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논문

상생의 에코소피: 펠릭스 가타리의 세 가지 생태학과 상생생태론의 개념적 번역

차선근 1 , *
Seon-keun Cha 1 , *
Author Information & Copyright
1대진대학교 교수
1Professor, Department of Daesoon Studies, Daejin University

© Copyright 2026, The Daesoon Academy of Sciences. This is an Open-Access article distributed under the terms of the Creative Commons Attribution Non-Commercial License (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nc/3.0/) which permits unrestricted non-commercial use, distribution, and reproduction in any medium, provided the original work is properly cited.

Received: Apr 18, 2026; Revised: Jun 01, 2026; Accepted: Jun 25, 2026

Published Online: Jun 30, 2026

국문요약

오늘의 생태 위기는 자연환경 훼손, 사회관계 해체, 주체성 생산 왜곡, 영적 질서 파탄이 중첩된 총체적 위기다. 펠릭스 가타리는 생태 위기를 환경·사회·정신이 상호 침투하는 관계의 위기로 진단하고 그 원인으로 자본주의적 주체성 생산을 지목했으나, 관계 회복을 위한 구체적인 윤리적 방향과 실천 경로를 제시하지 못했다. 반면, 대순진리회의 상생생태론은 해원상생과 보은상생으로 선천 상극이 누적한 원의 병리를 치유하며, 수도와 공동체 실천을 바탕으로 새로운 상생의 주체성과 관계 질서를 형성하는 종교적 구조를 갖추고 있다. 본 연구는 개념적 번역을 통해 이 두 사상을 교차시켜, 가타리의 삼분 구도에 영적인 신명의 차원을 더한 ‘상생의 에코소피’를 제안한다. 이것은 기존의 상생생태론을 환경·사회·인간·신명 네 차원을 포괄하는 종교 생태철학으로 확장한 심화 이론으로, 가타리 이론의 실천적 공백을 보완하고 대순진리회의 생태적 잠재력을 현대 철학의 언어로 재구성하려는 시도다.

Abstract

The contemporary ecological crisis is a total crisis characterized by the overlapping of the degradation of the natural environment, the disintegration of social relations, the distortion of subjectivity production, and the collapse of the spiritual order. Félix Guattari diagnosed the ecological crisis as a crisis of relations where the environmental, social, and mental domains interpenetrate, pointing to the capitalistic production of subjectivity as its root cause. However, he failed to suggest a specific ethical direction or practical paths for restoring relationships. Conversely, the Sangsaeng Ecological Theory of Daesoon Jinrihoe possesses a religious structure that heals the pathology of grievances accumulated through the “mutual conflict” (Sanggeuk) of the Former World via Haewon Sangsaeng (the resolution of grievances for mutual beneficence) and Boeun Sangsaeng (the grateful reciprocation of favors for mutual beneficence), while establishing a new subjectivity of sangsaeng (mutual beneficence) and a relational order based on sudo (spiritual cultivation) and community practice. By intersecting these two frameworks through the method of conceptual translation, this study proposes a “Sangsaeng Ecosophy,” which adds the spiritual dimension of divine beings (Sinmyeong) to Guattari’s tripartite scheme. This is an advanced theory that expands the already existing Sangsaeng Ecological Theory into a religious ecological philosophy encompassing the four dimensions of environment, society, human beings, and divine beings. It serves as an attempt to supplement the practical gaps in Guattari’s theory and reconstruct the ecological potential of Daesoon Jinrihoe into the language of modern philosophy.

Keywords: 상생의 에코소피; 개념적 번역; 세 가지 생태학; 상생생태론; 주체성 생산; 관계의 병리학; 신명
Keywords: Sangsaeng Ecosophy; Conceptual Translation; Three Ecologies; Sangsaeng Ecological Theory; Production of Subjectivity; Pathology of Relations; Divine Beings

Ⅰ. 위기의 시대, 왜 ‘에코소피’인가?

2023년 요한 록스트룀(Johan Rockström) 등 51명의 학자는 기존의 환경 평가를 뛰어넘는 ‘안전하고 정의로운 지구 시스템 경계(Safe and Just Earth System Boundaries)’를 발표했다. 이것은 자연과학·사회과학의 지표들인 지구 한계 위험선과 도넛 경제학, 그리고 UN의 지속 가능한 개발 목표(SDGs)를 결합·확장한 모델이다.1) 이 학자 그룹의 분석 결과에 의하면 기후, 생물권, 자원, 오염원(농업·에어로졸·미세플라스틱) 등 총 8개 평가 항목 가운데 7개가 위험 경계선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2) 해당 연구의 데이터가 도출된 시점으로부터 일정한 시간이 흐른 지금은 생태 훼손의 정도가 더 심각해졌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 위기는 자연만의 위기가 아니다. 인간 삶의 빈곤화, 사회적 관계의 파탄, 더 나아가 문명 전체가 흔들리는 총체적 위기다. 이런 배경에서 주목되는 게 ‘에코소피(Ecosophy: Ecological Wisdom, 생태철학)’다. 에코소피는 생태학적 조화와 균형을 지향하는 철학으로 인간과 자연, 사회와 정신, 존재와 삶의 방식 사이의 ‘관계’를 전면 재검토하려는 기획이다. 이 용어는 노르웨이 철학자 아르네 네스(Arne Naess, 1912~2009)와 프랑스 철학자 펠릭스 가타리(Félix Guattari, 1930~1992)에 의해 같은 해인 1989년, 각기 다른 문제의식 속에서 동시에 제안되었다.3) 네스는 ‘인간중심주의를 비판’하고 모든 생명체의 고유한 가치를 강조하는 심층생태학의 규범적 기획으로 에코소피를 언급했고, 가타리는 ‘자본주의를 비판’하면서 사회철학적·정치철학적 맥락에서 에코소피를 구성했다는 데에서 둘의 차이가 있다.

특히 가타리는 『세 가지 생태학(Les Trois Écologies)』(1989)에서 에코소피의 방향을 확실하게 설정했다. 그는 생태 위기를 환경 영역으로만 바라보는 것에 반대하고, 사회와 인간으로 관점을 더 확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현대의 세계 자본주의는 모든 가치를 자본으로 환원시켜 인간의 정신을 파괴하므로, 여기에 맞서 새로운 인간 주체성을 수립하고 자율적인 삶의 방식을 창출해야 한다는 게 가타리의 주장이다. 그는 이것을 세 가지 생태학, 즉 환경 생태학(Environmental Ecology), 사회 생태학(Social Ecology), 정신 생태학(Mental Ecology)으로 설명했다. 이 셋이 분리되지 않고 하나의 거대한 순환 구조를 이룬다는 게 그가 설정한 에코소피의 개요다.4)

가타리가 환경 문제를 넘어 사회관계와 인간 주체성까지 포괄하여 에코소피를 확장한 것은 생태 위기를 진단하는 데 있어 효과적인 시도였다. 그의 사상은 대순진리회의 생태론을 검토하는 데에도 중요한 이론적 시사점을 제공한다. 다시 말하자면, 대순진리회에서 생태적 함의를 탐색하는 작업은 자연 친화적 교리만을 발굴하는 데 머물러서는 안 된다. 관계의 병리(病理), 주체의 변형, 공동체적 실천의 문제까지 함께 사유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 맥락에서 그동안의 대순진리회 생태론 연구 흐름을 비판적으로 꼼꼼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대순진리회의 생태 논의는 이전에도 몇 차례 시도가 있었으나,5) ‘상생생태론’이라는 용어를 처음 도입하여 학문적 외피를 입히는 데 성공한 첫 연구는 「대순진리회 생태론 연구서설 : 상생생태론」(차선근, 2020)이다.6) 이 연구는 대순진리회의 관계론적·우주론적·윤리적 자원을 바탕으로 상생의 생태철학적 가능성을 처음으로 논구하였고, 대순진리회의 자연관7)과 해원상생·보은상생의 실천 담론을 생태론의 관점에서 체계화함으로써 대순종학만의 독자적인 생태론 논의의 길을 열었다는 점에서 선구적 의의를 지닌다.

