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논문

엘리아데의 관점으로 본 대순사상의 인간관 연구

안신 1 , *
Shin Ahn 1 , *
Author Information & Copyright
1Professor, Department of Welfare & Theology, Pai Chai University
*배재대학교 교수ㆍ종교문화연구소 소장, E-mail: shinahn@pcu.ac.kr

© Copyright 2019, The Daesoon Academy of Sciences. This is an Open-Access article distributed under the terms of the Creative Commons Attribution Non-Commercial License (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nc/3.0/) which permits unrestricted non-commercial use, distribution, and reproduction in any medium, provided the original work is properly cited.

Received: Nov 01, 2019 ; Revised: Nov 23, 2019 ; Accepted: Dec 14, 2019

Published Online: Dec 31, 2019

초록

대순사상의 인간관에 대한 연구는 크게 내부자와 외부자 그리고 종교학의 입장에서 진행되어 왔다. 본 논문은 엘리아데가 주창한 신인간주의의 관점에서 대순사상의 인간관을 분석한다. 대순사상의 인간관은 엘리아데의 종교적 인간의 주요 특징을 잘 구현하고 있다. 대순사상은 미로와 같은 인생의 중층성과 복잡성을 다루며, 그 중심에 증산의 인간관을 위치시킨다. 증산은 선천의 인간이 직면한 실존문제를 진단하고, 후천의 세계관 변혁을 위한 해원상생과 보은상생의 종교적 처방을 내린다. 동학혁명에 대한 새로운 종교적 대안으로서, 증산은 평화의 길을 제시하였다. 천지공사를 통하여, 선천의 상극관계를 후천의 조화관계로 변화시킨다는 목표를 담고 있다. 대순사상의 우주론은 삼계 가운데 신인관계를 재정립하고, 구천상제의 인신화현을 통하여 권선징악의 윤리관과 인존사상을 제시한다. 결론적으로 엘리아데의 신인간주의의 관점에서 대순사상의 인간관은 더 이상 해명이 필요 없는 종교적 인간관이다.

Abstract

There have been three trends in the study of the view of humanity in Daesoon Thought: insider theology, outsider theology, and religious studies. This article is intended to interpret the view of humanity in Daesoon Thought from the perspective of Mircea Eliade’s New Humanism. We find similarities between Daesoon Thought and Eliade’s New Humanism. Daesoon Thought deals with the complexities of life as being labyrinth-like and puts Jeungsan’s view of humanity at the center of a Daesoon worldview. Jeungsan examines the existential problems which humans face in the Former World, and gives the religious remedies of Haewonsangsaeng (the resolution of grievances for mutual beneficence) and Boeunsangsaeng (the grateful reciprocation of favors for mutual beneficence) to transform humanity’s worldview for usage in the Later World. Jeungsan suggests a way of peace instead of the revolution of Donghak. Through the Reordering Works of Heaven and Earth, Jeungsan changes the mutual contention of the Former World into the mutual beneficence of the Later World. The cosmology of Daesoon Thought recovers the relationship between divine beings and human beings in the three realms, and proposes a system of ethics that promotes virtue and reproves vices and human-centericism. In conclusion, the view of humanity in Daesoon Thought is an unapologetic view of homo-religiosus from within a new humanism.

Keywords: 대순사상; 인간관; 엘리아데; 신인간주의; 종교적 인간
Keywords: Daesoon Thought; Human View; Mircea Eliade; New Humanism; Homo-Religiosus

Ⅰ. 서론 : 방법에서 대안으로의 전환

종교학자 미르체아 엘리아데(Mircea Eliade, 1907~1986)는 종교학에서 자료를 수집하고 분류하는 작업도 중요하지만, 자료가 내포하고 있는 의미(meaning)를 탐구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하며, 그러한 중요성이 오랫동안 간과되어 왔음을 비판한다. “종교학자는 어떤 종교가 어느 특정한 시대에 출현하여 번성할 수 있게 된 이유, 바로 그 정황과 위상을 밝혀내어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엘리아데에 따르면, 종교학자는 종교문헌의 실존적 상황을 이해함으로써 인간에 대한 깊은 인식에 도달해야 한다. 이러한 인간에 대한 당위적 지식은 타자와의 만남을 전제하므로 종교학은 ‘세계내적 존재’로서 철학적 인간학을 구축한다.1) 지금까지 종교학자들은 엘리아데의 이론을 종교사상을 이해하는 접근방법 정도로만 국한시켜 이해하려는 경향을 보여 왔다.2) 그러나 엘리아데의 이론을 존재론적 가치관과 인식론적 세계관으로까지 폭넓게 해석한다면, 그의 종교학은 연구방법의 범주를 넘어서, ‘대안종교’(alternative religion)로까지 기능한다. 바로 이 문제에 대하여 종교주의와 환원주의의 논쟁이 종교학계에서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다. 따라서 엘리아데가 제시한 구원론(soteriology)의 관점에서 바라 본 대순사상의 인간관에 대한 현상학적 연구는 지금까지 거대종교담론에만 머물러 있는 엘리아데 연구를 신종교담론으로까지 확대시킬 것이다.

본 연구는 대순사상의 인간관(人間觀)을 엘리아데의 신인간주의(new humanism)의 관점에서 분석한다.3) 두 사상 간의 역사적 접촉과 교류는 없지만, 엘리아데는 인간이 본성적으로 ‘종교적 인간’(homo religiosus)임을 주장하였다. 여기서 ‘종교적 인간’은 역사 속에서 성스러움의 지속적인 드러남을 감지하고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존재를 뜻한다. 따라서 신종교로서 대순사상을 선택하여 엘리아데의 관점에서 인간관에 관한 현상학적 사례연구를 시도하는 것이다. 엘리아데에 따르면, 현대인은 세속사회에서 더 이상 성스러움의 드러남(hierophany), 즉 성현(聖顯)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지만, 고대인은 ‘종교적 인간’으로, 현대인과는 달리 신화와 의례의 반복을 통하여 원초적 시간과 공간을 체험하고 그 의미를 향유함으로써 일방적 ‘역사의 공포’(terror of history)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4) 따라서 종교학은 종교연구를 위한 방법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인간주의를 지향하는 이념적 세계관으로까지 발전한다.5) 본 논문에서는 두 가지 문제를 중심으로 가용한 답변을 탐색할 것이다.

첫째 문제, 대순사상은 현대인에게 어떤 인간관을 제시하고 있는가?

둘째 문제, 대순사상의 인간관은 기존의 세계종교들과 차이를 어떻게 드러내는가?

대순사상의 인간관에 대한 연구는 다양한 유형으로 발전해 왔고, 크게 (1) 내부자(insider)의 입장과 (2) 외부자(outsider)의 입장 및 (3) 비교종교학(comparative religion)의 입장으로 구분될 수 있다.

첫째로, 내부자를 대표하는 흐름은 대진대학교 대순종학과를 중심으로 한 연구자들에 의해 진행되어 왔다. 박용철은 증산이 대원사 공부에서 천지대도를 대각(大覺)한 것이 아니라 천지대도를 열었음을 강조한다. 최고신(最高神)으로서 이미 소유하고 있는 삼계대권을 공부에서 새롭게 획득했다는 기존의 해석은 잘못된 설명이라는 판단 아래, 신적 권한을 가지고 천지신명(天地神明)을 심판하였다고 지적한다. 그는 증산의 9년 천지공사를 천지신명에 대한 인간의 존엄성을 드러낸 핵심사건으로 간주한다.6) 이경원은 대순사상의 인간론을 동서양 비교사상사의 관점에서 설명하며 탄생과 죽음의 문제를 다룬다. 그에 따르면, 조상 선령신의 공덕으로 인간은 영혼을 가지고 태어나며 수도와 공부를 통해 영생한다. 인간의 탄생과 죽음을 다루는 생사론(生死論)을 시작으로, 인간의 주체의식과 자력신앙을 강조하며 인간의 본질을 탐색하는 심체론(心體論)을 설명하였고, 이상적 인간상으로서 인존론(人尊論)을 다룬 후에, 실천방법으로서의 수양론을 분석하고 여성관과 남녀평등론까지 제시함으로써 대순종학의 근본체계를 마련하였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 그는 동서양 종교사상과의 비교를 통하여 대순사상의 차이점과 독특성을 드러낸다.7) 고남식은 대순사상의 인간관에 대한 기존의 연구들이 생사론에 지나치게 치우쳐 있음을 지적한다. 그는 담론의 변이에 관심을 가지고 그 내용을 분석하며 증산에 의한 병의 치유에 담긴 우주적 의미를 부각시킨다. 신계의 명부에서 관할하던 문제를 9년 천지공사를 감행함으로써 인계의 동곡약방이 새로운 ‘우주의 중심’이 되었고 증산의 행적들이 명부에 영향을 미치는 ‘패러다임의 변혁’이 일어났다고 평가한다.8)

