Evolution, Cognition, and the History of Religion: A New Synthesis: Festschrift in Honour of Armin W. Geertz (Leiden: Brill, 2019), pp.297-308.

38) D. Voas & M. Chaves, “Is the United States a counterexample to the secularization thesis?” American Journal of Sociology, 121:5 (2016), pp.1517-1556.

39) 갤럽코리아, 『한국인의 종교 2022 조사 결과』 (갤럽, 2022).

40) G. Davie, Religion in Britain since 1945: Believing without belonging (Blackwell, 1994).

41) 구형찬, 「인지종교학의 ‘종교’ 개념 고찰」, 『종교와 문화』 42 (2022), pp.71-97.

42) P. Boyer, Religion explained: The evolutionary origins of religious thought (Basic Books, 2001); S. Atran, In gods we trust: The evolutionary landscape of religion (Oxford University Press, 2002).

43) J. L. Barrett, Why would anyone believe in God? (AltaMira Press, 2004).

44) 이러한 차이점은 단순히 방법론적 차이를 넘어 인식론적 차이를 반영한다. 기존 종교학이 종교를 독특한 인간 현상으로 보고 그 특수성을 강조했다면, 진화인지종교학은 종교를 일반적인 인지 과정의 부산물 또는 적응으로 보고 그 보편성을 강조한다.

45) S. Guthrie, Faces in the clouds: A new theory of religion (Oxford University Press, 1993); Barrett, Op. cit.

46) 가령, 곰이나 호랑이 같은 포식자를 예로 들 수 있다.

47) Barrett, Op. cit.

48) Guthrie, Op. cit.

49) Boyer, Op. cit.

50) Ibid.

51) Atran, Op. cit.; A. Norenzayan, Big gods: How religion transformed cooperation and conflict (Princeton University Press, 2013).

52) D. S. Wilson, Darwin’s cathedral: Evolution, religion, and the nature of society (University of Chicago Press, 2002).

53) R. Sosis & C. Alcorta, “Signaling, solidarity, and the sacred,” Evolutionary Anthropology, 12:6 (2003), pp.264-274.

54) J. Henrich, “The evolution of costly displays, cooperation and religion,” Evolution and Human Behavior, 30:4 (2009), pp.244-260.

55) Sosis & Alcorta, Op. cit.

56) Wilson, Op. cit.

57) Norenzayan, Op. cit.

58) A. Norenzayan, et al., “The cultural evolution of prosocial religions,” Behavioral and Brain Sciences 39 (2016), e1.

59) B. G. Purzycki, et al., “Moralistic gods and the expansion of sociality,” Nature, 530:7590 (2016), pp.327-330.

60) Norenzayan (2013), Op. cit.

61) Purzycki et al., Op. cit.

62) J. Bulbulia, “The cognitive and evolutionary psychology of religion,” Biology and Philosophy, 19:5 (2004), pp.655-686.

63) J. L. Barrett, “Cognitive science of religion: Looking back, looking forward,” Journal for the Scientific Study of Religion 55:1 (2016), pp.1-19.

64) D. Xygalatas, et al., “Extreme rituals promote prosociality,” Psychological Science, 24:8 (2013), pp.1602-1605.

65) H. Whitehouse & J. A. Lanman, “The Ties That Bind Us: Ritual, Fusion, and Identification,” Current Anthropology, 55:6 (2014), pp.674-695.

66) Purzycki et al., Op. cit.

67) 여기에서 ‘잠정적 일반 이론’으로 표현한 것은 ‘집단선택설’ 혹은 ‘다수준 선택 모델’이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은 아니고, 여전히 논쟁적으로 다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현대 물리학의 검증된 최신 이론에 견주어 본다면, 훨씬 검증력이 제한적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68) Barrett (2004), Op. cit.; Guthrie (1993), Op. cit.

69) Boyer, Op. cit.

70) K. I. Pargament, Spiritually integrated psychotherapy: Understanding and addressing the sacred (Guilford Press. 2007).

71) Sosis & Alcorta (2003), Op. cit.; Norenzayan (2013), Op. cit.

72) Norenzayan et al. (2016), Op. cit.

73) Boyer (2001), Op. cit.; Norenzayan (2013), Op. cit.

74) 심형준, 「종교와 사회성의 진화에 관한 최근 연구의 주요 쟁점과 종교학 분야에의 시사점」, 『종교연구』, 81:3 (2021), pp.7-48.

75) Norenzayan, 2013, Op. cit.

76) M. S. Lewis, “Experimental and applied religious studies for reducing intolerance,” Dialogue and Universalism, 27:3 (2017), pp.15-26.

77) Ibid.

78) Ibid.

79) Norenzayan et al. (2016), Op. cit.

80) Purzycki et al. (2016), Op. cit.

81) Whitehouse & Lanman, 2014, Op. cit.

82) 인지종교학 기반 응용종교학적 사례는 아니지만, 이미 한국에 유사한 사례가 존재한다. 신상원, 『기업문화 오디세이 1-3』 (서울: 눌와, 2009~2015) 참고.

83) H. G. Koenig, et al., Handbook of religion and health (Oxford University Press, 2001); D. Oman, Why religion and spirituality matter for public health (Springer, 2018).

84) Pargament, 2007, Op. cit.; M. E. McCullough & B. L. Willoughby, “Religion, self-regulation and self-control,” Psychological Bulletin, 135:1 (2009), pp.69-93.

85) cf. I. Konvalinka, et al., “Synchronized arousal in a fire-walking ritual,” Proc. Natl. Acad. Sci. U.S.A. 108:20 (2011), pp.8514-8519 등.

86) J. L. Saver & J. Rabin, “The neural substrates of religious experience,” Journal of Neuropsychiatry and Clinical Neurosciences, 9:3 (1997), pp.498-510.

87) P. McNamara, The neuroscience of religious experience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09).

88) Koenig et al. (2001), Op. cit.

89) Norenzayan et al. (2016), Op. cit.

90) H. Tirosh-Samuelson & A. Mossman, Religion and technology: Transhumanism and beyond (Brill, 2019).

91) Lewis (2017), Op. cit.

92) Boyer (2001), Op. cit.; Atran (2002), Op. cit.

93) Sosis & Alcorta (2003), Op. cit.

94) Whitehouse & Lanman (2014), Op. cit.

95) 심형준, 「종교문해력 증진을 위한 새로운 관점 : 종교의 역기능 재고찰을 위한 이론적 토대를 찾아서」, 『2024 한국종교학회 추계 학술대회 자료집 : 탈종교 시대의 종교, 그 의미와 역할』 (2024), pp.147-158.

96) Boyer (2001), Op. cit.

97) Guthrie (1993), Op. cit.

98) 이에 대한 적절한 영어 표기는 Applied Religious Studies가 아니라 Applied Scientific Studies of Religious Culture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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