이어 등장한 연구는 「대순사상의 생태적 사유와 통합생태론」(허남진, 2021)이다.8) 이 글은 대순진리회의 생태적 사유를 ‘통합생태론’의 차원에서 조망함으로써 대순진리회의 사상이 인간·자연·지구의 총체적 연관 속에서 이해될 수 있음을 부각하였다. 그러나 논의의 무게중심이 통합적 전망의 제시에 놓여 있어 각론, 즉 개념 심층화 문제를 충분히 논구하지는 않았다. 「문화생태주의에서 본 대순사상의 천지공사와 지상선경의 경계」(김연재, 2024)는 문화생태주의 관점에서 천지공사와 지상선경을 해석하여 대순사상의 현실적 실천과 지속가능성의 지평을 살폈다.9) 하지만 그의 논의는 문화적·문명사적 조망에 초점을 두었을 뿐, 생태론 논의나 개념 체계화에 기여한 것까지는 아니었다. 「대순진리회의 상생생태론 연구」(김귀만, 2024)는 기존에 제시된 상생생태론을 생태학적 ‘상호 의존성’으로 다시 설명하고, 이를 교단 내부의 종교적 실천 방법론과 연결하고자 하였다.10) 그러나 상생이라는 개념의 기저에는 이미 천지 만물 간의 유기적인 연결과 작용이 전제되어 있으므로, 이것을 서구 생태학의 용어인 ‘상호 의존성’으로 포장하는 시도만으로는 이전 연구의 사상적 확장을 이루었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대순진리회의 생태윤리 연구」(이은희, 2025)는 상생의 세계관을 현실의 다양한 환경 쟁점들과 접목하여 윤리 규범으로 확장했다. 개별적인 도덕적 쟁점과 적용 문제를 다룬 것은 하나의 성과지만, 이전 선행 연구가 구축한 ‘상생생태론’ 담론의 내연을 깊게 한 것까지는 아니다.11)

이와 같은 연구 흐름은 대순사상 안에 생태적 사유의 잠재력이 내재해 있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동시에 상생생태론이라는 튼튼한 골조 위에 살을 붙이는 작업은 아직 출발 단계에 머물고 있음도 확인된다. 이 글은 이러한 배경을 두고, 상생생태론의 틀12) 아래 세부적인 생태 논의를 본격적으로 전개하고자 한다. 그 작업의 하나로서, 가타리의 세 가지 생태학과 대순진리회의 상생생태론 사이의 생산적 접속 가능성을 ‘개념적 번역(conceptual translation)’13) 접근법으로 탐색한다. 개념적 번역은 유비(類比, analogy)가 아니라, 구조적 대응과 차이의 보존을 전제로 하는 제한적 번역 작업이다. 그 구체적 기준은 Ⅳ장에서 제시할 것이다.

현대 생태철학과 대순진리회의 생태론을 교차시키는 이유는, 상생생태론을 현대 생태 담론의 흐름에 발맞추게 함으로써 오늘의 복합적인 생태 위기에 대한 더 높은 보편적 설득력을 얻기 위함이다. 종교와 생태학의 접점을 다루는 연구는 종교 전통 내부의 자원 발굴에 머물지 않고, 그것을 현실의 위기에 응답할 수 있는 실천적 사유의 틀로 재구성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14) 대순진리회의 상생생태론은 해원상생과 보은상생이라는 고유의 실천 담론을 이미 내장하고 있다. 이 글은 이러한 사상적 토대 위에 현대 생태론을 접목함으로써, 현실의 생태 문제 해결에 더욱 적극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진전된 실천 담론을 확보하고자 한다. 나아가 오늘의 생태 위기가 자연의 위기인 동시에 사회관계의 위기이며, 주체성 생산의 위기이자 관계 질서 전반의 위기라는 점에 주목한다. 이를 바탕으로 관계의 병리와 주체의 변형, 공동체적 실천과 영적 질서의 문제를 포괄적으로 사유하여 새로운 실천의 틀을 구성하고자 한다. 이러한 과정의 결과물이 바로 가타리의 에코소피를 매개로 대순진리회 상생생태론의 논의를 심화·확장한 ‘상생의 에코소피’라는 종교 생태론적 기획이다.

핵심 논의는 다음의 순서로 전개한다. 먼저 Ⅱ장에서는 오늘날의 생태 위기를 관계와 주체성의 총체적 위기로 진단한 가타리의 세 가지 생태학과 주체성 생산 비판을 검토하며, 그의 통찰이 지닌 유효성과 윤리적·실천적 방향성의 한계를 함께 밝힌다. Ⅲ장에서는 대순진리회 상생생태론의 사상적 기초를 분석하여 상극이 낳은 관계의 병리를 진단하고, 해원상생과 보은상생, 수도(修道)와 공동체 실천을 바탕으로 새로운 상생의 질서를 형성하는 종교적 구조를 규명한다. Ⅳ장에서는 개념적 번역의 방법을 통해 가타리 이론의 공백을 신명과의 관계를 포괄하는 대순사상의 종교적 관계론으로 보완하고, 두 사상의 구조적 대응과 차이를 종합하여 인간·사회·자연·신명의 네 차원을 아우르는 ‘상생의 에코소피’를 새로운 이론으로 구조화하여 제시한다.

Ⅱ. 가타리의 에코소피와 주체성 생산 비판

1. 가타리 사유의 형성 맥락과 핵심 문제의식

가타리는 정신분석 임상과 정치적 실천의 경계를 넘나들며 사유를 전개한 철학자였다. 그는 라 보르드(La Borde) 정신병원에서 근무하면서, 제2차 세계 대전 이후의 사회적 모순에 저항한 1968년 5월 항쟁을 주도하는 등 급진적 정치·문화운동에 폭넓게 관여했다. 가타리는 이러한 생생한 현장 경험을 자양분 삼아 자신만의 독창적인 사상을 정립해 나갔다. 그의 철학은 횡단성(transversality), 분열분석(schizoanalysis), 분자 혁명(molecular revolution), 에코소피로 이어지는 흐름 속에서 조망된다.

횡단성은 라 보르드 병원에서의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도출된 가타리 초기 사상의 핵심이다. 이 개념은 의료진과 환자 사이에 고착된 수직적 위계와 부서 간의 수평적 칸막이를 타파하여, 서로 다른 위치에 있는 주체들 사이에 새로운 소통의 경로를 확보하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되었다. 가타리는 횡단성을 ‘주체 간의 물리적 거리 조절을 넘어 제도적 구조 자체를 재구성함으로써 새로운 집단적 주체성을 형성하기 위한 실천적 개념’으로 보았으며, 특히 집단 내 소통의 개방 정도를 횡단성이 작동하는 결정적인 요소로 파악했다. 결과적으로 횡단성은 구성원들의 개별성과 차이를 보존하면서도 그들 사이의 유기적인 소통과 교차, 나아가 연대를 가능하게 만드는 실천적 원리라고 할 수 있다.15) 이 아이디어는 이후 그의 사유 전반을 관통하는 기본 바탕이 되었다.

가타리는 질 들뢰즈(Gilles Deleuze, 1925~1995)와 함께 쓴 『안티 오이디푸스』(1972)와 『천 개의 고원』(1980)에서 욕망, 배치(또는 배치물: assemblage), 리좀 등의 개념을 발전시켰다. 욕망은 결핍을 채우려는 내면적 충동이 아니라 세계와 관계를 적극적으로 생산하는 생성적 흐름이며,16) 배치는 사람·사물·제도·권력·언어 등 완전히 이질적인 요소들이 특정한 시공간에서 일시적으로 관계를 맺고 연결되어 하나의 작동하는 네트워크나 구조를 형성하는 것을 뜻하고,17) 리좀은 중심이나 상하 위계질서 없이 어떤 지점이든 서로 다방면으로 얽히고 연결될 수 있는 수평적이고 개방적인 네트워크 구조를 가리킨다.18) 이러한 개념들은 주체와 사회를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끊임없이 생성되는 역동적 흐름으로 파악하려는 학술적 시도였다.

가타리는 욕망과 무의식의 생성적 역동성을 규명하기 위해, 들뢰즈와 함께 전통적인 정신분석학의 한계를 지적하며 ‘분열분석(schizoanalysis)’이라는 독창적인 실천 방법론을 정립하였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이 무의식을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라는 가족적 틀 안에 가두고, 이를 결핍과 환상이 반복되는 연극적 재현의 공간으로 한정했다면, 분열분석은 무의식을 그 자체로 현실을 창조하고 욕망을 가공하는 역동적인 생산 공정으로 파악한다. ‘분열’은 임상적인 병리 현상을 가리키지 않고, 경직된 위계와 기성의 권위적 질서를 벗어나 다방면으로 자유롭게 뻗어나가는 해방적이고 창조적인 에너지를 의미한다. 따라서 분열분석은 억압된 주체를 정상성의 규범 안으로 편입시키려는 시도를 거부하고, 고착된 관계망을 끊어내어 끊임없이 새로운 이질적 접속을 만드는 탈영토화의 작업이라 할 수 있다.19)

가타리의 문제의식은 자본주의 체제가 생명력 넘치는 욕망의 흐름을 포획하고 통제하는 방식에 집중되었다. 이에 맞서 억압에 저항하며 새로운 주체성을 생산하는 대안으로 그는 ‘분자 혁명(molecular revolution)’을 주창했다. 분자 혁명은 거대한 사회 체제를 즉각적으로 전복하거나 국가 및 정당 중심의 거시적 제도 변혁을 도모하는 노선과 궤를 달리한다. 그 대신 우리 삶을 구성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단위부터 근본적으로 변화시켜 나가는 실천에 방점을 둔다. 즉, 가정, 학교, 병원, 지역 공동체 등 일상적인 공간에서 굳어버린 욕망의 흐름과 관계의 배치를 재조정하는 작업이다. 그러니까 이것은 인간의 감각과 무의식, 타자와 관계를 맺는 방식 등 가장 미시적인 층위에서 출발하는 점진적이며 근원적인 변환을 의미한다.20)

이런 사유들을 토대로 가타리는 1980년대 후반에 이르러 생태주의와 녹색정치에 적극 개입했다. 이 시기에 출판된 『세 가지 생태학』(1989)은 『카오스모제』(1992)와 함께 그의 생태 사상을 집약한 핵심 저술이다. 그러나 그는, 거시적인 자본주의 비판을 넘어 미시정치학과 생태운동으로 자신의 사유를 한창 확장해 나가던 1992년, 갑작스러운 심장마비로 타계하고 만다. 생태주의 사상에 더 많은 업적을 남길 수 있었던 가장 원숙한 시기에 맞이한 가타리의 죽음은 학계와 사회운동 진영 모두에 큰 아쉬움을 남겼다.