둘째로, 외부자의 연구 흐름은 대순진리회를 포함한 증산계열 신종교의 확장된 범주에서 세계관에 대한 분석을 다각적으로 진행해 왔다. 기독교의 입장에서 증산사상을 연구한 조재국은 증산의 사상은 “신관이 인간관에서 시작했다.”고 평가할 정도로 인간중심주의 차원이 대순사상의 기초를 이루고 있음을 지적한다. 그에 따르면, ① 증산사상에서의 인간은 초월적인 존재이면서도 영혼과 육체가 상호 병존하고 작용하는 존재이다. ② 인간은 신명과 공존하는 존재로서 인간의 행위에 영향을 미치지만 인간의 의지에 따라 움직이기도 한다. ③ 인간은 원한을 품는 존재로서 인간의 원한은 언행심의 형태로 다양하게 표출되며 인간의 질병부터 세계의 파멸까지 부정적 결과를 낳는데, 증산의 해원상생사상은 이러한 인간관에 토대를 두고 있다. 그리고 ④ 인간은 자유의지를 지닌 존재로서 욕구를 추구한다는 특징을 지닌다. 조재국은 증산의 사상이 천도교의 인내천을 뛰어넘어 인간을 중심으로 세계관과 우주관을 재편하였다는 점을 높이 평가한다. 대순사상을 동학의 실패에 따른 새로운 종교운동의 등장으로 간주하는 해석이다.9) 김홍철은 원불교의 입장에서 증산교와의 비교연구를 진행하였는데, 인간에 대한 생물학적이며 육체적인 인간의 이해보다는 영적인 측면에 집중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만물의 주인이요 영장”으로서 사람이 되어야 삼계대권을 주재하는 권능이 실현될 수 있다고 본다. 인간은 “위대한 존재”로서 마음에 따라서 금수도 될 수 있고 천(天)이나 신(神)도 될 수 있다. 곧 마음이 신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인간의 본분은 마음을 정화하고 바르게 사용하는 것이다. 그에 분석에 따르면, 원대한 목표를 제시하고 있는 다른 종교들과는 달리 증산계열 종교들에서는 “자기의 본분에 따라 자기 할 일을 착실하게 해 나가는 것”을 삶의 목표로 삼는 권선징악의 윤리관을 제시한다.10)

셋째로, 내부자와 외부자의 연구흐름과는 별도로 비교종교학자들의 연구들도 꾸준히 있어왔다. 철학자 김방룡은 비교의 관점을 가지고 증산과 불교와의 관계를 밝히는 데 집중한다. 증산이 진묵대사를 불교의 종장으로 세우고 이후 증산교에 진묵신앙이 유지되고 있음에 주목하며, 대순사상은 선천에 유불선과 기독교의 사회문화적 토대를 창조적으로 융합하여 후천에는 “고차원의 통일된 문화”로 승화시킨다고 주장한다.11) 종교학자 최준식은 대순사상은 선도와 무교의 재해석으로 간주하며 증산의 “인간지상주의”에 주목하고 후천개벽시대의 특징을 정리한다.12) 한편, 종교학자 고병철은 선행연구를 심리학, 철학, 교육학, 비교연구로 구분하고, 인간의 기원, 인간의 구성요소, 사후 상태, 현실인식, 삶의 목표, 목표도달방법의 요인으로 대순진리회의 인간관을 기술하며, 인간관 연구의 활성화방안을 제안한다.13)

내부자의 연구가 상제신앙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었다면, 외부자의 연구는 특정전통의 관점에서 전통들 간 상호관계에 초점을 두었고, 종교학자는 두 접근 사이에서 나름의 균형을 유지하며 공감적 이해와 객관적 평가를 동시에 병행한다. 이제 엘리아데의 신인간주의의 관점에서 대순사상의 인간관을 재평가해 보자. 우리는 ‘종교적 인간’으로서 증산의 정체성으로부터 인간관에 대한 이해를 시작할 것이다. 대순사상에 따르면, 구천상제(九天上帝) 강증산(姜甑山)은 1871년 11월 1일(음력 9월 19일)에 전북 고부군 우덕면 객망리에 강문회와 권양덕의 아들로 출생했다. 1901년에 전주 모악산 대원사(大院寺)에서 49일 동안 불음불식의 공부를 하여 천지대도(天地大道)를 열었다. 새와 짐승도 그의 진리에 순종하였고 종도들도 날마다 늘어갔다. 그렇다면, 증산의 가르침은 인간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 것일까? 대순사상이 제시하는 이상적 인간의 모습은 무엇인가? 이러한 물음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하여 대순진리회의 경전 『전경』을 중심으로 대순사상의 인간관이 지닌 신인간주의의 체계와 특징을 분석해 보자.

Ⅱ. 대순사상의 역사적 맥락과 삶의 자리

엘리아데는 인간의 삶을 ‘미로’(labyrinth)로 규정하고, ‘시련’을 통해 중심에 도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중심경험을 묻는 로케에게 엘리아데는 답한다. “난 중심에 여러 번 이르렀다고 확신하는데, 그렇게 해서 많이 배웠고, 나 자신을 인식했다. 그랬다가 나 자신을 다시 잃어버렸다. 그게 우리의 상황이다.”14) 엘리아데 종교학에서 바라보면, 대순사상은 미로와 같은 인생의 중층성과 복잡성을 다루며, 증산의 인간관을 중심에 위치시킨다. 증산은 선천의 인간이 직면한 실존문제를 진단하고, 후천의 변혁을 위한 해원상생과 보은상생의 처방을 내린다.15)

증산은 종도들의 문제를 해결하면서 종도들에게 가르침을 적극적으로 포덕하라고 당부한다. 그의 종도들은 주류사회에서 소외된 가난한 자들이었다. 임인년(1902년) 여름에 종도 형렬이 가난과 가뭄으로 근심할 때 증산은 “걱정 근심을 말라”고 위로하고 채소가 잘 자라도록 기적을 베푼다. 그는 처음 찾아오는 사람들의 죄를 용서하고 그들의 몸을 위해 척신과 모든 겁액을 풀어준다. 증산은 사회적 지휘가 낮은 자들을 종도로 삼고, 높은 가치를 천명하며 사회와 우주의 변화를 이끈다. 증산은 권력자를 중심으로 한 주류사회보다는 소외된 자들과 동거한다. 증산은 회심(conversion)을 경험하는데, 24세가 되던 갑오년(1895년)에 동학민중학쟁을 경험하면서 증산의 삶은 종교적 구도로 급선회한다. 25세에는 유불선 서적을 탐독하고 한반도를 유랑하면서 도탄에 빠진 민중들의 삶을 목격한다.16)

증산은 동학도처럼 사회정의를 위해 사용하는 무력을 정당화하기보다는 비폭력과 평화의 길을 선택한다. 그는 치유자로서 민중의 질병을 넘어서 만물과 우주의 질병을 치유하려고 한다. 그에게 세상은 원한으로 사무친 비정상적인 구조를 지니고 있고 그러한 구조적 모순을 타파하기 위하여 해원상생(解冤相生)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는 인류 원한의 기원을 중국의 신화적 인물, 요(堯) 임금의 아들 단주(丹朱)에게서 찾는다. “한 사람의 품은 원한으로 능히 천지의 기운이 막힐 수 있느니라.”17)

엘리아데에 따르면, 신화는 허구적 이야기가 아니라 진실을 담고 있는 원초적 행위를 증언한다. 원초적 행위는 과거에 일어나 기억에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신화와 의례의 자리에서 회상되며 반복된다. 신화는 의미 있는 원초의 사건과 인물에 대한 기억을 동반한다. 따라서 신화는 새로운 우주의 상황과 원초적 사건의 출현을 담고 있다. 인간의 행동과 인간의 조건에 대한 선례와 범형을 인류에게 제공한다.18)

대순사상에서 단주는 원한을 품은 포원(抱冤)의 원형적 인물로 보여진다. 신화적 기원을 토대로 원한을 품은 존재로서 인류의 실존적 문제를 설명한다. 문제의 해답으로, 대순진리회는 해원상생과 보은상생의 대도윤리를 실천하기 위하여 “남에게 척을 짓지 말고 남을 잘 되게 하라”는 진리를 전하고 교육한다. 소외된 인간의 관계와 분절된 인간성의 회복을 촉구한다. 기본적 가르침에 토대를 두어 대순진리회는 종단의 3대 중요사업을 ① 구호자선사업, ② 사회복지사업, ③ 제반교육사업으로 정하여 추진하고 있다. 특히 3대 중요사업은 종단의 건강과 사회의 공신력을 확보할 수 있는 “덕화선양”을 목적으로 삼는다.19)

엘리아데는 종교사에서 성스러움이 발현되는 기본적인 형태에 주목한다. 성스러움의 드러남은 선택으로 이루어지는데, “이상한 것, 새로운 것, 이례적인 것”이 선택되면 “강하고 효험이 있고 위협을 주며 또 풍요로운 것”으로 간주된다. 성스러움은 종교적 경험을 통하여 속인의 눈에 인식될 수 있는 인격과 구현을 통하여 드러난다. 엘리아데는 종교사상사를 성스러움의 표현과정에 대한 평가절하와 재평가의 역사로 규정한다.20) 최제우의 동학은 유교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타파하기 위해 평등을 지향하는 저항하는 인간관으로서 민중을 규합하고 유교사회의 제도에 정면으로 도전했지만 실패하였다. 증산은 동학의 가치를 재평가하고 발전시킨 대순사상으로 그 ‘저항의 자리’를 ‘평화의 길’로 대신한다. 이 점에서 증산은 ‘새로운 종교’(a new religion)에 대하여 ‘더 새로운 종교’(a newer religion)로 응대하였다.

대순사상의 수행론에 따르면, 주문수행으로 도인은 신명계와 인간계를 모두 볼 수 있고 과거와 미래를 알 수 있는 능력도 획득한다. 인간은 위대한 존재로서 새로운 하늘과 땅을 창조하게 된다. 동학과 증산교의 수양론을 비교한 종교학자 이길용의 주장대로, “수운의 동학은 개인 수련을 강조하면서 객관적인 신앙의 대상을 굳이 내세우지 않는 반면에, 증산교의 경우에는 교조를 신격화하면서 분명한 신앙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를 발견한다.21)

엘리아데는 종교적 재평가를 통하여 성스러움의 드러남에서 존재론적 의미를 탐색하였다. 세계에 대한 존재론적 이해를 통하여 인류에게 구원론을 제시한 것이다. 성스러움은 상징들을 통해 신화와 제의 속에 드러나므로, 종교학자는 ‘창조적 해석학’의 작업을 통해 그 상징적 의미를 드러내야 한다. 대순사상에서 성스러움의 드러남은 증산의 탄생과 죽음 사이, 특히 9년 동안의 천지공사(天地公事)에 집중되어 있다. 천지공사에서 증산은 자신이 지닌 위대한 능력과 가르침의 차이를 강조한다. “우리는 개벽하여야 하나니 대개 나의 공사는 옛날에도 지금도 없으며 남의 것을 계승함도 아니요 운수에 있는 일도 아니요 오직 내가 지어 만드는 것이니라. 나는 삼계의 대권을 주재하여 선천의 도수를 뜯어고치고 후천의 무궁한 선운을 열어 낙원을 세우리라.” 증산은 개벽장(開闢長)으로 천지공사를 할 때 새와 사람이 접근할 수 없었다는 점에서 성스러운 신비를 전제하고, 후천낙원을 위한 삼계 개벽을 위한 천지공사가 기존 종교들과는 구별되는 독특성을 지니므로, 그를 믿고 따르라는 포덕의 근거를 밝히고 있다.22)

엘리아데의 창조적 해석학은 종교적 의미를 드러냄으로써 존재의 구조 자체를 변화시킨다. 상징적 표현으로 문화마다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나는 종교현상에 대하여 지속적인 해석이 필요하다. 엘리아데에게 종교적 재평가는 종교적 가치, 성스러움의 의미를 유지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세속적이고 비과학적이고 비합리적인 신화와 의례 및 공동체에서 새로운 의미, 바로 종교적 의미를 발견하는 것이다. 평가는 축적되는데, 이전 평가들과 발견된 의미들은 시공에 따라 반복적으로 새로운 의미를 갖는다. 이처럼 종교상징들에 대한 재평가는 이전의 재평가의 구조를 소멸시키는 것이 아니라, 상징의 의미를 더욱 확장하고 강화해 나간다.23)

증산의 대순사상은 ‘선천의 상극세계’가 ‘후천의 조화세계’로 발전한다는 진리를 구축한다. 그 중심에 증산이 최고신으로 자리를 잡는다. 역사와 세상에서 인간의 문제가 증폭되는 이유는 “선천 세계에서는 하늘, 인간, 사물 모두가 상극에 지배되어. 원한이 쌓이고 맺혀져 천, 지, 인이 각각 상도(常道)를 잃으니, 세상은 재화와 원한이” 가득 찼기 때문이라며 존재론적 진단을 내린다. 따라서 천지공사를 통하여 “천지의 도수를 정리하며 굳건히 하고, 신명을 조화하여 기틀을 마련하고, 그 기틀에 따라 인사가 저절로 이룩될 제생(濟生)의 선경이 열려 세계만방의 민생은 건져지게 되었다.”는 구원론의 도식이다.24) 증산은 다가올 미래를 묘사하는데,25) 후천시대에 문명의 이기를 누리는 여권신장과 남녀평등의 시대가 실현됨을 예견한다. 여성에 대한 차별이 사라지고 온전한 사람으로 대우받고 활동하는 시대가 열린다는 것이다. 인간관의 근본변화로 인하여 신명계는 물론 우주와 만물의 변화가 연이어 일어난다. 대순사상의 총체적 이해는 이와 같은 인간관에 대한 존재론적인 이해가 선행될 때 가능하다.

Ⅲ. 인간의 우주론적 자리 : 삼계와 신인의 관계

엘리아데에 따르면, “종교학자들이 어떤 종교의 참된 중심을 찾아내지 못한다면 그것은 곧 그들이 철학적 인간학에 적절히 기여하지 못함을 말해 주는 것으로 이해해도 무방하다.” 종교학자는 실존적 상황에 내포된 전체계적인 존재론을 발굴해 설명한다. 종교는 하나의 중심을 지니며 이 중심은 신화, 제의, 신념 등의 형태로 그 전체를 알려준다. 세속화된 시대에도 종교학자는 문화들이 지닌 종교적 의미를 드러내야 한다.26) 엘리아데는 유대-기독교의 신념전통보다 동양종교의 수행전통에서 ‘역사의 공포’로부터의 자유를 향한 인간의 창조성을 발견한다.27)

증산은 19세기말 정치경제적으로 억압을 받던 고통 받던 민중에게 우주론적인 해결방안과 새로운 인류로서 신인(神人)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는 천지인 삼계가 원한으로 가득 차 있다고 진단한다. 서로 경쟁하고 제거하려는 상극의 원리가 지배하는 ‘선천의 세계’에서는 천지의 상도(常道)는 망각되고 여러 재난이 발생하여 인간의 삶은 피폐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세상의 혼란에 대하여 천지신명이 모여서 천지를 바로 잡기를 증산에게 간청하고 이러한 요청을 받아드리고 “괴롭기 한량없으나 어찌할 수 없이” 증산이 구원자의 지위를 맡게 되었다는 설명이다. 대순진리회는 대순진리의 신앙교화를 위한 “바른 이해”를 천명한다.28)