2. 가타리의 세 가지 생태학

가타리는 생태 위기를 자연환경의 훼손에 한정하지 않고, 사회관계의 해체와 인간 주체성의 왜곡이 동시에 진행되는 복합적인 사태로 이해했다. 이런 측면에서 그의 에코소피는 자연철학이라기보다 환경·사회·정신의 상호 침투를 사유하는 관계적 철학이라고 할 수 있다.

가타리는 그의 생각을 『세 가지 생태학』에서 환경 생태학, 사회 생태학, 정신 생태학이라는 세 가지 구도로 풀어냈다. 환경 생태학은 대기·수자원·토양, 그리고 생물 다양성 등 자연환경 훼손을 다룬다. 사회 생태학은 공동체·제도·가족·경제·권력의 배치가 생태 위기를 어떻게 구조적으로 재생산하는지를 묻는다. 정신 생태학은 욕망·감각·상상력·주체 형성의 양식을 문제 삼는다. 이 분야는 심리학 맥락이 아니다. 인간이 세계를 지각하고 타자와 관계를 맺으며 자신을 이해하는 방식 전체를 포괄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사회적·물질적·기호적 흐름 속에서 형성되는 주체화 과정 자체가 정신 생태학의 핵심 대상이다.21)

중요한 사실은 이 세 가지 생태학이 병렬적 삼분법이 아니라 상호 침투하는 하나의 구조를 이룬다는 것이다.22) 가타리는 환경 위기의 원인을 사회관계의 위기에서 찾고, 다시 그 사회관계의 위기를 낳은 근본 원인을 주체성 생산 양식의 위기에서 찾는다. 자연을 자원이나 관리 대상으로만 인식하고 타자를 경쟁 상대로 파악하는 주체가 형성되는 한, 사회관계의 전환도 환경의 회복도 이루어질 수 없다. 이런 점에서 가타리의 에코소피는 욕망과 배치를 둘러싼 그의 기존 문제의식이 지구적 규모로 확장된 형태이며, 생태 위기를 곧 주체성의 위기로 읽어내는 주체성 생산의 정치학이라고 할 수 있다. 가타리의 에코소피가 아르네 네스의 에코소피와 구별되는 지점이 여기다. 네스가 심층생태학의 입장에서 인간중심주의를 비판하고 생태적 자아의 확장과 자아실현을 강조하였다면, 가타리는 주체가 어떤 사회적·정치적 조건 속에서 형성되는가를 물으면서 생태 문제에 접근하였다. 같은 ‘에코소피’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도 네스의 에코소피가 규범적 생명윤리의 성격을 강하게 지니는 데 비해서, 가타리의 에코소피는 주체성 생산의 조건과 권력 배치를 비판적으로 해부하는 사회철학적 성격을 강하게 띤다.

3. 주체성 생산 비판과 상생생태론의 접속 가능성

가타리는 세 가지 생태학이 제시하는 상호 연관의 관점을 ‘통합적 세계 자본주의(Integrated World Capitalism)’라는 진단 틀과 연결했다. 통합적 세계 자본주의란 미디어·소비·정보·감각의 회로를 통해 전 지구적으로 작동하는 주체성 생산 장치다. 가타리에 의하면, 후기 자본주의는 지구 전체를 하나의 시장으로 통합할 뿐 아니라, 인간의 시간과 공간, 욕망과 감정, 나아가 타자와 관계 맺는 방식까지 자본의 회로 속에 포섭한다.23) 그가 문제 삼는 것은 자본주의적 주체성 생산(capitalistic production of subjectivity)이다. 주체성이란 사회적·기술적·기호적 장치 속에서 구성되는 결과물이다. 자본주의는 미디어와 소비문화를 통해 인간이 무엇을 욕망하고, 무엇에 주의를 기울이며, 타자와 어떻게 관계 맺는지를 획일적으로 조형하는 거대한 주체화 장치로 작동한다. 그 결과 개인의 고유한 특이성은 제거되고, 관계는 교환 가치로 환원되며, 자연은 착취와 관리의 대상으로 전락한다.24) 이러한 왜곡된 주체성 생산 양식이 외부 세계에 투사된 결과가 바로 생태 위기다. 생태 위기의 극복이 환경 규제의 강화나 제도 보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까닭이 여기에 있다. 그러므로 자본주의가 초래한 생태 위기를 극복하려면, 욕망과 감각, 관계 맺기의 질서 자체를 근본적으로 변혁하여 주체성의 근원적 전환을 이루어내야 한다는 게 가타리의 주장이다.

그가 보여준 통찰의 핵심은 자연을 파괴하는 인간의 태도 자체가 특정한 사회적·정치적·경제적 조건 속에서 형성된다는 사실을 명확히 짚어낸 데 있다. 자연을 자원으로만 인식하고 타자를 경쟁 상대로만 파악하는 주체가 형성되는 한, 사회관계의 전환도 환경의 회복도 실질적으로 이루어지기 어렵다. 환경의 위기는 사회관계의 위기와 분리될 수 없으며, 사회관계의 위기는 주체성 생산 양식의 문제와 깊이 결부되어 있다. 가타리의 세 가지 생태학은 바로 이런 연쇄적 관계를 포착하기 위한 개념적 장치다. 결국 그의 논의는 생태 위기를 곧 주체성의 위기로 읽는 것이다.

가타리는 주체성 위기를 극복하는 대안으로 ‘재특이화(resingular- ization)’를 제안했다.25) 재특이화란 자본주의가 덧씌운 소비자와 경쟁자라는 균질화된 틀을 깨고, 각 존재가 자기 고유의 감각과 관계 양식, 삶의 리듬을 다시 구성해 가는 과정을 뜻한다. 이것은 주체와 사회관계, 환경이 동시에 변형되는 근원적 전환이다. 가타리는 진정한 생태적 전환이 욕망·감각·관계 양식의 재구성에 있다고 보고, 그것을 창조적 실천으로서의 ‘윤리-미학적 패러다임(ethico-aesthetic paradigm)’이라고 불렀다.26) 이 패러다임은 이미 주어진 규범을 반복하는 게 아니라, 인간 실존의 새로운 삶의 감각과 새로운 관계의 형식을 발명하는 실천이다.27) 이렇게 가타리의 생태 논의는 왜곡된 주체화의 질서에 저항하면서 새로운 존재 양식과 ‘관계’ 질서를 창안하는 문제였다.

가타리의 세 가지 생태학과 대순진리회의 상생생태론을 가로지르는 강력한 접속 실마리는 바로 이 ‘관계’라는 개념에 있다. 가타리가 세 가지 생태학을 통해 환경·사회·인간 주체 사이의 횡단적 ‘관계망의 회복’을 모색하였다면, 상생생태론 또한 상극과 원한으로 인해 자연과 인간, 나아가 우주 전체에서 파열된 관계를 해원상생과 보은상생의 실천을 통해 복원하려는 ‘관계의 실천적 재구성’이라 할 수 있다. 두 사상 모두 생태 위기의 본질을 만물이 맺고 있는 ‘관계성의 파탄’으로 파악하며, 상호 의존적이고 호혜적인 새로운 관계 질서의 형성을 궁극적 지향점으로 삼는다. 이러한 관계론적 사유의 공유는 두 사상이 서로 만날 수 있는 튼튼한 다리가 된다.

생태 위기를 관계의 단절로 바라보는 공통된 문제의식 속에서, 환경·사회·인간 주체를 아우르는 가타리의 횡단적 접근법은 상생생태론을 보다 구조적인 차원에서 재독해할 구체적인 시각을 제공한다. 기존의 대순진리회 상생생태론 연구는 상생이라는 틀 아래 실천 생태 논의가 전개되어야 한다는 전제 아래, 해원상생과 보은상생의 이념을 생태학적 실천 담론으로 체계화하는 데 일정한 성과를 거두었다. 실제로 그 이후의 연구들은 대순진리회의 자연관, 관계론, 해원상생·보은상생의 실천 담론, 공부와 도통의 수행 구조를 생태론의 관점에서 정리하면서 상생생태론의 학문적 외피를 형성하려 했다. 그러나 이러한 연구들에는 여전히 중요한 공백들이 남아 있었다. 그 가운데 하나는 상생이 왜 현대사회에서 규범적 당위로 반복되면서도 실천적 현실 속에서는 충분히 정착하지 못하는가에 대한 구조적 설명이 상대적으로 부족했다는 것이다. 가타리의 자본주의적 주체성 생산 비판은 바로 그 공백을 메우는 데 유효한 자원을 제공한다.

가타리의 분석에 따르면, 자본주의는 미디어·소비·정보의 회로를 통해 인간의 욕망과 감각, 관계 양식 자체를 균질화한다.28) 이러한 통제 장치가 작동하는 한, 조화와 공존(共存)·공영(共榮)을 지향하는 긍정적 규범인 상생(相生)29)의 실천은 끊임없이 방해받는다. 따라서 상생 구현이 어려운 현실적 원인을 개인의 도덕적 문제나 의지 부족만이 아니라, 관계를 왜곡하는 자본주의적 환경의 구조적 제약에서도 찾아볼 수 있게 된다. 가타리의 이론을 참조할 때, 상생생태론은 왜곡된 욕망의 조직 방식, 경쟁과 소비를 미덕으로 삼는 감각의 질서, 타자를 수단화하는 형식 등 현대사회의 장애물을 세밀하게 인지하고 그 극복의 실천을 모색할 수 있는 분석적 유용성을 획득한다. 그러니까 가타리의 주체성 생산 비판은 상생생태론이 추상적인 윤리적 권고 수준에 머무는 한계를 극복하도록 도우며, 나아가 인간과 사회, 자연의 관계를 파괴하는 자본주의 장치의 한계를 명확히 규명함으로써, 현대사회의 모순 속에서 상생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 그 구체적인 적용 방안을 더 세밀하게 논의할 수 있는 지평에 오르게 한다.

가타리의 논의에는 명확한 한계도 존재한다. 그는 주체성 생산의 왜곡을 비판하고 관계 회복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데 탁월한 통찰을 보여주었지만, 회복된 관계가 어떠한 방향성을 지녀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하지 않았다. 자본주의의 주체성 포획 장치를 진단한 것은 탁월하지만, 정작 새롭게 형성될 대안적 관계가 윤리적으로 정당한지 평가할 객관적인 기준이 부재하다는 뜻이다.

실제로, 그가 말한 재특이화가 지향하는 궁극적인 관계의 질은 무엇인가? 공동체를 지속시키는 도덕적 원리는 어디에서 도출되는가? 가타리는 이러한 물음들에 대해 추상적이고 미학적인 수준의 답변에 머물렀다. 그가 낭만주의적 형이상학을 배경으로 철학·예술과 과학 간의 이분법적 태도를 견지했으므로 변화와 생성에 대한 사유를 미학적 영역에만 가두었던 탓이다. 확고한 규범적·제도적 뼈대가 없다 보니, 억압적 거시 정치를 피해 리좀적 관계망을 만들고자 했던 그의 아이디어는 중대한 약점을 노출했다.

결과적으로 가타리의 논의는 새로운 관계와 주체성이 실질적인 변혁의 효과를 낳기 위해 갖추어야 할 합리적이고 구체적인 내용과 조건을 끝내 제시하지 못한 채 ‘주의주의적(voluntaristic)’ 한계에 머무르고 말았다.30) 이 때문에 뤽 볼탄스키 등은 가타리의 철학이 유연성을 중시하는 현대 신자유주의 자본주의의 경영 전략에 가장 손쉽게 포획되고 악용되었다고 비판했다.31) 가타리가 1989년 생태 논의를 본격화하였으나 불과 3년 만에 1992년 심장마비로 타계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러한 규범적 공백은 그의 사유가 미처 매듭짓지 못한 미완의 과제라 할 수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대순진리회의 상생생태론은 가타리가 남겨둔 공백에 대해 하나의 구체적인 응답을 제공할 수 있다. 대순진리회는 관계의 병리를 ‘지나치게 과도한’ 상극(相克)과 원(冤)으로 진단하고, 그 치유의 경로와 지향점을 해원(解冤)과 상생(相生)으로 제시한다. 가타리가 모호하게 남겨둔 ‘새로운 관계의 질’이 대순진리회에서는 상생이라는 비교적 분명한 가치로 규명되는 것이다. 주체 변환의 과정 역시 추상적 요청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것은 스스로를 속이지 않는 무자기(無自欺)를 바탕으로 한 자기 성찰의 과정이며, 인간개조(人間改造)를 지향하는 근본적 전환의 기획으로 분명하게 묘사된다.

이러한 전환은 수도라는 체계적 수행 구조를 통해 구체화한다. 다시 말해서, 가타리가 자본주의적 주체성 생산에 의해 획일화된 주체를 비판하며 감각과 욕망의 재배치를 요청하였다면, 대순진리회의 상생생태론은 과도한 상극 관계 속에서 형성된 주체를 상생 관계의 주체로 전환하려는 수행적·공동체적 구조를 제시한다. 결국 가타리의 진단에 대순진리회의 응답이 결합함으로써 두 사상은 매우 생산적인 접속을 이룬다. 이러한 결속을 통해 상생생태론은 왜곡된 관계 질서를 바로잡고 새로운 주체성과 공동체적 실천을 엮어내는, 보다 두터운 종교 생태론적 개념으로 재구성될 수 있다.

Ⅲ. 대순진리회 상생생태론의 사상적 기초

1. 선천 상극의 생태론적 병리학과 해원상생

대순진리회의 세계 인식은 선천에서 과도기를 거쳐 후천으로 넘어가는 전환의 구도 위에서 전개된다. 선천은 상극의 ‘지배’ 아래 원한[冤]이 풀리지 못한 채 누적되어 질서의 파탄에 이른 국면을 가리키며, 후천은 상생의 원리가 실현되는 화평(和平)의 지상선경(地上仙境)을 뜻한다. 이 두 시대 사이에는 해원기·병겁기·개벽기의 연쇄로 이어지는 과도기가 놓여 있다. 과도기는 천지공사(天地公事)로써 선천의 질서가 종식되고 후천의 새 질서가 열려 가는 이행 과정이다. 이 시기의 마지막 단계인 개벽기는 앞선 변화가 축적된 끝에 돌연 발생하는 대전환의 순간으로서, 점진적 변화의 연장이 아니라 ‘퀀텀 리프(quantum leap)’에 비견될 만한 급진적 변화를 가리킨다.32) 천지공사는 선천을 마감하고 후천을 여는[開闢] 우주적 재편 작업이자, 상극의 세계를 상생의 세계로 넘기는 결정적 과업이다. 이러한 전환은 세계의 본질적 구조가 전면적으로 개조되는 존재론적 도약을 의미한다.

선천 질서가 상극에 치우친 원리로 작동한다는 것은 존재들 사이의 관계가 경쟁·억압·단절·착취로 편성되어 있음을 뜻한다. 이 질서 안에서는 강자가 약자를 억누르는 관계가 지배와 피지배의 구조로 강하게 경도된다. 그러니까 선천의 상극 편중은 관계의 왜곡과 파괴를 구조화하는 병리적 질서의 근본 원인이다.

상극, 즉 만물이 서로[相] 이기려는[克] 가운데 원(冤)이 쌓이고, 누적된 원은 다시 세계의 고통을 증폭시킨다. 이러한 구조가 오랜 시간 누적되면 세상은 진멸(盡滅)의 경지에 다다를 수밖에 없다고 본다.33) 원은 개인의 내면에 맺힌 감정적 응어리만을 뜻하지 않는다. 그것은 파괴적 관계가 역사적으로 누적된 상태이자 우주의 조화로운 질서까지 무너뜨리는 쓰라린 상처를 가리킨다. 원은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 인간과 신명, 더 나아가 만물 존재와 존재 사이의 관계 전반에서 발생한다. 사회적 차원에서 원은 폭력·차별·착취가 누적된 결과이고,34) 생태적 차원에서 원은 인간이 자연을 일방적으로 수탈하고 왜곡해 온 폭력의 흔적이다.35) 원은 증오와 원망, 소통 단절과 살기의 확산을 통해 존재의 생명력을 극심하게 잠식한다. 나아가 원은 가시적인 세계의 갈등을 넘어, 우주적 상호작용의 핵심인 인간과 신명(神明)의 관계까지 심각하게 왜곡시킨다.36) 신명과의 유기적인 교류가 차단되고 상호 응답의 질서가 어그러진 상태에서는 어떤 존재도 온전한 생명력을 유지할 수 없다. 따라서 대순진리회가 말하는 상극의 세계는 사회적·생태적 차원을 비롯하여 신명과의 관계를 포함하는 차원에 이르기까지 관계의 병리가 전면적으로 구조화된 상태라고 말할 수 있다.

해원(解冤)은 개인의 원한 해소를 포괄하는 동시에, 우주론적이고 실천적인 차원의 구조적 개조를 의미한다. 이것은 사회 구조에 깊이 침전된 폭력과 착취의 흔적을 걷고, 상극의 질서가 초래한 인간과 자연, 신명 사이의 왜곡된 관계를 근본적으로 회복하는 작업이다. 누적된 원의 굴레를 벗고 병든 관계망을 치유하는 이 과정은 철저히 상생의 원리로 작동되어야 한다고 강조된다.37) 상생은 해원을 주도하는 핵심 방법론인 동시에 그 자체로 최종 지향점이다. 상생의 실천을 통해 해원이 이루어지며, 이를 바탕으로 온 우주의 관계망이 새롭게 직조된 후천의 질서가 전면적으로 구현된다. 이것이 바로 해원상생이다.38) 이렇게 해원상생은 상극의 병리를 치유하고 세계를 재편하는 통일된 전환의 원리다.