증산은 세상의 질서를 회복하기 위해 명부공사를 진행할 때 신명을 부르기 위하여 서화를 종이에 그리고 불사른다. 대순사상에서 인간계와 신명계는 철저히 연결되어 있다. 선천의 세계에서는 “묵은 하늘은 사람을 죽이는 공사”에만 치중하므로 세상의 모든 것이 사라질 위기의 상황이 도래하였다. 증산은 제사를 통하여 신명공사를 진행하고 그를 따르는 종도들의 병을 치유하였다. 구천상제 증산은 치유와 화해의 길을 제시한다. 여러 질병으로 고생하는 종도들을 비롯한 세상 사람들을 대상으로 증산은 천식, 청맹, 설사 등 다양한 질병들을 치유한다.29)

증산의 역사적 자리는 어떠했을까? 당시 조선은 일본의 병합을 받은 상태였고 이에 반대하는 최익현(崔益鉉, 1833~1906)과 구국지사들은 의병을 일으켰다. 증산은 동학도처럼 직접적인 저항을 선택하는 대신에 계급 간의 질시와 갈등을 풀어 천하의 해원을 이루려 하였다. 동학혁명이 일어날 때 증산은 전봉준이나 최수운의 모임과 거리를 두었다. 오히려 동학운동의 실패를 예언하며 가입하지 말 것을 충고하여 많은 사람들이 화를 면하도록 도왔다. 이 무렵에 증산은 유교사회의 제도적 모순 아래 정치적 혼란과 경제적 피폐를 목격하면서 광구천하의 뜻을 품게 된다. 19세기 말 조선에 유행하던 기독교 신약전서를 김경안에게 빌려다가 불사르고 예수를 믿지 않던 붓장수로부터 신약전서를 얻어서 주인에게 돌려준다.30) 증산은 전북 칠읍의 흉년을 해결하고 신명이 지닌 원한도 풀어준다. 증산은 스스로 ‘미륵’이라 선언까지 한다. 공부하는 동안 시중을 들던 대원사 주지 박금곡(朴錦谷)에게 전생에 월광대사(月光大師)라고 하며 쇠락한 절을 중수할 수 있도록 90세까지 장수의 복을 준다. 증산은 초월적 존재로서의 신체적 특징과 신통력까지 보여준다.31)

증산은 유년시절부터 두터운 호생의 덕을 지닌다. 원만한 성품과 함께 관후하고 총명하여 사람들의 경대를 받고, 식목을 즐겨 초목 하나 꺾지 않고 작은 곤충도 해치지 않는다. 증산이 천지대도를 열고 대원사를 나설 때에 새와 짐승이 그의 말에 순종하였다고 전해진다. 그는 서당에서 장원을 놓친 적이 없고 돌절구로 상모 돌리듯이 할 정도로 힘센 장사이다. 이처럼 그의 탄생을 전후한 사건들은 증산과 하늘과의 긴밀한 관계를 보여준다. 49일 동안 증산이 공사를 진행할 때 정성을 다해 준비한 떡을 신명이 받아들인다. 실천불교의 선구자 진묵(震默, 1562~1633)의 이적처럼 상제는 절대존재자로서 하늘의 북두칠성을 한 달 동안 숨기는 기적을 베푼다. 일진회의 발족 이래로 관을 버리고 삿갓을 쓰고 다녔던 증산은 검은 속옷과 흰 외의를 입은 자신의 모습을 따라 구름도 안이 검고 밖이 희다고 종도들에게 설명한다. 그는 명부사자(冥府使者)로부터 병자를 간호하는 사람을 “나의 사자”라고 부르고 신장을 보내 참혹한 생활을 하는 오동팔의 집을 지어준다. 그리고 송시열의 정기처럼 증산의 머리 위에는 항상 맑은 기운이 나와 구름이 가리지 못하고 푸른 하늘이 있다. 그는 항렬이 높은 친족들에게는 윤리와 전통을 따라 말하라고 가르치는데 이는 “신명은 그들의 불경한 언사를 옳지 않게 여기고 반드시 죄로 인정”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증산은 천지인의 삼계가 서로 연결되어 각 영역의 문제가 다른 영역의 문제로 이어지므로, 선천세계에서 사람이 신명을 대하지 않아서 신명도 사람의 말을 계용하지 않게 되었다고 설명한다. 인간 공동체의 분쟁은 다시 신정의 분쟁과 문란으로 이어지고 상극상이 빚어져 재앙이 세상에 일어난다는 것이다.32)

증산의 우주관은 천지인 삼계의 구조에 기초한다. 이러한 우주관은 인간관으로 연결된다. 장병길의 설명에 따르면, 신인(神人)은 세상적인 지식이나 욕구를 초월한 “천, 지, 인 삼계의 이법(理法)에 의하여 삼계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권능과 지혜를 갖춘 존재”이다. 증산이 세상에 있는 동안에 세인들은 그를 “신인”으로 간주하였다. 증산은 조선을 상등국으로 만들기 위하여 서양 신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나아가 천지공사를 통해 후천세계가 열리면 신명이 참된 자와 거짓된 자를 구별하여 심판할 것이라고 설명한다.33)

Ⅳ. 구천상제의 인신화현과 심령신대(心靈神臺)

무한적 존재의 유한세계로의 진입과 참여는 세계종교에서 자주 등장하는 주제이다. 힌두교에서는 세계의 운영자 비슈누(Vishnu)가 인류를 위기 속에서 구원하기 위하여 크리슈나나 부처 등의 형태로 반복적으로 하강(avarta)한다. 기독교에서는 절대자 하느님이 예수 그리스도의 몸으로 성육신(incarnation)한다.34) 마찬가지로, 대순사상에서 선천세계의 참혹함을 극복하고 치유하는 힘의 원천이자 중심이 되는 상제의 인신화현으로 인류의 구원이 가능해진다. 상제는 절대자로서 삼계의 대권을 지니고, 풍우, 상설, 뇌전을 주관하는 “천계대권”을 갖는다. 상제로서 증산은 명부와 세계의 혼란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설명한다. 다시 말해, 세상의 일을 해결하기 위하여 명부의 세계를 먼저 정리해야 한다는 논리이다. 명부공사의 과정에서 증산은 전명숙(全明淑), 김일부(金一夫), 최수운(崔水雲)을 한중일 명부의 관할자로 각각 지명한다. 그의 천지공사는 난해한 일이지만 천지신명의 간청으로 하강한다.35)

상제의 하강이 지닌 목적은 천지인 삼계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최수운을 통한 치유가 실패하자 상제가 직접 천상에서 지상으로 내려온 것이다. 대순사상의 문제해결방식은 진단과 처방으로 나뉜다. 증산은 병들어 있는 세계의 치유자로서의 역할을 감당한다. 그는 선천세계의 문제에 대하여 천하가 종기를 않고 있는 형국으로 진단하고 자신이 그 종기를 치유하기 위한 천지공사를 감행한다. 그는 공사를 통하여 다른 재앙들은 제거하고 병겁(病劫)은 남겨둔 채 종도들에게 의술로 병을 치료하라고 가르친다. 이를 위해 증산은 동곡약방(東谷藥房)을 세워 병으로 찾아오는 사람들을 치료한다. 1909년 6월 24일 39세의 나이로 화천(化天)할 때까지 9년 동안 그곳에서 인류를 치유하는 천지공사를 행한다.36)

증산은 1897년 27세에 글방에서 가르치면서 유불선(儒彿仙)과 음양참위(陰陽讖緯)를 통독하고, “인심과 속정을 살피고자 주유의 길”을 선택한다. 처음 만난 김일부(金一夫)는 꿈에서 천존이 상제의 광구천하(廣求天下)를 칭찬하며 우대하는 것을 본 후 상제를 만나 빛나는 구름을 의미하는 ‘요운’(曜雲)이란 호를 주며 공경한다. 탄강한 증산은 동학의 최제우가 실패하자 전국을 돌아다니며 인간의 욕구와 고통을 살펴보고 전주 사람들이 증산을 신인(神人)으로 모신다. 3년 동안 민정을 살피는 주유를 마치고 객망리 시루산으로 돌아온 증산은 머리를 풀고 공부에 전념한다.37) 인간의 몸으로 세상에서 활동하는 상제는 다양한 감정의 변화를 보여준다. 사람들 앞에서 호탕하게 웃기도 하지만 천하창생의 운명을 걱정하며 울기도 한다. 상제는 진법주(眞法呪)를 외우고 오방신장(五方神將), 48장, 28장 공사를 본다. 증산이 장흥해의 아들을 살리지 않자 증산과 그 종도들은 구타를 당한다. 장효순의 난을 겪으며 증산은 종도들에게 말한다. “교중(敎中)이나 가중(家中)에 분쟁이 일어나면 신정(神政)이 문란하여지나니 그것을 그대로 두면 세상에 큰 재앙이 이르게 되느니라. 그러므로 내가 그 기운을 받아서 재앙을 해소하였노라.” 천기를 문란하게 하지 않기 위하여 살인범으로 몰려 심한 박해를 당하지만 결코 싸움으로 대응하지 않는다. 자신이 처한 곤란에도 불구하고 증산은 화적에게 죽임을 당할 순검을 피신시키고, 큰 불이 난 태인 마을은 맞불로 구한다. 후에 장효순이 사망하자 증산은 복수를 못한 것에 원통해 하는 형렬을 꾸짖고 전주에서 아전과 일진회의 싸움도 말린다. 의병으로 오인하여 죽게 될 일진회원들의 피해를 줄여주기도 한다. 상제는 인간의 몸으로 세상에 내려와 세상과 함께 기뻐하고 슬퍼하며 어울리는 최고신으로 등장한다. 증산은 다양한 이적을 사람들에게 베푼다. 가난한 정괴산에게는 복을 가져다주는 쇠솥을 만들어주고, 빚 독촉에 시달리던 황사성의 부자에게는 탕감의 길을 열어준다. 독사에 물릴 위험에 당한 박창국의 아내를 구하고, 도적의 약탈을 당할까 걱정하는 김보경의 문제를 침을 뱉음으로써 해결한다. 날씨를 조정하여 민요를 해산시키고 물을 술로 바꾸어 사람들에게 술과 고기를 대접하기도 한다. 차경석은 1907년에 증산을 만나 스승으로 삼는데, 그가 화천(化天)하기 2년 전의 일이다.38)

인간의 마음에 관하여 대순사상에서 심령신대(心靈神臺)는 심령(心靈)이나 영대(靈臺)를 의미하는데, ‘마음과 영과 신이 결집되어 있는 집’을 뜻한다. 증산은 무신년에 “일삼오칠구 이사육팔십 천지를 무덤으로 삼는 신과 천지를 기지로 삼는 신은 그 기량으로 이룬다. 영대는 사해에 머물고 있으니 본체를 얻고 조화를 얻고 밝음을 얻는다.”고 쓴다. 영대는 인간의 마음을 상징하므로 여러 신들과 교류를 하는 정신기관이다. 신을 통제하여 담는 마음의 집으로 인간의 의지를 일으키며 자신의 허물을 돌아보는 자리이다. 증산은 종도에게 마음으로 행동하라고 가르친다. 종도 공우에게는 “마음으로 천문지리를 찾아보라”고 권면하고, 그릇되게 생각하면 오히려 천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가르친다. 증산은 마음의 중요성을 누누이 강조하는데, “진실로 마음을 간직하기란 죽기보다 어려우니라.”고 하고, “나를 믿고 마음을 정직히 하는 자는 하늘도 두려워하느니라.”고까지 한다. 이처럼 증산의 가르침에서 마음은 인생성공의 기본이다. 그는 “한마음만을 가지면 안 되는 일이 없느니라. 그러므로 무슨 일을 대하든지 한마음을 갖지 못한 것을 한할 것이로다. 안 되리라는 생각을 품지 말라.”고 교육한다.39)

증산은 형렬에게 “이제 말세를 당하여 앞으로 무극대운(無極大運)이 열리나니 모든 일에 조심하여 남에게 척을 짓지 말고 죄를 멀리하여 순결한 마음으로 천지공정(天地公庭)에 참여하라.”고 한다. 그리고 치유자로서 증산은 술값을 천천히 치르려는 태문에게 복통을 일으켜 마음을 돌이키기도 하고, 일진회의 일을 비밀리에 보던 공우에게 “한 몸으로 두 마음을 품은 자는 그 몸이 찢어지리니 주의하라.”고 경고한다. 운익의 아들이 죽을병에 걸려 약을 애원할 때에는 원한을 품지 않도록 “마음을 위로하기 위하여” 죽게 될 아들에게 위약을 만들어 준다. 이처럼 대순사상에서 마음의 중요성은 세계의 중심으로서 역할을 가지고 있으며 인간을 구성하는 요소로서 신체와 만물도 마음에 의지하고 있다. “천지의 중앙은 마음이다. 그러므로 동서남북 사방과 몸이 모두 마음에 의존한다.”40) 인간은 세계의 중심으로서 마음을 지니고 있을 뿐만 아니라 대상세계와 하나가 되어 존재를 구성하는 본질적인 가치를 지닌다. 다시 말해, 마음은 이제 만물의 본질을 이루고 만사의 종용과 분란을 결정하는 힘을 가진다. 마음의 중심성은 증산의 글에 반복적으로 확인되는데, 특히 마음은 귀신이 드나드는 중추기관이며 집의 문이고 도로로 간주된다. 따라서 대순사상에서 인심이 선신을 따르면 선행을 하게 되지만, 반대로 악신을 따르면 악행을 일으키게 된다고 설명한다.41)

대순사상은 인간 사후 문제도 다룬다. 김송환의 질문에 대하여 증산은 사람이 죽은 후에 혼백의 분리가 발생하게 되고 위로 올라간 혼은 신으로 되었다가 4대가 지나면 영이나 선이 되고, 땅으로 돌아간 백은 4대가 지난 후에 귀가 된다고 설명한다. 예를 들어, 사후에 서양인 이마두는 동양의 문명신(文明神)을 데려다가 서양의 문명을 열었다고 해석한다. 한편, “상놈을 양반으로 만들고 천인을 귀하게 만들어 주려는 마음”을 가졌던 전명숙은 “죽어서 잘 되어 조선 명부”가 된다. 이처럼 마음은 천지인 삼계의 향방을 좌우할 뿐만 아니라 신의 활동을 주장하며 결과적으로 복록의 결과도 결정한다. 증산에 따르면, “마음을 깨끗이 가져야 복이 이르나니” “마음은 성인의 바탕으로” 닦아야 하는 것이다. 자리를 탐내기보다는 “마음을 올바르게 가지라.”고 한 증산은 꾸중하는 부친에게 불손하게 대답한 남기의 아우가 갑자기 “숨이 막혀 마음대로 통하지 못하게” 됨을 부모의 가슴을 상하게 한 죄 때문임을 지적하며 크게 꾸짖는다. 그리고 트집을 잡고 싸우려는 사람에게는 마음을 누그려 화평을 꾀하라고 한다. 이처럼 증산은 신명과의 관계와 세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인간 마음의 중요성을 가르친다.42)

Ⅴ. 권선징악의 윤리관과 신인간주의의 인존사상

엘리아데에게 종교적 인간은 본성적 인간이다. 대순사상은 바른 인간상을 제시하고, 윤리적 기초를 인존사상에 둔다. 증산은 부귀영화와 권력을 향한 인간욕망은 끝이 없지만 모두 허무한 일이라고 가르친다. 따라서 그는 악행을 버리고 선행을 행할 것을 강조하며 선행의 시대를 선포한다. “지난 선천 영웅시대는 죄로써 먹고 살았으나 후천 성인시대는 선으로써 먹고 살리니 죄로써 먹고 사는 것이 장구하랴, 선으로써 먹고 사는 것이 장구하랴. 이제 후천 중생으로 하여금 선으로써 먹고 살 도수를 짜 놓았도다.” 그는 권선징악의 윤리관을 제시하면서 부자의 살기와 재앙을 지적하고 언제나 사회적 약자의 편에 선다. “어리석고 가난하고 천하고 약한 것”을 도우라고 하면서 “부하고 귀하고 지혜롭고 강권을 가진 자”는 넘어질 것을 예언한다.43)