정리하자면 대순진리회는 선천의 과도한 상극을 병든 관계 질서로, 원을 그 병리의 흔적으로 진단하며, 해원상생으로써 이를 치유하며 극복하자고 주장한다. 이것은 Ⅰ장에서 다루었던 위기의 총체성과 Ⅱ장에서 확인한 관계 및 주체성의 왜곡 문제를 선천 상극과 원의 개념을 통해 이미 선명하게 통찰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2. 상생 질서의 주체화와 제도화

상극에 치우친 질서가 관계의 병리적 파탄(또는 고착)을 의미한다면, 상생의 질서는 이러한 병증을 극복하고 치유하여 근본적으로 전환된 새로운 관계 체계를 뜻한다. 이 전환은 세계의 외적 조건을 개혁하는 작업과 더불어, 인간 내면의 욕망 및 타인과 관계를 맺는 방식까지 전면적으로 재구성하는 과정을 포괄한다.

상생의 이념을 개별 주체의 삶 속에서 실질적으로 구현해 내는 실천적 형식이 바로 수도다. 상극에 매몰된 존재는 이 수행 과정을 거쳐 비로소 상생의 주체로 거듭나는 결정적인 변화를 맞이한다. “이제 천하 창생이 진멸할 지경에 닥쳤음에도 조금도 깨닫지 못하고 오직 재리(財利)에만 눈이 어두우니 어찌 애석하지 않으리오.”39)라고 한 증산의 발언은 파국적 위기가 임박했음에도 이를 직시하지 못한 채 사적인 이익과 탐욕에만 함몰된 인간의 맹목적인 태도를 지적한 것이다. 생태 위기의 원인으로 자본주의적 맹목적 욕망을 지목한 가타리의 주체성 생산 비판보다 훨씬 앞서, 증산은 이미 그 병리적 문제의 핵심을 정확히 꿰뚫어 보았다. 그가 지적한 병리적 욕망을 극복하기 위해, 대순진리회의 수도는 이기적 탐욕의 방향을 타자와 천지에 대한 책임으로 전환하여 실천적 역량을 집중하도록 이끄는 심신(心身) 정화의 역할을 수행한다. 수도를 하는 주체는 자연, 신명과 맺는 관계의 양식 전체를 재편하는 구조 속에 자신을 위치시켜야 한다. 수도의 지향점은 자기보존과 경쟁의 논리에 갇힌 상극적 주체에서 벗어나, 자기기만을 경계하고 타자와 세계에 대한 응답성을 내면화함으로써 천지와 더불어 살아가는 상생의 주체를 형성하는 데 있다. 이런 의미에서 수도는 관계 질서의 전환을 주체 안에서 실현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을 잘 보여주는 게 대순진리회의 목적이다. 대순진리회는 무자기(無自欺 : 스스로 속이지 않음)·정신개벽(精神開闢), 지상신선실현(地上神仙實現)·인간개조(人間改造), 지상천국건설(地上天國建設)·세계개벽(世界開闢)을 목적으로 삼는다.40) 무자기와 정신개벽은 자기 속임이 없는 주체의 변형을 뜻한다. 무자기는 자기 욕망을 절대화하고 타자를 도구화하는 상극적 주체의 습속을 해체하는 출발점이며, 정신개벽은 그 해체를 넘어 정신의 근본적 전환을 이루는 것이다. 지상신선실현과 인간개조는 인간 존재 자체의 근본적 탈바꿈을 뜻하며, 지상천국건설과 세계개벽은 그 전환이 사회와 세계의 질서 재편으로 확장되는 지평의 완성을 보여준다. 다시 말해서 대순진리회의 목적 체계는 정신의 극적인 전환이 인간 존재의 전환으로, 다시 사회와 세계의 전환으로 이어지는 연쇄 확장 구조를 이루고 있다.

상생 질서의 형성은 개인을 넘어 공동체로 이어진다. 대순진리회가 제시하는 포덕·교화·수도공부의 3대 기본사업41)은 이러한 과정을 작동시키는 구체적인 실천 기제다. 포덕은 덕을 사회 속으로 펼치는 일이고, 교화는 잘못된 삶의 방향을 바로잡고 관계의 질서를 교정하는 일이며, 수도공부는 그러한 공동체적 실천의 내적 토대 위에서 법과 규칙에 따라 수행과 의례에 참여하는 일이다. 이러한 실천적 흐름은 구호자선사업·사회복지사업·교육사업42)이라는 3대 중요사업과 결합하면서 공동체 차원의 굳건한 제도로 완성된다. 결과적으로 대순진리회의 실천 체계는 갈등이 누적된 사회적 관계를 치유하고 돌봄의 구조를 체계화하여, 상생의 이념을 공적(公的) 영역에서 실현하는 논리적 전개를 보여준다.

공동체적 실천의 바탕에는 해원상생과 보은상생의 원리가 놓여 있다. 해원상생이 상극의 질서가 남긴 원의 축적을 풀어내어 병든 관계를 치유하는 과정이라면, 보은상생은 존재가 타 존재로부터 입은 은혜를 자각하고 그 은혜에 응답함으로써 좋은 관계의 긍정적 순환을 유지하고 강화하는 원리다. 전자가 치유의 원리라면 후자는 지속의 원리이며, 전자가 병든 관계를 회복시키는 과정이라면 후자는 회복된 관계가 다시 파괴되지 않도록 상호성의 윤리를 제도화하는 방식이다. 바로 이 점에서 해원상생과 보은상생은 상생 질서의 두 축을 이룬다.

결국 대순진리회의 사상은 상극의 병리를 진단하고, 해원을 통해 그 병리를 풀어내며, 수도를 아우르는 공동체적 실천을 통해 주체를 변형시키고 돌봄과 상호성을 제도화하는 하나의 통합적 구조를 갖추고 있다고 해야 한다. 포덕·교화·수도공부와 구호자선사업·사회복지사업·교육사업은 개인의 주체 회복과 공동체적 질서를 아우르는 실천에 해당한다. 이처럼 상생생태론의 바탕이 되는 대순사상이 개인 주체의 변형과 사회 공동체적 실천을 유기적으로 결합한다는 점은, 정신과 사회의 영역을 동시에 아우르는 가타리의 생태학과 뚜렷한 구조적 친화성을 보여준다.

Ⅳ. 상생의 에코소피 : 개념적 번역과 개념 구성

1. 개념적 번역과 구조적 대응

가타리의 에코소피는 환경·사회·정신의 세 차원을 상호 침투하는 관계망으로 파악하면서, 생태 위기를 곧 주체성의 위기로 진단하는 이론적 틀을 제공한다. 대순진리회의 상생생태론은 상극과 원으로써 병든 관계 질서를 진단하고 해원과 수도, 그리고 공동체적 실천을 통해 그 질서를 상생의 방향으로 전환하려는 종교적 지침을 제시한다. 양자는 출발점도, 전개되는 언어도, 형성된 맥락도 서로 다르지만, 관계의 병리, 주체의 변형, 공동체적 실천이라는 문제의식을 공유한다. 이 장에서는 바로 이 공유 지점을 발판으로 삼아, 두 생태 논의를 역동적으로 교차시키고자 한다.

이를 위해 채택하는 방법론은 글 서두에서 언급한 ‘개념적 번역’이다. 이것은 서로 다른 이론 체계와 문화적 배경에 속한 두 사상을 창조적으로 매개하여 새로운 이론 구성을 가능하게 하는 지적 작업을 뜻한다. 개념적 번역은 표면적 유사성을 나열하는 유비와도 다르고, 한쪽의 개념을 다른 쪽에 기계적으로 대입하는 환원과도 다르다. 이 글에서 개념적 번역이 수행하는 구체적 역할은, 대순진리회의 고유한 사상과 실천을 종교학과 철학의 언어·논리 체계로 치환하여 학문 소통의 장으로 이끄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가타리의 진단은 상생 실천이 직면한 현실적 문제에 구체적인 시사점을 제공하며, 그의 사유 체계는 상생생태론에 내재한 함의를 보편적 지식의 장에서 선명하게 드러내는 인식론적 매개로 작용한다. 동시에 대순진리회의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상생 사상은 가타리의 에코소피가 남겨둔 현실적 공백을 메운다. 이처럼 두 사상 간 번역의 방향은 상호 교차적인 성격을 지닌다.

개념적 번역이 정당성을 갖추려면 다음 세 가지 기준이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 두 이론의 개념은 유사한 문제를 다루며 구조적으로 상응하는 기능을 수행하여야 한다. 둘째, 번역은 개념의 완전한 동일시가 아니라 차이를 보존한 대응이어야 하며, 어느 한쪽의 개념을 다른 한쪽으로 환원하거나 각 사상 전통의 고유한 의미망을 소거해서는 안 된다. 셋째, 번역의 결과는 양자의 설명력을 실제로 확장하거나 각 이론의 공백과 한계를 더 선명하게 드러내는 생산적 효과를 가져와야 한다. 이 기준들이 충족될 때, 개념적 번역은 ① 이론의 구성, ② 기존 이론의 비판, ③ 이론 통합이라는 세 가지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 방법론은 두 이론 사이의 밋밋한 중개를 넘어, 각 이론의 설명력을 확장하고 기존 개념의 한계를 드러내며 새로운 이론적 가능성을 여는 생산적 도구가 된다.43)

이러한 기준 아래 이 글은 가타리의 에코소피와 대순진리회 상생생태론이 관계의 병리, 주체의 변형, 공동체적 실천이라는 차원에서 맺고 있는 구조적 대응을 적극적으로 검토한다. 먼저 번역의 구조적 토대를 확인해 보자. 앞서 살펴보았듯이 대순진리회는 무자기·정신개벽, 지상신선실현·인간개조, 지상천국건설·세계개벽을 목적으로 삼는다. 이 세 층위는 가타리의 세 가지 생태학과 주목할 만한 구조적 대응을 이룬다. 무자기와 정신개벽은 주체의 내적 전환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정신 생태학과 만나고, 지상신선실현과 인간개조는 인간 존재 자체의 전환과 새로운 삶의 양식을 요청한다는 점에서 사회와 주체의 교차 지점을 형성하며, 지상천국건설과 세계개벽은 사회와 세계의 질서 재편을 겨냥한다는 점에서 환경 생태학과 사회 생태학의 확장된 지평과 접속한다.

다만 이 대응은 동일성의 입증이 아니라 번역 가능성을 보여주는 구조적 친화성으로 읽혀야 한다. 가타리의 인식론적 틀로 대순사상의 현대적 함의를 독해할 수는 있지만 대순사상을 그 틀로 환원할 수는 없다. 대순진리회의 목적 체계는 가타리의 틀보다 넓은 지평을 포함하기 때문이다. 특히 지상신선실현과 인간개조가 지향하는 존재론적 전환은 가타리의 세속적 틀 안에서 온전히 사유되기 어렵다. 또한 음양합덕(陰陽合德)·신인조화(神人調化)·해원상생(解冤相生)·도통진경(道通眞境)이라는 대순진리회의 종지(宗旨)44)는 목적 체계를 뒷받침하는 핵심 원리로서, 가타리의 세 차원적 구도만으로는 충분히 포착되지 않는 종교적 차원을 드러낸다.

2. ‘상생의 에코소피’ 정의와 이론적 위상

앞 절에서 다룬 구조적 대응과 개념적 번역을 종합하여, 이 글은 ‘상생의 에코소피’를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상생의 에코소피란 인간·사회·자연·신명의 영역을 상호 생성적 관계망으로 파악하며, 상극이 누적한 원(冤)의 병리를 해원상생과 보은상생으로써 치유하고, 수도를 포함하는 공동체 실천을 바탕으로 상생적 주체성과 관계 질서를 형성하려는 종교 생태론적 기획이다.” 여기에서 ‘인간’은 욕망과 감각, 수행과 주체화 양식이 형성되는 차원이며, ‘사회’는 제도와 공동체, 권력과 상호작용의 질서가 작동하는 차원이다. ‘자연’은 물질적 삶의 조건이자 생명 기반으로서의 환경을 뜻하며, ‘신명(神明)’45)은 앞선 세 차원의 관계 질서에 실질적으로 관여하는 영적 차원을 의미한다.

대순진리회에서 신명은 자연 만물에 내재한 존재로 인식된다. “천지에 신명이 가득 차 있으니, 비록 풀잎 하나라도 신이 떠나면 마를 것이며, 흙 바른 벽이라도 신이 옮겨가면 무너지나니라.”46)라는 증산의 발언은 생물과 무생물을 막론하고 만물의 존립 자체가 신명의 내재적 작용에 의존하고 있음을 천명한다. 따라서 신명은 인간의 내면에 환원될 수 있는 정신 차원의 일부도 아니고, 자연이나 사회에 흡수될 수 있는 하위 요소도 아니다. 이 존재는 인간·사회·자연의 관계를 성립시키고 변화시키는 독자적 관계 차원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신명 차원은 가타리의 삼분 구도에 대순진리회의 교리를 인위적으로 결합한 결과물이 아니다. 가타리의 환경·사회·정신 생태학은 관계의 병리, 주체의 변형, 공동체적 실천을 분석하는 데 유효한 틀을 제공한다. 그러나 대순진리회가 전제하는 신명의 내재성, 인간과 신명의 상호 작용, 신인조화(神人調化)의 질서, 해원상생과 보은상생이 지니는 우주론적 범위까지 포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신명 차원은 번역 가능한 구조와 번역 불가능한 종교적 차이를 함께 검토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드러난 보충적 차원이다. 상생 에코소피의 4개 차원 구조는 표면적 유사성의 병치가 아니라, 개념적 번역이 노출한 가능성과 한계의 동시적 결과라 할 수 있다.

인간과 신명은 서로 분리된 개체가 아니라 끊임없이 침투하고 응답하는 유기적 관계망을 형성한다. 이것은 종지 가운데 하나인 신인조화로 설명된다.47) 해원상생과 보은상생 역시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넘어 인간과 신명 사이의 교류까지 포괄하는 질서 전환의 원리로 작용한다. 자연 만물에 내재하며 인간과 밀접한 관계를 맺는 신명은 대순진리회의 생태 관계망에서 배제할 수 없는 필수 요소다. 이 때문에 상생의 에코소피는 가타리가 제시한 환경·사회·정신의 상호 연관 구조를 수용하면서도, 신명의 차원까지 더하여 보다 넓은 존재론적·종교적 지평으로 확장된다(<표 1> 참조).

표 1. 가타리의 에코소피와 상생의 에코소피의 구조적 대응
구분 가타리의 에코소피 상생의 에코소피
물질적 조건 환경 생태학 자연 차원
제도·관계망 사회 생태학 사회 차원
주체 형성 정신 생태학 인간 차원
종교적 잉여 없음 신명 차원
실천 지향 재특이화, 윤리-미학적 패러다임 해원상생, 보은상생, 수도와 공동체 실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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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 에코소피의 이론적 위상도 분명히 해 둘 필요가 있다. 상생의 에코소피는 자연의 내재적 가치만을 절대화하는 심층생태론이 아니다. 제도 개혁과 사회 구조의 재편만으로 충분하다고 보는 사회생태론도 아니다. 내면의 감각과 욕망의 재구성만을 강조하는 정신 생태학적 내면주의로도 환원될 수 없다. 상생의 에코소피는 가타리의 진단과 대순진리회의 응답을 상호 교차시키는 가운데, 생태 위기를 총체적 관계 질서의 병리로 읽고 그 치유와 전환의 경로를 더 넓은 차원에서 모색하려는 시도다. 가타리는 왜곡된 주체성 생산의 구조를 드러냄으로써 생태 위기의 사회적·정신적 차원을 분석하는 관점을 제공했고, 대순진리회는 상극과 원, 해원과 수도, 해원상생과 보은상생의 구조를 통해 관계 회복의 방향성과 실천 경로를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양자의 접속은 서구 비판이론과 한국 종교사상의 병치가 아니라, 각각의 이론적 성취를 상호 보완적으로 통합하는 개념적 번역이다.

상생의 에코소피가 요청하는 실천은 세 층위에서 생각할 수 있다. 첫째, 주체의 차원에서 상생의 에코소피는 상극의 질서에 물든 감각과 욕망을 성찰하고, 무자기와 정신개벽의 방향 아래 자기중심의 이기적 주체를 상생의 주체로 전환하는 실천을 요청한다. 둘째, 공동체의 차원에서 상생의 에코소피는 포덕·교화·수도공부, 그리고 구호자선·사회복지·교육사업을 통해 상생의 질서를 돌봄과 상호성의 구조로 지속시키는 실천을 요청한다. 셋째, 문명의 차원에서 상생의 에코소피는 인간·사회·자연·신명의 관계를 파괴하는 상극 문명의 논리를 비판하고, 보다 지속 가능한 관계 질서를 상상하게 하는 철학적 자원을 제공한다. 이로써 상생생태론은 윤리적 권고를 넘어, 왜곡된 관계 질서를 비판하고 새로운 주체성과 공동체적 실천을 형성하는 두터운 생태철학적 개념으로 자리 잡게 된다.

이러한 세 층위의 실천은 추상적 요청에 머물지 않고 구체적 경로로 전개될 수 있다. 그 경로를 실천적 로드맵으로 예시해 본다. 이것은 경험적 검증의 결과가 아니라 상생의 에코소피라는 이론에서 도출되는 실천의 방향이다. 먼저, 주체의 차원에서는 무자기와 정신개벽의 수도가 개별 수도인의 욕망과 감각을 상극에서 상생으로 재조정하는 출발점이다. 일상의 소비 방식, 자연을 대하는 태도, 타자와 관계 맺는 양식을 수도의 점검 대상으로 삼을 때, 주체의 전환은 생태적 실천으로 이어진다. 공동체의 차원에서는 포덕·교화·수도공부와 구호자선·사회복지·교육사업이 상생의 질서를 제도화하는 통로다. 교육사업은 생태 교육의 장으로, 구호자선사업은 지역의 환경 돌봄 활동으로 확장될 수 있다. 그러므로 상생의 이념은 지역 공동체의 재구성과 연결된다. 문명의 차원에서는 상생의 에코소피가 상극 문명의 논리를 비판하고 대안적 관계 질서를 모색하는 철학적 자원을 제공한다. 이 자원은 기후 위기 대응과 생태 전환을 둘러싼 환경정책의 담론에 관계 회복이라는 규범적 방향을 더한다. 이 세 차원은 분리된 절차가 아니라 동시에 맞물려 작동하는 순환 구조다. 주체의 전환이 공동체의 실천을 떠받치고, 공동체의 실천이 문명의 전환을 추동하며, 문명 차원의 방향성이 다시 주체의 성찰을 이끈다. 상생의 에코소피가 요청하는 실천은 이러한 순환 속에서 구체화한다.