종도 공우가 기독교인에게 큰 상해를 당하자 증산은 복수하기보다는 과오를 돌아보는 반성의 계기로 삼으라고 충고하고 나아가 “가해자를 은인과 같이 생각하라.”고 가르친다. 이는 미워하는 마음을 버리고 척을 짓지 않는 것이 갈등의 근본적인 해결책임을 제시한 것이다. 또한 공우가 아내와 다투었을 때에는 “나는 독하면 천하의 독을 다 가졌고 선하면 천하의 선을 다 가졌노라.”고 선포하며 가정의 화평과 언행심의 신중을 강조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대순사상의 인간관에서 내외부의 화평은 서로 직결되어 있다. 인간사는 곧 신명의 문제로 이어지므로 갈등과 분쟁 시 대립하기보다 양보하며 화평을 추구해야 하는 것이 증산의 가르침이다.44)

한편, 종도 경석이 갑오년에 부친의 동맹을 밀고한 자에 대하여 복수심을 품자, 증산은 그러한 마음에 공감을 하면서도 마음을 돌이키라고 권면한다. “너의 형제가 음해자에게 복수코자 함은 사람의 정으로는 당연한 일이나 너의 부친은 이것을 크게 근심하여 나에게 고하니 너희들은 마음을 돌리라. 이제 해원시대를 당하여 악을 선으로 갚아야 하나니 만일 너희들이 이 마음을 버리지 않으면 후천에 또 다시 악의 씨를 뿌리게 되니 나를 좇으려거든 잘 생각하여라.”고 답한다. 더 나아가 경석 형제에게는 청수를 떠놓고 회심하라고 하여, 부친의 근심과 걱정을 풀도록 한다. 이처럼 증산은 권선징악의 윤리관을 통하여 어떻게 사느냐의 문제를 규명함으로써 산 자와 죽은 자의 문제를 해결한다.45)

대순사상은 후천세계의 인간관을 다르게 전한다. 후천세계 인간의 본질은 존재론적으로 총체적인 변화를 경험하며 선천세계에서 질병과 갈등의 반복되는 고통에서 벗어나 불로불사장생을 경험하며 의식주가 해결되는 화평과 행복의 세계가 열린다. 후천세계는 “한집안”으로 “조화”의 세계가 되는데, “벼슬하는 자는 화권이 열려 분에 넘치는 법이 없고 백성은 원울과 탐음의 모든 번뇌가 없을 것이며 병들어 괴롭고 죽어 장사하는 것을 면하여 불로불사하며 빈부의 차별이 없고 마음대로 왕래하고 하늘이 낮아서 오르고 내리는 것이 뜻대로 되며 지혜가 밝아져 과거와 현재와 미래와 시방세계에 통달하고 세상에 수화풍(水火風)의 삼재가 없어져서 상서가 무르녹는 지상선경으로 화하리라.” 이처럼 상제는 미래세계를 “좋은 세상”으로 규정한다. 구천상제 강증산은 미래의 발전과 편리를 예언했을 뿐만 아니라, 그의 천지공사는 과거 역사의 사회개혁이나 문화혁신을 유사하게 반복하거나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의 구조와 인간의 본질을 근본적으로 고치는 차원에서 “비겁에 쌓인 신명과 창생을 건지는” 개벽(開闢)이다. “다른 사람이 만든 것을 따라서 행할 것이 아니라 새롭게 만들어야 하느니라.”는 증산의 언명은 대순사상이 새로운 세계관이며 가치관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증산은 자신의 공사가 지닌 독특성과 차별성을 강조하는데, “나의 공사는 옛날에도 지금도 없으며 남의 것을 계승함도 아니요 운수에 있는 일도 아니요 오직 내가 지어 만드는 것”이라고 주장한다.46)

대순사상의 남녀관은 해원시대를 맞이하여 각 성별에 따른 자유로운 독특성을 강조하면서도 방종하지 않는 “건곤의 위치를 바로 잡아 예법을” 다시 재건하는 조화와 균형의 방향으로 진행된다. 그는 가뭄의 식물에 비가 내려 소생하듯이 “병든 자와 죽은 자에게 기운만 붙이면 일어나리라.”고 가르친다. 상제는 종도들에게 포덕명령을 내린다.47) 1906년에 당시 유행하던 예수교당을 방문하여 “모든 의식과 교의를 문견하였지만 “족히 취할 것이 없다”고 선언한다. 이러한 언명에도 불구하고 증산과 예수의 행적과 기적 사이에는 유사점이 적지 않다. 증산은 지상에서 ‘광인’이나 ‘신인’으로 양면적인 평가를 받았다. 그는 술을 마심으로써 날씨를 통제하기도 하고 천연을 무시하고 인도를 패한 소부를 벽력으로 죽게 만든다. 증산의 종교이상은 지금까지 세상에 출현한 세계종교들과 사상들을 창조적으로 종합하여 문명의 기초를 만드는 것이다. 인간의 문제를 해결할 뿐만 아니라 전 인류를 아우를 수 있는 세계관과 가치관을 마련한 것이다. 개벽(開闢)으로 표현되듯이, 증산은 위기에 처한 세계의 도수를 조종하고 그 중심에 조선을 위치시킨다. 증산은 진위의 대결, 불의와 정의의 대결이 궁극적으로 후자의 승리로 마무리될 것임을 밝힌다. 이 과정에서 동서양이 만나고 신명들의 교류가 불가피하게 일어나므로, “천존과 지존보다 인존이 크니 이제는 인존시대라. 마음을 부지런히 하라.”48)고 가르친다.

한편, 대순사상에서 천존(天尊)과 지존(地尊)의 양태는 엘리아데의 성현(聖顯)과 유사하다. 엘리아데의 관점에서 증산의 행적을 살펴보면, 먼저 엘리아데는 하늘과 천신들에 대한 제의와 상징에 주목한다. 다양한 문화 속에 발견되는 천공신의 개념과 숭배의 형태를 소개하면서 천공의 지고존재자의 태고성, 천공과 승천의 상징적 의미, 물러난 신(deus otiosus)의 특징을 기술한다. 이러한 양태를 증산의 생애에 적용하면, 하늘에서 내려온 상제로서 증산은 한산 객주집에서 술을 마시며 벽력을 일으키는데, 이러한 기적은 인간도리를 바르게 세우려는 시도이다. 남편이 죽은 뒤 시어머니를 버리고 도망간 비정한 며느리를 벽력으로 벌하기 위함이다. 증산의 화천(化天)에서 증산의 천공적 위치와 능력을 보여주는 상서로운 기술이 나타난다.49)

엘리아데는 천공의 히에로파니에 이어서 태양과 달의 신앙양태를 기술한다. 그에 따르면, 모든 달의 에피파니는 통일성을 지향한다. “달의 상징(부적, 도상학적인 기록)은 우주의 모든 면에서 작용하는 달의 모든 힘을 고정하고 응집시킬 뿐만 아니라, 의례적인 효험에 의하여, 인간을 그 힘의 중심에 놓아 활력을 증진시키고, 인간을 더욱 현실적이게 하며 사후에 더욱 행복한 상태를 보증해 주는 것이다.” 증산은 경수에게 요의 역사에서 일월성신을 공경하여 인간은 때를 알 수 있었다고 설명한다. 일월은 천지의 중심이 되고, 다시 일월은 인간이 알 수 있어야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엘리아데의 기술처럼, 일월의 종교적 상징은 증산의 설명과 주문에 잘 드러난다. 이어 엘리아데는 물과 돌의 상징에 이어 대지, 여성, 풍요의 종합적 상징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대지는 살아 있는 형태들을 낳고, 대지는 생식력에 있어서 지치지 않는 자궁이라는 것이다. 토양의 에피파니가 낳은 모든 종류의 현상의 모든 곳에서 우리는 모성의 활동과 무진장한 창조의 힘의 활동을 인식하게 된다.”50)