Ⅴ. 닫는 글

이 글은 가타리의 세 가지 생태학을 매개로 대순진리회의 상생생태론을 새롭게 독해하고, 그 결과를 상생의 에코소피라는 개념 아래 재구성하고자 하였다. 순차적으로는, 오늘날의 생태 위기가 환경의 물리적 훼손만이 아니라 사회적 유대와 개별 주체의 정신, 그리고 관계 전반에 걸친 총체적 위기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여, 가타리 에코소피의 이론적 유용성을 먼저 검토하였다. 이어 대순진리회의 상극·원·해원·상생의 구조를 관계의 병리와 그 치유의 원리로 재해석하고, 수도와 공동체 실천이 주체 변형과 사회적 돌봄의 구체적인 경로를 제공함을 밝혔다.

상생의 에코소피는 대순진리회의 상생생태론을 가타리의 에코소피와 개념적 번역으로 접속함으로써 형성된 새로운 사유의 지평이다. 이것은 환경·사회·인간의 세 차원에 신명을 더한 네 차원의 관계적 전환을 요청하며, 선천 상극이 남긴 병리적 흔적을 해원상생과 보은상생의 원리로 해소하려는 지향을 갖는다. 또한 수도와 공동체 실천을 통해 상생의 주체성을 확립하고 새로운 관계 질서를 형성하려는 종교 생태론적 기획으로서의 성격을 띤다. 결과적으로 상생의 에코소피는 상생생태론을 환경·사회·인간·신명 네 차원을 포괄하는 종교 생태철학으로 확장한 심화 이론으로, 가타리 이론의 실천적 공백을 보완하고 대순진리회의 생태적 잠재력을 현대 철학의 언어로 재구성하려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글을 마무리하면서 개념적 번역이 가진 세 가지 기능, 곧 이론 구성, 기존 이론 비판, 이론 통합이 이 글의 전개 과정에서 어떻게 구체적으로 수행되었는지, 짚어두고자 한다. 이론 구성의 차원에서 이 글은 가타리가 제시한 환경·사회·정신의 세 차원적 생태학에 신명의 차원을 더하여, 네 차원의 동시적 전환을 요청하는 ‘상생의 에코소피’를 새로운 개념으로 제시하였다. 기존 이론 비판의 차원에서 이 글은 가타리의 에코소피가 생태 위기의 사회적·정신적 병리를 진단하는 데 탁월한 관점을 제공하면서도, 회복된 관계의 명확한 윤리적 방향성이나 구체적인 실천 경로를 제시하지 못했다는 구조적 한계를 지적하였다. 이론 통합의 차원에서 이 글은 가타리의 주체성 생산 비판 모델과 대순진리회의 상생 실천 구조를 결합하고, 원(冤)의 진단과 해원상생·보은상생의 실천으로써 현대 생태 위기에 대응하는 하나의 일관된 종교 생태론적 기획을 선보였다.

이 글의 학술적 의의는 네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대순진리회의 생태적 자원을 가타리의 인식론적 틀과 개념적 번역으로 접속하여 보편적 학술 언어 속에서 재구성하였다. 이 작업은 대순사상이 특정 종교 전통 내부의 담론에 머무르지 않고, 오늘의 복합적 생태 위기에 대한 하나의 철학적 응답으로 읽힐 수 있음을 보여주는 일로 평가될 수 있다. 둘째, 가타리 에코소피의 실천적 공백을 비서구 종교사상과의 접속을 통해 보완하는 하나의 사례를 제시하였다. 그것은 가타리가 추상적으로 남겨둔 관계의 방향성과 주체 변환의 수행 경로를, 대순진리회의 상생과 수도의 구조를 통해 보다 구체적인 차원에서 사유할 수 있음을 보인 것이다. 셋째, 상생을 윤리적 규범이나 도덕적 요청이 아니라 상극이 낳은 병든 관계 질서를 치유하고 새로운 주체성과 공동체적 질서를 형성하려는 종교 생태론적 기획으로 재규정하였다. 곧 이 글은 상생을 보다 두터운 생태철학적 개념으로 읽어낼 가능성을 제시하였다. 넷째, 이 글의 방법론적 실천은 서구 이론과 비서구 종교사상 사이의 관계를 위계적 적용이 아닌 동등한 상호 침투의 방향으로 설정함으로써, 종교학 연구에서의 탈식민주의적 지향을 방법론적 차원에서 구체화한 사례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신명 개념을 둘러싼 또 하나의 물음도 검토해 둘 필요가 있다. 신명은 대순진리회의 종교적 세계관에 깊이 뿌리내린 개념이다. 이러한 개념을 보편 철학의 담론으로 옮길 때, 세속적 공론장과 충돌하거나 다종교 및 무종교의 상황에서 거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될 만하다. 신명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에게 신명 차원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전제로 보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 문제에 대한 응답을 짧게라도 밝혀 둔다.

상생의 에코소피가 요청하는 신명 차원은 특정 신앙의 고백을 전제하지 않는다. 그것은 인간·사회·자연의 관계가 인간의 의도와 통제를 넘어서는 또 다른 관계 차원과 맞물려 있음을 가리키는 개념적 장치다. 가타리의 세 가지 생태학도 환경·사회·정신이라는 분석 차원을 제시했을 뿐, 그 실체를 실증적으로 입증한 것은 아니다. 신명 차원 역시 같은 층위에서 해명될 수 있다. 그것은 관계의 병리와 회복을 사유하기 위한 분석의 틀에 해당할 뿐이다. 따라서 신명을 신앙의 대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도, 신명 차원을 인간의 관계망이 인간 바깥과 연결되는 통찰의 영역이자 하나의 사유 모델로 검토할 수 있다.

이러한 접근은 종교 개념을 세속 담론으로 번역할 때 요구되는 태도와도 맞닿아 있다. 세속적 공론장은 특정 종교의 진리 주장을 그대로 수용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 공론장은 종교 전통이 축적한 통찰을 공공의 언어로 재구성하는 작업까지 배척하지는 않는다. 개념적 번역이 수행하는 역할이 바로 여기에 있다. 그것은 신명을 믿으라고 요구하는 작업이 아니다. 신명 개념이 담고 있는 관계론적 통찰을 보편 담론의 장에서 검토 가능한 형태로 옮기는 작업이다. 이때 신명 차원은 다종교 및 무종교의 청중에게도 하나의 해석학적 자원으로 기능할 수 있다.48)

한편, 이 글에서 미처 다루지 못한 과제들도 있다. 본 연구는 가타리의 에코소피와 대순진리회의 상생생태론 사이의 구조적 대응과 개념적 번역 가능성을 중심으로 논의를 전개하였으므로, 실제 대순진리회 공동체가 해원상생과 보은상생의 원리를 어떠한 제도와 실천 속에서 구현하고 있는지에 대한 경험적·현장적 분석까지는 나아가지 못하였다. 또한 상생의 에코소피가 오늘의 생태 위기, 사회적 갈등, 문명 전환의 논의 속에서 어떠한 비판적 실천 프로그램으로 구체화될 수 있는가 하는 문제 역시 후속 연구를 통해 더 면밀하게 검토되어야 한다. 특히 신명의 차원을 포함한 네 차원의 구조가 종교 실천과 사회윤리, 그리고 생태 담론의 장에서 어떻게 작동할 수 있는가를 밝히는 작업은 앞으로의 중요한 과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글의 시도는 분명한 의의를 지닌다. 오늘의 생태 위기를 환경의 차원에만 한정하지 않고, 사회적 관계의 해체와 주체성의 왜곡, 그리고 영적 질서[신명과의 관계]의 파탄까지 포함하는 총체적 위기로 이해할 때, 이에 대한 응답 역시 단선적일 수 없다. 이 점에서 상생의 에코소피는 인간·사회·자연·신명의 관계를 함께 사유하고, 상극의 질서가 남긴 병리를 치유·극복하며, 수도와 공동체 실천을 통해 상생의 질서를 형성하려는 하나의 통합적 사유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따라서 상생의 에코소피는 대순진리회가 오늘의 복합적 위기에 응답할 수 있는 하나의 해결책이며, 동시에 관계의 파탄을 넘어 관계의 재구성을 사유하려는 새로운 종교 생태철학적 제안이라고 할 수 있다.