엘리아데의 성현은 천공의 신화와 상징을 시작으로 일월수석(日月水石)을 거쳐 대지의 성현까지 설명한다. 또한 식물과 나무 및 농경의 성현과 상징을 기술한다. 예를 들어, 증산은 대나무와 별을 가지고 두목과 수교자의 수를 보여준다. 엘리아데는 자연물의 성현에 이어서 히에로파니가 반복되는 ‘세계의 중심’을 소개한다. “모든 크라토파니나 히에로파니는 모두 그것이 현현하는 장소를 변형시킨다. 즉 지금까지 세속적 지역이었던 것이 성스러운 지역으로 승격하는 것이다.” 증산은 인존사상의 부흥을 위해 ‘세계의 중심’에 조선을 위치시킨다. 조선이 서양과 중국의 압력과 침략의 위험에 노출된 정치상황에서 조선의 국운을 일시적으로 일본에 맡긴다고 설명한다. 인종차별학대가 심한 서양에게도, “우둔하여 뒷감당을 못할” 중국에게도 조선을 넘기지 않고, 천하통일과 일월대명의 기운을 일본에게 붙여주되 조선이 지닌 인(仁)의 덕목만은 주지 않는데, ‘세계의 중심’인 조선의 평안을 위하여 주변국을 사용한다.51)

천지공사를 실행하면서 증산은 선천세계에서는 풍수지리설에 의한 명당이 중요하지만 후천세계에서는 인존의 시대이므로 인간관계가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다. 명당을 요구하는 김현찬과 김병욱에게 증산은 “믿고 있으라.”고 대답하며 아들을 준다. 그리고 해원시대를 맞아서 반상의 구별을 비판하고 천인을 우대하며 존대한다. 엘리아데는 성현에 대한 기술을 성스러운 시간과 영원한 재생의 신화로 마무리한다. “히에로파니적 시간은 의식이 집행될 때 생기는 시간, 즉 성스러운 시간을 의미하는데, 이 시간은 이에 선행하는 세속적 시간과 본질적으로 다르다.” 대순사상에서 성스러운 시간은 선천과 후천의 이분법에서 드러나는데, 후천시대를 인존시대로 규정한다. 선천시대에는 인간이 천지신명에 대하여 수동적인 위치를 가지고 자신의 창조성을 망각하고 있지만, 후천시대에는 마음을 부지런히 하여 선악을 구분하고 선을 추구함으로써 천지를 능가하는 위대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간이 망각한 본질을 ‘인존’으로 놓고 그러한 본성을 회복하는 인간이 바로 종교적 인간, 즉 인존이다. 인간은 자기실현과 자기초월의 존재로서 마음을 바르게 하는 자리에서 개벽과 화평의 길이 시작된다.52)

Ⅵ. 결론 : 대순사상 인간관의 특징

지금까지 대순진리회의 『전경』에 나타난 대순사상의 인간관을 엘리아데가 제시한 신인간주의의 관점에서 살펴보았다. 대순사상이 엘리아데의 신인간주의가 지향하는 가치와 유사점이 상당한 이유는 독특한 인간관의 구조와 특징 때문이다. 여기서 우리가 기억해야 할 사실은 대순사상의 인간관은 인식론과 명제론에 기초한 인간관과는 거리가 있으며, 상대주의로 빠져들 수 있는 경험론에 기초한 인간관과도 다르다는 점이다. 종교학자 린드백(George A. Lindbeck)에 따르면, 후기자유주의(post-liberal)시대에는 문화-언어적(cultural-linguistic) 유형의 교리를 가지고 인간이해를 시도할 필요가 있다.53) 따라서 종교경전의 내용 자체가 종교공동체가 공유할 수 있는 세계관을 창조한다. 엘리아데의 신인간주의의 관점에서 대순사상은 “더 이상 논리적이며 경험적 해명이 필요 없는” 인간관을 제시한다.

먼저, 물질차원의 편중에서 벗어나 영적 차원(spiritual dimension)을 재발견한다. 선천과 후천의 인간을 비교하며, 선천의 인간은 속됨의 인간형이고 후천의 인간은 거룩한 인간, 즉 성스러움의 인간형으로 간주된다. 두 인간형으로 구분하여 비교하면, 증산은 전자에서는 원한과 절망을 발견하지만 후자에서는 평화와 희망을 찾는다. 종교학자 엘리아데와 종교창시자 증산이 제시한 인간관은 서로 가치를 공유한다.

둘째, 인간은 욕망의 존재(existence of desire)이며 동시에 원한이 쌓인 나약한 존재로 묘사된다. 인간을 둘러싼 세계는 욕망을 증폭시키고 그 결과 인간 간 갈등은 다시 인신(人神) 간 갈등으로 악화의 일로에 서 있지만, 증산의 천지공사가 인간의 존재양태를 변혁시키는 계기를 제공한다. 유전자처럼 인간의 본성을 규정하던 원한의 쌓임은 인간 간 관계, 인신 간 관계, 인간과 자연 간의 관계를 왜곡된 관계로 만들어 왔다는 우주론적 진단을 내린다. 엘리아데가 현대인의 문제점을 발견하듯이, 강증산도 우주적 존재로서 인간의 왜곡을 지적한다.

셋째, 인간은 공부와 수행을 통해 신인간으로서 도인의 경지에 오를 수 있는 초월적 존재로 규정된다. 자기초월의 시도는 종교들과 선인들에 의하여 반복되어 왔지만 전 인류의 문제인 인간한계를 근본적으로 타결하고 길을 제시한 인물은 인간의 몸으로 세상에 내려와 커다란 순례를 통하여 진리를 전한 증산으로 고백된다. 특히 대순진리회에서는 누구나 모판(matrix)의 안에 머물기보다는 모판의 밖, 즉 인간한계를 초월하라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전달한다. 이 부분은 엘리아데가 강조한 인간의 초월성과 수행성과 유사하다.

넷째, 인간은 상처 받는 존재이며 동시에 스스로 치유하는 존재이다. 서로 상반된 양태의 변화가능성의 중심에는 증산의 천지공사가 놓여있다. 그는 병을 치유하는 자, 한을 풀어주는 자, 문제를 해결하는 자, 천지를 움직이는 자, 기적을 베푸는 자 등으로 초월적 행위를 통하여 신인(神人)의 모습을 드러낸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사실은 증산을 중심으로 그를 따르는 종도들이 깨달음을 얻어가며 영적인 성숙과 영육의 균형을 이루어간다는 점이다. 마찬가지로 엘리아데는 현대인이 망각한 성스러움의 종교적 차원의 부활을 선언한다.

다섯째, 개별인간이 항거할 수 없는 ‘역사의 공포’의 현실을 명확히 설명한다. 19세기 말 조선은 사회적 구조의 갈등과 국제적 환경의 급변으로 사회적 약자들의 고통이 증가되고 있었고 사회문제들에 대한 근본적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었다. 특히 동학혁명의 실패로 민중들은 정치적 무기력과 실존적 절망감을 느꼈고 종교제도에서 치유나 변화의 의미를 모색할 수 없었던 좌절을 경험하였다. 답답한 현실에서 증산은 새로운 인간관을 제시한 것이다.

여섯째, 『전경』은 인간을 세계의 중심에 놓고, 다양한 형태의 히에로파니, 크라토파니, 에피파니, 테오파니의 사례들을 언급한다. 따라서 엘리아데가 발견한 성현의 유형들을 대순사상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증산의 변혁적 인간관을 이해하기 위해서, 삶의 문법으로 작동하는 ‘체제 내적인 진리성’에 대한 이해가 우선되어야 한다. 최종적인 권위를 가지고 공동체를 함께 묶는 경전의 세계와 힘을 공감적으로 이해할 때, 내부자는 더 이상 외부자를 향하여 논리적으로 설득할 필요가 없다. 다양한 종교들이 공존하고 상생하는 21세기에 대순진리회를 비롯한 도인의 공동체를 이끌며 인간관을 제시하는 경전의 세계를 이해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왜냐하면, 실재(reality)가 경전(text)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경전이 실재를 만들기 때문이다.

Footnotes

1) 미르체아 엘리아데, 『종교의 의미 : 물음과 답변』, 박규태 옮김 (서울: 서광사, 1990), pp.16-26. 제1장은 엘리아데가 1961년에 출판한 “History of Religions and a New Humanism”, History of Religions, vol.1 (1961) pp.1-8.의 내용을 수정하고 보완한 글이다.