Notes

1) ‘지구 한계 위험선(Planetary Boundaries)’은 2009년 록스트룀 교수 연구팀이 제안한 것으로서, 인류가 지구상에서 안전하게 생존하고 지속적으로 번영하기 위해 절대 넘어서는 안 되는 9가지의 지구 환경 시스템(기후변화, 생물 다양성 감소, 해양 산성화 등)의 물리적 한계치를 규정한 개념이다. ‘도넛 경제학(Doughnut Economics)’은 영국의 경제학자 케이트 라워스(Kate Raworth)가 2012년에 처음 제안한 모델로서, 지구의 생태적 한계(도넛의 외곽선)를 초과하지 않으면서도 인류의 필수적인 사회적 기반(도넛의 내부 원)을 모두 충족하는 ‘안전하고 정의로운 공간’에서 경제적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는 이론이다. ‘지속 가능한 개발 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SDGs)’는 빈곤 종식, 불평등 감소, 지구 환경 보호 등 인류의 지속 가능한 번영을 위해 UN이 2015년에 채택하여 2030년까지 달성하기로 결의한 17가지의 국제적 공동 목표다.

2) Johan Rockstrom et al., “Safe and just Earth system boundaries,” Nature 619 (2023), pp.102-109.

3) 아르네 네스가 ‘에코소피’를 처음 제안했던 저서는 다음과 같다 : Arne Naess, Ecology, Community and Lifestyle: Outline of an Ecosophy, trans. David Rothenberg (Cambridge: Cambridge University Press, 1989). 이 서적은 네스가 1974년에 노르웨이어로 처음 출판한 Økologi, samfunn og livsstil을 바탕으로 하였으나 내용이 대폭 수정되어 번역되었으므로, 심층생태학의 표준 텍스트로 인정되는 것은 1974년 판본이 아니라 1989년 판본이다. 펠릭스 가타리가 ‘에코소피’를 처음 제안했던 저서는 다음과 같다 : Felix Guattari, Les Trois Écologies (Paris: Éditions Galilée, 1989); Manola Antonioli, “What is Ecosophy?” in Constantin V. Boundas, ed., Schizoanalysis and Ecosophy: Reading Deleuze and Guattari (London: Bloomsbury, 2018), p.74, pp.84-85.

4) 펠릭스 가타리, 『세 가지 생태학』, 윤수종 옮김 (서울: 동문선, 2003), p.8, pp.9-15, p.38.

5) 윤재근, 「대순사상과 생태적 환경보존의 문제」, 『종교연구』 23 (2001); 김학택, 「무자기와 자아실현」, 『대순사상논총』 13 (2001); 류성민, 「‘천지공사’의 종교윤리적 의미에 대한 연구」, 『대순사상논총』 23 (2014). 이 선행 연구들에 대한 정리와 평가는 차선근, 「대순진리회 생태론 연구서설 : 상생생태론」, 『대순사상논총』 35 (2020), pp.300-301 참고.

6) 차선근, 같은 글, pp.295-330.

7) 대순진리회의 자연관 논의는 차선근·황희연, 「근대 한국의 자연관 변화 : 변화와 치유를 강조한 강증산의 자연관을 중심으로」, 『대순사상논총』 51 (2024)에서 더 확장되었다.

8) 허남진, 「대순사상의 생태적 사유와 통합생태론」, 『대순종학』 1 (2021), pp.67-83.

9) 김연재, 「문화생태주의에서 본 대순사상의 천지공사와 지상선경의 경계 : 해소와 화해의 지속가능한 시선」, 『대순사상논총』 49 (2024), pp.93-125.

10) 김귀만, 「대순진리회의 상생생태론 연구 : 상생의 의미를 중심으로」, 『대순사상논총』 48 (2024), pp.375-406.

11) 이은희, 「대순진리회의 생태윤리 연구」 (대진대학교 박사학위 논문, 2025).

12) 해원상생과 보은상생의 실천 영역 담론화 작업으로 구성되는 ‘실천적’ 생태론이 상생생태론이다. 대순진리회의 세부적인 생태 논의들은 이 틀 속에서 진행되어야 한다. 차선근, 앞의 글, pp.323-324.

13) 개념적 번역(Conceptual Translation)은 하나의 이론을 다른 이론으로 번역하기 위한 메타이론적 접근법(metatheoretical approach)이다. 이 방법은 두 개의 이론 사이를 매개하여 양방향으로 아이디어와 통찰이 흐르도록 할 수 있다. Stuart Albert and Marc H. Anderson, “Conceptual Translation: A Metatheoretical Program for the Construction, Critique, and Integration of Theory.” Journal of Management Inquiry 19-1 (2010), p.34, p.43.

14) Mart E. Tucker and Grim, John A., “Ecology And Religion: An Overview,” in Lindsay Jones, chief eds., Encyclopedia of Religion 4 (Detroit: Macmillan Reference USA, 2005), pp.2609-2610.

15) 펠릭스 가타리, 『정신분석과 횡단성』, 윤수종 옮김 (서울: 울력, 2004), pp.145-154.

16) 질 들뢰즈·펠릭스 가타리, 『안티 오이디푸스 : 자본주의와 분열증』, 김재인 옮김 (서울: 민음사, 2014), pp.58-73.

17) 질 들뢰즈·펠릭스 가타리, 『천 개의 고원』, 김재인 옮김 (서울: 새물결, 2001), pp.172-178.

18) 같은 책, pp.11-55; William E. Deal and Timothy K. Beal, Theory For Religious Studies (London: Routledge, 2004), pp.77-82.

19) 질 들뢰즈·펠릭스 가타리, 『안티 오이디푸스 : 자본주의와 분열증』, pp.494-628; Tamsin E. Lorraine, “Schizoanalysis,” in Julian Wolfreys, eds. Glossalalia: An Alphabet Of Critical Keywords (New York: Routledge, 2003), pp.269-276.

20) 펠릭스 가타리, 『분자혁명』, 윤수종 옮김 (서울: 푸른숲, 1998), pp.34-44, p.45; 윤수종, 「맑스주의의 확장과 변용 : 분자 혁명과 소수자운동」, 『문예미학』 12 (2006), pp.99-101.

21) 펠릭스 가타리, 『세 가지 생태학』, pp.17-37.

22) 같은 책, p.38.

23) 같은 책, p.11.

24) 박민철·최진아, 「펠릭스 가타리의 생태철학 : 카오스모제, 생태적 주체성 그리고 생태민주주의」, 『철학연구』 127 (2019), pp.237-240.

25) 펠릭스 가타리, 『세 가지 생태학』, pp.21-23.

26) 같은 책, p.56.

27) 권정임, 「에코소피와 생태문화 : 가타리의 생태사회론에 대한 비판과 변형」, 『시대와 철학』 21-4 (2010), p.37.

28) 펠릭스 가타리, 『세 가지 생태학』, pp.9-11.

29) 대순진리회 교무부, 『포덕교화기본원리(其二)』 (여주: 대순진리회 교무부, 2003), p.6.

30) 권정임, 앞의 글, pp.35-42.

31) Luc Boltanski and Eve Chiapello, The New Spirit of Capitalism, trans. Gregory Elliott (New York: Verso, 2005), pp.167-170.

32) 차선근, 『현대종교학과 대순사상 : 비교연구 방법과 적용』 (서울: 박문사, 2023), pp.164-188.

33) 대순진리회 교무부, 『전경』 13판 (여주: 대순진리회 출판부, 2010), 공사 1장 3절, 공사 3장 4절.

34) 사회적 차원의 원한은 피할 수 없는 고통을 낳는다. 차선근, 「대순진리회 고통론의 유형화와 특징」, 『대순사상논총』 25-下 (2015), pp.16-18.

35) 차선근·황희연, 「근대 한국의 자연관 변화 : 변화와 치유를 강조한 강증산의 자연관을 중심으로」, 『대순사상논총』 51 (2024), pp.57-61.

36) 그러므로 증산은 신명을 조화하고 신도(神道 : 신명계의 질서)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보았다. 『전경』, 공사 1장 3절, 교운 1장 9절.

37) 『전경』, 교법 2장 28절, 교법 3장 12절.

38) 차선근, 앞의 책, pp.304-307; 차선근, 「가해자와 피해자의 콜라보, 해원상생」, 『대순회보』 246 (2021), pp.34-53.

39) 『전경』, 교법 1장 1절.

40) 『전경』, 교운 2장 32절.

41) 대순진리회 교무부, 『대순지침』 2판 (여주: 대순진리회 출판부, 2012), p.97.

42) 같은 책, p.97.

43) Stuart Albert and Marc H. Anderson, op. cit., pp.36-37.

44) 『전경』, 교운 2장 32절, 간단히 말해서 음양합덕은 만물 구성 요소이자 원리인 음양의 조화와 합덕을, 신인조화는 신명과 인간의 화합과 협력을, 해원상생은 원한 해소를 통한 상호 살림을, 도통진경은 도에 통하여 참된 경지에 이르는 것을 뜻한다.

45) 대순진리회에서 ‘신명’은 신, 신장 등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윤용복, 「대순진리회 신관념(神觀念)의 특성」, 『대순사상논총』 21 (2013), pp.9-17.

46) 『전경』, 교법 3장 2절.

47) 차선근, 앞의 책, pp.257-260.

48) 물론, 이러한 응답이 모든 의문을 해소하지는 못한다. 종교 개념의 세속적 번역이 어디까지 정당하며 또 어디에서 한계에 부딪히는가 하는 물음은 종교학의 오랜 과제다. 상생의 에코소피가 제안하는 신명 차원이 세속 공론장에서 실제로 어떻게 논의되고 수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본격적인 검토는 후속 연구의 몫으로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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