2) Walter H. Capps, Religious Studies: The Making of a Discipline (Minneapolis: Fortress Press, 1995), pp.139-145. Ivan Strenski, Thinking about Religion (Oxford: Blackwell, 2006), pp.309-336.

3) 엘리아데의 신인간주의에 대하여 David Cave, Mircea Eliade’s Vision for a New Humanism (New York & Oxford: Oxford University Press, 1993), pp.25-28; Carl Olson, The Theology and Philosophy of Eliade: A Search for the Centre (London: Palgrave Macmillan, 1992), pp.158-163; Guilford Dudley III, Religion on Trial: Mircea Eliade & His Critics (Philadelphia: Temple University Press) pp.43-83; Douglas Allen, Structure and Creativity in Religion: Hermeneutics in Mircea Eliade’s Phenomenology and New Directions (The Hague: Mouton Publishers, 1978), pp.223-246을 참조하라. 엘리아데가 구축한 존재론적 인간론이 지닌 신학적ㆍ철학적 함의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4) 엘리아데의 ‘역사의 공포’는 현대인의 발전적 시간관에 대한 우려에서 기인하였다. 동양적 시간관이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는 대안으로 제시될 수 있으므로, 대순사상의 시간관에 후속연구가 필요하다.

5) Timothy Fitzgerald, The Ideology of Religious Studies (Oxford: Oxford University Press, 2000), pp. 54-71. 영국 종교학계에서는 종교학의 이념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6) 박용철, 「해원시대를 전제하는 인존시대에 대한 이해」, 『대순사상논총』 27 (2016), pp.134-168.

7) 이경원, 『한국 신종교와 대순사상』 (서울: 문사철, 2011), pp.130-252.

8) 고남식, 「대순진리회의 생사관」, 『신종교연구』 23 (2010), pp.35-59.

9) 조재국, 「증산교의 역사와 사상」, 『한국문화신학회논문집』 2 (1998), pp.277-319.

10) 김홍철, 「증산교사상사」, 『한국종교사상사』 (서울: 연세대학교 출판부, 1992), pp.37-39.

11) 김방룡, 「증산교와 진묵대사」, 『신종교연구』 4 (2001), pp.135-158.

12) 최준식, 『한국의 종교, 문화로 읽는다 3 : 증산교, 원불교』, (서울: 사계절, 2004), pp.154-155.

13) 고병철, 「대순진리회의 인간관」, 『대순사상논총』 28 (2017), pp.1-34.

14) 미르체아 엘리아데, 『미로의 시련』, 김종서 옮김 (서울: 북코리아, 2011), p.295.

15) 『대순지침』, p.20.

16) 『전경』, 교법 1장 1-24절; 교법 3장 1절; 교운 1장 32절; 이길용, 「수양론으로 본 한국신종교의 구조적 특징 - 동학과 증산교를 중심으로」, 『동학학보』 25 (2012), p.167.

17) 『전경』, 공사 3장 4절; 교법 1장 31절.

18) 미르체아 엘리아데, 이은봉, 『종교형태론』 (서울: 한길사, 1996), p.527.

19) 『대순지침』, pp.27-28.

20) 미르체아 엘리아데, 『종교형태론』, pp.81-84.

21) 이길용, 앞의 글, p.174.

22) 김종서, 「엘리아데의 종교적 재평가 개념」, 『정신문화연구』 13-1 (1990), pp.107-109; 『전경』, 공사 1장 1-2절.

23) 김종서, 앞의 글, pp.108-111.

24) 장병길, 『천지공사론』 (서울: 대순진리회 출판부, 1989), p.20.

25) 『전경』, 교법 2장 11절; 공사 1장 31절; 예시 80-81절; 교법 1장 67-68절.

26) 미르체아 엘리아데, 『종교의 의미 : 물음과 답변』, pp.27-28.

27) 미르체아 엘리아데, 『우주와 역사』, 정진홍 옮김 (서울: 현대사상사, 1997), p.218.

28) 『전경』, 공사 1장 3-9절; 『대순지침』, p.17.

29) 『전경』, 공사 1장 10-11절; 교법 2장 1절.

30) 같은 책, 공사 1장 23-25절; 행록 1장 23-28절. 증산과 예수의 관계성에 대해서는 안신, 「예수와 증산의 내러티브 비교연구」, 『원불교사상과 종교문화』 62, 2014을 참조하라.

31) 『전경』, 공사 1장 28-29절; 행록 2장 12-20절.

32) 같은 책, 행록 1장 9-38절; 장병길, 『천지공사론』, p.86.

33) 『전경』, 행록 3장 42절, “天上無知天 地下無知地 人中無知人 何處歸.”; 행록 2장 2-3절; 장병길, 『대순종교사상』 (서울: 대순진리회 출판부, 1989), p.20; 『전경』, 예시 29-30절.

34) Geoffrey Parrinder, Avatar and Incarnation: The Divine in Human From in the World’s Religions (Oxford: Oneworld, 1970), pp.13-14.

35) 『전경』, 공사 1장 4-10절; 교운 1장 9절.

36) 같은 책, 공사 1장 36절; 공사 3장 35절.

37) 같은 책, 예시 1절; 행록 2장 1-7절.

38) 같은 책, 행록 3장 9-39절.

39) 같은 책, 공사 3장 41절, “一三五七九 / 二四六八十 / 成器局 塚墓天地神 基址天地神 / 運靈臺四海泊 得體 得化 得明.”; 공사 1장 33절; 교법 2장 5-17절.

40) 같은 책, 예시 17절; 권지 1장 9-19절; 교운 1장 66절, “天地之中央心也 故東西南北身依於心.”; 교법 3장 29절, “천지 종용지사(天地從容之事)도 자아유지(自我由之)하고 천지 분란지사(天地紛亂之事)도 자아유지하나니 공명지 정대(孔明之正大)와 자방지 종용(子房之從容)을 본받으라.”

41) 같은 책, 행록 3장 44절, “天用雨露之薄則必有萬方之怨 / 地用水土之薄則必有萬物之怨 / 人用德化之薄則必有萬事之怨 / 天用地用人用統在於心 // 心也者鬼神之樞機也門戶也道路也 / 開閉樞機出入門戶往來道路神 / 惑有善惑有惡 / 善者師之惡者改之 / 吾心之樞機門戶道路大於天地.”

42) 같은 책, 교운 1장 9절; 교법 1장 2-55절; 교법 3장 24절.

43) 같은 책, 교법 2장 55절; 교법 3장 4절.

44) 같은 책, 교법 3장 12절; 교법 1장 42-55절.

45) 같은 책, 교법 3장 15절; 권지 1장 4절.

46) 같은 책, 예시 81절; 공사 1장 2-31절.

47) 같은 책, 공사 1장 32절; 행록 2장 21절; 행록 3장 31절.

48) 같은 책, 행록 3장 33-36절; 교법 3장 23절; 교법 2장 56절; 예시 29-30절.

49) 미르체아 엘리아데, 『종교형태론』, p.172; 『전경』, 행록 3장 36절; 행록 5장 35절.

50) 미르체아 엘리아데, 『종교형태론』, p.228. 엘리아데는 현대인과 고대인을 구분하였다. 현대인은 성스러움의 히에로파니가 지닌 의미를 읽지 못하는 타락한 인간이며, 반면에 고대인은 성속의 변증법 안에서 역사의 공포를 감내하며 종교적 의미를 부여하는 진정한 의미의 종교적 인간이다. 『전경』, 교운 1장 30절, “新天地家家長歲 日月日月萬事知. 侍天主造化定永世不忘萬事知. 福祿誠敬信 壽命誠敬信 至氣今至願爲大降. 明德觀音八陰八陽 至氣今至願爲大降. 三界解魔大帝神位願趁天尊關聖帝君.”; 미르체아 엘리아데, 『종교형태론』, p.351.

51) 『전경』, 교운 1장 38절; 공사 2장 4절; 미르체아 엘리아데, 『종교형태론』, p.470.

52) 『전경』, 행록 1장 37절; 교법 1장 9-10절; 미르체아 엘리아데, 『종교형태론』, p.495; 이경원, 앞의 책, pp.183-187.

53) George A. Lindbeck, The Nature of Doctrine: Religion and Theology in a Postliberal Age (Philadelphia: The Westminster Press, 1984), p.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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